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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동조합간부수련회를 다녀와서

현장에서 미래를  제9호
노동동향 분석팀

이달의 참관기

민주노총 노동조합간부수련회를 다녀와서


노동동향 분석팀


1. 본격화하는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논의

4․11 총선을 앞두고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논의가 일반화되고 있는 요즈음 민주노총이 주최한 ‘정치활동 강화 및 4․11 총선 대응을 위한 노동조합 간부수련회’가 지난 3월 7, 8일 양일간에 걸쳐서 종로성당에서 개최되었다. 정치세력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논의는 작년 11월 제5차 정책세미나와 12월의 운동방침세미나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인데 이날 수련회는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노동자후보를 공식화하고 정치세력화에 대한 고민을 구체화하는 자리여서 60여 참석자들의 깊은 관심과 진지함속에 진행되었다.
예정시간보다 수련회가 늦게 시작되면서 민주노총 대외협력부국장인 정성희씨의 사회로 참석자들의 소개와 지역 및 산별연맹의 정치위원회 진행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민주노총이 정치사업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치위원회는 그 취지에 대한 동의는 어느 정도 형성되었지만 실제적인 조직화 정도는 아직 초보적인 상태임이 이날 보고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많은 경우가 정치위원을 내정하거나(금속연맹, 자동차연맹, 전북노련) 준비위원회등의 형태(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로 그 내용과 형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의 진행은 ‘민주노총 정치방침 및 4․11 총선 대응’에 대한 배석범 직무대행의 강의와 ‘정치세력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박용화 사무노련 부위원장의 발제와 토론으로 짜여져 있었다.

2. 민주노총 정치방침 및 4․11 총선 대응

배석범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전망을 중심으로 총선 대응 문제를 결합하면서 강의를 하였다.
“정치라는 것은 우리 삶의 행위입니다. 흔히들 정치적이라는 말을 아주 왜곡된 의미로 사용하는데 이는 이제까지의 정치가 그만큼 잘못되었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총선을 계기로 해서 이후의 방향을 잡는 자리입니다. 우리 민주노총은 지금 4개의 위원회( 정치, 통일, 조직, 재정)와 1개의 특별위원회(해고자 문제)가 있는데 그중 정치위원회를 통해서 정치세력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노총만큼 정치력을 발휘할 집단은 없습니다. 이제 우리도 힘을 길러서 입법행위에 개입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회의원 87명중 17명이 노동자출신입니다. 우리가 299명의 국회의원중 60석을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어떻겠습니까? 독일에서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있는 세 사람은 노, 사, 정의 대표입니다. 이 나라의 경우 노총 행사에 콜수상이 직접 참여하고 TV로 1시간 가량 생중계가 됩니다. 그 곳은 노총이 가장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집단입니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십시요.
이번 총선에서 기존 정당의 노동정책을 보면 사실 우당이 없습니다. 개인적 수준의 지지가 가능한 정도이고. 저는 총선 이후부터 내년도 대선 준비를 목표로 움직여야 하고 이후 지자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아가 21세기에는 집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 제시되어야 하고 재정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배석범 직무대행의 발제안에는 총선사업이 몇 가지로 정리되어 있었다.
민주노총 10대 총선정책요구서 질의 및 서명운동, 노동자 정치활동선언운동, 후보지지․지원 및 정치위원회 구성 촉진, 노동․시민 사회단체와의 총선연대사업 등. 그 중 민주노총의 10대 공약 요구서(안)는 다음과 같다.

<노사관계민주화>
1. ILO 기준에 다른 노동법개정과 민주노총의 합법성 보장
1) 복수노조 금지조항 개정과 민주노총의 합법성 보장
2)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권과 전교조의 합법성 보장
3) 제3자개입 금지와 공익사업 직권중재 조항 개정
4) 행정관청의 부당한 지배, 개입, 간섭조항 개정
5)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금지조항 개정
2. 주40시간 노동제와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보장
3.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법의 5인 미만 사업체 전면 적용
4. 구속노동자 석방, 사면복권과 해고 노동자 원직복직
5. 근로자파견법 도입 반대, 정부투자기관노조 전임자 축소 반대

<사회개혁>
1. 정경유착근절, 부패추방과 재벌그룹 소유분산, 소유와 경영의 분리
2. 근로소득세세율인하(3-30%로), 부가가치세 세율인하(8%로)
3. 의료보험조합의 통합일원화와 의료보험적용확대
4. 연금기금의 민주적 관리 운영
1) 공공자금관리기금법 폐지
2) 가입자대표의 연금기금 운영위원회 참여와 민주적 관리 운영
3) 공공부문 예탁분 운용계획, 결산에 대한 국회의 심의 의결, 감사제 도입
5. 교육개혁
1) 국공립 지역탁아소 설치 확대
2) 모든 국민학교에 부설 유치원 설치, 유치원 교육의 의무교육화
3) 모든 국민학생에게 학교급식 무료 제공
4) 학교환경 개선과 학급당 학생수 30명선으로 축소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민주노총후보에 대한 지지․지원의 내용이 무엇입니까?”
“선거법이 갖는 각종 제약을 상당히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러한 법적 장애는 어떻게 돌파하려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다음번 지자제 선거와 제16대 총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년도에 있을 대선은 이를 위한 징검다리일 것입니다. 이번 총선의 경우 소속 조직에서 1차 책임을 갖고 중앙차원에서는 재정과 득표를 중심으로, 후원회라든가 선거구별 주소록, 연고자 소개 등을 하면서 나름대로 최대의 역량을 투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지․지원후보의 문제가 어제 있었던 중집에서 검토되었는데 이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라 중앙차원의 지지․지원후보는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강의안에 보면 준당적 정치조직 건설을 추진한다고 되어있는데 이 정치조직은 요즈음 시민운동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세력화 논의와 어떠한 연관이 있습니까?”

“시민운동측과는 별도의 논의가 없었습니다”

“이후에 있을 대선과 지자체 선거에 대비해서 후보양성계획은 갖고 있습니까? 그리고 정치위원회의 운영계획은 어떻게 갖고 있습니까?”

“공정한 심사와 장기적 안목을 갖고 후보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위원회의 경우 각종 제약으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재 일정한 시기에 정치국을 신설할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정치위원회에서 기획팀을 구성해서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대략 5월경이면 그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3. 민주노총 후보들의 출사표

강의가 끝난 후 이번 총선에 민주노총후보의 자격으로 출마하는 동지들의 간략한 소개와 결의를 듣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제15대 총선에는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진영에서 여러 후보들이 출마했는데 민주노총에서는 세 명의 후보를 민주노총의 공식후보로 확정했다. 세 후보는 김명희 철도노조민주화 지원연대 집행위원장(서울 성동을), 이병무 전문노련 부위원장(경북 김천), 박순보 전교조 부산지부장(부산 연제구)이다. 이날은 박순보 후보와 김명희 후보가 참석해서 총선에 참가하는 결의와 계획을 밝혔다.

박순보 후보가 먼저 간략한 자기 소개와 계획을 밝혔다.
“저는 지난 88년 교육운동에서 시작해서 89년 전교조결성시 해직되었고 이후 부산연합 상임의장과 부양지구 민주노총 준비위원으로 일해 왔습니다. 92년 제14대 총선에서는 선거 한달전 민주당과 연합공천으로 출마 29%의 득표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요즈음의 정세를 보면 YS정권에 의한 노동자의 억압과 소외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고 5,6공 청산작업은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5,6공의 완전청산과 올바른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서 그리고 올바른 제도개혁을 위해서 노동자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이번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현재는 연고자 끈잇기 사업에 주력하고 있고 앞으로 연고자 입력과 홍보, 편지쓰기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오는 3월 16일 5,6공 군사독재 완전청산과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1996인 정치선언 등 각종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가올 21세기의 정치를 대비해서 지역주민조직을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동책을 청년학생을 중심으로 했던 지난 제14대 총선과는 달리 20~30대 초반으로 구성할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합법화, 부정부패 근절,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슬로건으로 잡고 있습니다. 정치세력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쌓여간다면 우리는 이러한 성과를 모아 이후 현대적 국민정당을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 지난 3월 6일 민주노총 중집에서 민주노총후보로 확정된 김명희후보의 당찬 인사가 계속되었다.
“구체적인 문제의식은 배포된 제안서로 대체하고 이 자리에서 저는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철도노조민주화 지원연대의 집행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철도와 한전노조의 민주화는 우리 전체 민주노조진영의 과제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이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지난 95년 8월 화양동에서 있었던 민주노총준비위 대표자수련회에서는 30여개 조별토론을 통해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문제의식이 공히 제출되었습니다. 그만큼 정치세력화에 대한 열망은 대단히 강한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11월에 있었던 민주노총 정책토론회는 활동가의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진행되는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지난 1월 31일 전지협 대의원대회에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제15대 총선에 나올 독자후보를 적극 지원한다는 특별결의가 있었습니다. 이후 정치위원회 운영의 문제를 지해투(서울지하철노동조합 해고자원상회복 투쟁위원회)에 위임하였고 지해투에서는 민주노총 후보의 조건에 맞는 후보가 출마할 경우 적극 지원한다는 결의가 있었으며 마침내 지난 3월 4일 지해투의 추대 결의와 3월 6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의에 의해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를 지역과 후보 중심으로 진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조직과 재정을 함께 고민하고 정치위원회 활성화를 고민하면서 김명희출마가 정치세력화를 위한 길목의 화두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15대 총선에 임하는 입장과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 우리 노동자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가시적 진출을 시작한 87년 이후 민주노총이 건설된 오늘날까지의 도정에서 노동자대중과 밀착하여 실질적이고 조직적인 정치세력화를 추진한 적은 없습니다. ....대중지도자들을 정치적 지도자로 세워내려는 노력보다는 지도의 대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주역들 절대 다수가 그후 노동자 대중에게 아무런 책임도 없는 듯이 훌훌 털고 제멋대로 노동운동진영에서 발을 빼 버렸습니다.
..... 제가 이번 4․11 총선에 입후보하려는 가장 큰 목표는 이번 선거에서의 당선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 따라서 저는 당장 부정부패한 현실정치에서의 당선을 바라보고 유연성이라는 허울좋은 선거전술을 펼치지도 않을 것이며, 지역구에서의 득표를 고려한 사탕발림같은 공약남발 또한 거부할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강령과 전문, 규약 정신에 입각한 원칙과 대의에 충실히 복무하는 민주노총 후보로서의 전술과 선거투쟁을 차분히 실천할 것입니다.....”

박순보 후보에 대한 질문이 먼저 제기되었다.
“현재 부산지역 진보진영의 단결은 어떠하며 그것이 이번 총선에 끼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그리고 현대적 국민정당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이 계급정당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현재의 상황은 분열이 심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후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고 단결을 높여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적 국민정당이라는 표현이 계급정당과 특별히 다를 것은 없고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동의하는 세력을 결집하자는 의미입니다. 부산 연제구에 교두보를 구축하면서 전망을 가져가 보자는 거죠.”

김명희 후보에게도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되었다.

“이번 선거에 어떠한 공약을 갖고 임하실 계획입니까? 그리고 정치세력화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잡고 있습니까?”

“공약은 계급적 관점에 의해서 만들 생각입니다. 정치세력화의 전망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지난 대선이후 백선본이 분열되는 것을 보면서 정치조직이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조직의 운동을 보면 현재에도 계속 분열되어 있고 민중진영과의 결합은 취약합니다. 기존 정치조직에 노동자들이 가입하면서 그 활동이 강화되는 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과제는 민주노조진영으로 옮겨 왔습니다. 저는 민주노조진영 내부에서 중심을 세우고 이후 민민진영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정치세력화의 경로를 그리고 있습니다.”

4. 정치세력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저녁 식사 이후 김현준 전교조 정책위원의 사회와 박용화 사무노련 부위원장의 발제로 ‘정치세력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계속되었다. 이 토론회는 사실 이날 전체 프로그램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였으므로 참석자들의 관심과 열기는 더욱 높아져 있었다. 중앙정치위원회 산하 기획팀에서 그 내용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발제안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1) 정치세력화, 왜 필요한가?

(1) 노동자와 국민의 요구가 고양되고 대중운동이 발전 ,다양화하면서 정당운동의 지도지원이 요구되고 있기 떄문이다.
(2) 지난 과정의 정치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식 형성과 대중운동 발전정도에 맞는 본젹적안 활동을 전개하여 노동자와 국민의 정치적 지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하기때문이다.
(3) 기존 정치세력들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되고, 권력교체기에 보다 안정적인 지배체제 구축을 통해 노동자와 국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와 국민의 정치세력화 추진이 시급하다

2) 어떤 정치조직을 만들 것인가?

(1)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정당은 민주개혁, 참여민주주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고 노동자와 근로대증의 이익과 요구를 철저히 대변하는 진보적 정당이다.
(2)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정당은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농민, 도시서민, 청년 지식인, 양심적인 시민, 자영업자, 중소영세기업인 등 광범한 국민들이 함께 하는 전민중적 정당이다.
.....

3) 정치세력화의 경로

(1) 기초준비 단계
(2) 총선 대응과 정당지향의 정치조직 건설 단계
......
총선과 그후의 다양한 정치활동, 주민사업, 조직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각계 지도급 정치역량을 중심으로 추진기구를 구성한다. 이 추진기구는 지역과 부문의 밑으로부터의 정치세력화에 기반하여 97년 상반기 노동자, 농민, 청년, 여성, 시민운동, 학계, 법조계, 문예언론 등의 전문역량, 종교인 그리고 제도정치권의 진보적 인사까지 망라하여 대통령선거대책기구 또는 정당지향의 정치조직을 건설한다.
(3) 대선과 정당건설 단계
..... 또 대선시기에 노동자와 각계 민중의 동의절차를 거쳐 독자후보를 내고 정치세력화를 가속화하는 한편, 국민적 검증을 통해 정당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98년 지자제는 정당운동의 발전과 21세기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엄선한 수백명의 후보가 선거에 나서 최대한의 성과를 쟁취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운동이 튼튼하게 다져질 수 있고, 2000년 총선에 원내교섭단체의 구성을 목표로 힘있게 준비할 수 있다. 통일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면 정당건설의 시기도 앞당겨야 할지도 모른다.

(이하 생략)

두번에 걸친 정치세력화 논의보다 휠씬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는 자리였다. 발제자는 선진역량이 이탈하는 현상을(역량누수 현상)을 강조했고 이러한 문제의 적극적 극복 방향으로 경력관리, 능력관리의 내용을 담은 인물양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총선이후 추진기구 구성과 이후 대선대책기구(또는 정당지향의 정치조직)결성, 지자제 선거와 16대 총선에 이르는 대응기조를 밝힌 이날의 발제안이 나온 뒤 토른자들의 간략한 발제와 문제제기가 뒤를 이었다.

임성규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이 순서를 이었다.
“총선이후 전개될 정개개편은 우리의 개입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읍니다. 이번 총선은 정치세력화의 구상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최소 5년간의 계획은 필요합니다. 이러한 계획에는 인적 자원의 확보와 법적 제도적 제약의 극복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며 이러한 여건 마련을 위해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이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그 역할을 자임할 것입니다.
서울지역 정치위원회는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조직하면서 정예부대를 조직해 나갈 것이고 7, 8월경에는 상설 정치학교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구, 동책까지 정치위원회를 구성해서 의정감시기구의 역할도 할 것입니다. 아울러 재정모금사업도 벌일 것이고 현재 서울에 있는 47개 선거구의 2/3정도 지역구에서 후보를 낼 수 있도록 인물양성을 할 것입니다”

꾸준한 지역사업이 관건이라는 대전 유성구 의원 김동석씨(과기노조 시스템공학연구소 지부장)의 발제에 이어 전국연합 최규엽 정책위원장이 토론에 나섰다.

“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필연성을 세 가지 점을 이유로 주장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필요합니다. 두번째로 노동조합의 생존을 위해서도 정치세력화는 필요합니다. 세번째로 향후 5년이 21세기의 초반을 규정한다는 현 정세의 엄중함을 들 수 있습니다.
정치세력화의 전제조건과 관련하여 저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념과 노선에 대해서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말고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발제안에서는 너무나 낙관적으로 정세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의 실시와 최소한 30%를 넘는 노조조직률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저희 전국연합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면 지난 제5기 대의원대회를 통해 정치세력화에 대한 결정이 있었습니다. 정치세력화의 상과 경로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지나치게 논의를 깊게 가져갔다고 생각됩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저희는 독자적으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민주노총과 함께 갈 것입니다.”

김동춘 강사(성공회 신학대학)가 마지막 토론에 나섰다.
“브라질의 경우 좌익의 공식적 활동과 그 맥락의 계승, 군부의 집권기간, 조직의 중앙집중성, 이념의 문제 등 여러 면에서 우리와는 조건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교훈을 도출하는 것은 곤란하고 하나의 참고사항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 정당을 만든다면 무엇보다도 아래로부터의 통제가 이루어지는 당이어야 할 것이고 그 건설의 과정은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승리의 축적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정치위원회가 전업적인 활동가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구성을 갖추어야 각종의정책개발을 포함한 내용적 담보가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이념은 어떻게 구상하시는지요?”
“21세기적 좌익이념이라 할 텐데, 자본주의 시장경쟁을 지양하고 여성+환경+작업장과 시장의 통제로부터 자주성을 갖는 대략 그같은 이념일 것입니다. (김동춘)”

“전업적 활동의 경우 재정적 담보는 어떻게 가능하고 대중과 괴리될 가능성은 없는지요?”
“정치위원회라는게 노조의 정치활동이니까 가능합니다. 이후 정치조직이 구상될 때에는 2중 멤버쉽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결성문제를 주로 다룬 자리였는데도 정치적 전망에 대한 요구가 많이 제출되어 발제와 토론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하였다.

5. 이후 고민되어야 할 지점들

이날의 수련회는 우리에게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논의에 대한 확인과 고민 과제를 제기해 주었다.

첫째로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논의는 좀 더 다듬어져 할 구석은 있지만 이제 분명한 윤곽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제5차 정책세미나를 통해 민주노총은 ‘사회세력화 + 정당으로의 조직화’ 로 정치세력화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정치위원회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작년 12월 19~20일 민주노총 정책세미나에서는 96년 총선과 노동조합의 대응(안)을 통해 ‘ 준당적 정치조직건설과 이후 정당으로의 발전’이라는 좀더 구체적인 고민을 제기하였다. 제15대 총선 대응 논의를 겸한 이번 수련회에서는 대중적 토대로서 정치위원회를 활성화시키고 대선을 징검다리로 하여 국민적 검증을 통한 정당을 건설한 뒤 지자제에 본격 대응하면서 16대 총선을 지속적으로 준비하자는 등 ‘선거를 주요한 고리로 놓고 대중조직으로부터 출발하는 정치조직안’을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약간의 도식화를 시도한다면 96년 총선 이후 추진기구 구성과 97년 상반기에 대선을 대비한 대책기구(또는 정당지향의 정치조직)건설 → 대선시 노동자와 민중의 동의 절차를 거친 독자후보 출마 → 대선 이후 정당건설과 98년 지자제 및 2000년 총선에 본격 대응 → 이후 원내교섭단체구성(?) 이와 맞물리는 각급 조직의 정치위원회 활성화(지역,산별)와 민주노총의 합법성 쟁취.
이러한 계획은 무엇보다도 정치조직 건설의 문제를 대중조직에서 직접적으로 제기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선거를 주요한 동력으로 놓고 있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갖고 있다.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되지만 ‘계획’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향후 5년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특징이라 할 것이다.

둘째로 위와같은 계획에 포함된 구체적인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먼저 선거를 어떻게 위치지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선거라는 제도가 일상화 되어 있는 현재의 조건과 노동운동의 사회적 위상과 국민적 인지도를 높이고 임투중심의 실천수준을 끌어올려 노동운동의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선거를 주요한 고리로 삼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 노동운동이 담아내야 할 과제가 확장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노동운동발전의 합법칙성을 반영한 것인데 그 내용과 형식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방법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총체성의 내용 확보와 그 표현 양식이 임단투 이외의 몇가지 과제를 뽑아내서 선거를 중심으로 제기하는 식으로 잡혀진다면 그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사회개혁투쟁을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운동의 총체성은 선진층의 전망 획득 과정과 대중투쟁동력을 유지, 강화, 확장하는 맥락에서 접근해야 미래지향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제도화되어 있는 선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방식은-선거 그 자체의 독자적 성격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현장동력과 산별노조의 복구 및 강화라는 문제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진행해야 한다. 요즈음처럼 현장의 하부가 약화되어 있는 상황에 제도활용의 문제가 자칫 ‘목적화’ 된다면 ‘노동운동의 제도화와 무력화가 공존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선거는 대중의 정치적, 조직적 진출에 복무하는 제한된 위치로 그 역할이 분명하게 자리매김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노동조합의 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중조직이 주도하는 정치조직 건설의 문제이다.
모든 계급은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려 하고 이러한 과정은 권력의 장악과정과 맞물려 진행된다. 그리고 정치세력화의 목표에 따라 그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논의는 사실상 노동운동의 정치적․사회적 영향력 강화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 노동운동의 영역과 위상이 확장되어진다는 점에서 진보적이기도 하지만 대중조직의 자생성으로부터 나온 이러한 흐름이 하나의 노선으로 굳어질 위험성도 다분히 존재하고 있다. 물론 압력단체의 역할을 뛰어 넘어 집권을 고민하고 정치조직운동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강조한다고 하지만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이러한 경향성의 연장선에서 모색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중조직의 정치위원회 활동과 정치조직의 활동 그 자체가 분리되어 전체적인 상을 갖고 재구성 되지 않은 탓도 있다. 이것이 정치세력화에 대한 개념을 정치사회적 영향력으로 협소화시키는 객관적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치조직 그 자체에 대해서는 엄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날 수련회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정치적 전망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만큼 정치적 갈증의 문제는 선진노동자들에게 깊게 느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전망과 이를 구체화하는 진정한 계급투쟁 지도력의 담보체로서의 정치조직이 고민되어야 한다. 어떻게 모일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이를 가능케 하는 내용 없이 향후 몇 년간에 대한 낙관적인 정세인식 -환상적이기조차 한 -과 선거 일정 및 조직 구성만이 앙상하게 나와 있는 계획은 ‘조직이 그 자체로서 목적화’할 우려를 갖게 한다. 80년대 정치조직운동의 진정한 극복은 대중조직에서 정치세력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실천한다는 데서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치조직 건설에 필요한 사상.이론적, 조직적, 전술적 기초의 올바른 정립없이는 그 어떠한 정치조직건설 운동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영국과 브라질 노동운동의 경험을 연상케하는 이번 계획은 사실 또 하나의 정치적 실험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역사적 조건의 차이는 있지만 영국 노동운동이 조합주의의 상징으로서 불려지는 이유와 최근의 현황, 그리고 브라질 노동운동을 정치세력화의 맥락에서 - 최근의 부진한 현실을 포함하여-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진노동자 정치활동의 상과 관련된 문제이다. 사실 대중조직에서 배출된 많은 선진역량들이 어떠한 형식과 내용으로 훈련되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고 있지 않은 과제이다. 여기서 짚고자 하는 것은 ‘경력관리, 능력관리’ 등과 같이 선거후보 양성으로 이 문제가 다루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노동운동에서 부딪히는 각종의 사안을 전선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고-결코 협소한 단임투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노동자들이 이러한 지도력을 획득하는 과정이 정치적 지도자로 훈련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정치적 지도자의 상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선거후보 배치는 자리매김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와 정치활동에 대한 논의가 일반화된 현실을 반영하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논의를 간략히 검토하였다. 90년대 정치조직운동이 80년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힘차게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조건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계획은 분명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대중운동과 ‘나란히’ 동시에 ‘독자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정치조직건설의 변증법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될 시기라는 생각을 하면서 필자는 1박 2일의 수련회를 마무리지었다. 한/노/정/연

1996-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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