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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85호
채만수

‘반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채 만 수
소 장








3월 20일 아침, 미 제국주의의 추악한 이라크 침략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자위권의 발동”이며 “이라크 인민의 해방과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는, 부시 일당의 새빨간 거짓말을 믿을 사람은 그 전쟁광들 자신을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 이 전쟁은 오직 이라크와 중동의 석유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군수 독점자본을 위한 것이며, 미 제국주의의 패권을 과시하기 위한 것임은 이미 만천하에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때문에, 미 제국주의의 탐욕을 규탄하고 침공을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의 ‘반전투쟁’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격렬히 일고 있고, 여기 한국의 노동자․민중도 당당히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서 자본은 지금 대량 파괴․대량 살육의 추악한 전쟁을 열렬히 환영하면서, 그 반인간적 속살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사실상 전쟁 개시를 선포한 3월 18일의 부시의 이른바 ‘최후통첩’ 이후, 그리고 특히 3월 20일의 개전 이후 한국의 그것을 포함, 전 세계의 증시가 폭등하고 있고, 독점자본은 군수물자를 팔아먹을 궁리, 전리품 분배에 참여할 궁리에 여념이 없다.
개전 다음날, 예컨대 동아일보 경제란의 머리를 장식한 횡5단(橫五段)의 주먹만한 제목은 “트리플 강세…시장엔 호재로”였다. 침략 전쟁이, 대도시 공습이 호재라니! 저 추악한 대량 살육의 전쟁이 주식과 채권․외환 시장, 곧 자본에게는 호재(好材)라며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전범의 공범자가 된, ‘원칙 있는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이나 ‘민주투사’ 장영달 의원 등 국회의원들의 ‘공병대’ 파병 결정과 관련해서는,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할”, 즉 전리품 분배에 한 발을 들여놓을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는 식의 논평이 TV․신문 등 자본의 언론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이 모두 얼마나 악마와도 같은 자본의 얼굴인가!
‘최후통첩’으로 알려진 이른바 ‘대 국민연설’ 속에서 전쟁광 부시는 뻔뻔스럽게도 이렇게 선언했다.
“전쟁 범죄는 소추될 것이고, 전범들은 처벌될 것이며,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항변이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나는 저들 전범들이 그렇게 준엄하게 심판받고, 처벌받기를 원한다. 나는 부시 일당의 그런 뻔뻔스런 선언이 자신들의 목을 옭아매는 처형대가 되기를 바란다. 비록 부시나 그 일당이 자신들을 축복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귀신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을 하더라도, 전쟁을 지지하고 나선 각국의 지배자들이나 독점자본이 자신들의 권력의 보증인의, 혹은 전귀(錢鬼) 곧 황금신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말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는 반전투쟁은 그렇게 저들 전범을 심판하기 위한 투쟁의 시작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반전투쟁은, 일부 인사들의 비판적 인식의 불철저함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미 CIA의 ‘대리선전’과 함께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명색이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바그다드를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기자회견에서 떠벌리는 “독재자 후세인” 운운은 그 자체 분명 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미 CIA의 정치선전에 의해서 형성된 허위의식이며,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CIA를 대리하여, 미 CIA나 그 나팔수인 상업언론이 벌이는 것보다 더 진한 설득력을 가지고, “후세인은 제거되어야 한다”는 반(反) 이라크 정치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저들의 ‘대리선전’은 대중들의 반전․반미 투쟁을 벌이는 대중의 뒷덜미를 잡아당기고 있다.
지금 미제가 선전하는 전쟁 명분이 바로 “후세인의 제거”이며, “후세인의 독재로부터의 이라크 인민의 해방” 아닌가?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예컨대 익명 속에 숨어 남을 비방할 줄 밖에 모르는 ‘골방의 투혼’과 같은 자들은 왜장칠지 모른다.
“봐라! 저 자는 또 독재자를 옹호하고 있다!”고.
그러나 저들은 불과 10여년 전까지의 절절한 경험을 통해서도, 다시 말하자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아니 독재를 넘는 공포정치의 경험을 통해서도, 독재에 인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배우지 못하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그 공포의 폭압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 없었던 것처럼, 독재는 결코 지금 후세인 등이 얻고 있는 것과 같은 사실상 전인민적인 정치적 지지를, 그것도 장기에 걸쳐서,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저들은 모르고 있다.
말로는 ‘사적 유물론’이 어떻고 떠들지만, 문제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사고할 줄 모르기 때문에, 어떤 사회적 정치적 현상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었는가를 사실에 따라서 고찰하는 데에 게으르고 또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저들은, 혁명에 대한 주관적인 열정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미 CIA를 위시한 독점자본의 악질적 흑색선전에 자신의 영혼을 팔고 그 대리선전도구로 전락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쏘련을 위시한 ‘20세기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그것이, 미 CIA와 그 선전도구들이 조작해낸 ‘스탈린주의’라는 풍차를 비판하는, 그리하여 쏘련을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돈키호테적인 ‘사회주의자’로서, 요즘의 자기규정으로는 이른바 ‘쿄뮨주의자’ 등으로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의 현대사와 관련해서도 역시 그렇게 혹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북의 분단과 대립의 경위가 무엇이며, 그 분단 속에서 우리 자신의 의식이 어떻게 굴절되어 왔는가, 그것을 굴절시키기 위해서 부르주아 교육과 선전은 우리에게 어떤 선전을 퍼부어 왔으며, 국가보안법은 우리에게 왜, 어떻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가 등을 망각하고서 말이다.
미 CIA의 선전도구로 전락한 ‘사회주의 전사(戰士)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후세인이나 짐바브웨의 무가베, 리비아의 카다피, 쿠바의 카스트로, ... 등등을 포함하여, 당신들이 ‘독재자’로 규정하여 저주․규탄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니라 가장 반제국주의적인 정치지도자들일 뿐이고, 그리하여 그들은 미 CIA와 그 선전도구에 의해서 ‘악마’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먼저 혁명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와 의식이다.
노동자 계급운동의 가장 선진적인 전위를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정세의 인식과 관련, 사실상 미 CIA의 대리선전도구로 전락해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얘기가 길어졌다.
하지만, 반미․반제․반전의 전선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넘어 장기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정치적 분열․교란이 발생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분명 이러한 것까지를 염두에 두고 경계하면서 싸워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하다.
뇌출혈의 후유증인 손발의 마비와 투병하고 계신 리영희 선생께서 한 사신(私信)에서 말씀하고 계신 것처럼, 미제의 광란이 그 끝을 모르니(米帝狂亂不知其終), 인류의 안녕과 행복이 위난에 직면하고(人類安福卽面危難), 금수강토가 장차 불바다로 변하려 하고(錦繡疆土將變火海) 있는 것이다.
정말로, 저들 미 제국주의의 이라크 침공을 중지시키지 못하고 승승장구하게 내버려둔다면, 그리하여 지금 자본이 희망하고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저들의 이라크 정복이 삽시간에 이루어진다면, 아프가니스탄 다음에 이라크였듯이 이라크 다음에는 이북(North Korea), 이란, 짐바브웨, 리비아, … 끝내는 중국 등등으로까지 저들은 전역(戰域)을 넓혀갈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절박한 정세를 맞아 우리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리영희 선생께서, “노동자들이여 높이 외쳐라, 반미반전을!”(勞者高唱反米反戰) 하고, 당부하고 계신 것처럼, ‘반미․반전’ 투쟁이야말로 현시기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물론 리영희 선생님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지금 노동자들은 ‘전쟁 반대’, ‘파병 반대’ 투쟁에, 한 마디로 ‘반전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반전 투쟁’만으로는 부족하다.
침략과 전쟁이 미 제국주의의 독점자본에 이익이 아니라 파멸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도록, 실제로 그렇게 그들에게 파멸을 가져다 주도록, 세계 도처에서 미 제국주의와 그 독점자본을 직접 타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 제국주의가 벌이는 추악한 전쟁에 공범자가 되어서는 권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고,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하기 위해서, 또 실제로 저들이 전쟁범죄에서 손을 씻지 않으면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서, 전쟁에 동참하는 권력과 독점자본을 직접적으로 타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자들이여 높이 외쳐라, 반미․반전을! 한/노/정/연

2003-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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