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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행위와 노동조합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현장에서 미래를  제78호
유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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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행위와 노동조합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유 성 규
노무법인 참터 책임노무사





1. 들어가며
최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이후에는 어김없이 사용자에 의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가 뒤따른다. 이와 같은 사용자의 법적 대응은 노동조합 자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조합 간부나 조합원의 재산, 급여에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데, 이는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쟁의행위 이후에 단순히 자신의 재산상 손해에 대한 전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한 압력 행사를 위해 소를 제기하는 것이고, 이것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사용자의 법적 대응에 대하여,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노동조합은 자신의 요구사항의 관철이 단체교섭을 통해서는 힘들다 판단되면 파업, 태업 기타 쟁의행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상 책임은 물론 민사상 책임이 면책된다. 결국 주체ㆍ목적ㆍ절차ㆍ방법 및 수단에 있어 정당성을 확보한 쟁의행위라면, 사용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이에 대한 보전조치로서 가압류를 하더라도,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은 재산상 타격이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문제는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되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위법한 쟁의행위의 경우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노조간부나 조합원에 대해서까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으며, 법원 역시 이와 같은 사용자의 청구를 받아들여, 노조간부나 조합원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점과 현실적으로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 문제가 되며, 이에 대한 입법적, 사법적 재고찰이 필요하다.
이하에서는 노동조합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인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의 손해배상책임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고, 문제가 되고 있는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귀속’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쟁의행위 정당성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7조는 ‘쟁의행위의 기본원칙’으로 ‘쟁의행위는 그 목적ㆍ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된다’ 하고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주체, 목적, 방법 및 절차 속에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일반적으로 주체, 절차, 목적, 방법 및 수단, 단체협약상의 평화의무, 기타관계법령 속에서 판단된다. 쟁의행위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그 내용이 방대하고 학설상 이견이 존재하므로, 이하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밀접히 연결되는 ‘쟁의행위의 수단’, 즉 ‘쟁의행위의 태양’을 중심으로 그 정당성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문제를 살펴보도록 한다.

1) 파업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중 가장 일반적이고 일차적인 수단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노무의 제공을 전면 중지하는 것이다.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및 절차 등에 있어 정당성이 확보된다면, 쟁의행위의 수단이 단순한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데 그치는 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체, 목적 및 절차 등에 있어 흠결이 발생한다면 노동조합 및 조합원은 불법행위 아니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2) 태업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태업이 근로의 불완전한 제공에 그치는 한,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경우 태업은 파업의 경우와는 달리, 근로를 제공하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근로의 제공에 상응한 임금만 지급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원료나 기계 등을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

3) 피켓팅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피켓팅은 파업ㆍ태업과 같이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직접적으로 저해하지는 않으나, 비노조원이나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사용자를 압박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쟁의행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피켓팅의 경우, 비노조원에 대한 물리적 대응으로까지 격화되지 않는 한 이 자체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발생되지 않는다. 나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피켓팅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제반의 사정을 고려하여 일정 정도의 물리적 실력 행사라도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학설의 견해이다.
4) 직장 점거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는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1조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 법 제42조 제1항에서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시설을 말한다. 1.전기ㆍ전산 또는 통신시설 2.철도(도시철도를 포함한다)의 차량 또는 선로 3. 건조ㆍ수리 또는 정박중인 선박, 다만, 선원법에 의한 선원이 당해 선박에 승선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4. 항공기ㆍ항행안전시설 또는 항공기의 이ㆍ착륙이나 여객ㆍ화물의 운송을 위한 시설 5. 화약ㆍ폭약 등 폭발위험이 있는 물질 또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한 유독물을 보관ㆍ저장하는 장소 6. 기타 점거될 경우 생산 기타 주요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를 가져오거나 공익상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시설로서 노동부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정하는 시설
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점거될 경우 생산 기타 주요 업무가 정지되거나 국민의 생활에 중대한 저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시설에 대한 점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 소정 시설에 대한 점거가 곧바로 파업의 위법성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 판단되며, 구체적으로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였는지 생산 기타 주요 업무를 실질적으로 저해하였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판 1991.6.11, 91도383 대한교육보험사건; 대판 1990.5.15, 90도357 서울지하철공사사건.
설사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한 배타적ㆍ전면적 직장점거라 하더라도 만약 사용자의 위법한 행위에 대하여 행해진 것이라면 그 자체로 정당성을 부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이에 비추어, 직장 점거가 정당하게 행해졌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3.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의 귀속 문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책임이 노동조합, 조합간부, 조합원 중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는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간부 및 조합원 개인에게도 그 책임이 귀속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간부나 조합원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하급심 판례 중 단순가담자의 책임을 부정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창원지법 1992.10.8, 91가합3079[금성사사건]; 인천지법 1991.10.24, 90가합15200[봉신중기사건]). 그러나 조합간부나 단순가담자를 구분하지 않고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는 공동불법관계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 다만 그 책임의 정도를 달리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쟁의행위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노조간부나 조합원 개인에게까지 인정하는 현행 판례의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수반하고 있다.

첫째, 헌법상 단체행동권에 대한 제약이 발생한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의 구체적 실현이다. 그러나 쟁의행위에 대한 노조간부나 조합원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그 자체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쟁의행위는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의 극한 갈등상황을 의미하므로, 그 정당성의 확보는 매우 유동적이며 상황에 따라 위법한 쟁의행위로 변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한 조합간부나 조합원의 적극적 노조활동 참가는 어려워지게 되며, 이는 단체행동권 보장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진행되는 사용자의 ‘가압류’가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단순히 조합간부나 조합원 개인에 대한 압박을 위해 진행된다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사실이다.

둘째, 책임 정도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불가능하다.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에 의한 집단적 행위로, ‘결의’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줄곧 그 ‘집단성’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위법한 쟁의행위에 있어 노조간부나 조합원 개인의 책임 정도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쟁의행위 속에서 개인의 행위는 집단 의사에 구속을 받으면서, 조직적․통일적 행동 속에 매몰되어 버리기 때문에, 노조간부나 조합원 개인이 책임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판례는 노동조합과 노조간부, 조합원 개인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움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는 결국 사용자로 하여금 전체 손해배상액을 노조간부나 조합원개인에게 각각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사용자의 의한 노동조합의 압박을 현실적으로 가능케 하고 있다.


4. 맺으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쟁의행위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은 그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에 한정된다. 따라서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나 ‘가압류’에 대해서, 노동조합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사용자가 오로지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에 대한 압박을 위해 소를 제기하거나 가압류를 진행할 경우, 이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소정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쟁의행위가 정당하다면,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나 ‘가압류’는 단순한 압박에 불과함을 조합원에게 충분히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이나 고소ㆍ고발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와 같은 사용자의 압박이 가능한 것은 위법한 쟁의에 대한 노조간부나 조합원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판례나 관계법령이 존재하기 때문이므로, 헌법상 단체행동권 보장의 취지 속에서 이것이 재고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판단된다. 한/노/정/연

2002-07-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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