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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의 경제사회정책의 기조

현장에서 미래를  제86호
이진우

                                                           

노무현 정부의 ‘개혁’ 이데올로기(2)


이 진 우 ∙ 노무현 정권의 경제사회정책의 기본기조

정 영 섭 ∙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계획과 노동운동의 대응

윤 수 정 ∙ ‘생산적복지’ 연장선상에서의 ‘참여복지’

김 태 연 ∙ 노무현 정권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와 민주노총의 대응







노무현 정권의 경제사회정책의 기본기조

이 진 우/ 회원





인간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사회적으로 생산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의지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일정한 필연적 관계들, 즉 자신들의 물질적 생산력들의 일정한 발전단계에 조응하는 생산관계들에 들어선다. 이러한 생산관계들의 총체가 사회의 경제적 구조, 즉 그 위에 법률적 및 정치적 상부구조가 서며 일정한 사회적 의식 형태들이 그에 조응하는 그러한 실제적 토대를 이룬다. 물질적 생활의 생산방식이 사회적, 정치적, 정신적 생활과정 일반을 조건짓는다.

- 칼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서문


노무현 정권의 인수위원회는 지난 1월 분야별로 12개의 국정과제를 확정하였다. 이 글에서는 국정과제에 나타나고 있는 노정권의 경제사회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12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외교 통일 국방 ; 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정치 행정 ; ② 부패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 ③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④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 경제 ; 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⑥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⑦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⑧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 사회 문화 여성 ; ⑨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⑩ 국민통합과 양성평등 실현 ⑪ 교육개혁과 지식문화 강국실현 ⑫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참여정부의 국정비전>


1. 토대로서의 경제 분야

1)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12대 과제중 가장 기본적이며 다른 과제를 규정한다고 생각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


“동북아지역은 중국의 급부상을 계기로 세계적인 생산 교역기지로서 EU․NAFTA와 함께 세계경제의 3극체제를 형성할 전망이다. 한․중․일 3국의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을 기준으로 19%를 넘어섰고, 교역규모는 세계전체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 이에 따라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 동북아의 각 지역은 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통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화를 위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물류 비지니스 중심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 국내적으로 유리한 입지여건을 갖춘 지역을 비즈니스 거점으로 개발해 세계적인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물류 첨단산업 금융의 복합 발전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 거점 개발지역과 각 지방의 기존 산업클러스터와의 연계를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백서ꡕ 중 「국정과제 보고서」


    출처: 「참여정부의 국정비전」, 청와대 홈페이지.


중국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동북아 지역이 한국 자본가들에게 상품, 자본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 시장인 미국, 일본, 유럽이 과잉생산으로 포화상태에 달해있고, 이 지역은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동북아 지역이 이른바 자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전략적 지역이라고 노정권은 보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향후 EU나 NAFTA같은 경제블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 지역에서, ‘물류․첨단산업․금융자본을 중심으로 하여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자본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외국자본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 등이 정권과 자본의 당면 과제로 된다.


2)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노동자들을 순치하여 국가경쟁력 강화에 동원하는 것, 외자유치에 주요하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전투성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합리적인 조합활동 등을 통해 근로자 보호 역할을 확대하고, 기업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인력활용의 효율화와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노사양측의 이해와 요구를 절충시키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새정부는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사회적 파트쉽을 토대로 한 신개념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백서ꡕ 중 「국정과제 보고서」


그리고 추진과제로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구축”과 “중층적 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쉽 형성”을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구축’이란 노동조건의 향상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운동을 보장하기 위해 해고조건을 완화하거나 파업을 제한하는 등 노동계급에 대한 공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층적 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쉽 형성”은 노사정위원회를 중앙과 지역, 업종, 산업별로 구성하여 노동계급을 체제내화시키고, 아울러 파업으로 인한 자본의 손실을 줄이자는 의도로 볼 수 있다.


3)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기업은 투명하고 건전한 운영시스템을 갖춰 소유 지배구조를 시정하고 … 경쟁력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정부 역시 규제를 합리화 최소화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하되, 공정경쟁질서 유지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율을 확립, 이를 명확하게 적용하는 심판자 역할(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구축)을 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시스템 투명성을 제고, 시장참여자에 의한 자율적 자원배분만으로도 시장조정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선진적 금융인프라 구축)해야 한다”.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백서ꡕ 중 「국정과제 보고서」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여 자본운동의 걸림돌을 치워주고, 자본은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되어 오던 자본의 합리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물류․첨단산업과 함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구상의 주력부분인 금융 외환시장의 발전을 위해 선진적 금융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질서’라는 말의 앞에 어떠한 수식어를 붙이던, 혹은 어떠한 설명을 하던, 노동자계급에게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노동자는 시장에서 판매할 것이라고는 자신의 노동력 밖에 없다. 기아와 가계파산의 공포에 떠밀려, 노동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판매해야 한다. 판매하기 위해서는 동료노동자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노동력 값을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판매한 후에는 기꺼이 어떠한 강제노동이라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판매할 수가 없다. 해고당한다. 즉,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는 자본가가 이른바 인력시장에서 노동자를 아주 ‘자유롭게’ 구입-고용-하고 ‘자유롭게’ 구입하지 않을-해고- 권리로 나타난다.  


4)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새 정부 과학기술정책의 근간은 △핵심기술 및 신산업 창출을 통한 국가 성장엔진 강화 △기초 원천기술과 산업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 배분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 7%달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추진과제로 ‘지역혁신역량강화; 지방대학중심으로 산․학․연 협력 연구체제를 육성’. ‘세계일류 IT(정보기술)산업육성’ ‘지식정보 기반으로 산업고도화 추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ꡕ 중 「국정과제 보고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위한 이른바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과학기술은 배치된다.


5) 미래를 열어 가는 농어촌

“새정부가 이끌어갈 농정의 큰 틀인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은 최근 쟁점화되고 있는 DDA(도하개발아젠다) 농업협상과 시장개방 폭 확대, 농어촌분야의 세계경제흐름 편입 불가피 등을 전제로 한 대책들이 집중적으로 점검됐다”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ꡕ 중 「국정과제 보고서」

   

농업정책의 핵심은 시장개방―농어민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대 급부로 자본은 다음을 얻어낸다.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통신, 해운, 유통 등에 대해 (경쟁국가의) 개방을 얻어낸다”(도하개발아젠다에서 농업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입장), 그리고 값싼 농수산물을 수입하여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낮추면, 임금을 내릴 수 있어 자본의 이윤이 증가한다. 즉 독점자본의 해외시장확보를 위해,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어 이윤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농어민을 희생시키겠다는 정책이다.



2. 외교 통일 국방

1)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불안정한 정전상태 종식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 중심국가를 실현하는 시스템이다”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ꡕ 중 「국정과제 보고서」


정부는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를 12개 과제 중 첫번째 과제로 서술하고 있다. 이는 북핵문제가 터지면서 시기적으로 가장 부각된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동북아 중심국가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동북아의 평화가 무엇보다도 선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3. 정치 행정

1) 부패 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

“새정부는 ‘부패 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을 위해 ‘부정부패 발본색원’이라는 대명제 아래 △고위공직자 비리△권력형비리 우선 척결 △특권층의 반칙문화 청산 △중․하위 공직자의 및 공기업비리 엄단 △깨끗한 공직사회 조성 △지역 토착비리 및 공기업비리 엄단 … △행정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 부패추방을 위한…”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ꡕ 중 「국정과제보고서」


자본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첫째, 값싼 정부다. 공무원을 먹여 살리는 비용은 자본의 이윤에서 지출되는 소모적 비용이다.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그것이 세금의 형태로 봉급의 형태로 합법적으로 지출되든, 비자금의 형태로 각종 인허가시의 뇌물로 지출되든 본질은 동일하다. 둘째, 자본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행정절차는 보다 간소화 되어야 하며, 개방형임용제 등을 통해 자본의 요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업출신들이 관료들로 충원되어야 한다. 이것이 ‘부패 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의 본래 의미일 것이다.

2)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지방의 대학과 기업 연구소 시민단체 자치단체 등이 연계된 지역혁신 네트워크를 구축, 지방발전의 토대로 삼고 적절한 분산정책과 신행정수도 건설 등 획기적인 분권화정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자 한다”.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ꡕ 중 「정책과제 보고서」


지역특화산업의 육성지역으로 대구 광주 부산 경남 등 4개 지역 진흥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으로 볼 때 동북아 경제국가 구상과 맞물려 있고,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 지방의 역량을 강화하여, 국가역량을 총동원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3)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

“1987년 민주이행 이후 15년이 경과한 현재 선진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정치선진국 대열에 곧 합류하게 될 것이란 민주화 초기의 희망과 기대는 무참하게 깨어져버렸고, 오히려 정치에 대한 불신과 염증이 깊어지고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가 은연중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 민주정치에 대한 회의를 불식시키고 선진 민주정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ꡕ 중 「정책과제 보고서」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 의한 부르주아민주주의는 민중들을 배신했다. 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인 이른바 중산층은 붕괴됐고, 빈익빈 부익부는 격화되고 있다. 모두가 치열한 경쟁에 지쳐있고, 빚더미에 앉아 내일을 불안해한다.

정치를 독점한 부르주아정치권은 무능함에 더하여, 독점자본이 수탈한 민중들의 고혈을 서로 독차지하겠다고 언성을 높이며 온갖 추문을 토해낸다. 민중들은 희망을 잃어버렸다. “(부르주아)민주정치에 대해 회의”는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으로 부르주아정치가 재생되고 있는 이유는 민중들이 대안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고, 자본주의의 틀 안에 민중들의 시야가 갇혀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사회적 관성을 추진력으로 역사가 맥없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르주아정치권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정치개혁 5대 목표를 제시한다. 이반하고 있는 민중들을 견인하기 위해 ‘국민통합정치’, ‘국민참여정치’를 제시한다. 자본에게 비용부담을 주지 않고, 민중들에게 부패로 인한 혐오감을 주지 않고, 부르주아 정치권력의 권위를 회복하겠다며 ‘투명한 청정정치’와 ‘디지털정치’를 약속한다. ‘수평적 협력정치’를 통해 “국회․정당․시민사회 등이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 속에서 국정운영에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는 협력정치관계를 정립”하겠다고 한다. 즉 민주주주의 보루인 부르주아 정치분파 끼리 싸우고, 소부르주아 중간층을 견인하지 못하면 자멸할지도 모른다. 일치단결하여 흔들리고 있는 체제를 수호하자고 한다.



4. 사회 문화 여성

이 분야에서 국정과제는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의 3개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

이 과제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노동력 관리

정부가 자본의 착취에 필요한 노동력을 관리하기 위해 출산, 교육, 의식주, 교통, 보건의료 등에 대해 정책적으로 개입한다. 정부의 목표는 물론 자본의 구미에 맞는 양질의 노동력을 값싸게, 그리고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첫째,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과제에서 거론하고 있는 출산문제가 있다. ‘보육문제 해결과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보육료 50%를 국가가 지원하고, 시간제 육아 휴직제도를 도입하여 모성보호와 여성의 사회참여 기반을 확대’한다고 한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이렇다. 최근 출산율이 너무 낮아 미래의 노동력 수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육의 어려움이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므로 보육조건을 개선해서 출산율을 적정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동시에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촉진시킨다면, 공급증가는 노동자간의 경쟁을 격화시켜 임금저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둘째, 교육이다.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실현’과제에서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복지 확대 △과학기술교육의 질적 고도화 △창조적 문화역량 강화 △문화적 창의성을 기반으로 문화산업육성 △지식정보화사회의 전면화 등을 추진과제로 제기한다. 이 과제들이 민중을 만족시킬 만큼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물론 없을 것이다. 자본이 노리는 것, 그리고 현실에서 관철되는 것은 바로 값싼 노동력을 위한 값싼 교육일 뿐이다. 교육발전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과밀학급해소를 위한 교사충원계획을 정책과제에서 찾을 수 없고, 아직도 7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초등학교건물이라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교육이 오직 자본의 도구가 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하겠다는 의지를 다음과 같이 솔직히 표현한다.


“△문화적 창의성을 기반으로 문화산업육성; 문화콘덴츠 생산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5천년 민족문화 전통과 창의성을 산업적으로 연계활용. 예술적 창의성과 감수성을 갖춘 전문인력 공급확대. IT인프라를 기반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첨단응용기술 개발 및 보급지원”(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ꡕ 중 「국정과제보고서」)


셋째,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제시하는 ‘주택가격안정과 주거의 질 개선’ ‘전국민 평생건강보장체계실현’ ‘도시교통난해소 및 교통약자 보호’ ‘지속가능한 발전과 쾌적한 환경조성’등의 과제는, 기본적으로는 노동력 재생산비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다. 따라서 총자본의 입장에 서있는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목표는  이들 요소를 민중들에게 제공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부분에 이미  건설자본, 의료자본, 자동차산업(교통과 환경문제에 적대적) 등 자본이 운동하고 있어 갈등(주택문제에서는 지주와도 갈등)이 필연적이고, 따라서 총자본 이해의 부산물로나마 민중들에게 돌아가는 이익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 체제의 정당성확보를 위한 자본운동의 부산물 관리

자본에 의해 폐기된 노동력인 노인, 불구 폐질자 등 극빈자에 대한 관리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비용은 항상 최소화되며, 오직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생색을 내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실제 정책과제에서 불구 폐질자 등 극빈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노인들의 경우에는 워낙 수가 많아 정치적 비중이 고려되어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과제 중에 ‘종합적인 고령사회대책’을 수립한다는 언급이 있다. 그러나 그 대책으로 노인 일자리, 연금제도, 요양체계, 평생교육 활성화가 언급되는 것으로 판단해 볼 때, 노인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불균등하게, 소득이 많을수록 그리고 노동력이 있는 경우에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체제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자본운동의 부산물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는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실현”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빈부격차 완화를 통한 계층통합’과 ‘5대 차별해소(성, 학벌, 장애인, 비정규직, 외국인근로자)를 통한 평등사회 구현’ 등을 보다 구체적인 추진과제로 제시한다.

빈부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생존이 불안한 비정규직노동자가 전체 노동자들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어, 민심 이반을 낳고 체제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것이 현 시기 자본운동의 주요 부산물이고, 동시에 이것이 노정권을 낳기도 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든 완화해야만 노정권의 안정도 가능하고 체제도 정당화 될 수 있다. 그리고 동북아경제국가 구상으로 구체화된 국가경쟁력강화라는 자본의 생존전략에 노동자를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과제에서는 뚜렷한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신자유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인수위 백서의 ‘5대 차별해소를 통한 평등사회 구현’ 과제를 서술하며 ‘비정규근로자 보호,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소제목의 내용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방안의 기조는 균등대우 및 남용방지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은 비정규근로의 사용 및 노동시장 유연성 자체는 인정하되 차별과 남용을 막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ꡔ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ꡕ 중 「정책보고서」)


언제나 해고시킬 수 있는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자본가가 비정규노동자를 “차별하고 남용”할 수 있는 것인데, “노동시장 유연성 자체는 인정하되 차별과 남용을 막자”고 한다. 마치 암세포가 몸 전체에 퍼져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에게, 암은 그대로 두고 건강을 찾아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더구나 그마저도 “비정규근로자 보호를 위한 대안을 마련할 때에는 그것이 노동시장에 미칠 수 있는 의도되지 않은 결과를 고려하여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라고 한다.


지금까지 12개 국정과제에 나타나는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서술했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이 이를 관철시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구상은 북핵문제를 만나 심각한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외국자본이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수하고 있다. 국내자본도 경기침체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노정권은 부르주아정치분파들에 대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극우적 세력인 언론과 대립하며, 파병문제로 자신의 지지기반인 시민단체들과 충돌했다. 노정권의 또 다른 지지기반인 노동자들을 두고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사회민주당과 경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자 민중의 대응이다. 즉,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표현되는 국가경쟁력 강화논리에 노동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적인 문제이다. 정권의 의도대로 자본을 지휘관으로 하여, 날로 격화되는 세계경제 전쟁에 노동자들이 성공적으로 동원된다면? 만약 승리한다면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대한 풍요 속의 빈곤이다. 승리의 과실은 거대할 것이지만 바로 그 승리를 위해서는 외국 노동자보다 더 적은 임금에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승리의 열매를 자본에게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패배한다면? 공평한 기아와 파멸이 돌아올 것이다. 

한/노/정/연

2003-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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