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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새 얼굴

현장에서 미래를  제79호
먼슬리 리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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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새 얼굴*

성장둔화, 과잉자본, 부채누적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편집부

1)




최근 오랫동안, 미국을 비롯한 선진 자본주의 경제는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25년간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이 시기(낮은 경제성장을 경험한 시기)에 경제호황의 완성이라 불릴 수 있는 주기적 경기상승과 오랜 경기팽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경제성장률 하락은 수십년간 지속되었다. 지난 30년간 계속된 구조조정과 위기가 전파된 대부분의 저개발국에서 급속히 악화된 조건, 세계 자본주의가 현재 직면한 경기후퇴의 심각성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사실(경제성장률 하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의 둔화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어떻게 성장해왔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 기간에 걸친 미국의 GDP성장변화를 그림1에 나타내었다. 그림의 세로축은 변화율을 나타내는데, 세미로그(semilog)로 나타내어 변화폭이 일반적인 수학적 범위와 다르다. 따라서 2,000와 3,000이 나타내는 차이는 50%의 증가를, 3,000과 4,000 사이는 33.3%의 증가를 나타내도록 거리를 조정하였다. 이 그림에서 (점선으로 그려진) 직선은 작은 변화폭을 무시할 때, 1950년에서 1970년 사이의 변화율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매년 약간씩 추세선을 벗어나 있긴 하지만, 1950~70년의 20년 동안 생산된 총재화와 서비스 평균성장률은 분명한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1950~70년 사이의 추세와 1980~2000년 사이의 실질성장률간의 격차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 주목하자. 1950~70년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면, 2000년 경제성장률이 실제보다 약 20%가량 높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성장둔화의 의미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변화는 위로부터 시작된 계급전쟁기간 동안 일어났다. 오늘날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일반 국민의 경제생활을 핍박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대해 공공부문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Bill Moyers)는 다음과 같이 썼다. “자본가와 정치가 집단은 우리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운다. 20년 전 계급전쟁을 선포한 것은 그들이며, 승리한 것도 그들이다. 그들은 꼭대기에 있다.”(The Nation, November 19, 2001)


<그림 1> GDP 변화 (단위: 10억달러, 1996년달러)

* 출처: the Survey of Current Business 표 2A (2001.8)

이러한 현저한 성장둔화는 (소위 신경제라 불리는) 기술부문의 주된 도약과 제3세계의 착취를 심화시키는 세계화의 확대와 더불어 일어났다. 컴퓨터와 인터넷과 같은 정보기술의 발전―오직 사무직과 재고관리 등에만 충격을 주는―은 자본주의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주요한 자극을 주지 못했다. 정보기술의 공헌은 아직까지는 20세기 경제사를 지배하는 자동차 중심의 육상운송 시스템의 발전이 경제성장에 미쳤던 장기적이며 지대한 영향에 조금도 미치지 못했다.

침체국면에도 불구하고, 중심부 국가의 자본은 분명 최근 수십년간의 세계화 흐름으로부터 가장 큰 이윤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이는 다음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제3세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표 1> OECD와 개발도상국의 연평균 일인당 국민소득 증가율 중간값a

 

1960-1979

1980-1998

OECDb

3.4

1.8

개발도상국c

2.5

0.0

a 이 표의 숫자는 주어진 기간에 걸친 연평균 일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의 중간값이다. 중간값은 그룹 내의 절반이 주어진 평균 성장률보다 높고 절반은 낮은 지점이다.

b 유럽의 선진산업경제,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c 여기서 개발도상국은 중국,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탈사회주의 국가를 포함한 모든 개발 도상국을 포함한다.

* 출처: 로버트 헌터 웨이드(Rebert Hunter Wade), “Is Globalization Making Would Income Distribution More Equal?” (Development Studies Institut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원출처: 윌리암 이스털리(William Easterly), “The Lost Decade: Explaining Developing Countries Stagnation 1980-1998”, typescript, World Bank (2000.1) http://www.worldbank.org/research/growth/padate.htm


이 표는 세 가지 중요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 1980년대 이후 성장률의 감소는 일반적으로 산업화된 나라에서 전형적이다. (2)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부유한 나라들의 1차산품 수요가 식민지에서 이제 막 벗어난 가난한 나라들의 성장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 게다가 초기 성장이 막 일어나려는 시점에서의 대부와 투자 역시 중대한 기여를 했다. (3) 그러나 부등가 교환과 저발전의 심화는 궁극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선진국이 주장한 전략을 받아들였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성장은 저임금 노동력을 찾는 다국적 기업에 의해 촉진되었고 자금은 해외 은행에 의해 공급되었다. 이는 더욱 많은 경제적 잉여가 부유한 국가의 이윤으로, 채무 이자로 사라짐을 의미한다. 불공정한 무역 조항, 동일한 시장에서의 경쟁의 증가, 중심부 경제의 성장둔화 이 모든 것이, 많은 가난한 나라들로 하여금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게 하고 제3세계의 외채위기와 결정적인 성장률 감소를 가져왔다.

그러므로 제3세계는 거의 예외 없이 지난 20년간 성장률의 심각한 감소로, 많은 경우 마이너스 성장으로 인해 고통받았다. 심각한 경제위기와 아르헨티나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외채무 불이행(default)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난한 나라들과 제3세계 많은 나라들의 상황은 지금과 같은 전 지구적 침체기에, 심각함을 넘어 한계지점에 이르고 있다. 자유주의(liberal)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은 2000년 그의 저서, ꡔ폴 크루그만의 불황경제학ꡕ(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에서 금융불안정을 가져오고 특히 저개발국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한 1995년 멕시코 금융/외채 위기와 1997~98년의 아시아 위기가 십중팔구 3막극 중 처음 2막에 해당하며, 2001~2002년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둘러싼 재앙은 분명히 이 3번째 막의 시작을 예고한다―그러나 연극의 남은 부분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우리는 아직 모른다.



과잉 자본으로의 경향

1990년대 후반에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경기 순환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보 시대”의 “신경제”는 매우 효율적이어서 자본가들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생산에 있어 진짜 장애물은 자본 자신”이라는 칼 맑스의 통찰은 여전히 진실이다. 경제침체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투자율이 최종 수요 성장을 초과하는 경향이다. 급격한 생산 증가는 경기상승기 활발한 수요 성장을 충족시키고 시장점유를 늘이기 위해 필요하지만, 과잉 생산 설비(유휴 공장과 시설)를 낳는 원인이 된다. 어떤 시점에서는 수요 증가가 기업의 생산계획에 미치지 못하여, 대량의 유휴 생산설비와 재고를 지니게 된다. 기업은 상당한 과잉 설비―때로는 “자본 과잉”이라 여겨지는―에 직면하여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추가적 투자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대통령경제자문기구(Council of Economic Advisers)가 발행한 The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2002)지에 따르면, “경제내 자본량이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 요구되는 양보다 많을 때 자본 과잉이 촉진된다. 자본 과잉 같은 현상이 사업계획과 정책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기업은 종종 자본 지출계획을 수정하고 투자 지출을―때로는 매우 갑작스럽게―감소시켜야 한다.”(p.39)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계속적으로 투자의 주요 장애물이 투자 자신이라는 사실에 부닥칠 것이기 때문에, 독점 자본주의에서 생산 설비의 과도한 확장에 대한 문제는 실질적인 해답을 구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투자가 유용함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최종 생산물 시장의 포화상태에 의해 제한된다. 따라서 경쟁이라는 지속적인 추진력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각 거대 기업의 투쟁은 투자의 유용한 측면을 그 반대로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과잉 설비는 독점 자본주의의 경기 침체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대 기업들은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을 감소시키기보다는 설비가동을 줄임으로써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이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을 통해 예상할 수 있다).1)

제조업에서 설비가동의 장기적인 감소는 그림2에서 볼 수 있는데, 10년 주기의 평균 가동량으로 나타나 있다. 그림에서 나타난 시기 중, 가동량이 높은 지점은 1964~1975년의 10년이고, 반면에 낮은 지점은 1975~1984년의 10년이다. 예비 자료에 따르면 2001년이 1983년 이후로 가장 낮은 연 설비 가동률을 (가장 높은 과잉 설비를) 보였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기업들은 대량의 과잉 설비와 재고에 직면하였을 때 극도로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성장둔화는 심화된다. 이런 현상은 하이-테크, 특히 고도의 통신기술 분야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The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2002)에 따르면 “특히 정보와 통신 기술 분야와 같은 몇몇 부문들은 ‘신경제’의 잠재력을 과도하게 평가하여 생산설비에 과도하게 투자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경제 전체 기업들이 2000년과 2001년 총수요 감소의 확장에 충격받았고, 이에 따라 적정 자본량 경로를 하향조정해야만 했다.”(p.40)


<그림 2> 제조업 평균 설비가동률의 10년 주기 이동 평균

* 출처: The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2002) 표 B-54에서 산출



생산성이라는 만병통치약

성장둔화에 직면하여 경제학자들은 종종 생산성 증가를 만병통치약으로 꼽는다. 제조업은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원동력으로 여겨지는데, 왜냐하면 제조업이 자본주의의 자기확장을 위한 내부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는 다음과 같다. (1) 기술 진보와/또는 노동 집약도 상승이 지속적인 노동 생산성 증가를 가져온다. (2) 자본으로 축적되는 최종 잉여는 가격을 감소시키고/또는 임금을 상승시킨다. (3) 둘 중 하나는 수요를 증가시킨다. (4) 수요 증가는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에게 생산 증가의 촉진제가 된다.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이쯤 해두자. 1980년과 2000년 사이에 발생한 일들은 이와 하나도 맞지 않다. <그림 3>은 (물가가 통제된) 제조업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과 제조업 생산성(시간당 생산량)을 비교한다. 이제 1980년 이래로 두 지표 사이의 엄청난 간격을 살펴보자. 수요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격감소도 임금상승도 일어나지 않았다. 실질 임금 정체에서 비롯되어, 점점 확대되는 시간당 생산량과 시간당 실질 수당의 차이는 1980년이래 생산성 증가에서 오는 거의 모든 이익이 자본의 잉여로 귀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제조업 부문은 일인당 생산량 증가를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추지도 임금을 상승시키지도 못했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부족과 함께) 생산 증가를 위한 유효 수요 증대를 가져오지 못했다. 대신에, 그림4에서 볼 수 있듯이, 일자리의 상당부분이 저임금과 파트타임으로 악명 높은 서비스 부문의 고용이 증가했다.


<그림 3> 제조업의 시간당 생산량과 일인당 시간수당 (1950=100)

* 출처: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Mafor Sector Productivity and Costs Index, 제조업 시간당 생산량(Series ID: PRS30006092)의 변화와 시간당 임금(Series ID: PRS30006091)의 변화에서 산출.


<그림 4> 부문별 풀타임 노동자 비율

* 출처: National Income and Product Accounts 표 6.5A, Bureau of Economic Analysis(2001)



산더미같은 부채

채무는 정상적이고, 실제로는 필요한, 자본주의 경제의 필수 구성요소이다. 채무는 해외 무역을 용이하게 하고, 계절별 산업의 운용자금을 제공하고, 민간기업에 투자를 보충하고, 국가 채무로 수입과 지출간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채무는 또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차 또는 가구를 사는 데 충분한 저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구매가 신용으로 이루어질 때, 주택 융자나 신용카드를 담보로 한 대부로 인해 경제활동이 촉진된다. 자본가가 돈을 빌려서 새로운 공장이나 소매점을 건설하거나 병원이 새로운 부속건물을 짓기 위해 대부받으면, 처음에는 건설 기간 동안의 일자리 창출로, 이후에는 새로운 설비를 확충하고 제공함에 따라 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림 5>에서 볼 수 있듯이, 1980년과 2000년 사이에 부채의 역할에 있어 뚜렷한 변화가 일어났다―바로 그 시기가, <그림 1>에서 보았듯이, GDP성장이 결정적으로 둔화된 시기이다. 1945년부터 1980년까지는 GDP대비 총부채가 비교적 균일하게 나타났다. 2차 세계대전 경비로 대부분 지출되었던 정부부채가 감소된 만큼 다른 모든 부문―기업, 소비자, 금융기관―의 채무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80년 이전에도, 상대적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이 민간부문(공공부문이 아닌) 채무사용에 크게 의존했다. 이 채무는 소비자 구매와 추가적 생산설비 건설의 촉매제로, 투기 활동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1980년 이후에 민간 채무의 성장은 무척 빠른 속도로 진동하며 상승했다. 다시 말해서 채무는 경제가 지속되는데 있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2000년 민간 채무는 GDP의 2¼배가 되었고, 반면에 총 채무―민간 부문 더하기 정부부문―는 GDP의 3배에 달한다. 자체의 채무의존성이 채무 수요를 더욱 증대시켜, 생산적인 경제는 이제 온전히 산더미같은 채무에 좌우되고 그늘이 드리워졌다.

채무의존성 증가에 있어 특히 불길한 점은 금융 부문이 총 채무의 지속적인 증가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다시 1980년이 경제 변화에 있어 중대한 고비임을 알 수 있다. <그림 6>에서 볼 수 있듯이, 1945년부터 1980년까지 GDP대비 금융채무가 20%까지 증가했으며 이후 20년간 거의 70%까지 증가했다. 이제는 금융 문 단일채무 총액이 GDP의 거의 90%에 육박하며 비정부부문 채무 총액의 35%를 넘어서고 있다.


<그림 5> GDP대비 부채비율

* 출처: Flow of Funds Accounts of the United States, Annual Flows and Outstandings에서 산출된 부채.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표 L1). GDP-U.S. Department of Commerce, Survey of Current Business (2001.8)


(금융을 포함하여) 기업 부채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미 상당히 침체되어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부문의 채무 증가는 지금까지의 경기침체를 비교적 가볍게 한 주된 요인 중 하나였다. 노동자들은 수십년 동안 실질임금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실업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현상은 돌출적인 현상이 없다면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1990년대에 처음으로 미국의 가계 부채가 개인 가처분 소득의 100%를 넘어섰고, 일본, 독일, 영국을 포함한 여타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가계 부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Economist, January 26, 2002, pp.22~23).



카지노 자본주의

위에서 논의하였듯이, 서비스 부문은 투자와 고용에 있어 중대한 분야가 되었다. 마지막 출구는 투기―실제로, 도박의 다른 표현일 뿐인―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부문은 더 이상 생산, 고용, 투자의 필요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1980년대 초에 금융부문은 자체적으로 이익을 낳는(money-making) 형태로 더욱 성장했다. 특히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을 보면 명백하다. 파생상품은 다른 금융 수단으로부터 가치를 “파생하는(derives)” 금융 수단이다. 예를 들어, 선물(先物)거래는 미래 어느 시점에서 주식이나 채권같은 다른 금융 수단을 구매하기로 약정하는 것이다. 파생상품은 수익과 손실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파생상품이 기반하고 있는 이자율이나 주식 가격이 오르면, 파생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급등할 수 있다. 반면 기초 금융 자산이 감소하면, 파생상품의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금융 가치의 등락 속도는 개인 투자자에게 위험을 더한다. 경마에서처럼 어떤 투자자는 잃고, 다른 투자자는 이익을 얻는다. 여기서 위험은 금융부문 전체나 중요한 부분에 더해지므로, 경제 전반에 위험을 준다. 그 이유는 이런 투기는 차입금 투자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 구매자는 투자액의 5%를 가지고, 95%를 은행대부로 받아 투자할 수도 있다.


<그림 6> GDP대비 금융부문 부채비율

* 출처: 금융부문 부채-Flow of Funds Accounts of the United States, Annual Flows and Outstandings,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표 L1) GDP-U.S. Department of Commerce, Survey of Current Business (2001.8)


최근 엔론 파산은 파생상품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가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2년 1월 24일 미 상원 정부활동위원회(Governmental Affairs), 샌 디에고 법학과 교수, 프랭크 파트노이(Frank Partnoy)는 보고문을 통해, “엔론은 본질상 파생상품 거래 기업이었다. 엔론의 사치스러운 새 빌딩―아직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입주가 이루어진―이 이를 가장 분명하게 나타낸다. 그 건물 7층은 최고 고위급 간부 사무실이 엔론 제국의 핵심―파생상품―을 감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6층에는 은밀히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론 파산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파생상품 시장의 본질과 규모에 관해 설명함으로써, 현재 미국 사업에 침투해있는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한다.


파생상품은 복합적인 금융 수단으로, 그 가치를 주가나 천연가스 비용과 같은 잠재적 변수에 기반하고 있다. 파생상품은 규제 거래나 비규제 장외(OTC)시장을 통해, 두 가지 방법으로 거래될 수 있다.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는 계약의 추정 가치로 측정된다. 주요 옵션과 선물 거래에 관한 계약까지 포함하는 환거래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는 13조에서 14조 달러로 추정된다. 대조적으로 2000년말 겉으로 드러나는 장외파생상품의 추정량은 95조 2천억 달러로, 이 수치 역시 과소평가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20년 전에는 거의 없었던 장외 파생상품 시장은 이제 매일 수조 달러가 거래되고, 총 파생상품 시장의 90%정도를 차지한다. 엔론은 1985년 창사당시에는 에너지 회사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본격적인 장외 파생상품 거래 기업이 되었다. 엔론의 장외 파생상품 관련 자산과 채무는 2000년 한 해에만 5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기관을 포함한 미국 기업의 채무 증대는 분명 이렇게 폭넓게 증가하는 투기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엔론은 이런 경우들 중 과대화된 하나의 예일 뿐이다. 그 결과는 더욱 취약한 금융 구조와 약화된 기초 경제로 나타났으며, 결제일을 연기하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수단이 계속적으로 도입되지 않으면 붕괴되기 쉽다.

이런 사태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해봐야 산적한 빚더미와 더욱 취약해진 채무 구조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경제에 걸림돌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심각한 금융 붕괴가 자본주의 세계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미국 경제가 생산 부족과 감당하기 힘든 채무 급증으로 특징지어지며, 세계 경제도 전반적으로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세계경제 침체가 동시에 일어났다. 과잉 설비와 금융 변동성은 세계화가 증대된 경제 환경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다. 2001년 8월 25일 런던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현재의 세계적 성장둔화”는 앞서 반세기의 경기침체와 다르다.


경제적 취약성은 이전의 침체기에 비해 보다 폭넓게 퍼져있다. 예를 들어, 1991년 ‘세계적 경제침체’ 시기 미국 경제는 침몰했지만 일본, 독일과 신흥 동아시아 경제의 약진으로 세계 수요 감소가 완화되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이번 경기침체는 그리 심각하지 않지만 1930년대 이후 가장 동시적으로 발생했다. 때문에 가장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경제는 무역과 투자를 통해 점진적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지금의 세계화 상황에서 세계경제는 수요의 최초 하락을 스스로 증폭시키는 가운데 성장둔화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동아시아 생산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대폭 감소시켰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 감소는 미국과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차례로 유럽으로부터의 수입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므로 미국(그리고 세계적) 경기침체가 연장될 가능성이 증가했다(pp.11~12).


항상 그렇듯이, 세계 경제의 일반적인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체제 주변부에 있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저개발국(극소수를 제외하고는)의 일인당 경제성장률은 지난 20년간 부진했으며, 경제문제는 더욱 더 악화되었다.



전망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 창출이 궁극적으로 모든 나라에 이익을 준다고 주장한다. 자유시장은 시장을 제한하려는 국가의 모든 시도로부터 자유롭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정에 의하면, 시장이 규제자로 활동한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주로 가격, 생산, 상품 판매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잉여의 사용은 시장의 규제장치와 명백한 연관이 없다. 이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신기술이 투자 기회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재화․서비스 생산에 있어 투자 기회가 줄어듦에 따라 더욱 많은 잉여가 금융 팽창에 이용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도움으로 금융시장은 더욱 국제화되었다. 자본이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찾아감에 따라, 세계화는 오늘날의 질서가 되었다. 지배 이데올로기는 세계화가 모든 국가―중심부국가의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저개발국조차도―를 상향평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화의 가속을 찬양했다. 그 결과―약속했던 바와 거의 상관없이―는 대부분의 경우 성장률의 폭락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 내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을 확신하는 이들에게,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우울한 풍경임에 틀림없다. 신자유주의 체제아래의 세계화는 많은 경우 불황과 금융 위기의 세계화를 의미했다.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어디에서도 유휴 생산설비와 부채누적에 직면한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떤 명백한 해결책도 없다. 결국 위기의 마지막 장의 사회적 재앙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의 희망을 자본주의에만 한정짓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회적 재앙에 희망을 걸고 있다. 투쟁을 통해 대안을 여는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사람들이 지배하고 사람들의 필요가 충족되도록 만들어진 사회에 이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투쟁이 필요할지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이 목표가 전투적인 계급 투쟁 없이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 것과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인류의 미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 

한/노/정/연


<번역: 김현경,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과정, 진보저널 읽기모임 회원*>


* 이 글은 Monthly Review 53, 2002년 4월에 실린 “The New Face of Capitalism: Slow Growth, Excess Capital, and a Mountain of Debt”의 번역입니다.


1) 독점 자본주의에서 과잉 설비는 경기순환과 연관된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요셒 슈타인들(Josef Steindl)이 Maturity and Stagnation in American Capitalism(New York: Monthly Review Press, 1976), pp.10~12에서 주장했듯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불균형” 과잉 설비는 침체로 가는 잠재적인 경향과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 영구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독점 기업은 침체기에 생산감축과 설비가동 감축을 통해, 이윤 마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따라서 가격 경쟁의 위험을 피하면서―수요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 경기확장기에는 이런 기업들이 더 큰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또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수요에 앞서 “계획된 과잉 설비”를 일정 정도 채택한다. 그러나 이는 불가피하게 과잉투자로 이어져, 이어지는 침체기에 기업이 “바람직하지 않는 과잉 설비”를 가지게 될 뿐이다.


2002-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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