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협정, 식량주권 무엇이 문제인가?
임 성 주
전국농협노조 광주전남 본부장
미국 경제지 ꡔ다우존스 뉴스ꡕ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칠레의 에스코르바 대령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동물사료, 면, 밀 등 277개의 농수산물 분야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고, 향후 5~10년 사이에 모든 생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여 경쟁력은 더욱 강화 될 것이다. 향후 7년간
한국에 대한 수출량은 2배 늘어난 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F.T.A 즉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WTO 체제 이후 다자간 협정을 맺어 왔던
그동안의 과정에서 가장 성과있는 협정이라고 말하면서
국회비준에 자신감을 피력했었다. 그 결과 여야를 막론하고
의례적인 통과절차 정도로 국회 비준을 거쳐 그 허구적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지역농협은 각 직원별로 영농회별 담당직원이 있어서 그 지역
농산물의 생산과 판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결합 등을 매개로
신용, 경제 부문에 전문 인원을 배치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본인이 담당하는 영농회는 배와 야채류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농민 조합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배는 훌륭한
농산물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배가 ‘우리 농산물이다,
신선하다, 농약 걱정이 없다’는 등 우수성을 강조해도, 계절을
무시하고 시장에 난입되는 외국 농산물이 맛도 좋고, 값이나
신선도에 있어서도 별로 뒤떨어지지 않는다면 구매력을 갖추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사한 과일류의 가격파동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듯이 파탄지경에 빠질 것이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안중근 의사의 농민독본 중에 이 땅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이
파탄에 빠지면 외국의 농민에게 생명의 양식을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한국의 역사를 보면 해방이후 면화생산이 파탄에 빠지고
그 흔적마저 없어져 버린 농정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이 땅에서
생산되던 수많은 농산물이 홀연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종자마저
외국자본에 의해 독점되는 현실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제출하는
대응책은 고작해야 “우리 몸에는 우리 농산물이 좋다”는
감상적 신토불이론에 불과하다. 물론 대다수 소비자들도 이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해서 홍수처럼 들어오는 외국 농산물을
신토불이 정신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 이는 농정의 무대책을 감상적인 언어로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있는 전남지역에서는 학교에서 시행하는 학교급식을 통해
쌀 수요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대한
지방조례’ 제정을 하도록 하고, 그런 방안을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각급 단체에서 활기차게 준비하고 있다.
급식조례제정의 출발점은 ‘농업회생연대회의’에서 고민하는
민족의 주식인 ‘쌀’이 이제 더 이상 민족의 공동체적 일체감을
형성시키는 자원의 의미가 아니라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심각한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더 이상 정부가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에 민간단체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시작하는 매우
의미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농수산물 및 2004년으로 다가온 쌀의 무차별적인 수입에 대한
생협의 대응방안은 다소 문제가 있다. 90년 들어오며 제기된
농약 등 농산물에 함유된 유해성분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로부터 좋은 먹거리를 확보하자는 소비자 중심의
생활협동운동은 이제는 넓은 지역을 망라하여 자기 영역을
일정하게 확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낮은 차원이지만 나름대로의 유통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생산품은 유기농이라는 이름 하에 그
가치를 인정받기를 요구하고, 친 환경농법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확대하면서 그 규모를 점점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는 기업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계절을 무시하고 나타나는 구제역, 광우병 등 축산에서
발생하는 병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곰곰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일부 사료를 자가 생산도
하지만 거의 전부를 수입사료에 의존한다. 이런 사료를 급식한
뒤 나오는 분뇨는 필연적으로 화학약품에 감염되어 있다. 이것을
원료로 하면서 토양시비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유기농이라고 한다.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관습농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질병에
오염되어 자의든 타의든 도태된 축산물을 일부 사료화하는
먹이사슬이 궁극적으로 토양에 시비되어 생산되는 유기농은
기업적 축산이 자연을 황폐화시키는 문제점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동물적 질병의 잠복 및 발병의 가능성을 스스로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 지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각 지역에서 자가 소비되고
남는 잉여 생산물의 대부분을 몇몇 다국적 곡물 메이저가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독점적인 소유는 각 국가의
소규모 자영농을 패권적으로 해체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게 되는데
이는 한국은 물론이며, 곡물시장의 다국적군을 형성하는
미국에서도 그 심각한 양상이 나타나는 바, 소규모 자영농의
이농현상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관습농법으로 유지되는
유기농이 국가간의 영역을 넘어 양질의 유기 농산물이, 그것도
유전자 조작에 의한 농산물이 아닌 물품이 싸게 국내 시장에
유포되었을 때 지금처럼 순수 유기농뿐만 아니라 1차 가공제품과
대량생산 물품에 그 의존도가 심화되는 먹거리 운동은 그
정체성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학교급식에 대한 조례제정을 통해 먹거리의 건강한 방안을
창출하려는 사업은 현 시기에 매우 의미있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질의 유기농
수입농산물이 국가적으로 유입․배포되었을 때 이를
극복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학교급식을 단순한 시장경제원리에
의존하는 기존의 구조로 유지할 경우, 당초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경제원리가 적용되어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농산물이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며, 이는 교육적인 측면과 자국민의 건강권을
확립하는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학교급식은 공공성과
공익성에 기반하는 범 사회적 보완과 제도로서 그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의 소유와
공급이 독점되는 시점에서 식량의 자주권과 자급화에 대한
법률적인 보완은 본질적으로 노동계에서 제기하고 모든
진보진영이 합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연장선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농협은 하나다. 그러나 농협은 농협법에
근거하는 지역농협이 있고, 사업의 원활한 수행과 안정적 기반의
구축을 위해 설립된 농협중앙회가 있다. 각 지역에 있는 수없이
많은 지역농협은 각각의 독립회계를 갖고 운용되지만 중앙회는
단일한 법인체로서 존재한다. 지금 농촌은 심각한 분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 비정규직으로의 탈농화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는 ‘식량주권 사수’라는 목표하에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형 시장경제원리만을 도입․적용함으로써
농촌의 피폐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농협중앙회 또한 농협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로의 탈바꿈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농협은 더 이상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니다.
슈퍼뱅크로 나아가고 있다. 그 슈퍼뱅크의 이면에 지역농협과
농민은 쓰러져 가고 있다. 이런 실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농업협동조합 구조개편에 관한 법률”(농개법)이다. 정부는 이
법을 통해 폭압적인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농협의
불요불급한 흑자사업이자 경제사업의 버팀목인 신용사업을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미명하에 지역농협에서
분리하여 농협중앙회가 독점적으로 운용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지역농협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강제되고 있다.
"민족농업 사수"라는 전국농협노조의 임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지역농협의 노동자들은 무엇보다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 대안적 "공익성"에
기인하는 농업회생을 투쟁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 쌀
지키기를 주창하는 ‘농업회생연대회의’는 단순히 먹거리를
지키자는 주장만을 하지 않는다. 먹거리를 점유하는 독점적
지배체제에 대한 문제의식 없는 식량의 주권사수는 잘못이라고
본다. 그런 관점은 누가 주권을 사수하는가라는 의문점과,
주권사수의 실질적 수혜는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올바른 답을 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식량주권 사수가 또 다른
영역에서의 소유와 독점을 재편하는 방향으로 와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식량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집단이나 국가가 핵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한 식량을 소수 독점자본이 초국가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면
그 심각성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이제 기존의 생산물의 재분배와 집적을 또 다른 의미에서
기업화하려는 생협운동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학교급식
조례제정의 사회적 공감대와 “공공성”에 근거하는 범 사회적
운동으로 전화하는 운동이 이미 시작되었다. 또한 독점적 소유로
점철된 식량을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 및 진보진영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나선 ‘농업회생연대회의’도 열심히
주권사수 투쟁을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권사수는 민중이
실질적인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이러한 투쟁이
시급히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때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