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별 ◦◦ 대 담
김명희 노동자후보에게 묻는다!
-특별 대담 : 김명희 민주노총 후보-
이 글은 지난 3월 23일 민주노총 후보로서 이번 제15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명희 노동자후보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명희 노동자후보는 현재 ‘철도노조민주화 지원연대’
집행위원장으로서 일을 하고 있으며, 성동을구에서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선거활동으로 무척 바쁜 상황에서도 대담에 응해주신 김명희
후보에게 감사드린다.
일시 : 1996년 3월 23일(토) 오후 8시
장소 : 김명희 후보 선거대책본부 사무실
대담 : 김명희 노동자후보
곽탁성 편집위원
곽탁성
반갑습니다. 노동자후보 선거투쟁의 전형을 만들어 내겠다는
김명희 후보를 만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해 김후보께서 갖고
있는 생각이 어떠하고 이번 선거투쟁에서 이를 어떻게
구체화하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요즈음 정세를 보면 보수화의 경쟁이라고 할 만큼 보수정치가 그
계급적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정세를 주도하고 있는데 민주노총
출범 원년이라는 관점에서 현정세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김명희
민주노총은 조직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대중조직의 확장된
결합입니다. 현재 그 내용의 부실함에 대해 우려가 많은데 이는
우리 모두의 과제로 안고 가면서 그 내용을 채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 민주노총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호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올해에는
사회개혁투쟁에서의 교섭권 위임과 같이 민주노총 강화의 방법이
모색되고 있는 데 제가 보기에 사회개혁투쟁은 95년도에는 썩
긍정적이지 못했고 96년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그 내용을 채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 정계개편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그 모습이
어떠하든 그것은 4당의 자리바꿈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
결과와 상관없이 그들의 정개개편은 노동자, 민중의 삶을
바꾸기는 커녕 더욱 노골적이고 세련된 공세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러한 정계개편이 대중에게는 대상화된 그들만의
자리바꿈으로 굳어지지 않기 위해서 저는 총선 이후
우리식대로의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동조합과
정치활동을 연결시키면서 방향을 설정하고 우리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는 거죠. 이번의 총선전술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이후 대선과 지자제 등의
정치일정을 놓고 볼 때 96년은 민주노조진영이 장기적 전망을
확립하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정체세력화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천목표를 제시하지 못했고
원칙적 수준의 입장천명에 그친 적이 많습니다. 이제부터는 좀더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곽탁성
이제 정치세력화 문제로 접근해 보죠. 이번에 총선에
출마하시면서 ‘제15대 총선에 임하는 입장과 제안’이라는 글을
통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집약해서
표현하셨는데요 그 내용을 중심으로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도록
하죠. 글에서는 이제까지의 정치세력화 논의가 대중과 밀착하지
못했고 대중지도자를 정치적 지도자로 훈련시켜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하셨는데 정치세력화를 향한 대중지도자와 대중의
도달지점 그리고 이를 가로 막는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명희
87년 이후 대중운동 지도자들의 결론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입니다. 이는 지난 95년 민주노총준비위가 주최한
화양동수련회에서 이 사회의 대안세력은 노동자라는 인식에
모두가 동의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는 공권력의 탄압과
맞부딪히면서 민주노조의 상을 잡아 나가며 전진해 왔습니다.
현재에도 투쟁은 일상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교활한 탄압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민주노조진영 내에서도 새로운
활동방식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현시기를 돌파할
전망의 제시가 필요합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의 경험에 바탕을
둔 선진층에서 나오는 요구입니다. 현재 이러한 고민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나아가 전망으로 자리잡히기 위한 훈련이
조직되어 있지 못합니다.
5, 6공 비자금과 대선자금과 같은 사건을 보면 이 사회의
대안세력이, 주체가 누구인지는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대중 자신의 문제가 되도록
조직화하고 있지 못합니다. 시급히 내용을 준비하고 조직하면서
이후 체계적인 노조활동과 민중 삶의 전망을 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곽탁성
글에서는 대중에 대한 훈련의 장으로 선거투쟁을 보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현재 대중에게 요구되는 훈련의 내용과 방식은
무엇일까요?
김명희
한마디로 자기 자신의 위치와 위상에 대한 자각입니다. 즉
계급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의 배치와 동시에 이 사회를 이끌
주체형성(정치와 경제를 결합한)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기존
경제구조로는 독점재벌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제도절차로서 선거가 갖는 의미 등을 환기시키고 권력을
장악해야 경제구조가 변화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합니다.
사실 조직사업장에서는 노동자가 자연스러운 용어가 되어
있지만 가정으로 돌아가면 모두 시민이 됩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시민은 계급적 개념이 아니죠. 우리가 작업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자본과 대립하기 때문에 노동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지만
가정으로 돌아가면 노동자라는 자신의 사회적 계급적 위치를
망각하기 쉬워집니다. 저는 가정과 작업장 모두에서 노동자라는
인식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정치에서 전개되는
선거를 통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이러한 훈련이
가능합니다. 득표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 있음에도 제가
노동자후보임을 강조하면서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곽탁성
예전에 비해 시민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노동운동진영이
시민운동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후보께서는 이 점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김명희
제가 시민운동 전체를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 타파의 관점에서
사업배치가 되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이나 교통문제의 경우 국민일반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가 풀려야 하는데 시민의 자주적이고
검소한 품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모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주변적인 접근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나
국민운동차원에서의 시민운동은 근본적 접근이 아니지만 민중적
삶의 본질을 바꿔나가는 큰 방향에서 볼 때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탁성
약화된 현장 동력의 복구, 산별노조의 건설, 그리고 정치세력화
등 많은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고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는 과제입니다. 저는
이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선후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사실상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현장동력의 복구 그 성과가 산별노조 건설로 모아지고
다시 산별노조의 건설과정 그 자체가 현장동력의 강화로
수렴되는 과정을 밟으면서 정치세력화의 내용과 형식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
집중해야 할 지점을 어떻게 잡고 계신지요?
김명희
여러 과제가 짚어져야 하는데요. 민주노총이 건설되면서
산별노조건설 논의가 구체적인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산별노조건설은 현장단위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사회변화의 맥락에서 본다면 산별노조는
우리에게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이 처한 위치에 대해 통일적 공유없는 형식적
산별재편으로는 이후의 우리 삶을 담보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답변이 불충분한데요 현장의 강화와 산별노조의
건설 그리고 정치세력화 문제를 어떻게 결합시키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 나가도록
합시다.
곽탁성
이제 선거전술의 문제를 논의해 보죠. 김후보께서는 여러
자리에서 득표에 연연하지 않는 노동자후보 선거투쟁의 전형을
창출하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과연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지 말씀해주시죠.
김명희
이번 선거 투쟁의 주체는 노동자이고 그 대상도 지역주민에
한정되지 않은 노동자와 전민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전민중을 대상으로 한 폭로와 훈련을 충실하게 배치할
생각입니다. 선거투쟁은 주체와 그 대상이 모두
노동자․민중이므로 이러한 과정은 주체와 대상 모두가
훈련되어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을
조직화하는 과정 그 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평가의 관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선거이후에도 일회성 평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선거투쟁에서
얻은 성과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한 계획도
다시 정비해서 실천하겠습니다.
곽탁성
선거공약이 검토에 들어갔던데요, 계급적 관점에서 공약을
작성하겠다고 계속 강조해 오셨는데 어느 정도나
구체화되었습니까?
김명희
공약초안을 놓고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우리 현실 모순의 타파를
목표로 하면서 그 방법을 찾는 방향에서 공약은 작성될
것입니다.
곽탁성
노동자후보라는 성격상 당연히 수도권과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운동이 동시에 진행될 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과
형식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지역구 선거운동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십니까? 그리고 아직 초반이지만 선거과정에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
김명희
현재의 선거제도는 법정 홍보물을 두 종류로 제한하고 있는데
우리가 홍보물을 선관위에 제출하면 선관위에서 이를 유권자에게
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우리가
전민중과 우리의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민중진영의 각종
언론 매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노동조합에
우리의 생각을 싣는다든가 각종의 기관지 등을 통해 홍보를
한다든가 하는 방법을 통해서 전체 민중진영과 만나려 하고
있습니다.
지역 선거운동의 경우 저는 후보자의 개인적 연고를 고려하지
않고 성동 을구에 출마한 것 자체가 노동자후보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는 지역에 노동자후보의 출현 그 자체를
알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다시한번
느꼈는데요. 통합선거법이라는게 저같은 노동자후보의
선거운동을 사실상 가로막는 장치가 되더군요. 기존 정당은
단합대회다 설명회다 하면서 사실상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데 무소속후보는 15일 기간밖에 없기 때문에 100m 경주를
예로 든다면 80m와 원점에서 출발하는 불평등구조라고 할수
있죠. 통합선거법은 저처럼 대중운동에 바탕을 둔 노동자후보의
제도적 진출을 가로막는 합법적(?) 제도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곽탁성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공공부문노조대표자회의 주최의 집회도
개최되었습니다. 이렇듯 대중투쟁의 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는데
이번 선거투쟁 기간에 이러한 투쟁과는 어떻게 결합하려고
하십니까?
김명희
이번 선거투쟁이 좀 늦게 출발했고 아직 우리 선대본의
조직역량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체역량의
조건상 노조전임자축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나 문화방송 파업이
갖고 있는 대중적 정당성에 대해서는 저희 선본의 입장을 밝히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곽탁성
철도민주화 지원연대 집행위원장으로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
사업의 의의와 전망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김명희
철도노조민주화를 포함해서 공항, 버스, 택시노동조합과
미조직사업장의 강화는 민주노조강화의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사업장만의 역량으로 이들 사업장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기는 대단히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이들
사업장의 민주화를 위해 전체 노동운동진영이 결합하고 성과를
내는 그 자체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대중적 토대를 넓혀 나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번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저는
철도노조민주화사업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민주노조진영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곽탁성
상당히 뒤늦게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꿋꿋하게
돌파해 나가려는 선대본부의 여러 동지와 김후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노동운동진영에 하실
말씀은?
김명희
이제까지 민주노조활동을 해왔던 활동가들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먼 미래의 문제나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사업으로 삼고 실천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제 당면의 문제입니다.
실천적 과제를 중심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꾸준하게
전진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합니다.
곽탁성
주위에서 건강을 염려할 만큼 무척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대담에 응해주신데 대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노동자 선거투쟁의 전형 창출이라는 평가가 나오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십시요.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