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세계화와 연금제도 변화의 쟁점
기업연금 도입을 중심으로
1)
1. 금융의 세계화, 연기금의 금융화
1) 금융의 세계화, 산업자본의 금융화
생산부문에의 투자, 국민총생산 및 무역의 증가율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금융영역의 특수한 역동성은 그 자체로 지난 수십년간 세계경제 상황을 가장 크게 뒤바꿔 놓은 요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1960~70년대에 걸친 생산부문에서의 가치실현의 곤란과 자본의 평균이윤율 하락은 금융적 방식으로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막대한 자본의 형성을 가져왔다. 이를 위해 과거 금융에 부과되었던 제약조건들은 철폐되어야 할 대상이었으며, 국가에 대한 로비와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결과 금융의 자유는 성취되었다. 결국 금융영역의 가속적 성장은 국민적 금융제도들의 자유화와 탈규제 그리고 관치금융체제로부터 시장금융체제로의 이행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금융화 과정은 몇몇 금융관련 표준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 첫번째 금융적 규범은 국가 내에서 상품의 가격안정성 혹은 ‘낮은 인플레’이다. 이러한 목표는 ‘경쟁적 탈인플레’, 낮은 임금의 유지, 복지관련 국가지출에 대한 압력 등 화폐의 이해를 반영한다.(화폐적 정치) 동시에 금융자산 소유자의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면서 단기의 투기적 조작에서 자본 집중을 위한 인수․합병까지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은 정당화된다. 이는 거대 산업자본의 투자전략과 경영, 투자은행보험연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의 새로운 활동을 추동하였다.1)
금융의 세계화는 기존 산업자본들이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유동성과 이동성을 상당수준 제고시켜주었다. 이러한 기반위에서 지배적 산업자본으로서 초국적자본(TNC)의 금융화가 가속화되었다. 이는 산업자본이 주식-채권시장, 외환시장에서 막대한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산업자본이) 자본의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경하였다는 점이다. 즉 지배적 자본분파(TNC)가 축적의 원동력을 새로운 물질적 팽창에서보다는 고도금융을 통한 잉여가치의 분배기술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자본은 세계적 수준에서 강제되는 금융자유화와 탈규제에 의해 가능해진 금융설계기법 덕분에, 고용을 새로 창출하는 신규투자를 행하지 않고서도 국가경계를 넘어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대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금융화에 성공한 산업자본인 초국적기업(TNC)들의 공격적 인수․합병방식은 민족국가 자산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어뜨리고 나서, 금융시장을 통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을 통합시켜내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의 논리에 기반한 지속적인 자본생산성 제고, 즉 다운사이징(downsizing), 재설계(reengineering), 구조조정(restructuring), 합리화(streamlining)하였다. 이러한 효율성 재고과정을 통해 금융적 팽창은 산업자본과 분리되지 않고, 산업자본의 논리를 금융자본의 논리로 완전히 전환시켜내면서 확장하게 된다. 실제 90년대 미국경제가 그러했듯 자본축적의 위기에 대응한 자본진영의 방책은 금융적 팽창과 그 수익률에 기댄 완만한 기술혁신-자본생산성 재고였다. (대표적 예로 미국의 연기금은 신경제로 상징되는 IT산업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였다) 즉, 스스로 주식-채권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그리고 기관투자가의 감시 하에 구조조정 시스템을 일상화하고, 기술중심 중소기업들을 적극 육성․통합시켜내는 것. 이렇게 산업자본은 금융적으로 팽창해왔다.
2) 기관투자가의 부상과 역할
기관투자가란 개인 또는 기업으로부터 저축 및 여유자금을 끌어모아, 이를 금융시장(주식과 채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법인형태의 투자자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연기금, 투자은행(뮤추얼펀드), 보험, 헷지펀드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관투자가의 부상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1990년대 이루어진 전세계적인 금융적 팽창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소위 사회보장기금이 기관화되어 스스로 초국적 금융자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주가를 부양하는 장치로 기능해왔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의 부상의 주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시장의 탈규제와 자유화는 기관투자가의 성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둘째, 개인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자신의 자산을 위임하는 추세가 강화되었다2), 셋째, 연기금의 개혁과 규모의 성장은 금융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부상을 촉진하고 그 역할을 증대시켰다. 넷째, 80년대 중반이래 공공채무가 증가하였고→ 국공채 시장이 성장하여→ 기관투자가를 크게 강화하였다. 실제로 국공채 시장의 성장은 연기금, 투자은행, 보험회사의 성장을 촉진했다. OECD 나라들이 재정적자의 보전방식을 금융시장에서의 채권발행으로 전환함으로써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기금들이다. 다섯째, 특히 투자은행의 경우 8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의 하나가 된 민영화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민영화로부터의 수입은 1990년과 1997년 사이 300억 달러로부터 1,540억 달러로 족히 다섯배가 되었다. 여섯째, 기관투자가는 합병과 적대적 인수의 준비와 실행과정에서 상당한 정도로 참여하여 거대한 수익을 챙겼다. 1992년부터 97년까지 인수합병의 건수는 세계적으로 거의 두배가 증가하였고 양도된 자산가치는 다섯 배 이상(+445%)으로 증가하였다.3)
<표1> 금융제도에서 기관투자가의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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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의 시장 점유비율*(%) |
기관투자가에의 저축투자**(%) |
1985 |
1995 |
1985 |
1995 |
미국 |
43.8 |
54.6 |
33.4 |
45.3 |
캐나다 |
26.4 |
35.9 |
24.5 |
31.4 |
영국 |
26.7 |
31.6 |
- |
52.0 |
프랑스 |
11.4 |
23.4 |
15.7 |
27.3 |
일본 |
10.2 |
22.6 |
32.3 |
34.8 |
독일 |
12.8 |
19.0 |
19.6 |
28.9 |
스페인 |
3.2 |
15.0 |
2.9 |
24.4 |
* 금융부문의 총 금융자산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
** 사적 가계의 저축에서 기관투자가에 투자되는 비율
** 자료: IMF, International Capital Markets. Developments, Prospects, and Key Policy Issues, Washington, November 1998, p.135.
총 금융자산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이 역시 10년간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전문적인 기관투자가는 이미 금융부문 총 자산의 절반 이상을 관리하고 있고 영국과 캐나다에서 그 비율은 약 1/3에 이른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가계들의 저축 중 점차 많은 부분을 은행계좌나 (직접적으로)주식이나 채권으로 갖지 않고 기관투자가에게 맡기는데 기인한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도 지적했지만 개인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저축을 하고,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위임을 지향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산에 대한 통제권 위임이 자본시장 내에서 투자결정의 집중화로 이어지고 이를 강화시켰다. <표1>을 보면 1985년과 1995년 사이에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가계의 저축이 기관투자가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후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표 2> 각국의 기관투자가의 자산배분 구성 비율 (1998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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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Canada |
Japan |
Sweden |
U.K. |
U.S. |
투자신탁 |
43% |
28% |
21% |
24% |
12% |
26% |
보험 |
53% |
28% |
50% |
47% |
50% |
23% |
연금 |
4% |
44% |
19% |
2% |
38% |
37% |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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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
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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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
* 여기에서의 연금자산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공적․사적연금을 합한 것이며 부과방식은 사적 연금자산의 총액.
註: 1) 신탁회사의 투자신탁을 제외한 신탁계정을 의미 2) 사회보장 부문에 포함된 공적 연기금 3) 다른 비저축성 금융기관.
*** 자료출처: OECD, Institutional Investors Statistical Yearbook, 2000.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참 역설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데 금융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계의 저축, 임금의 일부분이 적립된 노후보장 기금, 보험금이 활용되어 오늘날 가장 투기적인 기관투자가들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민중의 생계기반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였다. 사실 오늘날 금융의 새로운 전략은 개인과 가계의 금융계획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경영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4) 이러한 방향에 따라 개인과 가계의 금융계획은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구조로 이행을 추동하는 주요한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결국 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금융의 수요를 개발하고 패키지로 묶어내는 것, 종업원복지혜택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연금을 도입하는 것, 개인과 가계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주요 동력을 형성한다.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은 이러한 자금원에 기대어 자산가격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장주도자의 역할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집중된 화폐자본을 점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기업과 국민경제를 금융의 이해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재조직하는지를 보고자 한다. <표1>에서 확인했듯이 뮤추얼펀드나 보험회사,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이제 금융투자의 광범위한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산업들과 기업들 내에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이윤율을 비교하고 경영진의 성과를 판단한다. 즉 기관투자가들은 보다 커다란 투명성에 관심을 갖고 지구적 행동반경을 갖는 투자자로서 기업 성과의 국제적 비교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며,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는 자본의 관리자로서는 항상 높은 수익과 긍정적인 시가기대에 관심을 갖는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 관리되는 자본을 투하한 기업의 대주주로서 그들은 금융소유자의 이해를 크게 대변해야 할 압박에 놓인다. 이 압력을 그들은 경영진에게 행사한다.5) 그러나 그들은 마찬가지로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신속하게 기업으로부터 철수할 능력도 있고 준비도 되어 있다. 여기서 금융규범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6)이다. 이런 상황이 “주주가치”를 지향하는 것, 즉 주식소유자를 위해 그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경향은 1980년대 이후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인수․합병 운동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명확해진다. 최근 인수․합병의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생산자본의 지속적인 축적에 공헌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산업자본의 ‘금융화’를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인수․합병 운동에 관한 연구들은 대상 기업들을 수중에 넣는 목적이 주로 증시 활황으로 그 명목가치가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융자산의 획득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증권을 매입하는 그룹들이 이러한 증권시세의 상승으로부터 기대한 것은 그 환매를 통한 상당한 잉여가치의 획득 또는 잠재적 잉여가치의 형태를 회계상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관심은 금융소유자들이 배당금을 많이 받도록 미래의 전망에 대한 평가와 현재의 상대적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관투자가의 기생적 활동은 사실상 자신이 주주로 있는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 행위는 가격의 단기적 변동성에 따른 것이기에, 거시경제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경쟁의 길에서 새로운 표준과 목표수치 그리고 비교척도를 통해 경제전체로 확산된다. 한편 이러한 경제의 불안정성 증대의 파급효과는 단지 일국 경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관투자자들에 의한 기업지배구조의 영향력 강화로 세계화된 시장에서 지대적 조절도 매우 쉬워졌다. 이들은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생산된 가치를 더욱 착취하고, 국민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생산장치(산업, 서비스)의 이익을 더욱 빼앗고 있다. 분명 기관투자가는 전세계를 무대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며, ‘투기금융’의 주력 부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7)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 주가가 요동칠 때마다 세계의 다른 모든 증권시장이 연동되어 크고 작은 주가 폭락이 일어나는 것은 증시의 직접적인 상호연계나 투자자들의 모방적 반응 때문만이 아니다. 한 금융센터에서 다른 금융센터로의 전염 현상은 증권 보유자들의 극단적인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흥시장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금융위기의 배후에 이들 기관투자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8) 또한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신흥시장에 자신의 이익에 기여하는 자본시장 규율들―급진적 민영화, 긴축정책, 국가의 규제기능 약화―을 강요하게 된다.(Mary Ann Haley; 1999) 한편, 세계화된 시장금융은 그에 선행했던 국제화의 형태들에 비하면 그 배제적 성격이 훨씬 강하다. 특히 엄밀한 의미에서 개도국들의 배제가 심각한데 그 까닭은 불행히도 이 나라들은 세계화된 금융시장에 통합될 수 있는 신흥시장도, 대공업국들의 채권 또는 주식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능력있는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3) 연기금의 주식화
연기금은 임금이나 봉급에서 나온 분담금이 누적된 것이며, 그 공인된 목적은 퇴직 임노동자들에게 규칙적이고 안정된 연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금은 저축을 집중시키는 제도형태로서 대개 기업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민간 제도이기 때문에, 그 최초의 자금원은 (넓은 의미에서의) 임금 소득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기금들이 집중시킨 저축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이들은 비은행 금융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며, 그 기능은 대규모 화폐자본을 유동성 원칙과 수익의 극대화 원칙하에서 자체 증식을 도모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먼저 기금의 규모부터 보면, OECD는 1996년 연금자산 총규모를 8.7조 달러로 측정했고, 1990년이래 연간평균성장률을 10.9%로 측정했다.(OECD 1998b). 그리고 연금자본은 OECD국가의 기관금융(보험회사, 투자회사, 연금펀드) 중 28%를 구성하고 있다.(1995년) 한편, OECD 산정기준과는 다르게 보험회사와 투자은행에서 다루고 있는 연금자산을 액수를 연금자산 규모산정에 포함시키면, 연금자산은 10조 달러로 증가하며, OECD 총 주식시장 자산 중 4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9)10)(1998년) 게다가 매우 특징적인 사실은 사적 연기금의 경우 다른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외국주식과 채권에 대한 자산대비 투자 비율이 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11)(1993년) 이를 통해 우리는 연금자본이 금융시장을 무대로 엄청난 양의 주식과 채권을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연기금이 주식의 소유권과 같은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매입한 주식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증권형태는 기관투자들에게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핵심활동인 투기에 유달리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기금의 금융 활동은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촉매재의 역할을 했는데, 이는 다음의 사실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라틴 아메리카 신흥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은 주로 기관투자가들, 특히 뮤추얼 펀드가 주도한다. 하지만 뮤추얼펀드의 중요성의 원천도 사실은 연기금에 부분적으로 의존한다. 미국 연기금 가운데 신흥시장에 투자된 자산 규모는 1996년까지 적어도 5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때 연기금 투자의 절반 이상을 투자은행에 투자하고, 이것이 신흥시장에 투자되는 형태였다. 즉 연기금은 점차 뮤추얼펀드에 위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4) 금융의 세계화, 연금 주식화의 파괴적 효과
새로운 사회적 타협체계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 밀접히 관련되었다. 이른바 다양한 계급간 협력을 가능케 하는 금융적 포섭이다. 이러한 포섭형태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의 관련 덕분에 보다 폭넓은 계급에게까지 확장하게 된다. 즉, 중간계급을 포함하는 폭넓은 타협의 구축이 신자유주의 생존의 핵심이 된다. 중간소득 노동자에 대한 주식시장 지분분배를 통해 노동 vs 자본의 계급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임노동자들에게 임금보상을 대체하는 주식의 분배, 스톡옵션, 연금기금의 분배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금융적 포섭전략은 첫째, 노동통제 및 신축화의 기제로 활용된다. 예컨대 노동자 대중을 분할하는 내부노동시장 형성의 기제로서 실물적인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의 개선보다는 개인연금(보험)과 기업연금의 한 형태인 종업원지주제, 임금의 새로운 지불방식으로서 스톡옵션이 적극 추진된다. 이는 보다 세련된 형태의 효율성 임금논리에 의해 뒷받침된다.12) 여기에서 효율성임금이란 예컨대 보너스임금, 연봉제, 스톡옵션을 말하는 것으로, 집합노동자의 평균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짓는 생산성 임금체계와 달리 임금의 크기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된다고 보는 임금체계이다. 이는 과거 (구)케인즈주의적 노동(임금) 정책의 성격과 크게 다른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당국은 오히려 효율성 임금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비자발적 실업을 용인13)(혹은 부추기는)하는 가운데,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하에 불안정노동을 더욱 확산시킨다. 결국 임금은 개별 노동자들간에 엄청난 편차를 가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노동자들간의 경쟁이 심해지며, 임금결정과정에서 여타의 제도적 조직적 개입은 봉쇄되어 임금의 신축성이 노동, 고용의 신축화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본의 금융화 전략은 고용의 불안정화와 노동통제강화를 양축으로 하는 노동시장의 신축화를 위해 법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전방위적인 노동의 분할과 배제를 의도한다.14)
둘째, 이러한 금융적 포섭의 체계는 개인과 가계의 생계와 노후대비자금을 주식시장의 운명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며, 구조조정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킨다. 자본은 더 넓은 층을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포섭하고자 하며, (강제적․자발적 방식으로) 노동자들은 이러한 금융적 수혜 앞에 스스로를 주식시장의 운명에 결속시킨다.15) 노동자들의 최후의 소득원천들이 금융자본의 이해에 귀속된 것이다. 분명 금융시장은 소득 분배 순환의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구조는 더욱 체계화되고 있다. 결국 금융시장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보호되어야만 하는 무엇이 된다. 이미 수천만의 민중들이 생계와 노후를 위해 금융 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기금의 금융화가 가지는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금융자본은 노동자의 (노후보장 용도로 누적된) 임금을 활용함으로써 화폐를 집중시키고, 소득배분을 금융의 이해에 유리하게 수정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된 반면, 노동자는 금융의 불안정성에 따른 위험과 손실을 떠안게 되며,16) 기업지배구조의 금융화를 촉진하여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킨다. 그 의미는 노동자에게 주식소유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여 구조조정의 추진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스스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불행한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금융의 구조에 따라 한 노동자가 퇴직하여 획득하게되는 연금수령액 (급여)수준이 현 시기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착취강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의 새로운 전략은 노동자의 단결에 기초한 운동을 파괴하고, 그 대신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의 투기화를 지탱해주는 (소액)주주행동주의로 운동을 대체함으로써 ‘성공한 노동자’는 있어도 ‘노동자의 성공’은 없는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고용, 노동조건을 구조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들이 기대하는 미래는 없다.
금융시장을 보다 정확히 보면 그것의 발전과 현재의 구조 그리고 지배의 뛰어난 정치적 성격을 알게 된다. 자본은 축적체계의 일반적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성장의 원동력을 고도금융(high finance)을 통한 잉여가치의 분배기술에서 찾고 있다. 생산부문의 퇴행적 축적, 더욱 불안정해지는 고용, 사회적 정치적 퇴보를 특징으로 하는 금융의 세계화 과정.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시장은 호명되지 않은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상이 없는 힘이 아니라, 거대 기관투자가와 초국적자본(TNC)에 의해 조직되고 그 이해에 복무하고 있다. 그들만을 위한 금융시장의 지배는 전복될 수 있으며, 바로 여기에 전 민중의 저항이 조직되어야 한다.
2. 오늘날 남한 연금제도의 변화, 기업연금 도입의 쟁점
1) 배경: 경제의 위기, 그리고 금융화
오늘날 세계경제는 광범위하고도 깊은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즉 사상최대의 미국주식시장 거품의 붕괴와 세계경제를 장기불황의 늪으로 몰아넣을지 모를 남미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도미노 금융위기 가능성에 직면한 실정이다. 동시에 초민족적 자본들에게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투자처라고 자임하던 남한경제도 비정상적인 성장의 거품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경제는 수출과 투자의 침체, 그리고 생산자본의 수익률 하락속에서도 저금리정책을 통한 소비거품과 부동산 거품, 금융시장의 수익률 증대를 통해 성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소비가 신용경제의 유지에 위험스러운 지경에 도달했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천장부지로 치솟고 있는 실정에서 주식시장에서는 부르주아들의 심리적 저지선인 600선마저 무너져내렸다. 이 때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 정․재계는 호들갑스럽게 정부가 주가안정을 위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대선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이회창과 노무현은 초당적 협력을 통해 경제의 원활한 회복에 기여하겠다는 말로 금융시장에 신뢰를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현 정권은 마지막 국회를 앞두고 노동․자본시장 관련한 친기업적 법안들을 한바구니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정부는 완전히 개악된 주5일제 법안, 노조 명칭도 쓰지 못하게 하고 단체행동권과 체결권도 박탈하는 [공무원조합 특별법], 노동권 말살을 포함하여 외국자본에 대한 조세권을 포기하고 교육․서비스․의료분야를 외국자본에게 개방하는 [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으며, WTO 도하개발아젠다 서비스 부분의 개방․자유화 협상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17) 이 뿐만이 아니다. 금융부분에서는 국내외 보험회사의 팽창에 장애가 되던 규제들을 풀어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보험업법]개정,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에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저축을 받아 간접투자를 하는 수탁회사(예: 뮤추얼펀드)의 역할강화와 자산운용산업의 규제완화를 위한 [자산운용업법안], 노동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던 퇴직금제도를 대체할 [기업연금제도]가 수개월안에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민간의료보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18)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자유화․새로운 제도 입법 조치를 통한 소위 기관투자가의 육성에 대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경제의 금융화를 촉진하는 한편 자본의 소유권을 전적으로 보장하는 자본의 구조개혁으로서 향후 한국 사회의 (나쁜 방향을 향한) 구조화에 크게 기여할 것임이 자명하다. 그리고 현 시기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은 경제의 금융화와 세계화에 조응하며, 친기업적․반민중적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정권과 부르주아의 구상 속에 사회보장체계로 불리던 의료시스템, 연금, 보험 영역의 개혁은 금융자본에게 엄청난 자본을 집중시켜주는 주가부양 장치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보장기금은 민영화 과정을 통해 금융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주식시장의 호황에 버팀목이 되었으며, 미국과 유럽의 초국적 금융자본에게 막대한 부를 집중시켜주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IBRD), 미국 워싱턴과 뉴욕의 싱크탱크와 언론들이 각종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의 개혁 전망의 핵심으로 계속 지적하고 있는 연금제도의 개혁은 이들이 공을 들이는 만큼 계급적 이해가 걸려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2) 급박하게 추진중인 기업연금제도에 대한 짧은 분석
주가지수가 500선으로 무너질 즈음, 10월 11일 정부 부처는 공동으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장기 안정적인 주식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기관투자자 육성을 위해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기업연금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10월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연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하고 노사정위원회 합의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내년 2월 정부단독으로 국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일정에 따라 노사정위원회는 10월 16일 경제사회소위원회를 재개하였으며, 빠른 시일내에 한국노총을 설득하여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나섰다. 여기까지가 최근 진행된 상황이다.
한편 정부와 언론에서 발표한 기업연금 도입안은 작년 12월 노동부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용역으로 준비된 [퇴직금제도 개선방안]과 거의 동일하다.
<표1> 노동부와 전경련의 기업연금 도입 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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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2001.12) |
전경련(2001) |
기본방향 |
?현행 퇴직금 제도 존치
?임의기업연금제도 도입과 강제제도로의 점차적인 전환 |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 도입 |
강제성여부 |
?제도교체형→세대교체형→다층보장체계 |
?강제적인 기업연금제도 도입 |
도입형태 |
?확정급부형(DB)과 확정기여형(DC) 공존
?원리금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포함하여 3개 이상의 투자 옵션의 제공 |
?확정기여형 |
중간정산 |
장기실직, 주택 구입 등 특수상황에 한해 허용 |
?없음 |
이전성 |
자영자를 중심으로 개인퇴직저축 계정 도입하고 이전되도록 허용 |
기업연금간 이전성 확보만 언급 |
관리감독 |
?정부 감독
?공시제도
?제도 정착기에 감독조직 필요 |
?정부감독
?공시제도 |
일시금 |
연금형태와의 세제상 차별대우를 원칙으로 하여 허용 |
?폐지 |
기금관리 |
기업연금법에 명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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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금/
급여금수준 |
기업주 전액 부담
일정한도 내에서 노동자의 추가기여 허용 |
?노사 공동부담 |
중요하게
보는 지점 |
?주요 고려사항으로 노사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 주목
?기대 측면에서 기업연금을 금융시장활성화의 방안으로 인식 |
?주요한 고려사항-관련부처간 정책조정체제를 요구
?기대측면에서,
- 기업연금을 적극적인 경영수단-인력관리정책-으로 인식
- 기업입장에서는 부담 경감과 생산성 증대
- 노동자 입장에서는 일시금 폐지에 따른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 기능 확보 |
<표2>정부와 기업, 금융권의 논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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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배경 |
개혁방안 |
노동부
(2001. 12) |
?고용보험과 역할중복/노동시장 유연화/보장성강화/기업부담경감
?국민연금재정악화우려
?자본시장활성화(최대 20조 유입전망) |
현행 퇴직금제도 존치/기업연금제병행 운영→확정기여형(DC)도입 |
전경련
(2001. 12) |
?기업부담증가와 이로 인한 신규인력 채용감소
?고용보험과 기능중복 |
확정기여형(DC)도입 |
보험개발원
(2002. 03) |
?인구노령화 진전
?노동시장 유연화 |
현행 법정퇴직금제도 및 기업연금제도 개선→ 확정급부형(DB) 정착→ 하이브리드형 도입→ 확정기여형(DC) 도입 |
증권연구원
(2000. 06) |
?지급 보장성 약화
?증권시장의 안정적 수요기반의 확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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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로 정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추진배경으로 고용보험과 역할 중복/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부담의 경감/ 국민연금재정 악화 우려/ 주식시장의 활성화(최대 20조원 유입전망)을 제시하였다. ▲ 기본방향은 현행퇴직금 제도를 존치시켜 임의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강제제도로의 점차적인 전환을 시도한다. 이유는 퇴직금 제도를 유지해온 기득권 노동자의 반발을 막기 위해서라고 지적하고있다. ▲ 전환 모형은 임의기업연금제도를 선결적으로 도입하고 나서, 신규 노동자부터 강제적 법정 기업연금을 도입하며, 국민연금과 연계를 통해 소득비례부분을 기업연금과 통합시켜나가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법정 기여율을 줄이고, 노․사가 공동으로 추가 기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도입형태는 확정급부형(DB)와 확정기여형(DC)가 공존하도록 하며, 원리금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포함하여 3개 이상(채권형, 주식형, 혼합형)의 투자옵션을 제공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자영자를 중심으로 개인퇴직저축 계정을 도입하고, 기업연금 계정에서 개인저축 계정으로 이전되도록 한다 ▲ 기여금과 급여수준은 투자자본 소득을 감안하여 기업주의 부담은 현행 법정퇴직금 수준(임금의 8.3%)보다 낮은 6% 정도로 낮추기로 했다. ▲ 세제 혜택은 적격 기업연금에 대해서만 부여하며, 기업이 기여할 때와 노동자가 기여할 때에는 비과세하고, 노동자가 급여를 받을 때 과세하여 기업연금제의 도입의 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언론은 위와 같은 정부의 기업연금제 도입안에 대해 전경련이나 증권계의 요구에 비해 노동자와의 타협을 고려한 (안)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의도는 일단 제도가 도입되면 모든 상황이 금융시장의 게임룰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을 알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이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사적연금시장이 노동자들에게 환상을 불어넣을 것임을. 노후의 연금수령액이 자본시장의 수익률에 따라 결정되는 확정기여형이든, 미리 액수가 정해져있는 확정급여형이든 장기간에 걸쳐 지급이 지연된 임금은 축적(적립)되어 경제의 금융적 팽창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 노후자금을 볼모삼아 노동시장과 노동과정, 노동자를 금융적으로 규율하여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노동자가 스스로의 이해를 위해 경쟁에 동참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할 것임을 말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는 한번에 ‘완전 적립형․확정기여형․강제적인 퇴직계좌’를 추진하지 않고 단계적인 도입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외에도 강제성을 띄지 않는 이유는 꾸준한 기여능력이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하되,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제도 자체에서 제외시킨 것이라 볼 수 있으며, 도입형태를 노사자율 선택에 맡긴 이유는 기업의 인사관리 정책을 포함한 경영전략을 침해하지 않고, 금융투자로 한몫 잡아보려는 노동자(?)와 보수적인 노동자 사이의 차이를 존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업부담률을 현행 퇴직금보다 크게 낮추겠다는 것은(8.3%→6%) 전경련의 입장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서 현재의 기업연금제 도입이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는 기제가 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퇴직금을 대체하는 기업연금제 도입에 대해 우리가 주목해야 것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연기금 개혁이 신흥시장의 육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제시한 (공적연금-기업연금-개인연금으로 구성되는) 3축 연금모델19)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연금의 금융시장 유입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전제인 완전 적립식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남한의 연금개혁정책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금체계 민영화, 연금의 금융자본화 경향을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 규정: 제도의 민영화, 연금의 금융자본화
최근 남한의 연금개혁은 기업연금제 도입, 개인연금제도의 활성화, 그리고 국민연금의 투자자유화 조치로 특징지워진다. 그리고 그 방향은 퇴직소득의 안정적 보장이라는 사회보장적 차원보다는 금융시장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며, 공적연금제도의 역할 축소와 사적 연금제도(기업연금, 개인연금)의 활성화로 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의 경우 1999년 전국민을 가입대상으로 확대하면서부터 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하여 기금운용의 방향을 금융시장 투자자금으로서 효율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후 연기금 주식투자 비율과 해외투자비율은 계속 확대되었으며, 상품에 대한 규제도 지속적으로 완화시켜 벤쳐캐피탈, 파생상품과 같은 위험성 자산으로 투자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개인연금의 경우 1994년부터 시행되어 2001년 2월부터 주식투자 등 선택이 자유로운 개인연금상품의 판매가 시작되었고, 정부의 입․출입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추진되고 있는 기업연금은 정착과정에서부터 매년 1~5조원씩 주식시장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연금의 금융화 경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동시에, 전체 연기금 체계에서 사적 연금의 비중이 확대되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 ‘사외적립’되어 있지 않은 퇴직금을 ‘기업연금’으로 전환시켜 (다층체계 중) 2층 구축의 출발점으로 삼고, 개인연금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한편 이러한 추세는 세계은행(IBRD)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금제도 개혁안이 제기한 방향과 크게 맞닿아있다.20) 이들 국제기구는 공적연금제도가 급속한 노령화와 과도한 연금급여, 그리고 수익률 저하에 따른 재정 불안정 등으로 인하여 변화되어야 하는데, 적립재정방식이든 부가방식이든 기존의 공적 연금체계가 노후 소득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 가정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인구노령화와 재정 적자로 고생하고 있고, 개발도상국 역시 인구노령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이 제도가 필연적으로 파산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인 사회보장에 있어서 국가역할을 축소하고 연금제도에 있어 시장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적립형 기업연금체계, 특히 확정기여형 연금체계를 도입하고 개인 퇴직계좌 도입 등을 통해 개인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기하였다. 이들은 마치 ‘객관적’인 차원에서 공적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구의 노령화와 같은 인구학적 문제를 푸는데 있어 공적시스템보다 사적시스템(주로 금융시장)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불가사의한 것이다. 사실 부르주아들은 극심한 변동성과 작전을 동원한 부패커넥션을 제외하면 다른 특징은 별로 없는 금융시장이 바위처럼 견고한 것으로 묘사된 반면, 오랜 기간 기능중단도 없이 노령자에게 연금을 지급해 온 정부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다음으로 재정방식에 초점을 찍어보자. 이들이 주장하는대로 ‘적립방식’의 사연금제도로 바꾸는 것이 과연 공적연금 재정적자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부르주아들이 말하는 적립재정방식을 전제로 하는 공적연금 민영화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부담감소가 아니라 노령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해소, 노후소득보장의 개별화를 의미한다. 한 사회에서 노인비율이 늘어난다면 그 사회의 산출 중 노인인구를 위해 쓰이는 것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부과방식’이냐 ‘적립방식’이냐 하는 연금재정 방식의 변화로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부과방식에서 적립방식으로의 연금재정방식의 변화로 달라지는 것은 필요자원의 양이 아니라 단지 자원조달의 경로이다. 노후보장 비용이 연금제도를 통해 곧바로 노인들에게 주어지느냐, 아니면 자본시장에서의 장단기적인 투자과정을 거친 후에 주어지느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주의자들이 연금재정방식의 ‘적립’식으로의 전환을 주장한다면 이는 재정문제를 객관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연금기금 형성․투자가 야기하는 이해관계에 의해 추동된 것임을 역설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연금개혁에 관한 논의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연금민영화를 통해 누가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이며, 그 메커니즘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외 투자기관 및 보험회사, 은행들은 과연 어느 정도로 이득을 볼 것인지,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얼마나 커질 것이며, 국내외 투자가들은 과연 어느 정도 규모로 이익을 보았는지 바로 이러한 것들이 연금개혁의 실질적인 결과를 나타낼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전경련, 보험개발원과 증권연구원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기업연금제 도입에 따른 예상 수익, 경영전략의 변화지점21)을 확인할 수 있다)
4) 연금제도 개혁,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에 맞선 대응방향
첫째, 사적연금의 확대를 막아야 한다. 사적연금의 확대는 한편으로 공적연금제도의 재정부담을 덜기 위한 방책으로 작동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부문의 축소, 자본 영역의 확충을 낳는다. 그러나 부르주아 정책입안자들이 선전하듯 사적 연금의 확대는 기금의 안정성과 거의 관련이 없고, 실제 비용과 위험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의 책임, 소유, 그리고 선택의 원리를 강화시키는데 기여할 뿐이다. 그리고 민영화의 실질적인 피해는 여성들, 저임금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따라서 연금제도의 원래 취지인 소득재분배 문제, 사회적으로 적절한 수준의 노후보장 달성이란 문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연금제도 민영화-사적 연금의 확대를 막아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 연기금의 투자를 위한 적립을 반대해야 한다. 적립형 사적 연금제도의 도입 및 전환을 통한 재정부담의 축소, 자본시장의 발달, ‘더 빠른 경제성장’, 그리고 주식투자 수익을 통한 ‘노후소득의 안정적 보장’이라는 연금 개혁의 목표는 실제 객관성을 동원한 허구에 불과하며, 적립재정방식은 연기금의 금융자본화를 위한 기본 전제로 작동한다. 혹자들은 재정을 적립해서 사회적 투자를 할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오늘날 금융화․세계화 국면에서 노동자들의 저축으로 형성된 거대한 자본의 집합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게임규칙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게임규칙을 따라 움직인다.시장은 그들의 안마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대한 금융자본의 집합을 만들어낸다는 생각 자체가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연금 도입에 대한 논쟁 지형에서 정부가 제시한 (안)의 특징상 적립재정방식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확정기여형이냐 확정급여형이냐’에 한정된 선택지를 거부해야 한다. 주어진 선택지 이외에도 ‘보험’방식을 버린다거나 부과방식을 전제하는 방식의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중들이 연기금의 금융화․민영화에 반대하여 공동으로 싸우지 않는 한 현실적인 정책선택을 지배하는 쟁점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해두자.
셋째, 연기금시장의 자유화를 반대해야 한다. 연금시장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들, 대표적으로 공적연금의 주식투자비율 확대, 투자대상 금융상품에 대한 자유화, 해외투자 액수의 증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연금을 전문펀드에 용역하청의 형태로 위탁하는 것 등 연기금의 금융자본화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조치들, 이외에도 연기금, 뮤추얼펀드,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에게 자산운용의 자유를 부여하는 보험업법과 자산운용법 등의 개정 및 제정을 반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남한사회에서 연기금의 금융화와 제도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은 대외적으로 WTO체제하 무역의 자유화와 서비스산업의 자유화, 그리고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 및 한-일, 한-미 투자협정에 반대하는 흐름에 결합해야 하며, 대내적으로 민간의료보험 도입, 보험업법 개정, 이외 금융자유화 조치들에 반대하는 흐름과도 함께 하여야 한다.
* 연기금 대응팀은 신자유주의적 연금제도 재편과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진보연대, 보건복지민중연대,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다. 이 원고는 지난 10월 22일 「민주노총 사회정책워크샾」 토론자료들 가운데 하나로 제출되었던 것이다.
* 연기금 대응팀은 신자유주의적 연금제도 재편과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진보연대, 보건복지민중연대,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다. 이 원고는 지난 10월 22일 「민주노총 사회정책워크샾」 토론자료들 가운데 하나로 제출되었던 것이다.
그 동안 정부와 재계는 증시부양이든 기업부담 경감이든 하나되어 기업연금제도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려고 공을 들여왔다. 반면 노동계는 현재 연기금의 적립과 금융투자, 그리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을 금융적으로 포섭 내지는 볼모화해내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쟁점화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노총의 경우 현재의 쟁점을 연기금의 금융화에 대한 거부에 두지 못하고, 예컨대 퇴직시 연금급여를 보장받고자 하는 형식적인 틀 구축 정도에 의제를 국한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매우 수세적인 방식으로써, 주장컨대, 한국에서 특히나 기업연금 도입과정은 금융세계화를 위한 완전한 자유화조처와 밀접히 연관되면서 추진되는, 자본에게 있어 중요한 계기라는 점을 애써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적립식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는 기업연금제도 도입 논의를 몇 가지 제도적 보완의 문제로 환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기업연금제도안 자체를 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계의 대응은 바로 이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 Suzanne de Brunhoff, “Which Europe do we need now? Which can we get?”, 1999
2) 개인투자가들은 점점 더 자신들의 자산을 전문 기금 매니저들에게 위임해왔다. 궁극적으로 증권시장에서 투자가들의 기관이 철저하게 소수 거대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다. 즉 저축의 기관화(institutionalization of savings)가 촉진, 강화 중이다.(아담햄즈, “기관투자가와 신자유주의의 재생산” 중)
3) J. Huffschmid, “금융시장의 행위자들”, 1999
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보고서(Insurance and Private Pensions Compendium for Emerging Economies: 2002, 2)에 따르면, 이러한 금융의 새로운 전략을 “All finance, All care”라고 표현한다. “All finance”는 소매금융시장에서 개인의 금융계획, 상업금융시장에서는 종업원의 복지혜택에 초점을 맞춰 경영전략을 짜는 것이다. “All care”는 소매금융시장에서 가족의 위험 관리, 상업금융시장에서 통합 위험관리에 주력하는 전략을 말한다.
5)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기업경영 감시활동을 벌이는 연기금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캘퍼스)를 꼽는다. 캘퍼스의 경영감시 활동은 쳬계적이면서도 집요하다. 1987년 이후 해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회계투명성이 낮은 기업 10개를 ‘집중감시 목록’에 올린 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경영개혁을 요구한다.
6) 주식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가 된다는 의미한다.
7) 앞서 언급한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캘퍼스)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떠돌며 각종 금융규율을 이식시키고, 정부책임자들에게는 직접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신자유주의 긴축정책을 강요하거나 공기업사유화의 신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등 이들의 행동은 기업지배구조의 감시에 한정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의 새로운 권력집단인 미국계 투자은행(뮤추얼펀드)는 이들 나라의 정치문제에도 개입하여 온갖 협박을 일삼고 있다. 최근 ‘조지 소로스’는 앞으로 있을 브라질의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 룰라에 대해 공격을 가하며, “그가 당선되면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모든 자본을 브라질에서 철수시킬 것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8)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금융위기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등을 강타한 외환․금융위기 등에서 지적되어온 사실이다.
9) Richard Minns, “The Cold War in Welfare”, 2001
10) 특히 연기금이 일찍이 사적 자본투자에 토대를 두고 있거나(미국) 또는 이런 방식이 최근 도입된 국가(네덜란드)에서는 연금기금이 시장을 지배한다(미국 42%, 네덜란드 52%).
11) Griffith-Johnes, Stephany, “Global Capital Flows”, 1998
12) 어떤 금융자산을 보유한 중간계급은 가장 느슨한 자본주의적 규율이 자신들의 생활수준을 증대시키고 계급경계가 점차 폐지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실제로 공유하고 있다.
13) 새케인즈주의적(신자유주의적) 노동신축화 정책이 기존의 노동정책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완전고용을 정책적 목표로 상정하지 않고 포기한다는 점이다.
14) 과거 노동정책이 (실제적인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완전고용 실현이라는 거짓(?)간판을 내건 가운데, 중심부 국가내 노동자들을 포섭하고 개량화함을 통해 혁명적 노동운동세력을 탄압하고 축출하는데 그 목표를 두었다면, (이제 더 이상의 성장과 고용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적 불황기인)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정책의 의도는 경제위기 극복이나 경쟁력 강화 혹은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극히 불분명한 공문구를 정책목표로 내건 가운데 노동의 신축화를 추동하였다.
15) 미국 가계 상위 1%가 직․간접적으로 기관투자가를 통해 전체 주요 기업 주식의 37%를 소유하고 80%의 가계는 단지 2%를 소유하고 있어, 결국 기업주식에 대한 고수익률은 미국 사회에서 소득불평등을 확대시키는 결론을 낳았을 뿐이다.
16) 연금의 주식화는 모든 기업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전가시킨다. 기관투자가로서 연금자본은 산업자본의 금융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전 민중의 삶을 주식시장으로 묶어내어 금융화시킨다.
17) 대외적으로는 다자간 협상인 WTO 도하개발아젠다에의 과감한 참여, 그리고 양자간 협상인 한-일 투자협정, 한-미 투자협정,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현재 체결되었거나 체결될 예정에 놓여있다.
18)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 현행 건강보험의 기능을 잠식하고, 금융의 이해에 복무하는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흐름 역시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재정안정화를 운운하며 다수 의료서비스에 대해 보험혜택을 제외하여, 민간보험에 의존해야만 항상적인 질병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실상 비펀드형에서 펀드형으로의 계획전환은 생명보험사에게 엄청난 이익을 제공하고 금융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19) 이들이 권고하는 모델은 이른바 “3층 보장체계(Three Pillars)”라 불리는 것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공적연금이 담당하던 소득재분배와 저축기능을 다음과 같이 분리시켜서 정리한다. 1축(1st pillar)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기초연금으로 국가가 담당해야하는 공적연금의 역할과 범위를 극빈자들의 최소생계비 보장 수준에 한정하는 것이다. 2축(2nd pillar)은 저축기능을 담당하는 민간 강제적용연금이다. 3축(3rd pillar)은 자발적인 민간연금 및 저축가입이다.
20) 변화방향의 주된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적 사회보장에 유리하도록 법정사회보장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것. 둘째, 재원조달의 전환. 즉 부과방식(일정한 기간(보통은 1년간)중에 지불해야하는 급여지출비용을 그 기간내에 사회 보험료 수입에 의해 조달하며 어느 정도의 손실분은 공적 재정수단으로 메워진다)은 적립방식(연금급여비의 재원을 장기간에 걸쳐 자본스톡을 형성(적립)시켜 조달하는 방식)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변화는 모든 기업의 단기적인 이윤추구 이해에 조응하는 반면, 사회보장체계의 민영화, 자본보전을 통한 재원조달은 거대 기관투자가에게 직접적으로 유리하다.
21)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전경련은 현재 퇴직금과 국민연금 모두에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신규채용 등 기업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 경감하고자 한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대로, 기업연금 도입은 자금조달의 용이함, 부채비율 감소를 통한 재무건전성 도모, 사내 노동력관리, 기업의 금융화 촉진 등과 같은 이해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보험회사와 증권업계가 직면한 이해는 더욱 직접적이다. 이들에게 기업연금제도 도입은 새롭고도 거대한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 시장을 둘러싸고 보험과 증권을 비롯한 비은행 금융권의 공세적인 활동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보험회사의 경우는 현행 법정퇴직금 제도의 개선 방안까지 제안하면서,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면 보험회사가 기업연금 전문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전망을 수립하고 있다. 덧붙여 보험회사가 기업연금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 진출에 유리한 서비스 형태에 대해서도 이미 자세한 연구를 진행했다. 증권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채권투자를 증진시키기 위해 각종 상품을 개발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기업연금 상품을 선점하기 위한 각종 로비 등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기업연금시장을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민중들의 소득을 자본시장에 더욱 깊숙이 연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