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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금제도 도입, 개인소유권 증진이라는 화려하나 우울한 유혹

현장에서 미래를  제76호
최원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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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금제도 도입,

개인소유권 증진이라는 화려하나 우울한 유혹!



최 원 탁/연구원





이 글의 목적은 기업연금 또는 폭넓게는 연금기금 전반을 둘러싼 주요 행위자들의 이데올로기와 정책대안 분석을 토대로 현재 논의되는 제도전환 ‘과정’의 정치적, 경제적 의미를 짚어보는데 있다. 주요 행위자들 가운데 자본진영의 이데올로기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제한하며 노동자들의 대응 부분은 신자유주의 비판이라는 입장에서 과제 수준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제시할 것이다.

한편 자본과 국가 진영의 주요 행위자들에 대한 분석은 노동부, 전경련의 제안을 중심으로 이들의 핵심적 내용들을 검토할 것이다.1) 다루어야 할 관련 영역들은 여러 방면에 걸쳐 있지만, 지면의 한계도 있으려니와 무엇보다 이들의 내용들을 읽고 있노라면 짜증나리만큼 동일한 내용들로 도배질 되어 있는 것을 독자들 또한 목격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들 이데올로그들이 서로 베끼기 하는 동종교배에 따른 것이다. 그야말로 신자유주의 임금정책과 사회정책안의 잡종들이요 아종들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부분 역시 존재하는데, 노동계에 대한 대응방식에서 비롯되는 제도전환 시기와 절차 면에서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제도전환에 따른 효과를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가 그것이다. 본문에서는 이 공통된 부분들과 미묘한 차이들이 동일한 의미라고 본다. 전자나 후자와 같은 사실은 이들이 접점하고 있는 전선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이들 사이에 암묵적 역할 분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사실들이 연금관련 제도들의 개혁의 중심에 존재하는 연금기금의 금융자본화 지향, 이를 통해 드러나는 신자유주의의 모순들, 그리고 이러한 전환과 개혁 과정에 내재한 계급적 이해 대립의 측면을 경감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 각 이데올로기들의 통일성과 차이

노동부와 전경련의 논의들은 크게 기존 퇴직금 제도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 정책 대안의 방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이들 사이에 통일성과 미묘한 차이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 먼저 이들의 주된 논의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1) 노동부(2001.12)2)

노동부는 그동안 진행시키던 퇴직금 제도 개선 방안의 최종안(2001.12)을 제출하게 된다. 이들의 논의는 인구노령화와 상대적으로 짧은 노동기간에 따른 부양률의 증대로 인해 보다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제도구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도입으로 그 기능이 퇴색되었고, 일시금 정산이나 낮은 적용률, 근로자간 불평등의 문제, 지급보장이 약한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상호 배타적이면서도 병행이 가능하다는 세 가지 제도 전환 모형을 제안한다.


(1) 제도교체형: 현행 퇴직금 제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임의기업연금제도와 적격 기업연금제도 도입하고 점차적인 법정강제기업연금제도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2) 세대교체형: 신규가입자에게 강제적용되는 법정기업연금제도의 도입(기존 세대에게 선택권 부여)하든지 법정기여율의 일부를 기업연금으로 강제적립시키는 방법이다.

(3) 다층보장체계 구축: 세계은행의 안이기도 한 3층 체계 모델을 뜻한다. 기초공적연금, 기업연금과 호환되는 소득비례연금, 개인연금으로 구성된다. 이때 노동부의 기업연금 도입 안의 경우는 국민연금의 소득비례부분을 적용예외하여 기존의 기업퇴직금 기여분만큼(임금의 8.3%)을 부과하여 완전적립하는 방식이거나 현행 국민연금기여율의 추가 인상분을 기업연금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선택지들을 두면서도 최종안에서 제안하는 기업연금제도 정책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먼저 노동부가 제안한 정책의 기본 방향은 현행 퇴직금 제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기업연금제도를 임의제도로 도입한 후 정책유인(세제정책)을 통해 강제적인 기업연금제도로 점차 전환하는 것으로써, 요약하면 현행 퇴직금 제도의 개혁과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과정들이 뒤를 잇는다. 기업연금법의 제정, 근기법 개정 또는 적격기업연금을 퇴직금에 갈음하도록 하는 것―곧 현행 법정퇴직금제도의 임의화―, 퇴직금 관련 세법의 개정―즉 퇴직금 충담금의 사내 적립에 대한 세제혜택 폐지를 통한 사외 적립의 유도, 퇴직일시금에 대한 세제상의 우대를 제거를 통한 연금화 유도―, 기업연금제도를 임의제도로 도입한 후 일정시점이 지나면―즉, 노사정간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신규세대부터 강제적용하는 조치들 등. 따라서 노사정 합의 사안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임의적인 기업연금제도 도입(확정급여형이든 확정기여형이든), 또는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의 정책적 도입 자체라기보다는 도입 후―또는 현행 법정 퇴직금 제도의 임의화와 폐지 후 강제화하는 시기의 결정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노동부 안의 특징은 현행 퇴직금 제도의 전환 문제가 노사간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에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 기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퇴직금 제도 개선방안의 최종목표가 기존 제도의 부분적 개혁을 통한 사외적립 시스템으로 구조적 전환과 장기적립이며 퇴직적립금의 연금화(annuatization)는 이차적인 목표이다. 나아가 이 같은 사외적립이 가지는 경제적 효율성을 지급보장의 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로 본 점이 특징적이다.3)

지급보장의 강화는 무엇보다 미적립시 기업도산을 감안한 것인데,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사외적립하는 보험사나 투신사가 파산하지 않는다는 보장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외적립을 통해 지급보장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상 도산 위험을 해당 기업에서 금융기관이나 금융시장으로 이동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연기금의 사외 적립을 통해 장기저축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점, 그리고 금융시장의 기초를 든든하게 할 것이고 나아가 경제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는 그야말로 그러한 ‘기대’가 사외적립을 주장하는 주된 이유였다고 볼 수 있다.


2) 전경련(2001)4)

한편 전경련의 경우는 입장이 보다 노골적이고 간명하다. 전경련은 현행 법정 퇴직금 제도가 기업부담의 증가와 이로 인한 신규인력 채용의 감소, 나아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제도 도입으로 소득 상실기에 소득보전을 하던 기능이 상실되었다는 점을 개혁의 논거로 들고 있다. 이로부터 이들이 주장하는 퇴직금 제도 개혁안은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들이 지적하는 현행 법정퇴직금의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1) 국민연금 그리고 고용보험과 그 기능(노후소득보장과 실업급여)이 중복된다. 2) 현행퇴직금제도 가입자는 전체 취업자의 30%밖에 미치지 못해 노동자간에 불형평성이 심각하다. 3) 노동시장의 왜곡, 즉 과도한 퇴직금 급여와 경직된 고용법규 때문에 기업의 신규고용을 막게 되고, 추세와 달리 장기근속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4) 일시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약화되었다. 5) 기업의 노후소득보장분담금이 퇴직금과 국민연금을 포함해 월평균소득의 12.83%나 차지할 뿐 아니라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기업의 복지부담이 가중된다 등(장기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가 18%이상 인상될 것으로 예상할 때 기여율이 최소한 27%에 달한다는 것).

위 근거들을 다시 정리하면 1)과 4)의 내용, 즉 기능이 중복된다느니, 기업의 복지부담이 가중된다느니 하는 말은 결국 기업의 부담을 덜고 싶다는 말이다. 2)와 3)의 경우는 기업의 수익성만을 유일한 가치로 놓고 뇌까리다 보니 기업의 수익성 추구 때문에 생긴 결과들을 원인으로 설명하여, 마치 퇴직금제도 때문에 노동자간 불형평성과 신규고용 억제가 발생한다는 대단히 기만적인 설명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기업연금 도입시 기대되는 효과들이란 것 역시 기업과 자본에게만 유리한 것들이다. 전경련이 제안하는 형태인 확정기여형 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미국의 경우 대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확정급여형 연금의 행정비용이 일반 확정기여형보다 비용이 더 적다고 한다. 그 외에 기업연금이 통상 퇴직과 동시에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퇴직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일종의 가교연금의 효과를 가진다는 점 또한 고용가능연령 축소에 따른 부담을 사적인 메커니즘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으로써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또 기금 안정성 문제 역시 기업연금제도로 전화하는 것의 순효과는 될 수 없는 것으로―예를 들어 현행의 임금채권보장제도를 강화하거나 부담금 인상 역시도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기금안정성 문제의 핵심을 비껴 가는 것이다.

이런 근거들이 어떤 도입방안으로 이어지는지를 보면 이들의 의도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1) 먼저 제도도입시 제시하는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 방안부터 보자. 퇴직금을 사외적립 할 경우 기회비용으로 인정해서 그 적립금의 대출이자 만큼에 대해서 기업주의 보험료 기여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경영성과가 반영되도록 하고 기여율 역시 최저임금수준 선에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핵심은 국가가 기업에게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여 기업이 기업연금제도를 적극적인 경영수단―인력관리정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2) 다음으로 구체적인 제도유형인 확정기여형 그리고 국민연금 이원화 및 연계 안을 보자. 이들이 제시하는 개선방향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단지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그치지 않고 공적연금(국민연금)의 변화를 동반하는 플랜일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 하에서 장기적으로 기여율이 높아져 기업의 부담능력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기초부분과 소득비례부분으로 이원화하고, 소득비례부분 대신 기업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당연히 기업연금제도는 신설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일시금 제도인 현행의 퇴직금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말하자면 공적연금을 부분민영화 또는 시장화하자는 것인데, 이 대목에서 핵심은 이후 국민연금 보험료가 인상될 때에 기업 분담금의 인상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지출하지 않고 기존 퇴직금에서 가져다 지출해야 한다는 주장에 있다. 이 주장 역시 앞서 자신이 퇴직금 제도의 문제점으로 제시했던 근거와 동일한 발상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 외에 노동자들이 이직 시 수급권을 자유로이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감독체계확립 요구―기업연금 운용사가 파산했을 때 공적인 보호장치 마련이나 노동자들에 대한 사전교육5)―등은 기업연금제도 자체의 시장조건을 확보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전경련이 요구하는 것은 기존의 법적퇴직금을 임의화한 것에서 더 나아가 기업연금운용사와 개별 노동자 사이의 관계로 전환시키도록 조치함으로써 국가가 직접 강제하던 것마저도 제거하는데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이들이 근거하고 있는 개혁 배경 또는 의도에는 약간의 차이 역시 존재하긴 한다. 대표적으로 노동부(2001)의 경우 상당부분 인구노령화와 상대적으로 짧은 노동기간에 따른 부양률의 증대로 인해 보다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제도구비가 필요하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반면 전경련(2001)은 기업부담이 증가하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한 신규인력 채용의 감소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오류에 기반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노동부의 시각이 노동자의 퇴직소득보장이라는 전통적인 계급투쟁의 사안을 마치 인구학적 변동의 산물인 것처럼 왜곡시켰다면, 전경련은 기업의 수익성 재고를 위해 인력감축을 함으로써 실질적 부양층의 감소, 또는 임금인하를 통해 부양능력의 감소를 초래한 인과관계를 거꾸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결과를 원인으로 설명하는 동일한 오류를 범한다.

오히려 이들의 차이는 각각,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려는 목적을 설명함에 있어 암묵적으로 역할 분담하는 상황에 있다. 앞서도 지적하였듯이 노동부는 주요한 고려사항으로 노사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 주목하고, 기대 측면에서는 기업연금을 금융시장활성화의 방안으로 인식하고 있다.6) 반면 전경련은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정부 관련부처의 조정에 주목하고, 기업연금을 적극적인 경영수단―인력관리정책―으로 인식한다.7) 전경련은 퇴직금의 적립제도로의 전환이 가지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 해당 연기금이 국공채 매입이나 대기업 주식 매입으로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금융시장활성화 효과로 연결시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태여 언급하지 않더라도 확정기여형의 경우 일반적인 투자패턴 상 금융시장 확대에 어떤 형태와 결과로든 복무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이들이 대치하고 있는 접점에 따라 강조점을 달리 두는 미묘한 차이는 사실상 지양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들의 논의의 미세한 차이들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제도의 내용과 본질 면에서 지양되고 통일된다. 그 내용은 궁극적으로는 장․단기적으로 현행 퇴직금 제도의 폐지와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모아지며, 다만 시기와 예정된 절차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또한 제도 전환의 계급적인 성격의 본질은 공히 위험부담의 주체를 기업에서 노동자에게로 전가시킨다는 점에 있다.



2. 위험한 논리

노동부 안과 전경련 안은 공히 사외 적립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퇴직금제도를 단계적이든 일시적이든 제거하는 것이다. 노동부안은 좀더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치 제도적 약점을 보완하는 과정처럼 더욱 보이게 한다. 그러나 그 내용적 핵심은 단계별 진행, 또는 세제 및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세계은행이나 OECD가 권고하는 영․미식의 3층 연금모델을 제안하는 데 있다. 이 대목에서 본고가 중요하게 보는 점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연금관련한 제도를 보완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보장영역의 제도들을 축소하는 동시에 개인소유권 증진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문제의 이 개인소유권 증진의 내용은 제도적으로는 사외적립되는 기업연금제도의 증진과 개인연금제도의 증진이다. 이들이 제출하는 기업연금도입안이란 단지 기업연금제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퇴직소득보장제도 전반의 구조적 변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정책의 요소를 갖추게 된다. 구체적으로 연금재정방식 면에서 선별적이고 차별적인 조세정책과 제도적, 법적 지원이라는 사회정책적 지원을 통해 확정기여형 연금제도을 도입하고 육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3층 모델로의 점진적 또는 급진적 개혁을 통해 퇴직소득 보장에서 공적부분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사적부분으로 중요 부분을 점차 이양한다는 점을 뜻한다. 특히 이것은 빈곤층에 대한 관리까지를 사적 영역이 담당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정책의 요소를 갖추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제도적 전환은 기업지배구조를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기초를 제공하는 동시에 일정 소득 이상의 계층을 포섭하는 기제로 사용된다.8)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의 관련 때문에 보다 폭넓은 계급에게까지 새로운 타협을 확장시키는 것이 신자유주의 생존의 핵심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확정기여형 연금제도의 전면적, 또는 단계적 도입과 육성은 기여율만이 확정되어 있고 급여율은 투자 실적에 따라 결정됨으로써 퇴직소득과 관련하여 투자 리스크를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기제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생존가능성이 없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온전한 피해자는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소득측면에서의 손실 가능성을 별도로 하더라도, 오히려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의 퇴직소득을 금융시장에서의 수익성과 연동시킴으로써 반드시 적대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이해와 주주가치의 이해가 동일한 것처럼 사고하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소진시키고 왜곡시킨다는 점에 있다.9)

이처럼 퇴직금 제도의 기업연금으로의 전환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들은 개인소유권의 증진, 퇴직소득과 관련된 리스크를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동시에, 퇴직소득을 위한 연기금이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 과정에 볼모화되는 계기이다.10) 또한 총임금의 감소를 통한 이윤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노동자들을 피폐화시키는 경로이다. 이것이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 하에서 기업연금제도 도입, 또는 기업복지의 정치학이다. 불경스럽게도 이러한 사실은 OECD나 세계은행의 권고들과 친화성이 매우 높기까지 하다.11)



3. 거부!

본문에서 본 것처럼 기업연금제도 도입은 그 자체로 논의될 수 없고 기존의 연금제도 전반의 재구조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특히 노동자들의 재생산과 밀접히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금융화에 깊이 관련된다는 점을 연금 관련 부르주아 행위자들의 논거를 중심으로 비판하였다. 그리하여 현재 논의되는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이나 나아가 금융화의 온전한 수혜자는 결코 노동자들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은 개인소유권 증진이라는 화려하지만 우울한 유혹이다.12)

연금민영화나 적립형으로의 전환 논리에 깊숙이 자리한 시장중심의 경제 강조와 주식시장 만능주의는 사실 무근이다. 예컨대 사회복지제도 민영화 주장의 핵심적 특징을 보더라도 사회복지 제공을 위해 “자본시장을 활용”―서구, 중앙․동유럽, 미국, 남미 등에 세계은행이나 여타 집단들이 제안하는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를 위한 주식시장의 혜택을 지지하는 이들의 권고들이란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주식시장의 이용을 통한 연금급여의 민영화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연금을 제공하지도 않을 것이며 경제성장을 가져오지도 않을 것이다. 민영화는 국가 역할을 축소시켜 주식시장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써 전혀 전제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13)

그렇다면 노동자들에게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더 많은 부분들을 고려해야겠지만 놓칠 수 없는 사실은 어찌 어찌하여 금융시장에서 연기금을 통해 일종의 ‘우회하는’ 노동자들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이 노동운동 내 합의주의적 편향과 조응할 법하다. 그러나 퇴직소득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기금을 금융화 과정에 깊숙이 결속시키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생존전략으로써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안은 문제원인의 반대다. 노동자적 대안은 착취를 통한 자본의 이윤추구에 반대하는 것이다. 퇴직소득제도는 수익성이 아닌 보장성이 우선 되어야 한다. 이는 혹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구노령화 논리의 오류에 기반한 재정안정성 및 장기지속성, 또는 사외 적립을 통한 보장성 제고 운운과는 정반대이다. 이들은 사회적 협약의 문제로 등장하고 본질 면에서는 계급투쟁의 문제인 퇴직소득 보장 사안을 기껏해야 개인소유권 문제로 왜곡시켜 접근한다. 또한 여하한 형태로 제안되는 축소 논리들을 구별하고 거부해야 한다. 또한 혹자는 중소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파산율을 감안해 사외적립된 확정기여형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핵심은 아니다. 정부는 선별적인 조세정책을 통해 퇴직금제도를 지원해왔고 지금은 사외적립된 기업연금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행 법정퇴직금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면, 결국은 실제적인 보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른 것이다. ‘이연임금’14) 형태의 노후소득보장은 사외적립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제도적 보장에 관련된 문제이다. 오히려 보장성의 문제라면 본문에서도 지적한대로 현행의 임금채권보장제도를 강화하거나 기업부담금을 인상하는 방법, 또는 대기업의 부담률을 조정하여 퇴직금 풀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노동자간 소득 불형평성을 줄여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요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의 부담을 제거하는 형식이나 금융화하는 형식을 반드시 거부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이데올로그들이 이야기하는 논거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전제와 의도―자유로운 금융시장의 발달이 경제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과 그 이면에 온전한 피해자는 노동자라는 점―를 정면으로 거부해야 한다. (2002.4.29.) 

한/노/정/연


1) 그 외에 보험사나 증권관련 싱크탱크들의 논의, 그리고 OECD나 세계은행의 논의들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지만 본 지면에서는 제외한다.


2) 한국노동연구원, ꡔ퇴직금제도 개선방안ꡕ, 2001.12., 노동부.


3) 노동부(2001.12.), p.34.


4) 최성수, 「법정퇴직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민연금제도와의 연계 및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을 중심으로」, 전경련 조사연구자료 ECO 20010-23, 2001.12.(출처: http://frki.or.kr)(검색일: 2002년 3월 2일)


5) 사전교육에 부쳐 말하자면, 예컨대 단순히 자신의 기업연금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관심 갖는 것으로부터 기업연금 운용사들을 비교하는 것, 또는 주식시세에 주시하면서 운용사를 바꿀 것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등 기업연금제도 도입은 노동자들 내에서 일종의 대중투자문화 형성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Harmes, Adam, “Mass investment culture”, New Left Review, 9, May/June, 2001 참조). 그 외에 우리사주제를 통해 노동자를 기업의 논리에 결속시켰다면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이 결과할 것은 자기 회사뿐 아니라 그 외연을 일반적인 주식시장으로 넓힘으로써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6) 한국노동연구원(2001), ibid., p.31, 35.


7) 전경련(2001), ibid., p.60; pp.43~45.


8) “일정부분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중간계급은 가장 느슨한 자본주의적 규율이 자신들의 생활수준을 증대시키고 계급경계가 점차 폐지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실제로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호의적인 시기는 지나가 버렸다.” G. Dumenil, Neoliberalism: Nature, order, disorder, and future, October, 16, 2001, p.14. 뒤메닐의 신자유주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인용문에서처럼 신자유주의의 예견된 실패에 대한 전망 자체와 근거는 공유가능한 직시이다.


9) 주주가치 추구는 노동자의 부가가치 추구와 배치되며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Tony Culter and Barbara Waine, “Social insecurity and the retreat from social democracy: occupational welfare in the long boom and financialization”, 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8:1 Spring 2001 참조.


10) 자본에 대한 민간연금시스템의 매력! FranCois Chesnais, 「금융지배적인 세계적 축적체계의 출현」, ꡔ한국사회에 주는 충고ꡕ, 삼인, 1998, p.175.


11) “1999년 퇴직금으로 인한 전체 부채 중 약 10%만이 사외의 자산에 의해서 충당이 되었다. 이러한 사외 적립금 운용 실패는 장기적인 자본시장 발전 기회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들 기금은 부채에 대한 담보로 사용되거나 기업에 재대출되어서 운용자금으로 사용되었다.” OECD, ꡔOECD 한국경제보고서ꡕ, 재경부, 2001.9., p.108. OECD는 노동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다층연금제도와 거의 동일한 제안을 한 바 있으며(ibid., 145), 세계은행(1994)의 안과도 거의 동일하다. World Bank, Averting to the old age crisis, Oxford Press, 1994. 참조. 한편 OECD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금융에 대한 탈규제는 금융화 전략의 포괄적인 진행과정에서 첫 번째 조치이며, 보험과 연금펀드 산업이 이 과정에서 핵심산업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http://www.oecd.org/pdf/M00024000/M00024912.pdf(검색일: 2002.4.20.), p.39.


12) 요즘 자본금융화의 순효과는 가계파산의 확대 조짐으로 악화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노동자들의 수입을 투자자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많은 금융상품들을 개발하여 소매금융영업에 주력하고 틈새시장을 뚫고 펀드를 조성하여 노동대중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은행대출, 고수익을 선전하며 깡통 차게 하는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까지 금융화 과정에서 소매금융의 확대로부터 연금기금의 금융자본화 과정은 결코 노동자에게 수혜를 줄 수 없다. 사회진보연대, 「자본의 금융화가 민중에게 되돌려주는 것, 생계파탄: 최근 가계 빚 급증 문제에 대해」, ꡔ사회화와 노동ꡕ 제129호, 2002.4.11. 참조.


13) Minn, Richard, “Financial markets and pension funds”, The cold war in welfare: Stock markets versus and pensions, Verso: London․New York, 2001, p.XV.


14) 퇴직금이나 기업연금을 보는 시각에는 기업주가 제공하는 시혜로 보는 시각, 이연임금으로 보는 시각, 노후소득보장의 성격으로 보는 입장 등이 존재한다. Davis, E. P., Pension fund, Retirement-income security, and capital market: An international perspective, Clarendon Press, Oxford, 1995 참조. 그러나 시혜로 보는 시각을 제외한다면, 후자의 두 시각의 차이는 급여 형태가 사실상 일시금이냐 연금이냐의 차이에 한정된다.


2002-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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