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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법안, 왜 노동법 개악인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80호
구미영

주5일 근무제 법안, 왜 노동법 개악인가


구 미 영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부장





김대중 정권이 주5일 근무제 입법안을 통과시키려 온갖 애를 쓰고 있다. 노동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 국민이 주5일 근무제에 찬성한다고 발표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국정홍보처 설문조사 결과 62.6% 이상이 찬성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응답이 찬성 이유라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이에 자본은 ‘삶의 질 향상하려다 삶의 터전 잃는다’는 광고를 하면서 반대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자본과 정부간의 공방 속에서 은폐되고 있는 것은 주5일근무제 입법안에 노동시간 단축, 삶의 질 향상이란 없다는 사실이다. 주5일근무제 입법안을 살펴보면 노동시간 단축이란 애초에 사탕발림에 불과했음이 분명해진다. 오히려 자본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완성하려는 노동법 개악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월차휴가와 생리휴가 폐지화
9월 5일 발표된 노동부 입법예고안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휴일이 늘어나므로(계산상 연 26일의 휴일이 생긴다) 월차휴가와 생리휴가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장시간노동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는 그들의 명분을 스스로 깨트리는 것이다. 연월차를 통합해 15일∼25일로 줄이게 되면 장기근속자 비율이 높지 않은 현실에서 대다수 노동자는 최초 시작 휴가일수가 22일에서 15일로 7일이나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임시․계약직 등 연차휴가를 받을 수 없는 1년 미만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일한 휴가인 월차휴가를 빼앗는 것이라는 비판이 높아지자 1개월당 1일씩을 부여하기로 했다고는 한다. 생리휴가 폐지는 모성보호에 심각한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의 경우 월차와 함께 연 24일의 휴일이 없어지고 말아 결국 주5일 근무제는 실시하나마나 한 셈이 된다.


주휴는 무급화, 할증임금률은 반으로 삭감
정부 입법예고안에는 주휴와 관련된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국회에서 언제든지 추가될 수 있으며 실제 경제부처나 경제단체에서는 주휴무급화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주휴 무급화가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주휴가 무급으로 처리될 경우 월급제 노동자들은 곧바로 임금삭감의 효과를 받는 것은 아니나 무급화된 만큼의 임금이 삭감되어야 한다는 사측의 공세 속에 월급액이 줄어들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시급․일급제 등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특히 비정규직) 경우는 직접적인 임금손실을 당하게 된다.
또한 주5일근무제 법안은 초과근로(주 44시간 또는 1일 8시간을 넘는 근로), 야간근로(밤 10시~새벽 6시), 휴일근로에 대하여 가산하여 지급해야 하는 할증임금률을 현재의 50%에서 25%로 삭감하려 한다. 6시간 초과노동을 한다면 4시간분에 대해서는 할증률이 25%밖에 안 되는 것이다. 할증률은 사용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가함으로써 시간외근로와 야간근로 등을 방지하여 노동자들이 노동력을 회복할 여유를 주고 규칙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데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할증률을 낮춘다는 것은 단순한 임금삭감을 넘어서, 자본이 임의적으로 근로시간을 좌지우지하여 노동자들에게 불안정한 삶을 강제함을 의미한다. 또한 노동시간을 단축하자고 하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의 유일한 제재수단을 약화시킴으로써, 근로시간단축을 공염불로 만들 것이다. 임금할증률이 삭감된다면 자본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장시간근무를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자본은 ILO 기준이 25%이므로 국제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나, 실제 ILO 기준은 “25% 이상”이며 대다수의 국가들이 50% 이상의 할증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휴가에는 일해도 임금은 없다: 휴가근로수당의 폐지
또한 휴가사용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가 사용하지 않은 휴가에 대한 금전보상의무를 없애는 휴가사용촉진방안도 신설된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이를 수당으로 받아가 휴가제도가 적정히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와 자본의 비판이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이 휴가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자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이를 반납해야 하는 작업현실을 외면하고, 휴가미사용의 불이익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
입법안에 따르면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한 임금보전과 관련하여 ‘기존의 임금수준과 시간급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는 포괄적인 임금보전원칙을 법 부칙에 명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전방안이 법에 의해 보장되지 않고 ‘임금보전’ 원칙만을 선언적으로 명시할 경우 비정규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임금보전이 어렵게 된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보전 원칙을 근거로 단체교섭 등을 통하여 임금보전을 받을 수 있지만 미조직 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임금보전을 확보할 조직적인 힘을 가지기 어려워 임금보전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노동시간이 줄었으니 임금도 줄어야 한다’는 자본의 요구를 무시할 수 할 수 있는 노조는 소수인 것이 요즘의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는 임금보전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겼을 경우 유권해석과 행정지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나 지금도 산업현장에서는 정부의 감독소홀과 사용자들의 불법, 탈법행위로 인해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행정지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무노조사업장,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번 정부안에는 법 부칙에 취업규칙 및 단협을 근로기준법에 맞춰 바꾸도록 의무화하는 규정도 들어 있어서 임금, 노동시간 관련해서 조직된 노동자라 하더라도 개악안의 영향을 없애기 어렵게 되었다.


임금삭감과 함께 강요되는 노동유연화
주5일근무제 입법안은 각종 휴가를 폐지하여 임금삭감을 강제하는 것도 부족하여, 노동시간 단축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노동의 유연화를 그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노동유연화의 강화는 막연히 노동자의 건강 내지는 할증임금의 미지급의 문제를 넘어서서 현장에 대한 자본의 지배력을 관철하고 노동의 단결을 원천봉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주 44시간을 초과하여 근로를 시킬 수 없도록 하고,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초과할 경우에는 50%의 할증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변형근로시간제(=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일정기간(현행 2주, 1달)을 평균하여 주 44시간이 넘지 않으면 위 제한을 받지 않고 특정일에는 8시간 이상, 특정주에는 44시간 이상을 근로시길 수 있는 제도이다. 즉 일이 많은 날이나 주에는 8시간/44시간 이상을 시키고, 일이 없는 때에는 적게 시킬 수 있도록 하여 근로시간에 대한 근기법 상의 제한과 할증임금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현행 제도는 2주 단위의 변형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에 규정함으로써, 1월 단위의 변형근로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이를 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입법안은 현행 변형근로제를 더욱 확대하여 현행 1개월 한도 내에서 가능한 변형근로시간제를 3개월 단위까지 확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는 전체로 보면 노동시간이 동일하기는 하지만 특정일과 특정주에 과도한 노동을 강제받아 노동자의 건강과 생체리듬을 깨뜨릴 우려가 있다. 특히 계절적 요인에 따라 업무량의 편차가 큰 유통, 서비스업과 계절상품을 생산하는 업체, 납기일을 맞추어야 하는 제조업종과 중소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에 따라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삭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규칙한 노동을 통제하는 유일한 수단인 할증임금마저 적용하지 않도록 하여, 연장근로수당 없는 연장근로를 합법화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이나 형식에 불과한 협의만으로 근로시간 변형을 가능케 하여 노동의 참여권을 박탈함으로써 노동과정에 대한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다.
주5일근무제 적용일로부터 3년간 연장근로 상한을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한다는 것 또한 노동에 대한 자본의 지배력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또한 초과노동시간한도를 16시간으로 늘이면서 최초 4시간분에 대한 할증률을 25%로 인하하면 그만큼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장시간 노동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입법안 어디에도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주5일 근무제의 단계적 실시가 의미하는 바
주5일근무제 정부 입법안에서는 공공, 금융․보험과 1,000명 이상 대기업은 내년 7월부터, 300명 이상 기업은 2004년 7월부터, 50명 이상 기업은 2005년 7월, 30명 이상 기업은 2006년 7월부터 주5일근무제를 실시한다고 하였다. 반면 전체노동자의 58.6%에 달하는 30인 미만 업체 근무 노동자의 주5일 근무 실시 시기를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법규정은 없느니만 못하다. 복수노조금지 조항은 2002년 없앤다고 규정됐지만 정부와 자본의 합의에 의해 또다시 뒤집어졌고 언제 이 조항이 철폐될는지 요원해졌다. 마찬가지로 30인 미만 업체에도 언젠가는 실시한다고 하였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자본과 정부 손에서 결정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주5일근무제는 전혀 반가운 것이 아니다. 소수의 혜택받는(그 혜택이 얼마나 유지될지도 불확실하지만) 노동자들과 자본을 위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보장받던 주휴, 월차, 생리휴가, 할증률 등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한/노/정/연

2002-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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