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제106호 이전)

현장에서 미래를 > 알림-소식 > 목록보기 > 글읽기

 
김명희 후보의 글

현장에서 미래를  제9호
한노정연

자 료


이번 4월호 자료란에는 제15대 총선에 민주노총 후보의 자격으로 출마한 김명희(서울 성동을) 후보와 박순보(부산 연제구) 후보의 문제의식을 집약한 글을 싣는다.
김명희 후보의 글은 지난 3월 7일 민주노총 간부수련회에 배포되었고, 박순보 후보의 글은 지난 3월 26일에 있었던 기자회견문이다.


15대 총선에 임하는 입장과 제언


4.11 총선이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매우 촉박한 시점인 지난 2월 28일 서울지하철노동조합 해고자 원상회복 투쟁위원회(이하 “지해투”)에서 저는 총선에 입후보할 것을 천명했고 그 각오를 공식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그 준비의 정도가 너무나 미흡하고 물리적 시간 또한 턱없이 부족한 시점에서의 이러한 선언에 대하여, 그 대의와 당위는 인정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실정입니다.
이에 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관한 저의 입장과 4.11총선에 입후보하는 목적에 대하여, 그리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동의하는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모든 조직과 동지들에게 간곡히 바라는 바를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민주노총건설의 역사적 과제와 맞물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문제는 항상 우리 노동자 모두의 화두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세력으로서의 가시적 진출이 시작된 87년 이후 민주노총이 건설된 오늘날까지의 도정에서 노동자 대중과 밀착하여 실질적이고 조직적인 정치세력화를 추진한 적은 없었습니다.
부분적이거나 특정 정파에 의해 추진되다 대중 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실패한 경험만이 전부일 뿐입니다. 또한 그 실패의 경험조차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밑거름으로서 백분 살려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패배적 사고의 근거로만 남아 있는 듯 합니다. 특히 경험의 주체였던 사람들 중 다수가 최소한 현상적으로는 더욱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우리노동자들의 건전한 정신을 흐려놓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저는 그 원인을 이렇게 진단합니다. 물론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노동자 대중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었고, 대중과 함께 긴 호흡으로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기보다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현실정치에서 (노동자 대중이 따라오거나 말거나) 일거에 가시적 성과를 얻고자 하는 조급함 때문이었으며, 조직된 노동자 대중 속에 뿌리를 두지 않은 (즉 대중적 지도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 추진하면서 대중지도자들을 정치적 지도자로 세워내려는 노력보다는 지도의 대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주역들 절대 다수가 그 후 노동자 대중에게 아무런 책임도 없는 듯이 훌훌 털로 제멋대로 노동운동진영에서 발을 빼 버렸습니다.

제가 이번 4.11 총선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이번 선거에서의 당선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또 하나의 실패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마저도 정말 값진 경험으로 삼을 것이며, 그 경험을 딛고 향후 지속적인 정치활동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진영이 추진하는 광범위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일조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정치적 목표는 지금까지 행해져온 반노동자적이고 음모적인 보수정치구조를 타파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지향인 노동자,민중의 참세상 건설이라고 믿습니다.
다라서 저는 당장 부정부패한 현실정치에서의 당선을 바라보고 유연성이라는 허울 좋은 선거 전술을 펼치지도 않을 것이며, 지역구에서의 득표를 고려한 사탕발림같은 공약 남발 또한 거부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의 삶의 질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왜 노동자, 민중의 삶의 질이 더 척박해지고만 있는지 그 본질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진정한 개혁과 사회안정의 대안으로써 노동자를 비롯한 진정한 진보적, 양심적 세력이 정치 주체로 나서야함을 분명히 주지시킬 것입니다.
즉 선거전술에 있어서 무엇보다 노동자후보로서의 원칙과 대의를 철저히 지킬 것입니다.

오늘날 역사를 변화시켜온 주체이며, 또한 앞으로도 역사의 주인일 수밖에 없는 우리 노동자들은 국민의 절대 다수라는 수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권력과 자본에 의해 우리들의 삶은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개혁을 위장한 정치꾼들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노동자들의 투쟁을 포함한 모든 민중운동, 민족민주운동의 투쟁 성과는 언제나 정치적 기회주의자들에게 돌아갔으며, 그들만의 전유물로 활용되었고 그러는 사이에 우리들의 본질적 삶은 육체에서 정신까지 비탄과 자중지란과 패배주의로 피폐화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노동자의 정치적 역량이 너무나 빈약하다는 사실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산업구조조정에 의한 고용불안, 임금가이드라인 등 저임금정책에 의한 생계불안, 신인사제도 등에 의한 신분상의 불안, 그리고 해고, 구속은 물론 노조전임자 축소, 전임자에 대한 임금동결 정책 등등 숨쉴 틈도 없이 들이닥치는 탄압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내는 투쟁조차 힘겨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목적의식적인 정치적 훈련은 더욱 부재합니다.

다행히, 민주노총은 건설 원년을 맞이하면서 사회적 제모순을 노동자가 앞장서서 개혁하고자 사회개혁투쟁을 가장 중차대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정치위원회로부터 가맹 단위별 혹은 지역별 정치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87년 이후 여러번의 정치 격변기와 투쟁을 통해 치른 희생과 경험에서 비롯된 소중한 교훈을 바탕으로 민주노총이 그 깃발을 세우면서 천명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적달성을 위한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은 ‘96년 임단투에 돌입해 있거나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96년도 투쟁을 준비하는 조직 상태에 대하여 깊이 알지 못합니다. 또 우리 노동자들이 이번 총선에 대하여 얼마나 의미있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도 잘 알지 못합니다. 선거 이후에 나타날 제반 현상에 대해서도 쉽게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 밖에도 점검과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무수하게 많고 입후보를 결심한 입장에서 내용적 형식적, 물적,인적으로 너무나 많은 부분이 미흡합니다.
한마디로 안개가 자욱한 대지를 보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매번 그래왔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교과서적 이론적 모색은 숱하게 해왔으면서도 현실 정치구조를,특히 조합원 대중고 함께 투쟁을 통해 바꿔보려는 실천적 현장 훈련 경험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이번에야말로 비록 너무나 많은 부족함을 안고 있지만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현장 훈련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크게 보면 시기상조일 수 있으며, 이번 선거로만 보면 너무 늦은 결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이 노동자후보의 당선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정치세력화를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중장기적 전망 속에서 세워졌다면, 그리고 저의 출마가 그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천의 일환으로써 공유된다면 자연인 또는 개인 아무개가 아니라 서울, 나아가 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한 후보일 수도 있는 민주노총 후보의 출마는 부산과 김천에서의 출마와 더불어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전망에 대하여 민주노총을 신뢰하는 만큼 희망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저는 비록 희생적인 선거 경험이 될지라도 이번 선택이 한 개인의 실험으로 끝나지 않고 민주노총의 강령과 전문, 규약 정신에 입각한 원칙과 대의에 충실히 복무하는 민주노총 후보로서의 전술과 선거투쟁을 차분히 실천할 것입니다.

더불어 민주노총 중앙지도부 및 각급 단위에 다음 사항을 제한 요청합니다.

첫째, 중앙집행위원회 또는 중앙위원회에 4.11 총선에 관한 중앙 차원의 대책기구를 구성함은 물론 민주노총 후보가 출마하는 서울,부산,김천 등에 권역별 선거대책본부를 설치하여 민주노총 후보가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선거에 임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지원하여 주십시오.

둘째,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앞장서고자 하는 간부 및 조합원이 총선 투쟁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가능한 전문역량과 필요시 조합원 대중을 조직하여 주십시오.

세째, 당면의 선거 쟁점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재정 축적을 위해 이번 선거 기간 중 정치적 관심도가 고양되는 시점으로부터 모금운동을 시작하여 주십시오.

네째, 선거 투쟁을 통한 성과를 조직적으로 수렴하여 정치세력호의 기초이자 발판이 될 정치위원회를 더욱 활성화하여 주십시오.

저는 이상과 같은 입장과 희망적 기대를 판단의 기본적 근거로 하여 서울지하철 노조, 전지협,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총으로 이어지는 추천과 후보선정 절차를 걸쳐 민주노총 후보로서의 출마할 각오를 밝힌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입장을 달리하는 의견도 있다고 보입니다. 노동자 후보전술에서 개인적 판단은 방침 선택의 근거일 수는 있지만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정치세력화의 조직적 발전 전망이 없는 후보전술은 시간과 돈과 인적 자원의 낭비일 뿐입니다.
저는 위에서 제기한 네가지의 원칙과 요청이 민주노총 내에서의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비록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하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정치세력화의 역사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도를 강력히 원합니다.

1996. 3. 김 명 희 한/노/정/연

1996-03-20 00:00:0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