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
민주사회당 창당기획팀장
민주사회당 창당의 조건과 전망
긴급점검 1
1. 문제제기
이 글은 한국 사회의 통합과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민주사회당 창당의 대내외적 조건과 그
발전전망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MF 위기는 한국
사회를 그 이전과 그 이후로 확연히 구분하는 역사적 계기를
제공하였다. 노동시장은 과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모하였고, 정치사회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격심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변화의
조건속에서 한국노총이 중심이 된 노동자 독자정당인
민주사회당이 창당되었다. 민주사회당이 앞으로 지속가능한
정당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그것은
노총 50년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라고 평가할만한 대 사건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관련된 논의는 왜 한국에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하고 있는가, 왜 한국에는 의회내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것들이
중요한 테마를 구성해왔다. 그러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제3당으로 부상하고, 민주사회당이 창당됨으로써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본격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사회당 창당은 한국노총이 견지해온 기존정당들과의
등거리 외교노선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사회는 물론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제 사회세력의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창당의 배경과 성공가능성
등 수많은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민주사회당 창당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핵심적인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노동자 독자정당 창당의
필요성과 조건은 무엇인가? 둘째, 민주사회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역사적 과제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민주사회당은 향후 지속 가능한 정당으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노동당 또는 제도권내의 개혁세력과 연대하여 새로운
정당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갈 것인가? 등이다.
2. 민주사회당 창당의 대외적 조건
1) 노동시장의 변화
IMF 경제위기 이후 5년 동안 한국의 노동시장은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제위기 초기에 실업률은 급속히 증가하여
1999년 1/4분기에 8.4%까지 치솟아 올랐다가 2002년 1/4분기에는
3%대까지 하향안정화되는 추세에 접어들었으나 이같은 실업률의
하락은 파트타임, 임시직 등 비정규직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고용의 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비정규직은 96년
43.4%에 달하던 것이 2001년 8월 현재 55.7%로까지 폭증된
상태이다.
상위 20%에 대비한 하위 20%의 소득배율은 97년 4.49에서 2001년
5.36으로 약 20%가 증가하는 등 소득분배구조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IMF 위기를 통해 고도성장기 동안 급성장한 중산층의 약
60%가 하층으로 분해되고, 2000년 현재 하층의 빈곤층은 대략
700~1000만의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중산층 붕괴는 사회구조를 ‘다이아몬드형 사회’에서
‘모래시계형 사회’ 또는 ‘10대 90의 사회’로 급격히
변화시킨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처럼 사람자르기식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로 인해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의 질 저하로 강력한 불만을 제기함으로써 노동시장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이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구조개혁은 시장만능주의적
신자유주의 논리에 기반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인간과
자연의 피폐화, 고용과 소득불안의 극대화, 국가간 개인간
소득격차의 확대, 세계적 경제불안정성과 불확실성 강화 등
노동자들의 생존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는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맹신에 근거하여
노조나 복지제도, 민주주의까지도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궁극적으로 노동운동의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조직률은 12%로 매우 낮은 수준에
불과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교정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특히 정부와 재계가 노동자의 이익에 반대하고
정치권이 노동자의 이익대변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업별로
파편화된 노동조합의 힘만으로는 주5일제, 비정규직 보호,
공무원노조합법화 등 노동자의 이익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한국 노동운동은 노동시장
중심의 노동운동이 갖는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정치영역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2) 정치시장의 변화
IMF 위기 이후 5년 동안 정치시장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진행되어
왔다.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불어닥친 노풍, 월드컵에서 지연과
학연을 넘어선 히딩크식 리더십에 대한 폭발적인 성원,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 등은 모두 정치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시장 변화의
저변에는 소위 로날드 잉글하트가 개념화한 바와 같은
‘문화이동’(culture shift)이라는 현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사회경제적, 정치적, 기술적 환경변화로
인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의 삶의 경험의 차별화가 심화되고,
이 같은 차별성이 정치영역에서 새로운 이념, 새로운 인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이동은 가치와
태도에 있어서의 ‘세대간 변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통해 형성된 새로운 세대들은 엘리트들이
대중을 동원하는 과거세대의 ‘엘리트 주도’ 방식의 정치참여와
달리 대중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엘리트 도전적’ 정치참여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특권층 대 노동자, 서민 등
새로운 정치균열 라인이 형성되고 있으며, 지역주의에서
이익정치로의 전환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부분적 성공은 새로운 이익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태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당들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데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정당정치는 지역간, 세대간
통합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이 이용되는 중요한 도구로 기능해왔다. 즉, 정당이
정치발전과 민주주의를 추진하는 기관차로 역할하기보다는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왔던 지역엘리트들이 오히려 지역균열을
확대재생산, 자신들의 기반을 강화하는 도구이자 기득
엘리트들의 파당적 이익을 보호하는 데 사용됨으로써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한국 정당들의
카르텔정당적 경향은 국고보조금을 매개로 기존정당들간의
담합을 강화시킴으로써 정당체계상의 내부자-외부자 체계를
형성시켰다. 그리하여 새로운 제3의 정당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강화시킴으로써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경쟁의 틀을 재생산하고
있다.
최근 1인1표 비례대표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림으로써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등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다소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정당간 경쟁은 기존의 제도권
정당들이 모두 지역에 의존함으로써 정치시장에서 지역이 여전히
직접적인 경쟁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사회적
수준에서의 다양한 요구들이 정치적 수준에서 승화되어
제도화되지 못하고 지역주의에 흡수되고 있으며, 모든 제도권
정당은 지역정당의 이미지로 고착되고 있다.
이 같은 퇴영적인 지역정치를 종식시키고 노동자, 서민대중의
변화욕구를 현실화시키는 데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이외의 대안을
찾아볼 수 없다. 20세기 초 현대 민주주의의 원형을 확립했던
서구에서도 대중정치시대의 개막은 19세기 말 광범위하게 등장한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를 그 기본동력으로 삼았다. 민주사회당
창당은 문화이동을 통해 지역일변도의 기존 정치지형이 변화하고
새로운 정치공간이 형성되는 이 같은 정치사회의 변화에
부응하는 것으로, 한국민주주의의 공고화에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민주사회당 창당의 노총 내부적 조건
전통적으로 한국노총의 대선전략은 ‘승자편승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97년 대선 이전까지 한국노총은 대선에서
집권정당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노총이 대선에서
집권당을 지지하는 대가로 노총은 노동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 국가조합주의적 노조-정당관계를 맺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1963년 1월초에는 광산노조 위원장 등 8명의
산별위원장들이 중심이 되어 (가칭)민주노동당 결성을 시도하는
등 집권여당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총의 정치적 독립시도는 박정희 정권의 회유와
협박으로 무산되고 그 이후 노총의 정치활동은 소극적인
정책건의 및 청원활동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노총과 집권세력간의 국가조합주의적 관계는 1996년 말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계기로 본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한국노총은 당시 집권당이었던 신한국당이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노동법
날치기안을 통과시키자 50년만에 최초로 전 조직적인 총파업을
단행하였다. 날치기 노동법 무효화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노총은 기존의 집권여당 편향적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야당과의 정책연합이라는 새로운 정치활동을
실험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분요구 또는 정책 맞교환 방식의 정치활동은
노동자, 서민이 함께 하는 정당창당 등 정치세력화의 주체로서의
정치활동이 아니라 제도권 정당을 주체로, 노총을 객체로 상정한
수동적 정치활동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면치 못하였다. 특히 IMF
위기극복 과정에서 DJ정부의 노동정책이 신자유주의로
경도되면서 정책연합은 실패하고, 이에 따라 노총의 정치적
위상도 대폭 위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노총은 국가조합주의에서 정책연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활동방식을 시도해왔으나 조합원들의 정치세력화 요구를
수렴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정당과의
정책연합이나 지분확보 방식은 노총 전체의 정치세력화 또는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하의 정치진출을 보장하지 못하였다. 각
지역본부별 지역정당 편향의 정치활동은 중앙수준에서의
통합적이고 일관된 정치활동 실천을 가로막음으로써 노총 중앙의
정치리더십을 약화시켜왔다. 또한 기존정당 의존적, 비례대표
획득 중심적 정치활동은 조합원들의 정치욕구에 기반한 적극성을
이끌어내지 못함으로써 노총의 정치적 경쟁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이러한 기존 정치활동 평가에 덧붙여 노총이 민주사회당 창당에
나서게된 또 다른 내적 조건은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독자정당
선호표출이다. 민주화 이행 이후 지속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노총 조합원의 과반수는 일관되게 독자정당 창당에
대한 선호를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새로운
정당 또는 독자정당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시기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으나 대체로 60%이상이 지속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합원들의 선호를 반영하여 노총은 1998년 2월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97년을 ‘지역정치 타파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년’으로 규정짓고, 노동자와 국민대중의
독자정당 건설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21세기 정치활동 PLAN’을
확정한 바 있다. 동 PLAN에서는 2012년 대선에서 노동자와
국민대중의 독자정당이 집권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2004년 총선
이전에 독자정당을 창당해 총선에 임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더 나아가 노총은 금년 5월7일 28개 산별연맹위원장과 16개
광역시도 지역본부의장, 그리고 노총임원 4명 등 총 49명으로
구성된 실질적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정치위원회를 통해 독자정당
결성을 결의함으로써 독자창당의 의지를 구체화하였다. 동
회의에서는 ‘올 12월 대선 정치활동의 전략적 기조를 노총과
사회 제 개혁세력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참여로 하고’,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에 관한 광범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적극
참여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의에 근거해 노총은 7월초 대선기획팀을 통해 독자정당
창당 검토안을 마련하였고, 8월초 노총 사무총국 내부의
컨센서스 형성을 위한 논의를 거쳐 8~7일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 독자창당 방침을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9월11일 제14차 중앙정치위원회를 통해 ‘한국노총과 서민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사회당 창당준비위를 결성’할 것과 이를
노총 조직과 전국민에게 알리는 ‘10․10 한국노총
전국노조대표자결의대회’를 개최할 것을 결정하였다.
민주사회당 창당발기인대회를 겸한 ‘10․10 대회’에는
3천여명의 대표자들이 참가하여 국민에게 고통만을 안겨준
보수정치를 심판하고 기필코 노동자, 서민대중이 주인되는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 나갈 것을 결의하였다. 그리고 10월 14일
서울 영등포갑 지구당 창당을 필두로 11월3일까지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적으로 40여개의 지구당을 창당하고, 2만여명의
당원을 확보한 가운데, 드디어 11월3일 111명의 창당대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민주사회당이 창당되기에 이르렀다.
4. 민주사회당의 발전전망과 과제
민주사회당의 창당은 지역라인을 중심으로 구축되어온
한국정치의 축이 계급라인을 향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민주사회당의
창당과정에서 수많은 노조간부나 조합원들이 기존정당을
탈당함으로써 민주사회당 창당이 단순히 상층 소수만의 사업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열망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해주었다. 즉 민주사회당의 창당 그 자체는 지역주의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러한 새로운 노동정치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치권에서는
2002년 대선정국을 맞이해 신당창당과 이합집산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의 통합과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벗어나 선거정국에 대응해서
권력확보의 수단으로 정당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치개혁의 요체가 엘리트 중심의 정치에서 대중 중심의
정치로의 변화라고 할 때, 현 정치권은 국민대중의 개혁열망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민주사회당은 엘리트들간의 권력투쟁의 수단이 아니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고 하는 역사적 대의에 기초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주사회당은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반부패, 반특권, 반지역주의를 기치로 내세운다. 즉
민주사회당은 당비를 내는 당원을 확보함으로써 정치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기득세력에 반대하는 노동자, 서민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며,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지역주의와의
정면대결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사회당은 어떠한 이념을 추구해 나갈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노총내부에서 수많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대체로 민주사회당의 창당이념은 경제위기 이후 노총이
운동방향으로 설정해왔고 그 정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아온
민주주의, 복지사회, 인간중심의 3대이념에 기반해야 한다는 데
크게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서구 선진국에서 이 같은 이념은
사회민주주의의로 표상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스펙트럼상 민주당 좌측, 민주노동당 우측의 중도노선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첫째, 신자유주의에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만능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민주주의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념간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유일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 이념이다. 민주주의 이념은 1원1표의
불평등을 원리로 하는 시장과 달리 1인1표의 평등성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둘째, 서구의 노동정당들이 추구해온 바와 같이 민주사회당은
복지국가를 표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소득 생활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과 효과적인 직업교육훈련의 실시, 괜찮은
일자리 창출 및 소득분배구조의 개선, 국민을 위한 일반적 복지
등은 시장의 효율성과 경쟁성의 원리에 의해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시장이 아닌 정책적 수단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지 않는 한 실효성 있는 복지정책은
불가능한 것이다.
셋째, 신자유주의가 파생시키는 시장에의 인간종속, 노동자의
소외, 인간적 가치의 무력화, 환경의 파괴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인간중심의 인본주의 이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만이 신자유주의적 시장제일주의가
격화시키고 있는 반사회적, 반인간적, 반환경적 결과물로부터
인류와 인간적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사회당은 앞으로 어떠한 발전경로를 밟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 경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구분
가능하다. 첫째, 민주사회당만의 독자적 영역을 고수하고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내는 방안이다. 민주사회당의 당내
일부에서 이러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사회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대선 이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에도 대비하자는 것이다.
둘째, 제도권내 개혁세력과 연대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노총내에는 기존정당 지지흐름이 매우 강력하게 존재한다.
영남권에서는 지역정서상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반대로 호남권에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력하다.
셋째,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통해 노동계 단일정당을 창당하는
방안이다. 이는 민주사회당의 입장에서 볼 때 실현가능한 가장
용이한 방안이다. 민주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므로 시너지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당이 창당과 동시에 민주노동당과의 노동계
단일정당 결성을 위한 협상을 제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협상이 결실을 맺어 노동계 단일정당 창당이
현실화된다면 앞으로 농민, 학생,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해
집권이 가능한 개혁적 국민정당으로의 외연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 결론
노동자는 정당으로 조직되어야만 비로소 사회계급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시기의 정치활동을
통해 정치영역에서 정당으로 조직되지 않는 한 독자적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해왔다.
‘개표는 기나긴 과정의 마지막 의식’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투자없이 선거를 맞이할 경우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독자정당을 창당하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기존정당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운동 진영의 전체 역량이
분산됨으로써 노동조합의 존립기반 자체의 해체를 목표로 하는
신자유주의 공세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사회당의 창당은 한국 노동운동을 위한
하나의 새로운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사회당의
창당과정은 새롭게 제기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극복해야만 하는
고난의 행군으로 비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창당이 일부
상층간부들의 정계진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조합원들의 불신을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조합원들의 신뢰를 통해 힘있는
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당의 주체가 조합원, 당원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강력한 노동운동 없이 민주주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민주사회당 창당은 강한 노동운동을 만들기 위한 역사적
실험이다. “더 이상 기존정당에 구걸하는 방식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민주사회당이 앞으로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라는 역사적 대의에 올바로 복무하기 위해서는 노동계
전체의 통일과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가 조그만
이해관계에 얽매여 실기한다면 진보적 대중정치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과제가 또 다시 뒤로 미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자 단일정당, 그리고 더 나아가 노동자가 중심이 된 정당의
집권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실질적 준비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브라질에서 룰라가 이룬 꿈을 우리가 실현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이제 우리 모두 우리 스스로를 가두어온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통큰 노동정치’의 장으로 함께
나아가자!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