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96년 총선과 노동자계급의 대응
15대 총선의 의의와 노동자의 대응
정 영 태 (연구위원, 인하대 교수, 정치외교학)
1. 15대 총선의 의의
노동자를 위한 정책의 입법화와 감시․감독
오는 4월의 15대 총선에서는 국회의원 정원 299명 중에서 지역구
237명(전체의석의 79%)을 국민이 투표로 선출하게 된다. 15대
총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먼저, ‘교과서적인’ 의의를 들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들은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나 정책을 만들고 그 법이나 정책의 집행을 감시하는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중에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만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의 ‘심판’을 받지도 않지만,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정책과
조치를 취하는 국가기구운영자들도 있다. 예를 들면, 수많은
행정관료들과 법관들이 바로 그들이다. 행정관료들은 국회에서
심의․표결되는 법안의 대다수와 정책의 시행세칙을 만들고
시행하는 실질적인 집행자들이다. 그런데 관료들은 법이나
정책을 자의적으로 해석․집행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적지 않은 노조간부들이 이미 경험했듯이, 노동부
지방사무소의 관료들은 노조설립신고서의 적합성 여부나 파업의
적법성 등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헌법재판소의 판사들을 포함한
판․검사들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이 직접
책임을 물을 수도 없지만, 이들이 내린 판결이나 결정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다. 특히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법관들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확인’해 주는 등 노동자들의 단체활동과 실질임금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법치주의가 강조되면서
이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기구 운영자가 아닌 행위주체들도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민간 언론매체들을
포함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임금․복지수준과
노동시간은 물론, 노동자들이 소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종류와 공급량 등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의․식․주의 양과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공직자들보다
이들이 노동자들에게 더 직접적이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밖에도 외국의 국가와 자본가들도 있다. 자본의 국제화와
시장개방으로 이들이 우리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특히
노동자들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국회의원은 전체 299명 중 80%인 237명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더욱 축소되어 보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사회구조적 또는 제도적
조건 때문에 우리 노동자들이 관료, 법관, 자본가, 외국 국가와
외국 자본가 등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도 않고 직접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이들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거나 통제하기
어려울 때, 이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 또는 규제의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통해서 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을 감시할 국회의원 299명을 모두 직접 선출하지 못하지만,
직접 선출할 수 있는 80%의 국회의원이 모두 자신의 책임을
충실히 하려는 이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우리 노동자들이 얼마나 올바른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교과서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로서는
선거에서 바람직한 후보를 선출하여 이들로 하여금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게 하거나 그 집행을
감시하게 하는 방법보다 더 효율적인 것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결정․집행되게 하는
방법에는 노동자의 요구와 이익을 대변할 후보를
정책결정기구(예컨대 국회)에 진출시키는 것 이외에도
노동자들이 자본가나 국가를 대상으로 직접행동(예컨대 파업이나
대중집회 또는 시위)을 하는 것, 노조가 정당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정당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노조대표가 행정부의
정책 심의․결정기구에 참여하는 것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를 선거에서 당선시켜
정책결정권한을 가진 자리로 보내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정계개편의 유도
다음으로 현실적인 의의를 들 수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말미암아 4당 중 어느 정당도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하기
어려워 총선 후 국회에서의 안정적인 다수를 확보하기 위한
이합집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 또는
정당의 이합집산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는 이번 총선에서
표현된 국민의 요구사항의 내용과 강도(强度)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예를 들면, 대다수 국민들이 각종 비민주적인
악법(노동법과 국가보안법 등)이나 행태, 외세의존적인 제도와
행태 등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과거와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고 그 바탕 위에 민주주의를 완성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총선 이후 정계개편은 ‘보수-진보의 구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반면, 일반국민들이 기존 정당이나
보수언론들이 조장하고 있는 대로 정책이 아니라 출신지역에
따라 투표하게 될 경우 지역대립구도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국민적인 정책요구의 내용과 강도가
중요한 것은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것은 정치인들이 선거를 의식할 때만이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계개편보다는 보수와
진보의 축을 중심으로 하는 정계개편이 훨씬 유리하다. 그런데
기존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그 동안 보여 준 행태만으로 볼 때,
기층대중의 효과적인 압력이 없는 한, 이들이 스스로
보수-진보의 축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을 형성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현 정권은 한편으로는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층대중의 피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각종 정책과
조치를 취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정권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였고, 우리 국민을 농락한 미군을 우리
국민보다 더 가볍게 처벌하였으며, 농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줄 뻔히 알고 농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농산물시장을 개방하였다. 북한에 대해서 쌀을 제공해 주고 북한
경수로비용 40억 불 정도를 거의 전부 부담하면서도
북한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은 커녕 불신과 배제만 받고 있는가
하면, 한국의 방위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주한미군을
위해서 주둔비용을 해마다 15% 내지 20%씩 증액해 주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권위주의시대의 유산인 정경유착과 억압적이고 비인간적인
노동통제로 장기적인 이익은 물론 민족의 체면을 손상시켜
왔지만, 현정권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모두가
대다수 국민의 희생과 세금을 요구하는 것들이고 민족자존심을
훼손하는 것들이다. 특히 현정권의 이러한 행태로 말미암아
노동자와 농민 등 기층대중들은 많은 피해와 희생을
치러왔다.
현정권의 반민중적 반민족적 정책과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당들은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여 우리 국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코 앞에 닥친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위해 지역주의정서를 자극해 왔다. 이러한 행태는 비단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비자금정국과
‘역사 바로 세우기’ 정국이 형성되었던 작년 후반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직까지는 우리 경제가 성장을 계속할 수 있기에 방금 지적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국민들이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자본주의의 공세가 더욱 강화되고
동남아 또는 중국의 추격이 더욱 급속해져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될 경우, 그리고 기업인들은 싼 노동력을 찾아서 또는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해 자본을 계속 중국과 동남아 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로 도피시킬 경우, 국내는 산업공동화와 그로 인한
대량실업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일반국민들도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때
가서는 대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너무 늦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들을
시장개방과 규제완화에 따른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국민들이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관료와 기업인 또는 외국의
국가와 자본가들에게 내맡겨 두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수화경쟁’을 해왔으면서, 이제 와서 다시 민생현안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색깔논쟁’이나
‘개혁지향적인’ 인물영입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색깔논쟁이 보수-진보의 대립축의 핵심부분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총선 후 전개될 지도 모르는 정계개편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
노동자들이 적극 개입하여야 한다. 물론 그 형태가 후보를
낸다거나 노동자후보 또는 친노동자후보에 대한 지지운동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2. 이데올로기 지형
다가오는 15대 총선의 의의가 이렇다면,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방금 살펴본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의 대응방식 이외에,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기존의 정당과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기층대중조차도 ‘보수화’시키고 있는 각종
이데올로기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을 모를 경우 15대 총선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이며, 후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요구할 것인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이미 잘 알고 있는 반북반공이데올로기 이외에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된 이데올로기 중에서 핵심적인 것은 역시
‘성장 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다. 물질적 성장이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보장할 것이라는 신념이 성장 지상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곧바로 ‘목적 지상주의’, 즉
물질적 성장이나 쾌락이라는 목표만 달성된다면 그 과정이나
수단은 탈법적이나 불공정(경쟁)한 것이라도 용납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낳게 된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미국의
실상이 보여주듯이, 성장 지상주의에 기초한 정책과 행동은
단기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는 인간에게 혜택을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연환경의 훼손은 물론 인간성의
피폐를 가져다 주는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서구에서 ‘자연과의
조화와 인간성 보존’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고 여겨진
동양철학에 대해 관심이 점차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장 지상주의와
그 부산물인 목적 지상주의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 노동자들과 중산층을 지배하고 있는 다른 이데올로기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제화 내지 세계화론’이다. 세계화
이데올로기의 내용은 이렇다. 그간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로
국가의 보호라는 든든한 울타리에서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쟁이나
자극을 피한 채 안이하게 살아 왔다. 그 결과, 국경없는
무한경쟁을 특성으로 하는 시장개방 시대에서 살아 남기 어렵게
되었고, 따라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이제
시장을 활짝 개방하고 해외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게 성급하고 대책없이 국내시장을
개방하고 난 뒤, 그리고 그것을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는 한,
세계화 이데올로기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개방을
소극적으로 수용했던 서구나 일본은 물론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미국조차도 무조건 시장을 개방하지는 않았고,
일자리나 소득을 찾아 선진자본주의 국가로 밀입국하려는
중국이나 제3세계 기층대중에 대해서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조차
국경은 엄연히 그리고 강고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것은 시장개방
또는 세계화 이데올로기가 경쟁력이 앞선 미국이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신흥공업국으로 침투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당화 논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이데올로기는 역시 ‘이데올로기의
종언’ 이데올로기다. 소련․동구의 구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서구 사민주의가 실패한 것을 자본주의가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아가 자본주의 이외의 대안은 없음을
입증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종언’ 이데올로기는 국가의 자본에 대한
규제철폐와 시장개방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정당화하거나 저항을 어렵게
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들이 노동자를
비롯한 기층대중에게는 ‘마약’과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중산층은 물론 기층대중에게도 널리 확산된 것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를 대체할 대안적 이념이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만, 한국식 자본주의가 물질적 성장과 그에
따른 혜택의 확산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즉 그간 물질적으로
빈곤한 상태에서 허덕여 오다가 ‘한국형 산업화’인 수출주도형
산업화로 고도성장이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노동자들 중에서도
자가용을 가지고 외식과 여행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물질적인
삶이 풍요로워졌으며, 이러한 삶의 수준이 아직 소수에 국한된
것이지만 다른 대다수의 노동자들에게도 하나의 실현가능한
목표로서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3. 노동자의 대응
노동자나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공언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거의 없고, 노조가 노조의 이름으로 후보를 내거나
선거지지운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등, 노동조합의
선거정치는 일체 금지되어 있는 조건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노조나 노동자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 또는 친노동자 후보를 이번 15대 총선에서 당선되도록
하고 나아가서는 노조와 노동자에게 유리한 구도의 정계개편을
유도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노동자후보를 무소속으로
내세우고, 법이 허용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지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면, 후보등록을 마친 후 노동자가
개인별로 후원회에 가입하거나, 자원봉사자가 되어 선거운동을
지원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일상 대화 속에서 노동자후보에 대한
대화를 자주 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친노조 또는
친노동자후보가 출마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단, 당선 그
자체보다는 노동자의 사회적 신망과 능력 그리고 총선 이후
있을지 모르는 정계개편이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게 하는 여러가지 정책적 과제를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앞에서 본
것처럼 여러가지 조건 면에서 이들 노동자․친노동자
후보가 불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의제민주주의와 선거제도가 갖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즉
우리 노동자들에게 정치란, 노동자 계급이 선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직접 국가권력을 획득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요구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을 노동자대표가
직접 정책결정기구에 참여하여 수립․집행하는 행위, 다른
대표 또는 정책결정권자(대통령, 국회의원, 관료 등)들로 하여금
노동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수립․집행하게 하는 등
국가권력의 행사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선거는 이러한
정치활동 중에서 극히 일부분 또는 일과정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를 선출하는 행위일 뿐 결코 정책 자체를 결정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방금 지적한 대응방식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정책적 대안을 개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이러한 문제들을 노동자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과 실현방안을 검토하되, 노동자 계급의
헤게모니를 위해서 그러한 정책대안들이 노동자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고 농민이나 빈민 등 기층대중의
이익은 물론 가능하다면 중간층의 이익도 일정 정도 실현시킬 수
있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난 봄 민주노총이
사회개혁투쟁에서 제시한 보험관련 정책대안들은 중간층에게
결코 불리한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던 것을
상기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진보적 시민단체와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결합하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 앞의 두 가지 대응, 즉 선거전술과 정책대안 개발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으로서 대안적 이념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장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대안적
이념은 구체적인 선거전술이나 정책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가도록
할 뿐만 아니라, 보수세력이 각종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전파하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대안적 이념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위의 세 가지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고,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여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가진 힘의 근원이 단결된 다수라는 점에서,
그리고 조직적인 힘의 뒷받침 없이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다시 이번 15대 총선에서 노동자들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지원 그 자체에만 집착해서는
안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정책적․이념적 대안이 분명해지고 선거전술을 명확히 할
경우만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라고 하는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극복하고 나아가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이룩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