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최저임금 투쟁 평가와 이후 과제
김 혁 / 민주노총 조직부장
1. 현재의 문제의식
지난 6월 집중투쟁 기간 중에 노숙농성까지 거치면서, 뜨겁게
아스팔트를 달구었던 주체들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은
노동자위원 전원과 공익위원 2인이 사퇴한 가운데서도
강행처리되면서 결국 56만원대로 결정되어 그 시행시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민주노총에서는 공익위원 퇴진과 최저임금 무효화를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한다고 하였지만 대중적 동력이 뒷받침되어
힘있게 전개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는
상반기를 관통하면서 진행되었던 최저임금투쟁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면서 이후 투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립하고 투쟁 주체들을 다시 추스려내는 것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가를 보다 객관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의
측면에서 투쟁을 조명해보아야 한다.
하나는 작년에 진행되었던 최저임금 투쟁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 미흡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는, 투쟁주체들이 간단한 소감으로서 던지는 이 말에는 올해의
평가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내포되어 있다. 바로 예년도
실천에 비하여 얼마만큼 극복의 내용을 보여주었는가가 1차적
기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평가의 내용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설정했던 기조와 목표 등에 기준하여 그 실천적 성과는
어떤 정도인지를 또한 분명히 해주어야만 한다. 그랬을 때에만
다음에는 어떤 방향에서 극복해 갈 수 있을지의 단초를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2. 최저임금 투쟁 기조와 목표
1) 투쟁 기조
- 최저임금 현실화를 생활임금 쟁취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 최저임금 투쟁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
- 최저임금에 대한 공론화를 넘어 대중 투쟁의 주체를 세워내는
것
2) 투쟁목표
- 최저임금 수준의 대폭 상승(전체 노동자 통상임금의 50%수준
70만 600원)
- 민주노총이 사업의 중심에 서서 지역 본부 및 제 운동단체까지
포괄하는 투쟁의 구심을 세워내는 것
- 최저임금관련 대중투쟁의 모범을 창출하는 것
3) 최저임금 투쟁의 상
- 민주노총이 조직 대오를 중심으로 힘있는 최저임금투쟁을
전개할 필요 - 간부상경투쟁.
- 최저임금실질심의기간(6월말 이후)의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준비를 통해 최저임금심의초기부터(4월) 투쟁을
조직화.
- 최저임금이 빈부격차 심화와 비정규노동자의 저임금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최저임금투쟁의 사회적 연대 확보.
3. 전체 사업의 주요한 흐름
1) 3월 : 사업준비기
민주노총내 사업방침의 확립, 연맹 및 지역본부 차원의 공유
2) 4월 : 주체형성기
전국 및 지역단위의 사업주체 형성, 최저임금 투쟁선포
3) 5월 : 투쟁예열기
서명운동, 기자회견, 조합원 교육, 대중적 선전, 의원입법화
추진
4) 6월 : 집중투쟁기
전국동시다발 집회, 전간부 상경투쟁, 각종 선도투쟁
4. 총괄 평가
1) 사업기조와 목표는 올바르게 설정되었는가?
‘생활임금 쟁취’ 기조와 ‘70만 600원 쟁취’ 요구안의
상관관계
기조와 관련하여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쟁취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던 것은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즉 장기적인 차원에서
저임금구조를 일소해나가면서 또 한축으로는 노동자 내부의
차별을 해소해 나간다고 했을 때 생활임금 쟁취라고 하는 공동의
요구와 목표가 기조로 설정되는 것이 올바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조하에서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되었던 70만 600원은 많은
고민을 담고 있는 요구안이었다. 즉 원칙적으로 보았을 때
기조가 생활임금이었다면 구체적인 요구안 역시 생활임금과의
관계속에서 설정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의
수준이나 그 결정과정 전반을 살펴보았을 때 생활임금과의
관계속에서 요구안을 산출해내는 것은 교섭과 투쟁을
진척시키기에는 적지않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현재 한국의 노동자 계급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그러하지만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들을 놓고 보았을 때에도 절대적 빈곤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상대적 빈곤으로부터 오는 박탈감이 더욱
커다란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후에 전체노동자들의 평균임금 또는 현재
최저임금산정의 기준이 되고 있는 정액급여의 수준에서 보았을
때에 90년대 이후에 더욱더 상대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임투가
생활임금쟁취 투쟁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최저임금
투쟁은 현재의 구조상 격차가 더욱 벌어진 노동자내의 차별을
해소해나가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 더 많은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기조로는 생활임금 쟁취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목표의 수준에서는 작년에 요구했던 정규직
노동자 정액급여의 45%보다 5%인상된 50% 수준의 요구인
700,600원의 요구안을 설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대상인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떨쳐 나설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힘있게 전개된다면
최저임금 투쟁은 생활임금쟁취라고 하는 기조 속에서 그 구체적
요구안 역시 작성되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2) 투쟁 주체의 조직화 문제 -최저임금 투쟁 기획단과
최저임금연대
최저임금투쟁기획단을 구성한 주요한 문제의식은 예년에
최저임금투쟁이 민주노총 차원의 집중된 투쟁으로 전개되지 못한
채 최저임금에 해당된 일부 단위 노조와 몇몇 사회단체에 의한
산발적 투쟁으로 전개되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하였다.
5차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면서 최저임금 교섭 상황에 대한
공유와 함께 민주노총 차원에서 어떤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술적 모색을 시도하였던 바 있다. 하지만 참여
주체에 있어서 연맹과 지역본부의 참여는 극히 저조하였으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지역과 단위 노조에 한정되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아가 여전히 교섭과 투쟁의 상대적 분리가
지속되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투쟁 기획을 교섭과 통일적인
구조속에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총괄 역시 단지
비정규실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민주노총차원에서 총괄적으로
대응하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연대는 직접 투쟁에 나서기보다 투쟁에 직간접적인
보조를 할 수 있는 엄호부대로서의 위상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연대 역시 그 참여의 폭은 높지가 못하였다.
25개 단체였다고는 하지만 양대 노총을 포함하여 일부 단체의
적극성을 제외한다면 작년에 참여하였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참여도는 극히 저조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 기자회견, 국회의원 항의방문,
공익위원에게 엽서보내기, 서울역앞 약식 집회, 26일 양대노총
결의 대회 등과 같은 실천투쟁을 전개했던 것은 그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최저임금 위원회에 대한 교섭과 투쟁전술
(1) 최저임금위원회 교섭의 기조
요구안과 관련하여 70만 600원이 마지노선이 되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최대치인지가 불분명하였다. 즉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보았을 때 70만 600원은 최소한의 요구일 수 있지만
교섭구조에서의 요구안은 최대치로 작동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교섭에서의 대략적인 마지노선 정도는
정해놓고 실리와 대외적인 명분 중 무엇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적 조율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교섭 전술 전반에 대한
내부적 공유과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막판 공익위원안에 대하여
내부가 단일한 전선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흔들리는 한계를
초래하였다.
(2) 교섭과정에 대한 조직적 공유
막판에 요구안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교섭위원의 안 제출과
상집내에서의 문제제기 등의 문제는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교섭과정에서 충분히 빚어질 수 있는 문제임을
고려해본다면 교섭위원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적으로 교섭과
투쟁을 총괄할 수 있는 기획구조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3) 사퇴전술
막판에 결정을 내린 사퇴 전술은 몇가지의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고 있는 전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민주노총의
요구안에 대한 대외적 명분을 확실히 얻을 수 있었다는 점 둘째,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방식 등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는 점 셋째, 자칫하면 교란될 수도 있었던 내부를 확실히
추스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며 마지막으로 흔들리고
있었던 한국노총 및 일부 공익위원까지를 포괄하는 폭넓은
전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4) 최저임금 투쟁을 대중투쟁으로 전화시키고자 했던 시도
가장 중요한 평가 지점중의 하나는 올해 최저임금투쟁을
민주노총이 주체가 되어 대중운동으로 이끌어내려는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3월부터 요구안을
정리하고 내부적 공유과정을 거쳤으며 5월에는 집중선전기간을
통해 전체 조합원들과의 공유과정을 조직하고자 하였던 바 있다.
이와 함께 중집단위에서도 6월 20, 24, 26일 집중 투쟁을
결의하면서 마지막 25-26일은 간부 노숙투쟁까지 배치하면서
대중적인 차원의 투쟁으로 끌어내고자 시도했던 것은 적지않은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쟁의 전과정에서 중집의 결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맹과 지역의 조직 노동자들의 참여는 지극히 저조했으며
여전히 도시철도 용역 및 전북 일반노조 등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 중심으로 투쟁이 이루어졌던 바는 이후 최저임금
투쟁에서 극복되어져야 할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부 중심이기는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노숙농성에서부터 양대 노총 결의대회에 이르기까지
대중운동 중심의 투쟁은 이후 최저임금투쟁의 방향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밝혀주고 있는 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 이후 사업 과제
1) 법제도 개선투쟁을 중심으로 당면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상반기 최저임금 투쟁을 통해 주요하게 확인한 것은 현재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이 갖는 문제였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현행의 최저임금법과 제도에 대한 개선이 없고서는 자본편향적인
악순환 구조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하반기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정기 국회 등에서
최저임금 법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요한 투쟁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상반기 투쟁 속에서 확인된 바 있지만
투쟁의 동력을 형성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해당 주체들이 움직이고는 있지만 전국적인 집중투쟁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조직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다. 나아가 주요
연맹 등에서도 최저임금 관련되어 결의는 하였지만 대중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인 실천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반기 투쟁을 일정정도 성과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연맹 차원에서 주요한 사업으로 설정하고
이를 민주노총이 총괄적인 투쟁으로 계획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조직된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과 관련하여 다양한
차원에서 선전과 교육을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저임금만을
떼어놓고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비정규 전반의 주요한 문제로서
최저임금에 대한 교육 선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최저임금위원회 참여의 기조와 원칙을 세워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 노동자위원 전원과 공익위원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결정된 최저임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속에서 노조 대표자를 중심으로 공익위원 퇴진 서명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참여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분명히 핵심은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그나마 최저임금이 대중적 공감을 형성하고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해서 벌어지는
노정간 공방전에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를
활용하는 전술은 아직까지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원칙도 없이 무조건 참여를 할 수만은 없다.
공익위원 전원은 아니라 할지라도 상징적 측면에서 파행적
운영에 책임을 지고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교체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재참여의 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3) 운동의 주체를 확장하기 위하여 목적의식적인 사업을
배치해야 한다
상반기 투쟁에서 확인되었지만 아직도 최저임금주체들이 투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이들을 운동의 대오로 이끌어낼 수 있는 목적의식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때이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 위반사업장에 대한 고소고발 및 집중투쟁
등의 활동은 중요하게 배치되어야 한다. 물론 이 말이
노동자위원 등이 사퇴한 가운데 결정된 최저임금을 받아들이자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왜곡된 구조속에서 결정된
최저임금조차도 미달한 사업장에 대한 폭로와 투쟁속에서
저임금구조가 갖는 문제를 전사회적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