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방음모분쇄 저지투쟁을 민중의 교육권쟁취투쟁으로
강 신 현
WTO교육개방음모분쇄 공투본 정책국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1. 교육개방, 교육방기
흔히 듣는 말. ‘개방하면 좋은 건데 왜 개방을 막느냐?’
‘한국교육이 문제가 많은데 개방해서 외국의 우수대학과
경쟁하면 나아지는 것 아니겠느냐?’ ‘개방에 반대하는 것은
조선말 쇄국주의를 연상케 한다’
담론수준에서 개방은 ‘연다’, ‘포용적이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이러다 보니 개방은 괜찮은 것, 이에 반해 개방을
막는 것은 폐쇄적이라는 인상으로 다가간다. 일단 이러한 잘못된
담론이 주는 이미지를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
교육개방은 95년 WTO가 출범하면서 교육을 서비스의 한 분야로
포함시키면서 출발한다. WTO는 서비스무역을 다루는 기구를 따로
구성했는데 그것이 서비스무역일반협정(GATS)이다.
서비스무역일반협정은 교육, 문화, 보건, 수도, 전기와 같은
공공성이 강한 분야를 12개 상품으로 구분한다. 공공성이 강한
이런 분야를 WTO가 주도하는 무역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공공분야를 강하게 사유화하여
시장으로 내몰고,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이름으로 그 부담을
민중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다.
WTO출범은 이런 전략을 WTO회원국 전체의 협상을 통해 더욱
강력하고 총체적인 방식으로 진행해 나갔다. 그런데, 94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당시에 교육부문이 무역의 대상인가 하는
논란이 있었다. 발전도상국을 위시한 대다수 나라들은 교육은
무역상품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배제를 요구했지만,
막판에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전격적으로
포함시켰다. 당시 협상에 참여한 나라중 상당수가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만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강력한 이해를 가지고
이 부분을 추진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부 국가들이 WTO에
교육을 포함시키려고 집요하게 노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네덜란드에 본부를 두고 세계화 문제를 연구하는 단체인
TNI(Transnational Institute)는 2002년 5월 자체 발간 보고서인
‘2000년 GATS협상의 배후: 기업집단의 막강한 영향력’에서
GATS가 누구의 이해를 따르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우선, 그들은 EC(유럽공동체)의 말을 인용해 GATS가 각 나라
정부사이의 이해관계를 다루는 기구가 아니라, 기업의 이해를
돕기 위한 최초이자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못박고 있다. 95년
출범한 GATS는 사실상 미국의 거대은행과 보험회사가 지배하는
미국서비스기업연맹(US Coalition of Service Industries)과
각국 서비스기업집단의 지속적인 로비의 성과라는 것이다.
이들은 각 나라의 협상자들과 밀접한 유대를 통해 GATS의
협상전략과 우선순위를 정해왔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한
GATS재협상도 그동안 IMF와 세계은행이 금융지원을 통해 제3세계
국가의 시장화 정책을 유도해왔지만 그 성과가 아직 미미하기에,
더욱 강력한 시장개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거대 초국적기업들은 이미 2000년 GATS재협상 이전인
1999년에 북반구 GATS협상당사들과 GATS협상에 관한 협의를
마쳤고, 미국, EU, 캐나다, 일본은 이미 우선적 시장접근 요구에
관한 세부목록을 마련했으며, 하루 빨리 2003년 4월부터 시작될
양자협상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미국서비스기업연맹, 금융선도집단,
유럽서비스포럼 등이 GATS협상을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은 다국적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교육개방을 진행시키고 있고, 그들의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시장자유화 곧, 국내규제를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개방은
교육을 시장화하려는 일부 국가와 다국적 기업의 시장확보
전략속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교육개방은 시장자유화가 목적
그렇다면 시장자유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교육개방은
3월 31일까지 각 나라가 어떻게 개방할 것인가를 담은
‘개방계획서(양허안)’을 WTO사무국에 제출하여, 양자간 협상을
2004년까지 진행한 뒤 각 나라의 비준을 거쳐 최종효력을
발휘한다.
여기서 개방계획서에 담기는 핵심내용은 각 나라의
‘시장접근(market access)’을 막고 있는 규제와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를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담는 것이다. 여기서 시장접근과
내국민대우를 제한하고 있는 규제란 각 나라의 법과 관행과 같은
것들이다. 상품무역에서는 관세와 보조금이 이런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서비스부문 특히 교육에서는 ‘법률’과 ‘관행’,
‘보조금’이 중요한 장벽이다. 한국의 예로 들면,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교육공무원법 등을 시장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보는 것이다.
작년 정부는 교육개방을 미리부터 하자며 ‘자발적
자유화조치’로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경제자유구역법 등 5대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작년 국회에서는 통과하지 못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변변한 학교시설이나 의무를 다하지 않고도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해주는 설립기준완화, 번 돈을 자신의
나라로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 과실송금허용,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법인도 공식 교육기관으로 인정해주는
‘영리법인허용’, 등록금책정, 학교운영, 인사와 같은 부분에서
학교법인의 자율권을 대폭 부여하는 ‘운영자율화’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교육개방이란 개방적인 자세로 외국의 대학과 학문을
수용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각 나라의 공교육,
교육공공성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토대요 장치인 법과 관행,
학교에 대한 감독권한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개방이라기보다는 교육방기인 것이다.
2. 교육권쟁취투쟁의 새로운 전기, 교육공투본
‘WTO교육개방음모분쇄공투본’(이하 공투본)은 2002년 10월7일,
전교조, 교육학생연대, 진보교육연구소, 시민사회단체가
초동주체가 되어 결성하였다.
공투본 구성이 세운 일차적인 목표는 ‘자발적으로 문을
열어주는 조치’인 5대 법안을 철회시키고, 03년 3월 말
개방계획서 제출이 얼마 남지도 않았음에도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대중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있는 교육부와
외교부의 음모적 개방계획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또한 개방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정부가 내세우는 ‘경쟁력 향상’과 ‘질의
제고’논리의 허구성을 타파하고 진정한 경쟁력 강화는 정부가
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해서 나갈 때 가능하다는 것을 대안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공투본 구성은 그동안 교육문제의 주체가
일부 시민단체, 전교조 중심으로 한정되고, 대개 기자회견이나
로비와 같은 한정된 방식으로 사업이 치우쳐왔던 점을 극복하며,
교육을 전 민중의 사안으로 의제화하여 더욱 급진적으로
제기하기 위한 목적 또한 가지고 있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시민단체와 학생단체, 노조단체의 역량을 모두 모아 투쟁과제와
투쟁계획을 제출하였고, 그 성과의 하나로 작년 9월
정기국회에서 자발적 자유화조치인 5대 법안의 국회통과를
막아낼 수 있었다.
몇가지 요인으로 인해 공투본은 투쟁역량을 급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 당선된 전교조 지도부가 교육개방을
막아내는 투쟁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에서
‘강성지도부’라 일컬어지는 새 집행부는 당선 이후 교육개방을
막아내는 것에 총력을 다할 것을 결의하였고, 그런 결의를
바탕으로 공투본은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서비스분야에 포함되어 있는 의료, 문화분야와의 적극적인
연대가 공투본의 역량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개방반대
투쟁의 목적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
‘교육예외’만을 관철해서는 근본적인 투쟁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하기에 각 부문이 해오던 분야나 쟁점은
약간씩 다르지만 공통의 대상을 놓고 공동투쟁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런 연대활동은 각 분야별 조직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공투본의 활동은 3월 초부터 교육개방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폭발력을 발휘했다. 3월6일 국제교육포럼을
진행해 교육개방반대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연대와
쟁점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그 후
비상시국선언, 지식인선언, 학부모선언, 범국민대표단발족,
농성투쟁을 통해 이 문제를 수면위로 부상시킬 수 있었다. 특히
3월10일부터 진행된 농성투쟁은 교육개방문제를 사회여론화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농성투쟁과 함께 노동, 농민, 빈민,
학생, 사회단체의 공동성명서가 이어졌고, 교육개방문제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사회적인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투쟁은 교육개방문제가 WTO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나가는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교육문제를 교육주체가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전사회적인
논의와 대안마련을 위한 의제로 만들어 가는 소중한
계기였다.
3. 쟁점
교육부는 여론에 밀리자 현재 개방되어 있는 수준을 개방
약속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며칠 전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준동 박사는 교육부문을 개방하지 않으면
쌀 개방을 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이런
주장의 허구성을 다루어보자.
첫째, ‘현재 개방되어 있는 수준에서 개방한다’
현재 개방되어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정리해 보자. 중학교
졸업자 이상 조기유학허용, 비영리목적의 외국대학설립허용,
온라인 교육기관허용, 그 외 교육서비스시장 개방 등이다.
정부는 번 돈을 자국으로 가져가는 ‘과실송금허용’,
‘영리법인의 학교설립허용’, ‘대학운영자율화’는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방침은 교육개방의
핵심을 완전히 빗나가있다.
교육개방은 쉽게 말해 공교육분야는 제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영리목적이고 경쟁하는 교육기관은 개방대상이다. 현재
수준의 개방이라 할지라도, 사립학교가 84%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사립학교가 영리목적의 기관인지 아닌지를
협상과정에서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사립대학은
영리행위를 할 수 없다고 법제화되어 있지만, 사실상 과도한
재단이월금을 통해 이윤추구를 하고 있고, 학교운영의 70%
이상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등 ‘영리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미 교육부는 작년 OECD/US포럼에 참석하여 이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 공사구분 및 상업적 목적의 여부
- 특히, 고등교육 분야에 있어서 대부분의 국가에 있어서 교육은
국가,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제공되거나, 사립의 경우도
비영리(not-for-profit)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 “비영리 사립”을 공적영역으로 보아야 하는가 사적영역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만 사적
영역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음
※미국의 경우, 일부 원격대학(Appollo Group의 Phoenix대학,
Sylvan Inc. 등)과 직업기술교육을 주로 하는 Trade
School(proprietary school이라고도 함)이 상업적 목적으로
교육기관을 운영
- 「OECD/US 교육시장 개방 관련 Forum 출장보고」,
교육부, 2002.7.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구속력 있는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무모한 개방 약속은 우리나라 사학을 통째로 시장에 내주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시장의 자유를 목놓아
외치는 사학들은 쌍수를 들며 환영할 일이지만,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통째로 무너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이 문제는
전 세계의 수많은 지식인과 운동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둘째, ‘교육을 개방하지 않으면 쌀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
이러한 발상은 WTO협상에서 한국은 비교우위에 있는 다른 분야의
시장자유화를 위해서 쌀과 교육분야의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쌀 개방에 대한 농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시점에서 농촌을 희생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희생시켜서라도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사악한
의도에 대해 우리는 연대와 단결을 통해 꼭 막아내야 할 것이다.
개방계획서 제출 이후 각 나라들은 양자협상을 진행하게 되는데,
일단 개방계획서를 제출하게 되면 개방의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 이유는 강력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과
전략적으로 맞바꾸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무엇보다 개방계획서 제출을 막기 위해서 전 역량을 투여해야
하며, 농민, 보건과의 연대투쟁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셋째, ‘교육개방은 경쟁력과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교육개방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전제로 외국의
우수대학이 들어와야 한다. 아니면 경쟁을 질의 향상으로
가져가기 위한 국가적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밝히고 있다시피 교육개방을 무척이나 원하는 집단은
교육상품수출국이나 영리목적의 교육기관에 불과하다. 정부가
말하듯이 경쟁력과 질의 제고와는 상관이 없다. 그들은
교육상품을 팔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기를
원할 뿐이다.
이미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호주 교육기업들의 경우 영리성만을
내세우다보니 교육의 질과 학생들의 교육권 향상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력을 강화하고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경쟁만으로는 안 된다.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교육의 질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의 자유만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개방은 그런 규제와
기준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 교육개방이 질의 향상을 가져올 수
없는 이유이다. 이미 교육개방이 이루어진 호주의 경우 교육개방
후 정부의 교육재정이 2%이상 감소하였을 뿐 아니라 학교들의
영리성이 심해져 학생들의 머릿수를 채우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심지어 도서관을 없애고 책은 땅에 묻은 뒤 그곳을
강의실로 만드는 웃지 못할 일조차 벌어졌다고 한다.
경쟁력과 질의 제고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부의 과감한
투자이다. 그것을 외면한 채 경쟁력과 질의 제고 운운하는 것은
시장의 자유로만 이어져 교육의 불평등과 상업화만을 부추길
뿐이다.
4. 교육공공성 쟁취 투쟁의 한길로
3월15일 범국민대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교육개방음모분쇄, 교육공공성 쟁취를 외쳤다. 개방계획서는
한번 제출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그 나라 교육을 관리하고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을 규제받게
된다. 일단 개방한 분야는 완벽한 시장으로 굳어져버리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군의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 정부가 한국교육을 위해 관여할 수 없는 시장천국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3월31일 개방계획서 제출은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반드시 막아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인간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평등하고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권리,
교육기회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그것은 지난한
투쟁의 성과다. 공투본은 3월 하반기까지 개방계획서 제출을
기필코 저지하기 위해 총력투쟁을 할 것이다. 농성투쟁과 3월말
대규모 집회는 이를 위한 계기이다. 또한 WTO반대투쟁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농민, 보건, 노동단체와
연대하여 WTO반대투쟁의 전선을 형성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