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의 청사진에 가리워진 도시빈민들
최 인 기/ 전국노점상연합 사무처장
1.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은 도대체 제대로 되고 있는가?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가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서울시에서 전시해 놓은 청계천 복원의 그림이다. 그것을 잠시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진 사람에게는 화려하게 펼쳐진 청사진이
찬란한 장미빛 미래일 수 있겠으나, 가진 것 없는
도시빈민에게는 한낱 액자 속에 걸린 그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애초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일단
추진과정에 있어서 개발독재시대의 정책추진 방식이던
밀어붙이기 사업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가 불도저를 동원하여 하천을 복개하고 고가도로를
세웠듯이, 또다시 국민적 의견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외국의 수많은 상징물과
건축물들이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백 년이 넘도록 긴
시간과 여유를 두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하는 것에
비춰,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여론수용 및 국민화합을 통한
정책이란 머나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추진 방식은
비단 청계천 복원사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곳곳에 만연해
있다. ‘북한산 관통도로 개설사업’, ‘새만금 간척사업’,
최근의 ‘부안 방사성핵폐기물처리장 건설사업’ 등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예로 그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청계천 복원사업과 자주 비교되거나 거론되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중심거리를 흐르고 있는ꡐ도톤 보리천’의
경우 청계천 복원구간 5.4km보다 훨씬 짧은 1.4km구간으로,
고가도로조차 없지만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사업이
진행될 정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에 비교했을 때 청계천
복원사업은 미래를 내다보며 착오가 없도록 치밀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서울시민 모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서울시는 시민 및
환경단체들을 현혹하기 위하여 ‘문화제 복원 및 환경친화적
도시’ 운운의 사업기조를 발표하였지만, 이도 청계천 변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아스팔트 뚜껑을 열어 제끼면서 애초의
사업기조에 실현에 대한 의심을 하게하고, ‘수박 겉 핥기
식’의 졸속과 개발사업으로 일관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문화제 발굴이 보도되면서 복원의
신중론이 다시 대두되기 시작했다. 청계천 유적발굴로
복원지연이라는 11월 7일자에 방송된 SBS 뉴스를 인용해 보자.
“두텁게 쌓인 퇴적층 속에서 길게 누운 돌기둥이 드러납니다.
동대문 옆 성벽에 수문 다섯 개를 내 청계천을 흐르게 했던
오간수문의 기초석입니다. 무교동 네거리 근처에서는 조선시대
석축이 발견됐습니다. 1773년 조선 영조 때 청계천의 흐름을
곧게 펴 호안을 쌓았다는 기록을 뒷받침해주는 첫 유적입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런 막돌들을 사용해서 면을 맞추면서
정연하게 쌓아놨던 축적 기법상의 어떤, 일제 때하고 조선시대
때하고 어떤 기법이 다르게 나오고 있거든요. 또 퇴적층에서
그릇 조각과 말의 뼈도 발견됐습니다. 관에서 사용했다기보다는
이 당시에는 민들, 그러니깐 서민들이 사용했던 일상 용기가
주로 흘러내려 온 것입니다. 모전교와 광통교, 수표교 등 청계천
일대 6곳에 대해 본격 발굴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여덟 달 동안 발굴작업이 진행돼 공사 일정에 차질은
물론, 설계변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곧 청계천 복원사업 추진본부 시민위원회도 활동 중단을
선포했다.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청계천은 평소
건천으로 거의 물이 흐르지 않다가 여름철 홍수 때 물이
불어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집중 폭우시 낡은 하수도관으로 인하여 생활하수와 빗물이 서로
뒤섞여 오염된 채 청계천이 범람할 우려까지 있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청계천에만 유독 강조하는 친환경적
역사문화를 복원한다는 주장의 허점은 그물망처럼 형성되어 있는
주변의 크고 작은 하천에 대한 검토와 허술한 하수관에 대한
점검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복원도 기만이며,
정치가의 공약(空約)과 같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에서는 노점상의 방해로 복원공사가 지연되어
엄청난 제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떠들어 대고 있다.
2. 11월 30일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청계천 대로변은 겨울이 되면 더욱 추워진다. 철거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삼일아파트 그늘에 가려져 있어서 더욱 그렇다.
올해를 꼭 한달 앞둔 지난 11월 30일 서울시에서는 대대적인
행정대집행, 즉 단속과 철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로 꼭
보름째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 현장에는 노점상을 쫓는
용역깡패들과 이를 피하는 노점상들의 생존 숨바꼭질이 계속
되고 있다.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빼곤 모두 파헤쳐진 보도블럭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시민 및 외국인에게까지도 알려진
관광명소였던 황학동 벼룩시장인가가 무색하다. 노점상과 이곳을
찾는 시민들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발 디딜 틈이 없던 청계
7․8가는 이제 보따리상 몇 명과 단속반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동대문운동장 안에 약 4백 여 개의 노점상 운영
대책을 마련했지만 약 1천5백 여 노점상에 대해서는 현실성 없는
대책이다(11월 30일 행정대집행 이후 서울시에서 공식 발표한
철거 노점상의 수만도 680여 개다).
이날 단속으로 전국노점상연합 홍경희 중구지역장의 구속을
비롯하여 김흥현 전국노점상연합 의장과 김종상
청계천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되었다.
이밖에 지금까지 폭력으로 인하여 수많은 노점상들이 부상을
당하였다. “이제껏 거짓말로 일관한 서울시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요. 여기서 장사를 하여 처자식 먹여 살렸는데 죽을 때까지
자리 지킬 겁니다.” 한 노점상의 목소리와 곧 이어지는
용역반들과의 싸움은 도대체 이곳이 우리가 살고 있던 서울시
한복판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3. 서울시에서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그러면 국제적인 도시에 걸 맞는 환경과 문화제 복원을 운운하며
사람들의 생존권을 내팽개치며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공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최근 도시개발 분야에도 신자유주의 이념이 적용되면서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동북아의 중심도시로써 서울을 국제적인
상업도시와 금융거점 도시로의 개발” 한다는 목표 하에 청계천
복원 이후 그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외국자본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낙후되어 있는 강북지역을
살리고 건설경기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특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로서는 청계천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된 후 이미 각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하고 있다. 부산, 마산
광양항 및 인천공항 주변의 영종도, 송도, 김포매립지에 대한
경제특구지정을 통한 물류 거점지역 육성과, 경기도 인근에
‘국제적인 관광․레저단지’, ‘국제업무․지식
기반산업 중심지’, ‘국제금융단지’, ‘관광․숙박
전시단지’를 개발하고, 마포구 상암동에 ‘디지털 미디어
센타’를 조성한다고 하고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흐름은 현
청계천 복원사업의 결과로써 경제특구지역에 대한 벨트를
형성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노점상과 철거민을 중심으로 한 도시빈민은 그들의
원대한 포부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일대의 전통적이고, 비공식적이며 저소득층과 관련된 부문을
정리하고, 이곳에 들어서는 외국인투자기업이 들어서는 경우를
생각하자. 우선 당장 떠오르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월차유급휴가, 유급생리휴가를 적용하지 않아도 됨은 물론
이밖에 파견법에 명시된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 제한과 파견기간
제한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무제한 노동특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혜택을 부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도시빈민의 생존권은 물론 향후 이곳에서 일할 노동자들의
노동권조차 결국은 말살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민중운동진영에서조차 청계천 복원의 현재적
의미를 노점상과 철거민들만의 생존권 싸움으로만 이해하고
알아서 잘 싸워주기를 바라고 있다.
4. 빈민 1천만 시대, 우리의 과제
우리사회의 빈곤문제를 잠시 언급해보기로 하자.
작금의 시대는 소위ꡐ사회적 타살’로 이야기되는 생계형
자살자가 2000년 454명에서, 2002년 600명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신용불량자는 약 35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2000년 10월부터
시행된 빈곤계층의 최저생계를 보장해야 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시행초기 154만 명에서 최근 올 해
말 통계는 130만 명 대를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나 수치의
저하는 정부의 수급자 선정에 있어서의 까다로움과, 낮은
생계급여, 형식적인 자활사업 등으로 현실성이 미흡한
복지제도로 수급대상자가 이를 거부함으로 나타나게 된
수치이며, 이러한 제도의 현실적 괴리감으로 인한 사회문제화가
예상된다).
우리사회는 저소득 도시빈민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은 죽어라 일을 한다 해도 현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결국 빈곤탈출의 희망조차 찾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난이 자식에게로 대물림되고 있다. 대표적인
저소득 도시빈민이라 할 수 있는 노점상과 철거민은 그나마
지키고 있는 삶의 터전과 밥그릇을 걷어 채이며 깨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노점상중 대부분이 IMF 사태 이후 노점장사를
시작한 사람이며, 청년과 고학력자들의 실업을 반영하듯이
노점상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학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문제를
짚어 보아야 한다. 또한 전국노점상연합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노점상의 발생유형이 중․고령, 비숙련 노동자이거나
부모의 노점상을 대물림 받는 형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것은 우리사회의 불안정 노동층 다시 말해서 임시직,
일용직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벼랑 끝에 내몰려 노점상을
선택하게 되고, 아울러 사회의 정규노동자로 돋움하지 못하는
가운데 부모의 노점상이라는 빈곤이 상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도시빈민 투쟁을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쟁점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전국노점상연합’에서는 노점상 단속에 대응하는 투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내부적으로
노점상단체의 대단결과 통합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그동안 노점상 단체는 사소한 이견과 입장으로 크게 두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러나 작년 청계천 4가에서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한 박봉규 열사 투쟁과 올해 청계천 영세노점상
사수투쟁을 전개하며 대책위를 구성하여 함께 해오던 노점상
단체들간의 통합의 깃발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그동안 대외연대 사업만 전담하고 있던
노점상․철거민의 상층조직인 ‘전국빈민연합’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사회의 빈곤과 그 당사자인 철거민,
노점상의 문제를 단일화시켜 도시빈민의 보편적인 쟁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저들의 청계천 노점상에 대한 탄압은 안일한 관성과 자신의 조직
안에 갇혀 있던 우리의 좁은 시야를 넓혀 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단속과 철거로 일관하는 정권의 반민중적 본질을
직시하고, 그리고 이 책임은 현재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
하에서 민중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는 정권과 자본에게
있음을 알게 해준 것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제기하고,
이러한 모순 극복 없이 도시빈민운동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역설적이게도 저들이 나서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