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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의 의미와 한국 정당체제의 변화 전망

현장에서 미래를  제100호
정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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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의 의미와

한국 정당체제의 변화 전망



정 병 기

연구위원






Ⅰ. 서론


2004년 4월 15일 17대 총선은 ‘폭풍’과 ‘예측’과 ‘전망’이 난무하는 보기 드문 선거 중의 하나였다. 방송3사의 예측이 또다시 빗나갈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으며, 단순다수제의 왜곡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2기표에 의한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여성과 신인 및 진보세력의 의회진출이 뚜렷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사의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로 평가될 만하다.

16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5.9%에 해당하는 16명의 여성의원들이 배출된 데 비해 17대 총선에서는 13.0%에 달하는 39명이 배출되었다. 신진 정치인의 등장도 1988년 13대 총선에서 56%였고 2000년 16대에서 41%였던 반면, 이번 총선에서는 무려 63%에 이르렀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10명의 의원(비례대표 득표율 13.0%)을 배출함으로써 2대 국회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세력의 의회진출이 이루어진 것이다.1)

탄핵의 폭풍과 탄핵 이후의 여러 후폭풍을 맞아 열린우리당이 수개월 만에 두세 배의 지지율 상승을 보이면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비례대표 득표율 38.3%, 의석 점유율 50.8%)한 것도 충분히 경이로운 사건이었다(<표 1> 참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향후 한국 정치의 변화를 새롭게 규정해나갈 계기들이라 할 수 있다.

<표 1> 17대 총선 결과

정당

다수대표

의석수

비례대표

의석수

전체

의석수

비례대표 득표율(%)

의석

점유율(%)

열린우리당

129

23

152

38.3

50.8

한나라당

100

21

121

35.8

40.5

민주노동당

2

8

10

13.0

3.3

민주당

5

4

9

7.1

3.0

자민련

4

0

4

2.8

1.3

기타

3

0

3

3.0

1.0

합계

243

56

299

100.0

100.0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 글은 17대 총선에 중요하게 작용한 변수들을 분석해 봄으로써 이번 총선의 의미를 살펴보고 정당체제의 변화를 중심으로 향후 한국 정치의 변화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구체적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17대 총선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사회적 배경과 특징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분석 대상이 될 주요 변수로는 무엇보다 탄핵소추안 가결과 지역주의 및 계급/계층이라는 한국정치의 특수한 균열들을 선별하였다. 분석 자료들은 1차 자료들의 수집이 시기적으로 어려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집계한 집합자료들과 언론사들의 2차 자료들을 사용한다. 또한 이 자료들도 사회경제적 혹은 인구학적 변수들로 분류되지 않은 관계로 대부분 지역별 분류에 따른 분석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지역주의 균열은 상당히 약화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는 한국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이자 변수이기 때문에 이들과 다른 이슈 및 균열구조와의 관계는 선거 결과의 올바른 분석뿐 아니라 향후 정치체제 변화의 전망에도 대단히 유용한 변수가 된다.


Ⅱ. 17대 총선 정국의 정치ㆍ사회적 배경과 특징


17대 총선은 노무현 정권이 등장한 지 1년여만에 그리고 대통령탄핵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권의 중간평가이자 대선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16대 대선이 갖는 의미는 지역주의 균열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작용하는 가운데 ‘세대교체’와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는 비계급적 진보이고자 하는 노무현 정권이 등장하여 세대 균열과 새로운 정치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 제3당의 입지를 마련함으로써 계급/계층 균열구조의 정당구도 반영을 위한 ‘정초선거’(founding election: O’Donell & Schmitter 1986)의 가능성을 열기도 하였다(정병기 2003).

그러나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등장한 노무현 정부는 처음부터 국회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다. 더욱이 국회보다 노사모와 시민단체 등 시민사회를 통한 통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포퓰리즘적 정치스타일은 국회 지지기반 부족이라는 이유로 인해 더욱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김욱 2004, 132-3). 또한 당정분리와 국민참여 경선제 등 일련의 정당개혁이 정당의 기율을 약화시키기도 하여 대통령과 국회의 긴장관계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김용호 2004).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신당 창당 세력이 1/3의 의석수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창당함으로써 국회 내 대통령 지지세력은 더욱 급감했다. 노무현 대통령 1년은 강력한 대통령제가 정립된 이래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권한이 약화된 시기였다(김욱 2004).

결과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 강화와 국회지지세력 확보를 위한 한판 승부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16대 대선 정국의 정당/정치혐오증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게임은 승산이 있는 게임이었다. <그림 1>을 보면 2002년 대선 당시까지 모든 선거에서 투표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6대 대선에서조차 투표참가율은 간신히 70%를 넘어 역대 대선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정당/정치혐오증은 정당 자체에 대한 혐오증이 아니라, 부정부패와 권위주의 정치에 책임 있는 기성 정당에 대한 혐오증이라고 할 수 있다. 16대 대선의 전초전이었던 2002년 6ㆍ13 지방선거와 8ㆍ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선을 제압했으며, 특히 재보선의 결과 ‘과반수+2석’의 절대다수당이 되었는데, 그것은 권력층의 품위유지비 조달로 드러난 구조조정의 실상과 ‘홍3’ 비리의 결과였다. 그렇지만 한나라당도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8ㆍ8 재보선의 투표참가율이 29.6%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효투표 지지율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한나라당의 득표율도 국민 전체에서의 지지율로 환산하면 2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17대 총선에서 투표참여율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3.4% 상승하여 60.6%를 기록했다. 이것은 탄핵폭풍과 2기표 도입에 따른 제도적 효과 외에도 기성정당들과는 다른 새로운 정당의 출현에 힘입은 바 크다. 민주노동당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16대 대선에서의 선전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당의 색깔을 상대적으로 더 분명히 하면서 정당명부에 대한 2기표 도입 효과를 톡톡히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7대 총선 정국의 배경과 특징은 탄핵소추안 가결의 반사효과를 통한 노무현 정부의 권한 강화 시도와 새로운 제도권 신생정당으로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라는 비계급적 및 계급적 진보세력의 형성이라는 새로운 정당구도를 통해 한국의 특수한 정당/정치혐오증이 일정하게 극복되는 계기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Ⅲ. 17대 총선의 주요 변수들과 정당별 투표 경향


1. 탄핵 소추안 가결의 영향

16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17대 총선에 매우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였다. <표 2>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지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한 사람들 중 50.5%가 탄핵안 가결을 꼽았다. 그밖에 탄핵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처방안인 박근혜 대표 선출도 적지 않은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지만, 그 영향은 탄핵안 통과에 비해 1/5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

<표 2> 지지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

주요

사건

탄핵안 가결

박근혜

당대표

선출

한나라당

차떼기

정동영

노인폄하

발언

대통령

측근비리

추미애

3보1배

정동영

선대위장과

비례대표 사퇴

기타

무응답

%

50.5

10.3

7.0

5.9

3.9

0.9

0.7

6.1

14.7

자료: 한겨레 2004/04/18 http://415.hani.co.kr/section-003400000/2004/04/003400000200404181947747.html

(검색일: 2004.04.26)

탄핵안 가결에 대한 평가는 열린우리당에게 매우 유리하게 나타났다. <표 3>을 보면, 탄핵안 가결에 대해 ‘잘못 한 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전체 응답자들의 75%에 달했다. 17대 총선에서 탄핵안 가결이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17대 총선은 대표성(representativeness)을 내세워 국민의 일반 의사를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해석한 탄핵가결 정당들과 반응성(responsiveness)을 주장하며 여론으로 형성된 국민들의 의사를 정치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탄핵반대 정당들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표 3>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연령별, 지지정당별, 지역별 평가

탄핵소추안 가결이

잘한 일이다

잘못한 일이다

무응답/모름

연령별

20대

9.0

86.4

4.6

30대

12.0

82.8

5.2

40대

18.5

75.8

5.7

50대이상

21.6

57.8

20.6

정당 지지별

한나라당

49.0

37.9

13.1

민주당

43.3

42.6

14.1

열린우리당

2.4

95.6

2.0

민주노동당

10.8

84.0

5.3

없음/모름/무응답

14.8

61.8

23.4

거주 지역별

서울

16.2

74.7

9.1

인천/경기

15.2

76.2

8.6

대전/충청

18.3

72.7

9.0

광주/전라

11.0

81.2

7.8

대구/경북

16.3

71.1

12.6

부산/울산/경남

16.1

73.5

10.4

강원

13.7

71.9

14.4

제주

8.8

85.6

5.7

전체 평균

15.4

75.0

9.6

자료: 동아일보 2004/03/21, 강원택 2004, 6에서 재인용


탄핵안 가결에 대한 평가를 지역별, 세대별, 정당지지별 유형에 따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젊은층의 유권자와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반면, 탄핵에 대한 평가가 지역주의 성향과는 큰 관계가 없음이 드러난다. 우선 지역별로 볼 때, 제주도를 제외하면 부정적인 평가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광주/전라 지역과 대구/경북 지역에서 10.1%의 편차만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세대별로 보면 탄핵안 가결에 대해 ‘잘못 한 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대에서 86.4%이고 50대이상에서 57.6%여서, 그 편차는 28.6%로 나타났다. 정당지지별 차이는 더욱 커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95.6%에 비해 한나라당 지지자는 무려 57.7%나 적은 37.9%만 탄핵안 가결을 잘못 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이와 같이 17대 총선과 관련해 탄핵 효과의 영향은 세대별 평가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열린우리당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17대 총선은 대표성을 강조하는 위임민주주의와 반응성을 강조하는 책임민주주의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으며, 국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정치와 국회기반이 약한 직선대통령의 대중정치 간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서복경 2004, 1-2참조).


2. 지역주의 균열

지역별 투표행태는 이미 16대 대선에서 지역별 투표집중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지역대결구도가 약화되는 양 방향으로 나타났으며,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리됨으로써 지역주의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사라져 가는 양태를 보였다.2)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경상도에서 53~72%를 획득했고, 김대중 후보가 전라도에서 92~97%를 획득하였다. 반면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전라도에서 1997년 김대중 후보와 비슷한 92~95%를 획득하였으나, 이회창 후보가 경상도에서 1997년 당시보다 6~10%나 많은 67~78%를 획득하였다. 16대 대선까지 지역대결구도는 여전히 이번 대선에서도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정병기 2003).

그러나 정영태의 분석에 따르면, 투표율을 감안한 득표율과 출신지역별 득표율을 볼 때 지역대결구도는 약화되었으며, 만약 온존 내지 강화되었다면 그것은 호남지역 유권자가 아니라 영남지역 유권자들의 탓이라 할 수 있다(정영태 2003, 13). 16대 대선에서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노무현을 지지한 비율은 기권자를 포함한 전체 유권자 가운데 68~74%로,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을 지지한 비율 78~84%에 비해 10% 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영남지역 유권자들이 이 선거에서 이회창을 지지한 비율은 기권자를 포함한 전체 유권자 가운데 48~55%로 나타나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지지한 비율 42~48%보다 4~6%가 늘어났다(정영태 2003, 12-5).

<표 4>에서 보듯이, 17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광주를 포함한 호남 지역에서 1.8%에서 3.4% 사이의 득표율만을 획득한 반면, 대구/경북지역에서는 58.3~62.1%를 획득하였다. 민주당은 비록 최고득표율은 적지만 득표율의 편중성에서는 한나라당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과 대구를 포함한 영남 지역에서 2%를 넘지 못한 반면, 광주/전남에서는 모두 30%를 넘게 득표하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득표율을 합산해 본다면, 지역주의 구도는 대단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두 당의 득표율 합계는 호남지역에서 80.5% 내지 82.7%를 획득하여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로 회귀하였지만,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경북지역에서도 23.4%와 24.4%를 획득하여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보다 3~5%의 득표율을 제고하였다.

한편 부산/경남의 경우에는 노무현이라는 동향출신의 후보 효과로 인해 지역주의가 아닌 향토색 투표경향을 보임으로써 일찍이 지역주의를 탈피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도민의 경우도 이미 16대 대선에서 지역주의성을 탈피하는 경향을 보였고 17대 총선에서는 자민련의 몰락을 가져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실질적 이해관계 추구가 작용했고 대전/충남지역의 14.5% 내지 23.8%라는 자민련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과 수준까지 지역주의라는 테두리로 엮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표 4> 17대 총선 지역별 득표율(%, 비례대표)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기 타

전국

35.8

7.1

38.3

2.8

13.0

3.0

서울

36.7

8.4

37.7

2.1

12.6

2.5

부산

49.4

1.9

33.7

0.7

12.0

0.3

대구

62.1

1.1

22.3

0.8

11.6

2.1

인천

34.6

5.4

39.5

2.1

15.3

3.1

광주

1.8

31.1

51.6

0.3

13.1

2.1

대전

24.3

3.1

43.8

14.5

11.8

2.5

울산

36.4

1.5

31.2

0.8

21.9

8.2

경기

35.4

6.1

40.2

2.0

13.5

2.8

강원

40.6

3.5

38.1

1.3

12.8

3.7

충북

30.3

2.2

44.7

6.3

13.1

3.6

충남

21.2

2.8

38.0

23.8

10.5

3.7

전북

3.4

13.6

67.3

1.0

11.1

3.6

전남

2.9

33.8

46.7

1.0

11.2

3.6

경북

58.3

1.4

23.0

1.2

12.0

4.1

경남

47.3

1.4

31.7

0.8

15.8

3.0

제주

30.2

5.0

45.0

1.1

13.8

4.9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 계급/계층 균열과 민주노동당 지지율 추이

16대 대선을 계급/계층 균열 정착의 가능성을 연 정초선거라고 한다면, 17대 총선은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입으로 인해 계급/계층 균열이 제도권 내에 가시화된 중대선거라고 할 수 있다. <표 5>는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 및 17대 총선에서의 민주노동당 지지율을 비교한 것이다. 정당명부에 대한 제2기표의 도입으로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이 뚜렷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16대 대선에 비해 9.1% 증가했으며, 지방선거 비례대표에 비해서는 4.9% 상승하였다.

17대 총선의 경우, 지역별로 보면 전국 평균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인 지역이 득표율 순서대로 울산, 경남, 인천, 제주, 경기, 충북이며, 전국 평균보다 낮은 지역은 낮은 순서대로 충남, 전북, 전남, 대전, 대구, 대전, 경북, 부산, 서울, 강원 지역이다.

같은 비례대표제 선거라는 점에서 2002년 지방선거와의 비교는 대선과의 비교보다 의미하는 바가 더욱 크며, 실제 이 두 선거를 비교하면 특기할만한 사항들이 발견된다. <그림 2>에 보면,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 가장 큰 폭의 신장율을 보인 지역은 순서대로 경북(160% 증가), 인천(140%), 경기와 충남(130%)으로서,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평균이하의 득표율을 보였던 곳이다. 반면, 하락세를 보인 지역은 전남(30% 하락), 울산(20%), 광주와 전북(10%)으로 지방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던 지역들이다. 이 지역들은 또한 울산을 제외하면, 15대와 16대 대선의 증가율 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지역(전남과 광주)이거나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지역(전북)이다(<그림 2> 참조).

이러한 매우 상반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지역주의와 계급/계층 균열의 관계를 설명하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역주의 문제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남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와도 연관된다.

<표 5> 권영길과 민주노동당 득표율 추이(%)

(1997년 대선, 2002년 6월 지방선거, 2002년 대선)

지역구분

지방선거(비례대표)

(2002년 6월)

16대 대선

(2002년 12월)

17대 총선(비례대표)

(2004년 4월)

전국

8.1

3.9

13.0

서울

6.1

3.3

12.6

부산

10.7

3.1

12.0

대구

5.2

3.3

11.6

인천

6.3

5.0

15.3

광주

14.9

1.0

13.1

대전

7.5

4.4

11.8

울산

28.7

11.5

21.9

경기

5.8

4.4

13.5

강원

8.6

5.1

12.8

충북

7.3

5.8

13.1

충남

4.5

5.5

10.5

전북

12.8

1.4

11.1

전남

15.0

1.1

11.2

경북

4.5

4.4

12.0

경남

9.0

5.0

15.8

제주

10.6

3.2

13.8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역주의 성향의 잔존을 주장하는 입장은,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고 호남의 지역주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취약한 민주당보다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는 비판적 지지를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외교안보문제나 반공이데올로기 및 반독재투쟁에서 호남주민들의 상대적 진보성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강원택 2002 참조). 16대 대선에서나 17대 총선에서 나타난 호남주민들의 노무현 및 열린우리당 지지는 이러한 진보성이 표출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3) 과거 반독재 투쟁에서 김대중이라는 인물적 상징효과로 표출되었던 지역주의가 김대중의 민주주의적 진보성향과 일치함으로써 진보로 보인 것이었다면, 민주화 이후 이러한 성향은 바로 반독재 투쟁의 지역사적 경험을 통해 학습되고 내화됨으로써 새로운 개혁적 진보성향으로 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호남주민들의 새로운 개혁적 진보성은 바로 그러한 경험적 요인으로 인해 또 다른 역설을 불러오기도 한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월등히 높았고 16대 대선에서도 괄목상대할 정도로 증가한 호남주민들의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보여주듯이 그들의 진보성은 일부 계급적 진보성으로 전화하기도 하였다. <그림 2>에서 보이는 것처럼 17대 총선에서 보인 호남민들의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2002년도 지방선거에 비해 일정한 포인트씩 하락하였으나, <표 5>에서 보면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도시인 광주에서는 여전히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다. 민주화 운동이 격했던 만큼 계급적 진보 성향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반독재 투쟁의 경험은 김대중이라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치인에 의해 상징되었듯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진보성에 안주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강령과 정책 면에서 볼 때 자유민주주의 혹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치가와 그 정당으로 규정될 수 있다. 한나라당과의 극한 대립 속에서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이러한 성향의 호남주민들이 민주당이라는 지역주의 정당보다는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표 3>을 보면,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 전체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역주의적 투표성도 높았지만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도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관련하여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지난 대선 직후 지방선거에 비해 호남민들의 민노당 지지율이 대폭 하락한 것을 두고 ‘변심’을 운운한 것을 볼 때 민주노동당이 지역구 후보자 출마와 선거전 및 당정책에서 호남민들을 경시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구 후보자 공천을 보면 민노당이 호남지역에 공천을 덜 했다든지, 정책적 홀대를 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호남지역의 민노당 지지율 하락은 위에서 본 것처럼 어디까지나 호남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이 점은 울산지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울산 북의 경우, 민노당의 조승수 후보의 개인득표는 46.9%에 이른 데 비해 정당명부득표는 35.4%에 불과했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이수동 후보의 개인득표에서는 17.7%를 기록했으나 명부득표에서는 31.0%를 획득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중앙일보 2004/04/16). 호남과 영남을 막론하고 비계급적 혹은 계급적 진보성을 띤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사이에서 이른바 ‘품앗이’ 투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Ⅳ. 결론: 한국 정당체제의 변화 전망


17대 총선은 지역주의가 약화되는 가운데 여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라는 보수와 비계급적 진보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한편, 민주노동당도 급성장하여 의회진입에 성공함으로써 계급적 진보가 제도권 정당스펙트럼의 좌익을 점하게 되는 중대선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역주의의 몰락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으로 더욱 뚜렷이 드러나게 되었다. 민주당의 경우는 과거 지역주의 균열과 결부된 독재와 민주 구도에서 호남 지역주의와 민주주의로 상징되었으나 열린우리당이 분당해 감으로써 지역주의 균열만 띠게 되었다(강원택 2004). 따라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비계급적 진보성향 주민들의 지지를 상실하여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지역구도와 보수라는 이념구도를 동시에 갖추어 나가는 데 성공함으로써 제2당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향후 한국 정당체계는 당분간 보수/영남정당과 비계급적 진보 및 계급적 진보라는 3각 구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그 권한이 약화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창당한 대통령당이자 당내에 다양한 계파를 급조된 형태로 끌어안은 열린우리당은 이미 대통령당이라는 한계와 분열의 씨앗을 잉태했다. 따라서 늦어도 노무현 대통령 집권 말기에는 대통령당으로서의 효력이 사라지고 차기 대권주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당내 계급적 진보세력들이 분리해 나올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열린우리당의 세력은 적지 않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그 분열의 씨앗이 함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 통합되어 나간다 할지라도 대통령당으로서의 효력은 일정하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의 강령과 정책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성향을 뚜렷이 노정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반독재 투쟁의 보루였다는 열린우리당의 비계급적 진보성은 독재의 잔상이 사라지는 시점에서 ‘자유주의’ 성향을 명백히 드러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정당체제는 열린우리당 혹은 그 후신으로서의 ‘자유주의 정당’과 한나라당 혹은 그 후신으로서의 ‘보수주의 정당’ 및 민주노동당 혹은 그 후신인 ‘사민주의적 노동자 정당’이 각축하는 가운데 보수주의 정당과 사민주의 정당이 양대 구도를 장악하는 유럽의 스펙트럼을 닮아 갈 것으로 보인다.

한/노/정/연

2004.05.28


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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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를 두고 김일영은 17대 총선을 “50년 전의 경쟁구도로 국회를 되돌린 선거”라고 평가한다(김일영 2004, 8-9).


2) 투표경향을 분석할 때 대선과 총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지 않은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최고공직후보에 대한 평가와 지역구 의원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와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명부에 대한 투표와 대통령 선출 투표를 비교하는 것도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 최고공직후보에 대한 투표는 후보자의 능력과 인물됨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반면, 정당명부제는 유권자의 자연스러운 선호도와 강령과 정책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정당일체감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정당일체감이란 종교, 인종 혹은 종족 집단에 대한 일체감을 형성하듯이 정당에 대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치적 일체감을 형성하는 태도로서, 정책이나 선호도가 형성되기 이전에 개발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Campbell et al. 1960). 그러나 이후의 연구에 의해 정당일체감은 정책적 쟁점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Fiorina 1981, 198-9). 정당일체감은 곧 유권자들의 감성적 선호도나 정책적 평가에 의해 형성되는 장기적인 정당소속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선거에 있어서도 정당에 대한 평가가 압도적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당들은 잦은 이합집산과 명칭변경으로 제도화 수준이 대단히 낮아 정당일체감을 형성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나 유럽의 정당일체감이라는 사회심리학적 접근의 적용가능성은 낮다. 정당소속감이 있는 경우도 대부분 지역주의에 기반한 인물적 상징 효과에 따라 정당보스에 대한 인물일체감일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조성대 2004, 2. 조성대는 이를 이유로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는 정치이벤트와 정치쟁점에 좌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특히 정치이벤트와 정치쟁점이 크게 작용한 점은 단순히 정당일체감 형성이 약해서라기보다 한국정당의 취약한 대중정당성과 미디어 선거의 확산 및 과거 지역주의적 인물일체감의 약화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7대 총선의 지역주의적 투표성향 분석은 오히려 후보자 개인에 대한 다수대표제 투표보다 한국적 정당일체감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정당명부 선거와 대선을 비교하는 것이 오히려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3) 그러나 강원택은 영남과 호남간의 이념 평균의 차이는 일정하게 존재하나 그것은 호남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을 펴는 김대중과 민주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나타난 진보성에 불과하다고 한다(강원택 2002; 2004). 그렇다면 호남주민들의 상대적 진보성은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대한 지지에 반영되고 또 그것을 통해 굴절된 지역주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은 지역주의의 약화를 인정하는 이 입장 자신들의 논리와 모순을 일으킨다.


2004-06-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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