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지 현/ 교육기획실, 공공부문노동운동연구팀
지하철 연장운행의 전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2001년 이명박 시장의 ‘지하철 연장운행’ 공약 발표 이후
노사간의 거듭된 연장운행 논란은 1월 8일 서울지하철
노사합의로 일단 정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연장운행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추측된다. 12월 9일
‘연장운행 시행 기념식’에서 발표한 이명박 시장의 추가
연장운행(새벽 3시)시행, 서울지하철 노동조합 배일도 위원장의
24시간 연장운행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고 연장운행에 따른
노사합의이행의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노동시간단축이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고 이에 따라
주 40시간 쟁취, 5일제 수업 등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하철 연장운행은 그 자체로 노동자에게는 노동시간의
연장이요, 야간노동의 확대이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이 관철되고
나아가 24시간 연장운행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1. 서울시의 지하철 연장운행 시행의 본질
서울시는 연장운행 제기 배경에 대해 “최근 도심에서 경제활동
패턴의 변화, 대형쇼핑센타의 심야 영업 등의 증대로 인한
시민의 고통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또한 “시민 87%가 1시간 연장운행에 찬성하고 있고 연장운행이
시행되면 야간활동인구가 늘어나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 노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2002년 6월 지자체
선거 공약(당시 서울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단체장 후보로 나온
한나라당 후보들은 지하철 연장운행을 공동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으로 제시된 이후 연장운행에 대비한 안전대책, 시설보완
등에 대해 준비과정이 없었고 1시간 연장운행에 따른 노동시간
연장으로 노동조건의 변화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과
논의되지 않고 있다가 시행시기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선을 앞둔 졸속 정책’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 도시철도 노동조합이나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에서 12월 9일
시행을 강하게 반발한 것은 연장운행이 법적으로도 노동자들의
다수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서울시와 양 공사는 노동자 다수의 합의 없는
불법시행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강행’(행정사무감사 주요업무보고 中, 서울지하철공사
2002년 11월)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 더욱이 철도청, 인천
지하철 등 일부구간은 연장운행에 참여하지 않는 등
관계부처간의 합의조차 되지 않음으로써 시행과정에서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연장운행 강행의 정치적 의혹이 더욱
커졌다.
연장운행과 구조조정 상관관계
서울시와 양 공사의 연장운행은 노동조합의 주장처럼 전시행정적
성격을 분명 갖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장운행이
지하철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조합 내부에서는 연장운행에 따른 노동시간 연장을
고용확대와 노동조건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처럼 연장운행과 구조조정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이해되기도 한다.
서울지하철 노사 합의문에서 나타난 것처럼 연장운행과 더불어
98명의 정원감축 합의, 조직통합에 따른 조직축소 등의 일부
조직개편안이 통과되었고 355명 정원 증가로 인원이 확대된
것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1999년 합의했던 1,621명의
인원감축에 따른 정원대비 현원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이다. 결국 노동자들에게는 야간노동시간 확대와
노동강도강화로 나타나고 만 것이다.
도시철도 역시 노사합의 이후 805명 증원이라는 노동조합 요구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137명 신규채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서울시의 ‘조직슬림화 정원 억제’ 기조에 따라 정원의
증가보다는 작업 주기 단축과 용역 확대 등을 통한 인원보충의
방법이 제기되고 있어 결국 연장운행과 결합된 구조조정에 대한
염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애초 서울지하철 공사의 역무 1,030명, 차량 475명, 기술
256명 그 외 116명 등 1,877명 감축 등『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안』이나 도시철도 공사의 역무민간위탁, 여성의
교대근무제, 분야별 용역 도입 등 인원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조정 기조가 여전히 연장운행 도입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편익 도모’(?), 그 진실
서울시가 주장하는 ‘야간활동의 증가에 따른 시민 편익도모’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인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맥락에서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 5년간의 구조조정의 가장 큰 공격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다. 이로 인한 비정규직의 급격한 증가는 노동시간의
규칙성, 1일 8시간 노동이라는 규칙을 무력화시켜내면서 자본의
요구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생활리듬을 파괴하면서 24시간 노동을 사회적으로
구조화시켜내고자 하는 자본의 요구, 자본의 전략이다.
야간노동인구의 증가는 바로 이러한 자본의 유연화 전략 하에
나타난 결과이다.
이러한 본질을 은폐하고 ‘시민의 편익’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
여론을 앞세운 낡은 자본의 공세다. 그들이 말하는 시민의
편익이란 자본이 노동을 얼마나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할 것인가이며 24시간 전일 노동을 합리화시키는 일환일
뿐이다.
지난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연장운행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은, 아동노동의 금지, 야간노동의
축소․폐지,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노동의 확보라는
관점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화하는
비정규직의 증가와 야간노동의 확대는 노동시간단축의 의미와
본질적으로 배치된다. 이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인 것이다.
2. 연장운행을 둘러싸고 노동자 내부에서 제기되는 쟁점
“24시간 연장운행이 고용을 안정시킨다”!?
1999년 서울지하철에서 배일도 집행부의 등장은 ‘구조조정
불가피성’을 넘어 ‘노동자가 주장하는 구조조정’을 낳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24시간 연장운행이었다. 당시
배일도 집행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과 비전을 갖지
않고서는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24시간
연장운행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제기했다.
이번 1시간 연장운행에 대해서도 “지하철은 공익교통기관이기
때문에 24시간 전일제로 운행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업무다각화
등을 함께 추진해야 시민의 생활 변화에 대중교통이 제대로
부응하는 것이고, 인원감축식의 구조조정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2002년 12월 노동부장관과의 면담에서)는 입장을
제기한 바 있다.
배일도 집행부는 공사의 1시간 연장운행에 대해 24시간
연장운행을 주장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4조 3교대로
근무형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고 지하철
조합원들에게는 24시간 연장운행을 하면 근무형태를 개선할 수
있고 고용안정과 동시에 고용창출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결국 지하철노동조합은 ‘공사는 지속적인 운행시간
연장 등에 대비하여 근무자의 적정한 근무형태(4조3교대제 등)
및 적정 근무시간(승무 172시간 등)을 확보하기 위하여 2003년
상반기 중에 노사합동으로 전문연구기관을 선정하고 용역
의뢰하여 그 결과를 2003년 하반기 중 반영토록
한다’(서울지하철노사 잠정합의안)고 합의함으로써 24시간
연장운행의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향후 과제로 넘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본질적으로 반노동자적이다
앞서 제기한 것처럼 24시간 전일노동을 전사회적으로 구조화하는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유연화 전략을 관철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점은 변형근로의 정착과 확대, 비정규 노동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고, 연장운행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통정책의
수립이라는 것을 간과한 채 사실상 구조조정의 날개를 다는 격이
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지하철 노동자들 역시 야간노동의
확대와 노동강도 강화를 그 자체로 수용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근무형태를 통해 완화시켜낸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 또한 공사의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과 연관시켜 볼 때 고용창출은 그야말로 노동조건 개선의
기능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고용창출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이다.
배일도 위원장의 ‘노사상생을 위한 무쟁의 선언’은 노동자들의
양보, 구조조정의 수용이라는 전제속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번 서울지하철 투쟁은 한편에서 배일도 위원장
자신이 주장했던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란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것임을 스스로가 증명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타협이란 신자유주의 자본의 전략에 종속되어
구조조정 공세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연장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연장운행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한 연장운행을 하자는
것이다??
연장운행이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기본적으로 노동시간
연장에 따른 노동조건의 악화다. 야간휴게시간을 침해하는
노동시간의 연장, 야간노동의 증가 등은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악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실 인원문제를 결합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연장운행은 노동조건 악화를 전제하고 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이번 연장운행 저지 투쟁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는 사실
사회적으로 쟁점화되지 못했다. 노동조건 개악과 연장운행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즉 24시간 전일노동의 사회적 구조화의
문제가 근로조건의 악화와 결합되어 투쟁의 요구로 제기되지
못하고 ‘시민편익’에 대항하는 ‘시민안전’으로 투쟁요구가
왜곡되어 나타났다. 초기 안전대책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결합되어 인원증원 요구로 나타났지만 투쟁이 경과되면서
이마저도 ‘안전한 연장운행을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변질되어버렸다.
따라서 노동자들에게는 금전적 보상문제가 쟁점이 되어버리고
인원문제 역시 서울시와 공사의 ‘정원억제’ 기조에 밀려
최소한의 인원증원 요구조차 관철되지 못한 채 서울지하철의
경우에는 인력감축을 동시에 합의하는 등 노동조건은 더욱
개악된 형태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3. 계속되는 연장운행 공세,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공사가 주장하는 시민편익을 앞세운 연장운행은 폐기되어야
한다
사실 시민편익 이데올로기를 앞세우며 서울시와 공사는 공공성의
확대를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정말 공공성의
측면에서 지하철운행을 고민한다면 1시간 연장운행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얼마 전 일어났던 장애인 리프트 사고에서 보여진
것처럼 장애인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예산 배정을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한
소수’(그러나 결코 소수가 아닌)에 대한 공공성의 실현의
문제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애인이동권을 위한 실질적 예산 배정과 이를 통한 공공성
확대를 이야기한다면 노동자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특히 지난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장애인의 70.5%가 한 달에 5회도
외출하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시민편익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이동에 대한 실질적인 재원마련과 교통정책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이제 이 요구를 지하철 노동자들이 해야 한다.
야간노동 축소, 야간노동에 따른 충분한 휴게시간의 확보
연장운행에 대한 노동의 관점은 기본적으로 야간노동의 축소,
야간노동에 따른 충분한 휴게시간의 확보, 노동강도 강화 저지일
것이다. 도시철도의 경우 안전진단 및 노동조건 전반에 대한
진단속에서 연장운행의 문제를 재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기합의된 연장운행에 얽매이기보다는 교대근무, 야간노동,
휴게시간 축소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자 건강권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연장운행 확대를 저지할 수 있는
분명한 관점확보와 요구의 확대가 필요하다.
연장운행으로 인한 휴게시간 축소 문제 역시 중요한데
야간노동의 연장과 휴게시간의 축소는 노동자 건강에 위협적인
요소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야간노동은 기본적으로
작업자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근무자와 그 근무자에 의지하는
시민 둘다를 위험하게 한다. 그것은 사고와 조직 실수의
잠재성을 증가시킨다. 야간교대에서 주의력의 감소는 불충분한
낮의 수면과 24시간 주기 리듬에 의한 정신적 각성의
감소(ꡔ철도구조조정이 철도노동자들에게 미치는 건강영향
조사보고서ꡕ 2002년 2월 전국철도노동조합)가 원인이고
이로 인한 사망사고의 증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야간노동의 증가와 휴게시간 축소는 단순히
인원증원과 수당 인상으로 대체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야간노동의 축소와 충분한 휴게시간의 확보 속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1시간 연장운행과 구조조정의 연관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기합의된 연장운행으로 노동조건이 개악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구조조정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인원증원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문제, 일부 분야의 조직통폐합을
추진하는 문제, 추가 연장운행 등은 그 자체로 구조조정이며
향후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서울지하철의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 도시철도의 민간위탁,
철도의 분당선 1인승무제 등 이러한 구조조정 계획을
무력화시키는 투쟁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연장운행
생산력 발전에 따른 사회적 노동의 보편화 문제는 최근 노동시간
단축으로 제기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단순히 양적인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것만이 아니라 질적으로, 예를 들어
야간노동의 축소와 노동강도를 줄이자는 것이다. 전사회적으로
노동시간단축이 제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단순히 양적인 단축을 빌미로 질적인 개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지하철에서의 노동시간단축은 바로 야간노동의 축소,
휴게시간의 확보를 위한 근무형태 개선, 인원증원이라는 방향
하에 요구를 정립하고 연장운행 확대 반대 기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