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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현장투쟁, 어떻게 조직화 할 것인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82호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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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현장투쟁,
어떻게 조직화 할 것인가


일시․ 2002년 11월 29일
참석․ 김정곤(대우조선 전위원장), 김재광(노동자의힘 연사국장), 김태균(전국축협노동조합 정책기획1실장), 김태정(금속연맹 산안부장), 김현수(근골격계직업병공동연구단 기획실장), 박세민(금속연맹 산안국장), 손덕헌(현대자동차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심소보(카스코노동조합 부지회장․금속노조 경남2지부 산안부장․마창산추련 대표), 이기만(두원정공 조합원), 정규전(두원정공 조합원), 조민제(한라공조 위원장)
사회․ 김혜란(한노정연 사무처장)
기록․ 배영희(근골격계 직업병 공동연구단 교육실장)


2001년, 02년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과감한 선도투쟁으로 금속산업 작업장뿐만 아니라 일반 사무업종직에 이르기까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문제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문제는 무엇보다도 ‘건강’에 대한 문제이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직접적 ‘결과’라는 점에서 노-자 양쪽 모두 예민하게 접근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연구소에서는 그간의 근골격계 투쟁이, 무력화되고 있는 현장투쟁을 복원시킬 수 있는 유력한 투쟁이자, 자본의 공격으로 질환자 문제로만 국한시킬 가능성, 금전적 보상으로 대체시킬 가능성 등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근골격계 현장투쟁을 올바로 조직하기 위한 자리로서 좌담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특집: 좌담회
특집: 좌담회
근골격계 현장투쟁, 어떻게 조직화 할 것인가




근골격계 현장투쟁, 어떻게 조직화 할 것인가






좌담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
(서로 돌아가며 인사)
사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논의된 내용은 ꡔ현장에서 미래를ꡕ에 실릴 예정이다. 처음의 기획 의도는 노동자 건강권, 근골격계 문제에 대해 필자를 선정하여 글을 실을 예정이었다. 연구소는 작년에 이 문제를 불안정노동층이 안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로서, 즉 경제위기 이후 전반적인 ‘빈곤’과 ‘건강의 악화’로 다루었었다.
다 아시다시피, 올 초부터 대우조선 투쟁으로 근골격계 싸움이 사회적 쟁점이 되면서 실제 현장투쟁으로 확산 가능성이 엿보였었다. 그런데, 근골격계 투쟁 역시 비정규직 문제처럼 사회화는 되었지만 일상적인 현장투쟁으로 활성화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판단하에 오늘과 같은 자리를 만들었다. 오늘의 자리를 통해 현장의 문제를 꿰뚫어내는 논의를 나눔으로써 이후 근골격계 투쟁의 방향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투쟁을 했던 사업장, 이후 해야 할 노조 등이 함께 초청되었다. 각각의 경험과 고민이 함께 공유되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우선 기조발제를 준비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듣고 돌아가면 사업장 현황을 소개하도록 하자.

(김현수 발제: 발제문 참조)
어제 창원지역 산안부서 교육 때 처음으로 ‘어용’이라는 말을 썼다. 이번의 근골격계 투쟁은 그냥 피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치려고 하면 그것이 ‘어용’이다. 오늘날 근골격계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이후 민주노총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다. 오늘의 발제 내용은 여기 이 자리에 함께 있는 동지들이 고민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와 현장운동의 위기를 중심으로 발제를 하겠다.

(발제를 마치고)

사회: 기조발제에는 오늘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쟁점을 대부분 다루고 있다. 이것을 전제로 참여하고 계신 동지들의 사업장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근골격계 투쟁을 한 사업장의 경우 쟁점은 무엇인지, 주로 어떠한 사업을 했는지, 투쟁에 대한 간략한 평가 등을 소개해 주시고, 계획중인지 동지들께서는 왜 이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지, 현재 사업장 현안은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사업장 및 현안 소개
김태균: 저희 노조의 공식명칭은 전국축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이하 전축노)이고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련 산하이다. 전체 190개 정도의 사업장이 있으며 이중 90여개 사업장이 지부로 조직되어 있고, 전국 단일노조로서 소산별체계로 되어 있다. 교섭도 산업별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직종은 무척 다양해서 업무가 매우 많다. 소를 낳는 것에서부터 돌보고 판매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일손들 모두, 즉 의사, 간호사, 도살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고기를 판매하는 판매직, 여기에 금융업무까지 포괄하고 있다. 전축노 본조에서도 직종에 대한 구분이 다 안 될 지경이다. 쉽게 말해 모든 사무직 업무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99년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정부의 협동조합 통폐합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협동조합에는 축협 말고도 농협중앙회가 따로 있는데, 99년 축협과 농협, 농협중앙회를 통폐합하면서 4,000여명이 정리해고 되었다. 그 덕분에 노동강도가 무척 쎄졌고, 현재는 축협과 농협을 다시 구조조정 중이다. 게다가 축협이란 것이 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소액출자해서 만든 것이라, 농민회 회원들이 사용주로 와서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전축노와 농민회 등이 대립을 겪기도 한다. 구조조정에서 또하나 중요한 것은 자동화로 인한 인원감축인데, 소 같은 것도 예전에는 사람이 잡았으나 현재는 거의 자동화되었다. 그래서 일자리의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근골격계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활동이 전무하다. 단체협약 투쟁할 당시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노사협의 요구가 두 차례 정도 있었으나 조합원 스스로가 임금요구안 등과 맞바꿔치는 일이 있었다. 그 정도로 노동자 건강에 대한 인식도 낮고, 현장에서는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른다. 아직 2002년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끝난 이후 근골격계 사업을 해보자는 얘기가 임원차원에서 거론되었다. 이 싸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서 내년쯤에 투쟁을 조직해 볼 예정이다. 사무금융직의 건강문제에 대한 연맹의 고민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특별히 지원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던 차에 제가 정책 파트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김정곤: 대우조선노조에서 처음 근골격계 싸움은 작년이 처음이 아니고 네 번째 사업을 시도하였다. 94년이 최초였는데, 그때는 전체 사업으로 가져가지 않고 담당 부서의 사업으로 가져갔었다. 직업병을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조선 사업장에는 100톤에서 600톤에 이르는 장비(트렌스포타)를 운전하는 사람이 많은데, 완충장치도 없고 땅바닥에 요철 같은 게 많아서 오래 운전하다보면 통증이 심했다. 외국의 경우 하루에 2시간만 운전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통 하루에 10시간씩 일한다. 그 작업을 하는 부서 중 한 반을 지정해서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 투쟁을 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의학적인 인과관계가 중요했었고 14명이 집단요양을 하지 않고 처음 6명이 개별요양을 들어가 승인 이후 나머지 사람이 승인받고 들어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입원한 사이 그 작업을 하던 부서가 하청화 되어버렸다. 두번째는 96년이었는데, 그때의 시도는 (구)금속연맹과 공동사업으로 10여개 사업장에서 136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130명이 근골격계 질환자로 판정났었다. 그런데, 사업장별로 개별대응하는 과정에서 각개격파 되어버렸다. 이후 원진녹색병원과 재차 준비하다 집형부가 바뀌고, 본인이 위원장으로 되면서 9대 집행부가 들어섰다.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우리의 모토는 현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을 모아서 싸움을 진행했었는데, 그 힘 때문이었는지 7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위원장에 당선되었었다. 위원장으로 당선되자마자 산안실 인원을 4명으로 보강하였다. 물론 집행부 내에서도 산안실로 집중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지만, 대우조선에서 작년에만 14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재해로 사망했다. 장례투쟁 하느라 일년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장례투쟁이라 함은 단순히 현장을 들렀다 장지로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노동조합 주도로, 현장에 시신을 모셔와 용접불꽃과 망치소리가 멈추게 하고, 조합원이 장례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산업제 노동자장이라 말한다. 이러한 이것을 되찾는데 처음에는 39일간 끈질긴 투쟁으로 쟁취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조도 산안실 중심사업으로 상정했었다. 상집위원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회사에서 노동역학조사팀을 투입하려고 했을 때 아예 회사출입문에 못 들어오도록 단호한 방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때 정문에 신나를 준비하라고 하자 회사에서 더 이상 강행하지 못 했다. 이후 현장에 실천단을 꾸려 야간에 작업을 진행해 갔다. 네번째 근골격계 싸움을 시도하는 것이라 조합원들은 과거와 비슷하겠지 하고 생각하다가 노조에서 적극적으로 나가자 조합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근골격계 유소견자가 248명이 나오게 되고, 이들과 간담회, 4번에 걸친 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집중적으로 노조와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물론 조합원들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사실 대우조선의 살인적인 노무관리로 더 많은 노동자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무재해 운동으로 그간 산재처리 하는 것은 감히 말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장의 분위기가 마치 죽음의 공장, 절망의 공장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슬로건은 “힘들면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현장건설”이었다. 3월5일, 집단요양 투쟁일정이 잡혀 있던 바로 전날 100여명이 퇴근 후 위원장과 간담회에 참석했다. 요양 당일 날은 회사의 전 관리자들이 아침 일찍이 집에까지 찾아와 설득작업에 나섰다. 통영의 근로복지공단까지 가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해유와 해고, 협박 등으로 끝까지 방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활동가가 아닌 노조 집회조차 참석하지 않던 조합원들이었지만 76명이 함께 요양투쟁에 동참하였다. 이것이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이다. 근로복지공단 앞에 집회신고를 하고 지사장을 만나야 한다는 요구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조합원 스스로가 요구하여 지사장이 집회장에 나왔을 정도였다. 그때 지사장이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은 ‘꾀병’이라는 자본의 논리를 대변하다가 참석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고조되었었다. 사실 집행부와 산재 조합원은 심적인 압박이 있었다. 왜냐하면 회사가 산재 조합원들을 지속적으로 협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투쟁을 빨리 진행해야 했었다. 그러던 차에 근로복지공단 앞에 집회를 잡고, 신나, 모포까지 준비하여 공단을 점거하는 고강도 압박투쟁을 진행하면서 요양중인 노동자들을 안심시켰고, 병명도 세가지 이상인 사람도 모두 산재처리가 되기에 신속히 대처하였다. 이렇게 해서 탑재1부가 산재요양을 많이 받게 되었고, 근골격계 요양으로 빠져나간 자리에 비정규직을 불법파견하고 혼합작업 등을 하는 회사측의 작태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4․4 테러 사태가 터지고, 인력부를 점거하게 되었던 것이다.
상집 동지들도 처음에는 도대체 근골격계가 뭔지 잘 몰랐지만 함께 투쟁을 하면서 이제는 모두가 전문가가 다 되었다. 이 투쟁으로 불구속 8명에 6명이 구속되었으나 결코 회사와는 타협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선출된 임원이 모두 구속되는 상황이었다. 회사의 가압류는 보통 노동조합비를 묶지만 대조의 경우는 조합비는 놔두고 간부 개인에게 가압류를 때리면서 9대 집행부를 꼴통처럼 몰아갔다. 그렇게 해서 조합원과 집행부를 분리시키려고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인력부 점거에 대해 아직까지 회사가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모두 집행유예로 나왔다. 우리가 실형을 살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자본가 하수인 사법부 고등판사까지도 사회적으로 근골격계에 대해서 기여한 바가 높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이후 눈치보다 요양에 들어간 사람까지 치면 백여명이 된다. 이제는 오히려 당시에 집단요양 투쟁을 함께 하지 않은 사람들이 고립될 정도다. 너희들 때문에 위원장이 구속되었다고들 말한다. 회사는 산재가 현재 600여명이 있는데(공상빼고) 이들을 모두 요양치료하자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등, 나이롱 환자들이 놀고먹으면서 돈을 타간다는 등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가압류를 풀어주겠다, 구속자를 풀어주겠다, 대신 산재 문제와 바꾸자는 내용으로 계속 협상을 제기해 왔었다. 그러나 그것을 받지 않고 임기를 마쳤다. 대공장 노조 중 현장이 무너진 곳은 대부분 노조가 자판기 같은 활동을 하고, 협상을 통해 성과를 주고받는 식의 사업이 비일비재 한 곳이다. 그러나 적어도 9대 집행부는 비타협적이고 원칙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경제투쟁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일상투쟁으로 조합활동이 자리매김이 되도록 노력했다.
이번 위원장 선거 때 4팀이 출마했다.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만 해도 400명이 넘는다. 선거투쟁 때 현장쟁점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모두 했었다. 그래서 산재로 불이익을 받던 조합원들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4개 조직 모두 내걸도록 하는 성과도 있었다. 대우조선 국정감사 이후 부산청장이 직접 대우조선을 방문하였고, 통영 지방노동 사무소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던 근골격계 질환 확인 노동부 건강진단 명령이 내려진 상태이다. 질환이 가장 심각한 곳인 선행도장부가(근골격계질환)건강진단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노동조합에서는 3개월 연기신청을 한 상태이다. 이 투쟁은 어설프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치밀한 준비와, 국감 투쟁의 성과이며 노동조합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다.
징역에서 나와서 보니 텔레비전에 산업안전 공단과 노동부에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광고를 하고 있어 놀랐다. 당시 상집들도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비록 힘들었지만 지난 2년간의 투쟁은 대단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가 이렇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근골격계 사업을 담당 부서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상집간부들의 현장투쟁으로 생각하고 자리매김한 데에 있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최소한 근골격계에 대한 자각과 관심은 증가되어있는 상태이다.

이기만: 근골격계 사업은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두원정공의 경우 구조조정 전에는 인원이 1,000여명 있었으나 IMF 이후 많이 줄어서 현재 600명이다. 이렇게까지 인원이 줄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펌프가 사양산업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보쉬라는 외국 자본에 의해 현장을 빼앗기는 두원정공만의 문제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결국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문제였던 것이다.
현 집행부가 들어서고 나서 중요한 사업으로 생각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요양 판정을 받는 것인데, 회사에서는 이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승인이 떨어졌고, 재심에서도 불승인되었다. 승인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또 하나는, 매출이 줄어들면서 회사가 다시 인원감축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인원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지켜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런데 근골격계 사업을 가만히 들어보니 이와 같은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노조에서 열심히 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회사에서는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사업이 점점 구체화되면서 간부들은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 투쟁이 성공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실제 산재요양을 받고,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해 인원이 충원되어야 한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계속된다면 또다시 누군가가 나가야 되고 그렇다면 새로 뽑은 사람보다는 근속년수가 오래된 사람이 짤리게 될 터이니 사람을 새로 뽑아서는 곤란하다는 조합원의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어떻게 인원확충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손덕헌: 오늘은 배우는 자세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대공장 사업장임에도 노동보건활동은 낙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로사와 근골격계문제등이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으나 이에 대한 노동조합이건 현장조직이건 반성이 있어야 한다. 9대(이상욱 집행부) 때 윤복근 실장이 영입되었지만, 민투위는 노동보건부활동에 있어서는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정공본부 노동조합에서 활동했던 윤복근실장이 투쟁으로 50명이 직업병으로 인정되었고 6명이 불승인 되었다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사측은 근골격계질환 대책위원회운영에 대해 합의를 하였다. 하지만 그때와는(2000년) 사정이 많이 다르다. 모든 것이 현재는 투쟁보다는 협의로 가고 있다. 사측과 어떤 협의를 할 것인가에 치중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근골격계 관련 설문조사까지 했으나 조합원들에게 공표도 하지 않는 상태이다.
지금도 원진녹색병원과 인하대학에서 실사를 하고 있다. 이후 3년 동안 계획을 진행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병은 점차 심각해질 것이다. 현자민투위에서는 이러 것이 문제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기초적인 수준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현재 현자민투위는 노동보건부를 신설하고 다섯명이 모여 사업 계획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2명은 산안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본인도 산재보상투쟁의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재 노동자 스스로가 어떻게든 현장으로 복귀하겠다는 투쟁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노조는 상집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기보다는 산안실장이 거의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는 수준이다. 현대자동차가 3사통합하기 전에는 부과보상제도가 없었다. 그러나 과거 등급을 매겨 보상을 하고 있던 생계보조금 제도가 있었고 보상기준은 30%을 받았는데 과실이 없으면 30%, 있으면 20% 또는 10% 등으로 나누었다 무조건 20%로 정리되었다. 노동조합과 회사에서는 나머지 10%를 적립하여 산재예방에 사용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쓸지도 문제이다. 한 6억 정도 있는데 산재환자한테 돌려줄지 어떨지…. 또 다른 문제로는 부과보상제도를 도입하면서 민형사상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사항이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허리인데, 허리는 통증도 심할뿐더러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부위다. 심지어는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민형사상 소송을 할 수 없게 되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집행부에 문제제기를 했는데, 차기 임․단협때 하자는 식으로 나온다. 그렇게 해서는 시간만 지나갈 뿐이다. 그래서 민투위는 이것을 현장 투쟁으로 잡아갈 예정이다. 물론 아직 조합원들의 정서는 패배의식에 젖어있다. “어차피 법제화되었는데 굳이 왜 싸우냐”는 반응이다. 민주노총의 지침도 잘 따르지 않는다. 이번에 3대 악법 투쟁할 때에도 주5일 근무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것도 주로 주5일 근무와 임금저하와의 관계에만 관심을 표명한다. 임투 때에도 종착역에 다다르니깐 집행부가 투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정합의를 내왔다. 사측은 한마음교육이다, 부부감성교육이다 하면서 현장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때문에 민투위라도 바닥부터 현장투쟁을 조직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지금의 현장은 민투위 뿐만 아니라 모든 현장조직, 활동가가 현장투쟁을 주도해 가지 않으면 무너져 내릴 것이다. 본인이 근무하는 라인에서는 산재 문제에 대해서는 나를 찾아온다. 일례로, 조합원들이 휴식시간에 배드민턴을 많이 치게 되자 자리다툼이 있었지만 사측에 운동공간을 확대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문제를 처리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 근골격계 문제에 대해 민투위는 모르는 내용이 많다. 적극적인 대안과 투쟁방향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회사는 노무관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한 라인 전체 인원 130명중 중간관리자가 20명 정도 되는데 이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통제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결국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된다.

심소보: 연맹에서 근골격계 실태조사 사업을 진행을 할 때 사업장 내부적으로 다른 싸움을 하고 있어서 함께 결합하지는 못했다. 카스코는 상집이 출범하자마자 금속노조로 전환되면서 본인이 지부로 나가고 이전 산업안전보건위원이 지금 산안부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 진행 상황은 현장조직과 산안부장과의 연대속에서 진행되었다. 카스코는 조합원이 490명 정도 되는데 이중 치료가 필요한 유소견자가 100여명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업장과 달리 현장조력은 된다고 판단한다. 집행부나, 현장조직에 대해 조합원은 벽을 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문제는 회사상황이다. 작년부터 “부도난다 난다” 하면서 근근이 회사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화의상태) 처음에 모비스에서 정리를 하다 한국프렌지에서 인수를 했다. 그런데 경영하는 놈들은 왔다갔다했지만, 돈이 경영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필요한 만큼 오는 것이 아니라 근근이 이어갈 수 있는 정도라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부도나면서 부채율이 엄청 높아졌다. 회사한테 근골격계 질환의 대안을 제시하라고는 했지만, 집행부에서도 딱히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 상황에서 산재요양으로 사람이 빠져나가면 새로 사람을 채용해야하는데 요양을 마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러한 점에 부딪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원들이 일주일에도 몇 사람씩 산안부장에게 계속 상담을 해오고 있는 상태이다.

(좌중에서 심소보 동지에게 지역에 대한 소개도 부탁함)

심소보: 창원지역 상황은 한마디로 답답한 상황이다. 지회장들이나 위원장들이나 근골격계 사업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야기하면 다 듣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토론도 되지 못한다. 솔직히 지역에서는 이 문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근골격계 투쟁은 한 사이클을 돌았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보면 집단요양투쟁 인원이 100여명도 되지 않았지만 법도 제정되고, 정부 관련부처에서 고민도 하고 있고, 전과 달리 빡세게 나가지 않아도 조합에서 얘기만 하면 산재신청을 회사에서 들어주면서 자기들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자고 한다. 이러한 점은 성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상황들을 재점검해서 다시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금까지의 투쟁을 총괄 정리해서 각 사업장의 실정에 맞는 형태로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근골격계 투쟁 평가, 성과와 한계
사회: 그러면 이제 심소보 동지의 발언을 이어서 지금까지 근골격계 투쟁의 성과는 무엇이고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 보자.

심소보: 우선 성과라 하면, 이제 웬만한 노동자치고 근골격계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마창지역에서는 소식지, 교육지, 교육, 광고 등등 선전사업과 교육사업이 상당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한계는 이런 교육이 투쟁계획과 같은 실천적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골격계 투쟁은 집행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집행부와 현장조직이 함께 힘을 합쳐야 조합원을 조직하면서 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집행부가 근골격계 싸움을 어렵게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투쟁을 정리해서 이후 전망을 보여주어야 싸움을 할 수 있다.
카스코의 경우 회사가 없어지냐 마냐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으므로 집행부의 의지만으로 싸움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산업은 모듈화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듈화 사업을 추진하면 회사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 그렇게 되면 결과는 인원정리로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인원충원과 정규직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카스코는 공장자체가 문제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손덕헌: 현자도 모듈화가 상당한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모두 모듈화되어서 들어온다. 일례로 바디를 똑같이 만들어서 모든 차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작업자가 자연감소된다. 게다가 비정규도 오히려 늘고 있다. 노동강도의 강화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전반적인 정서는 있을 때 벌자는 의식이 만연하다. 모두 잔업, 특근 다 하고 있다. 그만큼 현장은 무너져 있는 상태이다. 심지어 8명이 과로사로 죽었지만 노조가 아무런 액션도 취할 수 없는 지경이다. 장례투쟁을 위해 라인을 세우면 거센 항의가 들어온다는 말이다. 노동법개악 저지투쟁으로 상집이 구속되어도 특근을 한다. 한마디로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 작업을 못하게 막거나 현장투쟁을 위해 조합원을 참여시킬라치면 다들 싫어한다. 1공장의 경우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으로 250명의 정규직을 새로 채용하기로 합의된 상태인데도 조합원들이 하청으로 받자고 주장한다. 또 있을지도 모를 구조조정으로 짤릴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 배치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수: 마치 서로 다른 상황인 것 같지만 대우조선과 똑같은 모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양으로 빈자리의 인력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산재의 원인에는 분명히 인력부족의 문제가 있음에도 정규직 조합원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원을 늘리는 것을 싫어한다. 이것은 대우조선 탑재1부의 투쟁에서도 드러났다. 그러나, 산재노동자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비정규직이 들어오면 안 된다. 대우조선도 이 방향에 입각하여 투쟁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이러한 원칙을 맞춰가면서 투쟁을 해야만 근골격계 투쟁의 의미와 본질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는가. 카스코는 정규직으로 인원충원 대신 전환배치를 회사와 협상했다. 한라공조도 그 자리에 일용직을 투입했다. 카스코는 대우조선과 달리 조합에 힘이 있었기에 회사와 협상을 했고 한라공조는 비정규직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으나 현장 조합원과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두원정공의 경우는 다른 곳 보다 조건이 나았지만 대부분 현장의 간부들은 회사의 경영상황이 나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산재요양과 그에 따른 제반 비용을 합하면 수억대의 비용이 나온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용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는 것이 사실이냐? 또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을 하면 회사가 결단난다는 말인가? “회사는 안 그래도 힘든데 노조가 투쟁해서 더 힘들어진다”는 논리를 암암리에 받아들이면서 노조 스스로 투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소보: 두 가지 면을 봐야한다. 즉, 공장이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이 투쟁을 하자고 할 수도 있고, 거꾸로 그러면 공장이 망하니깐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측면은 회사가 정말 의도적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모듈화에 들어가는 신차종의 제품들을 하나씩 지역에 퍼뜨려서 공장을 따로따로 만드는 게 회사의 이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품을 한곳에 모아서 모듈조립하는 것이다. 모비스가 서류만 받아서 넘겨주고 돈을 남기는 방식이다.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회사를 버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2년 동안 신차종 제품이 하나도 없었다. 조합원들에게 한물간 모델을 가져와 놓고도 회사가 살 수 있다고 말하고 라인을 증설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정말 없애버리려는 생각이 있었다고 본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투쟁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김태균: 전축노에 82개 사업장이 있는데 그중 부도사업장이 10여개다. 반면 잘 나가는 사업장도 있다. 이번 단협에서 적정인력 확보투쟁을 해보았는데 봉착된 지점은 사회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인원감축이 선(善)인 것 같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일 때, 적정인력확충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현장조합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합원들과 충분한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조합원 중에는 “정규직으로 인원을 확보했다가 나중에 구조조정 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면서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고, “확보한다 치더라도 여타 사업장과 경쟁에서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는 이야기들이었다. 산재로 인한 요양시기의 인력충원 문제 동일하다고 본다.
또 회사가 망하든 안 하든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은 정당하다는 판단으로 (투쟁을)가보자고 한다면, 이런 투쟁은 국가 기간산업이나 큰 공장같이 아무리 싸워도 망하지 않는 곳을 빼면 어렵다고 본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몇몇 사업장 빼고는, 특히 부도로 망해가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힘들다. 그렇다면 이런 사업장에서는 어떻게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가. 이런 논의가 더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사업장이 처한 조건에 따라 투쟁전술은 달라져야 한다.
심소보 동지가 말한 대로 근골격계 싸움이 한 사이클을 돈 지금은 근골격계 문제를 어떻게 전 계급적인 투쟁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제까지의 투쟁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에 핵심이 될 것이다. 내 생각에, 문제는 근골격계 투쟁을 심각한 생명의 문제로까지, 그 정도의 위기의식을 갖는 문제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데에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이 현장 지도부까지 조직되고 교육되지 않으면 목숨과는 무관한 별도의 싸움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투쟁의 확장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근골격계 싸움을 노동자의 목숨과 연관하여 어떻게 확장시켜낼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일상적으로 요구한다는 것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곤: 제가 봤을 때 노자간의 구도는 확실하다. 노동자들이 몸뚱이가 전 재산이라고 말은 하지만 현재의 문제를 그냥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총에서도 산재문제를 이런 식으로 치고들어오면 기업경영 못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경영권 침해라고 했다. 만약 사람을 죽이고, 병들게 만드는 것을 막자는 싸움이 경영권 침해라면 우리는 당당히 경영권을 침해하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또 대부분의 회사가 맨날 망한다고 노랠 부른다. 그렇다고 정작 산재문제로 망한 회사는 없더라. 오히려 노동자가 자본의 입장을 너무 봐주고 있다. 대우조선의 4․4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 이미 불법파견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자 회사는 더 이상 불법파견을 하지 않겠다고 작년 교습에서 합의까지 했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불법파견을 하고 있었지만 위증으로 일관했었다. 그러다 4․4 사태가 터지자 34명을 신규로 채용하였다. 그러나 그나마도 조합이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라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원래 계획에 있었다고 했다. 바로 이런 점에 대해 정확히 짚고 가지 못했던 게 문제였다. 투쟁을 잘 해놓고도 성과를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는 것을 당연한 것이거나,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심소보: 카스코 단협에 고용안정협약서가 있는데, 거기에는 조합원이 자연 퇴사시 인원을 충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잘 지키지 않는다. 또, 본인이 아프다고 얘기하면서도 일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산재 신청하면서 평균임금을 올리기 위해, 잔업․특근 많이 해서 임금과 보상금을 높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잔업을 2시간 이상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노사가 합의한 일도 있었지만 단협에 통제가 되지 않았다. 대우조선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사회: 부도 사업장에서 인원확충 투쟁이 과연 가능한가와 같은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사업장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접근 이전에, 관점을 먼저 잡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부도는 아니더라도 공장간 물량싸움이나, 라인간 경쟁, 대의원은 물량을 많이 끌어와야 능력있는 대의원 등과 같은 현상은 모두 ‘경쟁’ ‘기업생산성’ 등을 중요하게 보면서 기업의 운명에 노동자의 운명을 묶는 생각들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조합원의 정서가 그렇기 때문에 투쟁을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적어도 이 자리에는 안 계신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런 현실을 전제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이다.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이런 의식은 왜 생긴 것인가, 구체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등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이후의 투쟁방향에서 논의하도록 하고, 근골격계 투쟁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좀 더 논의를 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전에 늦게 오신 두 분의 인사를 먼저 듣겠다.

(잠시 늦게 참석한 금속연맹 박세민 산안국장과 한라공조 조민제 위원장 인사)

김태균: 근골격계 투쟁이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 성과라고 하는데 그것을 성과로 얘기하기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사회적 쟁점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골격계 문제가 전체 노동자 계급의 문제로 제기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확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확산시켜야 되는 것이 지금의 과제다. 지금까지의 투쟁이 제대로 된 성과로 남기 위해서도 투쟁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금속산업에서 했던 다양한 투쟁이 정리되고 대중화된다면 전체의 투쟁으로 자리매김되는 데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이런 활동에 연동되어 각각의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병”이구나, “우리의 목숨과 관련된 사안”이었구나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사무금융연맹은 조합원이 8만인데 정책실도 잘 모르고 있을뿐더러, 한두번 얘기한다고 조합원이 아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는 모두 근골격계 통증은 그러려니 한다.

이기만: 대조가 근골격계 투쟁을 하면서 이 문제를 쟁점화시켰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는 단순하게 직업성 질환으로 이런 게 있고 요양신청을 내준다는 정도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근골격계 사업을 진행하면서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투쟁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 저지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집행부들을 괴롭게 하는 문제이다.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집행부가 과감하게 투쟁을 치고 나가기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김현수: 두원정공 조사사업을 하다보니 알게 되었는데, 97년 기아부도 이후 98년부터 희망퇴직을 계속 얘기하고 있더라.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회사가 망하기 직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조합은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구조조정을 반대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구조조정을 반대하면 회사가 망한다고 얘기한다. 구조조정 반대투쟁 = 회사망하게 하는 투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을 찬성하면 회사가 살 수 있는 것이냐. 언제부터 노조가 회사의 운명을 거머쥐고 있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그러한 원리를 어쩔 수 없다면서 받아들여 왔다. 암암리에 구조조정을 수용해 왔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골격계 싸움은 물러서거나, 회사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안이었다. 이것이 근골격계 투쟁의 특징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생명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와 협작하거나 뒷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고, 쉽게 협상하기도 어렵다. 기존에 산안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다.
다시 구조조정 문제를 생각해 보자. 노조가 인원을 늘리고, 비정규직도 정규직화 하자고 주장하자마자 회사는 그럼 회사 망하자는 것이냐고 협박한다. 지금 핵심은 대부분의 조합활동이 기업별 노조의 활동에 한계지워져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연대의 관점이 전혀 없다. 우리 회사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공생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혹여 우리 회사가 죽더라도 전체 노동자가 살 수 있다는 의식은 없다. 근골격계 투쟁 역시 노동조합 활동의 혁신과 같은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사안인 것이다.

김태정: 근골격계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이제 금속사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근골격계 문제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재작년만 해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간부들은 없었다. 요즘은 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또 현장투쟁을 통해서 근골격계 문제를 최소한 제도권의 문제로 진입시켰다. 그리고 라인별, 공정별 현장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한계인지 오류인지 모르겠지만 현자 상황에서 확인되었던 문제들, 그것은 대공장에서만 제기되는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정확히 제기하면서 가야한다.

박세민: 여러분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사업의 핵심은 두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노동강도 강화저지 및 구조조정 저지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통제권을 이 사업을 통해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한순간에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인식이 만들어지기까지에도 지난 2년간의 워밍업시기가 필요했다. 이제 금속산업 사업장에서는 이 사업을 받아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100개정도 사업장이 고민하고 나머지 150개 사업장은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어쨌든 연맹에서는 주요한 투쟁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근골격계 투쟁이 한바퀴 돌면서 이제 사업을 해야된다는 공감대까지는 왔다. 법제화를 통해 노동강도 부분에 대해 참여, 개입, 결정할 수 있는 고리도 만들어졌다. 조직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구호성 노동강도 강화저지가 아니라 실제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성과라고 본다. 반면, 한계는 사업을 해야한다는 것까지는 왔는데 어떤 목표와 어떤 활동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연맹은 이 지점을 어떠한 틀 속에서 어떻게 풀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조직을 혁신하고 조합원들의 자본화된 의식을 바꿔내고 재무장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정리되어야할 문제가 있다. 현자의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 1,700명 정도가 근골격계 유소견자이다. 카스코, 대우상용차, 한라공조 투쟁에서 확인되었던 것처럼 현자 1,700명이 투쟁과제를 분명히 하고 집단요양투쟁에 돌입한다고 가정하면 3가지 과제가 충족되어야 하다. 자동차산업의 호황속에서 빈 자리에 대한 인원충원은 불가피하다. 인원 충원 관련 정규직으로 채용되어야 하지만 회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투쟁 사례를 살펴보면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고 인력 충원을 제기하지만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양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골격계 투쟁과 문제의 해결에 있어 궁극적으로 부딪혀 나가는 지점은 비정규직의 문제이다. 인력충원의 문제는 조합 전체의 공유속에서 비정규직 싸움과 연동해서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또 함께 투쟁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불안한 고용심리와 원직복귀에 대한 전망이 제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1,700명이 일했던 작업공정이라면 공장이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것은 다 들어 있고 질환자를 발생시켰던 작업환경에 대한 원인제거와 개선이 필요한데 회사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되어야 한다.
근골격계 투쟁과 인력충원의 문제는 핵심 과제로서 전면화 되고 전국적 투쟁으로 돌파해나가야 한다. 개별적으로 가면 더 힘들어진다. 설령 전체적으로 다 받지 못한다고 해도 인력충원을 해서 망할 것같으면 다 망하자는 식으로 전면적으로 인력충원을 걸고 나가야 한다. 함께 죽고, 함께 살자는 것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시행규칙안에 작업량, 작업속도, 작업강도 등 노동강도 평가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어떻게 해야만 할지 통일적으로 준비해 나가고 있지 못하다. 노동강도 평가 부분에 있어서는 그것을 어떻게 객관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적정 노동량을 평가하면서 인원 충원에 대한 요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김정곤: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이러저러한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사업을 하고 있지만 모두 근골격계 사업이라고 보지 않는다. 산재 처리에 머물러있다면 그것은 근골격계 싸움이 아니다. 설문항목도 천차만별이다.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현장역학조사를 실시한 사업장은 거의 없다. 연맹 중앙에서 조선분과의 사업으로 공동조사가 이야기 된 적이 있다. 그때 대우조선이 이렇게 하면 너무 늦는다고 이야기했었으나 진짜 사업을 한곳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나는 노사협조주의다”라고 아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노동자 계급이 노동 현장에서 다치고 병들고 죽임을 당하는 문제인데….
성과부분에 대해 좀 더 할 얘기가 있다. 대조가 경험한 세번의 투쟁은 지금 다른 현장에서 하고 있는 실패한 사업과 유사하다. 집단요양은 왜 했는가. 개별로는 탄압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을 통해 현장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아직도 나에게 2차 근골격계 사업을 언제 하는지 묻는다. 자신의 통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합원들도 많다. 현재 근골격계 투쟁에 대한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맞다. 현장의 노동자들의 다 골병들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동환경은 계속 후퇴를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회사에서는 근골격계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치료해준다. 물론 산재처리는 안 해주면서. 아프다고 하면 왜 아프냐고 묻지도 않고 하루에 2~3시간씩 치료하러 보내준다. 반별로 운동기구도 도입하고 공간도 늘린다. 이런 처리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대로 집단요양중인 산재노동자들에게는 엄청난 감시와 협박 그리고 개악안을 내놓았다. 회사의 대응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휘말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덕분에 활동가도 아닌 산재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투쟁전술도 만들어내면서 활동가로 되고 있다. 인원은 100여명으로 많지는 않지만 숫자가 적어도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 성과다. 다른 사람들은 대우조선이 무식하게 투쟁해서 다 구속되어 버렸다고, 그래서 조직력 바닥났다고 하지만 거꾸로 조직력은 살아났다.

심소보: 비록 근골격계 사업을 조합이 중심이 돼서 하기보다는 현장과 산안실 중심으로 출발했어도 결국 대의원 중심으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산안실도 이점에 대해서 고민하고 대의원회의 석상에서 토의를 붙여나가고 있다. 사업이 추진되었던 반(부서)에 물량이 감축되자 우리반에서도 물량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공장 전체에 파급되기도 하고, 지역에서 근골격계 사업을 잘 하지 못한다 해도 실태조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 또 단사별로 교육이 진행되면서 사이클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기본이 되어서 이후 투쟁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민제: 근골격계 투쟁을 하면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사실 민주노조가 가장 폭력적인 방식의 구조조정을 수용했던 것이다. 미조직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에게는 아주 잔인한 것이었다. 한번 그렇게 수용하자 계속 밀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이 가지고 있었던 직접민주주의 정신이 깨져나가고, 현장조직력이 붕괴되는 것은 이런 원인에서 기인한다. 몇 년 전 한라공조 현장활동가들의 월례토론모임에서도 구조조정이 심화되면 산재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맞아 떨어졌다. 당시에는 핵심활동가들의 고민이었고 올해의 투쟁을 통해 성과라면 이러한 고민을 대중화시켰다는 데에 있다. 한라공조는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 예전부터 근골격계 질환이 많았는데 IMF 이후에는 아파도 쉬지 못하고 산재, 공상처리조차 잘 해주지 않았었다.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면서도 원가절감만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노조가 임․단협 이후에는 할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조합원들이 일상투쟁을 하는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 근골격계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전에는 산재 불승인이 많았다. 그래서 산재처리가 된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순진하게 다가갔다가는 큰 코 다친다. 비정규직, 사내하청 등 모든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윤과도 직접적으로 닿아 있어서 자본은 아주 치열하다. 최근 근골격계 질환 직업병과 관련된 법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자본은 그 법의 속성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 집단요양 신청하면 이제 다 승인된다. 그러나 그 자리에 비정규직이 와서 물량을 더 올린다. 라인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노동청이 한 역학조사에서조차 한라공조 컨베이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회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년연장 등 고용과 관련된 것은 절대 받지 않는다. 단품처리는 정규직이 알기도 전에 외주처리 한다. 그래서 사내하청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근골격계 투쟁이 발단이 되어 현장에 구조조정 문제가 확장되었다. 남은 문제는 요구를 내거는 것보다 쟁취하기 위해 어떤 싸움을 할 것인가이다. 실제로 싸우는 것과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는 것은 틀리다. 요구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떤 것을 쟁취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 자리를 빌어 연맹에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연맹의 투쟁지원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데, 이것이 채워졌으면 한다.

(잠시 휴식)


임단투와 근골격계 투쟁의 관계
사회: 이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압축해 보고, 그 속에서 앞으로의 투쟁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어 보자. 사회자이긴 하지만, 발제자에게 두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발제문에는 직업병이라는 전통적 개념에 입각해서 투쟁하는 것과 노동강도 저지의 관점에서 싸우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집단요양이 현장투쟁을 조직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직업병을 치료하는 과정이라면 이 두가지 접근을 너무 대립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또 임․단협 중심의 노조활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근골격계 싸움은 난망하다고 지적했다. 얼핏 95년에 있었던 임투냐 사회개혁투쟁이냐의 논쟁이 떠올랐다. 이 문제 역시 너무 단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이 문제 외에 함께 논의해 보았으면 하는 주제는 인력충원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와 근골격계 투쟁과정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모습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다. 여러분들의 대화에서도 나왔지만 일반적으로 근골격계 문제에 대해서 ‘(간부든 조합원이든) 잘 모른다’, ‘산안부서의 일이다’, ‘원만한 타협으로 잘 끝내보자’ ‘(근골격계 질환은) 원래 그러려니 한다’ ‘간부들이 특히 소극적이다’ 등등의 반응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현장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김현수: 전통적인 직업병의 관점에서는 발병자의 원인을 찾고 산재 처리해 주면 된다. 근골격계의 문제를 전반적인 노동강도 강화, 인원감축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이렇게 개별적 작업환경의 문제로 취급하게 되면 (근골격계 사업이)직업병으로 인정받게 하는 사업으로 국한되거나, 알게 모르게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게 된다. 대부분의 산안 활동가들은 여전히 그러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에 대한 접근이 없다.
현재의 임․단협 투쟁의 성격을 냉철하게 보자. 임․단협이 자본이 들이대는 구조조정을 분쇄하고 역전된 힘을 바꾸어내는 투쟁으로 모아지기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수용하는 관행과 의식을 더욱 굳게 하고 있다. 현재의 임․단협 시기는 조합원들이 계급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장이 되지 못한다. 노조가 짜여진 임․단협의 준비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현장은 구조조정으로 무너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 사업장의 임․단협 투쟁이 박제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을 수용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말이군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소보: 임․단협 시기에 근골격계 투쟁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근골격계 사업은 특정 시기를 정해놓고 하는 사업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해야 한다. 또 임․단협 시기에 붙으면 동력은 생길지 모르지만 임금협상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끝나게 되어 있고, 끝나면 조합원의 관심은 바로 사라진다. 그래서 이 싸움은 꾸준히 일상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대선사업에 많은 간부가 파견 나가 있다. 지회에서도 상근자는 다 동원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회 사업도 진행할 수 없다. 당연히 대선까지는 일상적인 사업은 불가능해진다.

김현수: 임금 올리면 회사는 그보다 더 많은 물량을 뽑는다. 보통 임금인상은 수당을 붙여서 총액기준으로 인상하지만 올린만큼 더 많은 물량과 노동량을 지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임투의 성과가 무엇인지…. 만약 일상적인 투쟁이 항상 있다면 그 투쟁의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투쟁을 계획하고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현장투쟁 계획이나 활동없이 시기가 되었으니 당연히 임금협상을 해야 한다는 식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스스로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노조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냐는 기준을 임금인상율로 보게 만든다.

심소보: 내가 임금협상과 근골격계 사업을 떼어야 한다고 얘기한 것은 임․단협 시기에는 임금에 대해서만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는 임금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때 조직하고 교육해서 요구안을 만들고, 지역차원에서는 공동투쟁을 통해 정부에 대한 요구안을 만들어야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단협에 넣을 것은 다음 단협에 반영해야 한다.

김현수: 일상투쟁의 성과들이 다음 임․단협 시기에 동력으로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현장들은 임․단협 하기에도 벅차다고 한다.

조민제: 단체협약의 내용은 최소한의 기준이다. 현장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요구를 같이 만들고 협상하는 것과는 다르다.

김재광: 그러나 일정 시기가 지난 뒤 어느 수준에 이르면 단협 조항도 굉장히 많아져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 단협이냐 근골격계 사업이냐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이나 근골격계에 대한 일상사업이 없다보니 단협으로 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근거를 마련해야하니깐. 그런 게 계속 누적되고 있다.

김태정: 기본적으로 임단투와 근골격계 투쟁, 비정규 사업은 분리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그 이유는 동지들이 말씀하신 것과 좀 다르다. 실제 임단투에서 이 두 가지(비정규직문제와 근골격계 문제) 투쟁과제를 주고받는 과정이 많다. 이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분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노조간부들이 임․단협에 목숨거는 이유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주고받는 방식은 문제가 있지만 임․단협 투쟁에 대해서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노조가 집중적으로 하는 투쟁도 있고, 대의원이든 현장에서든 자발적으로 하는 일상투쟁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두 번째 것이 없어지고 노동조합만 바라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장투쟁이 죽어가는 과정이다. 임단투 때문에 현장투쟁이 죽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임․단협과 구분되는 투쟁은 필요하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조합원을 조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정곤: 95년에 한진중공업에서 수리선 한진호에 불이 나서 19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조선노협은 공동 임투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일할 때 착용하는 보호구를 입고 상경투쟁을 했었다. 임투 동력이 조직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배치했던 것이다. 7년이 지난 금년에도 했다. 과연 임․단협과 분리되어야 하는지 고민이다.

김현수: 차리리 임․단협을 매년 12월에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또 일상투쟁을 한 뒤 소급해서 임투를 해도 되지 않는가. 어차피 회사에서 줄 것은 정해져 있다. 투쟁력을 고양시켜나가는 프로그램 없이 생활임금수준이 어떻게 매출만 갖고 올라갈 수 있겠는가.

김재광: 김현수 동지의 생각에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임단투를 하기 위한 준비과정 속에 성과있는 계획을 낼 수도 있다고 본다. 일례로 단협은 노동조건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활동 등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에서 노동조합활동 등은 노동조건만큼 대단히 중요하고 사실 이런 내용을 한 축으로 민주노조가 싸워온 것이 아닌가. 이것은 현장 일상활동의 결과이기도 했다. 쟁점은 기존의 임․단협의 방식과 시기 그리고 내용을 유지하고자 하는 수성의 자세를 깨야한다는 데에 있다.

김태균: 지금까지는 임․단협과 무관하게 진행되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의아한 지점이다. 단협은 투쟁의 성과를 제도화하는 것 아닌가. 현장투쟁을 했어도 그것이 협상을 통해 단협으로 수렴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김태정: 개인적으로 대조 9대 집행부의 마지막 활동은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현장의 조합원들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는가. 이번 선거를 통해 그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위원장 선거에서 9대 집행부를 지지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노조에 원하는 것은 여러 가지다. 현재는 임금이다. 고용문제는 개별적 생존투쟁으로 버티고 있다. 일할 수 있을 때 벌자는 생각이 그것이다. 바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조합원을 데리고 임․단협이 아닌 다른 투쟁으로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뜻은 좋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 할 것 같다. 장기적으로 조합원들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선전을 해야 실질적인 투쟁으로 바뀌어 질 것이다.

김현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례로 한라공조는 내년에 임투할 필요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현장투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승리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임투는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겨울에 임투 준비를 하는 것 때문에 더욱 과감한 투쟁을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대조같이 임단투 포기하고 집행부 내려올 수 있다는 사례가 일반화되어야 한다. 임금말고 정말 현장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노조들은 임투를 통한 공동투쟁을 항상 주장하지만 쉽지 않다. 대전충북을 봐라. 내년 12월에 임투해도 된다. 금속연맹의 지침은 뭐냐. 정말 제대로 하겠으면 내년 언제 공동투쟁할 것인지 분명히 시기를 박고 총력투쟁하라는 지침이 필요하다.

심소보: 대조의 경우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대조는 임투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싸움을 하다보니 여기서 접으면 개박살 난다는 상황이 있었다. 그것을 모두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다. 올해 근골격계 사업을 잡았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미루어질 수도 있고 생각지도 않았던 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투쟁에는 항상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또 싸움을 하는 중에 임투 시기가 오면 대우조선처럼 갈 수도 있다. 한가지 방식으로만 정리할게 아니다.

김현수: 그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년에 임투를 준비하느라고 지금의 싸움을 못한다는 것이다.

심소보: 대조 9대 집행부가 내려왔을 때 다음 집행부가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현재의 투쟁에만 집착하다 따 깨져도 된다는 것인가?

김현수: 대조에서 위원장 선거에 진 것을 깨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태균: 대조투쟁의 문제의식이 올곧게 전달되지 않고, ‘연기되었다’ ‘포기했다’고 평가된다면 이것도 문제이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심소보: 어쨌든 조합원들이 일어나서 대조가 9대 집행부처럼 근골격계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현장에서 열심히 싸웠지만 버림받을 수도 있다. 한가지 투쟁계획만을 갖고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무리가 간다. 모든 투쟁은 상황, 시기, 조직 등 다 다르다. 큰틀에서 투쟁이 기획될 필요가 있다. 일정정도 가닥이 잡히면 지역별이든 산업별이든 보다 큰 사업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김태균: 근골격계 투쟁 자체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분쇄하는 투쟁으로 배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세에서의 임․단협과 이전의 임․단협은 분명 다르다. 기존의 임․단협이 분배의 문제, 민주노조를 정착시키는 문제였다면 지금은 자본이 이윤의 근저인 노동자의 몸뚱이까지 가져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응하여 노동권, 건강권 사수를 위한 임․단협 투쟁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냥 일상활동이라는 말로는 정리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임금투쟁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는 인정하나, 그렇다고 해서 투쟁 과정과 체계에 대한 평가를 인색하게 할 필요는 없다. 변화된 상황에 맞게 임단투의 상과 질이 달라지면 된다.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자본이 공격한 지점에 대해 우리도 공격해야 한다. 그들이 노동자의 몸뚱이를 공격해 온다면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 그들의 공격지점을 근골격계 투쟁으로 맞받아치기 때문에 자본이 민감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현장에서 이런 투쟁이 모아지는 귀결은 단체협상이다. 임․단협과 분리시켜 일상투쟁으로만 근골격계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투쟁의 성과에 바탕해서 임․단협으로 모아가면 된다. 그렇게 되려면 일단 임․단협 교섭의 내용을 바꿀 필요가 있다.

김현수: 근골격계 사업을 하면서 회사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바로 단협이다. 하지만 조합원과 노조가 그것을 단협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이 문제이다. 내년에는 대부분의 금속 사업장에 단협이 없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노동강도 강화저지를 위한 특별단협 쟁취투쟁을 할 수 있다.

김태정: 금속연맹에서도 바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과 임금을 바꾼다는 게 문제다. 이것이 고민이다.

김정곤: 열띤 토론의 쟁점이 무엇이냐면 임․단협과 근골격계 투쟁을 병행할 것인가, 그렇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임․단협 시기에는 회사측이 고소․고발을 남발하기 때문에 노조는 고소․고발을 취하시킬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내려고 전략을 짠다. 그때 주로 산재문제를 다룬다. 위원장이 산안실에 한껀 만들어 보라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껀수를 만들어 놓고 그 시기에 맞춰 터뜨리기도 한다. 산재문제를 그러한 수준에서 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조선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다. 94년에 건강검진을 엉터리로 해서 쇠사슬 투쟁을 했는데 자칫 못할 뻔한 투쟁이었다. 당시 위원장이 큰 임투를 놓고 작은 싸움에 간부들이 구속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산안 담당자들이 울며, 좌절하는 것을 보자 다시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투쟁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쇠사슬 투쟁을 할 수 있었다. 대의원들이 식당에서 회사측의 일방적 엉터리 건강 검진을 거부하는 서명을 받는데 한 시간내에 5,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서명을 했었다.

조민제: 임․단협을 오히려 계기로 보자.

사회: 임․단협 문제와 근골격계 투쟁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리하도록 하겠다. 임․단협을 버리고 근골격계 싸움을 해야 한다거나, 임․단협을 위해 근골격계 투쟁을 접어야 한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투쟁에 그저 따라갈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투쟁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임․단협 시기가 왔으니 기왕에 경험했었고, 짜여졌던 계획에 따라 관성적으로 치룰 것이 아니라 현장의 동력을 살려내는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의례적인 절차에 따른 임․단협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놓인 현장의 분노와 요구를 모아내는 활동이 올곧게 반영되는 임․단협 투쟁이 필요하다는 정도로 정리하겠다. 이제 다들 난제로 생각하는 인력감축문제를 이야기해보자.

박세민: 끊임없이 자본과의 투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사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김현수 동지의 얘기를 들으면서 느끼게 됐는데, 나는 투쟁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일상투쟁 후에 임투를 소급해 추진한다거나, 12월중에 임투를 해도 되지 않느냐고 얘기했는데, 몇몇 사업장에서는 가능하겠지만 모든 사업장을 그렇게 만들기는 힘들다. 연맹에 아무리 능력있는 지도자가 올라와도 모든 단위노조가 다 따르지는 못한다. 그러한 한계를 인정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연맹이 제출한 산안 계획에 따르면, 내년 1~2월에 경제특구 철폐를 위한 투쟁과 주40시간 쟁취 투쟁을 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문제로 읽히는 것은 연맹이 요구안에 넣은 비정규직, 근골격계에 대한 싸움은 결국 2월에 붙어서 3월까지 총력준비가 되지 못하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1~2월 투쟁을 거치면서 우리가 부각시켜 내지 않으면 힘들다. 또, 금속에서는 노사가 합의하는 공동대책기구를 만드는 것을 단협안으로 많이 넣었고 핵심적으로 부서별 공정별 실행위원회 구성하자는 방침이 서있지만 이것이 담고 있는 핵심적 의미가 다 공유되고 있지는 않다. 노동강도 강화저지, 현장통제력 확보를 위한 세부내용이 1~2월 투쟁을 통해 요구로서 전면화 되어야 하고 한편으로 단협안으로 정리해 들어가야 한다.


투쟁방향: 작업환경 개선, 신규인원 충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회: 약간의 반론이 있을 법 하지만 이 논쟁은 접고, 근골격계 문제와 연동된 인력충원의 문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문제를 논의해 보자. 집단적 작업환경 변화라든가, 인력충원의 문제를 굳이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나 노조가 있는가?

김현수: 그런 입장이, 적절히 치료한 뒤 현장에 돌아와 다시 일하게 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이게 주로 인간공학 프로그램이다. 이 계획에 동의하는 사업장이 더 많다. 불행하게도 그런 방식으로 근골격계 사업이 먼저 진행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삼호중공업이나 영동기업 같은 경우가 그런 예이다. 인간공학 개선과 근골격계 환자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던 대표적인 사업장이 삼호중공업이다. 그런데 현 집행부 들어 이 사업을 더 이상 기존 방식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은 환자들의 당연한 권리인 치료받을 권리가 제한된다는 점과 인간공학적 개선이 본질적인 작업환경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원진 연구소의 의학적 관리 프로그램에 따르면 산재요양에 들어가느라고 비는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김현수: 산재요양 치료는 부차적이고 작업 중 치료가 중심이다. 현대자동차에서 회사와 협상하고 있는 내용도 핵심적으로 그런 방식이다. 인력문제라는 게 없다. 애초에 이 문제를 인력문제로 보지 않는 것이다.

박세민: 원진 병원에서 제출하고 있는 의료관리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는 부분도 있다. 의료관리 치료만 해도 정확한 경계선이 없다. 일례로, 유소견자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연맹 근골격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업중에 통증이 있으나 쉬면 나아진다는 1차적인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이 작업자의 평균 50%이다. 이 사람들 더 이상 악화를 막고 조기에 관리하고 치료하자는 것이 의료적 관리이다. 근골격계 사업장대책 프로그램이 작업환경개선․의료적 관리 등 치료․재활이 세트로 마련되어야 하는데 종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자본측이 치료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가져가다 보니까 의지와 무관하게 자본에 엮긴 부분이 있지만, 의학적 관리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김현수: 그렇지 않다. 대한이연의 경우 노조가 고른 30여명은 많은 질환자중에 고르고 고른 사람이다. 그런데도 원진 병원은 최종판결 중 대다수를 작업중 치료로 내렸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작업중 치료로 치료되지 않는다.
박세민: 1차적인 유소견자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현수: 그것은 치료할 부분이 아니라 작업환경을 바꾸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주면 해결된다.

박세민: 근골격계대책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인에 대한 제거와 작업환경 개선이 병행되지 않고 제한적으로 의료적 관리만이 모색되다 보면 회사측에 말려들 수는 있다. 현재 자본측이 노동자의 요구를 사업장의 틀내로 가두고 사업장내 치료보장책 마련 수준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명백하고, 사업장내 투쟁이 종합적인 대책 마련으로 나아가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면 지금 시기 부분적인 의료관리 프로그램만의 대책은 제한되어야 하고, 중심과제인 작업환경 개선, 인력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통일적으로 모색되어야 하고 의료적 관리 부분은 후속과제로 배치해야 한다.

김정곤: 내가 금속 산업 연맹 산업안전 국장시절부터 자동차쪽 근골격계사업을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는 조선과 달리 라인을 타고 작업을 한다. 노동강도에 대한 평가도 용이하고, 저지투쟁의 결과가 즉각 나타나기도 한다. 대조에서 처음 역학조사를 할 때 조선업 사장단 회의에서 물타기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회적 쟁점도 아니었고, 마땅한 전문가도 없었기 때문에 노조가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 여기 한노정연과 함께 한 조사, 연구보고서는 꽤 치밀하다. 조사를 할 때는 확실히 해야 한다. 잘못하면 맞느니 안 맞느니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대공장에는 안전보건지원수당이 있다. 산재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 대신 건강을 수당으로 팔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회사가 너희들 건강을 위해 수당으로 보상해주지 않았냐고 할 수도 있다. 법개정 투쟁 같은 것도 족쇄가 될 수 있다.

김현수: 실제 산재요양을 해야 하는 조합원들은 요양을 받도록 하자. 그 기준이 명료하지 않아서 사업장마다 들쭉날쭉 할 수 있다. 다수의 노동자들이 더 병이 진전되지 않도록 의학적 방안을 만들 필요도 있다. 이것이 금속연맹 산안국의 의견인데, 나는 반대이다. 보건관리자나 안전관리자가 있다고 해서 질환이 안 일어나도록 사업장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쟁점은 그게 아니다. 산재요양을 받아야하는 노동자는 다 받아야 한다고 조합에서 조직해도 소수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그만큼 현장이 억압되어 있고, 노조의 활동력이 축소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이것이 직업병이고 사회적 통제를 통해서 바꿔나가자고 설득하는 것부터가 투쟁이다. 예를 들어 어느 사업장에서 유소견자가 17,00명이나 생겼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계급적 폭로인데,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로 쟁점을 전환시켜서는 안 된다.

심소보: 지금 아프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그 사람들에 대한 대처는 없다. 일에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 이미 발견된 사람들은 일단 산재치료 해주고, 다음으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어 다시는 아픈 사람이 나타나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치료 후 돌아올 사람들에 대한 관리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유소견자 관리가 모든 것을 대처하는 식은 문제다.

박세민: 내 얘기는 의료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자칫 자본에 말려들어가는 양상을 만들 수 있으니 그런 방식으로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심 동지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제 본질적인 대처방안에 대해 얘기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무엇인가?

김현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의 문제이다.

김정곤: 대조는 작업장 역학조사를 토대로 2인1조 작업, 휴게시간 늘리기(대조직업훈련원에서는 2시간 마다 20분 휴식인데 현장은 10분이다), 작업공구나 작업방식 개선하기, 아픈 사람들 집단검진 받도록 하기, 공장내 치료실 만들기(대공장에는 물리치료실이 다 있는데 그것이 산재병원으로 바뀌면서 후유증이 있어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 등등이다. 이 내용은 교과서에 다 나와 있다.
중요한 것은 여기저기 숨어있는 잘못된 관점과 잘못된 사업방식이다. 우선, 산재에 대한 기존의 틀이 다 있는데 ‘직업성’ ‘사고성’ 산재를 왜 나누어서 생각하는가. 산재는 모두 하나다. 모두 산업재해인 것이다. 사고성 재해는 공상처리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직업성 재해는 공상처리를 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담당자 중심이 아니라 전체 사업으로 가져가야 한다. 소위 민주집행부라면 타협하는 안이 아니라 정면돌파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비정규직 문제와 근골격계 사업을 똑바로 안고 가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현시기 ‘어용’이다.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집행간부들이 산안문제에 대해 너무 모르니까 산안 실무자들이 사측과 협상을 유도하는 등 장난을 친다는 점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 한라공조의 경우 반장을 조합원이 뽑도록 하자는 파격적인 안까지 구상했다고 하는데 소개해 주시죠.

조민제: 선출반장제는 아니었고, 순환반장제를 하자는 안이었는데 상집에서 논의한 결과 요구안에서는 뺐다. 상집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회사측은 ERP 강화 등을 통해 현재 조합원인 반장들을 현장 실공수(현재는 반공수)로 잡으려 하고 있는 가운데, 만약 노동조합이 순환반장제를 통해 반장들을 현장으로 내려오게 한다면, 그들의 공격의 화살은 회사가 아니라 노조로 돌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노조의 노동보건활동을 방해하는 사람은 엄중히 처벌한다는 조항에,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는 물론 감독자(중간관리자)까지 넣었는데 이것도 반발이 있었다. 어제 산보위에서도 반장들이 이것을 보고 반발하더라는 이야기를 사장이 했다. 하지만 근골격계 조사사업을 할 때 직반장들이 방해했었기 때문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김현수: 한라공조 약 500명 조합원중 80명이 반장이고, 조장까지 합하면 250명이다. 50%에 육박한 숫자가 관리자이다. 이것이 회사가 조합을 통제하는 주요한 기제다. 상황이 이러니 파업을 해도 공장은 다 돌아간다. 그래서 한라공조에서는 근골격계 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했다고 본다.

사회: 근골격계 투쟁으로 역관계가 노조쪽에 유리하게 변화되었다면 그 구체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조민제: 현장활동가들이 만들어진다. 산재노동자들이 그렇게 되더라. 자기들 스스로 ‘근골회’라는 회합도 만들었다.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지역 노동보건단체에도 회원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라공조 작업환경개선위원회의 주력 활동가가 될 것이다. 이것이 투쟁으로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심지어 ‘쌩 어용’이라고 취급되던 사람도 근골격계 사업을 계기로 회사와 반장에 대한 심한 배신감 속에 노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사회: 산재 당사자들 말고 나머지 조합원들의 경우는?

조민제: 소위 어용이라는 자들은 산재노동자가 빠져서 현장이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얘기는 아니다. 보통 첫해 임투가 끝나면 동력이 떨어지고 노조도 하는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일상적으로 현장을 조직하는 활동을 한다. 교육도 몰아서 하지 않고 1시간씩 1년 동안 고루 배치하는 등 꾸준히 움직이는 조합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상활동이 실질적인 투쟁으로는 잘 조직되지 않아서 다음주에 천막치고 투쟁에 돌입할 계획도 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현장동력은 많이 살아났다. IMF 이전에는 300~400명이 투쟁에 동참했는데 96~97 총파업 당시 파업을 접으면서 조직력이 망가졌다. 그때 나도 해고됐었다. 올해 2.26 총파업 할 때 공장집회에 처음에는 30명이 모였었다. 그러던 것이 4.2 총파업 때 120명으로 늘었고, 요번에(3대악법 철폐 총파업) 250명까지 조직이 됐다. 임투시 파업동참은 300명 정도다. 근골격계 투쟁 등으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투쟁을 하려면 현장순회가 불가피하다. 그만큼 현장을 자주 돌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현장감독이 느슨한 야간에 주로 돌면서 조합원과 많은 대화를 한다. 개별적 작업환경 개선은 80%정도 되었다. 현장에서 올린 내용이라서 대부분 만족한다.

김정곤: 대조처럼 조직력이 밑바닥 친 데에서도 했다. 하면 된다.

심소보: 근골격계 질환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여러 가지 홍보물이나 방송을 통해서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왜 이 병에 걸리는지 잘 알고 있다. 답은 간단하다. 현장을 IMF 이전으로 돌리면 된다. IMF 이전에도 근골격계 질환이 있었다. 그때는 간혹 1명씩 발생되었지만 지금은 노동자 전체의 30%가 치료를 당장 받아야 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인체의 한 부분으로 몇 시간에 몇 회를 해야 질환이 발병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이전처럼 일을 해야 된다고 본다. 자기 체력에 맞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수: 실질적인 정치적 행동을 하려면 실질적인 말을 현장조합원들이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한다. “물량 많이 가져오는 대의원은 나를 죽이려는 놈이다”는 쪽으로 의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말이라도 그렇게 하도록 계속 싸움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업장이 조합원 정서에 맞지 않는다, 어렵다고 하면서 피한다. 간부부터 실천하자.

조민제: 지도부가 의지가 없으면 조합원이 본능적으로 안다. 힘들어도 가능한 원칙적으로 조합원에게 이야기하고 투명하게 다가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도 지도부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고 절대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김태정: 여기계신 분들에게 질문 하나 하겠다. 대조투쟁에서 설문조사할 때 사내하청을 포함시켰는가. 카스코와 한라는 어땠는가. 내가 알기로는 모두 못했다. 이러한 점은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노조운동이라는 현주소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처음부터 사내하청을 조직화한다는 고민속에 싸움을 해야 한다.

심소보: 처음 사업을 할 때 거기까지 고민이 못 미쳤다.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선 무언가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다보니 그렇게 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카스코는 비정규직의 이직률이 매우 높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나이가 50세 정도로 많다보니 다들 절대로 정규직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규직화 싸움을 하면 아마 회사에서는 다 짤라버릴 것이다. 그리고 실습생들이 비정규직으로 들어올 것이다.

조민제: 실습생 비정규직 문제는 더 힘들다. 8월에서 9월 사이에 들어왔는데 벌써 손목과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싸울 의지만 있으면 조합이 같이 하겠다고 했지만, 그랬다간 군대 다녀와서 취업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정곤: 김태정 동지의 말이 맞다. 반성한다. 정규직의 근골격계 사업을 비정규직들은 ‘배부른 싸움’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들과는 무관하게 느낀다. 심지어 비정규직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에서 근골격계 사업을 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유인물까지도 검열을 당하는 판에. 그러면서 방법을 물어왔다. 다른 방법은 없다. 계속 떠들어야 한다.

사회: 근골격계 문제가 전 업종, 전 사업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라면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공동투쟁이 요구된다. 어떻게 가능한가? 노동자 건강문제와 관련해서 최근 공동투쟁본부와 같은 제안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서도 소개해 달라.

김태정: 금속연맹의 결정은 투본을 결성한다는 것이다. 임원을 중심으로 대공장 5개와 공동집행부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지만 어떻게 될 지 명확하지 않다. 필요한 사업은 사업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근골격계 사업단은 없고 ‘비정규사업단’이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김정곤: 금년 초에 대조에서 근골격계 공동사업을 조선분과에 제안하여 대표자회의를 거쳐 중앙위원회까지 통과시켰었다. 여기까지는 모두 간다. 그러나 정말 현장조직까지 내용적으로 포함하면서 차고 나갈 것인지는 딜레마로 남아있다. 지역적으로는, 예전에 했던 사업방식을 되살릴 필요도 있다. 대공장이 현장 역학조사하면서 작은 사업장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재정을 추렴했었다. 유기용제 조사 때 시도해 봤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었다. 예를 들어 역학조사 비용이 총 10억이 든다면, 현자 4천, 현중 2천, 기차 3천, 대조 1천, 비용부담을 하여 지업의 사업장들은 역학조사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실시 할 수 있다.
개별로 한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 사업비는 공동으로 할 때보다 경비가 엄청 많이 들어간다. 공동사업을 진행할 시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2003년 근골격계 투쟁, 이것부터
사회: 자, 이제 마지막으로 ‘근골격계 투쟁, 2003년 이렇게 하자’는 제안을 중심으로 오늘의 토론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김재광: 현재의 근골격계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의 결과 나타난 문제이고, 그것 자체가 노동운동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하는 사안이다. 또, 구조조정과 분리되지 않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도 동일하다. 그러나, 우선은 총연맹 수준에서 아직 생각도 못하고 있는 다른 연맹을 추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손덕헌: 일단 작은 데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많은 조합원이 근골격계 질환은 그냥 병이라고만 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역량을 쌓아서 이런 데서부터 현장활동을 기획해 나가도록 하겠다.

조민제: 비록 불발되었지만, 집단적 작업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제기한 반장순환제에 아쉬움이 남는다. 한라공조는 걸리는 게 많다. 회사측은 단체협약도 안 지켜지고 있다. 심지어 노동청에서 단체협약 이행을 촉구하는데도 안 지키고 있다. 다른 방법은 없고 계속 투쟁하는 길뿐이다.
더불어 지역 공동투쟁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연맹 중앙차원에서 주요 5대 요구를 중심으로 한 ‘투본’ 구성이 결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차원에서는 이에 발맞추어 2003년 공투본을 구성할 예정인데, 대전충북지부는 이미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러한 계획들 중 기본적인 내용을 사업계획에 포함하여 통과시킨 상태이다.
또한 회사가 제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기도 하고, 관심이 없는 지역 내의 다른 연맹에 파급효과도 있겠다 싶어서 천막농성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건강권문제와 관련하여 화학섬유연맹과의 연대를 조직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또 내년에는 지역보건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주요사업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다음주에 소송이 들어간다. 비정규직 조합원들도 군복무기간이 다가오면 휴직계를 제출하면서 입대를 하게 할 방침이다. 할 일이 많다.

심소보: 마창지역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금속경남본부 조합원이 2만 7천명이다. 그중 4천 정도가 실태조사에 응했으며, 당장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산재신청 자체가 많이 저조해 전체 100여명에 불과 하다. 물론 힘든 현실도 있다. 상집 구성도 어려울 정도로 작은 공장이 많아 현장투쟁을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검진이나 측정 등을 공동으로 하는데서 출발하여 산추련과 공동기획으로 교육도 할 생각이다. 노동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사전에 해서 검토한 뒤 교육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또, 공동요구안도 만들려고 한다. 공장 전체가 하기 힘들면 한 부서별로라도 진행해 볼 예정이다.

박세민: 내년에는 전국투쟁을 이렇게 하자는 이야기가 없어서 좀 갑갑하다. 전국투쟁에 대해 관심을 더 기울여 달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정규직이 실천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안이 산안이라고 본다. 이미 결합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찾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근골격계 투쟁을 하다보니 인력충원과 비정규직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어쨌든 연맹 지도부도 두가지를 주요 투쟁과제로 걸었으니 성과를 내고자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5일제, 비정규직, 근골격계 문제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서 전면화해야 한다.

김현수: 현재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노사 합의 방식을 재검토하여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장이 현대자동차이다. 1단계 목표는 현대자동차 노사 합의안이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 짚고 넘어갈 것은 분명히 짚고 가야한다. 현자 합의안은 인간공학적 평가와 의학적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인데, 이것은 현자에서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합의는 원천적으로 제한적인 작업환경 개선에만 머물게 되고 직업병 환자의 권리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우리의 고민은 회사와 합의하고 가는 방식이나 제도적인 개선이 아니라 일상적 현장투쟁의 고리들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 이제 조금씩 현장활동가의 움직임 시작되었다. 이때 본격적으로 투쟁의 전형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김정곤: 대조 내부적인 과제는 연내에 임․단협을 타결하는 데에 놓여 있다. 그 과정에서 2인1조 작업 등 주요한 환경개선은 타결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국감투쟁의 결과를 이제 현장노동자들이 주도권을 잡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아래로부터 투쟁하기 위한 조직 점검도 필요하다. 전체적인 차원에서는, 근골격계 문제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그래야 연맹과 주요 지도부가 구심으로 선다. 나는 이 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사회: 긴 시간 진지하게 논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록 난상토론을 하기도 했지만, 활동가를 모시고 근골격계 문제를 이렇게 장시간 토론한 것은 최초인 것 같다. 아주 귀중한 자리였다. 오늘의 토론이 앞으로의 근골격계 투쟁에 도움이 될 수 있길 희망하며 좌담회를 마치겠다. 한/노/정/연

2002-1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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