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제106호 이전)

현장에서 미래를 > 연재-기획 > 목록보기 > 글읽기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를 다녀와서

현장에서 미래를  제8호
노동동향 분석팀

이달의 참관기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를 다녀와서


노동동향 분석팀






1. 제1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개최

지난 2월 13일 성균관대학교 유림회관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제1차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렸다. 96년 민주노총의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심의, 결정하는 이번 대의원대회는 80여명의 참관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당일 대회에 앞서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권용목 사무총장이 사회를 본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배석범 부위원장(건설노련)을 민주노총 규약 제32조 2호에 따라 권영길 위원장 출소때까지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위촉하였다.
대회는 95년 병원노련 위원장으로 당선되고 난 뒤 구속되었다가 한달 전에 석방된 박문진 병원노련 위원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되었다.
개회선언에 이어 민중의례와 민주노총 깃발 입장, 가맹조직 소개가 있고 구속된 권영길 위원장이 보낸 대회사를 배석범 직무대행이 낭독하였다.
권영길위원장은 대회사에서 96년 민주노총은 5대 기본과제를 중심으로 조직력과 재정력을 갖춘 조직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지 여러분!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민주노총 기본사업으로 임․단투, 노동법개정투쟁, 사회개혁투쟁, 정치세력화, 통일운동을 5대 사업으로 정해야지 않겠습니까?
이 5대 기본과제는 사실상 이미 합의된 것이나 다름없는 사업으로 제1차 정기대의원대회의 공식 결의를 거친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5대 사업은 또 모두 한 고리로 이어져 있어 하나하나 분리될 수 있는 게 아닐 것 같습니다. 어느 하나도 등한히 함이 없이 모두 같은 비중으로 함께 실시해야 할 사업들입니다.”

이어 이창복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의장의 연대사와 내빈소개, 축전 및 축하메세지 소개와 이번 15대 총선에 노동자후보로 부산 연제구에서 출마하는(신한국당 최형우의원 지역구) 박순보 전교조 부산지부장의 간략한 인사가 있었다.

“YS정권의 반노동정책을 심판하고 민주노총의 정치력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박순보 전교조 부산지부장에 이어 인천시에서 출마 예정인 김말룡 민주당의원의 소개를 끝으로 제1부 식전행사는 마무리되었다.

2. 본 대회에 들어가서

배석범 직무대행의 주재와 권용목 사무총장의 사회로 본대회가 시작되었다. 배석범 직무대행은 민주노총 창립이후 3개월동안의 맹비납부를 평균해서 이를 납부한 곳에 배정된 재적 대의원 189명중(민주노총 창립시 확정된 대의원은 366명) 145명이 참석, 회의가 성립함을 알리면서 회순 검토에 들어갔다.

회순 확정 때 ‘일본 정부는 독도영유권 주장 등 군국주의적 망언을 즉각 철회하고 엄중히 사죄하라’는 사무노련 채운석 대의원의 특별결의안 제안과 ‘노동자가 앞장서서 학교운영에 참여하자’는 전교조 김현준 대의원의 특별결의안 제안이 기타안건으로 상정되었다.

안건으로 제출되었던 2. 규약개정(안)에 대해서는 중앙위원회에서 1년 정도 시행한 후에 내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결정되었으므로 이번 대의원대회 안건에서 삭제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안건 1. 사업보고 및 승인’이 검토되었다. 권용목 사무총장이 대의원대회 자료집에 있는 주요활동보고를 (민주노총 창립 대의원대회 결과 보고,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결과보고, 민주노총 설립 신고서 신청과 반려 건, 고 조수원 동지 장례투쟁 경과보고, 각 실․국 사업보고)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참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민주노총 건설과정이었습니다. 작년 11월 민주노총 출범이후 권영길위원장과 양규헌 수석부위원장 구속과 그 대응, 조수원동지의 장례투쟁 등 하루도 투쟁이 없는 날이 없었습니다.”

사무실 이전 건(평당 300만원, 130평규모)이 추가된 ‘안건 1’을 참석대의원은 만장일치로 승인하였다.

‘안건 1’에 이어 ‘안건 3. 임원 추가선출’이 이어졌다.
지난 2월 10, 11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 현총련 6년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새 의장에 뽑힌 이영희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부위원장을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사안이었다. 창립대의원대회당시 현총련 의장이 내정되어있지 않아 공석이었던 부위원장(현총련의장에게 배정된)을 이번 대의원대회를 통해 뽑는 자리였다. 배석범 직무대행은 현자노조에 민주적 집행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사업장 내부 조직력 강화를 위한 과제가 놓여있고 이제까지 현총련의장과 그 사업장에 대해 권력과 자본의 공세가 집중되어 사업추진에 심각한 장애가 되었던 경험을 고려하여 단위사업장 부위원장이 현총련 의장으로 선출된 것으로 본다는 배경설명을 하였다.
무기명 찬반투표로 진행된 이날 투표결과 찬성 134표, 반대 12표, 기권 1표로 임원추가선출건은 가결되었다.

3. 사업계획안과 예산안의 검토

점심식사 후 속개된 대의원대회는 ‘안건 4.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을 검토하는 자리였다. 안건 구성은 다음과 같다.

Ⅰ. 96년도 운동방침(안)
1. 투쟁방침(안) 2. 조직방침(안) 3. 연대사업방침(안) 4. 정치방침(안)
Ⅱ. 96년 각 실․국 사업계획 검토
1. 정책실 2. 총무기획국 3. 조직국 4. 교육선전국 5. 대외협력국
6. 편집실
Ⅲ. 96년도 예산

민주노총의 강령과 과제를 구체화한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이번 운동방침들은 작년 12월 19~20일 ‘96년 운동방침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출발로 여러차례에 걸친 정책세미나와 대책회의, 수련회 등을 통해 내용상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이번 대의원대회에 제출되었다.

권용목 사무총장은 의결 주문사항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민주노총 원년의 사업과제를 잡아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희 집행위원들이 파기시킨 서류뭉치만도 몇 박스가 될 것입니다. 이번 사업계획안 검토를 통해 96년 투쟁의 상, 민주노총의 역할과 우리의 요구 등을 제출해 주십시요.”

의결 주문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결주문 : 투쟁방침안을 심의, 확정하되 특히 노동법개정과 사회개혁투쟁 ‘3.방침 3항’의 96년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산업별 연맹, 지역본부, 그룹조직 대의원대회(또는 중앙위원회)와 단위노조 조합원 총회(또는 대의원대회)는
(1) ‘노사관계민주화와 사회개혁선언(또는 제안)’을 채택하고
(2) ‘96년에 노동법을 개정하고 97년 대선전까지 사회개혁 3대 과제를 쟁취할 것을 결의하며,
(3) ‘노동법개정과 사회개혁 3대 과제’에 대한 교섭권을 민주노총에 위임할 것을 결의한다.”는 부분을 승인하고 결의해 주십시오.

의결 주문에 따라 사업계획 및 예산안에 대한 대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병원노련 대구 경북지역 대의원이 ‘교섭권 위임’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조합원의 동의없이 교섭권 위임을 한다면 이후 투쟁이 대중적 동력을 갖고 진행되지 못할 때 민주노총의 위상만 약화됩니다. 교육, 선전 등의 사업 배치가 진행되면서 전체 조합원의 동의하에 교섭권 위임 문제는 추진되어야 합니다.”

배석범 직무대행이 이 문제제기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노동법개정과 사회개혁 3대 과제’ 3대 과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경유착 근절과 부패추방 및 경영참가,
- 사회복지제도 개선(의료보험 통합 일원화와 보험적용확대, 국공립 지역탁아소, 유치원 의무교육, 국민학생 무료급식, 학급당 학생 수 30명선 축소, 공공자금관리기금법 폐지와 연금기금의 민주적 관리 운영, 사회복지예산 증액)
- 세제개혁(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인하)
에 대한 교섭권 위임은 유보되었다.

이외에도 민주노총의 사업계획이 민주노총 수준에 걸맞게 나오지 못한 채 과제 나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서울지하철 대의원의 문제제기와 8억 7천만원으로(차입금 1억 5천만원) 책정된 96년도 예산안 중 7억 2천만원을 의무금 수입액으로 산정한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사무노련 대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배석범 직무대행은 “민주노총 원년의 사업계획에 부족함이 많이 있다. 더욱 구체적으로 다듬고 내용을 채우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했고, 김태현 총무기획국장은 현재 추세로 볼 때 6월 이후 전체 조합원의 대략 70%에 해당하는 30만명이 의무금 납부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작성되었다고 답변하였다.

결국 ‘안건 4. 사업계획및 예산안 승인’은 교섭권 위임 문제를 제외하고 통과되었다.

안건 통과에 이어 기타 안건으로 상정되었던 ‘독도영유권 문제’와 ‘학교운영위에 참가하는 문제’를 다룬 두 개의 특별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96년 민주노총의 사업기조를 관통하는 내용을 담은 ‘노사관계 민주화와 사회개혁을 위한 제안’과 ‘민주노총 제1차 정기대의원대회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대회가 끝났다.

4. 대의원대회장을 나오며

민주노총의 제1차 정기대의원대회를 보면서 느낀 생각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첫째로 이번 대의원대회의 핵심 쟁점은 노동법개정투쟁 및 사회개혁투쟁에 관한 교섭권 위임의 문제였다. 이 사안은 운동방침으로 구체화된 민주노총 5대 과제를 근저에서 관통하고 있는 사안이다. 노동법개정을 통해 합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사회개혁투쟁을 통해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을 내적으로 강화하며 그 사회적 지위를 높이겠다는 구도가 96년 사업계획 속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교섭권 위임이 법률상 요건은 아니다. .... 민주노총에의 교섭권 위임을 결의하는 것은 이를 매개로 조직내 결의를 모으고 교육선전을 강화하며 민주노총의 대정부, 대국회, 대정당 교섭력을 강화하는 데 유효하기 대문이다.
.... 단위노조는 노동조합법 제33조 3항에 의거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 및 행정 관청에 통보할 필요가 없고, 민주노총에 ‘노동법개정과 사회개혁 3대 방침에 대한 교섭권 위임서’를 공문으로 전달하면 된다.”(「투쟁방침안」 중)

95년 사회개혁투쟁에 대한 평가와 96년도 민주노총 사업계획속에서 차지하는 이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듯한 위의 내용은 사실 많은 대의원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이 자리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결의를 모으는 자리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의 조건도 고려하여 결의를 모으는 식으로 사업계획 검토를 진행하자" 는 긴급동의도 있었다.
이 날의 대의원대회는 최소한의 교육선전사업도 진행되지 않은 채 형식적인 교섭 파트너로서의 위상설정에 급급해서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동력을 어떻게 자극, 촉발, 수렴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비어있거나 잘못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자리였다.
진정한 대중성, 그것은 권력과 자본에게 협상 파트너로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대중투쟁동력과의 굳건한 결합이 진정한 대중성을 구체화하는 길이며 이러한 결합에 근거할 때 권력과 자본도 ‘협상 파트너’로서 우리의 민주노총을 인정할 것이다. 대중적 동의에 근거하지 않은 ‘형식적 교섭력’은 ‘형식적 투쟁’을 만들 뿐이다.

둘째로 정치사업 방침, 구체적으로 선거방침을 대의원대회에서 어떻게 정리하는가의 문제이다. 대의원대회에서는 내빈수준에서 박순보 후보를 노동자 후보로 소개하고 김말룡 위원을 지지․지원하는 후보로 소개하는 분위기였다. 현재까지의 경과를 보면 전문노련 부위원장 이병무후보(경북 김천)와 박순보 후보가 민주노총 후보의 성격을, 민주당 김말룡 의원은 지지․지원 후보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들 후보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과 태도는 정치사업 방침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정치위원회의 경우도 그 취지와 배경을 설명해 주어야 했다. 예전과는 달리 정치세력화 논의는 민주노조진영에서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다. 민주노총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15대 총선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해 왔고 정치조직 건설에 대한 고민까지 제출해 놓고 있다. 내부 논의의 한계와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후 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주제가 이날 사업방침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확인되어야 했다.

세째로 노사관계 민주화와 사회개혁을 위한 제안 중 여덟번째 항목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여덟째, 만약 이상의 요구가 받아들여 진다면 민주노총은 노사간에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산하 조직에서 분규발생시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중재단을 구성하여 최단시일내에 분규를 타결하기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

민주노총은 40여만명의 조직원과 연간 8억 7천만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방대한 조직이다. 사업계획서에서 알 수 있듯이 각종의 정책생산을 위해 방대한 정치적 정책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위력적이며 동시에 소중한 우리의 재산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상을 반영하여 대중투쟁에 대해 책임성있는 태도를 가지려 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책임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문제이다. 일곱가지 제안이 실현되면 - 그 자체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지만 - 정말로 ‘분규’가 ‘중재’ 되어야하는가? 외교적, 전술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힘에 근거하지 않는 타협은 성립하지도 않거니와 즉각적인 반격을 받아왔다는 점은 노동운동의 상식이자 교훈이다. 대중투쟁을 증폭, 수렴, 지원해야 할 민주노총이 ‘조정자’의 위치로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도 위와 같은 표현과 인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비어있는 지점, 제기되어야 할 사안이 많이 있지만 민주노총은 이제 막 태어난 우리의 재산이다.
제출되어진 여러 사업계획은 단기계획과 중장기 구상이 섞여 있다. 그만큼 성과보다는 과제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모두의 재산, 신생조직 민주노총이 어떠한 방향과 내용으로 채워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필자는 대의원대회장을 빠져 나왔다. 한/노/정/연

1996-02-20 00:00:0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