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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결성취지문

현장에서 미래를  제80호
한노정연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결성취지문




자본주의체제는 현실사회주의의 도전이 비극적 종말을 고한 뒤 더 이상 자신의 외부를 지니지 않는 전지구적인 세계체제로 발돋움하였다. 자본운동의 자유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민주적․사회적 통제들이 사라지고 세계 전체가 ‘자유로운 자본의 천국’으로 바뀐 것이다. 자본은 이제 소수에게는 미증유의 부를, 대다수 인민에게는 절대적 궁핍을 떠 안기면서 계급모순을 전지구적 수준으로 확대, 심화시키고 있다. 국민경제가 수도 없이 파탄에 빠졌고, 역사상 유례없는 세계적 대공황이 임박한 실정이다. 그뿐 아니다. 자본운동의 자유는 환경, 여성, 인종문제까지도 전지구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 바야흐로 인류의 새로운 대위기요, 대혼란이다.
이런 시대를 맞아 진보적 이론이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진보이론은 무엇보다 세계사의 최근 진행 과정이 드러내는 특징과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인류사의 진보를 위한 올바른 방향을 찾아냄으로써 이를 현실변혁의 실천적 무기로 전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진보이론은 모든 형태의 사회적 착취와 억압과 차별에 반대하고, 차별과 억압과 착취가 없는 사회적 관계를 창출하는 데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보이론에서 맑스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모든 진보이론이 맑스이론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맑스이론이 진보이론의 굳건한 주춧돌인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이 점을 외면하고 진보이론을 구축하려는 노력은 허망할 뿐이다. 맑스이론의 중요성을 외면할 때 진보이론이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지는 최근의 경험이 말해준다. 현실사회주의체제가 몰락한 뒤 한국 진보학계는 맑스이론의 폐기를 지배적 조류로 삼았지만, 그 결과는 진보이론의 방향 상실과 주류 부르주아이론에 대한 학문적 종속일 뿐이었다. 우리는 진보이론이 다시 맑스이론을 패러다임으로 삼을 것을 주장한다.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모순은 격화되고, 신자유주의의 사회 지배와 함께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전례 없는 생태위기로 전지구적 재난이 양산되고 있다. 인류사가 ‘야만으로의 전락’과 ‘새로운 희망 창출’의 기로에 접어든 오늘, ‘맑스의 현재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할 것이다.
이상의 취지에서 우리는 맑스를 주제로 하는 학술문화대회의 정기적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를 꾸리고자 한다. 우리가 이 조직을 제안하는 것은 맑스이론의 정신과 방법에 입각하여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문제들과 전면적으로 대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술적 작업과 문화행사를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그 동안 소원해진 진보적 연구자들 상호간에, 진보적 이론과 실천간에, 그리고 학술연구자와 문화예술가간에 새로운 이해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 학술문화대회가 한국의 진보이론 진영으로 하여금 자신의 독자성을 회복하게 함은 물론이고, 진보적 문화예술 실천가들이 진보이론과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여, 전체 진보진영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부대 사업들을 수행하려면 서로 배우고, 돕고 의논할 일이 많다. 연구자와 활동가, 예술가와 문예이론가, 사회과학자와 문화연구자, 문화적 실천가와 노동활동가 등 다양한 진보적 실천가들의 결집된 역량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현실 변혁을 추구하는 많은 이들이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제안한다.


2002년 9월 28일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 일동

2002-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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