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제106호 이전)

현장에서 미래를 > 특집 > 목록보기 > 글읽기

 
극우세력의 공세,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89호
김승헌외


좌 담∙극우세력의 공세,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유영주∙두 개의 생존 위협, 노동력 유연화 공세와 한반도 전쟁 위기
정세란 계급간 투쟁의 형세를 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간의 투쟁이 정세를 규정합니다. 그리고 양대 진영 사이에서 소자산가계급―중간층, 농민층 일부―는 동요하며 보다 강한 편으로 이동합니다.
투쟁은 다양한 문제를 두고 나타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노동력을 보다 유리하게 판매하려는 노동자계급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하려는 자본가계급 간의 투쟁이 일어납니다. 임단투로 표현됩니다. 정치적 수준에서도 나타납니다.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유지․강화하려는 자본의 정치와 착취체제를 부정하는 노동의 정치가 서로 권력을 획득하려고 충돌합니다. 이는 노동자정당과 자본가정당의 충돌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념과 정책으로 대중을 견인하고자 하는 이념투쟁이 이른바 여론을 획득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국내의 현실은, 경제적(공장에서 개별자본가가 노동자를 통제하는 인사권, 경영권으로 표현되는 권력과 크게는 자본가 단체), 정치적(한라당, 민주당 등 자본가정당과 자본가 국가기구), 이론적(보수언론과 자본가계급에 고용된 학자) 수준에서 조직된 자본가계급과 오직 경제적 조직인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조합조직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아직은 미약합니다. 노동자계급의 열세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현 시기 정세를 봅시다. 노동자대중이 임단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본가계급의 정권인 노무현 정권은 철도노동자투쟁을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른바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이념공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초국적 자본, 군수자본의 대변자인 미국정부의 북한에 대한 전쟁위협은 노동자 민중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특집의 두 번째 글 “두 개의 생존 위협, 노동력 유연화 공세와 한반도 전쟁 위기”에서 다루는 주제입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파시즘이 구축되고 있고, 여기에 힘을 받아 국내에서도 극우세력이 돌출되면서 노무현 정권을 더욱 오른쪽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특집의 첫째 글인 ‘좌담, 극우세력의 공세,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입니다.
경제적, 정치적, 이념적 수준에서 노동자계급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그리고 국제적 수준에서 세계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해 봅시다.

좌담: 극우세력의 공세,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 참석 : 김승호(사이버노동대학) 양규헌(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오세철(사회주의정치연합) 이종회(노동자의힘) 이상 가나다순
■ 사회 : 채만수(연구소 소장)
■ 기록 : 권정기(편집위원)

■ 일시 : 2003년 7월 8일 14:00~17:00
■ 장소 : 한노정연 세미나실


채만수: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쉽게 시작해보면 소위 우익층이라고 이야기하는 곳에서, 그리고 완고한 우익의 대변자인 조선일보 등에서, 해방이후의 좌우대립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좌라고 이야기되는 진보진영에서도 좌우대립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정세의 큰 틀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해방이후의 좌우대립이 다시 재현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당시 좌우대립과 현재의 대립의 차이는 무엇이고 같은 것은 무엇인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에 대한 노동자민중진영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고 모였다.

이종회: 무엇 때문에 큰 좌우대립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채만수: 우, 좌 모두 좌우대립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세철: 나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상황이 너무 부풀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세를 그렇게 인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무엇을 가지고 그런 평가를 내리는지를 먼저 이야기해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최근에 나타나는 우익의 모습은 급작스러운 모습이 아니고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채만수 소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었으면 한다.

채만수: 무엇보다도 우익진영이 대중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년 1월초부터 구국기도회라는 이름으로 10만의 대중집회가 있었고, 3.1절에도 10만명이 시청 앞에 모였다. 그 후에는 ‘교장자살사건’을 가지고 전교조를 공격하면서 또 나타났고, 최근에는 네이스와 관련해서 교육부총리 출신이 핵심이 되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6.25전쟁기념과 관련하여 6월 21일에 11만이 시청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물론 집회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금년에는 보다 대중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동원해 스스로 좌우대립을 이야기하고 있고, 지금의 정세를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오세철: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대선 전부터 좌익척결운동본부가 결성되어 있었고, 이른바 ‘친북좌익단체 리스트’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준비기를 거쳐 오면서, 이들이 대중을 본격적으로 동원하게 된 계기는 촛불시위에 대응하면서부터이다. 동원되는 대중들은 대부분 기독교인들인데, 몇몇 보수교단들이 나서고 있다. 교인들의 특성상 목사들의 지시를 잘 따른다. 그 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예비역 군인들이 동원되고 있다. 이들 또한 명령을 잘 따르는 계층이다. 동원력이 된 내용은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원된 대중이 10만이 되었다고 해서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단지 극우 반동 세력의 대중적 힘을 과시하고 보여줌으로써 진보진영에게 자극을 주는 효과정도의 의미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언론문제를 덧붙이자면, 나는 조선일보의 독자마당을 꼭 본다. 글들의 기조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정권의 성격을 문제 삼고 있다. 즉 김대중 정권도 빨갱이 정권이지만 노무현 정권도 빨갱이 정권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그러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 하나는 지역감정에 기반하여 호남에 대한 적나라한 매도와 비판의 글들이 올라온다.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노무현에게 그대로 넘어온 것이, 전자의 글이 나오게 되는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빨갱이 정권이라는 시각에 근거해서 노무현의 등장 이후 극우세력이 대응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본다.
그런데 이것은 좌우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전혀 좌익적이지 않은 정권을 대상으로 하여, 허구의 좌우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보수/혁신 대립, 혹은 좌우의 대립구도가 아닌데, 우익집단들이 그렇게 몰아가는 의도와 기획이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채만수: 말씀하신 것을 정리해보자.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의 등장이 계기가 되어서, 단지 현상적으로 좌우대립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사실은 이것은 진정한 좌우대립구도가 아닌 허구적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고 뭔가 배후에 거대한 기획이 있다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을 지적하셨다고 생각한다. 이 좌담에서도 과연 그러한 대립구도의 배후가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배후가 누구냐는 것을 이야기 해보았으면 한다.

김승호: 극우세력의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의 움직임에 심상치 않은 점이 있기는 하다. 좌담의 기조에 따라 말하면,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이든 정치적이든 상당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세계경제가 더욱 침체되고 그에 따라 공황, 전쟁, 파시즘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렇게 가면 갈수록, 국민들의 정치적 분화와 양극화가 한층 더 날카롭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인식 하에서 현재 나타나는 극우진영의 움직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극우세력의 움직임을 해방정국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우선, 현재의 상황이 해방정국과는 다르다는 것, 허구적이라는 것을 폭로할 필요가 있다. 해방정국에서는, 친미문제를 놓치고 있었고 친일파 청산문제가 주요하게 제기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사회주의로 가는 전망을 가진 주체 즉 좌익이 강력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중적 공감도 광범했기 때문에 좌우대립이 치열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딴판이다. 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 이후 진보진영이 많이 성장하고 발전했다고 하지만, 그 진보의 내용이 자유주의(리버럴리즘)인지 진정한 진보인지 아직 분명하게 분별․정립되지 않고 있다. 또 진정한 의미의 진보 즉 좌파는 90년대에 들어와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현재의 정치지형이 좌우대립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대립 내지 양극화는 노동자`민중의 일반민주주의적인 각성과 진출(좌파적 진출이 아니라!)에 대한 지배블럭 측의 대응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고, 이런 측면에서 극우세력의 공세가 도발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해방정국의 경우 공세의 주도권을 좌익 측이 쥐는 속에서 우익 측의 반격으로서 빨갱이 때려잡기 등 좌우 대립이 첨예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도권을 자본과 정권 측이 가지고 있다. 저들의 공세는 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또는 제도․정책 개혁이라는 형태로 일방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총자본의 공세를 보면서, 지배 측이 극우세력을 앞세워 노동자․민중 측에 대해 더욱 강화된 공세, 더욱 ‘일방적’인 신자유주의 공세를 추구 또는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파시즘적인 방식을 동원해서 그렇게 할 가능성도 있다. 걱정되는 지점이다.

채만수: 김승호씨는 극우파의 움직임을 좌우의 대립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일반민주주의 확장과 파시즘의 강화 사이의 대립이라고 규정하시는데, 그러면 노무현 정권내부에서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들이 일반민주주의 확장에 기여한다고 볼 때, 정세를 ‘노동자 민중과 개혁세력’ 대 ‘파시즘적 극우세력’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좌우의 대립으로 본다면 ‘노동자 민중’ 대 ‘극우세력과 노무현 정권과 개혁세력’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최근 정세와 관련해서 누구에게 주도권이 있었는가 하는 문제도 조금 다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김승호 씨는 주도권이 자본과 정권에 있다고 보신다. 그러나 제가 볼 때는(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물론 가장 근본적으로는 저들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87년 이후 노동자민중진영이 정세를 주도해오고 있다가 최근에 와서 극우진영이 이를 되돌리려고 반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극우세력이 최근에 와서 권력이 정말 자신들의 것인지 의심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종회: 87년 이후 정세의 주도권이 자유주의자까지를 포함하여 노동자민중진영에게 있었다고 생각된다. 노무현 정권 출범의 이후 노동운동에 많은 확장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초반에 깨져 버린 것은 우익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우익들의 움직임을 보면, 기존 좌익척결국민운동본부, 자유총연맹 등에 더해서, 최근 우익 학생단체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근본적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출현 이후 자본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가장 강하게 긴장이 표현된 것이 이라크 전쟁이었다. 미국과 유럽, 달러와 유로의 갈등으로 표현되는 자본간의 경쟁이 국가간의 긴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우익정부가 들어서고, 우경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87년 이후에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와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가 맞물려서 진행되어 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90년대 이른바 신경제를 이끌었던 동력은 경제적 신자유주의와 정치적으로 68세대들(히피 등으로 표현)이었다. 신경제가 자기 한계에 의해서 깨지고 자본 간의 긴장 국면이 나타나면서 보수정권의 등장으로 나타났다. 남한의 경우에도 신자유주의 정책들인 자유화 개방화 등이 십여년 진행되면서 자본의 긴장의 정도가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초국적 자본의 경쟁과 맞물리면서 이제는 국내자본이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고,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의 토대가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일반민주주의 확장은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김승호: 87년 이후 현재까지 정세의 주도권이 노동자 민중 진영에게 있었다고 하는데, 본인이 보기에 그러한 상황은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전까지이다. 구체적으로는 91년 공안정국에서의 패배가 고비였다. 노동자 민중이 정세에 대한 주도력을 가지고 있던 시기는 최대한 늦추어 잡아도 김영삼 정권 때까지이다. 96~7년의 노동법개정투쟁 총파업이 마지막 공세였다.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민주변혁 운동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 시절에 오면서 정리해고가 수용되고 구조조정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등 이미 자본과 정권이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고, 노동자 민중 진영은 확실하게 수세에 몰렸다고 본다. 전체적 계급역관계를 보면 97년 IMF사태 이후부터 노동자 민중 진영은 반격할 힘조차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쟁점인 것 같다.

이종회: 87년 대선에서 독점자본에 기반한 노태우 정권이 집권하면서 노자간의 관계에서 본다면 자본이 주도권이 쥐고 왔다는 것은 맞다. 그리하여 노태우 이후 각 정권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좌우대립의 성격은 해방이후 형성된 국가권력이 반공과 반북, 친미를 이념적 기반으로 해오면서 형성되었다. 이러한 좌우를 구분하는 기반이 결정적으로 붕괴된 것은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과 방북이다. 그러면서 해방이후 형성되어온 좌우대립의 이데올로기 기반은 붕괴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고, 지금은 좌우대립의 지반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남한을 포함한 국제독점자본이 주도하는 시장경제에 편입된다면 더 그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세철: 좌우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친자본이냐 반자본이냐 하는 구도가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념적, 정치적 수준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토대를 근거로 해서 좌우의 규정을 본다면 극우세력과 노무현 모두 친자본이다. 이들 내부의 문제들이 마치 좌우의 대립으로 현상화하는 것은 문제이다.

채만수: 현 정세를 일반민주주의 흐름의 확장과 파시즘 고수의 흐름과의 부딪힘이다라고 볼 때, 노무현 정권과 지지자들인 개혁파들은 전자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 파업에 대응하면서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투쟁을 고립화시키고 이데올로기 공세를 강화하는 등 자본 중심으로 있는 것이고 이러한 차이가 있다.

오세철: 그러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소수의 극우를 제외하고 보면 이것은 친자본의 틀 안에서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수세력(한나라당 등)과 노무현정권의 차이는 내가 볼 때 세대차이로 본다. 노무현정권이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이야기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세대의 차이가 전면에 걸리면서 계급적 문제, 보혁간의 차이가 은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측면에서 보면 노무현이나 한나라당이나 친자본세력이다. 이 세력 내의 차이는 지역기반에 약간의 차이가 있고, 보다 큰 것은 세대간의 차이라고 보고 이 대립이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40대 중반, 50대, 60대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노무현 정권은 20, 30, 40대 초반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세대가 갖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채만수: 오세철 선생의 말에는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극우세력은 제외한다고 말하는데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 정세를 규정하는 좌우의 흐름의 근원은― 주제는 극우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의 주체가 극우이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로는 세대가 특이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극우의 경우에도 청년층을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아주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오세철: 극우들이 대중을 전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과도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중조직끼리는 과거부터 이미 대당하는 조직이 있었다. 한국노총 대 민주노총, 한총련과 보수적인 청년단체, 전교조대 한교총 등등이 있을 수 있다. 극우가 기획했기 때문에 이것이 극우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극우에 의한 의도적 조직화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이종회: “극우세력에 의해 기획된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시죠?

채만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대립구도가 극우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김승호: 마치 그 동안 진보세력이 계속 득세하니까,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 집권하면서 더욱 그러한 방향으로 진전될 것이 예상되니까, 이에 대응하여 극우세력이 역공을 취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김대중 정권 시기에 오면서 반북 이데올로기가 크게 약화되고 의식의 측면에서 탈냉전화 되기는 했지만(그런 점에서 일반민주주의적 의식에 진전이 있었다), 전반적인 이데올로기 지형은 보수 즉 친자본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축적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보수 지배층은 신자유주의로부터 신자유주의 파시즘으로 반동성을 더욱 강화해 가고 있다. 이것이 현재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지형의 움직임이다. 최근 조선일보나 극우세력이 설치는 것은 보수 지배층 전반이 더욱 반동화되고 있는 조짐으로 봐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나는 IMF 사태와 김대중 정권 등장 이후에는 지배측과 노동자․민중 사이의 역관계가 확실하게 역전되어 자본과 정권이 주도권을 가지고 공세를 취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지형이 지속․강화되고 있다고 본다.

채만수: 한국에서 보수지배층의 지배이데올로기의 중심축 중 하나가 반북의식이었고, 이것이 약화된 것에 대해 과소평가하시는 것이 아닌가 한다?

김승호: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과 특히 6․15선언 이후 반북의식이 크게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배블럭과 노동자 민중 사이의 세력관계를 역전시킬 만큼 현실타파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종회: 해방 이후, 87년 직후 외에는 항상 자본이 우위였고, 97년 경제위기 이후에 자본의 주도권은 더욱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적으로는 사회당이 TV에 나와서 ‘나는 사회주의자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친북이냐 반북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무너지지 않았는가?

김승호: 너무 과대하게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냉전적인 사고틀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허물어진 것은 아니다. 그렇게 보면 6․15공동선언 등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평가하는 것이 된다. 이 점은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햇볕정책이나 6․15선언이나 노동자․민중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주의적인 보수정권에 의해 이루어진 점에서 그 한계는 명백하다. 냉전․수구는 약화되었으나 타파되지 않았고 보수 헤게모니는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생각된다.

채만수: 주제를 잠시 돌려보자. 아까 좌우대립문제가 나왔다. 해방 후하고 지금하고 비교해보면 좌우의 대립이 발생하고 전개되는 그 바탕은 많이 달라지 않았는가? 이런 측면에서 지적할 만한 것은 없는가. 언뜻 나왔는데 해방 직후에는 좌측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떻게 다른지 등등을 이야기 해보자.

오세철: 해방 후 당시의 좌익 분포를 70~80%로 본다. 물론 그 세력의 계급적 기반은 어떠한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르기는 하겠지만, 대부분들 그렇게 보는 것 같다.

채만수: 그들이 좌익이라고 할 때,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좌익들의 계급구성은 어떠했겠는가?

오세철: 물론 지금 같지는 않았겠지만, 전평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자계급의 대중적 기반이 상당히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한 기반 없는 지식분자들만의 성향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종회: 당시를 보면 좌익이 80%라고 하는데, 사는 것 자체가 좌익일 수밖에 없게 만들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식민지 상황을 거치는 과정에서의 해반직후에는 우와 좌의 구분이 남과 북, 미․소, 일본대 독립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등 정치적 이념구분이라고 하면, 지금은 명백히 경제적인 수준에서의 대립, 즉 노동과 자본의 대립으로 봐야하지 않겠는가?

오세철: 그렇다. 그래서 나는 앞에서 노자간의 대립에 기초한 친자본 반자본의 구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채만수: 당시 좌익의 힘은 전평과 사회주의 정치조직으로 대표되는 아직은 소수인 노동자와 다수의 농민(소작인)들의 지지였다. 대중적인 힘은 농민으로부터 나왔다. 노동자계급이 농지개혁을 통해 농민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조건이었다. 지금의 대립구도라고 하면 자본대 노동자계급이다. 노동자계급이 당시의 좌익처럼 이념적으로 전진되어 있지는 못하지만, 대중적 힘이 커졌고 폭넓게 운동하고 있다.
다시 현 정세에서 진행되고 있는 좌우대립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오세철: 나는 이번 좌담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방식, 즉 극우를 중심으로 정세를 분석하는 것에 문제를 느낀다. 극우 중심으로 진영을 분석하고 그것에 대항하는 노동계급의 대응을 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있다.
채만수 소장이 이야기하시는 극우세력의 기획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본 스스로가 자본의 운동은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극우세력이 그것을 이용할 수는 있다. 극우세력과 조․중․동 대 노동진영의 대립이 아니라, 전체 자본운동에 복무하는 세력과 노동진영의 큰 구도를 말해야 한다.

이종회: 현재의 시점에서 좌우대립이라고 말하면 크게 보아 노자간의 대립이다. 그리고 이 한편에 붙어 있는 것이 자본 내부간의 긴장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노무현의 노동정책은 개혁적 신자유주의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것처럼, 민중주의적 성향도 있다. 여기에 반대하는 독점자본분파의 공세가 있다. 이러한 자본내부 간의 긴장을 좌우대립이라는 의제화된 대립으로 몰고 나가고 있다는 것을 말씀하고 있는 것 같다.

채만수: 물론 크게 보면 노무현 정권은 자본의 입장이다. 그러나 극우세력과 구분되는 점들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지금 극우세력들이 노무현 정권을 견인해나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김승호: 그들 간에는 차이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권은 아무리 봐도 보수정권이다. 일반민주주의 확장, 반북의식 약화, 친미의식 약화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보수냐 혁신이냐 하는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보수가 곧 수구가 아니다. 합리적이고 인도주의적 보수는 왜 상정하지 않는가?
노무현 정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와 그 측근들인 이른바 386들은 확실한 보수이다. 많은 경우 좌파에서 이탈한 부분들로서 노자간 어느 한쪽에 확고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전제해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동북아 중심국가’니 ‘동북아 경제중심’이니 하는 비전 자체가 자본의 것이지 노동의 것이 아니다. 다만 부르주아적인 합리성을 갖추려는 측면과 폭력을 내세우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측면들도 자본운동이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대화와 타협보다 일방성과 폭력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개혁과 수구 사이의 다툼도 이런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나라당, 개혁당 같은 것이 정치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모두 자본운동 안에 위치해 있다. 자본운동이 위기 징후를 드러내고 있는 데 따라 조선일보 같은 수구세력만이 아니라 개혁파를 포함한 보수세력 전체가 지금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또 자본세력이 전지구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는 것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이종회: 크게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렇게만 보면 소시기 전술과 정세는 없어지고 만다.
문제는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동아일보 같은 신문에 혁명세력이 청와대를 접수했다고 나기까지 했다. 김대중 정권은 철저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고, 자본과 떨어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노무현정권의 등장은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이어 추진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적 개혁을 더 진행해보려고 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오세철: 동의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환상이고 본질이 은폐되어 있다. 내가 노 정권의 성격을 이야기하면서 정권의 기반인 세대이야기를 한 것은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특징이 있는데 진취성, 자주성, 창조성 이런 것들이 있다. 노 정권은 이러한 부분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러한 기반으로 당선된 것이다. 이러한 세대는 두 측면이 있다. 자율성 등으로 좋게 평가된 면도 있지만 이러한 특징이 자본과 결합되었을 때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30대의 특징에는 좌우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이 자본과 결합되었을 때 어떠한 결과를 낳고, 또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파악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

이종회: 20~30대는 월드컵 때 다르고 촛불시위 때 다르다. 그리고 노사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이념적 기반은 있다. 그리고 국가주의에 경사될 가능성도 있다. 대중전취의 문제 아닌가?

오세철: 그것은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창조성, 진취성 이러한 측면이 자본주의 소비문화 안에서 포섭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분열적이기도 하다. 자신의 지지기반이 다양하고 중층적인 성격을 가지는 만큼, 정권의 성격도 유사하다. 이런것을 가지고 버텨 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채만수: 그러면 젊은 세대의 경향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경향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오세철: 공통점도 많다. 젊은 세대들은 좌우가 없는데 이것은 국가주의, 보수와 결합할 가능성이 많고 그런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채만수: 정세에 대한 인식과 노무현 정권의 성격에 대해 조금씩 규정이 다른 것 같다.
주제를 바꿔, 이후 후 대중들의 동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 이야기 해보자. 먼저 대중들의 동향과 관련해서 세대적 특성이 있고, 이러한 부문이 다양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오세철 교수는 말했는데.....

오세철: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가지고 있는 생산주체로서의 단결력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문화, 소비영역에서 소비주체로서 개별화되고 완전히 깨진다. 그런 점에서 자기분열을 겪고 있다. 그래서 노동계급의 20~30대와 50대가 다르다. 어떻게 이들이 통일성을 갖게 하는가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양규헌: 현재의 좌우대립과 충돌이 아주 심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대립정도와 원인이 무엇인지를 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너무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해방직후와 비교해서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은가 한다.
김대중 정권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넘어오면서 우익은 끊임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왔고, 시기 시기마다 정세에 미치는 힘이나 정치에 영향을 주는 정도도 다양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급기야 대중행동으로 나섰는데,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는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들이 행동으로 나선 결정적 계기는 대선이었다고 생각한다. 극우세력에게 노무현하면 적과 다를 바 없었다. 이와 더불어 김대중이 방북건은 극우세력들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불만이 내재되어 있었고, 이러한 불만들이 대선을 계기로 대중행동으로 나서게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이것이 그들을 행동에 나서게 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과도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해방 직후 문제는 보면, 당시 전평 등의 투쟁은 양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질적으로는 지금보다 앞서 있었다고 생각된다.

채만수: 극우세력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하는 것인데, 과도하게 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양규헌 : 그래서 극우들의 대중행동도 1년 정도 지나면(노무현이 우경화하여 우익세력의 불만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조용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만수: 정세를 이야기하면서 좌우대립이라고 하는 것이 있지만 큰 것은 아니라고 여러분이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러한 충돌의 바닥에 세대문제와 대중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대중이 어디로 갈 것인가의 문제는 계급의 역관계 속에서, 그래서 정세에서 결정적인 문제이다. 현재 대중이 좌우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러면 이것은 앞뒤의 모순된 점이 있지 않은가?

이종회: 지금 노무현 정권은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등 세계화․개방화와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등 이러한 것들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것들과 맞물리면서 자본분파간의 긴장이 강화되고 우익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긴장은 더욱 강화되어 표현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극우세력의 움직임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동요하고 있는 중간계급이 계급역관계에 의해 이동할 수 있고, 우익에 의해 동원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채만수: 대중동원을 위한 이데올로기 공세는 동북아 중심국가, 성장우선주의 등 이데올로기 공세를 취하면서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좌우대립구도가 있다.

김승호: 당연히 대중을 전취하기 위한 경쟁과 대립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반자본 세력에는 대중을 고양, 전취하기 위한 계획이 없는 반면 자본측은 공황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대중 동원을 보다 더 적극화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이 파시즘으로의 회귀로 귀결될 것인지 아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공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그리고 공황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 왔을 때 좌파세력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극우세력이 헤게모니를 갖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보수세력 전체가 신자유주의에 파시즘이 결합된 패러다임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자본가계급 전체가 테러독재적인 것을 가미해서 신자유주의를 폭력적으로 관철해 나가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 극우세력의 최근 행보는 이런 방향으로 나가자고 바람을 잡는 것이겠고,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노동은 고립되는 것, 이러한 사태를 경계해야 한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날카로운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의 움직임을 지금 바로 실현되고 있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지형인 것처럼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채만수: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노무현 집권 이후 처음 기대했던 것, 반신반의했던 것과 지금은 많이 차이가 있다. 노무현정권의 친자본으로의 가속화된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오세철: ‘노무현정권의 우경화’라는 표현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선거시기의 언행이나 공약 등은 사실 과대포장된 것이다. 어록을 보면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달라졌다고 보는 사람들은 정권이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다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것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노무현은 예전부터 대화와 타협, 법과 원칙을 함께 쓰고 있었다. 본질은 물론이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약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처음에 뭐가 뭔지 모르다가, 이제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나는 노무현의 문제를 그렇게 본다. 그래서 노자간의 대립격화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주의와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 등 전술을 통해 대립을 약화시키려는 노력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호에서 노자간에 타협할 토대가 없어 허구적이다.
그런데 내가 주목하는 것은 문화정치이다. 이것은 노 정권이 양김과 신자유주의 정권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다른 정권과 구별되는 측면이다. 좀 전에 이야기 했던 문화적 측면의 변화와 다양성 역동성의 문제를 봐야 한다. 여기에 노동계급이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채만수: 노무현 정권이 본질적으로 친자본 정권이라 했고, 극우세력이 공세를 강화하게 된 계기가 대선이라고 했다. 노무현을 오해했던, 잘못 봤던 뭔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공세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노무현과 그 지지세력과 극우세력의 갈등과 긴장은 어떻게 발전할 것 같은가?

오세철: 노무현 정권이 계속 친자본측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별 차이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극우세력과 노무현 정권의 내부 분쟁은 축소될 것이다.

채만수: 노무현 정권이 우경화한다면 노무현을 권력으로 옹립한 세력들, 예를 들면 노사모와 개혁파들과의 관계는?

김승호: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그 세력들은 우경화한 노무현도 이회창이나 최병렬보다는 낫다는 논리로 노무현 정권에 계속 비판적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만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극우세력에 맞게 더욱 춤을 출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승호: 개혁파라는 것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면서 노동에 대한 공세에 앞장서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민주적 개혁파로서의 성격은 탈색되고 신자유주의 개혁파로서의 성격은 갈수록 짙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총자본의 입장에서도 개혁파가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교육개혁과 관련해서 보면 네이스의 경우에서 잘 드러나듯이 그것은 민주적 개혁이기보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이고 파시즘적인 성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개혁파들은 이 네이스를 적극 반대하지 않고 있고 전교조에 대해 냉소적이다.

오세철: 문화정치의 기술자라고 보는 것이다. 이념적으로는 자유주의 등에 기반하며 문화정치를 현란하게 하는 것이다. 대중을 아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양규헌: 노무현은 자기철학, 소신, 국정운영에 대한 전망 등이 없는 것 같다. 대선을 치르면서는 금융제국, 군사제국을 우습게 본 측면도 있는 것 같고, 당선 이후 방미, 방일을 거치면서 철학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이종회: 김대중이 당선되었을 때는 ‘국난극복’ ‘실업극복’이라는 국민동원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시민운동을 동원했다. 참여연대 등이 그랬고 소액주주운동 등 이런 것들을 통해 국민동원을 해냈다. 그런데 노무현은 이런 것도 없다. 대중동원 질서가 다른 것 아닌가?

김승호: 그런 점에서 통합된 개혁당이 생기면 노무현 정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대중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 무슨 의제를 가지고 할 것인지는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이종회: 개혁당은 일반민주주의 확장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나라당과 차이가 생긴다.

김승호: 과거 재야와 김대중 정권의 관계에서 보듯이 노무현 정권과 개혁당이 완전히 일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개혁당이 동원하는 대중 쪽으로만 이끌려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개혁당이 동원하는 대중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기보다 그들을 보수 헤게모니로 포섭하면서 총자본의 대리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정권에게 일반민주주의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양규헌: 이미 수년전부터 진보적인 학생운동 세력 출신들의 모임에서, 민노당은 너무 좌파적이라 안 되고, 민주당내의 일부하고 당을 만들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다 한다.

이종회 : 이념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한다. 예를 들면 극우(민주당 구파, 한나라당)파, 개혁파, 민주노동당 등이다. 이들이 당적 질서로 자리를 잡는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이제 정치세력들로써 자리를 잡았다. 개혁파들의 움직임은 일반민주주의 수준에서 주체의 결집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승호: 개혁파가 전취하고자 하는 젊은층들은 일반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좌파 쪽으로 주체화되고 있다기보다 계속 보수측, 자본측에 흡수되고 있다.

채만수: 기존에는 집권세력과 야당, 그 내부의 좌우가 있었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 더 큰 구분이 생기고, 그 내부에 좌우정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개편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김승호: 종래와 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구도가 탄생하고 있는 것는 아니라고 본다.

이종회: 전반적으로는 계투의 진전이라고 본다. 다양한 이념적 경향이 정치세력화하여 자리집고 있는 것이다.

김승호: 뿌리로 보면, 보수 원류인 한민당에서 출발해서 민주당의 신구파와 양김으로 구분되고, 다시 소부르주아 학생운동 세력들이 수혈되는 과정 등이 있었다. 이것이 지금 신․구 주류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계보는 이런 것이다. 그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

오세철: 결국은 총선 때문에 그런 것이다.

채만수: 변화의 정도를 감지하는 정도는 다르지만, 변화는 있다고 한다면 좌담회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노동운동 진영의 대응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해보자.

김승호: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배세력 안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를 지나치게 크게 보는 경향이 우리 내부에 있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 뭔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것인데, 그런 주장은 대선 당시 노동운동 진영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는 별 영향력이 없었다. “한나라당 이회창이 당선되면 큰일이다”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그런데 인수위 과정에서 민주노총 출신 일부가 동원되면서 갑자기 기대가 커졌다고 본다. 그러나 이미 거품은 모두 빠졌다. 개혁에 대해서도 그것이 기조적으로 신자유주의 개혁인 이상 기대하기보다는 경계해야 하는 지점이 훨씬 더 많다. 거기에 더해 국제정세에 있어서도 전쟁과 공황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보수화되고 파쇼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주체적 조건의 준비이다. 신자유주의 반대를 주장해 왔지만 이것을 실현할 주체역량은 매우 취약하다.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해 주체인 노동자 계급은 계속 해체되어가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에 있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화된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문제를 자주 언급하고는 있지만, 온정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처우개선 요구를 대행하는 데 머무르고 있는 점 등 정규직의 관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제도화된 노동운동이 노동자계급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려고 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계급이 해체되어가고 있는 속에서 계급을 재구성하고 조직하고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자 계급은 지난 5년 간 급속히 탈계급화 되어가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파편화 되고 있는 주체의 재결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동안 노동운동이 전노협으로부터 민주노총으로 발전해 왔지만 지금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배경에는 민주노총 건설 과정에서 노동운동단체를 배제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곳, 중소․영세 사업장을 조직하는 데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노동운동단체들을 배제하고서 어떻게 계급주체의 광범위한 결집과 형성이 가능할 것인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계급주체의 결집과 형성의 관점에서, 노동운동이 제도화된 노동조합과 정당의 활동만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노동운동단체와 변혁운동의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하는 대중운동으로 혁신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양규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사고를 가지고는 산별노조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계급의식이 취약한 상태에서는, 계급조직이라고 하는 산별노조를 결성할 의지를 찾기 힘들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채만수: 지금까지는 보수우익 쪽의 공세의 측면에서 정세를 봤다. 그들은 사회문제에 대한 진정한 문제제기나 원인해석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든 은폐하고 거짓선전하는 것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 보수우익의 이러한 공세에 대해서 노동자민중진영이 사회문제의 본질을 더욱 공세적으로 제기하고 폭로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방법이지 않은가?

오세철: 그 문제이전에 노동계급의 주체 형성이 계급바깥에서 이루어진 것이 지금까지 세계노동운동에서 문제였다. 정치에서는 대중을 대상화는 문제가 있었고, 노동조합조직에서는 관료화의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오류를 넘어서는 주체형성의 과정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먼저 전면적인 반성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진영의 공세에 대하여 논하기 전에 먼저 노동운동내부의 적에 대한 비판을 전면화해야 한다. 수정주의, 개량주의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노무현 진영으로 포섭되어 들어간 사람들이 민주노총 내부의 중심적인 인자들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이념적으로 끊어내야 하고 이번에는 노사정위이나 사회적 합의주의나 이런 노선을 들고 나오는 세력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비판을 전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서로 얼굴을 붉히더라도, 전면적 비판과 논쟁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같이 하자든지 말자든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채만수: 치열한 논쟁보다 인품을 통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은 비판해야 한다.

이종회: 같은 맥락일 수 있는데, 민주노총이 정치운동의 중앙조직처럼 역할을 해왔던 그런 과정이 있었다. 이번에 맑스 꼬뮤날레 하면서 진보운동진영에 이념적인 문제에 대한 갈구가 깔려 있는 것을 느꼈다. 작년 1년의 ‘노동자의 힘’ 활동을 돌아보면, 조직간에 토론을 해보면서 기존의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평가와 과제, 진로문제 등에 대해 토론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제 이를 보다 공세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열려진 공간과 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중조직운동 뿐만 아니라, 정치운동 수준에서도 이념적 정립과정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존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분파적, 가족적 관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치열한 논쟁과 비판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세철: 주체형성에서 비정규직과 여성 등으로 중심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이것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운동이 기득권을 지속, 유지하려고 하는 관성이 작용할 것이다.

채만수: 한국이나 세계적으로 정규직을 중심으로 운동해왔던 현실이 그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그리고 세계자본주의 변화에 조응하여, 노동운동 이론적으로도 노동자계급해방을 산업노동자만을 중심으로 보는 이론을 넘어서는 발전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중심에 와있는만큼 이제는 실천적으로, 이론적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김승호: 현실사회주의는 실패했고, 주체사회주의는 고전하고 있다. 그리고 제2인터내셔널의 이론에 기반하고 있는 유럽노동운동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계속 밀리고 있다. 이제는 발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사회민주주의적으로든 국가사회주의적으로든 집권하여 사회구조를 개조하겠다는 변혁의 경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기각하고 주체의 변화 즉 계급형성과 사회구조의 변화를 동시병행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계급형성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불어 제도화된 정당과 제도화된 노동조합, 이러한 양날개론에 기초한 운동 패러다임과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한다. 산별노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권정기: 대안을 이야기하기 위한 전제로, 앞서 이야기된 부분이긴 하지만 재론해 보겠다. 먼저 극우파의 공세가 진행되고 있는 점에는 모든 분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정세에서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 가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르다.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고, 오세철 선생님, 김승호 선생님은 전부터 있었다고 말하시는 것 같다.
제가 볼 때는 세계적으로 지금이 바로 대공황 시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경제의 3대 축인 미국, 일본, 유럽이 경기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혁명적 정세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볼 때 이러한 공황을 돌파한 것은 히틀러의 파시즘과 사회주의 소련이라는 대안 외에는 없었다. 그리고 파시즘은 전쟁으로 연결되었다.
현시기 일본, 미국 등이 파시즘화 보수화 해나가고, 우리나라도 노무현정권이 우경화하고 있다. 97년 경제위기 후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발전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경제위기 이후 노동자 민중의 삶의 조건들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자본 간에 그리고 초국적 자본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를 더욱 강화해야 자본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노무현 정권의 방식은 설자리가 없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자본주의를 개량하는 것을 의미하고, 소부르주아적 대안이다. 이것이 파산나고 있고, 그래서 이제는 파시즘적 대안과 사회주의적 대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동자적 대안, 사회주의적 대안을 만들어내기에는 노동자계급의 역량이 너무나 취약하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대중조직은 경제주의에 머물고 있고, 변혁적 정치운동진영은 아직 써클적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극우반동진영이 공세를 해오고 있다. 그래서 ‘야 큰일 났다’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상당한 힘으로 존재하는 극우세력과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절망한 대중(실업자, 반실업자 등 빈곤계층과 추락하는 중간층)들과 결합하면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극우들의 공세를 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적 대안과 관련해서는 먼저 노동자들이 경제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 대중이 경제주의에 갇혀 있다. 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겠다는 것―경제주의―을 지상과제로 하는 노동자들은 결코 신자유주의를 돌파할 수 없고, 자본의 분할지배전략(정규직/비정규직, 여성/남성, 지식 혹은 사무직노동자/육체노동자 등등)과 싸워 이길 수 없다. 목적의식적 전위와 선진노동자들의 결합이라는 아주 오래된 진리를 다시 움켜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만수: 민주노조운동 그동안 전투적으로 투쟁하면서 많은 발전을 하였지만, 경제주의, 조합주의에 사로잡혀 있어 더 이상의 발전을 질곡하고 있다. 이를 돌파할 정치적 주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잘 지적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내부의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종회: 이런 문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신자유주의는 분할통제를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정규직을 하나의 통제의 기제로 활용한다. 레이건, 대처, 나카소네 모두 내셔널 센터를 무력화하고 분할하고, 바꾸어내면서 체제내로 포섭했다. 민주노총의 경우에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정규직이다. 그런면에서 민주노총은 물건너 갔다고 말들 하는데 타당한 얘기인지, 심한 경우 노동조합운동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를 공황시기라고 말하는데 이라크 전쟁에서도 보여지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들어서기에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본다.

채만수: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주도의 조합주의와 경제주의에 경도되어 함몰되어 가고 있는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민주노총에 근거하고 또 이를 거점으로 삼아야한다고 본다. 그리고 정치적 주체의 기획을 통해서 민주노총이 보다 정치화되어 경제주의와 조합주의를 뛰어넘는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을 청산하고 가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종회: 왜냐하면 문제제기만 하고, 직접적인 언급은 안되는 문제들이다.

김승호: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발전노조파업이나 최근의 총파업투쟁들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계속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논의는 되나 혁신되지는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문제다. ‘문제가 많으니 기대를 버려라’는 태도가 아니라고 하면, 이제는 문제를 안팎에서 활발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채만수: 민주노총의 혁신과 개선의 문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총파업의 실패는 민주노총이 최대한 혁신되어도 극복되지 못할 수 있다. 바로 노동조합이 가지는 자체적인 조합주의의 한계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정치화라는 전술적 기획이 필요하다. 이것만이 조합주의, 경제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다.

김승호: 나는 그 점에서는 다른 생각이다. 민주노총을 발전, 혁신시키는 일은 꼭 정치적 주체나 정치조직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또 필요한 전략․전술적 기획은 노조운동의 정치화만으로 충분한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정치와 경제의 이분법, 노조와 정당의 양날개론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접근방식이다. 그와 같은 이분법을 넘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채만수 소장의 생각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양규헌: 계속된 총파업투쟁이 계속 실패한 문제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말 진지하게 평가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에 대해 사실 민주노총의 내부에서 용인한 바도 없지 않아 있다. 98년 정리해고제 수용과 근로자파견법 수용 등이 비정규직 양산의 직접적 근거였다.
구체적으로 보자.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에도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있고, 더 많아지려고 한다. 이것은 노동조합이 합의해 준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그들의 구호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삶의 조건이 80년 중반으로 돌아갔다. 민주노총의 조직조합원 수가 비록 전체노동자의 5~10%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보신주의로 일관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전체노동계급을 대변하겠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라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해 민주노총이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평가를 통해 당위성이나 정당성이 정말 인정된다면 지금과 같이 그대로 가는 것이다. 어떤 단체가 노조를 만들어서 민주노총지역본부로 보냈다. 그랬더니 민주노총에서 단체와 손을 끊지 않으면 가입을 안 해주겠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노총이다.
채만수 소장의 ‘민주노총도 문제 있지만 다른 것도 문제다’라고 평가할 문제만은 아니다. 정말 심각하게 민주노총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채만수: 나는 이러한 문제가 민주노총 내부의 변화만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정치조직이 함께 발전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양규헌: 서구의 경우 노동조합운동과 정치조직운동이 함께 발전하였다. 우리는 정치운동과 대중운동의 불균형적으로 발전하였다. 이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분명 정치조직의 책임도 있고, 그리고 저에게도 있다. 그러한 책임을 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과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고 신랄하게 비판을 제기하지 않으면 전망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만수 : 오랜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한/노/정/연

2003-07-20 00:00:0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