과월호 보기 (제106호 이전)

현장에서 미래를 > 알림-소식 > 목록보기 > 글읽기

 
과연 월드컵이 노동자, 민중을 위한 축제인가?
 월드컵을 빙자한 기만적인 노사정 야합을 비판한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75호
한노정연

과연 월드컵이 노동자, 민중을 위한 축제인가?
월드컵을 빙자한 기만적인 노사정 야합을 비판한다!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는 지난 3월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서울지방노동청, 노동일보와 함께 등반대회를 열고, 소위 “월드컵 성공 및 안전한 일터 만들기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철도, 가스, 발전노조 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국가기간산업 민영화(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한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이때에, 또 조계사에 경찰이 폭력 난입하여 발전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연행해 간 바로 그 날에, 이러한 결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과연 월드컵이 전세계인의 축제인가?
등반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2002 월드컵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과 “인류의 역사에 화해와 협력”의 계기로, “전세계인의 축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처럼 진부한 말잔치가 실제로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으며, 오히려 우리들의 삶을 더욱 옥죄어 왔음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당시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은 올림픽을 독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였고, 소위 도시미화 명분 하에 서울 외곽의 주거촌을 대거 철거하였다. 번영을 일군 주역들인 도시 노동자들과 빈민들은 도시 환경을 해치는 “더러운 자들”로 분류되어 쫓겨났고, 이를 저지하려는 싸움의 과정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이러한 탄압은 이번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다. 정부는 그동안의 실정과 정치권 내부의 이권다툼을 은폐하고, 빈곤의 심화로 갈수록 불만이 높아 가는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해 월드컵을 허구적인 국민 통합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을 “평화와 화해를 방해하는” 이단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구조조정과 민영화(사유화)에 정면으로 맞서는 발전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그러하고, 생존이 벼랑끝으로 내몰린 노점상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거리 단속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등이 그러하다. 월드컵은 “전세계인들의 축제”가 아니라 “그들만의 잔치”일 뿐 아니라 노동자․민중에 대한 탄압의 빌미가 될 뿐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국노총은 지배 계급의 주구 역할을 집어치우고 노동자 편에 서라!
또한 이 결의가 이루어진 3월 10일은 지금의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대한노총)이 1946년에 설립된 날이다. 대한노총과 한국노총이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정부와 자본의 들러리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바이다. 덕분에 노동자들은 전세계 노동자들의 축제인 5월 1일 노동절도 빼앗기고 수십년 동안 3월 10일 굴욕적인 “근로자의 날”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87년 이후,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폭발하고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거세어지자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인 것처럼 행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1년 2월 복수노조 금지 조항 폐지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 신설을 맞교환한 데 이어, 이번 결의에도 참여함으로써 한국노총은 지배 계급의 주구로서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3월 8일 “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저지 및 노조탄압 분쇄, 2․27 특별교섭합의문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한국노총이 표명한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한국노총 서울본부의 이러한 이율배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것이 단지 조직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노총이 서 있는 모순적인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한다. 우리는 한국노총이 이처럼 노동자들을 배신하는 작태를 그만두고, 노동자들을 위한 진정한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합리적인 해결”을 막는 자는 바로 당신들이다, 정부와 자본은 월드컵을 빙자한 민중탄압을 중단하라!
결의 참가자들은 또한 한국의 노사관계가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으로 치닫고 있으며 합리적인 문제해결 과정은 요원”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기간 산업을 민영화(사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노동자들의 “합리적인” 요구를 묵살하고, 이를 무자비한 폭력으로 탄압함으로써 “극단적인 대립”을 조장하고, 마구잡이식 구조조정을 감행함으로써 “안전한 일터”는커녕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세력은 바로 정부와 자본이다. 발전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발전노조의 요구는 기간산업 민영화(사유화)의 불가피한 결과인 요금 인상과 안전 사고를 원치 않는 전 국민의 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조계사 폭력 난입이 보여주듯이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파업을 장기화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아직 개최되지도 않은 월드컵을 운운하며 노동자들과 민중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막상 월드컵 시기의 탄압이 어떠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이치다. 이에 우리는 정부와 자본이 노동자들을 대표하지 못 하는 한국노총과의 야합 등의 저열한 술수를 쓰지 말고, 노동자, 민중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2002년 3월 11일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2002-03-20 00:00:0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