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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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하여
 특집II: 노동운동 출구를 찾자(6)

현장에서 미래를  제114호
김승환

특 집 II : 노동운동 출구를 찾자(6)



내일을 위하여

김승환 / 한노정연 연구원




1. 들어가며

2005년은 비정규 노동자의 패배의 한해였다.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는 가두투쟁에서 승리하였으나 집단교섭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다자간 협상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 노동자는 크레인 위에서 11일간의 투쟁을 전개하였으나 원청과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확약서로 마무리 되었다.(하지만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2005년 한 해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협약 쟁취 투쟁은 그들의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의 노골적인 비정규직 노조 불인정 작전에 전투적이고 끈질긴 투쟁으로 사력을 다 하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우리는 05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영웅적 투쟁과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성과를 만들지 못한 본질적인 원인에 대하여 분석하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과 노동자 계급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검토해야 할 시점에 있다.
패배의 원인을 영웅적 투쟁을 전개한 조합원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지도부의 성격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지도부가 가지는 노선과 지도부 개인의 성향의 문제로 치환되어 평가해야 할 성질의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는 좀 더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겠다. 물론 지도부의 성향과 노선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부의 성향과 노선이 왜 그렇게 설정되어 진 것인지와 정세적 연관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파악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 가지 한 가지 투쟁마다 서로 다른 조합원의 조직적 구성과 투쟁시기와 투쟁대상 등에서 구체적 내용에서는 엄연히 평가의 척도가 다르지만 그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정부와 자본의 대응방식과 노동정책이 공통적으로 녹아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본질적인 시각에서 검토하고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본질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향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서 우리는 어떤 전술과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인가와 향후 노동자 계급운동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자본의 전술

05년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한줌의 ‘떡고물’도 주지 않겠다는 자본의 전술적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한 해였다고 본다.
울산 건설 플랜트, 하이닉스 매그나칩, 현대 하이스코에서 보여준 대화거부, 협상거부, 사용자성 거부 등의 형태로 일관하면서 자신들은 직접고용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나 협상에 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현행 노동법이 가지는 맹점을 악용한 사례인데 직접 고용 관계와 지배 관계만을 고용당사자로 명시한 노동법을 최대한 악용하면서 사용자성을 거부한 사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노동법의 맹점을 악용할 수 있도록 방치한 정부와 노동부의 문제가 이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과 투쟁에 자본가들이 사용한 전술은 직장폐쇄와 고소, 고발 등이었고, 최근에는 손배, 가압류 등의 방식을 구사하였다.
이런 방식은 여전히 주요하게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올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단체협약 요구에 사용자성을 부정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정규직에 대한 대응과 비정규직에 대한 대응을 달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정규직은 지도부에 대한 적절한 타협과 당근을 제시하면서 어용화시키고, 현장조합원들에게는 고용권을 무기로 회사 살리기와 현장통제를 하면서 이데올로기적 지배와 현장통제력 강화 등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철저히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현장에 정규직보다 못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가지는 비정규직을 들여오면서 현장 내에 노동자간 서열과 불평등 구조를 만들어서 정규직 자체를 노동귀족화시키는 방식으로 관리전략을 구사해온 것이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일체의 대화거부, 사용자성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본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법의 맹점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비정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술책이다. 그럼 왜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강도 투쟁에 대하여 모르쇠로 일관하고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것의 답은 명확하다. 비정규직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자본의 노동자간 분할 전략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도입한 것은 노동유연화를 통한 초과이윤확보라는 측면도 있지만 분할통치전략으로 노동자들 간의 불평등을 확대하고, 정규직의 투쟁을 봉쇄하기 위한 이유가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대화를 하거나 협상을 하는 것은 곧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러올 파장은 매우 큰 것인데 원청이 도급을 주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배경은 사실상 정규직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안이었는데 비정규직의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면 사실상 비정규직을 도입한 이유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관계 로드맵 완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전략에 발맞추어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당위적이고 필연적인 의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이 곧 국가의 이익이라고 바라보는 관점에서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이런 기업의 이익이 최대한으로 높여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이 있는 것이다. 특히 WTO체제와 FTA 시스템이라는 화두 앞에서 노무현 정부는 한 발 자국도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마지막 이유는 대북관계이다. 대북관계에서 남한의 주도권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자본이 북에게 지원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한에서의 일정한 초과이윤을 확보하여야 하며 이것을 근거로 정부는 북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라도 세금을 확대 징수해야 한다. 이런 세금의 확보는 자본에게 더 큰 이윤을 보장해 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런 정부의 대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본의 초과이윤을 법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지켜주어야 할 임무가 생기게 된 것이다.

자본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은 초과이윤을 확보하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고, 노동자들 간의 분할통치로 인하여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매우 적절한 방안이고, 간접지배라는 형식적 분할로 인하여 자신들의 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입장에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초국적 독점자본을 육성할 때 소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에 자본의 이윤착취구조에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발생한 초과이윤으로 대북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정권재창출의 유리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자본에 대한 규제와 통제보다 자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으로 인하여 자본이 정부를 좌지우지 하는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정부는 자본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 정권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순위의 정책사업과 방향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가장 유력한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초국적 독점자본을 키워내는 것 즉 초국적 독점자본으로 키워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바로 국내에서 독과점을 형성하게 해주는 것이고, 이로부터 지속적인 고용창출을 만들게 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고용창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형태는 정권의 차원에서 볼 때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다. 고용형태가 간접고용이든 임시직, 계약직이든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보다 자본의 살아있는 경쟁력이고, 정권의 정권재창출이다.


3. 민주노조운동진영

이에 반해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선 좌파, 중앙파, 우파를 떠나서 정세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통찰에 의한 분석이 일치하고 있지 못하다. 큰 틀에서 정세를 분석하고 현재 우리의 힘과 역량에서 무엇을 우선해서 대처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이다.
여기에 각 정파별로 자신들의 조직우선, 조직 보존, 패권적 활동이 깊숙이 스며들면서 상호간에 아귀다툼과 괴리만이 난무하고 있다.

두 번째로 노동조합의 활동 질서에서 기인한 관료주의와 기업별 조직질서에서 기인한 조합주의 등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계급적 각성에 의한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재조직사업이 진행되지 못해서 발생한 다양한 기회주의, 개량주의에 대하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
초창기에는 민주노조 건설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지만, 이후 ‘민주노조’라는 개념에서 ‘계급적 노조’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게 하는 교육과 투쟁을 배치하지 못한 계급적 세력이 반성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다양한 의식을 가진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에 대하여 민주노조에 대한 개념만 씌웠을 뿐이지 계급성을 강화하는 연대활동과 정치활동의 영역으로 확장되지 못한 오류가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본과 정권이 비리사건을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현재 자신의 현장에만 매몰되게 하는 조합주의에 머물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세 번째로, 기업별 노조체계와 그 체계로부터 발생한 비정규직 도입을 인정한 것도 문제의 원인이라고 본다. 개별단위 기업노조가 현장에 비정규직 도입에 대하여 계급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것에 대하여 노동조합 질서에서 정화할 수 있는 노력과 모습이 발휘되지 못하였다.
상급단체인 연맹과 총연맹이 노동조합 질서 속에서 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어야 하지만 개별 현장의 문제로 치부하였거나, 개별현장이 비정규직 도입을 처리하는 과정을 알았어도 상급조직이 개입해 들어가지 못하는 조직적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단지 연맹과 총연맹의 문제 아니라 단위 대공장 노조에 직, 간접적으로 꾸준히 개입해온 다양한 정치세력과 노동단체들도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현장에서 약한 고리가 자본의 눈에 확연히 들어왔고, 자본은 법적 맹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치고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사내하청의 경우만 보더라도 사내하청에 소속된 노동자는 현행법상 비정규직으로 규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왜냐하면 사내하청이 직접고용하는 형태로 겉모습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자본은 적절히 악용하였고, 이것에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는 묵인 방조하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접적인 착취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을 조직한 노동조합운동영역으로 지극히 제한된 활동방식의 문제도 있었다고 본다. 이것은 우리가 현재의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역사발전의 원동력이고, 역사의 주체인 노동자 계급의 중심성은 원칙이라고 본다. 하지만 착취의 방식과 양식이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부산물이 직접적으로는 비정규직이지만 또 다른 부산물이 바로 실업자인 것이다. 그리고 자본의 무한 착취구조로부터 발생하는 차별과 빈곤이 있는 것이다. 착취와 소외받는 여성과 장애인 차별 등의 문제에 우리는 좀 더 조직적인 역량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학을 중심으로 청년실업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사업과 현장으로부터 버림받은 실업자들은 결국 현장의 취업 노동자의 생존권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에 대하여 진보진영과 민주노조 운동 진영은 심각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노동자가 실질적인 민주노조운동에서 계급운동으로 나아가는 방향에서 그렇게 되지 못한 원인 중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바로 실업자들이 꾸준히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실업과 취업 즉 일자리의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노동대중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것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자리가 있는 노동자들의 머리에서는 조합주의와 개량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일자리가 없는 실업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과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업노동자들의 계급적 각성을 요구하는 것은 공염불이 될 소지가 매우 크다.
일상적인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한 자본의 신자유주의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
실업자 문제는 노동조합이 직접 개입해야 하지만 계급적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실업자 조직하자고 하면 매우 힘든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실업자 조직과 운동을 만들어가는 조직 주체가 현실적으로는 단체와 문제의식을 가진 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는 사실상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일상적으로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계층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이등국민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인 것이다.
바로 자본이 노린 것은 이런 방향이고, 이것에 정부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마음대로 노동력을 구매하고 버리고 하는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으나 실업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접근하면 나무만 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비정규직 사업이 가지는 독자성이 있으나 항상 실업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사업이 잡혀야 한다.


4. 방향과 전망

일정하게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전망과 과제를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만들 것인가?
현재 진행 중인 자본과 정부의 정책기조와 흐름이 민주노조운동의 핵심현안인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인 전선형성을 위한 사업과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 못지않게 중요한 실업자 운동에 대한 방침을 마련하는 것을 계급적 세력 즉 사회주의 세력이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의 실질적 혁신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실업자 문제에 대한 접근을 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대안도 대책도 없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민중적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고 계급적 좌파가 이후 노동자 계급정당을 건설해서 사회주의 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을 실제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현재의 정치정세와 우리 민주노조 운동 진영의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좀 더 섬세한 논의도 필요하다.
관료주의, 개량주의, 조합주의 등의 문제가 단지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비리 등의 문제가 윤리강령을 채택한다고 해소될 수 있는가의 문제 등에 대하여 우리는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단지 노선상의 차이와, 전투적이냐 아니냐, 사회적 교섭을 하냐 안하냐의 지엽적으로 접근할 문제인가에 대하여 우리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우경화 등의 모습이지만 이것은 남한 자본주의에서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조직이 취할 수 있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취업된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조직한 노동조합은 반드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비정규직에 대하여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을 좌파집행부 혹은 현장파가 집행부를 장악하였어도 극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현장파도 현장조합원이 가지는 다양한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대중의 정치의식이 곧 집행부에게 투영되어 나타나는 것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현대 자동차 노동조합 동지들의 의식과 활동으로부터 배웠다. 좀 더 투쟁적인 곳과 그렇지 못한 곳, 좀 더 전술구사를 잘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과연 이것이 지도부의 노선만의 문제로 치환되는가. 그리고 ‘노동자는 하나다’ 라는 슬로건을 몰라서 조합주의가 발생하는 것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구체적 상황에서 구체적 대안과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전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실행하는 것은 취업된 노동자들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으로 현장조합원을 설득하고 교육하더라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민주노조 운동진영의 이후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하여 깊이 있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하면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진보진영과 민주노조 진영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하여 검토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자본의 분할통치전략이 지속되고, 민주노조 운동진영 내에서 조합주의와 관료주의 등에서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못 할 경우라는 의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분명 민주노조 운동 진영에서 국민파의 득세는 여전할 것이고, 사회적 교섭이라는 화두는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면서 노사정 위원회 복귀를 통해서 사회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전투적이고, 원칙으로 똘똘 뭉친 좌파가 민주노총을 집권하더라도 조합원 다수의 요구가 그렇다면 사회적 교섭과 노사정 복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될 것이고 원칙의 후퇴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아마 민주노조 운동진영 내에서 지속적인 분화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현실론을 주장하는 쪽이 아마도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부에서 노선투쟁이 격화될 것이다.
원칙론을 주장하는 세력과 현실론을 주장하는 세력이 시시때때로 부딪칠 것이 뻔하다.
여기에서 동요하는 사람들은 친분에 따라 원칙론에 섰다가, 현실론으로 갔다가 하면서 오락가락 할 것이다. 우리는 냉정하게 원칙이냐 현실이냐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계급적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것을 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정세분석의 철저함과 우리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원칙론적 판단을 해야 할 상황과 현실론적 판단을 해야 할 상황에 대하여 엄밀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착목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현재의 시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점에서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과 ‘현재의 상태’를 노동자계급운동진영이 ‘민주의 색깔’에서 ‘계급적 색깔’로 진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이것을 위해서 필자는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계급적 진영의 조직사업의 영역과 인식의 영역을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싶다.

실업자 운동을 조직하는 것으로 취업된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주장을 현장에서 펼치고, 현장 내에서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게 하고, 계급적 시각을 가지게 하는 방향으로 조직사업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사회를 비롯한 학생운동진영의 최우선 사업과제로 청년실업문제를 가지고 학생대중을 조직하게 해야 한다. 이런 힘으로 정권에 대한 저항성이 학생사회에서 형성되어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 장애인 차별 반대를 위한 사업과 평등한 노동조건과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업에 적극 결합하여야 한다. 이런 조직사업으로 주체세력을 형성해서 민중의 실질적 힘으로 무상의료 무상교육권을 쟁취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국제연대의 관점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직사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내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을 끊임없이 하향 평준화시키고 악성적인 실업자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동일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과 노동허가제와 국적요건의 간소화 등의 법 제도적 개혁도 필요하다.
내국인 우선고용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 이주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하는 것을 통해서 이주노동자를 통해서 초과이윤을 확보하고 있는 자본의 작전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력 즉 초국적 자본과 노무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틀어쥐는 것이다. 올해 초 불법 파견 건이 우리의 실질적 반격의 무기가 될 수 있었으나 현실에서 이것에 중심을 두고 접근하지 못하면서, 자본의 전술에 말리게 되었던 과거가 있다.

두 번째로, ‘민주노조 운동 진영’을 ‘계급적 노조운동 진영’으로 재조직해야 한다.

민주노조 건설운동과 사수운동은 80년대로부터 출발한 테마였다. 이것은 현재에도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방식에서 유효하고, 미래에도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유효한 테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 자체에 머물게 되는 것은 끊임없이 예비정치인의 출세주의의 통로로서의 역할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노동자로서 계급의식을 가지고 진실로 현장의 노동자들의 계급적 진출로서 정치활동은 막을 이유가 하나도 없으나, 조직된 노동조합의 관료로서만 성장한 좌파, 우파, 중앙파의 활동가들과 어느 파에도 속하지 않은 활동가도 마찬가지로 현재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여 개별의 능력과 힘으로 돌파하기 힘들다. 따라서 자신이 의도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개인적 출세만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으로 왜곡될 수 있다.
실업문제, 차별문제, 빈곤문제 등에 대한 조직적 활동을 결의하고 행동하는 것을 현장에서 실천해 내고 현장을 재조직하는 활동가들이 배출되어지는 것이 바로 계급적 노동운동으로 진전이고 현재의 우리 문제를 실제로 돌파하는 계급적 무기가 될 것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노조 운동진영의 조직형태는 전국단일노조 형태가 가장 올바르다.

마지막으로, 계급성 강화를 위한 교육사업과 계급적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준비를 하자. 민주노조 운동시기와 엄연히 구별되는 계급적 운동 시기를 새롭게 형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하여야 한다. 활동가들은 왜곡된 정파질서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민족주의자와 사회적 교섭주의자가 우파가 되어 버린 상태를 벗고 진실로 계급적 세력을 형성하기 위한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사회주의 세력과 개량주의 사민주의세력을 구분하자.


5. 마치며

현재까지 여러 가지 주장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은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 자본이 만들고자 하는 신자유주의화 된 세상에 타격을 적절하게 주고 우리의 흐트러진 주체역량을 재조직 하는 방향을 설정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활동가 조직을 건설하고자 하고 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현재의 어려운 상태를 극복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디에 역량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하여 조직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 글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면서 정리해 보았다.
맑스가 말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현재의 위치에서 고민해볼 문제이다. 신자유주의에서 전투적인 상황은 필연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전투적인 것만이 계급적으로 전진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자본은 내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격렬해져도 꾸준히 대화거부와 협상거부로 일관하다가 다자간 협상 틀을 이용하거나, 최소한의 대화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민주노조 운동진영은 사회적 교섭문제와 합법 정당운동 등의 문제로 다시 한 번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자 노조 가입문제와 비정규직에 대한 원청사용자성 문제에 대한 법, 제도적 개선책에 대하여 고민해야 하고, 여성,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빈곤의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획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모여진 힘으로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실질적인 투쟁을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손안대고 코푸는, 노동하지 않고 떼돈을 버는 자들 즉 불로소득자, 금융자본가에 대한 타격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금융자본가와 불로소득자에 대하여 부유세뿐만 아니라 재산몰수 등의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토지, 부동산 투기자들에 대한 대책과 입장도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실질적인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국가권력의 문제가 연동되어 있으나 끊임없이 정책과 입장을 제출하고 우리의 대안과 대책이 전사회적으로 확대확산 되어지게 해야 한다.
사회주의는 구체적 현실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2005-11-30 23: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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