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투 관련 민주노총 결정사항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 철 현
전해투 정책위원
편집자주 : 지난 5월 18일 민주노총 제13차 상임집행위원회
회의에서는 전해투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5월 20일
민주노총 제5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는 상집 회의에서
처리한 내용 그대로 안건 상정하여 통과시켰다. 민주노총 상집
회의와 중집 회의에서 통과된 이번 안건은 현재 민주노총의
특별위원회이면서 자체의 집행력과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전해투를 조직실 산하로 편재하고, 전해투 위원장을 민주노총
위원장이 임명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대해 전해투는 6월 14일자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상집은 13차 상집 회의에서 전해투
관련 안건을 처리하면서 전해투와 일체의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전해투에서는 안건 상정 사실조차 알지
못하였다. 이틀 후에 열린 5차 중집 회의 개최 10여분 전에 안건
상정 사실을 전화로 통보 받았다. 한 조직의 사활적인 운명이
걸린 중대한 안건을 처리하면서 사전에 해당 주체와 상의 없이
처리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안건 처리는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하였다.”
전해투를 방문하는 일본, 터어키 등의 노동운동가들은
전국해고자들의 결집체인 전해투라는 조직에 대해서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조직체계와 운영원리, 역사, 투쟁방향 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들은 전세계적으로 해고자들이
전국적으로 하나로 결집하여 집단적 투쟁을 전개하는 조직은
전해투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 전해투가 민주노총의
상집, 중집회의에서 기습적인 안건 통과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해고자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고는 주로 정리해고, 부당해고, 정리해고를 빙자한 부당해고가
있다. 이 세 가지 유형은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고 혼합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2001년 2월 19일 대우자동차에서는 집단적
정리해고가 정리해고를 빙자해 핵심 활동가와 조합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정리해고에 앞서 대우자본은 대량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던
노조 간부와 현장 활동가들을 먼저 부당해고 시켰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올해 희망퇴직을 당한 동지들이 모여서
해고통보의 상징인 ‘노란봉투 복직투쟁위’라는 강제
희망퇴직자 모임을 꾸려서 복직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희망퇴직을 당한 동지들의 복직투쟁은 자본이 희망퇴직을 빌미로
사실상 유형무형의 탄압으로 해고를 자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2001년 효성에서는 구조조정을 빌미로 정리해고를
자행하면서 노조 간부와 핵심적인 현장 활동가들을 포함하는
부당해고를 자행하였다.
이렇게 복합적인 상황에서 해고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해투에서는 부당해고자와 정리해고자 모두를 포함한
해고자들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규약개정을 하였다. 물론
정리해고를 당한 동지들의 경우에는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을 전개하는 해고자들에 한정해서 적용되는 규약이다.
전해투는 민주노총 산하 기구로 있으면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관료주의와 개량주의에 대해서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내부
비판을 해왔다. 어떤 동지들은 이를 두고 전해투가 해고자 복직
문제를 넘어서 지나치게 정치적인 조직으로 변질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해투의 규약에는 “해고자 복직과 민주노조 운동의
발전에 복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어용
사업장에서 해고자들은 주로 노조민주화 투쟁과 현장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어용노조와 자본의 합작으로 인해서 해고를 당한다.
따라서 민주노조 건설과 해고자 복직투쟁이 분리돼 있지 않다.
또한 민주노조가 강력하지 않으면 투쟁의 힘으로 해고자 복직을
쟁취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노조 건설과 강화는 해고자 복직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과 역사 속에서
이러한 규약 정신이 만들어 졌다.
대공장의 해고자들은 보통 해고자 투쟁의 성과와 민주노조
운동의 발전으로 인해서 통상급 수준의 조합비를 받고
복직투쟁을 전개한다. 하지만 어용 사업장이나 민주파
대의원들의 힘이 약한 사업장에서는 해고자 생계비 지급 안건이
대의원 대회에서 부결되기도 한다.
해고자가 사업장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해고자에 대한 태도는
민주노조의 수준을 결정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현중 노조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중 노조는 해고자에 대해서
생계비를 지급할 뿐만 아니라 연맹 대의원 대회 등 상급회의에
해고자들이 당연직 파견 대의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민주노조 운동의 성과는 자본이 현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어용 최윤석 집행부가 등장하면서 해고자 청산
사태로 무너져 내렸다.
민주노조 운동이 발전해 있고, 그 중심에 해고자들이 서 있는
사회보험 노조의 경우에는 생계비뿐만 아니라 구속, 수배자에
대한 ‘희생자 구제기금’이 추가로 지급되기도 한다.
삼호중공업 노조에서는 임협 기간에 보충교섭으로 해고자 복직
요구를 내걸기 위해 임복투라고 한다. 이것은 해고자 복직이 그
어느 단협보다도 중요한 요구 중의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고통 받고 있는 해고자에 대한 노동자들의 최소의 보상과
해고자에 대한 전진적 대우가 있을 때에야 누구든지 위축되지
않고 자본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는 민주노조 운동의
경험이 낳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진적 대우는 집행부의 성향이나 조합원들의 해고자에
대한 신뢰 정도에 따라 안전성을 유지하기도 하고
불안정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해고자들은 통상급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반드시 현장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그것은
해고자들이 현장투쟁 과정에서 해고를 당했고 다시 복직하여
조합원들 속에서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 사업장, 비정규직 사업장, 무노조 사업장 등의
대부분의 해고자들은 생계비 한 푼 받지 못하고 처절하게
복직투쟁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해고자들의 가정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해고자들은 끔찍한 상황에서 복직투쟁을
전개하면서 자본의 가혹한 탄압과 회유 공세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본은 해고자들에게 수천만 원에서 수억의 위로금을 제시하면서
해고자 복직투쟁을 포기하라고 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고자들은 고통 속에서도 자본의 이러한 회유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복직투쟁을 전개한다. 심지어 자본은 일부
대법에서 복직판결을 받은 해고자들한테는 원직으로 복직시키지
않고, 일을 시키지 않으면서 임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는
자본가들이 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해고자가 현장 대중들과
투쟁을 전개하는 것에 더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18일, 22일 제13차 상임집행위원회 회의와
5월 2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전해투의 주요한 위상과 직결되는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ꡑ 안건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노총은 이 안건을 제출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출하고 있다.
ꡒ전해투가 있음으로 해서 민주노총이 감당해야 할 해고자
복직투쟁의 과제를 자신의 주요 사업영역으로 배치하지 못하고
선언적으로 해고자 복직 투쟁의 과제를 제기하는 수준에서
사업을 입안하는 실정이며, 한편 전해투는 민주노총이 해고자
복직투쟁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인식, 상호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함ꡓ
민주노총의 이러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책임을 조직 형식의 문제로 돌리면서
회피하려는 태도에 불과하다. 현재 전해투는 민주노총 산하의
특별위원회 형태로 있으면서 전해투 위원장을 자체 총회에서
선출하고 위원장이 상집을 임명하는 독자적 의사결정기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수한 형태의 조직 위상은 1996년 당시 민주노총의
공식적 제안을 두고 1996년 울산해고자협의회 사무실에서 있었던
전해투 총회에서 결정됐다. 당시 전해투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면서 치열하게 내부 논쟁을 전개했다. 그 논쟁의 핵심은
전국의 해고자들을 하나로 결집한 전해투의 독자성이 민주노총
특위로 들어가면 무너져버릴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였다. 결국
해고자들은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보장받으면서 총연맹 차원의
지지와 지원을 받는다는 전제 조건 속에서 민주노총 특위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내리고 총연맹은 이를 수용하면서 독특한
전해투의 위상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전해투 내에는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어용노조 타도와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투쟁하던 해고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또한 미조직의
조직화와 어용 사업장의 민주화, 민주노조의 강화와 발전을 위해
투쟁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해고자들이 결집해 있기 때문에
독특한 규약 적용이 불가피하다.
현재의 조직 구조 속에서도 전해투는 민주노총과의 원활한
소통과 해고자 투쟁에 대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 전해투 위원장이
민주노총 중집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민주노총 차원에서 해고자 복직 투쟁을 지지,
엄호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총 대정부 주요 요구안에
해고자 복직 문제가 주변화 돼 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노조에서 생계비를 지원 받지 못하는 해고자를 위한 특별기금
조성, 단사 임․단투에서 해고자 문제의 최우선적 해결,
생계비 미지급 단사 노조에서의 해고자 생계비 지원 권고 등의
문제를 공론화 하여 지지 엄호할 수도 있었다. 연맹과의 관계도
민주노총 지도부와 전해투가 협의하여 조정될 수 있다. 6월
10일의 중집회의에서 전해투의 항의투쟁으로 인해서 이수호
위원장은 우회적인 사과를 하였고 이후 전해투와의 간담회를
통해 통과된 안건 철회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열어두고
논의하기로 하였다. 전해투는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해고자 관련 안건의 원상회복과 민주노총의 해고자 문제에 대한
위와 같은 지지, 엄호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전해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전해투 관련
안건을 상집, 중집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은 이수호 집행부가
얼마나 관료주의적, 패권적, 비민주적인 조직 운영을 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 준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전해투 내부의 정체성 상실과 훼손된 규율로 인해서 전해투의
정치적 권위가 상당부분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전해투는 자주적 의사결정 구조 내에서 민주노총 내의
관료주의와 개량주의에 대해 공공연한 비판과 직접 행동을
해왔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전해투의 권위가 약화된 틈을 타
조직 내에서 행해지는 상급단위 조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했다. 조직적 논의 없이 노사정 지도자회의에
참여하고 노사정위 참여를 밀어부치려는 민주노총은 조직 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현재의 전해투를 통제 가능한 조직으로
바꿀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전해투의 원상회복
투쟁은 노사정위 반대행동의 조직화라는 또 다른 틀에서
관료주의화 된 민주노총 지도부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번 규약개정의 기습적 통과와 이에 대한 전해투의
투쟁은 단지 예행연습일 뿐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