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 구 ◦ 논 ◦ 문
이번 호에는 두 편의 연구논문을 실었다. 연구논문1은 지난 1월
20일 제8차 이론연구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인 ‘미국기업에서의
참여경영시스템 도입추세와 이에 대한 논의’를 박준식 선생이
직접 수정․보완한 것이다. 연구논문2는 지난 3월 2일
제9차 이론연구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강수돌 박사)을 전문
그대로 게재한 것이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두 논문을 비교하면서
검토한다면 자본의 신경영전략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기업에서의
참여경영 시스템 도입 추세와 이에 대한 논의
박 준 식 (한림대 교수, 사회학)
Ⅰ. 문제의 제기
80년대 이후 미국의 산업계에 몰아치기 시작한 경제적 도전과
이에 대한 기업 및 노조의 대응은 미국의 작업현장 노사관계 및
관행들, 그리고 기존의 노사관계 제도에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의 산업계를 대표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전통적인 미국식 노사관계를 벗어난 새롭고 혁신적인 노사관계
및 조직관리 전략들을 도입해 왔다. ‘고능률 작업
시스템’(High Performance Work System)으로 부르는 이 새로운
변화는 작업조직, 임금 및 고용제도, 그리고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전통적 관행들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조직 원리들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속에는
경영과정에서 노조와의 전면적 협력, 노동자 참여제도의 확대,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권한의 대폭적 이양 같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전통적인 미국식
노사관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검토하는 노사관계의 변화들은 현재 미국식 노사관계의 지배적
형태는 아니다. 우리는 이 글에서 80년대부터 미국기업의
작업현장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흐름들과, 이러한 흐름이 미국기업의 작업장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및 이와 연관된 논의들, 그리고 한국에 대한 함의들을
정리해 볼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작업현장 노사관계 변화의 결정적 요인은
미국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의 국제화,
급속한 기술혁신, 제품 사이클의 단축, 소비자 기호의 변화 등과
같은 경제적 환경들의 변화가 70년대 후반부터 미국기업에
근본적인 변화의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대량생산방식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미국 노사관계 제도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해외의 도전자들은 대량생산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생산방식과 작업조직으로 무장하고 미국기업들이 유지하고 있던
기존의 시장을 크게 잠식해 들어갔고, 다른 한편 저가제품 시장
분야에서는 가격경쟁에 의존하는 저임금 국가들의 도전이
거세어졌다.
새로운 작업 시스템에 대한 요구는 경제사회, 기술 및 시장
환경의 근본적 변화로 야기된 위기에 대해 조직의 핵심 이해
당사자들의 관심이 맞물리면서 진행되어 왔다. 이미 20여 년에
걸쳐 진행되어 온 변화는 미국을 비롯해서 다른 국가들의 생산
모델들로부터 도입된 원리들과 미국의 고유한 방식들을
절충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80년대 초반에
미국기업의 작업현장에서 활발한 도입이 모색되어 온 총체적
품질 경영(Total Quality Management) 모델은 명백히 일본적
관행이며, 자율경영 팀 모델은 영국이나 북구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온 것들이다.
현재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고능률 작업 시스템 모델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첫번째 모델은 전통적인 미국식
노사관계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영 합리화와 조직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미국식 린생산’(lean production)이다. 두 번째
모델은 경영의 전체 수준과 과정에서 노동자 대표조직과
노동자들을 전면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참여적 조직 모델을
추구하는 방식인데, 우리는 이를 ‘미국식 팀생산’(team
production) 체제로 부를 수 있다. 이 두 모델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기술을 응용하고, 능률 증대를 위해 유사한 품질
기법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첩적이지만, 노동력의
동원과 참여, 인적자원 및 노사관계 관행들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부여하는 상대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다르다.
미국식 린생산 모델은 경영 및 기술적 전문성과 집권화된 조정
및 의사결정에 크게 의존한다. 반면에 팀에 기초한 모델은
스웨덴식 사회기술체계의 원리들과 품질 엔지니어링을
결합하면서 경쟁 우위의 원천을 작업현장, 혹은 생산 수준에서의
노동력의 적극적인 역할에서 찾고 있으며, 의사결정의
탈분권화와 참여 및 자율성을 중시한다. 이 시스템은 조직의
다양한 수준에서 노동자들의 이해 대변 구조를 포용한다는 데 큰
차별성이 있다. 현재 미국식 린생산 모델은 비노조 상황에서,
팀생산 모델은 노조 상황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예: GM 쎄턴 공장; AT&T; 코닝, 제록스 등). 두
모델은 생산성, 불량률, 고객 만족, 시장점유율, 이윤, 노동자
관계 등 다양한 기준에서 기업의 능률을 현저히 개선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모델의 노동자들에 대한 결과는
상당히 다르다. 미국식 팀 생산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재량과
자율성, 더 높은 고용 안정성, 그리고 성과 배분의 측면에서 더
높은 지분을 보장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후자의 모델이
노동자들과 노동자 대표조직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Ⅱ. 변화의 정도와 내용
1. 변화의 정도
이제 변화의 정도와 방향을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새로운 작업장
모델의 확산 정도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이견이 있지만(그
추정치는 약 10% 정도에서 30% 정도까지 편차가 크다), 참여적
작업장 모델이 확산 추세에 있는 것은 분명하며, 특히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핵심 기업들이 이 제도들을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식 참여경영 모델은 그 산술적 수치에
비해 현실적 함의는 매우 크다. 이 모델의 도입 추세를 보면,
화학, 음식료품, 제지, 철강, 자동차 등 자본 장비율과
정보기술의 집약도가 높은 산업 및 업종에서 더 빨리 넓게
확산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것은 참여경영 모델이 기술이나
작업조직의 특성과 일정한 상관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조직의 특성상 자본 장비율, 정보 집약도가 높고 생산
과정상 노동자들 사이의 협력적 조정의 수준이 높은 기업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경향들을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변화의 확산 정도로 볼 때 작업현장의 혁신적 관행들이
미국의 작업현장에서 지배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둘째, 혁신적 관행들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들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지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게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공공정책, 노조의 영향, 노사관계 제도, 경제
및 기술환경의 변화 등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볼 때 변화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변수는 기업의 경영 전략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미국기업들의 새로운 노사관계 및 인적자원 경영
전략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변화 과정의 성격이 복잡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이 변화는 단기적으로 미국에서
노사관계의 다원화를 가속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존의 집권화된 전국노조의 조직 통제력 약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신하여 기업과 작업현장
수준의 교섭이 노사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증대하게 될
것이다.
넷째, 이와같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작업현장 수준에서의
변화는 지속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변화에 대한 저항
요인들 보다는 이를 촉진하는 경향성이 훨씬 강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 변화의 과정에서 노조는 결정적이고 주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작업현장 시스템의 변화 과정에서 노조가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가 향후 전개되는 새로운 생산 및 조직 시스템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어도 노조가
존재하는 작업현장에서 노조의 적극적 참여 여부는 새로운
작업조직 및 생산 시스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
중요성을 갖는다.
2. 변화의 내용
여기에서는 미국기업에서 8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된 작업현장
노사관계 변화의 흐름들을 작업조직, 임금 및 고용제도, 그리고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1) 작업조직
① 정보기술의 도입
80년대 들어 정보통신 기술은 작업현장에 획기적 변화를
만들어내었다. 이러한 기술의 특징은 보다 강력한 컴퓨터,
분산된 컴퓨터들 사이의 네트워킹에 의한 정보의 활발한 공유
등을 포함한다. 정보기술의 도입은 기업활동에 있어서
‘거래비용’이나 ‘관리비용’을 크게 감소시켰다. 정보기술의
도입으로 그동안 정보 및 사무 처리 업무에 종사하던 중간관리
계층의 필요성이 획기적으로 줄어 들었다. 대규모 기업들도
내부적으로는 소규모 기업들처럼 행동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수많은 중간관리 및 감독직 분야의 직무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② 다운사이징과 팀제도의 확산
피라미드형 위계 조직들이 붕괴해 나가면서 자율경영적 팀들을
중심 단위로 한 납작한 조직들이 이를 대체하게 되었다.
팀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조직의 통제 및 위계의 층이
2~3단계로 축소되었고, 작업자들의 통제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조직구조에서는 스템의 기능들 역시
축소되어 경영관리 계층이 제거되고, 스템 및 보조 기능들이
축소되게 된다. 따라서 조직들은 이제 상대적으로 더 적은
인원과 납작한 구조만으로 효과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확산됨에 따라 의사결정의 책임성이 하부로 권한
위임되는 것도 증가하게 된다.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다운사이징과 팀제도의 전반적 확산 현상이다.
③ 작업조직의 재설계
한 노동자가 고정된 직무에 매달리는 현상은 사라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프로젝트, 혹은 팀을 기본으로 조직과 재조직을
반복하게 되며, 일자리의 안정성이 사라지고 성과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 작업조직은 피라미드식, 라인식 조직으로부터
교차기능적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작업조직과 편재상의
유연성과 직무 경계의 철폐 현상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고정된
직무 아래에서의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직무 시스템이 정보기술에
기반한 동시병행적 작업 시스템으로 변모하게 된다. 또한
작업현장이나 공장 역시 설계 단계에서 참여와 평등성을
강조하게 된다. 동일한 주차장, 식당 등 경영관리자들의 지위나
신분상의 특권이 공장의 설계 단계에서 철폐된다.
④ 숙련 및 교육훈련에 대한 강조
참여에 기초한 고능률 작업 시스템에서 경영과 노조의 견해가
가장 근접한 분야들 가운데 하나가 숙련 및 교육훈련에 대한
강조이다. 작업조직의 개편과 새로운 경쟁 전략 문제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숙련 및 교육훈련이다. 교육훈련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노조의 요구와도 일치하였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교육훈련을 통해 노동자들의 숙련을 향상시킴으로써
이들이 기업의 핵심 노동력으로 안정된 위치를 점하게 될 뿐
아니라 장기고용이 보장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합리화 전략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시장의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되어야만 할 수량적 유연성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 모델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장기고용이 보장되고, 이들에 대해 충분한 교육훈련의 기회가
주어진다. 교육훈련 및 숙련형성 분야에서 노사의 생산성 연합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2) 임금 및 고용제도
① 다원적 임금제도의 확산: 숙련에 따른 보상, 성과 배분,
노동자 주식보유 제도의 확산
새로운 작업장 노사관계 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숙련에
따른 보상(skill-based pay), 혹은 성과에 따른 보상제도이다.
새로운 보상 시스템은 엄격한 직무 통제구조의 해체와 이에 따른
다기능화, 교차기능적 팀제도의 확산, 그리고 기술혁신에 따른
노동자 교육훈련의 필요성 증대에 대한 요구와 긴밀하게 연결된
것이다. 새로운 보상 시스템과 더불어 주목되는 것으로는 성과
배분, 이윤 배분, 노동자 주식보유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집단적 성과배분’ 제도들의 도입 경향이다. 이 제도들은
노동자들의 보상을 기업의 성과와 연계함으로써 참여를
증진시킨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 때 도입되는 성과배분
시스템들은 소그룹, 개인, 전사업장 수준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공통점은 보상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연결시키고자
한다는 점이다.
② 고용제도
미국기업에서는 전통적인 형태의 고용 안정이 더이상 보장되지
않는다. 정보기술로 무장한 가변적 팀제도가 확산되어감에 따라
특정한 직무에 고정된 노동력의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고용 제도들이 바뀌면서 고용체제의 다원화와
유연화가 급속히 전개되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가
경영합리화에 참여하는 경우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일자리
보장’이다. 미국 노조들은 경영에 협력하는 것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될 경우, 이것이 일자리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참여경영에 대한 비판자들은 일자리 보장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3) 노사관계
① 다원적 노동자 참여제도
현재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노동자 참여제도의 내용은
전형적인 일본식 위계적 참여제도에서 실질적인 공동경영 제도에
이르기까지 극히 다양하다. 현재로서 노동자 참여제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가의 문제는 불확정적이지만, 대체로
참여제도가 확산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매우 다원적이며 분산적이다. 미국의 노동자
참여제도가 다원성과 분산성을 갖고 진행되는 이유는 거시적
측면에서 노동자 참여 제도의 큰 틀과 방향성을 규정하는 제도적
기제들이 존재하지 않고, 변화의 흐름 자체가 ‘시장에서의
성공’이라는 ‘경쟁’의 원리에 주로 영향받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Ⅲ. 변화 과정에서의 문제들
1. 변화에의 장애 요인들
미국 기업들이 고능률 작업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데에 수 많은
장애 요인들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점들을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혁신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기업들의 현실적
딜레마이다. 참여경영의 추진과 조직개혁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비와 장기간에 걸친 시야가 요구된다.
새로운 작업조직 시스템이 구축되는 데에는 장기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이 기간에 요구되는 비용과 불확실성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혁신적 작업조직 관행들과
연관된 높은 초기 훈련 비용, 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노동자 훈련 비용, 그리고 혁신과 관련된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정보센터의 부재,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평가하거나 품질을 측정하는 회계 기준의 결여 등이
이러한 문제들에 포함된다.
둘째, 변화에 대한 전통적 관리자들의 저항이다. 전통적인
미국식 노사관계에 젖어 있는 관리자층의 저항 역시 결코 만만치
않다. 권력, 권위, 책임성, 그리고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것은
미국 경영자들에게는 넘볼 수 없는 ‘경영전권’의 영역이며,
다수의 경영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작업현장 내외에서 권한을
부여하는 데 주저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셋째, 변화를 촉진하는 거시제도적 촉진 기제나 정책들이
부족하다. 미국기업의 경영관행과 자금시장은 단기적 이익에
민감하다. 단기간에 가시적 실적을 거두기 힘든 장기적 투자와
교육훈련에 기업들이 인색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장기간의 비젼을 갖고 조직의 변화를 추진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력, 노동자들의 교육훈련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따라서 고능률 작업체체의 일부 비용을
사회화하는 제도적 기제들이 없다면, 개별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인 조직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이윤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넷째, 저임금 경쟁자들로부터의 위협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의 성과가 가시화되기도 전에 저임금 경쟁자들이
단기적으로 고능률 조직들의 성과를 약화시키는 현상으로, 특히
이는 변화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저임금
경쟁자들이 고능률 작업 형태를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해 심각한
위협을 가하게 될 경우, 기업들이 고임금 전략을 취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반노조 기업들의 노조회피적, 공격적 경영합리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노조에 대해 적대적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경쟁 환경의 변화를 고능률 작업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기 보다는 노동배제적,
공격적 경영합리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미국 기업을 둘러싼 기존의 노사관계 제도
관행들이 변화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고능률 전략 보다 훨씬
현실성이 높다. 미국 기업들의 상당수는 불황기에 고용 안정을
유지하기 보다는 생산체제의 단기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쉽게 노동배제적 경영합리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전통적인 노사관계 제도의 문제이다. 미국식 노사관계
제도는 30년대에 그 기본 틀이 만들어진 와그너법 체제를 기초로
하고 있는데, 이 제도 아래서 당시 노사관계의 대립적 상황,
그리고 노조의 인정과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 자체가 문제되던
시절에 노사간의 이해대립을 기본 전제로 짜여진 노사관계
제도이다. 이 제도 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단체교섭’과 ‘직무통제 노조주의’이다. 노사간의 경제적
이해대립을 전제로 형성된 단체교섭과 직무통제 중심의 노조주의
아래서 노조의 경영 참여는 매우 생소한 것이다.
2. 노조 자체의 논란들
노조 내부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들 때문에 격렬한 논쟁들이
발생되었다. 작업현장 수준의 다양한 변화와 조직 재구축의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일원적, 집중적 노사관계를 다원적, 분권적
노사관계로 변화시켜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노조의 전략적
대응이 주목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미국 노조의 참여경영을 둘러싼 논의를 간단히 소개하면 크게
‘참여론’과 ‘비판론’의 입장으로 대별된다.
1) 참여론
이 입장을 한마디로 집약하면, 강력한 노동조직을 기초로 한
경영참여전략이 노동운동의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선 전통적인 노조운동의 한계를 지적한다.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항상이 노동생활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경영합리화에 대해서도 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경영참여의 두 가지 전제를 요구한다.
첫째, 고용의 보장이며, 둘째는 경영의 파트너로서 기존 노조의
제도적 입지 보장이다. 이 두 가지 전제는 참여 전략을 추진하는
노조들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 전제가
충족되는 조건 아래서 경영의 파트너로 경영과정에 적극 기여할
뿐 아니라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노동자 참여는 노동조합이 경영자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경영권의 일부를 양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을 경우에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킬 사례는 많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 비판론
이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궁극적으로 노조의 현장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트로이의 목마로 규정한다. 팀제도,
작업조직의 변화에 노조가 참여하는 것은 결국 고용불안의
심화와 노동강도의 강화, 그리고 노조의 ‘포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비판론자들이 강조한다. 현재 미국
노조의 집행부는 팀제도를 비롯한 노동자 참여제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들은 팀제도가 결국 노조의 약화로 이어질 것에
대해 경계한다. 팀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연구자들은 이것을
‘스트레스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Stress)라고 비판한다.
팀제도는 이를 선전하는 사람들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작업현장에서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동료들 혹은 작업팀들
사이의 상호 경쟁과 압력을 심화시키는 한편, 노조의 작업현장
조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에 의한 경영을 초래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논점이다.
이들은 팀제도를 비롯한 참여 기제들이 실제로는 기껏해야
‘제안제도’ 이상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며, 실질적
경영참여의 기제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본식 참여제도의 모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팀제도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 부분이 전통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자칫 보수주의로 귀결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 노사관계의 새로운 전개는 노조진영 내부에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반응을 일으켜 왔다. 현재 이 문제는 미국노조 지도부
내에서도 가장 첨예한 논점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아직
노조가 새로운 노사관계 제도와 전략들에 대해 어떠한 전략을
택할 것인가는 통일된 입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앞으로 노조 내부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거듭하면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3. 정책적 논의들
미국 기업의 작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미국의
노사관계 전문가 집단들 사이에서도 활발한 노사관계 개혁
논의들을 촉발시켜 왔다. 이와 관련하여 노사관계 제도의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고능률 작업
시스템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경영합리화와 참여경영의 추세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면서, 노조가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미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노동생활의 질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노조의 제도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제도 개혁론자들이 추구하는 노사관계 개혁 모델은 일본식
노사관계의 장점을 과감히 수용하면서, 한편으로 노동자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미국의 노사관계 제도, 자본시장, 교육훈련,
노동시장 시스템을 개혁하자는 것으로 압축되는 듯이 보인다.
이들은 독일식 노동자평의회 등과 같은 작업현장 중심의 노동자
참여 기제들을 확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렇게 볼 때 이들의 개혁론은 독일식 산업민주주의와
사회기술체계론의 전제 위에서 일본식 작업조직의 적극적인
선택적 수용 등을 포함한 노사관계 제도의 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또한 노동자 참여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제도의
확산과 유지 등에 대한 법적 및 기타 장애 요인들을 넘어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 참여제도를 포함한
새로운 작업장 경영 및 조직 모델이 고부가가치 제품 전략으로
이행을 촉진시키고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작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의
공격적인 노조 회피 혹은 약화 전략이 기존의 노사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시 수준에서의 노사협력 체제의
확산을 저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보다 적극적인 노사관계 개혁론자들은 유럽식 참여경영 모델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식 참여 제도’가
따라야 할 모델로 보고 있다.
Ⅳ. 한국에 대한 함의
이제 이와같은 변화가 한국 기업의 작업장 노사관계에 대해 갖는
함의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기업들이 그동안 의존해 왔던 생산시스템과 노동조직
측면에서의 개혁이 요구된다. 한국기업의 생산시스템, 노동의
사회적, 기술적 구성 원리가 대량생산 체제의 테일러주의적
관리와 통제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까지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임금과 가격경쟁에 기초한 저가제품의 대량생산
체제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 기인한다. 이 전략은
대규모의 미숙련-반숙련 노동력의 단기간에 걸친 육성과
일반화된 기술의 습득, 그리고 가격에 민감한 대량생산 제품의
시장 확보라는 측면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현재의
시점에서는 바로 이 성공이 이제는 질곡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식 생산 시스템과 노동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참여경영의 관행과 제도들을 효과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려우며,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고능률 작업 시스템으로의 이행을 위한 국가 정책의
전환과 낡은 제도의 개혁이 요구된다.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구축된 노사관계 제도 시스템들은 노동자들의 참여에 기초한
새로운 작업현장을 창출하는 데 중대한 장애 요인으로 대두한지
오래이다. 정부는 경제개발의 효율적 추진이라는 명분 하에
경영자들에게 기업경영에 관한 전제적 권한을 부여하는 데
인색치 않았고, 노동자 대표가 경영의 동반자로 참여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존하는
노사관계 제도의 틀을 유지한 채 새로운 작업현장 시스템을
확산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고, 참여경영을 가로막는
노사관계 제도가 온존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조직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아무리 참여경영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경영을 고려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고능률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지려면 노동자
대표의 경영 참여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있는 현행 노사관계
제도가 개혁되어야 하고, 정부의 정책도 전면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셋째, 경영자들은 경영권과 소유권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탈피하고, 노동자와 그들의 대표들을 경영의 실질적 동반자로
인정하고 조직 변화의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고능률 작업 시스템 모델에서
노동자와 그 대표조직을 경영의 동반자로 끌어들이는 것은 이제
필수적인 전제의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노사관계 및 인적자원 관리 분야의 변화들을 보면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고능률 작업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것을
지향한다기 보다는 경영합리화의 관점에서 경영의 효율성
향상에만 초점이 두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의 대등한 파트너쉽에 기초한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경영합리화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조직혁신은 작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른바 ‘신경영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어 온
한국기업의 경영합리화는 참여에 기초한 협력 보다는 배제에
기초한 통제의 강화에 더 역점이 두어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제 이와 같은 노동자 배제적 관점에서의 혁신과
합리화는 참여적 대안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전통적인 노사관계와 생산 시스템 하에서 전개되어 온
노동조합의 전략과 정책들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작업장 수준에서의 구조적 변화는 노사관계의 주요영역들을
임금과 근로조건 중심의 전통적 영역에서 작업현장 중심의
다원적이고 제도적인 영역으로 이동시켜 왔다. 이는 이제 임금과
근로조건 중심의 전통적인 분배투쟁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노동문제의 영역이 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작업 현장 단위의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들에 대해 노조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 중심의 단기적 사고
보다는 조직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고
노동생활의 질을 개선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노동자들의 이해를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 생산 현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은 생산 현장을 포함한
기업의 조직과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에 비판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자세와 능력을 갖추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분배를 둘러싼
개별 기업 중심의 단기적 사고로는 변화하는 현실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운동 역시 이제 새로운 상황에 적합한 전략적
선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경영과정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경영민주화와 노동생활의 질 향상, 그리고
노동운동의 사회적 기여 부분에 대해 노조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노조가 변화에 대해 수동적
반응자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해 비판적 개입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의 참여와 개입이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합리화의 정치가 초래하는 결과는 달리
나타날 수 있다. 경영과정에 대한 적극적 참여,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연대, 숙련 지향적 접근, 노동의 인간화 전략 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