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1. 들어가며
IMF이후 한국의 비정규노동자1)가 급속히 증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한국에는 이미 상당수의 비정규노동자가 존재해왔지만 IMF를 기점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수뿐만 아니라 고용형태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200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노동인구의 약 56.6%인 772만 명의 노동자가 비정규노동자로 나타나고 있다(김유선, 2003). 또한 여성경제활동참가자 중에서 70.7%의 여성이 비정규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나(김유선, 2003), 노동시장내의 성별분절 역시 심각하다. 고용형태 역시 파트타임․호출근로․특수고용․파견근로․가내근로 등 형태가 다양하다.
이러한 양적 확장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은 정규직노동자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고 임금이 낮다. 정규직 노동자의 주당노동시간이 44시간인 반면, 비정규직노동자는 45.5시간으로 1.5시간 더 일하며, 정규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이 182만원인 반면, 비정규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은 96만원으로 정규노동자의 반에 그친다(김유선, 2003). 또한 비정규노동자의 약 70%가 최저임금미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노동자들이 장시간․저임금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 비정규노동자의 대부분이 사회보험이나 기업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규직노동자의 약 90%가 4대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에 비해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약 20%정도만이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김유선, 2003).
이처럼 비정규노동자는 정규직노동자에 비해 장시간․저임금노동에 혹사당하고 있으며, 기업복지 및 사회보험의 혜택에서도 빗겨나 있다. 따라서 이제 상당수의 사람들이 비정규노동자의 확대 혹은 비정규직화를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비정규노동자의 확대를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게는 되는 현상을 넘은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 역시 존재한다. 즉 현상적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의 생활이 정규직노동자에 비해 열악한 측면을 넘어 자본 운동 속에서 비정규노동자가 확대되는 기제와 이를 통한 노동통제․노동착취의 증대를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운동진영 내에서도 비정규노동과 관련되어 두 가지 상반되는 입장이 제출되었다. 첫 번째 입장은 ‘비정규철폐투쟁’이며, 두 번째 입장은 ‘비정규차별철폐투쟁’이다. ‘차별’이라는 단어 하나가 포함됨으로서 의미는 사뭇 다르다.
첫 번째 입장은 노동시장유연화와 비정규직화를 돌파해야하는 장벽으로 바라보며, 그 돌파점을 동일노동․동일임금과 정규직화로 선정한다(윤애림, 2003.2.11). 이 입장은 노동시장유연화에 따른 고용 불안정성 자체의 극복과 이를 통한 자본의 노동통제와 착취전략에 대한 공세적 저항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입장은 비정규노동자의 확산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노동시장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감안할 때, ‘남성-정규직’에 기반한 고용구조는 점차 그 기반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주장은 남성이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도맡아야 했던 20세기 ‘산업사회’의 잔재이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커지고, 고용형태가 다양화되는 오늘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김태현, 2001). 이 경우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의미를 인정하지만,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사고함으로서 현재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노동의 노동통제 및 착취전략을 옆으로 한 상태에서 비정규노동자와 정규직노동자간의 차별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2)제공이 중요하게 제기된다.
사회적 안전망쟁취에 대한 요구는 이처럼 비정규차별철폐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출되었다는 점에서 일정정도 비정규차별철폐투쟁과 동일시되어왔다. 여기에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4대 사회보험 적용 등은 비정규노동자의 고용상태를 인정하며, 비정규직화를 장기화․정당화시키는 효과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덧붙여졌다. 즉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성을 대세로 간주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적 안전망쟁취가 논의됨에 따라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 논의는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성을 유지 혹은 정당화시키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러나 사회적 안전망 확보가 곧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성을 정당화시키는 것인가? 사회적 안전망의 사회적 맥락에서는 어떤 효과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사회적 안전망 확보와 비정규철폐투쟁은 같이 갈 수 없는 것인가?
본 고에서는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공세적 저항으로서 사회적 안전망 쟁취투쟁을 자리매김한다. 즉 사회적 안전망 확보투쟁이 곧 비정규직차별철폐투쟁과 동일시될 수 없으며, 오히려 비정규차별철폐와 같은 제한적인 투쟁 속에서 사회적 안전망 쟁취투쟁을 고려할 경우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적 안전망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과와 사회적 맥락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할 때, 사회적 안전망 확보와 비정규철폐투쟁간의 조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비정규노동자 삶의 권리 확보, 불안정성의 극복이라는 맥락에서 사회적 안전망 쟁취투쟁을 고찰한다. 또한 어떤 사회적 안전망 쟁취투쟁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전면적으로 맞설 수 있는 반시장화 논리인가 역시 고려한다.
2.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노동시장유연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앞서 노동시장유연화와 노동시장유연화를 추동하고 있는 자본 운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 검토과정을 통해 비정규노동자를 둘러싼 여러 힘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증대에 대해서는 노동력 공급측면․노동력 수요측면․유연 기업이론․기술변화․제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Mangan, 2000). 노동력 수요측면에서는 노동력비용감소를 노리는 자본측에서 비정규노동증대원인을 찾고 있으며, 노동력 공급측면에서는 기술의 변화 및 여성노동력 참가를 중심으로 비정규노동증대를 설명한다. 유연 기업이론은 기업은 기술변화에 따라 해고 및 기술 등에 대한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비정규노동의 증대를 설명하고 있다. Mangan(2000)은 비정규노동의 대부분이 비자발적 비정규노동자라는 것을 규명함으로서 노동력 공급보다는 노동력 수요 측면에서 비정규노동자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비정규노동증대에 대한 설명은 비정규노동이 증대하는 현상적인 측면만을 보여주고 있어 노동비용의 감소라는 자본측의 요구 뒤에서는 자본 운동과 이윤율 저하라는 자본의 위기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1970년대 자본의 이윤율 저하에 따라 등장하게 된 금융자본의 세계화와 이에 대한 이데올로기로서 신자유주의는 비정규노동증대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설명이다.
<표> 이윤율, 1960-1987(%)
|
선진국 |
미국 |
유럽 |
산업전체
정점(a)
1973
1987 |
19.5
15.4
13.6 |
19.9
13.2
11.2 |
20.5
16.0
16.3 |
제조업
정점
1973
1987 |
29.1
21.9
15.9 |
36.4
22.0
15.4 |
21.5
15.4
14.8 |
(a)=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이전의 연도로서 선진국과 미국은 1965년, 유럽은 1960년이다. |
출처 : 필립 암스트롱 외(1991: 362)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전체보다도 제조업 부분의 이윤율 하락이 급격히 이뤄짐에 따라 과잉축적된 자본은 제조업부분이 아니라 금융부분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킨다. 금융자본은 생산자본과 달리 생산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금융상품 그 자체로부터 이득을 얻는다. 따라서 생산자본에 비해 이동이 빠르고, 환율과 이자율 등에 따른 금융상품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흘러 다니게 된다. 이때 금융자본은 국가에 의한 규제 및 국가개입을 꺼린다. 또한 금융자본이 자본 내의 헤게모니를 획득함에 따라 국내내수시장에 기반하여 노동자계급과 타협해나가던 과거의 경험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된다. 즉 과거 내수시장에 기반할 경우 노동자계급의 소비와 인플레이션 등을 동시에 감안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이용되어왔던 사회적 협약은 국가가 없는 금융자본에게는 불필요하게 된 것이다. 오히려 금융자본은 국가에 의한 간섭이 적고, 세금부담이 적은 국가를 선호하게 된다.
이런 금융자본의 뻥튀기된 이윤율은 생산부분에도 강제되어 산업부분의 구조변동을 가속화시킨다. 산업부분은 기간 산업구조변화에 장애물이었던 노동조합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세계적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특정 상품에 대한 비용경쟁을 감행하게 된다. 비용경쟁 및 노동조합의 약화는 다시 말하자면, 노동자에 대한 착취강화와 통제 강화로 연결되며,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노동시장유연성이다.
노동시장유연성은 대략 6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Kim Van Eyck, 2003: 4 참조; Guy Standing, 1999: 4장 참조).
첫째, 조직적 유연성(Organizational flexibility): 생산연쇄의 하청과 고용기능의 외부화
둘째, 수량적 유연화(numerical flexibility): 외부노동 즉 계약직 노동자․임시 노동자 사용
셋째, 기능적 유연화(functional flexibility): 업무와 작업교환 등의 기술변화
넷째, 직업 구조적 유연성(job structure flexibility): 직함 등의 유연성
다섯째, 노동시간의 유연성(working time flexibility): 작업시간을 유동적으로 진행
여섯째, 임금 체제의 유연성(wage system flexibility): 임금 유연화와 성과급의 사용
이러한 노동시장유연화는 첫째, 노동력을 외부화함으로서 노동비용을 감소시킨다. Guy Standing(1999)는 노동시장유연화를 통해 전반적인 기업복지 등의 비용감소․국가복지에 대한 기여감소․훈련비용감소․감시 및 통제비용감소․산재 등의 위험에 대한 비용감소․해고 비용감소․동기화 비용감소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정리한다(Guy Standing, 199: 99-100). 이런 노동비용감소는 앞서 보았듯이 노동자의 삶을 불안정하게 함으로서 기업의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즉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시키기 위한 방식이다.
둘째,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자본은 필요한 시기․필요한 비용․필요한 숫자만큼의 노동력을 구매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은 불안정해지고, 자본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하락시킬 수 있어 노동착취가 강화된다.
셋째, 소품종대량생산체계를 중심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내부노동자와 외부노동자로 분할된다. 노동자들간의 분화와 자본의 세력강화는 노동자들간의 경쟁격화․노동강도 강화 및 임금하락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비정규고용의 경우 고용형태의 불안정성과 착취의 중층화를 경험하고 있다. 파견․용역노동자들이 이같이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기본적 이유는 다중적 착취구조 때문이다. 사용업체에서 일정업무를 외주․용역화할 때 일단 임금이 삭감되는 데다가, 용역업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시 30-50%의 임금이 중간 착취되기 때문이다(윤애림, 2002).
이러한 금융자본의 세계화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세계화를 지지하며, 국가개입을 통한 시장세력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핵심 주장은 ①소득이전정책에서 근로복지정책으로 ②탈상품화전략에서 재상품화 전략으로 ③국가개입의 축소․민영화․세금감면 ④복지다원주의 ⑤케인즈주의에서 통화주의로 ⑥완전고용의 포기와 시장원리에 의한 자연실업률 인정 ⑦노동시장의 규제완화와 유연화(수량적 유연화를 강조) ⑧노동의 정치력 약화전략 ⑨노사정의 합의에 대한 정책결정으로부터의 탈피 ⑩정책결정과정에서 노동의 배제이다(정무권, 2002: 35).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추구한다. 한편에서는 착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노동력 재상품화와 노동유인제고․노동시장유연화전략 다른 한편에서는 각종 사회정책으로부터의 노동자배제․사회정책의 시장화이다.
3. 차별철폐와 사회적 안전망 : 제한적 해결책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차별철폐는 노동시장유연화와 자본의 착취전략을 수용한 상태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간의 몇 가지 차별적인 조항을 개정하는데 집중하여 기본적으로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시장유연화 속에서 발생하는 정규직과 비정규노동자간의 차별은 착취강화와 노동통제전략이라는 점에서 고용관계가 변화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철폐되기 어렵다. 이미 노동시장의 지위 혹은 고용형태에 기반하여 정규직과 비정규노동간의 차별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규칙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을 철폐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적이다. 즉 고용관계가 변화하지 않는 상태에서 비정규노동자에게 동일한 임금과 동일한 노동시간을 적용하는 문제는 노동시장유연화 전략에 기반한 후에 그 기반을 뒤집는다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노동자의 부당 사용금지와 동일노동․동일임금을 통해서도 비정규노동자의 삶은 불안정한데, 이는 첫째, 동일노동․동일임금이 비정규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고용의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모순뿐만 아니라 노동시장구조의 변화와 이를 통한 노동시장유연화를 일정정도 수용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투쟁은 그 대응이 정해진 게임의 룰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수세적인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정규차별철폐투쟁에서 제기되는 사회적 안전망확충 역시 수세적이며,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의 문제를 개선시키는데 제한적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4대 사회보험의 확대적용, 행정능력제고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사회적 안전망을 둘러싼 노동착취 및 통제기제를 무시하고 있다.
첫째, 비용경쟁을 위해 비정규직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4대 사회보험에 대한 자본가들의 자발적 가입을 기대하긴 어렵다. 비정규직화 그 자체가 이미 비용절감과 착취강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보험에 대한 개별 고용주의 비용회피가능성이 높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확대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적용되어 있는 비정규노동자가 20%에 그치는 현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제도적 확대가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확대가 이뤄졌다고 해서 모든 비정규노동자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고용주가 보험가입을 하려고 할 경우에도 다양하고 복잡한 고용․사용관계에서 보험료 납부주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주은선, 2003: 35). 파견노동자의 경우 보험료 납부주체를 사용자로 할 것인지 혹은 고용한 용역업체로 할 것인지 문제이다. 이외에 특수고용의 경우에는 아예 고용주 자체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적용범위를 확대한다고 해도 보험료를 혼자 부담하는 자영자로 분류된다.
셋째, 현재 사회보험체계가 노동자성을 중심으로 제공된다고 할 때, 복잡한 고용관계로 분화되어 있는 비정규노동자들간의 이익갈등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쉬운 비정규노동자들과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분화되며,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넷째, 제도에 대한 순응(compliance)이 낮아진다. 비정규노동자는 정규노동자의 반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소득에 보험료를 부가할 경우 노동자 스스로 보험가입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 현상은 비정규노동자의 현재 임금수준과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임금수준간의 차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험적용범위를 확대한다고 해도 발생한다.
또한 4대보험 적용확대를 넘어서 4대보험에 대한 행정능력 제고에 집중하기도 한다(김연명, 2001). 이 입장은 4대보험의 적용범위가 계속적으로 확대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비정규노동자가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행정능력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행정능력을 제고한다고 해도 사회보험의 급여조건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잡한 고용관계에 놓여있는 비정규노동자를 찾아내서 사회보험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행정비용이 필요하며, 막대한 행정비용을 투여한다고 해서 성공적으로 비정규노동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즉 비정규노동자는 독립노동자․특수고용․파견 등의 다양한 고용 및 사용관계를 맺고 있으며, 고용주와 사용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공식경제에서 집계되지 않는 비정규노동자 역시 파악하기 어렵다. 즉 노동의 유연화와 비정규직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사회보험 자격관리기준이 적용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4대 보험체계 내에 비정규노동자가 적용된다고 해도 수급자간의 불평등이 존재한다(주은선, 2002: 36) 즉 사회보험은 국가별로 차이가 존재하지만 일정기간의 기여와 소득에 비례해 급여가 이뤄지기 때문에 저임금의 비정규노동자는 낮은 급여를 받는다. 이 경우 노동시장 내의 불평등이 사회보험에도 그대로 재현되어, 비정규노동자의 생활상 불안정성을 해결할 기제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단순히 4대 사회보험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안전망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대립관계를 파악할 수 없으며,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 쟁취투쟁과정에서 획득할 수 있는 비정규노동자의 권리확장 역시 사고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공공부조의 확대 및 EITC(Earned Income Tax Credit, 근로소득세액공제)는 더욱더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능력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엄격한 자산조사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다. 따라서 비정규노동자가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적용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EITC는 미국의 저소득계층의 근로소득의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1990년대 급속히 확대된 미국의 EITC는 아동 수와 근로소득수준에 따라 세액공제를 상이하게 한다. 세액공제비율이 증대하는 점증구간과 세액공제비율이 유지되는 평탄구간, 세액공제비율이 감소하는 점감구간으로 이뤄져있다. 낮은 근로소득을 가지고 있는 비정규노동자에게 일정 근로소득의 세액을 공제해준다는 점에서 가처분소득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EITC는 노동하지 않는 빈민들의 노동유인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Scholz, 1994: Neumark․Wascher, 2000).
<그림>두 명의 아동을 가진 4인 가구의 EITC, CTC, TBC(2001)
CTC(Child tax credit,아동세액공제), TBC(Tax-before-credit, 세액공제 이전의 세금)
<출처: Laurence S. Seidman&Saul D. Hoffman, 2001: 14>
즉 EITC가 도입됨에 따라 근로능력이 있지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빈민들을 열악한 노동조건의 비정규노동에 종사하도록 유인함으로서 노동시장 풀을 관리하고 노동자들간의 경쟁격화를 통한 노동시장유연화를 지원하는 효과를 가진다. 게다가 빈곤가정의 가처분소득은 증대되지만, 빈곤격차는 오히려 EITC가 도입된 이후 증대된 것으로 나타나 EITC 도입이 비정규노동자의 생활불안전성을 극복하기보다는 가속화시킬 것이다.
요컨대, 현재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와 이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는 4대 사회보험의 확대 및 행정능력의 제고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서 제기되고 있는 착취강화와 노동통제에 대응하지 못하며,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극복하는데 제한적이다. 특히,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EITC는 오히려 노동시장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4. 사회적 안전망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앞장에서는 비정규차별철폐투쟁의 소극성과 맞물려 진행되는 사회적 안전망 쟁취투쟁이 소극적이며,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극복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점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이제는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전략 속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장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사회적 안전망쟁취투쟁의 의미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첫째, 비정규직이 발생하는 원인이 노동통제․노동착취 강화와 이를 위한 노동비용감소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안전망 도입은 노동비용감소에 대한 도전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확대될 경우 노동비용이 증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어떤 사회적 안전망이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즉 사회적 안전망의 형태와 유형에 따라 노동비용감소에 대한 공세적인 대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자본의 입장에서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해 노동비용을 감소시키고, 그 부담을 국가와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한다. 국가와 노동자가 사회적 안전망의 모든 부담을 질 경우 사회적 안전망 확보는 노동자의 삶의 불안정뿐만 아니라 노동착취에 대한 대응으로서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비용감소 및 노동착취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은 착취 및 통제에 대한 도전이며, 동시에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부담을 자본에게 일임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에서 국가는 총자본으로서 전체 노동시장유연화를 지원할 수 있는 근로연계복지형태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고자 한다. 이 형태 역시 앞의 EITC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노동조건의 악화 및 전체 노동시장상황을 악화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요컨대, 사회적 안전망 확보 투쟁은 노동착취와 통제강화에 대한 도전이며 비정규노동자의 삶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긴 하지만, 어떤 사회적 안전망 확보이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둘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계속적으로 사회복지의 민영화․시장화를 추동하고 있으며 근로연계복지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안전망의 내용과 원칙에 따라서 반시장화와 공공성확보를 위한 투쟁전술로 유의미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사회적 안전망의 원칙이 중요하다. 즉 다원주의적․노동연계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비정규노동자의 삶의 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되는 사회적 안전망이 요구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자본과 국가에 대한 비용을 증대시켜내고 시장화에 대한 대응으로서 사회적 안전망쟁취투쟁은 자본운동에 대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투쟁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떤 사회적 안전망이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첫째, 사회적 안전망의 비용은 자본이 부담해야 하며 둘째, 근로연계복지 및 노동유인제고와 연동되지 않으며 셋째, 비정규노동자의 삶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즉 공공의료․공공주택․공공교육 및 보육의 확보가 중요하다.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의료 및 주거가 보장될 경우 비정규노동자의 생활불안정이 일정정도 극복될 수 있으며, 사교육비가 전체 가구 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상황을 볼 때, 공교육의 확대는 비정규노동자가구의 생활안정에 필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회서비스 확대만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삶의 불안정성이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의 확보가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4대 사회보험 확대의 경우 앞서 보았듯이 자본의 기여회피, 행정상의 문제, 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간의 분화 및 비정규노동자간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4대 사회보험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원칙이 요구되며, 이 새로운 원칙으로 기본소득(basic income)을 눈여겨 볼 만한다. 기본소득의 원리는 복지급여에 대한 특별한 조건 없이 모든 시민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소득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Philippe Van Parijs, 1997).
첫째, 기본소득의 급여에는 자격 조건이 없다. 기존의 공공부조는 자산조사(meas-test)를 근간으로 했다. 또한 사회보험에서는 노동력수행 기록 등이 급여의 자격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원리는 급여를 지급하는데 특별한 조건이 없으며 현재 자신의 소득수준과도 관련이 없다. 현재 고용되어 시장 소득이 있고 그 소득이 다소 높은 수준이라 해도 기본소득은 보장된다.
둘째, 모든 시민에게 동일한 급여 즉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급여 제공을 원리로 한다. 즉 빈곤선 이하의 사람들을 선별하여 공공부조를 적용하고 노동기록이 있는 사람들을 사회보험에 적용시키는 분할방식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그 대상이 되며, 고용상태에 따라 분화되지도 않는다.
셋째, 기본소득의 급여는 현금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된다. 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고 한번에 지급된다면 실제 모든 시민의 생활권 보장에는 한계가 있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기본소득을 받는 모든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며, 가족단위를 기본으로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즉 기본소득이 현물로 급여될 경우 이는 한 가구를 중심으로 지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금으로 지급될 경우 굳이 가구단위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하지 않는다.
넷째, 기본소득의 급여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즉 급여수준이 너무 낮을 경우 빈곤과 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급여와 더불어 기본소득의 재원은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소득세이지만 부유세․토빈세․이윤세․자본이동세 등에서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은 기본소득도입과 함께 최저임금제를 폐지하여 노동시장유연화를 지원하고자 한다. 또한 기본소득의 재원이 소득세로 구성될 경우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의 극복이 정규직 노동자의 세금을 통해서 이뤄질 위험이 존재한다.
기본소득을 정해진 제도적 형태로 고찰하고, 협상의 도구로 간주할 경우 기본소득의 원리는 훼손될 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기본소득에 접근할 경우 급여와 재원뿐만 아니라 노동유인측면에서 미국의 EITC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비정규노동자들의 생활상의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착취를 지원하는 형태로 변형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 오히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기본소득이 가지고 있는 원리이다. 최저임금제와 연동하지 않고, 자본이 재원부담을 하도록 투쟁하는 것, 노동을 담보로 하지 않고 고용조건과 부양의무자 등의 조건 없이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확장하는 것은 비정규노동자의 삶의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며 자본착취에 대한 공세적 저항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런 기본소득의 원리는 단지 비정규노동자의 삶의 권리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 노동자계급의 삶의 권리 확보 및 불안정한 생활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원리이기 때문에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간의 연대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5. 나가며
본 고에서는 사회적 안전망 쟁취투쟁의 목적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자본착취전략에 대한 공세적인 대응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극복할 수 있는 기제로 선정하였다. 따라서 비정규차별철폐라는 제한적인 투쟁을 통해서는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의 극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4대 사회보험의 확대 및 행정능력 제고라는 주장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이를 넘어서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원리로서 첫째, 그 비용을 자본에게 부과한다는 점 둘째, 근로연계 복지 및 노동유인제고와 연동되지 않고 셋째,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선정했다. 이런 사회적 안전망의 원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으로 비정규노동자의 기여 없는 사회보험의 확대와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기본소득은 최저임금제와 연동되거나 그 재원을 소득세로 할 경우, 기본소득을 정해진 제도로 간주할 경우 오히려 비정규노동자의 생활권쟁취에 부정적일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원리로서 의미가 있다면, 기본소득을 향한 사회적 안전망 쟁취투쟁은 자본의 부담 증대, 최저임금제 폐지 없는 노동자의 기본생활보장, 근로연계복지 및 노동유인과 관련 없이 비정규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쟁취될 수 있는 투쟁으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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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정규노동자는 비정규노동자, 불안정노동자, 비전형노동자, 비정형노동자 등 명칭이 다양하다. 고용관계․고용시간․고용기간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 ‘불안정노동’은 자본의 축적과정에서 비정규노동을 고찰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자본축적에서 출발하여 노동시장․노동과정․노동력 재생산에서 발생하는 불안정성으로 인한 노동의 불안정화․고용의 불안정․생활의 불안정화를 경험한다고 주장한다(사회진보연대 불안정노동연구, 2000: 68-72). 이 개념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노동의 불안정성 및 생활상의 불안정성을 자본의 축적전략을 통해 설명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노동력재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활의 불안정화를 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가 도래한 이후 노동이 불안정하지 않은 시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생산수단으로부터의 분리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자의 생활은 자본에 종속되었으며,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는 한 불안정성이 극복되기는 어렵다. 이에 불안정노동개념은 금융자본의 세계화 속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삶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개념이긴 하지만, 그 개념이 추상적이며 광범위하여, 현 시점의 복잡한 고용관계와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제한적이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비정규노동개념을 사용한다. 그러나 비정규노동개념에 빠져있는 자본운동과 착취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여기서 비정규노동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복잡한 고용관계와 통제로 노동착취와 통제를 경험하는 노동자집단으로 규정한다.
2)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 개념은 애매하고 그 형태 역시 다양하다. 방하남․유길상․안학순(1998)은 사회적 안전망을 광의와 협의의 개념으로 구분하고 있다. 광의의 사회적 안전망은 사회보험, 공공부조 및 일시적인 소득보장프로그램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서(방하남 외, 1998: 271), 삶의 주기상의 위험으로부터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협의의 사회적 안전망은 제도화되고 지속적인 공공프로그램을 의미한다(방하남 외, 1998: 272). 보다 구체적인 논의는 방하남 외, 1998, 『사회복지정책』에 수록되어 있는 “실업과 사회안전망”을 참조하라. 본 글에서 사용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광의의 사회적 안전망개념으로 생애주기를 비롯하여 생활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제도들을 의미한다. 특히, 현실화되어 있는 사회보장 외의 일시적인 소득보장프로그램 및 새로운 형태의 위험보장대책 역시 광의의 사회적 안전망 개념 속에는 포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