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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민중탄핵이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97호
송유나


이제는 민중탄핵이다

송유나 (활동가)



망각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상 초유라 하는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순간, 숱한 세월을 짓눌러왔던 이 땅의 보수 우익 세력의 횡포에 지나간 상처는 현실의 통증으로 부활하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5,000만 민중의 열망은 단 한번도 피워보지 못한 채 다시 유린당하고 말았다. 광화문의 촛불은 분노와 흥분 속에서 그렇게 다시 밝혀졌다.

문민정부,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의 개혁! 민주화 투쟁의 역사는 마치 개혁 정책에 신성한 피를 수혈해 준 듯이 보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개혁은 보수와 우익, 파쇼정권의 새로운 자태에 다름 아니었다. 제국주의의 살육 전쟁을, 생존의 터전을 매장하는 FTA를, 그토록 반대했던 국민적 총의를 짓밟고서 그 울분의 현장에 개혁이란 깃발을 꽃은 자가 노무현이다. 자유와 경쟁이란 이름으로 노동자 민중을 끊임없이 불안정한 삶과 노동의 나락으로 밀어 넣고 개혁의 성과를 자랑스레 떠들어댄 것도 바로 그였다. 길지도 않은 13개월, 배신과 절망을 쉽게 망각할 만큼 우리는 무지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그러기에 분노의 촛불은 보수 우익의 광기에 대한 응징을 의미하지만, 노무현과 신자유주의자들의 망령된 개혁의 파산을 상징한다. 우리는 결코 망각하지 않았다.

마비된 이성! 용서받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과 노사모는 그들답게 서둘러 국민의 흥분과 분노를 각색하기 시작했고, 87년 민중항쟁과 민주화 투쟁의 역사는 또 한번 오물 속에 묻혀야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성이 충분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도 마비된 이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핵 무효, 부패 청산! 상당히 깔끔해 보이는 외견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결코 우리의 것일 수가 없다. 한민련의 횡포, 3․12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것이 신자유주의 개혁 정부를 합리화해줄 수는 없다. 보수 우익에 대한 증오가 반민중적 개혁세력에 대한 차선의 지지로 나아갈 수는 더더욱 없다. 이미 우리는 차선이 선택한 더 큰 해악의 나락에서 허덕이고 있지 않은가! 부패 청산과 민주주의 수호, 수구 보수를 청산하는 것에 만족하고자 한다면 이는 이름값조차 할 수 없다. 개혁 세력과의 단절,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은 이미 수구 세력과의 단절을 전제한 요구이다. 이것이 국민의 열망이며, 분노의 이유이다.

탄핵 무효, 부패 청산은 그것에 머무르는 한 노무현과 개혁세력에 힘을 실어 주게 되는 딜레마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민중의 정치를 끊임없이 억압해 왔던 역사가 말해주듯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과의 대립구도에 집착하는 순간, 민중의 정치는 역사의 뒤켠으로 완벽히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시민운동, 심지어 민중운동의 이름으로 탄핵 무효, 부패 청산의 행진에 휘말리고 있다면, 이는 더더욱 용서받을 수 없다. 잠시간 이성이 마비되었었다고 자책하면서 서둘러 돌아와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열어 놓은 작은 희망의 출구를 봉쇄하는 악역을 담당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핵 당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누가, 무엇으로?
탄핵 당한 대통령은 오히려 국민의 이름으로, 민중의 이름으로 탄핵 당했어야 마땅했다. 그의 거짓이 너무 컸기에, 그들의 사기가 너무 지나쳤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탄핵의 무효가 아니라, 탄핵의 주체와 탄핵의 사유가 문제일 뿐이다. 보수 우익의 더러운 손이 탄핵안 가결을 두드릴 것인가, 민중의 손으로 정당히 심판할 것인가? 이라크 파병을 철회할 것인가, FTA 비준을 무로 돌릴 것인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파산을 선언할 것인가? 이에 따라 심판의 망치는 던져질 것이다.

파산 당한 국회, 불능에 빠진 정치, 그렇다면 이걸 물어야 한다
이라크 파병 무효! FTA 비준 무효! 비정규직 철폐! 국민 소환권!
의회, 정치, 나아가 국가의 파산! 이것이 한국사회의 현 주소이다. 신비롭게도 열린우리당, 노사모, 시민운동 진영까지 통 털어 동의하는 유일한 공감대이다. 그렇다면 의회와 정치의 파산이라는 진흙탕 속에서 우리가 건져내야 할 진주가 무엇인가? 이라크 파병, FTA, 근로기준법과 집시법 등 무수한 민생법안이 파탄 난 의회와 불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정치 안에서 가결되었다. 보수다 개혁이라며 지금은 대립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에서는 사이좋게 연합하는 그들, 그들은 ‘평화’롭게 국민의 열망을 망치로 짓이겼다. 차디찬 길바닥에서 오열하고 치를 떨며 우리는 숱한 밤을 세웠고, 절망했었다. 파산 난 국회가 저질러 놓은 짓들, 이라크 파병과 FTA 비준, 민생을 파탄시키고 국민을 궁핍으로 내모는 구조조정과 불안정 노동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법안, 이 모든 것은 무효이다. 우리가 지금 물어야 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나아가 대의제라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근본적 한계를 지금 당장 넘어설 수 없다 한다면, 적어도 국민소환제 등을 통해 그들만의 정치판을 심판할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거리에서, 현장에서, 우리의 갈 길은 바쁘다
세종대왕이 지키던 광화문 네거리를 시민이, 국민이 지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광화문 네거리엔 아직까지 다양한 주장이 공존하며, 정치모리배들의 더러운 숨소리도 함께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탄핵무효와 부패청산이 공허하게 울리고는 있지만,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심판’의 목소리는 여기 저기 존재한다. 심판의 목소리는 좀 더 아니 더욱 커져야 한다. 광화문일 수도 있다. 다른 거리여도 좋다. 이 심판의 목소리,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 수만 있다면 어디이건 좋다. 부안, 울산, 서울역, 종로 그 어디여도 좋다. 이라크 파병 무효, FTA 비준 무효, 비정규직 철폐, 국민 소환권! 거리에서, 현장에서 이 목소리가 압도할 수 있기 위해 우리의 갈 길은 너무나 바쁘기만 하다.

2004-03-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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