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복권을 통해 보는 우리 사회의 조감도(鳥瞰圖)*
* 이 글은 금융노련 노보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김 두 한
연구원
월드컵 열풍과 로또 광풍
‘하루 총판매액 500억원을 돌파한다. 로또 운영사업자인
국민은행에 따르면 6일 자정까지 로또 하루 총판매액은 437억
2,500여 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하루 총판매액
358억여원보다 이미 79억여원이 더 팔려나간 금액이다. 이로써
지난 2일부터 10회차 로또 누적 총판매액은 1,470억여원에
달했다. 그 동안 로또 하루 총판매액은 매일 80억여원씩
늘어났다. 7일 하루 로또 총판매 예상금액은 500억 원을 넘어
52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금요일까지 10회차
로또 총판매액은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세라면 10회차 로또 총판매액은 토요일까지 무난하게
2,500억여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10회차 1등 총당첨금은
1등 당첨금 이월액(258억여원)을 포함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마치 한국 축구가 16강에 오르고, 8강에 오르고 4강에 오르듯,
그리고 언론에서는 그 가능성을 늘어놓듯, 그에 따라 서울
시청앞 광장 그리고 대형 화면이 설치된 길거리로 10만, 20만…
수백만이 몰려 들 듯, 1회차 37억원에서 2회차 49억원 그리고
당첨금 증대를 언론들이 보도함에 따라 7회차 128억원, 8회차
207억원, 9회차 736억원 그리고 급기야 2월 6일 단 하루
판매액이 500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월드컵의 열광처럼 로또는
하나의 열광이다. 평균적으로 국민 1인당 2장을 넘게 샀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주에 직장인 10명중 6명이 로또 복권을 살
것이라고도 한다. 이렇다면 로또는 단순한 복권이 아니며,
월드컵 응원열풍과 같이 자신들의 희망을 담는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며 현실이다. 왜 무엇이 그들을 열광케 했는가?
“인생역전”이라는 카피
“인생역전”이라는 로또 복권의 선전은 전혀 이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문구에 국민들은 이끌리고 있다. 그런데
인생역전이라니?! 경악스런 말이 아닌가? 그리고 경악스런
현실이 아닌가? 만일 우리의 국민 대다수의 삶이 비정상적이지
않으며, 불안정하지 않으며, 곤궁하고 고달프지 않다면, 어떤
누가 정상적인 인생을 역전하고 싶어하겠는가? 그런 선전문구가
한국 국민들의 귀와 마음을 끌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가 자신의 삶을 뒤집어
엎어버리기를 갈망하는 고단한, 곤궁한 생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한국 사회는 정리해고 이후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실업의 만연, 그리고 청년실업의 증대가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실업의
만연으로 인한 유휴 노동력 급증으로 말미암아 임금은
하향화되고, 비정규직은 전체노동자들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그들의 임금은 절반으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게다가 이렇게
불안정하고, 끊임없이 임금을 압박받는 속에서 더욱더 고달프게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열나게
일해도 고달픈 사회, 열나게 일자리를 찾아도 실업자인 인생’.
이런 인생이라면 역전시켜야 하지 않겠나?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쪽박이라는 현실에서 대박이라는 환상이 키워지는 것이다.
문제는 거꾸로 돌고 있는 현실이다. “돈 없어서 죽겠다. 아니
빚만 없어도 살겠다.”
로또 복권을 옹호하며
시민단체에서는 로또가 사행심을 유발한다고 하며, 정부도
사행심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월금액을 다음부터는 2회차로
줄였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렇게 로또에
열광하는 이유를 단순한 사행심이라고 치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로 한국 국민의 고스톱을 즐기는 국민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은 하지 않고 막대한 불로소득을 기대하며, 극히 적은 확률에
돈을 걸고 사행심이 증대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한편으로
비판한다. 물론 그런 동시에 은근히 투기를 조장하고 그 논리를
유포하면서도 말이다. 뒤집어진 사회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문제가 항상 개인들의 사행심이며 국민들 탓이라고 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수 있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기는 하냐?
사실 로또도 다른 복권처럼 복권이며,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것을
모르면서 사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로또 복권 자체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로또 복권을 판매하여 치부하는
국민은행 등과 정부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로또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옹호하고 싶다. 일하지
않고 일확천금의 불로소득을 얻고자하는, 814만 분의 일이라는
황당하게 작은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말이다.
왜냐하면 로또 복권은 이 자본주의 현실에 비해 공정하기
때문이다. OMR카드에 답안을 작성하듯 내가 선택한 답안이
맞기만 하면, 대박을 얻는다. 쪽집게 고액과외를 통해 더 많은
답을 맞힐 수 있는 수능답안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공평하다.
―돈 있고 힘 있는 놈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다. 이 게임에는
돈 있는 놈도, 돈 없는 나도, 빽 있는 놈도, 빽 없는 나도
객관적이며 공정한 룰에 따라 돈을 번다. 많은 돈으로 많이
구입하는 경우도 적은 돈으로 적게 구입하더라도 당첨확률은
같다. 그리고 내가 직접 번호를 선택해서 기입하고 그에 따라
당첨여부가 결정된다. 현실보다 백배 공정하지 않은가?
불로소득이라고? 현실을 모르는 웃기는 소리하고 있다. 그럼 이
사회가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사회냐? 주식으로 배당과
이자배당으로만 살아가는 기생적인 놈들이 소위 투자자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지배하는 사회, 돈 빌려주고 사채에 고리대를
하는 놈들, 그리고 주식투기 해서 돈을 버는 금융을 최첨단
산업으로 모시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그리고 경영이라고 해서
수십억 수백억원을 스톡옵션으로 가져가는 사회가 바로 자본주의
사회다. 일해서 돈을 벌어? 웃기는 소리다. 일 하는 노동자들은
항상 발바닥에 땀나도록 박박박 기어도 앉으나 서나 제
자리인데, 일하지 않고 돈 있는 자본가들이 돈 버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냐? ‘불로소득’, 놀고있네.
그러나 로또의 당첨확률이 70평생에 10번의 벼락을 맞을 그
확률인데, 그 확률에 기대를 거는 것은 모자란 짓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벼락을 평생에 10번이나 맞을 수 있겠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권에서는 아니라 하더라도 현실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항상 벼락을 맞을 불안한 상황속에서 살고
있으며, 실제로 그것도 여러 번 벼락을 맞는 재수없는 경우도
겪어왔다. 예컨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무관하게 정리해고라는 벼락을 맞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난 10년마다 주기적으로, 주기적 경제위기와 침체로
수많은 정리해고가 발생했다. 논리적으로 40년에 4번의 벼락을
맞을 가능성은 기본이며, 내 배우자가 당하는 더 끔직한
경우까지 합하면? 그 뿐이랴. 지금의 신자유주의에서는 상시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정리해고 뿐이랴
하루하루 불안하고,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한 결과가 일어나며
부지기수로 재수없는 일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복권은 복권일 뿐이다
로또 열풍은 이 자본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사회의 정상적인
현상이다. 로또 열풍이 정말 문제라면, 그 만큼 이 자본주의
사회 그리고 이 신자유주의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문제투성이의 뒤집어진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복권 열풍,
투기 열풍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것은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를
통해서 살아가는, 즉 불로소득으로 살아가는 자본가가 지배하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기생하는 화폐자본가가 지배하는,
주식시장이라는 투기 공간에서 자금력을 동원하여 투기로 수익을
얻는 펀드들이 지배하며, 국제적으로 핫머니가 지배하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지배당하는 사회의 현상이다. 이것은 모든
생산물은 노동이 만들더라도, 돈이 있는 놈들이 노동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사회의 논리, 돈을 투자한 사람이 돈을 버는 사회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의 현상이다. 한마디로 “아 돈 놓고 돈
먹기, 한 번 해봐, 아 돈 놓고 돈 먹기.”
그런데 이 복권자체 그리고 경마, 경륜을 포함한 모든 도박도
결국 그런 돈 있는 놈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수익률이 바로 이 로또 때문에 증가하고, 이 로또 때문에 그
은행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 않은가? 두 달만에 2,259억원, 그
중의 20%가 이들 기생적 자본가들의 손아귀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30%는 정부의 수중으로 들어가는데, 먼저 이것이 그들의
말대로 복지기금으로 사용될 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의 말대로
복지기금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직업이 없는 백수와 가난한
직장인의 주머니를 털어서 복지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경마를
하는 마사회의 경우 총 매출액은 1일 평균 822억원으로 총
7조6,491억원을 기록, 2001년에 비해 27%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기순이익이 2,287억원에 이르며, 2003년 목표는
매출액은 1일 평균 821억원인 7조6,800억원, 이용객은
1,621만명이라고 한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을 도박의 열풍에
빠뜨리고 자본가들의 주머니를 그 만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복권은 복권일 뿐이며 도박은 도박일 뿐이다. 고달픈 현실에서
환상의 대박을 꿈꿀 것이 아니라 현실의 진짜 삶을 개선하도록
하자. 복권이라는 기생적인 이 사회의 논리에 이끌리는 대신 이
사회를 바꾸자.
무서워하는 사람과 무서운 사람을 양산하는 사회를 바꾸자
10회차에 13명이 당첨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백만명 중에 단
13명만이 이 곤궁한 세상으로부터 탈출했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이 인생곤궁의 현실로부터 탈출했을까? 어쨌든 나머지
수백만명이 탈출하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11회차 단
1주일에, 919억원 어치가 팔렸으며 5명이 당첨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13명의 가능성에 현혹되거나, 혹은 개인적인 탈출구를
찾아 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현실이 진정 바뀌기, 전에 혹은
현실을 정말로 바꿀 방법이 현실화되기 전에는 우리는 자꾸만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정말로 절박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이
아닌지. 이 자본주의 사회가 짓누르는 부담이 개인의 힘으로
버거워지는 경우, 예컨대 270만명에 달하는 빚에 짓눌린
신용불량자들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한편으로 자신을
학대하고 생명의 끈을 놓음으로써 헤어나려고 하는 사람들로,
다른 한편으로, 그들을 구렁텅이로 내몬 사회구조와 지배계급에
대해 저항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사회구성원에게
자신의 처지를 보복하고 공격하는 사람들로. 우리가 로또에
재미를 붙이고 한눈을 팔수록, 그리고 경마와 경륜에 대박을
기대할수록, 이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우리는 용인하고 그 논리에
발을 담그는 것이 아닌가? 결국 이 자본주의 사회가 짓누르는
하중은 커질 것이며, 이 사회의 문제를 푸는 것은 더욱 더
꼬여갈 것이다. 우리는 살아남은 자로서 언제까지 죽은 자를
가엽게만 느끼고 죽이는 자를 증오할 것인가? 그리고 흉포해지는
사회로부터 나와 나의 가족을 보호하는데 급급할 것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우리의 고달픈 삶을 위로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
자본주의 사회구조가 바뀌기 전엔, 그리고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전엔, 그리고 올바로 투쟁하지 않을
수록 우리의 삶은 더욱 곪아갈 것이다. 자본에 대항하는 운동이,
특히 노동운동이 제대로 전개될 때에만, 이 사회는 개선될
것이며 바뀔 것이다. 허황된 인생역전이 아니라 사회역전,
사회변혁의 길로 나아가자. 한/노/정/연
오감도 烏瞰圖
이 상(李 箱)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 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 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 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는아니하여도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