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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개발의 노조파괴 공작을 고발한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86호
류탁기

고려개발의 노조파괴 공작을 고발한다



고려개발 노동조합 류탁기 위원장 인터뷰
인터뷰 : 권정기 편집위원
날 짜: 2003년 4월 4일
장 소: 노동조합 사무실



어제 봄비 오고 우중충 하더니, 오늘은 다시 화창하다. 먼지가 씻겨 갔는지 공기도 제법 산뜻하다. 한겨레신문에 난 투쟁광고를 보고 알게 된, 고려개발노동조합 위원장을 인터뷰하러, 서울 대림동에 있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실을 향했다. 전철 대림역에 내려 걸었다. 근처에 온 것 같다. 오후 2시에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는데 1시 56분이다. 초행길이라 전화 하니, 길 건너편에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손짓을 한다. 빨간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보통 키에 안경을 끼고 어깨가 약간 구부정하다. 40대 후반쯤 되어 보인다.
2층 연맹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가지고 간 “현장에서 미래를” 3월호를 드렸다. 혹시 읽어보셨냐고 물어 보았다. 처음 본다고 한다. 요즈음 인터넷에 워낙 자료가 많기도 하고, 시간도 많지 않아 민주노총에서 나오는 각종 지침, 정세분석 등등의 자료를 보기도 바쁘다고 한다. 자료들을 읽어보면 “그게 그거 같다”고 하신다. 별로 영양가가 없다는 말로 들렸다.

기자 고려개발은 어떤 회사죠?

위원장 1965년 3월에 창립하여 현재 창립 38주년 된 건설회사입니다. 주로 도로건설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 사업으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청원 상주간 고속도로, 마사회, 원광대군포병원 등이 있고, 과거에는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및 국도건설에도 참여했죠. 사업 비율은 토목과 (아파트 등)건축을 비교하면 7:3 정도입니다. 전체 직원은 520여명이고, 최근 11년간 평균 당기순이익이 평균 130억원 정도입니다. 규모로 볼 때 중급의 기업이며, 우량기업으로 볼 수 있어요.
87년 부도가 나서 법정관리 받다가, 88년 현재의 대림그룹으로 편입되었고, 98년에 법정관리 종결 결정을 받았습니다. 대림그룹에는 대림산업건설노조, (주)삼호노조 등 9개의 노조가 있으며, 대림그룹은 국내 20대그룹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기자 위원장님 경력을 소개하신다면?

위원장 87년 입사했으니, 16년 일을 하고 있지요. 기획실 등 주로 관리부서에서 일을 했어요. 노조는 88년 생겼고, 나는 95년부터 노조활동을 했지요. 95년 사무국장을 거쳐, 98년부터 현재까지 4대, 5대 위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을 하면서 70%정도이던 노조 가입률을 100%로 올려 놓았지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측의 노조탄압과 파괴공작 등이고, 회사가 강화되고 있었던 노조에 대한 위기의식의 표현일 수 있어요.

기자 이번 투쟁의 발단과 경과는 어떠합니까?

위원장 2002년 7월 임금교섭시기에 노조는 조합원의 생활실태, 요구 등을 조사하고, 조합원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에서 80%의 찬성으로 교섭안을 확정했습니다. 우리는 기본급 9.2%인상과 성과급 200%, 그리고 가족수당을 신설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고 차등성과급을 도입하겠다고 맞섰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2002년 3월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경영진은 자신의 기본급을 15%인상하고 성과급을 250%로 하여, 결과적으로 약 40%정도 자신들의 월급을 인상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날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회사 경상이익이 전년대비 120억원 감소했음을 들어 반대했습니다. 노동자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경영진의 임금을 인상하면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할 기업의 여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본인은 이해했다).
여하간에 자신들의 월급을 크게 인상했던, 경영진이 14차에 걸친 임금교섭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속셈은 기본급을 올리면 퇴직금도 오르고 각종수당도 같이 올라 기업에 부담이 되니 기본급은 동결하고, 차등성과급제를 도입하여 점차로 연봉제로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과급제는 건설업의 특성상 불합리한 것이라고 봅니다. 건설업무는 팀웍이 중요하고 팀웍이 깨지면 부실시공으로 이어집니다. 누가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알 수도 없고 동료간에 경쟁 때문에 팀웍이 깨질 수 있어, 성과급제를 도입하기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측은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며 계약직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사측의 협상지연 작전으로 협상이 성과가 없어, 여러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림그룹에서 강성노조인 대림석유화학노조가 조합원 96%의 찬성으로 2달간 파업투쟁을 했습니다. 그러나 대림그룹 회장이며 전경련, 경총부회장인 이준용 회장이 직장폐쇄와 조합원 21명에 대한 가압류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하여 결국 노조가 백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조합원 사이에서 파업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퍼지게 되었습니다. 논의 결과 9월에 교섭권을 상급단체인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에 위임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측에서는 고려개발사장 대신에, 이준용 회장이 직접 나섰지요. 이 회장은 11월에 고려개발 전 직원을 모아놓고 “연맹에 교섭권을 갖다 바쳤다! 찾아와라!” “류탁기 위원장이 정치를 하려고 조합원을 이용하려 한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여러분을 짓밟고 있다”고 하며, 조합원과 저를 이간질 시켰습니다.
회장은 전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소집하고, 단사 개별행동을 금지하였으며 노조탄압과 파괴공작을 진두지휘했지요. 단사 차원에서는 <부서장회의>를 통해 이 공작을 집행했습니다. 2003년 3월 우연히 노조가 입수한 인사팀 과장(부서장회의의 핵심) 수첩에 저들이 무엇을 했는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노조와의 교섭을 지연시킬 것, 노조동향을 파악하고 조합원의 인맥과 성향을 분석․대응할 것 등이 지시되고 있었습니다. 조합의 간부회의 내용이 다음 날이면 부서장회의에 보고되고 있었고요. 결국 사측의 끈질긴 조합 탈퇴 협박과 회유에 조합원이 90%이상 탈퇴하였습니다. 회사측은 그 공(?)을 인정하여 부서장회의를 주재한 경영관리실장 등을 승진시켰습니다.

기자 어떻게 협박과 회유를 했기에, 조합원이 90%나 탈퇴를 했습니까?

위원장 주로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넌지시 던지며 협박하며, 탈퇴하면 반대로 각종 인사상에 특혜를 주는 방식입니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이 위축되어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권고사직 등으로 해고당한 경우도 있었고, 이번 투쟁에 회사 시나리오에 의한 강경책과 계열사인 대림석유화학노조의 가압류 손해배상 등 조합원들에게 고소를 해놓은 것도 작용했습니다. 재벌총수라는 이준용 회장의 강경한 기세에 위축된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건설업은 제조업과 달리 조합원들이 한 작업장에 모여 있지를 않습니다. 전국 각지에 소규모로 현장 소장의 통제하에 있습니다. 그런데 소장들이 “(위에서 시키니) 나도 죽겠다”며 친분을 이용하여 조합탈퇴를 강요하면 약해집니다.

기자 예년과 다르게 이번에 특히 회사측에서 강경하게 나온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위원장 정치적 이유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번 대선에 이준용 회장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림산업건설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위원장을 정치꾼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모르겠고, 회사가 아니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요. 중요한 것은 그룹차원에서 기본급동결, 계약직확대, 차등성과급제도입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입니다.

기자 투쟁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위원장 노조탈퇴공작에 맞서 신규노조가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다시 노조에 가입하고 있는데, 현재 조합원이 100여명 정도로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회사측은 14명이라고 주장합니다. 회사측에서는 유령노조형태로 직원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요.
대림그룹노조협의체에서도 지난 2월 경주에서 노조상근자들 30여명이 모여 1박 2일로 합숙을 하며, 대림그룹노동조합탄압저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결의문을 채택하였으며, 광고활동,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설연맹주도로 매주 금요일 고려개발사옥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합니다. 현재까지 다섯 차례 진행했습니다. 연맹에서는 이준용 회장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발하였고, 당 노조에서도 이준용 회장과 오풍영 사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5차례 노동부에 고소하였습니다. 노동부에서는 조사를 끝내고 곧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광고도 한겨레신문과 매일노동뉴스에 수차례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내일(4월 11일) 교섭이 진행됩니다. 산별차원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림그룹소속 노조들이 각각 대림자동차노조는 금속산별에, 대림대학노조는 대학노조 등 산별노조에 결합하고 있습니다. 이들 산별노조들을 모아 이 회장과 고려개발사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기자 인터뷰를 정리하며 한 말씀하신다면?

위원장 노측도 사측도 모두 협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측이 모두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노조파괴 공작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요. 저도 회사기획실에서 7년을 근무했습니다. 서로간에 타협이 되지 않고, 마찰이 심각해지면 ‘기회비용’이 증가합니다(파업이 발생하는 것보다, 회사측이 양보를 해서라도 타협해서 조업을 계속하는 것이 회사측에도 이익이 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회사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설득력이 없어요. 설득력 없는 자료를 내놓고 힘으로 하려는 것이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문제입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되고, 교섭력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경영상태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상대를 설득하고, 또 제압할 수 있는 논의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논리에도 안 맞는 자료를 내놓고 노조와해 공작과 같은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은 산업평화를 위해서는 없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려는데 노동신문에서 위원장을 만나러 기자가 왔다. 노조탄압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구하려 왔다고 한다. 노조탄압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왜 그것이 이 시기 문제가 되고 있을까? 노사정위원회를 가동하고, 이른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여 국가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노정권의 계획과 충돌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혹시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정권의 입장에서 노조탄압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파업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한다. 물론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그렇다면 현장노동자들의 동력을 어디에서 확인하고 또 강화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그렇다면 우리의 무기는 무엇인가? 신문광고? 상부의 교섭력? 고소고발? 그러면서 하부는 점차 관객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인터뷰 중 여러번 들었던 말, 현장 “노동자들이 위축되어 있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강압에 의해 노조를 탈퇴한 노동자들이 “죄책감이 든다. 노조는 꼭 필요하다”라고 위원장에게 말한다고 한다. 현장이 무력하게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사무실로 돌아오는 마음이 무겁다. 고개를 드니 당산 전철역이다. 어! 영등포구청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한 정거장 지나쳐 왔다.
가로수에는 꽃보다 고운 연두빛 새잎이 돋는다. 회색도시를 거부하는 것 같다. 그래도 봄은 봄인가 보다. 한/노/정/연

2003-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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