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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복지 연장선상에서의 참여복지

현장에서 미래를  제86호
윤수정


‘생산적복지’ 연장선상에서의 ‘참여복지’

― 노무현 정부의 참여복지 정책 분석 ―

윤 수 정/ 보건복지민중연대 사무국장





1. 노무현 정부, 자본과 노동사이의 중재자인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새로운 국정비전으로 하는 노무현 정권의 ‘참여정부’가 출범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경선 시기부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젊은 세대들의 자발적 지지를 받았던 점, 희망돼지를 통한 자발적 선거자금 형성, 개혁적 공약들, 그리고 정권초기 인사를 위한 국민공개추천제도, 일선 평검사의 참여를 유도한 대통령과의 대화 등의 행보를 보여줌으로써 스스로를 개혁적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자본도 노동도 아닌 제3자적 입장의 객관적 중재자로서 자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기존 정치권을 수구-개혁-진보 구도로 재편하여 스스로를 수구세력과 진보세력의 갈등과 대립을 ‘합리적’으로 조정․관리하는 역할에 위치 지우고자 한다.1) 이는 노무현 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국민의 불신을 사고있는 과거의 정치세력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정권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주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일 뿐이다.

또한 ‘참여정부’라 하여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개혁이미지의 핵심은 ‘참여’인데, 아직까지 ‘참여’의 구체적 방안과 원칙이 제시되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참여’는 이미 제한적이어서 자본주의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의 계급 타협과 협조를 의미할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는 한국자본주의의 현실을 벗어날 수 없고, 오히려 정부의 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하여 자본의 지구화를 꾀하고자 한다.  최근의 이라크전 파병과 WTO 협상에 따른 농산물․교육․의료시장개방, 경제자유구역제정 등과 같은 시장주의적인 정책을 중단 없이 실행하는 과정들은 노무현 정부의 계급적 속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말하자면 노무현 정부는 자본과 노동의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는 단지 외양일 뿐이며, ‘참여정부’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 자발적 참여 유도’는 ‘사회적 합의주의’ 이데올로기 하에 계급 타협과 협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표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정운영의 일부를 제한적으로 개방하여 민간을 참여시킴으로써 적극적인 포섭 기제로써 자본의 이해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참여복지’고찰하여 볼 때, ‘참여복지’는 필연적으로 ‘자본축적운동 과정에서 고통을 완화하고, 포섭하기 위한 완충기제’로서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생산적 복지’ 연장선상에서의 ‘참여 복지’

노무현 정부는 정책방향으로 ‘국민통합’과 ‘참여복지’를 내놓았는데 이는 과거 김대중 정부가 ‘국민의 정부’로서 ‘사회적 통합’과 ‘생산적 복지’를 내세웠던 것과 같다. 당시 경제위기로 대규모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실업률의 증가와 그에 따른 빈곤층의 확대는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급격한 변화였으며, 사회적 불안을 양산한 시기였다. 이러한 속에서 김대중 정부의 선택은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생산적 복지 이름 하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그와 연동된 노동유인화 기제로서 자활사업 등의 복지제도를 실행한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정리해고, 노동유연화 강화,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 등 초국적 자본의 국내 진출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실업률 증가, 비정규노동자 증가, 빈부격차 확대의 결과를 가져왔고,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던 집권 초기의 약속과는 달리 전반적인 민중의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져 불안은 한층 가중되었다. 생산적 복지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빈곤화를 막아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전략 속에서 노동의 불안정성과 빈곤을 고착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공공연하게 “김대중 인수위가 재벌개혁 등 기존 정책을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식 개혁을 추진했다면 노무현 인수위는 미비점을 보완하는 리모델링식 개혁”이라고 발언했던 것을 기억해보면, 노무현 정부는 복지정책 뿐만 아니라 여타의 정책 방향을 김대중 정부 시기 진행해온 여타의 정책들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의 참여복지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가 국정지표 수준의 정책방향으로 제시되었다면 그보다 하위 개념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즉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에서 마련된 제도와 정책들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 시기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복지정책을 마무리짓겠다는 의도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을 통하여 고착화된 노동의 불안정성을 더욱더 확대 강화하고 공공부문의 사유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초국적 자본에 대한 교육․의료시장 개방화를 급속히 진행할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국민연금 개악, 기업연금 도입과 건강보험료 인상, 건강보험 경질환에 대한 본인부담률 증가 등 다시금 노동자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들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참여복지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행되는 가운데 또다시 정권의 위기극복전략으로써, 그리고 사회적 불만과 갈등을 흡수․완화시키는 완충기제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3. 참여복지의 내용과 한계

참여복지는 ‘전국민 복지시대’라는 기조 하에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 국가의 책임강화, 민간참여 확대를 정책 방향으로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말하는 참여복지란 ‘정책결정과 집행, 평가 과정에 국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사회, 민간자원의 공동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것’이다.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①전국민을 위한 참여복지의 실현 ②전국민 평생 건강 보장 체제의 실현 ③보육문제 해결과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④지속가능한 발전과 쾌적한 환경조성 ⑤문화적 가치의 확산을 통한 “질높은 삶 구현” ⑥주택가격 안정과 주거의 질 개선 ⑦도시교통난해소 및 교통 약자 보호: 저상버스도입,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2)등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앞서서 살펴보았듯이 그 근저에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의 맥락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생산적 복지’의 맥락에서 ‘참여복지’가 제시하는 ‘국민의 참여유도’, ‘전국민 복지시대’의 허구성에 대해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빈곤의 관리체제로서 ‘참여복지’의 성격을 규명해보고자 한다.


1) 민중의 참여가 배제된 참여복지

노무현 정부는 국민이 주체로 참여하여 “삶의 질” 향상을 계획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하면서 ‘정책결정․집행․평가 과정에 국민의 참여유도’, ‘지역사회, 민간자원의 공동참여’하도록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타 정권과의 차별성을 고려한 노무현 정부의 이미지 전략의 핵심은 ‘참여’에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참여란 자본주의 논리하에 놓여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상기한다면, 노무현 정부의 민간 참여 유도는 정권이 추구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에 기초한 저항과 불만의 체제내화 시도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참여 주체에 있어서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주체의 참여는 배제된 채, 시민권적 측면에서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영역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문제는 민중이 배제된 시민사회의 영역만을 포함하고자 한다는데 있다. 그러했을 때 시민권적 복지는 보편적 복지가 아닌, 불평등의 복지가 될 수 있다.

한편 노무현 정부의 ‘사회적 합의주의’의 틀은 시민사회, 민간단체들을 정책결정과정에 배치함으로써 이들 시민사회와 민간단체를 노동자 민중과 분리시키고자한다. 그럼으로써 갈등과 마찰을 흡수하는 완충장치로서 민간의 참여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복지에 있어서 민간의 참여를 민간자원의 활용에만 국한시켜 복지 재정의 확충을 꾀하지 않은 채, 복지의 물적, 재정적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김으로써 또다시 민간복지단체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2) 기본생활권 보장 없는 ‘전국민 복지시대’의 허상

참여복지에서 전국민 복지시대의 구체적 실현방안으로 ‘고령사회 대책 수립, 기초생활보장내실화, 저소득층 근로소득공제를 확대,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편’과 ‘전국민 평생 건강 보장 체제의 실현과제로 공공보건의료 강화, 건강보험 제도 개선과 의료급여제도 확대, 진료비 본인 부담금 총액상한제도 시행’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전국민 복지시대’의 기본적인 철학과 비전이 없이 제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거 및 의료, 교육 등 기본생활에 대한 대책은 없이 부분적이고, 한시적인 정책들로 구성되어있는 점을 볼 때 ‘전국민 복지시대’의 내용은 전시 행정적일 수밖에 없다.

‘전국민 복지시대’가 보편적 복지로서 제시되는 것이라면, 국민 생활의 기본적인 필요인 주거와 의료,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은 제시되어야한다. 그러나 ‘참여복지’는 어디서도 이러한 정책은 제시되어있지 않은 채, 단지 비현실적인 소득인정제(저소득층근로소득공제)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몇몇 부분급여지급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형식적인 개선만을 시도한다는 것은 기간의 확대 누적된 빈곤을 고착화시킬 뿐이다. 또한 진료비 본인부담금 총액상한제도와 소액진료비 본인부담 강화와 연계할 것이 고려되고 있으며, 국민연금 보험요율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축소지급 하는 정책3)을 추진중임을 볼 때 또다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재정파탄의 책임을 노동자 민중의 부담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전국민 복지시대 구상이 허상임을 반증하는 또 다른 증거는 복지예산이다. 한국사회는 제대로 된 복지를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보건복지부 전체예산은 종전과 같은 수준인 2003년 8조3천5백억 원임4)을 볼 때 전국민 복지시대 구상은 실제적인 실현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아무리 새로운 제도나 방안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한쪽의 재정을 빼서 다른 쪽 재정을 메꾸어야 하는 악순환을 만들뿐이다. 이는 전국민 복지시대는 외양뿐이며, 과거 정권들이 그러했듯이 노무현 정부 역시 듣기 좋은 미사여구로 치장하고 최소한의 것만을 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3) 확대된 빈곤의 관리

한국사회의 빈곤규모는 연구자에 따라 370만 명에서 800만 명 전체 인구의 7~25%까지 추계가 다양하다. 한편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자 수는 136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3%에 불과하다. 이는 빈곤규모연구 중 가장 적은 규모의 37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회보장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있는 선진국의 경우도 공적부조의 대상이 15~20%에 이르고 있음을 본다면5),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장하고 있는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더욱 늘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사회 안전망이 저소득 소외계층 보호에 치중되어 왔다’6)고 보고 빈곤층에 대하여 부분적인 급여지급의 수준의 제도 보완적 대안만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소극적 대처는 여전히 성장중심주의적인 논리 속에서 확대된 빈곤을 효율적으로 관리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사회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관리수단으로 사용되어진다. 자활사업이나 공공근로는 그 대표적이 예로서 위기국면에서 실업률을 축소시키는데도 한몫 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임금을 띄며 저소득 실업자를 포섭하는 역할을 했다. 기초법 역시 그 의미에도 불구하고 수급권을 미끼로 한 빈곤 관리 체제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수급권자 수는 오히려 줄었고,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었다는 정권의 판단아래 더 이상의 빈곤 해결의 의지는 없다. 다만, 이미 형성된 빈곤을 사회적 관리 차원에서 고착화시킬 뿐이다.



4. 참여의 논리를 깨고 주체로서의 민중복지 쟁취

김대중 정부 5년간 자행된 신자유주의 전략으로 인해 불안정 노동은 더욱 심화되었고,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다. 그에 따라 불안정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와 같은 대중주체들은 자신의 불만을 터뜨리고 저항의 움직임을 조직하였다. 불안정노동자들과 장애, 실업, 빈민을 중심으로 한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민중복지운동의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또한 2003년 들어 서울경인지역 사회복지노동조합, 자활후견기관 노동조합등 사회 공공서비스 영역의 노동자들도 자신의 노동자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노동조건 향상을 포함한 복지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투쟁의 일 주체로 서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복지’가 노동연계복지 및 정치적 수사를 통한 적극적 전술이었다면, 노무현 정부의 ‘참여복지’는 이보다는 소극적 전술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참여복지’는 ‘생산적 복지’의 연장선상에서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즉 ‘참여복지’가 ‘전국민 복지시대’ ‘국민참여’ ‘국가책임강화’등 미사여구로 치장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자본의 논리에 귀속된 정치적 논리만이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참여복지’의 ‘참여’에는 사회적 기반을 확보하고 불만을 체제내화하기 위한 포섭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전국민 복지’의 실체는 없이 오히려 확대된 빈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 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의 ‘참여 복지’가 아무리 미사여구로 덧칠한다고 해도 그 본질이 자본의 논리에 있다면 민중의 복지는 결국 민중의 투쟁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노/정/연



1) ꡔ민중복지연대 3차총회 자료집ꡕ, 「2003년 정세와 운동과제」


2) 인터넷자료, 청와대 홈페이지, ꡔ참여정부의 국정과제ꡕ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3) 연합뉴스4/1보도자료. ‘국민연금재정안정화방안 공청회’에서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오는 2070년까지 연금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금지급은 현행대로 두고 보험료율을 소득의 19.85%까지 올리는 방안 ▲보험료율을 15.85%까지 올리고 연금급여를 평균소득의 50%로 낮추는 방안 ▲보험료율을 11.85%로 올리고 급여는 평균소득의 40%로 낮추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4)『2003년도 보건복지부소관 세입․세출 예산 개요』


5)『사회보장투쟁과 노동운동』,「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과 개혁방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003.2


6) 인수위국정토론회자료,『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보건복지부, 2003.1.22.


2003-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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