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제106호 이전)

현장에서 미래를 > 컬럼 > 목록보기 > 글읽기

 
4.11총선과 각 당의 노동정책

현장에서 미래를  제9호
노민우

4․11총선과

각 당의 노동정책



노 민 우 (연구소 회원)



4월 11일 실시되는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국가정치 뿐만이 아니라 노동정치와 연관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노동분야는 ‘개혁’을 정치적 지배의 주요한 정당성의 근거로 삼고 있는 김영삼 정권이 그동안 전혀 개혁적이지 못했던 대표적인 영역이었다. 정권 초기 개혁적 노동부장관의 시도는 한바탕의 소란으로 끝나고 말았으며, 1992년 대통령선거 공약사항이었던 노동개혁은 현재까지도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끝날 공산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1995년 4월 총선부터 시작되는 정권말기에는 또 한 차례의 노동개혁 실험이 준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1) 민주노총 출범과 노동운동진영의 강력한 요구, WTO체제의 출범에 따른 노사관계 제도 보완의 필요성, ILO, UN, OECD 등 국제기구로부터의 강한 압력 등의 내외적인 제반 여건이 더 이상 노동개혁을 미룰 수 없게 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중반기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 김정권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개혁이데올로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상황적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15대 총선은 총선 이후 예정되어 있는 정권의 노동개혁실험의 가능성과 내용을 규정할 중요한 정치적 행사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총선과정에서 형성되는 노사관계개혁의 정치적 지형과 담론구조는 이후 노동정치구조의 변동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총선에서 각 정치세력이 내세우고 있는 노동관계공약들을 간략하게 비교해보고, 그 속에서 몇 가지 특징을 추출해 보고자 한다.


각 정당의 노동관계 공약은 직접적인 노동공약과 기타 노동관련공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민주노총의 15대 총선 10대 요구안의 구분에 따라 ‘노사관계 민주화’ 공약과 ‘사회개혁’ 공약으로 나누어 살펴본다.2)


각 정당의 공약에서 먼저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노동측의 정책요구에 대해서 충실히 응답하고 있는 정당이 민주당 뿐이라는 점이다. 민주노총이 노동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노동측의 실질적 주체라는 점을 생각하면, 민주노총의 10대 요구안은 대체로 현재의 노동관련 쟁점들을 충실히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ILO 기준에 따른 노동법 개정과 민주노총의 합법성 보장’은 노동개혁 논의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신한국당, 국민회의, 자민련 등은 모호한 추상적 표현으로 원칙적인 입장만을 제기하고 있거나, 아예 정책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들 정당은 노동계급의 핵심적 이해관련 사안보다는 직업훈련제도, 노동위원회의 조직구성, 근로복지제도 등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부분에 추상적인 개혁프로그램들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다만 민주당 만이 노동측의 의견을 대체로 수용하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표 1> 각 정당의 노동공약 비교

민주노총 10대 요구안

신 한 국 당

국 민 회 의

민 주 당

자 민 련

1.노동법개정

-복수노조금지조항

-공무원단결금지

-3자개입금지, 직권중재

-행정관청 개입, 간섭

-노조정치활동금지

2.40시간노동 경영참가

3.근기법 5인미만 적용

4.구속해고자 석방복직

5.근로자파견법,

  전임자수축소 반대

1.노동관계법령 각계의견 수렴후 발전적 개정

2.-

3.-

4.-

5.-

1.WTO체제 대처 위한 노사협력체제 확립과 국제수준의 노조활동보장을 위한 노사간 협의에 기초한 노동법개정

2.-

3.-

4.-

5.-

1.민주노총실체인정

-복수노조허용

-6급이하 노조허용

-공익범위 최소화

-부당간섭근절

-정치활동허용

2.-

3.-

4.-

5.근로자파견법, 전임자축소 반대

1.-

2.-

3.-

4.-

5.-

기타공약

-노사협력 도모

-생산성임금제정착

-협력모범업체지원

-직훈체제전면개편

-일용노동자 근로복지카드제도 시행

-종업원지주제, 성과배분제 지원확대

-주택구입자금융자

-산업안전기획단설치

-자율교섭원칙, 생활급보장

-고용인사차별철폐

-직업훈련제도개편

-노동위원회개편

-중기복지기금확대

-복지관련법적용범위 점진확대

-종업원지주제

-외국인노동자관련 법규 정비

-산업안전투자확대

-임금가이드라인철폐, 자율교섭보장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구성

-노사협의회법개정

-법강행규정 강화

-노동위원회 독립

-직훈제도 강화

-외국인근로자 인권보호(근기법적용, 고용허가제 실시)

-장애인고용증진

-정년연장(65세)

-여성근로사업장 보육시설 100인 이상으로 확대

-영세사업장에 사회보장제도 확립,

안전설비융자금 지원,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도입


신한국당은 ‘각계 의견을 수렴하여 노동관계법령을 발전적으로 개정’하겠다는 의사만을 표명하였다. 그리고 새정치 국민회의는 노동법개정을 약속하면서 ‘WTO체제에 대처하기 위한 노사협력체제의 확립’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 자민련은 노동법개정에 관해서 전혀 공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동공약항목을 설정하지도 않았다.3) 여기서 쿠데타 보수세력의 정치적 집결체인 자민련이 노동개혁을 전혀 인정치 않은 것, 그리고 집권당으로서 민주노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야만 하는 신한국당의 정책방침은 그나마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제1야당으로 개혁적 입장을 그간 표명해온 국민회의가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자본측의 요구인 ‘WTO체제 대처와 노사협력’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전반적으로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 선거 이후의 정치과정을 주도할 제도권 정치세력 중에서 노동측의 노동개혁요구에 우호적인 세력들은 극소수 뿐이며, 대체로 적대적인 정치지형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 노동법개정이 구체화될 경우의 상황전개가 예상될 수 있다. 정부와 신한국당의 노동관계법 개정작업의 핵심내용은 집단적 노사관계법(복수노조, 제3자개입 조항)의 전향적 개정과 개별적 노사관계법(근로기준법 조항 및 근로자파견법 등의 도입)의 개악을 교환하는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제일 야당인 국민회의가 노사협력을 강조하고 교환거래에 동의한 것은 노동법개정과정에서 민주노조진영이 전체 제도권 정치세력과 대결해야만 하는 상황을 조성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국민회의의 입장은 자율교섭원칙에 의한 임금교섭, 생활급 보장 후의 성과급 보상이라는 임금공약을 제외하면, 신한국당의 그것과 질적으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1988년과 1989년 여소야대 당시 민주노조 중심의 노동법개정운동에 대해서 야당들이 복수노조금지, 정치활동금지, 제3자개입금지, 공무원․교원의 단결금지 조항들을 전향적으로 개정하는 안을 제출하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현재의 노동정치지형은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국민회의가 노동법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1988~89년의 경우와 같이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기회주의적인 손익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제도정치권의 노동공약이 빈곤한 것은 비록 민주노총의 결성으로 노동자계급이 조직적 단결의 기반을 확보하였지만, 그것은 여전히 제도권 선거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표 2> 각 정당의 노동관련 사회개혁공약 비교

민주노총 요구안

신한국당

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

1.정경유착근절, 부패추방, 경제민주화

2.근소세 분리과세, 부가세 세율인하

3.의보조합통합일원화, 적용확대

4.연금기금 관리 민주화

1.부정부패척결, 공정거래위확대, 여신규제완화 등

2.근소세 공제확대(20-30%), 부가세면세점 상향조정

3.농어촌지원 확대, 보험적용 확대

4.-

1.특별검사제, 금융실명제입법화, 공정거래위 기능강화

2.근소세 분리과세 세율인하, 부가세율5% 단계적 인하

3.통합의보제 실시, 적용기간 확대

4.-

1.특별검사제, 예산부정방지법, 금융실명제 입법화 등

2.근소세공제 확대(20-50%), 부가세율 8%로 인하

3.통합의보제 실시, 보험적용 확대

4.연금개혁특위구성, 국회통제국민참여

1.정치자금제도 개선, 특별검사제

2.근소세 분리과세세율인하, 부가세 세율인하

3.통합의보제, 적용범위 확대

4.-

주: 민주노총의 10대 요구안에서는 교육개혁요구가 포함되어 있으나, 자료제한으로 제외.

자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공약 비교」, 1996.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외, 「정책선거 실현을 위한 4당 정책위의장 초청토론회」(자료집), 1996. 3. 21


그밖의 사회개혁공약에서 노동자계급과 연관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료보험 통합일원화, 연금기금의 민주적 관리, 세제개혁, 정경유착근절과 부패방지법 제정 및 경제민주화 등이다. 의료보험 통합일원화에 관해서는 신한국당 만이 기존체제를 유지하는 안을 제시하였고, 나머지 당들은 통합일원화에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연금기금의 민주적 관리운영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들은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세제개혁에 대해서도 민주당만이 민주노총의 요구안에 접근하고 있을 뿐이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부분적 수용에 그치고 있으며 신한국당은 특별소비세 제도개선부문만 요구안을 수용하고 있다. 정경유착근절과 부패추방에서는 민주당과 국민회의가 법개정 입법제안 제도개선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반면, 신한국당과 자민련은 추상적인 방향만 제시함으로서 실천의지가 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에서 신한국당과 자민련은 여신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거래규제를 완화하는 안(토지초과이득세 폐지)을 제시함으로서 국민대중의 요구와 경제민주화의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래 노동운동과 사회민주화의 급속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노동정치구조는 여전히 군부독재체제의 반민주적 제도와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1993년 이른바 ‘개혁정권’이 성립한 이후 4년이 지나는 동안 사회의 다른 부문에서는 개혁과 민주화의 추세가 일정하게 진행되었으나 노동부문 만은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15대 총선에서 각 당이 노동공약으로 제출한 안들은 이와 같은 냉혹한 현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각 당 내부에 차이가 없는 것도 아니고, 노동측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군부독재체제의 노동억압제도 철폐, 민주노조의 실질적 인정, 자유롭고 자율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보장 등 핵심적 요구들은 여전히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5대 총선은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과제의 중요성을 다시금 재확인시켜주고 있다.4)

한/노/정/연


1) 최근 대통령은 기자인터뷰에서 노사관계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가 있었는데 이는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10대 요구안 및 각당 공약에 관해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치활동 강화 및 4.11 총선대응을 위한 노동조합 간부수련회」(자료집), 1996. 3.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외 주최, 「정책선거 실현을 위한 4당 정책위의장 초청 토론회」(자료집), 1996. 3.21;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매일노동뉴스」, 793호(3월20일자); 각당 「선거공약집」 참고.


3) 다른 3당과 달리 자민련은 별개의 ‘노동공약’ 항목을 제시하지 않았다. <표 1>의 정리는 사회공약의 일부로 여기 저기서 부분적으로 언급하고 있을 뿐인 노동관련 공약을 모은 것이다.


4) 민주노총은 출범 초기부터 각단위 정치위원회의 구성, 정치세력화 추진, 선거시 독자후보 추천 및 투표블록 조직, 법 제도 개선투쟁 등 정치활동을 크게 강화해왔다. 그리고 15대 총선사업으로 ‘민주노총 10대 총선정책요구서 질의 및 서명운동’, ‘노동자 정치활동선언 운동’, ‘후보 지지, 지원’, ‘교육 및 선전’, ‘여타 노동, 시민 사회단체와의 총선연대’를 기획 추진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치활동 강화 및 4․11 총선 대응을 위한 노동조합간부수련회 자료집」, 1996. 3. 7.


1996-03-20 00:00:0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