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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승리 특허권과 아프리카

현장에서 미래를  제80호
최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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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승리’:특허권과 아프리카 AIDS



최 형 록

?진보평론? 편집위원





머리말

3,000,000

이 수치의 단위가 ‘원’이라면 그 의미는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그 단위가 ‘광년’이라면 천문학에 있어서 그다지 먼 것이 아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을 역임한 넬슨 만델라는 2001년 11월 더어번에서 행한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인류는 최대의 위협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했다.1) 이 위협의 연간 희생자가 바로 300만이다.2) 이 학살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AIDS이다.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인문제가 중대한 사회적 문제들 가운데 한 가지로 부상하고있으며 공상과학의 기발한 주제로나 있던 인간을 비롯한 생명을 복제(Cloning)할 수 있으며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으려는 이 놀라운 과학기술의 시대에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일까?


2,600,000

이것은 가난한 나라들에서 AIDS로 연간 사망하는 인명이다. 이 수는 이 비극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추정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남아공화국에서는 ‘의료의 인종격리(Apartheid)’라는 말을 한다. 이 비극의 직접적 원인은 ‘약값’이다. 인류의 실존적 조건을 질병이라는 각도서 보면 매일 50,000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하는 데 그 절반이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DS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바로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추구를 보장해주는 특허권이 위협의 근원이다. 그리고 이 특허권이라는 국제법과 국내법의 옷을 입은 ‘인류에 반하는 범죄권’은 남아공과 같은 개개 국가권력의 성격과 관련되어있다. 대단히 존경받고있는 남아공 헌법재판소 법관으로서 자신이 AIDS 양성반응자이기도 한 에드윈 카메론은 더어번에서 개최된 AIDS 국제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약회사와 아프리카 정부들은 일종의 공모에 따른 마비상태에 빠진 것 같다.” 그리고 동일한 그 회의에서 넬슨 만델라의 전 부인으로서 국회의원인 위니 매드키젤라-만델라는 남아공정부가 “계속해서 이윤을 우리나라 민중보다 우선시하는 다국적회사들에 고분고분하는 하인”이라고 비난했다.

AIDS가 ‘인류 최대의 위협’이 된 것은 원인 바이러스에 관한 생명과학적 지식의 결여 혹은 퇴치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신자유주의’의 ‘경제활동의 자유’가 ‘생존의 자유’를 압도할 수 있는 삶의 조건 때문이며 그런 조건을 정당화해주는 것이 지적 재산권의 일부인 특허권이다.

이 글에서는 AIDS 자체가 무엇인지, 해적질의 첨단 형태인, ‘생명해적질’의 법적 토대인 미국의 특허법과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약(TRIPs)’ 중 특허권, 그 모순에 가득 찬 특허권을 일방적으로 이용하려는 거대제약회사들의 강변과 그것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자 한다.



1. AIDS

에이즈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바이러스는 익히 들어온 각종 질병과 관련된 박테리아 보다 더욱 유해한 것이다. 바이러스는 유전체(Genome)에 따라 분류를 한다.3)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살포한 의혹이 짙은 2중나선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구조를 지닌 DNA종류, 홍역과 감기를 유발하는 단일나선 구조를 지닌 RNA종류, 그리고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단일나선구조를 지니되 DNA를 합성하는 RNA종류 레트로바이러스 등이다.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니고 캡시드라는 단백질 껍질을 지닌 핵산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것의 본질은 진정(obligate) 기생성 이다. 즉 이것은 숙주세포의 효소, 리보좀(세포질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세포소기관), 미세분자들을 이용하므로써만 비로소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생물과 비생물의 경계적 존재이다.


1) 바이러스 HIV의 연구과정

HIV는 1959년 아프리카의 자이레에서 그리고 같은 해 멘체스터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그것이 의사를 비롯한 생명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계기는 1981년 미국 애틀랜터주의 질병통제 연구소(CDC)에서 AIDS 경계령을 발한 것이었다. 1981년과 1982년에 전염병학적 연구가 축적되면서 AIDS의 발병인자로 바이러스에 혐의를 두고 로버트 갈로를 비롯한 미국국립보건연구원의 연구팀과 몽타니에(파스퇴르연구소 소속)와 로젠보옴을 비롯한 프랑스 연구팀 사이에 HIV의 정체규명과 AIDS 발생 검사 테스트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었다.4) 특기할 것은 로젠보옴이 조직한 연구팀은 좌파적 성향을 띠고있었다는 점이다. 1983년 1월 프랑스팀은 예상찮게 HIV에서 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탐지했다. 양국의 연구팀은 HIV발생 검사 테스트를 누가 먼저 발견했는지와 관련한 특허권 분쟁을 벌였다. 그 분쟁은 1987년 3월 프랑스대통령 쟈크 시락과 미국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사이의 타협에 의해서 국립보건연구원과 파스퇴르연구소에 공동으로 특허권의 이익을 수취할 수 있도록 해결되었다.


2) HIV의 정체와 AIDS 발병

AIDS를 정의하자면 레트로 바이러스가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자기방어 체계(면역체계)를 파괴하는 질병이다.5) 그 바이러스의 공격대상은 인체의 면역체계 중에서도 특히 일종의 백혈구인 임파구 T4(혹은 CD4)이며 AIDS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그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자신의 구조의 일정요소들을 변신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HIV는 혈액, 정자 그리고 여성성기의 질 분비물에만 전염에 충분한 양이 존재한다. 그 전염경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전염경로는 남녀 사이 그리고 특히 호모 사이의 성행위이다. 호모의 경우 항문성교를 통해서 AIDS 감염이 일어나는 데 항문의 모세혈관이 터지므로써 전염이 된다. 그리고 훨씬 가능성이 낮지만 구강성교에 의해서도 AIDS는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성교에 의한 AIDS 감염을 예방하려면 반드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 두 번째 전염경로는 혈액을 통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AIDS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하는 경우다. 그리고 HIV 보균자인 마약상용자가 마약을 투여하는 주사기를 다른 정상인이 사용할 경우다. 따라서 이런 전염은 주사기를 반드시 소독하는 것이다. 현재 남아공을 비롯해 아프리카에서 큰 관심사는 AIDS 양성반응자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나는 아기의 경우이다. 그럴 경우 탄생하는 아기들의 20% 정도가 AIDS에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제왕절개로 출산할 것이 권유된다. 왜냐하면 앞서 지적한 것처럼 태아가 질을 통과할 때 감염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DS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테스트가 ELISA이다. 이 테스트는 인체 면역의 원리에 따라 HIV에 대한 항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질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양성반응과 음성반응이 있다. 음성반응은 HIV에 감염되지 않은 경우이거나 전염이 최근에 일어나 아직 혈액 내에서 항체를 탐지할 수 없는 경우이다. 따라서 양성반응은 HIV에 대한 항체가 발생한 경우이다. 감염시 최초의 증상들은 1개월까지 지속되는 열, 임파선의 부기, 기진맥진, 관절통이다. AIDS의 잠복기는 전염 후 수년에서 11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발병의 경우 최초의 심각한 증상들은 수주간 지속되는 열, 수면 중 땀흘림, 심한 피로감, 10% 이상의 체중감소, 설사 그리고 아구창, 구강점액질의 손상이다.

AIDS 양성반응이 나타난 단계를 넘어서 AIDS 전염이 확실하다는 진단이 내려지는 단계는 면역체계가 파괴된 단계이다. 그 단계에서는 ‘기회주의적’(infections opportunistes) 질병들이 다수 병발(倂發)하며 각종 종양이 발생한다. 인체가 정상일 때 임파구 T4의 수는 혈액 1cc당 800~1000개이지만 이 단계에서는 200개 이하로 급락한다. 즉 임파구 T4가 HIV에 의해서 그 만큼 파괴된 것이다. 왜 ‘기회주의적’ 질병인가? 그 전염병들은 정상일 때는 나타나지 않다가 이렇게 면역기능이 저하되는 기회를 타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수가 병발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덩달아 복잡해진다. 종양들은 피부(특히 카포시 육종), 림프선종, 나아가 소화기관 그리고 뇌에까지 종양이 발생한다. AIDS를 가속화시키는 요인들로는 나이, 유전적 특성, HIV에 노출된 반복성의 정도, “기회주의적” 질병들을 들 수 있다.

“기회주의적” 질병들에는 결핵 등과 같은 박테리아성 전염병들, 허르피스(포진)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그리고 시토메갈로 바이러스등과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들, 구강점액질에 손상을 입히는 균류에 의한 전염병들, 기생성 전염병들이 있다.

AIDS의 치료란 인체의 면역체계가 파괴되는 단계를 최대한 지연시키며 ‘기회주의적’ 전염병들의 병발을 예방하는 것이다. AIDS의 경과에는 3단계가 있는데 치료의약품으로는 항레트로 바이러스제, 항생제, 기생적 전염병 치료제가 있다. 항레트로 바이러스제는 직접 HIV를 공격하여 면역체계를 보존한다. 즉 그것은 바이러스의 복제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런 의약품으로 대표적인 것이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지도부딘(AZT), 라미부딘(3TC)이 있으며 항(抗)프로테아제를 들 수 있다. 프로테아제는 바이러스가 단백질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효소이다. 따라서 항프로테아제는 그런 단백질 형성을 저해하므로써 바이러스의 결함을 초래하는 것이다. AZT는 치료의 제2 단계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최초의 AIDS 치료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AIDS에 감염된 어머니로부터 유아에게 전염되는 것을 예방하는 데 쓰인다.  AZT의 한계는 난처한 부작용들(혈액의 일정요소들을 공격, 소화불량 등)과 시간이 경과하면서 효능이 약화되는 것이다. 1996년부터 항레트로 바이러스제 2종, 혹은 3종을 결합한 치료법이 바로 2중 치료법, 3중 치료법이다.

에이즈 퇴치와 관련해서 약 7년 전 연구자들은 HIV가 인간세포에 있는 두 가지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따라서 이 결합을 저지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화이트헤드연구소가 개발한 분자 5-helix가 그런 기능을 발휘한다.6) HIV의 캡시드에는 상호연결된 두 가지 단백질 GP120과 GP41이 있다.

초기의 백신연구는 GP120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제 GP41로 초점을 옮겼다. 왜냐하면 결합에 필요한 두가지 수용체를 지닌 면역체계 세포에 작살을 박아넣는 것이 바로 이 GP41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즉 5-helix는 GP41과 결합하여 그것이 바리러스-세포의 결합을 유도하는 기능을 저지시키는 것이다.

5-helix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에이즈퇴치에 항프로테아제(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했다.7) HIV의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효소)는 바이러스 분자의 숙성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인데 억제제는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억제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HIV 자체가 돌연변이하여 그 억제제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5-helix의 효능은 이제까지 실험실에서만 검증되었기에 인체실험을 하기까지에는 아직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IV의 변종이 하도 많아서 이제까지 “항체”요법의 실패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5-helx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즉 5-helix가 작용하는 HIV의 부위는 변이를 잘 일으키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AIDS 퇴치와 관련해서 이뤄진 또 하나의 중요한 실험은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에서 일종의 유효한 펩티드를 추출한 것이다. 이 펩티드는 면역체계 세포 중에서 특히 T-조력세포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T-조력세포는 HIV와 투쟁과정에서 ‘과로’하기 쉽다는 점에서 이 발견의 의의가 있다. 쥐 실험에서 이 펩티드는 에이즈의 레트로바이러스에 감염 된 후 면역기능의 80% 이상을 보존시켰다. 이 정도의 면역능력이면 에이즈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내장 기생충인 크립토스포리디움에 저항할 수 있다. 이 펩티드의 안전도 시험이 2001년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즈환자 18명에게 실험되고있다.

AIDS 퇴치제의 개발과 관련해서 진행되고있는 또 하나의 연구는 백혈구 세포 T-CD4에 대한 것이다.8) HIV가 면역체계 세포를 감염시킬 때 어떤 유전자를 공격하는지 연구한 결과 그 유전자들은 T-CD4 세포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감염시킨 지 불과 30분 후에 바이러스는 500개 이상의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반면에 3일만에 그것은 정상세포에서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 있는 다른 200개의 유전자를 일깨운다. 이런 일종의 소요상태로 말미암아 T-CD4 세포의 유전자들 중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DNA의 손상을 수리하는 유전자들은 무력해진다. 따라서 이런 새로운 지식을 기초로 삼아서 T-CD4에 필수적인 유전자들의 발현을 강화시키거나 HIV가 이익을 보는 유전자들을 침묵시킬 수 있는 신약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최근 국제 AIDS 백신 이니셔티브(IAVI)는 5개년 계획으로서 바이러스가 세포와 결합하기 전에 그것을 파괴하는 항체생산을 자극하며 감염된 세포들을 죽일 수 있는 면역체계를 발동시키는 백신개발에 나섰다.9)

이상에서 ‘인류 최대의 위협’의 근원은 AIDS에 관한 생명-의과학적(biomedical)지식의 결여 그리고 치료제의 결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위협의 조성과 악화의 책임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50nm~10nm(나노미터는 1/10억m)일 정도로 극미한 ‘손오공’, 변신의 천재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다.



2.  미국의 특허법과 생명해적질

자연은 인간의 인식 이전 혹은 존재 이전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객체’인 차원을 지니는 한편 자연의 일부이자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욕망을 실현하고자 자연에 변형을 가하는 순간, 자연은 또 하나의 ‘주체’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자연적 과정은 사회적 과정에 ‘관입’하여 두 과정의 ‘상호침투’가 진행된다.

이런 두 과정의 ‘상호침투’가 여실한 것이 생명해적질이다. 생명해적질은 제국주의적 다국적 기업이 유전(공)학을 활용하여 새로운 식민지, ‘전자 현미경 아래 유전자’가 펼쳐지는 광활한 식민지를 겨냥한다. 전자현미경 아래 유전자가 가시적 동․식물로 나타남은 물론이다. 생명해적질은 특히 유전자조작동식물(GMO)과 관련되어있으며 이 범죄행위를 합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미국의 특허법이다. 이 특허법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과정에서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으로 변신하여 다국적 제약회사에 의해서 ‘인류 최대의 위협’을 초래하기에 이른다.

특허권은 제국주의적 영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초 그것의 기능은 각종 상품의 수입 독점판매권이었다. 이러던 것이 특히 제3세계 ‘전통사회’의 유구한 지식을 수탈하여 유전(공)학적 가공을 함으로써 ‘지적 재산권’으로 변환하게 된다.


1) 선행기술?

미국의 특허법 102조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이용되고있는 기술과 방법을 ‘선행기술’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지식이 설사 미국이 아닌 다른 문화와 나라의 유구한 전통의 일부, 생물다양성을 지향하는 토착지식의 일부이더라도 미국에게 새로운 것이라면 참신한 것으로서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화 제국주의적 발상이 극단적으로 기술되어있는 것이 코네티컷주의 특허법이다. 그 법에 따르면 코네티컷주에서 아직 사용되고 있지 않은 “재화를 외국의 항구로부터 수입”하는 것도 ‘발명’으로 인정된다!

서구 중심적 ‘합리적 이성’, ‘법치’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가 인도의 전통적 약초에 대한 특허권 부여의 경우이다. 미국 특허 무역청은 최근 뉴저지 소재 크로막연구소에 카렐라, 자문, 브린잘의 당뇨병해소 속성에 특허권을 부여했다.10) 그런데 이런 약초에 당뇨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지식은 인도에서는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것이며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당뇨병치료에 유용하다는 사실은 권위있는 논문들, “인도의 부”, “인도약초개론”, “인도약초관련 논문”에 실려있는 것이다.

이 ‘선행기술’과 관련있는 법적 규정이 35USC102의 참신성과 특허권상실 규정이다. A. 특허권 신청자가 그것을 발명하기 전에 이 나라에서 타인이 그 발명을 알고있거나 사용하고있든지 혹은 이 나라나 외국에서 그 발명에 특허권이 부여되었거나  출판물에 기술되어있는 경우, B.미국에서 특허신청을 한 일자 보다 1년 이상 이전에 이 나라나 외국에서 그 발명에 특허권이 부여되었거나 무역출판물에 기술되었든지 혹은 이 나라에서 공공연히 사용되고있거나 판매되고있는 경우, 이 두 경우가 아니라면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 이성’에 대한 ‘법치(法恥)’.


2) 유전자 특허의 네 가지 기준

유전자에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미국 특허상표청의 생명공학 연구실장 존 돌에 따르면 유전자는 일종의 화합물로 취급된다는 것이다.11) 특허청의 입장은 모든 염색체에 나아가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것에든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입장의 의미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1980년 미국 대심원(한국의 대법원)의 수석판사 워린 얼 버거의 판결을 참고해보자. 그의 판결이 없었더라면 생명공학산업계의 전개는 상당히 달라졌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즉 그의 판결의 핵심은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모든 것”에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12) 이것은 생명체에 대한 특허권의 부여를 허용한 최초의 소송이었다. 이 판결 이전에는 생명체의 사용에 대한 특허(예를 들면 스트렙토마이시즈를 활용해서 항생제를 제조하기) 항생제 제조방식에 대한 특허를 승인할 수 있었으나 생명체 그 자체에 특허권을 부여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1980년이래 미국에서 유전자 혹은 유전자관련 분자에 특허권이 부여된  건수는 2001년 8월 현재 2만건 이상이며 현재 특허출원 건수만도 2만 5천건 이상에 이른다.

유전자관련 특허권 부여의 기준에는 4가지가 있다. 이미 언급한 ‘선행기술’과 관련한 참신성이 있으며 적절한 형식으로 문서화된 기술(記述), 특정분야에서 활용하는 기술 중 한 가지에라도 자명하지 않을 것 그리고 그 발명의 유용성이다.

참신성이라는 기준에 대해서 회의적인 문제제기는 단지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규명하여(따라서 그 유전자의 구조를 기술하여) 자연조건으로부터 (유전자가 존재하는 염색체로부터) 그것을 추출하면 그것을 과연 참신한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실례가 ‘박실러스 튜렌젠시스’ 라는 박테리아의 경우다.13) 즉 이 박테리아의 특정유전자는 독성물질을 생산하는 데 이 유전자를 이런 의미의 ‘참신성’에 입각하여 곡물의 DNA에 삽입하여 살충제에 내성이 있는 곡물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인간유전체 프로젝트의 추진에서 나름으로 기여하면서 그 성과로 이윤을 챙기려했던 크레이그 벤터 역시 유전자의 기능을 환경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정의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을 생각할 때 이 기준의 결함을 알 수 있다.14)

비자명성이라는 기준은 어떤 발명이 기존의 발명과 충분히 구별될 수 있는 것이어서 특허출원 시 그 특정분야에서 통상적 기술을 지닌 전문가에게 자명한 것이 아니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이 의도하는 것은 특허권이 기존 발명을 단순히 기술적으로 변경하는 정도가 아니라 진정한 진보를 이룬 것에 부여해야하는 것으로 이해할 때 문제점이 있다.15) 즉 앞에서 예를 든 박실러스 듀렌젠시스의 특정 유전자를 곡물에 삽입함으로써 그 곡물의 건강 혹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전공학적 기술은 이미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는 자명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특허권은 유전자재조합을 최초로 한 경우에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유전체기획(Human Genome Project)이 거의 완성된 현 시점에서 생명공학계의 입장에서는 유전자관련 발명의 특허권 획득에 가장 어려운 것이 유용성이라는 기준이다. 미국 특허상표청은 샴푸첨가제로 사용되는 단백질, 동물사료나 영양보강제로 활용되는 단백질 그리고 뱀사료용으로 개발한 유전자이식 쥐를 특허권부여 가능한 출원에서 제외시켰다.

오늘날 유전자관련 특허권은 특정 유전자를 구성하는 엑슨이라는 일련의 뉴클레오티드서열 차원에까지 확대심화되고 있다.16) 인간유전체기획으로 규명한 것들 중 한가지는 1유전자-1단백질 생성이 아니라 1유전자-복수의 단백질 생성이다. 어떤 사람이 특정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출원했을 때 다른 사람이 다른 단백질의 발현을 근거로 동일한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출원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달리 말해서 어떤 특정유전자의 특허권 소유자가 그 유전자가 발현하는 모든 단백질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미국 특허 상표청의 입장은 이렇다. 어떤 사람이 여섯 구간의 엑슨에 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있는데 이 엑슨들이 함께 작용하여 특정단백질을 발현한다고 가정하자. 그 세포계의 조건이 달라지면 그 6개의 엑슨이 모두 기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4개 구간의 엑슨이 함께 작용하여 전혀 다른 단백질을 발현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그 엑슨구간의 새로운 세트에는 별개의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다. 즉 최초의 6개 엑슨에 대한 특허권을 소유한 자는 새로운 4개의 엑슨구간이 발현하는 단백질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 석유를 ‘검은 황금’이라고 했다면 생명의 유전체는 전자현미경 아래에서 그 얼마나 광활한 ‘유전(遺傳)지대’를 형성하고있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특허권의 기준으로서 적절한 기술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이 수반하고있는 문제점을 ‘피어스 대 르벨 소송’으로 살펴보자. 1993년 연방순회재판소는 피어스, 르벨과 티올라이스, 수가노와 무라마쯔와 다니구찌 3자를 소송당사자로 누가 먼저 인간의 섬유아세포(결합조직의 근원세포) 베타 인터페론을 생성하는 DNA를 발명했는 지를 다투는 소송사건을 취급했다. 상황은 이미 미국 특허 상표청이 해당 DNA의 뉴클레오티드 염기서열 규명에 기초해서 수가노 측에 발명의 우선권을 부여한 것이었다. 항소법정은 “어떤 DNA에 관한 적절히 쓰여진 기술이란 그것이 DNA를 추출할 수 있는 잠재적 방법에 관한 발명과 언급의 일부임을 단순히 기술하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면서 “필요한 것은 그 DNA 자체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수가노측의 출원은 해당 DNA의 뉴클레오티드 염기서열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포드대학교의 법학교수 존 바튼은 “그 염기서열이 무엇을 하는지 몰라도 과연 그것만으로 그것에 관한 특허권을 소유하는 데 충분한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17) 약 8년이 경과한 오늘날, 인간유전체의 염기서열이 거의 규명되어 그 염기서열 사이의 관계와 기능이 앞으로 유전학을 비롯한 생명과학이 최선의 노력으로 규명해야한다고 할 때 특허권 부여의 이런 규정이 얼마나 생명공학 다국적기업과 관련 연구자들의 이해관계에 조급히 조응하려 했던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3. 하나의 신화, 두 가지 현실

1) 지적재산권과 제약회사

제국주의 각국 내에서 노동자계급과 투쟁해야했던 자본가계급은 1960년 대 이래 정보통신기술의 혁신, 생명과학과 기술의 진전, 우주과학과 기술의 전진, 신소재 개발의 혁신 등을 포함하는 ‘과학기술혁명’의 성과를 하나의 생산력으로 전화하여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을 극복하려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기술적 수준에서 ‘다중매체 혁명’은 전반적인 지적 재산권 관련법의 개정에 촉매역할을 했다. 그런 개정의 파도는 1976년 미국의 복사권법의 개정과 함께 높아졌는데 유럽 데이터베이스지침, 유럽 컴퓨터프로그램 보호지침, 1996년 채택된 세계 지적재산권기구(Wipo)의 2개조 약(연행예술과 음표문자 조약 그리고 복사권 조약), 1998년 10월 미국에서 채택한 디지털 밀레니엄 복사권법 그리고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협정 등을 들 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선진 제국주의국가들은 ‘무역관련’ 영역에 새로운 영역들, 즉 서비스, 투자, 농업 그리고 지적재산권을 포함시켰다.18)

이 중에서 AIDS와 관련되는 것이 TRIPs협정이다. 이 협정은 세계 최대이자 강력한 제약회사들 즉 메르크, 화이저, 글락소웰컴(GW), 스미스클라인 베컴(SB), 엘리 릴리 같은 거대 제약회사들이 WTO에 집중적인 로비를하므로써 형성되었다. 화이저의 고위간부 에드먼드 프랏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힘을 결집하여 장차 TRIPs가 될 것에 대한 토대를 놓는 정부와 같은, 세계적 규모로 사기업부문의 망상조직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 5대회사 전체의 시장주식자본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전체의 GNP의 2배에 이른다. 그리고 북반구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제약품관련 특허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기구가 전미 제약연구 및 제약사협회(PhRMA)인데 이 기구는 미국정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미국 무역법 ‘특별 301’조항을 발동하여 타국에 자기네에게 유리한 국내법을 입법 혹은 개정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그런데 이 ‘특별 301’조는 WTO의 원칙에 비추어보아도 그 합법성이 모호하다고 한다.

이하에서는 TRIPs협정의 특허권을 옹호하는 Wipo의 입장 그리고 그것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보건의료에의 접근권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약의 이용 가능성에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우선 특허체계에 기인한다는 주장은 신화인가?

Wipo의 입장: 우선 특허권은 보건의료와 약품에의 접근권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 가운데 한가지에 불과하다. 오히려 보건의료정책과 사회적 하부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 보건의료와 약품에의 접근권에는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상호관련’되어있다. 특허권을 보장해주는 TRIPs가 제국주의적 다국적 제약기업이 주도하여 형성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왜 남아공을 비롯해서 제3세계 국가의 보건의료정책이 주민의 요구에 호응하지 못하고 사회적 하부구조가 취약한 것일까?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있는 제국주의가 문제이다.


이미 1990년경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가 정치적․법적으로 붕괴되기 전, 국립공영라디오의 패트릭 본드에 따르면 어떤 정상의 은행가는 이렇게 말했다.19) “병자와 죽어가는 자의 수가 치솟아 오르면서 노동시장 전체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다. ‘기계화와 자동화를 향한 부가적 자극이 있을 가능성조차 있다’(필자의 강조) … 국내시장의 전반적 포화로 말미암아 남아공이 수출을 진흥하고 수출의 범위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일이 절박하다.” 왜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을까? 국내 수요가 임금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면 이유는 분명하다. 남아공과 별반 차이 없는 가나공화국의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늘 당신에게 돈이 없다면, 병이 당신을 묘지로 데려갈 것이다.”

문제는 ‘신자유주의’이다. 만델라를 계승한 대통령 엠베키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토론문건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그 문건에서는 남아공이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불화하며 특별한 유형의 주의주의적(voluntarist) 남아공의 실험 덕에 유지될 수 있는 세련된 해결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환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냉혹한 정세판단은 남아공 부르주아의 이익을 중심에 둔 것이다. 현실타개의 핵심은 민중의 민주화열망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지도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클린턴의 측근이 인정하다시피 그는 남아공 기업계의 총아이다.

엠베키 정권은 AIDS문제에 대해서 비용-수익분석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엠베키의 주요한 대변인 중 한 사람인 P. 만칼라나에 따르면 남아공화국 보건부는 HIV 양성반응을 보이는 임신부에게 비교적 비싸지 않는 AIDS 치료제의 공급을 거부했다. “ 그 어머니는 죽을 것이고 HIV 음성반응을 보인 아이는 고아가 될 것이다 … 누가 그 아이를 키울 것인가? 그것은 국가다, 국가. 알다시피 그건 자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통 HIV 음성반응을 보인 고아를 양육하고있는 사람은 절망적일 정도로 가난한 친척들이다. 만칼라나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관점은 앞서 인용한 한 고위 은행가의 생각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아닐까? 남아공이 여하튼 자본집약적이며 수출지향적인 축적전략을 채택해야한다고 지배엘리트들이 결심했다면 노동자들과 저소득 소비자들이 AIDS로 ‘자연히’ 죽어가는데 그걸 애써 방지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더욱이 어떤 조사에 따르면 420만명의 HIV 양성반응자들에게 AIDS 치료제를 공급하는데 연간 대략 120억 달러가 지출되는데 비해서 남아공의 연간 예산은 400억 달러 미만이며 그 중에서 HIV 예방예산이 2,500만 달러 미만이라면, 그리고 남아공 대중의 40%에 이르는 실업자가 노동시장을 과포화상태로 만들고 있다면?

그러나 이런 접근방식은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 여전히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정치․경제권력이 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금융세력은 “자생적”인 구조재조정 프로그램이라는 맥락에서 국가예산 적자의 대폭감축과 법인세의 대폭감세(1994년 48%에서 2000년 현재 30%로)를 요구했다. 그리고 아파르트헤이트시대의 유산인 대외부채 수백억 달러의 지불을 거부할 것을 남아공기념제 2000과 같은 활동가 그룹들이 요구하고있으나 국제금융업자들과 엠베키 정권의 재정부의 매판관료들은 그것이 위험한 발상이라고 무시했다. 그런데 이 외채지불에 할당된 연간 예산은 예산 중에서 제2위의 규모로 60억 달러 이상이다. 여기에 새로운 첨단군비로 연간 약 10억 달러를 예산 지출하고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양질의 보건의료를 확대할 수 있는 사회적 하부구조를 확충할 수 있을까? 제국주의의 끈질긴 간악함은 아파르트헤이트 최후의 몇 달 동안에 드 클레르크의 남아공 정부가 TRIPs 협정에 가입한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Wipo 주장의 허구성은 클린턴 행정부의 부통령 앨 고어의 행각에서도 알 수 있다. 고어는 남아공의 경제정책 결정 수행능력과 1997년 남아공의회가 통과시킨 의약품법을 직접 공격했다. 그 의약품법은(정확한 명칭은 의약품 및 관련물질 통제수정법) AIDS 치료제를 염가로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으로서 TRIPs의 예외조항에 근거한 것이었다. 고어의 행보는 거대제약회사와의 긴밀한 관계에서 기인한 것이다. 미국의 거대제약회사들은 지적재산권에 입각해서 그들의 생산물에 대한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려하지 않았고 고어는 그 회사들로부터 선거자금 지원을 받았다. 책임정치연구소의 1999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저,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큅, 엘리 릴리, 글락소 웰컴, 노바티스를 비롯한 제약업계는 로비자금으로 미의회의원들에게 1,2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고어의 이런 작태에 항의해서 1999년 결성된 ‘치료행동캠페인’은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의 미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필라델피아의 ‘액트업’은 물론 ‘소비자 프로젝트’와 망상조직을 결성했다. 이런 단체의 활동가들은 2000년 미 대선운동에 “고어의 탐욕이 죽인다!”와 같은 깃발을 들고 항의시위를 했다. 지구의 환경을 걱정하던 앨 고어, 결국 그는 1999년 9월 뉴욕에서 엠베키와 회동하여 남아공의 의약품법의 정당성을 양해하기에 이른다.


3) 의약품의 높은 가격은 우선 특허권체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그 덕분에 제약회사들은 약값을 계속 인위적으로 부풀린다는 것은 신화인가?

Wipo의 입장: 약값은 연구개발비용, 생산비용, 분배 및 시장판매비용을 비롯한 대단히 다양한 요인들에 따라서 결정된다. 실제 시장가격은 의약품에의 접근권 문제에 있어서 주변문제일 뿐이다. 설사 HIV/AIDS 치료약제의 가격을 제조비와 분배비 비용만 계산하는 것으로 인하하더라도 연간 치료비용은 350달러~600달러다. 가격이 이 정도이더라도 AIDS 발병률이 높은 몇몇 나라들의 연간 1인당 소득수준을 상회한다.


비판: 약품의 시장가격이 정말 ‘주변문제’일까? 잠비아의 보건의료 노동자의 판단은 그와 정반대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없을 때 그들이 어떻게 의약품을 살 여유가 있을까? 빈자들에게 의약품이란 살 수 없는 ‘사치품’(필자의 강조)일 뿐이다.”20)


우선 약값과 관련한 제약회사의 거짓된 선의는 그들이 연구비용의 상당한 액수에 대해서 세금우대 혜택을 받고있는 점을 밝히지않고 있는 소행에서 드러난다. 2000년도 ‘미국의 가족들’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미국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부문으로서 ꡔ포츈ꡕ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평균이윤폭 보다 무려 4배에 달하는 고이윤을 벌어들였다. 거대 제약회사들의 이윤 내용을 살펴보자.21)


회 사

판매수익

(단위, 백만달러)

이윤(순소득)

시장판매/광고/행정

연구개발(R&D)

메르크사

40,363

17%

15%

6%

화이저

29,574

13%

39%

15%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큅

18,216

26%

30%

11%

파르마시아

18,144

4%

37%

15%

엘리 릴리

10,862

28%

30%

19%

앨러간

1,563

14%

42%

13%


위 표에는 없으나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은 세계 제약시장에서 7%의 점유률을 가지고 말라리아, 폐렴, 그리고 AIDS 치료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AIDS 치료제인 라미부딘, 지도부딘, 콤비비르는 2016년까지 특허 생산되는 것이다. GSK의 라미부딘의 가격은 10개 선진공업국들에서 보다 아프리카에서 20%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라미부딘 60정 한 병의 가격은 530달러인 것에 비해서 말라위의 1인당 GNP는 190달러이다. 글락소 웰컴(GW)은 GSK를 탄생시킨 한 회사인데 1999년 콤비비르로 2억 4천 5백만 달러에 이르는 이윤을 챙겼다. 그것에 비해서 세계 최빈국들이자 AIDS 환자수가 최다인 몇 개국을 포함하고있는 아프리카지역 공업재산권기구 회원국들의 보건예산 총액은 1억 5천 6백만 달러이다.22) 1997년이래 시장에 출시된 콤비비르의 경우 10억 파운드(약 15억 달러) 매출에 3천만 파운드의 이윤을 챙겼는데 시장출시 비용에는 5억 달러가 들었다. 시장판매/광고/행정에 할당된 수익의 비율이 예외 없이 연구개발비용 보다 높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전체 질병의 18%를 차지하는 것이 가난과 관련된 질병들, 즉 폐렴, 설사, 결핵인데 이 전염병들에 대한 연간 R&D 비용은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연구개발비의 수준도 문제이나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들의 의약품 중에서 중요한 성분이 공공복리를 위한 연구기금을 받은 과학자들에 의해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23) 미국립보건연구원의 문서에 따르면 1995년의 경우 세금을 받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수행한 연구프로젝트의 성과 중 최소 55%가 판매고 수위 5위까지인 제약회사들의 신약 연구개발로 이전된다고 한다.24) PhRMA는 빈번히 R&D 비용이 5억불이라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세금감면 후 실제 신약(실패의 경우까지)개발에 드는 비용은 (2000년 달러환율을 기준으로) 약 1억 1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더욱이 ‘신약’이라는 것이 대체로 기존 약품에 비해서 거의 혹은 전혀 약효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제약업계에서는 R&D를 통해서 새로운 치료제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제약업계는 위의 표에서도 명명백백하듯이 R&D에 지출하는 비용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을 시장판매촉진에 지출하고 있다.25)

마찬가지로 주목해야할 사실은 1997년과 1999년 기간에 PhRMA는 미의회와 정부의 의약정책관련 부서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2억 3,6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26) 1999년에만 정당들에 별도로 14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정치적 로비는 미국계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미국계가 아닌 나라의 제약회사가 실행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독일계 거대제약회사 바이에르는 탄저열병의 항생제 CIPRO를 미 정부에 판매하는 사업과 관련해서 그 약제의 특허권보호를 위해서 공화당정권에 엄청난 로비공작을 벌였다.27) GW는 1997년~1999년 기간에 미국에 960만 달러를, 스미스클라인 베컴(SB)은 78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지출하였으며 GW는 2000년 선거에서 공화당에 100만 달러 이상을 헌금하였다. GW와 SB가 합병한 것이 바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이다.

한편 5대 거대 제약회사의 최고위급 이사들의 연봉을 보자.


이 사

소 속 회 사

연 봉(달러, 2000년)

윌리엄 스티어 Jr., 회장

화이저

130,944,439

(행사하지 않은 주식옵션을 포함)

K. 웨그, 회장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큅

84,282,547(위와동일)

D. W. 앤스타이스, 미대륙담당 회장

메르크

19,600,975

존 R. 스태포드, 회장이자 CEO

어메리컨 홈 프로덕츠

81,847,569(주식옵션 포함)

리처드 J. 코건, 회장이자 CEO

셰링-플라우

21,444,020

    

4) 특허체제가 건전한 경쟁을 저지한다는 것은 신화인가?

Wipo의 입장: 특허권을 보호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관련법에서 특허권을 제한할 수 있는 여건을, 예를 들어 일정한 조건부로 강제제조 자격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판: TRIPs의 예외조항이란 ‘강제적 제약면허권’과 ‘대등수입권’이다. TRIPs는 1994년 제국주의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무역관련 협정을 논하는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채택되었는데 7개의 장과 73조항으로 구성되어있다. 제 8조에 따르면 TRIPs를 기준으로 입법할 때 회원국들은 “공중보건과 영양을 보호하고 공공복리를 진흥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채택 … 할 수 있다.”28) 이런 조치들을 취할 수 있는 근거는 별도로 31조의 ‘강제적 제약 면허권’이다. 그것은 어떤 국가가 긴급상황에서 특허권이 있는 비싼 의약품을 최소한의 가격으로 제조할 수 있는 권한을 제3자의 위치에 있는 기업에게 부여할 수 있는 권리다.29)


그런데 이 권한을 행사하기에는 제3세계의 경우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우선 권한발동의 대상이 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약산업의 기반이 있어야한다. 이런 기반이 없을 경우 ‘대등수입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이 권한은 해당 국가에서 특허권 보유 제약회사가 제시하는 가격 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약을 생산하는 국가에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약품을 ‘복사의약품(medicaments generiques, copydrug)’이라고 하는데 특허권이 있는 상표 있는 의약품과 동일한 유효성분을 포함하므로써 동등한 질을 지닌 것이다. 이런ꡐ복사의약품’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이 브라질, 인도, 태국 등이다.

하지만 이 ‘대등수입권’이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복사의약품’을 수출하는 국가에서도 ‘강제적 제약면허권’이 발동되어야 한다. ‘강제적 제약면허권’과 ‘대등수입권’은 사실상 ‘그림의 떡’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복사의약품’ 수출국에서 ‘강제적 제약면허권’을 발동할 수 있더라도 또 하나의 제약조건이 짓누르고 있다. TRIPs에 따르면 ‘강제적 제약면허권’은 ‘압도적으로’ 국내용으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TRIPs 규약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브라질, 인도, 태국에서도 남아공에서처럼 ‘인류 최대의 위협’이 ‘현재진행 중’ 이어야한다!

화이저의 이사회의장이자 (2001년 4월 현재) PhRMA의 의장 H. 맥키넬은 인도의 ‘복사의약품’ 제약회사들을 이렇게 비난한다. “인도회사들은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기술을 훔쳐서 그것을 팔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약품공급에 있어서 인도가 기여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30) 앞서 지적했듯이 인도의 전통약초들을 크로막연구소가 특허권의 이름으로 ‘생명해적질’한 것을 상기할 때 맥키넬의 발언은 적반하장적 언어도단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계굴지의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은 ‘복사의약품’과 경쟁하기 위해서 세계시장 평균가격을 80%나 할인해서 환자 1인당 한달 치료비용으로 조합치료법비용 56달러를 남아공에 제시했다. 그러나 인도의 복사의약품은 파키스탄에서 생산되는 상표 있는 약품가 14달러에 비해서 단돈 2달러에 불과하다.31)

2001년 현재 인도는 국내입법에 있어서 TRIPs의 대단히 제한적인 ‘강제적 제약면허권’부여의 조건을 포함시키지 않고 복사의약품 제조회사들이 복제의약품을 수출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무역제재의 대상국가 명단에 올라있다.

화이저의 뇌막염 치료제인 플루코나졸레의 경우를 보자.32)

태국에서 HIV 양성반응자들의 거의 20%는 ‘기회주의적’ 질병인 이 뇌막염에 걸려있다. AIDS는 병명이 말해주듯 어떤 질환이든 사망에 이르도록 할 수 있는 병임을 상기하자. 국경 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1998년 7월 화이저가 태국에서 플루코나졸레의 판매독점권을 보유하고있을 때 그 치료비용은 하루에 14달였다. 1999년 5월 현재 화이저의 특허권(TRIPs에 따르면 20년) 행사기간이 끝났으므로 타이의 제약회사들은 치료비용이 하루에 2달러에 불과한 약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특허권이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5) 특허체제는 특히 개도국들에게 불공정하다. 일정한 경우에 그 나라들을 TRIPs로부터 면제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과연 신화인가?

Wipo의 입장: 일반적으로 적절한 지적 재산권체제는 지속적 경제개발에 열쇠이며 그런 결과 빈곤의 순환을 깨뜨리고 보다 나은 교육, 보다 높은 생활수준 그리고 보다 향상된 보건의료의 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판: 보건의료∽교육∽고용이 3각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Wipo 입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는 이제까지 설명한 것으로도 분명하다.


중국이 1993년 특허권체제를 도입한 이래 북경과 상해에서 약값은 30배에서 40배까지 급등했다.

보건연구비 중 불과 10%만이 전세계적으로 질병의 90%를 차지하는 질병들의 연구에 지출되고 있다. 혹은 연구비의 오직 0.2%만이 모든 질병의 18%를 유발하는 설사, 폐렴 및 결핵의 연구에 지출된다. 육식공룡 같은 제약회사들이 이윤을 최대한 추출할 수 있는 질병들에만 집중투자하는 것은 세계 자본주의체제에서 다른 경우와 동일하다. HIV를 비롯해서 성교에 의해서 감염되는 질병들에 효과적일 수 있는 여성 성기의 질내 미생물살균제의 개발에는 거의 투자가 없는 실정이다.33) 국경 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전세계 질병 중 거의 10%가 열대성 질병들이건만 1975년부터 1999년 기간에 승인된 신약 1,393종 중에서 불과 13종(1%)만이 이 열대성질병 치료제였다.34)

어떤 나라에서 420만명이 AIDS 양성반응자라면, 그들이 전체인구의 20%를 차지한다면 이것은 ‘국가적 위급상황’이 아닐까?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남아공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는 1997년 11월 25일 동년 10월 31일 국회에서 통과한 ‘의약품법’에 서명했다. 그 법안의 핵심내용은35) 1) 특허권 기한이 만료된 의약품들을 ‘복사의약품’으로 대체하고 ‘강제적 제약면허권’에 입각해서 ‘복사약품’을 수입하거나 생산한다, 2) 특허권이 있는 의약품들에 대한 ‘대등수입권’을 발동한다, 3) 의약품가격책정위원회를 설립, 의약품가격체계의 투명성을 확립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정부와 WTO를 통해서 압력을 행사했으나 그것이 여의치 않자 39개 거대제약회사들이 남아공정부를 상대로 제소하였다. 2001년 3월 5일 남아공 프레토리아 고등법원에서 첫 공판이 개정되었다. 그런데 수석판사가 비정부기구들에게 특허권위반을 정당화할 수 있는 토론의 기회를 허용하기 위해서 공판을 4월 18일로 연기하였다. 한편 ‘치료행동캠페인’의 의장인 재키 아쉬마트는 제약회사들의 제소행위에 대해서 ‘빈자들에 대한 홀로코스트’라고 맹비난을 가했다.36) 이에 대해서 2000년 말 글락소 웰컴과 스미스클라인 베컴이 합병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가 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대변인은 “제약업계의 입장은 특허권체제가 반드시 유지되어야한다”는 것임을 강조했다.37)

이어서 인도의 제약연구소 Cipla는 AID 치료용으로 3중 요법에 쓸 수 있는 8가지 약품을 600불 수준으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계 제약회사는 이런 요법에 1만 달러~1만 5천 달러를 챙겼던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거대제약회사 메르크는 2종의 약품을 500달러와 600달러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했고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큅 역시 2종의 약품을 365달러에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제약회사들은 소송을 철회하기에 이르고 ‘치료행동캠페인’은 남아공정부에 대해서 ‘의약품법’의 즉각 시행 등을 주장했다.


6) 특허권 보호관련 국제조약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약품들에 대한 기본적 인권을 방해한다는 것은 신화인가?

Wipo의 입장: 특허권관련 조약을 포함해서 국제적 지적재산권조약들은 완전히 UN 세계인권선언―제25조의 지적 재산권 보유자의 물질적 및 정신적 이윤을 향유할 권리와 제27조의 모든 인간이 적절한 보건의료의 혜택을 향유할 권리―과 부합한다.

비판: 이제까지 설명을 고려할 때 Wipo의 입장이 과연 현실의 삶을 정직하게 말한 것인지 여부는 자명하다.


국제자선기구인 Oxfam의 영국지부는 나름으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기구는 다국적 제약회사에 대해서, 미국정부에 대해서, 세계보건기구에 대해서 일단 ‘판단의 수준’에서는 의미있는 권고를 제시하고있다.38) 반면에 옥스팜은 앞서 언급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주주이기도한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39)

세계보건기구, Who is it? 세계보건기구는 2000년 현재 ‘필수의약품 목록’에 오직 2종의 약품 그것도 AIDS의 어머니-자식 전염을 예방할 수만 있는 것들을 등재해놓았다. 이 기구는 예방 이외에는 어떤 것도 필수적인 것이라고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치료의약품은 완전히 방치되고있는 것이다.40) 왜 이런 입장을 취하고있는 것일까?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특허권 집착에 이의를 제기하는 도전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현실주의적 현명함’ 때문이 아닐까?



죽음의 승리?

서구제국주의의 ‘백색’ 식민지배, 2차대전의 종식에 따른 정치적 독립 후 사회주의혁명의 실패, 금광․우라늄광․코발트광등 천연자원을 노린 제국주의의 간섭과 내전, 미이라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아 그리고 창궐하는 AIDS에 괴로운 아프리카를 보면 16세기 벨기에 화가 피터 브뤼겔의 그림 ‘죽음의 승리’가 상기된다.41) 이것은 그가 36, 37세에 그린 것인데 얕은 구릉에서 피어오르는 지옥의 화염을 배경으로 해골들이 큰 낫으로 사람들을 벌초하듯이 자르며 나무와 풀은 말라죽은 내용으로 그림의 북북동쪽에서는 한 인간을 무릎꿇린 채 한 해골이 장검으로 그의 목을 칠 찰나다. 브뤼겔은 ‘죽음의 승리’가 당대에는 물론 미래 진행형이 될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오늘날 ‘죽음의 승리’는 천의 얼굴로 미래 진행형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닐까?

세계적 차원에서 AIDS 외에 연간 300만명이 설사성 전염병으로 그리고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며 결핵으로 250만명, 말라리아로 200만명, 홍역으로 10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 전염병들은 질병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1500만명)의 1/3을 차지한다. 매일 5만 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하는데 그 절반의 인명이 보건의료의 접근과 이용권이 보장된다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42)

건강은 의학적 예방과 치료에의 접근가능성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의 여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 내에서 축적된 경험에 의해서 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AIDS사태는 이런 사실을 비극적으로 증언한다. AIDS가 확산되어 ‘인류최대의 위협’이 되기에 이른 데에는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대륙 내외의 상황이 작용한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관건인 것이 바로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인 것이다.

북경에서 AIDS환자는 2000년 22,517명이었는데 2001년에는 60만명으로 급증했으며 2010년에는 2천만명에 이룰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43) 왜 이렇게 놀랄 정도로 급속히 감염되고있는 것일까? 해안지방에서 마약을 정맥 내에 주사함으로써, 동쪽지방에서 성행위를 통해서, 내륙지방에서 불법적인 매혈을 통해서.44)

‘사회주의’ 중국의 이런 심히 우려스런 사태는 남한에 강 건너 불일까?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증가추세인 상황에서 보건당국은 과연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남한 제약시장을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이미 장악한 현실을45) 심각하게 접근해야한다. 예를 들면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질병들 중 하나인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정’의 공급을 앞서 지적한 ‘화이저’의 한국 자회사가 독점하고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IBM과 마이크로 소프트와 합자하여 미국의 의사들을 주고객으로 처방을 자동화하며 제약업계, 건강보험회사들 그리고 병원과의 연계능률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46) 다국적 제약회사는 시장에 대한 독점권을 넘어서 국내 약값기준 책정에 참여할 권리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47) 남아공의 경우처럼 제국주의 자본은 국내 자본과 이해관계가 일치할 경우 언제든 의기투합한다. 2000년 어느 전공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라는 글에서 2000년 ‘의료대란’을 ‘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린 이데올로기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경제적 이해관계란 약값에 들어있는 돈이며 이데올로기란 의료사회주의와 의료자본주의간의 싸움이라고 한다.48) 비록 그의 판단이 조야하지만 오늘날 남한의 병원자본이 보건의료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 지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하다. 요컨대 남한의 보건의료 시장을 두고 다국적 제약회사와 병원자본이 의기투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인류최대의 위협’은 AIDS라기보다는 ‘생명해적질’로 생명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생물무기’의 개발에 열을 올리며 ‘특허권’ 보호를 위해서 인류의 건강권 ‘보호’에 냉소적인, ‘죽음의 승리자’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아닐까? 공간적으로는 멀리 있으나 ‘인간의 고통에 관한 동감’에서는 지척에 있는 두 만델라 그리고 ‘치료행동캠페인’ 동지들 역시 같은 판단을 하고있지 않을까? 

한/노/정/연


1) http://www.actupny.org/reports/durban-mandela.html


2) ꡔ과학과 미래ꡕ, 파리, 2002년, 5월호, 22면.


3) 스티븐 제이 굴드 외, ꡔ생물학ꡕ, 캠프벨, 1993년, 344면~354면.


4) 미셸 드 프라콘타, ꡔ과학의 사기 10강ꡕ, 파리, 라데쿠베르트, 2001년, 157면~202면. AIDS의 발병인자가 HIV가 아니라는 이견을 제시하는 생명-의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을 ‘이단자들(dissidents)’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AIDS 치료제가 오히려 AIDS와 관련된 사망을 초래하고있으며 현재의 비극적 사태는 의료계 거의 전체, 정부 그리고 제약회사 사이의 일종의 공모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일단 주류의 판단에 동의하는 한편 이 ‘이단자들’의 반란을 적절히 이해해야한다고 본다. http://www.wsws.org/articles의 “맑스주의와 AIDS 이단자들” 제 1, 2, 3부를 참고. 그리고 http://www.virusmyth.net/aids/data/ah15years.htm의 “AIDS 연구 15년”, ꡔ과학과 미래ꡕ(파리, 2002년), 1월호 45~46면 참고.


5) ꡔ건강백과사전ꡕ, 파리, 라루스, 1999년, 691면~704면.


6) http://whyf.iles.org/132 aids2/4.html


7) http://www.sciences-en-ligne.com/Dictionnaire/Dictionnaire DIST/P/Prot12.htm


8) http://www.cybersciences.com/cyber/3.0/N2359.asp


9) http://www.newscientist.com/news/news.jsp?id=99992519


10) http://www.transnationale.org/anglais/sources/information/controle_prior_art.html


11) http://www.sciam.com/2001/0801 issue/0801 patents.html


12) http://www.signalsmag.com/signalsmag.nsf/09/15/2000


13) http://www.ajobonline.com/~id=60


14) http://www.psrast.org/newgene.htm


15) http://www.ajobomline.com/~id=61


16) 엑슨이란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 중에서 단백질 생성을 명령하는 부분이며 인트론은 이 엑슨의 기능발현을 억제하는 부분이다. 리 실버 외, ꡔ유전학ꡕ, 맥그로힐, 2000년, 용어해설 참고.


17) 주 9)와 동일한 사이트.


18) 반다나 쉬바, ꡔ우리의 생명을 팔아치우기ꡕ, 동경, 소피아대학교부설 비교문화연구소, 2면.


19) http://www.zmag.org/sustainers/content/2000-07/17bond.htm


20) http://www.oxfam.org.uk/policy/papers/safrica2.htm


21) http://www.ft.com, 2001년 4월 26일자, “거대 제약회사와 황금알을 낳는 거위”


22) http://www.oxfam.org.uk/cutthecost/dare.pdf


23) http://www.economist.com, 2001년 4월 19일자, “아프리카의 염가의약품의 가격”.


24) http://www.actupny.org/reports/drugcotsts.html


25) http://www.wsws.org/articles/2001/mar2001/oxf-m03.shtml


26) 주 18)과 동일한 사이트. 제약회사의 시장이 엄청나지만 의약품에만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 제약회사들은 생물무기의 개발에도 관련되어있으며 ‘생물무기협정’ 체결의 범죄적 훼방꾼이다. 필자의 「생명공학: 생명에 대한 공(恐)학인가, 공(恭)학인가」, ꡔ진보평론ꡕ 2001년 가을, 통권 9호 참고.


27) http://www.zmag,org/weispharm.htm


28) 주 19)와 동일한 사이트.


29) http://www.lemonde.fr/article, 2001년 3월 6일자.


30) 주 19)와 동일한 사이트.


31) 주 21)과 동일한 사이트.


32) http://www.zmag.org, “약품, 특허권 그리고 미국의 정책”


33) http://www.oxfam.org.uk/cutthecost/policy.3rtf


34) http://www.msf.org,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빈민들의 질병 치료제에는 돈줄이 거의 말랐다.”


35) http://www.actupny.org/reports/TAC statement.html


36) http://www.lemond.fr, “AIDS: 건강을 위협하는 이윤”


37) http://www.lemonde.fr, “제약업계의 거인들이 AIDS 치료제용 복사약품들에 대한 접근권을 제약하다.”


38) 주 31)과 동일한 사이트.


39) 주 23)과 동일한 사이트.


40) http://www.actupny.org/reports/durban-who.html


41) 로제-마리와 라이너 하겐, ꡔ브뤼겔ꡕ, 타쉔, 쾰른, 2000년, 44면~45면. 브뤼겔은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60면~61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큰 물고기’(왈러슈타인, ꡔ역사적 자본주의ꡕ의 표지, 22면), ‘바벨탑’(14면~21면)등을 그렸다.


42) 주 2)를 참고.


43) http://www.lemonde.fr, 2002년 4월 10일자, “중국을 휩쓰는 AIDS”.


44) ‘사회주의’ 중국에서 불법적인 매혈의 역사는 오래된 것 같다. 여화의 ꡔ허삼관 매혈기ꡕ(최용만 옮김, 푸른숲, 2000년)는 1950년대 대약진 운동기와 1960년대 문화혁명기 어느 공장노동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허삼관은 공장임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불법적으로 매혈을 한다. “… 물을 많이 마시면 몸 속의 피도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 …”(20면) 이라고 믿는 허삼관. 그는 그 시기 그 땅에만 살았던 이 같지 않다. 평론가 우찬제는 허삼관의 糧食 구하기를 통해서 그의 삶의 樣式, 삶의 슬픈 樣式을 보며 우리 모두의 良識을 성찰하고 있다(329면~339면).


45) ꡔ한겨레ꡕ, 2002년 7월 13일자, 15면.


46) http://www.ft.com, 2001년 3월 30일자. 그리고 http://www.pfizer.com, 2001년 3월 29일자.


47) ꡔ한겨레ꡕ, 2002년 7월 22일자, 3면.


48) 대한의사협회, ꡔ의료정책연구소 출범기념 세미나 자료집ꡕ, 2002.5.4., 42면.


2002-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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