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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부품 유기용제 중독사건을 고발한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9호
정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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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부품 유기용제 중독사건을 고발한다!


정 미 리 (LG전자부품 솔벤트피해자협의회 전대표)


1. 철저한 잔업과 특근관리-LG전자부품

LG전자부품(주)는 경남 양산군 북정리에 위치한 LG그룹 계열사로서 전자부품 생산공장입니다. LG전자부품(주)는 본사인 양산공장과 광주공장, 오산의 세라믹 공장, 서울 사무소와 연구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ALPS전기와 합작회사로 금성 ALPS전자 전신이며 본사인 양산공장은 26년의 역사와 1,300여명의 사원, SR, DM(OBJECTUWT)의 각 공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제의 솔벤트 5200 집단 중독 사건은 SROBU 내 S/W제조팀TACT S/W 제조 부서에서 발생했습니다.
TACT S/W의 사용범위가 광범해지는 추세에서 국내시장의 30%를 점하는 생산체계였으므로 사건 발생 시에도 주,야 맞교대에 하루 평균 11~13시간씩의 근무에다, 작업자가 휴가였을 경우에는 다른 동료들이 철야와 특근으로 생산 부족분을 채워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잔업과 특근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해서 매월 생산실적 96~99%씩의 성과달성을 자랑(?)할 정도였습니다.

2. 너무나 고통스런 자각증세와 회사측의 무관심

작업과정에서 부품 세정용제로 솔벤트 5200 SPG-6AR의 혼합 침직액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94년 2월 경이었습니다. 휘발성이 강한 붉은색의 용제였는데 사용 초기 휘발 악취로 많은 노동자들이 갖가지 고통들을 호소했습니다. 호흡곤란, 현기증, 두통, 안구통증 (세정조 가까이에서는 눈이 쓰리고 따가워 눈물이 흐르고 눈을 뜨고 있기가 어려웠음)이 극심했습니다. 그런 점들을 관리자도 알고 있었으나 조합원들의 건의나 호소에 “일본에서 아무 문제없이 사용해 오는 것이니 걱정마라. 만약 무슨 문제가 있으면 내가 책임지겠다. 근무시간에 데모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냐”는 반응과 “주동자를 찾으라”고까지 했습니다. ‘주동자’라는 단어에 움추려진 분위기 탓으로 작업환경 개선과 관련된 어떠한 건의조차 어려워진 상황에서 후각의 마비로 인해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병들어 가는지 모른채 그럭저럭 근무해 왔습니다. 특히 외부인들이 “작업장이 이렇게 공기가 안좋은데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할 정도로 작업장 내 환기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94년 여름엔 ISO2000 인증을 위해 작업장과 기계들의 청결이 강조되다보니 밀폐된 공간 내에서 SOLVENT 침직액을 기계 청소시 대량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해 여름 기상청 설립 이후 연일 최고기록을 갱신하던 무더위 속에서 고장난 환기 시설, 에어콘, 가동되지 않던 국소배기 장치 시설로 인해 찜통같은 살인적인 실내 온도로 많은 동료들의 건강에 이상 증상들이 왔습니다. 95년 1, 2월에 두 명의 동료가 재생불량성 빈혈로 회사를 그만 두었을 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온몸에 멍과 같은 반점들이 생기고 한번 걸린 감기가 낳지 않는 등 자각 증상들이 나타났는데도, 여전히 개인의 질병 문제라 여겼습니다. 95년 7월 7일 5명의 동료들간에 시작된 생리 중단과 불순 문제가 전체적인 성격을 띤다는 것이 밝혀졌고, 그제서야 94년 가을 이후 대부분의 동료들이 갖가지 원인모를 질병들에 시달려온 것이 밝혀졌습니다. “생리중단, 두통, 현기증, 지속적인 감기, 뇌기능 감퇴, 요통과 신경통, 말초신경염과 온몸에 멍이 들고 심지어는 고막이 터지는 등 실로 광범위하고 다양한 자각 증상들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검사상 밝혀지지도 않는 이상 증상들을 과로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들만 하니까 벙어리 냉가슴 앓는 날들이었습니다.
95년 8월 10일 두 명의 근로자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로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입원을 하는 상황에서도 “불규칙한 습관 때문이다.” “일본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용제의 성분 분석 결과는 없으나 다른 점이 문제지 용제는 문제가 없다. 작업장 전환을 해줄테니 얘기하라” “아침 식사를 걸러서 그렇다”고 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기 그지없는 조합원들에게 심지어는 “회사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는데 뭐가 걱정이냐. 일이나 해라”는 등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여전히 억지를 부리는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또한 작업환경의 개선이라곤 전혀 없이 여전히 유기용제에 노출된 상태에서 특근과 잔업, 철야를 강요받아야 했습니다.

3. 「피해자협의회」의 결성과 사측의 공세

95년 8월 17일 부산일보의 대형기사를 시발로 각 방송과 언론에 솔벤트 중독이 집중 보도되자, 8월 18일에는 무기한 작업장 폐쇄와 작업중단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회사도 회사려니와 노동조합의 협조는 더욱 기대할 수가 없었는데 이들의 방치작업, 불이해와 몰염치로 인해 받았던 우리 마음의 상처들은 글로 옮기기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김종국 위원장의 말에 의하면 “산재 신청을 안하는 이유가 회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이다. 산재에 맡기면 회사는 손 뗀다.” 생리중단과 관련해 “호르몬 치료만 받으면 깨끗이 해결된다.” “알아봤더니 다른 사람들도 다들 조금씩은 문제들이 있더라.”는 등 후안무치의 표본을 보는 듯 했습니다. 18일부터 작업 중단과 함께 사내 연구실 출근이 시작되었으며 당시까지만 해도 심각성에 무지했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정기적으로 도장만 찍었던 것이 우리들의 처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LG 전자부품 솔벤트 중독 사건 시민대책위」가 구성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기껏해야 남녀대표 각 1명씩 뽑아 회사와 노조, 피해자들 사이에 연락 창구 노릇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또한 8월 27일 MBC의 P/D수첩 보도가 나가자 이것이 회사쪽에 압력으로 작용하여 회사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자리를 잡을 수 없으리라는 근거없는 희망에 부풀어 그 후 두손 놓고 병원에 다니며 검사나 받는 정도였습니다. 95년 10월 국정 감사를 받은 사실을 회사에서 피해자들에게 숨긴 사실로 인해 회사측과 불신이 시작되었고 그제서야 「시민대책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10월 말 경 가족들의 모임이 결성되어 「피해자 협의회」가 가동되면서 회사와의 공식적인 대화 창구가 마련되었으나 양자 모두 원론적인 수준에서 진전이 없던 차에 95년 이후 김희수 사장이 퇴임하고 조희제 사장이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회사의 공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6개월 동안 사건 초기 관리 이사가 경질되었고, 두 명의 상무와 이사들이 번갈아가며 임시 방편적인 수습작업을 했으며 실무부서인 노경협력실의 실무팀이 전원 교체되는 등 사내 진통이 많다보니 일괄적인 문제해결의 가능성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시민대책위를 통해 원진 레이온 사례 설명회와 고문 변호사를 통한 법률적 문제, 예방의학 전문의로부터 각자의 챠트 분석과 질병관련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들 피해자와 관련된 구체적 지식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역 신문들에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제공했던 시민대책위의 노력으로 사상 초유의 솔벤트 집단 중독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지 않고 여전히 여론을 묶어두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보호자 협의회와 환자 대표가 12월 통합되어 협의회의 전체적 모양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부천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 방문해 직업병 심의 점검을 하던 중 협의회 사무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습니다. 1월경 협의회 사무실 개설 문제가 우리들 내부의 쟁점이 되고 있었던 차에, 1월 26일 조희제 사장과 남자 피해자 8명의 단독면담으로 여자 피해자 27명과의 분위기가 좋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월 30일 조희제 사장과 협의회 대표간의 모임이 이루어졌으며 원론적인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월 2일 출근했던 여자 근로자들에게 검찰에서 수사 중인 전 김희수 사장에 대한 탄원서가 강요되면서 대화가 중단되고 협의회 사무실 개설과 관련해 “회장의 의도가 다른 데 있다.” “협의회만 나가지 말라.” “사내에 만들면 되지 밖에서 해서 누구를 들일 생각이냐.” “피해자들이 회사를 망해먹으려고 한다.” “재야단체와 손잡고 독립운동하느냐”는 등 갖가지 루머가 떠돌았습니다. 그러나 2월 1일 사무실을 개설했으며 이후 활동도 그간의 일들에 비해 체계적으로 일하기 진행되었습니다.
2월 7일 두 차례 동료 조합원에게 호소문 배포
2월 12일 퇴임한 김희수 사장을 엄벌해 주기를 바라는 탄원서를 울산지청에 제출
2월 9일 양산, 부산 시민들에게 호소문 배포
2월 23일 광주공장 조합원들에게 호소문 발송
2월 26일 수사 지연에 대한 울산지청 항의 방문
3월 4일 울산지청에 아래의 내용으로 형사고발 고소장 발송

고소요인
1. 피해근로자들의 고통을 묵살하며 발생한 인재에 대한 업무상 과실
중 과실 책임부분
2. 유해위험 예방장치의 안전상의 조치, 보건상의 조치 불이행(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 액체 또는 잔류물에 의한 건강장해)
3. 화학물질의 유해성 조사 불이행
4. 중대 재해 발생 지역 신고 불이행
5. 물질안전 보건 자료의 작성 비치 불이행
6. 유해 위험 작업에 대한 근로시간 위반
7. 신규 화학 물질의 유해성 조사 불이행
8. 유해성이 없는 화학물질 등의 조사 확인 불이행
9. 작업환경 측정 불이행
10. 국소배기 장치의 요건 및 국소배기 장치의 비가동 부분

우리는 양산지방노동사무소와 근로복지공단에 수차례의 질의서를 발송해서 그들에게 끊임없이 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우리들의 일련의 활동에 대해 회사의 반응은 협의회의 인원 줄이기로 맞섰는데, 남자 8명에 대한 회유와 협박으로 개별합의를 마무리했으며, 나머지 9명의 근로자들은 정상판정이라는 명목으로 500만원에 합의하여 회사로 복귀시켰고, 4명의 직업병 판정자는 회사와 개별합의를 마쳤습니다. 관련부서와 관리자 동행 7명의 피해자에 대해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22명의 직장 피해 근로자들과의 합의를 끝으로 협의회원 13명이 외롭게 투쟁의 길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는 의미에서 월세로 임대했던 사무실을 전세(각자 형편에 맞추어 갹출)로 임대차 계약을 했으며 그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까지도 수시로 만나면서 이해를 넓히고 단결을 도모해 왔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회사는 끊임없이 개별접촉을 시도했으며 사무실 근처에 노경협력실 소속 사원 두명씩을 상주시키며 감시와 미행을 하고, 노조원이나 가족을 사칭하여 이상한 전화를 해대기도 했습니다. 더 기막힐 노릇은 김종국 위원장이 전화를 해서 욕설을 하기도 하며, 양산지방 노동사무소에서는 “대화를 하지 왜 그러느냐”는 등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이 회복 중이라는 등의 근거없는 언론 플레이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협의회의 노력과 함께 시민대책위 34개 단체들이 1월부터 공청회를 준비해서 3월 6일 개최하였습니다. 난생 처음인 공청회라하기는 어렵지만 회의장과 복도, 로비까지 꽉 채운 방청객들과 방송과 신문사들의 취재 열기로 남달랐습니다. 특히 회사대표였던 관리이사와 노동부 산업보건과장이 방청객들의 항의 섞인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각 사업장의 관련 기관과 단체들의 관심이 드높아 가고 있습니다.

4. 솔벤트 중독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협의회 사무실 개설의 목적은 일차로 회사와의 원만한 합의에 있으나 향후 지속적인 치료와 합의 내용의 준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여지껏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에서 부산, 양산 지역에 유기용제 관련 직업병 판정 피해자들의 사랑방 모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 양산지역에 발생된 유기용제 관련의 정보나 지식이 전무한 상태이므로 당장은 어렵더라도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상담실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할 것입니다. 연락이 가능한 같은 동료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법률관련
현재 산업재해 보상법 등에 대해서 유기용제 관련 법규가 없다는데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20대 미혼 여성의 폐경기 진단과 함께 골다공증이라는 엄청난 진단에도 실제 노동력 상실 부분만을 인정하는 현행 법체계는 조속히 시정되어야 하므로 현재 대우, 현대 등의 대형 사업장에서 제기되는 유기용제 중독사건들과 연관해서 법령개선과 신설문제를 노동운동의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2) 노사관련
국민소득 만불시대라고 대서특필하던 얼마전의 들뜬 분위기 뒤에는 30% 국민의 신체 이상과 국민보건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으며 직업병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산업역군들이 있습니다. 소득 만불의 견인차인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직업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문제를 직시하는 “큰 눈”과 함께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따뜻”한 필요조건과 관련해서 수많은 법령들과 규칙들이 유명무실하고 형식에 치우치다보니 이러한 ‘사상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법령과 규칙을 준수하겠다는 사용자의 의지와 함께 손익의 극대화라는 그럴듯한 포장아래 묵살되고 있는 현장 내의 근로자들의 고통과 호소에 “귀기울여 듣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또한 건강한 노동조합은 건강한 일터를 창출하고 건강한 노사관계를 정립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작은 문제일지라도 뚜렷한 목소리와 몸짓을 가질 때 더 크고 큰 문제가 예방 가능할 것입니다.

(3) 향후 연구과제
본 사건은 ‘사상초유’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개 화려한 수식어가 나열되지만 직업병 관련만은 으례 괴롭기 그지없는 고통들을 수반합니다. 사상초유의 연구과제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에서 본 솔벤트 중독사고로 유발된 연구과제는 관련기관인 노동부와 산업보건연구원, 의료계, 산업계 등이 전인미답의 황무지를 개척한다는 선구자적인 자세로 현재 진행중인 동물실험 결과와 발생경로, 향후 발생 가능한 제 질병들에 대해 철저하고 완벽한 조사와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노/정/연

1996-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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