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용문제
‘고용 이데올로기’가 노조운동에 미친 영향 (1)
현대자동차 사례를 중심으로
**) 이 글은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현대자동차노동조합,
2005.12)의 일환으로 조사연구된 것입니다.
(* 각주가 본문 속에 아무런 표시 없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파일을 첨부합니다.)
김경근 / 한노정연 연구원, 연구위원회
1. 들어가며
98년 투쟁이후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끊임없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고용안정’을 가장 중요한 사안 1순위로
꼽고 있다. 노동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고용안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므로 ‘고용안정’을 내건
투쟁은 언제나 노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투쟁에 대한
참여를 추동해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 98년
정리해고 반대투쟁 이후 현재까지 ‘고용불안’에 대한 집단적
불만과 저항은 전체 현장노동자들의 힘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 98년 이후, 이러한 노동자들의 불안이 집단적 불만과
저항으로 조직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문제의식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98년 이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의 주 ·
객관적 요인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98년 이후 실제로
진행되었던 구조조정 사례와 노동통제 전략을 충실하게
복원하고자 한다. 이것을 통해 사측의 공세가 현장의 불안요인이
되는 과정과 그 불안요인이 투쟁의 근거로 제출되지 않고 현장을
잠식하게 된 원인을 분석한다.
둘째, 노동조합과 현장 활동가들의 대응양상(투쟁과 일상활동)
및 논리(현장이데올로기)에 주목한다. 그리고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의 대응이 현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에
맞선 활동가들의 대응을 분석 · 평가할 것이다.
셋째, 이를 바탕으로 98년 이후 ‘고용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변화 · 발전하고 있으며, ‘고용이데올로기’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운동의 안과 밖에 있는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운동이 처해있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을 바꿔낼 수 있는 해결책들을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고용 이데올로기’의 정의
‘고용이데올로기’란 용어는 98년 이후 현대자동차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특한 상황들과, 조합원들이나
활동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어떠한 특이한
정서를 개념화하기 위해 고안해 낸 말이다. 이 용어로 지금
현대자동차 현장의 상황을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이데올로기’란 쉽게 말해 ‘고용의 문제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생각이나 관점’을 의미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이 유지되어야만 생존을 지속할 수 있는 노동자에게 고용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을
원한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자본가에게도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서는 생산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이윤을 확보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용은 역시 항상 중요한 문제이다.
노동자들에게는 ‘고용안정’이 중요한 반면, 자본가들에게는
반대로 ‘고용 유연화’가 중요하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입장이
완전히 엇갈리게 되는 것이다. ‘고용 유연화’란 노동자에게는
곧바로 ‘고용불안정’을 의미하게 된다. 반대로 노동자들이
원하는‘고용안정’은 자본가들에게는 ‘고용 경직성’으로
인식될 뿐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그동안의 ‘고용’을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수많은 투쟁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자본가는 (이윤)생산을 중심으로 노동자 고용을 생산의 한
수단으로 여기는 반면, 노동자는 자신의 삶(생활)을 중심으로
고용을 생존의 유일한 수단(생활을 위한 소득활동의 핵심적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본질적인
입장의 차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 이 사회가 조직되는 원리
그 자체에 따른 것이다.
.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고용이데올로기’는 이러한 일반적인
‘고용안정’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정의하는 ‘고용
이데올로기’란 ‘끊임없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따라서 고용의
문제를 가장 중요시 여기며, 결국 고용을 위해서는 다른 어떠한
조건도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관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고용을 위해서 다른 것들을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불안이나 현실적 위협이 사라지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고용안정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금 불안과 양보의
과정을 반복하게 만드는 생각이나 관점’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고용이데올로기’란 ‘고용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고용을 위해 다른 조건들을 양보하지만,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며, 따라서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게 되는
생각이나 관점’을 의미한다.
2) 글의 구성
이 글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부분은 ‘고용이데올로기’로 인한 현장의 변화를
살펴본다. 개별 주체(회사, 조합원, 현장 활동가)들의 상태와
행위 양식을 살펴보는 한편 각 주체들과 ‘고용이데올로기’의
상관관계를 파악한다.
두 번째는 주로 노동조합 집행부 차원의 활동을 살펴본다. 98년
이후의 노동조합 운동의 변화의 흐름을 크게 살펴보면서
시기별로 활동가들의 대응이 ‘고용이데올로기’와 어떤 관련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구체적 영역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를
살펴보고, 이러한 개별 구조조정 사안들이 ‘고용이데올로기’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파악한다. 주로 외주화・모듈화
부분과 해외생산 부분을 중심으로 다룰 것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논의를 통해 사측의 노동통제의 양상과 이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과정의 성과와 패배가 어떠한 현장 정서를
조성해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더 중요하게 이러한
현장정서에 활동가들이 어떻게 반응하였고,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현장을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이 글은 현대자동차 내부의 목소리들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활동가 스스로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들 스스로의 목소리로 대안을 제시하도록
구성하고자 한다. 45명의 활동가들의 면접 내용 활동가 면접
조사 결과를 인용하는 경우 임원, 대의원, 소위원 3가지로
분류하였다. 임원은 노동조합 상집과 사업부 대표, 교육위원,
제도개선위원, 우리사주조합장, 그리고 대·소위원이 아닌
현장조직 임원을 포함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나눌 경우 신원이
쉽게 파악되기 때문에 대의원과 소위원을 제외한 모든
활동가들을 임원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름의 성을 따라 영문
이니셜을 붙였으며 뒤에 붙는 숫자는 임의로 붙인 것이다.
과 451명의 활동가들의 설문 내용, 그리고 노동조합 집행부의
유인물과 각 현장조직의 유인물로 구성된다.
이 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현장을 최대한 풍부하게 들여다보는
한편, 현재의 현장을 ‘최악의 상황들’로 설명해보는 것이다.
즉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 발전시켜야
할 측면보다는 고쳐나가야 할 측면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것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경고와 비판을 가하는 것이며
긍정성보다는 부정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현재 활동가들에게 ‘최악의 상황들’이 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개인별, 사안별, 단위 공장별 대응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현장 안팎에서
수많은 비판과 대안들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들이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말하지 않아 정작 활동가들의
성찰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현장을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위기’들을 느끼고 공감하여 실천적 대안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완전한 진실일수도 없고, 현실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도 없다.
그러나 이 글에서 상정하는 ‘최악의 상황들’은 지금 현실의
일부분을 담아내고 있으며 또한 현실이 그렇게 발전할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 진단하는
‘현대자동차 현장’에 관한 진단들이 훗날 완전한 거짓이
되기를, 그리고 이 보고서가 그것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현장의 변화
이 장에서는 ‘고용이데올로기’의 원인과 작동 메커니즘,
그리고 현장에 미친 결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고용이데올로기’의 확산 과정은 <그림1>과 같다.
98년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패배는 고용문제와 관련하여
조합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무급휴직을 받게 됨에 따라
현장을 떠나게 되고, 복귀 이후에도 대응이 미흡하여 전
조합원들의 신뢰 회복의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일상화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조합원들은 모듈화, 외주화, 해외생산,
모답스 도입 등 일상적 구조조정 공세에 직면하게 되는 한편,
전사회적 신자유주의 경제 위기로 인한 실업과 저임금의 공포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무엇보다 고용안정을 열망하게
된다.
절실하고 당연한 고용안정의 열망은 안타깝게도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노동조합은 정리해고를 막아낼 수 없다,
물량이 줄어들면 정리해고가 이루어진다’라는 98년 투쟁에 대한
아픈 기억으로 말미암아 조합원들은 ‘물량을 확보해야만 내
고용을 지킬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고, 활동가들의
물량 확보를 위한 투쟁은 이러한 조합원들의 생각을 강화시킨다.
조합원들의 물량 확보 요구는 활동가와 조합원사이의 관계를
실리 중심으로 제한시키는 것과 맞물리면서, 그러한 요구와
관계를 활용하여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사측의 공세로
인해 물량과 구조조정을 맞교환하기에 이른다. 조합원들이
고용을 부분적으로 보장받는 대신, 사측의 다양한 구조조정
공세들은 손쉽게 관철된다. 활동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저지하지
못하는 수세적 대응에 갇히는 모습을 보이며,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응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림 > 조합원의 인식을 중심으로 살펴본 고용이데올로기의
확산 과정
이러한 결과는 노동과정과 이데올로기 양 측면에서 사측의 현장
장악력 증대와 노동조합의 현장 통제력 약화로 이어지게 되고,
계속적인 구조조정의 관철로 인한 노동조건의 악화와 정규직
일자리 감소는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의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이 과정들에 대해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자.
1) 사측의 공세
‘고용이데올로기’의 생성과 변화 그리고 발전은 전적으로
자본의 의도 아래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자본가가 활용하는
‘고용이데올로기는 어떤 내용을 가질까?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을 희구하면서 끊임없이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자본가들은 그러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희구와
‘고용불안 의식’을 더욱 더 부추기고 그것을 이용하여 ‘고용
유연화’를 도모한다. 유연화는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생산, 즉 더 많은 이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생산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연화 공세의 핵심적 방법 중 하나는
물량조절이다. 자본가들의 재고관리, 생산목표 설정, 공장별
라인별 물량 배분 등이 거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공세는
작업조직, 인력 배치, 인사관리 등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법들을 동원하고자 하는 과정이며,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하며 작업과 생산라인의 재배치와 변경
등의 과정이기도 하다. ‘고용 유연화’는 이러한 자본가들의
생산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와 통제를 관통하면서 진행되고, 정년
관리, 임금 관리, 노동시간 관리, 하도급 관리 등을 포괄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오늘날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전 산업 전
업종의 자본가들이 추구하는 ‘고용 유연화’는 곧바로 노동력
배치에서의 비정규직의 확대,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막론한 노동강도의 강화로 드러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 자본가들의 높은 수익성 실현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노동강도 앞에 놓이게 된 근본
원인은 바로 이와 같은 자본가들의 유연생산체제 구축을
위한‘고용 유연화’ 전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고용이데올로기’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희구와
‘고용불안’ 의식을 빌미로 한 자본의 부단한 각종 노동조건의
개악 기도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 현대 자본은 98년 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 정책을 펼치는 한편
노동조합과 활동가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매우 공격적인 공세를
펼쳐나가고 있다. 이러한 공세는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자본은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이데올로기’를 발생시켰으며,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이데올로기’를 확장시키고,
‘고용이데올로기’를 이용해서 구조조정을 일상적으로
관철시키고 있는 것이다.
먼저 사측은 98년 이후 회사 내의 언론 매체를 강화하면서
치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대해 조합원들은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활동가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교육을 많이 시켜요… 그리고 언론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회사신문, ‘열린신문’, CATV에 대해서도 투자를 많이
하고요. 조합원들을 더 개별적으로 만드는 거지요… 자본주의
경쟁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할 수 있는
교육도 많이 시키고요. (임원 K-4)
2000년 이후에 회사의 노무관리가 강화된 것이 바로 언론
시스템이 강화되었다. 언론 시스템에 조합원들이 자기도 모르게
빨려드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유치할 정도의 표현을 쓰는데 그대로 먹히고 있다. 회사가 하고
있는 각종 언론을 통한 이데올로기 공세는 지속되고 있고…
옛날에는 회사 유인물을 그냥 버렸다. 지금은 반대로 노동조합
홍보물은 제목만 보아도 다행이라고 볼 정도로 기피한다… 회사
유인물은 간략하고 삽화 등을 통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유인물을 많이 내고 있다. 거기에 비해서 노동조합
유인물은 글이 많고 설명하려 드는 것이, 과거에는 압도했던
조합의 유인물이 지금은 회사에 밀리고 있다고 보인다. (임원
P-1)
회사에서 나오는 소식지나 유인물 나오면 조합원들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주로 눈여겨보는 것은 불안감을 자극하는 거…
회사 유인물에… 다른 기업에 부도난 소식이나 기업이 쓰러지는
거 하고 뭐. 그러니까 조합원들이 언젠가는 우리도 또 그렇지
않을까… (소위원 C-1)
언론이나 회사에서 꾸준하게 고용불안에 대한 각인을 심어주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상반되게…홍보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합 활동하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 홍보를 하지만, 알게 모르게 그런 부분들이 조합원 내부에
심어지고 있는 현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극복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 (소위원 L-3)
이처럼 강화되고 있는 사측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측이 집요하게 힘을 쏟고 있는
주요 이데올로기 공세를 확인해보자.
첫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방지하고 분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지속적인 공세가 이루어진다.
회사에서 집요하게 들어오는 것이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간에 스펀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죠. 조합원들의 반응은 먹히는 부분이 있다.
회사 측이 그렇게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 (임원 M-1)
사측은 ‘경쟁력을 가져야 고용이 보장된다. 비정규직이 완충이
되어야 한다. 유연성이 없으면 전부 다 짤라야 한다’ 고 이야기
한다. (임원 K-3)
[원하청 해복투, 05.05.26] “최근 들어 사측이 유인물과
대자보로 현장을 도배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속 정규직의 방패막이로 생각하게 만들고,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은연중에 자신의 고용만 보장되면 된다는
심리를 조장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규직도 고용이 불안한데
어떻게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냐는 의구심이 들도록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세뇌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연대 투쟁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가
이루어진다.
‘왜 너희만 나서느냐’ 든지 ‘우리 현대자동차만 항상
민주노총의 선봉에 서서 남은 것이 뭐가 있느냐’ 같은 것들.
기업별 의식과 ‘회사 경영이 잘되어야 되는거 아니냐’가 주로
조합원들에게 잘 먹히고 있죠. (임원 C-2)
셋째, 국내외 경제 사정이 어렵다거나 회사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선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회사는 1/4분기에 5천억이 넘는 순이익을 남겨도 유인물을 통해
심각한 위기라고 해요. 유가가 어떻고 하면서 위기설을
조장한다. 항상적인 위기설을 조합원에게 주입하는 거죠.
(소위원 P-1)
넷째, 조합원의 고용안정은 곧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며,
이러한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함을 선전한다.
현장의 정서는 첫 번째가 자기 고용을 보장받는 것이다.
임금인상이나 복지혜택보다도 자기 일자리를 자기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뭔가, 그걸 보장해줄 수 있는 주체는 누군가,
그걸 가장 고민하는 것이다. 사측에서도 그런 것을 많이 치고
들어온다고 본다. ‘당신들 고용보장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측면에서 고참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하면 내가
정년을 맞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지 임금이나 복지는
별로다… 그러한 회사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먹혀 들어가는 거
같다. (소위원 K-2)
위와 같은 이데올로기 공세와 더불어 사측은 다양한 방식의
인적・제도적・정신적・물리적 공세를 취하고
있다.
첫째,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쟁점 사안들에 있어, 관리자 및
조・반장들을 동원하여 일반 조합원들에 대한 여론 몰이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의원을 압박하거나 혹은 사측의 영향력
하에 있는 대의원들을 이용해서 합의안을 성사시킨다. 대의원은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대의원 개개인이 현장의 각종
쟁점 사항에 있어 커다란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측에 의해 활용되고
있는 특성 자체가 언제나 나쁜 결과를 가져오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87년 이후 노동운동의 급격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조합원 대중과
활동가의 긴밀한 관계와 헌신적인 활동가들의 현장 투쟁이
가지는 위력이었다.
[민투위 비정규직 사업팀 유인물, 02.11.20] “사측은 하청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유포하면서 68차 임시대대의 결정-추가투입
인원은 반드시 정규직으로-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현장에서 하청 투입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부서에서는 조합원 서명을 받아 노동조합에 하청투입을 요구하는
작태가 있는가하면… 하청투입을 요구하는 조합원 투표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부 대의원들은 하청투입에 반대하는
대의원은 고립시키면서 하청투입을 합의해내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사측이… 현장여론을 조작하면서 하청투입을 요구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대의원까지 그런 요구에 함께 하도록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생산량 변동을 통해 조합원들을 고용불안에 빠지게 하는
한편, 물량 확보를 미끼로 공장 간・부서 간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노동자간의 분열을 조장한다. 특히 이 기제는
‘고용이데올로기’와 직접 연관된다.
먼저 사측의 생산량 변동을 통한 통제전략의 핵심은 자본이
의도적인 불규칙한 생산을 통해 노동자들을 고용불안으로
자극하면서 일상적으로 ‘길들이는’ 것에 있다.
[자주노동자 신문, 04.01.27] “작년 12월 회사 측은 3공장
대의원회에 8개의 토・일 철야 생산을 요청하였고,
성탄절도 철야 생산을 요청하였다…. 올해 1월에는 내수시장
위축으로 철야생산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문제는 갑작스레
철야생산이 없어지다 보니 현장조합원들이 고용불안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장조합원들은 물량감소로 또다시
고용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한다… 현장에서는‘일
없을 때는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민노투 신문, 05.04.20] “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2공장에 대해 10-10 근무에 철야를 강요하던 사측이 갑자기 4월
생산 계획 설명회에서는… 재고가 쌓여 8-8근무를 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사측의 고도화된 술수로 조합원의
생존권을 유린하는 작태이자 기만행위이다… 이는 사측이…
전반적인 물량 축소를 통해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불파 문제를
비롯한 모듈협상과 CM카 조기 투입을 위한 각종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얄팍한 술수이다.”
사측은 이러한 고용불안을 기반으로 공장 간 물량 경쟁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 간의 분열을 의도한다.
[5공장 대의원회, 02.05.02] “ 사측은 갤로퍼(15uph->13uph),
싼타모(11uph->8uph)로, 생산량 축소가 불가피 하며 생산량
축소에 따라 발생되는 300명의 잉여인원에 대한 대책은 이후…
03년부터 추가 차종을 투입하여 14uph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사측의 생산방식은 차가 안 팔리면 생산량을 줄이고,
생산량 축소로 발생된 잉여인원은 타부서 전출 등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생산 물량의 이동 역시… 노동자들
간의 물량 확보 투쟁을 유발시켜 상호 경쟁을 유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승용 2공장 대의원회, 03.02.19] “회사는 향후 생산 예정인
신차(JM)를 전량 2공장에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5공장 대의원들과도 신차(JM) 투입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2공장과 5공장 조합원간의 노노 싸움으로 비화될
소지도 안고 있다… 이는 3공장 라비타 차량을 5공장으로 이전할
때 회사가 사용한 방법과 유사한 방법이다.”
[실노회 신문, 03.04.23] “회사는 트라제를 4공장으로
이관하면서 신차(JM)의 2공장 조기투입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2공장과 5공장 조합원들의 노노싸움을 유발하기 위한 회사의
술책인 것이다… 2공장 대의원회는 이번 투쟁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 식의 조직이기주의가 아니라 회사가 기존의 합의한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는 투쟁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민노투 신문, 03.04.29] “신차 JM카 투입을 앞두고 사측의
일방적 합의사항 파기로 인해 2공장 대의원회가 2주째 천막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회사가 JM카 생산을 2공장 물량으로
합의해 놓고, 뒤로는 5공장에 20만대 생산설비 체제를 갖추는
식으로 이중 합의를 통해 물량을 가지고 노노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물량 이관이 있을 때마다 해당 사업부에 선
물량 보장 후 약속 파기를 하는 수법으로 장난을 쳐왔다. 이것은
2공장 트라제, 3공장 라비타, 4공장 그레이스 물량 이전에서 잘
말해주고 있다.”
셋째. ‘합리화 공사’를 통해 손쉽게 구조조정을 달성하고
있다. 자본은 각종 구조조정 사안들을 ‘합리화 공사’를 통해
‘한 방에’ 해결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측이
합리화 공사를 신차 투입과 밀접하게 결부시키면서 활동가들의
신차 확보 투쟁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민노투 신문, 04.09.22] “현대차는 대형차 시장을 포기하는가!
… 사측은 더 이상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방치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조합원의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선
에쿠스 생산라인의 합리화 공사를 통해 혼류생산 시스템으로의
전환 등…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것을 요구한다.”
[2공장 대의원회, 05.02.16] “회사는 다른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합리화 공사를… 다른 공장 대의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파기했다. 우리는 여기서 회사가 에쿠스부를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측은 책임있게 합리화 공사가
가능하도록 나서야 한다… 집행부는 다소 욕을 얻어먹더라도
일감을 나누기 위해 회사와 책임 있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
어디는 1년 내내 특근해도 생산물량이 넘치고 어디는… 일거리도
없다면 이 불평등을 해소해야 노동조합 정신에 맞지
않겠는가?”
[4공장 대의원회, 05.03.02] “조합원들의 생계권 확보 및 재고
소진에 대한 대안을 회사가 제시해야 한다… 막연히 내수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공장합리화 공사로 혼류생산,
신차 조기 투입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조・반장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권한(인사고과,
B55코드 [공작사업부 소위원회, 00.05.02] “반장에게 잘 보인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고 잘못 보인 사람은 이때다 하고
보복적인 근태관리는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회사는 더
이상 현장을 분열시키지 말고 지금 당장 B55코드를 폐기하라.”
[노동자의 길, 04.07.06] 임단투시 파업으로 인하여 조합원은
합법일 경우 B-50, 불법일 경우 B-55의 폭격기를 맞아가며
금전적으로 많은 손해를 감수해왔다. 노동조합 상집들은
임금손실이 없었다. 이로 인한 조합원들의 불만은 노동조합
간부와 현장 조합원들을 분리하고 괴리시키는 하나의 이유로
작용해왔다.
등)을 증대시킨다. 그리고 더 나아가 조·반장들의 조직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조・반장 영향력 강화와 조직화
움직임은 50년대 도요타 자동차의 노동조합 무력화 공세의
과정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회사가 조 개념 반 개념을 철저히 심어놨어요… 조합원들이…
반장·조장한테 줄서죠. (대의원 A-1)
[승용2공장 공동소위워회, 02.05.10] “얼마 전… 울산공장
반장을 중심으로 반장 협의회가 구성되었다… 현장조합원은 많은
우려를 하였고, 5공장 대의원회 대자보에 정면 반박하는
유인물에는 우려를 넘어 분노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다수이다.”
[현장조직 공동투쟁 연대. 02.05.23] “지난 4월 22일
반장협의회에… 800명중 700여명에 달하는 반장들이
가입해있다… 전 공장 차원에서 조직되고 있는 것은 회사의
지시나 지원이 뒤따르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그동안 사측은
반장들로 하여금 각 공장별로 불법파업 코드나 무노동 무임금
코드를 적용하게 만들어 현장이 분열되게 하는데 이용하였다.”
[공동 소위원회, 02.07.10] “반장협의회는 민주노동당을
반대하는 지방선거 밀착 개입과 노동조합 총회 때 보여준
찬성유도(조합원에게 전화작업, 메시지 작업)를 해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한 행위를 하였다.”
다섯째. 회사 측은 조합원들에 대한 개입을 위해 개별접촉을
시도하고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포섭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자들의 인간적 관계를 통한 접근은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모든 게 인간적인 문제로 되었고 회사는 조・반장을 통한
형님 아우 관계로 나왔다. 같이 일한 세월이 있기 때문에 형님
아우로 통한다. 이후에 회사가, 의도적인 거라고 보는데,
경・조사에 같이 간다던지 인간적인 사석에 간다던지 내가
관리자로서가 아닌 것처럼 인간적인 모습으로 장악해 들어온 것
같다. 지난번 집행부 때 파업 찬반투표가 높지 못했던 이유가 그
때 과장급들이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형님 이번에 하면 나
짤린다. 한번만 도와줘. 어차피 찬성될 거 아닌가’ 한다.
그러다 보니까 조합원들이 까짓것 찬성될 텐데 하고… 회사와
노동조합의 치열한 대립문제가 인간적 관계로 현장에 묻혀버린
한 예가 되었다. (대의원 L-1)
3~4년 전부터… 회사가 노동조합 총회 같은 거 할 때… 선거구
별로 개표 차이가 나게 되었고 그걸로 관리자의 평가 잣대로
삼기 시작한 거죠. 관리자들이 자기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조합원들을 만나기 시작해요… 그 때부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맨투맨 방식이 나오기 시작해요. 관리자들은 …
성향이 보수적이고 노동조합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부터
포섭하기 시작했고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과정이지요…
특히 98 고용조정에서 노동조합 지침에 참여한 단위와 하지 않은
단위와 엄청난 괴리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반 회식, 반
야유회라든지 각각의 행사에 관리자들이 꼭 참석을 하는 거죠.
참여하면서 봉투 내놓고, 회사 밖에서 이야기하면 이런저런
대화를 폭넓게 할 수 있지요. 그런 것을 이용해서 인간적인
친밀감을 만들어 놓는 것 같고, 이런 것이 익숙해지면 밖에서도
따로 만나고요. 해가 갈수록 회사 측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요. (대의원 Y-1)
이러한 관리자들의 활동은 외양적으로는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쌓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4공장 소위원회. 03.08.21] “4공장에서 노동조합 사찰 문건 및
노동조합 활동 개입에 대한 문건이 발견됐다… 전 사업부에서
과장급 이상이 선무활동을 했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조합원 사찰 내용은 충격적이다. 누구랑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에 대해 상세히 기록되었다. ‘가정방문 해서 협조
확약’ ‘경비 지원하면 협조 의사’ ‘가정방문 했으나
불투명’ ‘등산 함께 간 뒤 협조 확약’ 등의 사례들은
부당노동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것과 같다.”
[노동자의 길, 05.03.22] “회사의 관리자들이 요즘 들어 부쩍
현장조합원들과 친한 척 하면서 현장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돌고 있다… 회사의 관리자들은 불파
투쟁과 05년 임단투에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데 정작 노동조합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모두들 현장이 힘들다 하고 현장이 어용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것의 원인은 사측의 관리자들이 밤낮을 설치며 현장을 뒤집고
다닌 탓일 것이다.”
[민주노동자회 유인물, 05.07.13] “윤여철 부사장의 지시에 전
공장 관리자 수천 수백 대오가 일사분란하게 행동하고 있다…
동원된 관리자들은… 현장 조직력을 침체시키고… 임단투
무력화를 위한 무분규로 치닫고 있다… 관리자의 활동영역이
이렇다보니 현장은 임단투 요구안이 쟁점화 되지 못하며
집행부만의 요구안으로 겉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리자들의 활동은 회식자리와 향우회, 동호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활동가가 포함된 관계를 스스로 빼요. 사측
관리자들이 압력을 넣고 있어요… 활동가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놓은 **회는 회사에 의해서 하나둘 탈퇴를 해요. 그렇게
무너지고 있는데, 반대로 조・반장이나 학연, 지연,
혈연으로 묶여 있는 데는 괜찮아요. 회사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서 공격의 대상과 보호의 대상을 구분하는
거죠. (대의원 A-2)
조합원들을 들여다보면 서로간의 경계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18년의 역사 속에서 지금은 대단히
능수능란해졌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 이런 속에서
회사가 간부들한테 02년부터 1써클 갖기 운동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서 그전에는 사무실과 현장이 구분되었는데, 지금은
통일되어가고 있다… 부딪치면서 인간적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다. 각종 써클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과장이고
차장이고 하니까… 현장조합원하고 실제로 부딪치면서 격이
해소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장이 안정되어 보인다. 저희
부서는 써클이 대단히 많다… 얽히고 섥혀서 과거의
관리자와 조합원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다양한 써클
활동들이… 노동조합활동을 무너뜨리는 것 같다… 실제로
효과적인 현장관리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원 P-1)
조합원들이 회사의 동우회 활동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사실 직제 개편할 때 회사가 향우회⋅동호회를
강화시킨건데… 회사로부터 지원도 받고, 관리자들이 들어가
있고… 일부 조기축구회에는 활동가들도 들어가 있는 정도인데
그마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대의원 L-1)
한편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사측은 대의원 선거나 임단투
총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현재 사측의 영향권 아래
놓여있는 조합원의 숫자가 3분의 1정도가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에서 이러한 개입은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도 회사가 노무관리로… 타겟을 정해서 낙선운동
진행하고… 대의원들의 선거행태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부서장 회의에서 우리 부서장이 나 때문에 대단히 곤혹을 겪고,
그리고 나서 내가 1차에서 1등했는데… 떨어뜨려라 지침이
내려오고… 2차에서 꼴등했다. 그러면서… 그 양반은 고과
까먹었던 거 다 회복했다.(임원 K-2)
여섯째. 현장투쟁을 수행한 활동가들을 징계하고 해고하는 한편,
고소 고발 및 손배 가압류를 걸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사례가
존재하지만, 미처 모든 사례들을 수집하지 못했다.
03.07. 아산공장 대소위원 6명 해고, 4명에게 정직 3개월 징계
03.07. 아산공장 활동가 21명에게 1인당 3천~7천만원
손해배상
04.03. 3공장 소위원 1명 해고, 대의원 2명 정직 1개월 징계
04.09. 모듈화 반대를 위한 잔업거부로 의장 1부 대표 2명
고소 고발
04.11.25. 아산본부 본부장 외 4명의 노동조합간부에게 고소
고발
04.11.26. 판매본부 부산지부 지부장 외 4명의 노동조합간부에게
해고, 7명의 간부에 대해 징계
05.06.24. 안전사고로 라인정지한 5공장 대소위원 5명 고소 ,
손해배상, 징계
05.09.09. 현재 총 219명의 비정규직이 해고 내지 징계, 손배,
가압류에 처해있음
일곱째. 경비대를 동원하여 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활동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소지품 검사 등을 통해 일상적 통제를 행하고
나아가 물리적 폭력을 가함으로써 활동가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희망 만들기, 03.07.24] “지난 6월 아산지부에서는…
대의원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차량을 투입하였다…
아산지부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 사측은 대량 징계와 임금
가압류, 고소 고발을 통해 아산문제를 매듭짓고자 해지만
부당징계 동지들이 천막 농성을 전개하자…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천막농성장을 침탈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실노회 신문, 04.03.29] “노란 봉투 투쟁위 동지들이 출근
투쟁을 시작하려 했으나… 갑자기 달려든 경비들과 충돌이
발생… 한 동지는… 실신하여… 긴급 후송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카메라 기자에게 달려들어 비디오 카메라를
파손시켰으며… 투쟁위 지도부까지… 발로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다.”
[자주 노동자 신문, 04.05.04] “아산공장은 노동조합 간부와
하청지회 간부들에 대한 미행, 감시, 사찰 업무를 보는 경비대를
설치 운영하였다… 또한 출퇴근시 정문과 쪽문에 검사대를
설치하고 소지품 검사를 실시했다… 더 나아가 식당입구에
사측의 무인카메라가 24시간 작동되고 있다… 노동조합 간부들의
식당 홍보 투쟁에서 하청지회의 중식투쟁, 일상적으로 식사하는
조합원까지 사측의 감시 사찰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노동자의 길, 05.03.22] “ 최근 1,2,3,4,5 공장에
지원실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지원실장으로 발령받은 자들의
면면이 기가 막힌다. 판매본부에서 노동조합 탄압의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 졸지에 임원으로 승진되어 전진배치된 것이다. 이들
중에는 무술유단자와 폭력전과자까지 있다. 지원팀은 현장을
탄압하고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사찰하던 곳이었다. 그런
지원팀을 지원실로 강화하여 본격적인 현장탄압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노동자의 길, 05.06.14] “지난 5월 25일 1공장 생산라인에
안전문제가 발생하여 담당 대의원이 대책을 요구하며 라인이
정지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관리자가… 라인 가동만을
우선시하며 대의원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폭언을 일삼은 일이
발생했다.”
[민주노동자회 유인물, 05.07.13] “3월 8일 본관 항의서한
전달과정에서 사측은 유례없는 폭행으로 대응하였고, 1공장
부대표가… 3주가 넘도록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 다음날 전직
위원장이 집회 중 경비의 구타로 실신하여 병원에 긴급
후송되었다… 또한 중식 시간 시트 사업부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참가한 교육위원을 폭행했다.”
[공동 소위원회, 05.09.09] “윤여철과 그의 졸개들이
울산공장을 오면서… 3공장 중간 관리자들은 80년 광주진압
충정훈련을 했고, 전 공장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서 소위원회 의장이 지원팀 과장에게 무차별 폭행당했다.”
여덟 번째. 조합원과 가족에 대한 기업 문화 전략을 통해
기업의식 강화를 시도한다.
[노동자의 길, 02.04.09] “지금 문화회관 주위에는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한마음 교육이라고 해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또 조합원 부인을 대상으로 행복한 가정 만들기라는
교육을 한다고 한다… 한마음교육을 보면 노사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목적으로 항상 투쟁의 시기를 앞둔
4,5월경에 실시한다… 더 큰 문제는 조합원 가족 특히 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결국 남편들의 월급경쟁을 가정에서
부추키고 ‘집안이 잘 되기 위해서는 협조적인 노사관계가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5공장 대의원회, 02.05.02] “4월 18일부터 단체협상이
시작되었지만, 현장은 단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러한 원인은 조합원 해외연수, 한마음 교육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5월 중에는 우리들의 부모와 자녀까지 각종
행사에 동원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이 주관하는 이러한
행사들은 신경영전략의 하나인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위한 방안으로 실시되고 있다.”
문화회관으로 부인 불러서 교양 교육시키고 애들 불러서
과학교실이니 하면서… 고립시키는 거다.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하고 집에 가보면 부모들이 니네 회사 그렇게 잘하는데 왜 니네
데모하냐고 할 정도로 주위 사람들에게 이데올로기 공세를
하다보니까… 조합원들은 그렇게 말려들어간다. 부모, 자식,
부인 이야기를 듣고 개인주의로 빠져버리는 거죠. (임원 C-1)
이제까지 살펴본 현대 자본의 다양한 공세는 구조조정의 실제
효과와 함께 조합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조합원들이 ‘고용이데올로기’에 빠져드는데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조합원들의 변화
조합원들이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해 영향 받고 있다는 사실은
먼저 그들이 끊임없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고용안정을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98년 이후에 조합원들이 변화된 양상을 보면 내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무사히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지요… 고용안정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국 있을 때 많이 벌자는 의식이 많아진 것
같아요. (임원 Y-1)
98년 이전까지 주로 임금, 복지, 근로조건 등이 요구의
중심이었는데 98년부터 급속도로 고용안정문제가 핵심이지요…
98년은 조합원들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지요. 그전에는 회사에서
짤릴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소위원 P-1)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이라고 생각하고
인력충원을 비정규직으로 할려고 했었어요… 지금은 일거리가
늘어나도‘맨아워 그대로 하자’‘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인력
충원 아무도 받지 말자’고 해요. 자기 고용만 보장되면 인원을
받아서 편하게 일하면 되는데, 그렇게 안 될 거라고 보고 아예
신규인력 자체를 안 받는거죠. (대의원 Y-2)
이러한 ‘고용이데올로기’의 영향은 조합원들의 정서를
변화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고, 요구사항을 변화시키게 된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활동가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조합원들이 변했다기 보다는 상황의 변화로
인해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활동가들의 활동 여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원 K-3 : 예전만큼 투쟁이라든지 이런 걸 안하니까
관심이 좀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모일 때는 잘 모여요…
대의원이 끌고 가기에 따라 의식이 바뀌는 것 같아요. 우리는
상태가 괜찮은 거 같아요.
▷소위원 K-4 : 우리 공장은 신입사원이 대거 입사해서
대부분이 젊은 신입사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주
활동적입니다.
(1) 조합원들의 개별화와 실리화
활동가들의 면접에서 조합원의 변화에 대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지적이 예전에 공동체 의식과 연대의식이 살아있던 조합원들이
점차 그러한 의식들이 사라지고 개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개별화되는 이유가 ‘고용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다고 판단하는 활동가들도 존재한다.
▷대의원 A-3 : 인간적인 관계는 아직까지 유지가 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옅어졌다… 이제는…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니까
소주 한잔 할 기회가 적어졌죠. 예전에는 오토바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니까 소주 한잔 했지만…
▷임원 J-1 : 그렇게 많이 변한것 같진 않은데… 과거에…
통근버스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술이나 하는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거든요. 요즘은 개인차를 들고 다니니까
특별하게 약속을 안 하면 그런 것들이 쉽지 않지요… 그러면서
대단히 의식 자체가 가족중심으로 되는 것 같다… 같이 모여
집단적으로 공감대를 가지고 이야기하는게 옛날만큼 많지는
않다.
. 또한 자신의 임금만을 중요시하게 됨에 따라 특근을
능동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그러나 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어쩔수
없이 특근을 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현자 노동자 신문, 00.07.19] “요즘 전 공장은 휴일마다
특근과 철야로 밤낮이 없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돈도 돈이지만
회사 측의 이런저런 눈치도 봐야하고, 동료들의 형편도 맞춰야
하기에 14시간에 이르는 철야특근을 마지못해 한다. 지금 우리는
주당 62시간 노동이 거의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자신의 고용을 위해 비정규직의 존재를 용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 떄문에 불안해 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활동가들도 있다.
▷임원 C-1 : 98년 구조조정을 통해서 고용불안을 많이 느끼고
있고… 해외에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똑같이 생산하게
되면서 물량이 줄어들고 고용불안을 많이 느끼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되니까 조합원들이 역으로
비정규직이 많아지면 고용불안을 느끼는 거 같아요. 그
노동자들은 임금도 낮고 젊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에서 그들을
자기들보다 더 원하는 게 아니냐고 보는 거죠.
이러한 세 가지 측면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조합원들이 개별화됨에 따라 단결력이 저하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다른 평가를 내리는 활동가들도 존재한다.
▷대의원 Y-1: 같은 반 내에서의 식구라는 개념… 우리
식구라는 개념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다만 반 전체에 5~10%
인원은 전체 분위기에 무관하게 나는 나대로 간다는 인원이 간혹
있지요.
▷소위원 L-2: 같은 반 조합원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습니다.
회사에 대한 애착이나 직장에서 미래를 찾는 것이 희박해졌다…
일 있을 때 돈벌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간연속2교대제 같은 거나 일자리 나누어서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이 잘 안 먹힌다. 개인적인 사고로
자기를 축소시켜 나가는 것 같다.(소위원 H-1)
98년에 밖에 나갔다 들어와서 그런진 몰라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서로 눈치를 많이 봐요. 자기 혼자만
생각하고 개인주의적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 서로 공유가 잘
안되요… 조금이나마 반장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옛날에는
조합원끼리 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아요. … 기준이 자기에게 이득이 되느냐에요. 임단협 말고
바깥에서 비정규직 악법 같은 거 가지고 투쟁한다면 나하고
상관이 없는데 왜 거기에 우리가 가야 하냐고 생각해요.(소위원
L-1)
언제부터인가 보면… 그룹, 그룹되어 있어요. 조・반장
중심의 한팀, 지역중심 한팀, 입사년도가 비슷한 팀 한팀,
소위원 대의원 중심의 한팀. 말 그대로 끼리 끼리 노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하고 이야기 안해요. 개별화되어간다고
생각해요.(소위원 K-5)
개별화되었다… 집단적 가족적 분위기에 있던 조합원들이
고용안정투쟁을 거치면서 서로 파편화되고 있다. … 나이가
높아지고 근속이 높아지면서 가정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금은 동료들보다 지역동네 동료나 가족하고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진다.(소위원 P-1)
둘째. 조합원들은 자신의 임금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잔업・특근을 선호하고 있다.
98년 전에는 옆에 동료가 형편이 어려우면 잔업 네가 해라
했는데, 지금은 서로 자기가 차지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요.
깨놓고 말해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의원 K-1)
98년 이전에는 지금처럼 철야, 특근이 없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주말이면 낚시도 다니고 등산도 다니고 하면서
조합원들끼리 많이 놀고 친해지고 했다던데요. 98년 이후에는
주말에 놀러 가자고 해도 철야, 특근 있으면 안 가는 추세에요.
(소위원 K-1)
동료애 이런게 98년 이전에 비해 현격하게 없어졌다. 대의원들이
특근 짤라 버리면 욕하고, 특근 있을 때 돈 번다는데 왜 짜르냐,
일 있을 때 벌자 이런 분위기다.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분위기죠. 쉽게 말해 정년까지 내가 회사에 있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죠… 특근 많이 따오는
대의원이 인정받는 그런 현장이 되어버렸어요. (대의원 K-2)
[자주노동자 신문, 02.09.04] “요즘… 어느 사업부 할 것
없이… 빨간 날짜는 빈틈없이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한 달 특근이 5~8개는 우습게 넘고 있다… 현장의
대・소위원들도 특근에 있어 어떠한 큰 사안이나 큰 명분
없이 특근거부가 조직되는 것은 예전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원칙적 문제제기에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근을 희망하는
현장의 요구 또한 만만치 않아 현장의 대소위원들의 입장이
곤란한 지경까지 온 것이다.”
[실노회 신문, 03.02.26] “대의원 대회에서 일요 특근을
안하기로 결의했지만 일부 공장에 특근이 이루어지면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이 조직력 훼손을 우려할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특정사업부나 부서의 특근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집행부나 대의원, 활동가를 대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심지어는 급여수준은 노동조합 지침에 따르는 정도에
반비례한다는 자조적인 비난이… 고개를 들고 있고, 특근하지
말자는 대의원에게 ‘왜 우리만 희생양이 되어야 하냐’고
따지는 조합원도 많다고 한다.”
[자주노동자 신문, 03.10.22] “계속되는 철야 특근은 시급제
노동자들의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갉아먹어 이제는 ‘내
철야 내가 하는데 노동조합이 뭔 상관이냐’, ‘너거 마음대로
철야 거부하냐’는 등의 반발 때문에 현장의 간부와 노동조합은
철야를 함부로 제한하지 못한다.”
셋째.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따라서 집단적
투쟁의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옛날에 비해서 상당히 이기적이지요.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예민하고 직접적이지 않는 것은 냉소적이고요.
예를 들면 반 안에서 작업공정이라든가 이런 부분만 봐도, 예전
같으면 공정 일하는 부분이 본인이 손해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를 위해서 같이 움직였는데 지금은 그게 없는 편이고,
비정규직 불파투쟁과 관련해서도 현장에서는 상당히 냉소적인
것이 사실이고요. 지금 당장 나하고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당히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거 같아요. (대의원
K-2)
(2)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상실과 회사의 통제에 대한 ‘강요된’
순응
활동가들은 98년 이후 노동조합과 회사 측의 현장 장악력에 있어
많은 변화가 생겼음을 지적한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고용을
지켜주지 못한 노동조합에 대해 예전만큼의 신뢰를 가지지 않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회사의 통제에 더 잘 따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노동조합 활동이나 투쟁에 대한 참여
하락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참여가
저조하게 된 이유로는 이 외에도 투쟁의 관성화, 조합원
주체들의 소외, 현장과 지도부의 분리 현상 등 다양한 진단이
존재한다.
▷소위원 P-2 : 단협하는데 안건을 보면 조합원들이 다 안다
이거죠. 3개는 붙고 4개는 떨어지겠네 하고. 처음 노동조합 할
떄는 임금 10만원 올려준다 그러면 진짜 10만원 오르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고참들은 10년도 넘었으니까 다 알아버린
거죠. 올해는 파업이 길어지겠네 등등 미리 판을 다
알아버리니까 안 오는 기라… 고참들을 움직이게 하는게
힘들죠… 해외연수 없다고 협박도 해보고 막걸리 한잔 살테니까
갑시다 하고 꼬시기도 하고… 맨날 머라카니까 요샌 많이 바뀌긴
했죠.
▷소위원 C-1 : 98년 이전에는 그래도 조합에서 뭐 정책이나
파업프로그램을 하면 그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했는데
98지나고 나서는 조합원들이 이미 답을 다 알고 있는 거에요.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을 하더라도 대충 어느 선에서 끝날거다
다 아는거죠. 그러면서 조합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앞에서
활동가들이 선동해도 별로 조합원들이 피부에 와 닿는게
떨어지죠.
첫째. 노동조합이 자신의 고용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한 참여가 줄어들고
있다.
98년 이전에는 활동가들을 믿고 따라주는 편이었는데, 98년
터지고 나서는 사람들이 개인주의적으로 되서 집회도 옛날처럼
참석하지 않고 활동가들을 예전처럼 잘 안 믿죠. 지금은 사람들
의식이 노동조합에 잘 보이는 것보다는 회사에 잘 보여야 노란
봉투를 안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임원
J-2)
예전에 물량이 확보되었을 때는 노동조합에 대한 단결이나
집회에 적극적이었는데… 물량 부족이 장기화되고 고용불안
의식을 느끼다 보니까 노동조합에 참가하는게 위축되어 있어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이랄까 하는 부분이 상당히 약해졌죠.
(소위원 L-2)
98의 영향이 조합원들을 극심한 이기주의로 몰았다. 돈의 노예가
되는 영향도 미쳤다.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확실하게 자리잡게
된 계기였다… 이로 인해… 있을 때 돈 벌어서 내 살 길 찾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2000년 이전에는 한자리 수였던 과로사가
2000년 이후에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옆에서 픽픽 쓰러져서
죽는 것을 보면서도 일을 하고 있다. (임원 K-1)
아는 형님이 그러는데 자기도 98년 당시에 소위원 활동 열심히
했는데 제일 먼저 짤리는 부분이 활동가였다고 해요. 지금 활동
안하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해요… 소위원 하는 것도… 앞장서서
하지 말라고 해요. (소위원 L-1)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신뢰하지 않는다. 98년에 투쟁했지만 안
되더라 하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있을 때
벌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투쟁하자고 하면…
‘싸워봤지만 안 되더라’라는게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 (임원
L-1)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서 뭘 해도 안 믿는다. 심지어
단협조차 안 믿는다. 2004년에 해외공장 관련 강화된 조약이
있었지만 별로 중요한 이슈로 주목받지 않았다. 00년
완전고용합의서도 마찬가지다. (대의원 L-1)
둘째. 회사의 기준에 의해 정리해고 대상자가 선정되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면서, 회사 측의 통제에 ‘자발적으로’ 순응하고
있다.
회사 관리자들 말을 안 들으면 정리해고 대상이 되고
그랬으니까… 노동조합에서 고용안정 이런 거 얘기해도 안 믿는
거 같고 오히려 회사 쪽에 기대는 것 같아요. (대의원 Y-2)
1공장이 언제나 물량이 풍부하거든요. 자기가 몸이 불편해도…
월차 한번 안내요. 쉽게 말하면 98년도 거치면서, 그 당시
고과가 나쁘거나 하면 해고당하고 했으니까, 관리자들이 뭐
누구한테 될 수 있으면 월차 좀 내지마라 교육도 하고, 자기 몸
아파도 자기 의사 표시를 잘 못하죠. (소위원 C-1)
98년까지는… 조합원들 사이가 참 좋았어요. 98년 딱 터지고 난
뒤에 끝나고 난 그 시기부터 투쟁한 사람 안 나온 사람
구분되고, 끝나고 나니까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회사 쪽 이야기를
잘 듣는거죠. 그러다보니까 서로 경쟁이 되는 거죠…
반장들한테도 인사고과 잘 보여야겠다 하고 반장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고. 술을 먹더라도 예전에는 끈끈한 동료애로 먹었는데
지금은 회식이니까 한잔하고 간다 정도고. 옛날이 그립죠. (임원
J-2)
98년에 고용문제가 왕창 터진거고, 조합원들이 보는 시각도
회사도 노동조합도 고용문제에 대해 믿음을 못 가지는 거다.
조합원들이 회사의 눈밖에 안 날려고 하면서 현장통제력을
노동조합이 잃었고 회사는 조・반장을 통한 장악력이
커졌다. 있을 때 벌자는 생각이 강화된 측면이 크다.
그러다보니까 물량에 따른 고용문제가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의원 L-1)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조장이나 반장이나 관리자잖아요.
그들에게는 되도록 눈 밖에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배적이에요. 아무리 부당한 요구를 해도 겉으로는 그냥 하는
거예요… 저는 선거구에서 조장이나 반장과 많이 싸워요. 한참
싸우고 나면 조합원들이 진짜 잘해줬다, 시원하다는 말을 많이
하죠. (대의원 J-1)
(3) 물량에 따른 불안과 물량 확보에 대한 열망
현재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들은 끊임없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잔업 특근을 보장받으려고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최대한의 잔업 특근을 통해 ‘벌수 있을 때
돈을 벌어놓자’ 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잔업 특근이 있는
한은 자신이 결코 ‘짤릴’ 염려가 없다고 생각한다. 잔업
특근의 확보는 결국 물량의 확보와 직결되게 된다. 물량이
있어야만 잔업 특근을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일차적 요구는 바로 ‘물량 확보’로 향하게 된다.
첫째. 조합원들은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임금이 대폭 감소할 뿐
아니라 정리해고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생산물량이 고용을 보장한다는 생각을 98년 이전에는 조합원들이
안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팽배해있어요. 98년 이후에
회사는 계속 시도를 해왔고, 공장별로 이루어진 일들이 그렇게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요. 생계에 대한 타격을 받는 일이라든지.
(대의원 A-2)
갑자기 일거리가 없어져 특근이 없다, 잔업이 없다고 하면 바로
피부로 와 닿아요. 일거리가 없으면 집으로 가야 되니까요.
(소위원 L-1)
조합원 스스로 고용불안을 느껴요. 98년 정리해고 때 만여 명
나갔잖아요. 자동차가 계속적으로 물량이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불경기 타면 생산이 없는 건데… 해외공장 생겨도 물량이 줄고…
(임원 J-2)
해외 공장이나 내수침체가 이루어졌을 때, 잔업이나 특근을
못하니까 임금불안이 심하고 또 그것이 고용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고 불안해하죠… 꼭 회사 측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서라기보다도 98년 이후 전반적인 정서가 그렇고, 한
번씩 나오는 회사 측 유인물을 보면 또 경기가 어려워지는구나
하고 고용불안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는 거죠. 거기서 1/4분기
매출액이 줄었다는 이야기 같은 거 들으면 아무래도 불안하고…
(임원 Y-1)
현재 조합원들의 생각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량부족이
장시간에 걸쳐서 되다보니까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것이지요. (소위원 L-2)
98년 이후에는 고용 문제가 직접 닥치게 되죠… 일단은
정리해고가 법제화되어 있기 때문에요. 구체적으로 회사에서
어떻게 한다기보다는 해외공장을 짓는다거나 하면 당연하게 우리
차 만드는 대수가 줄어들다 보니까 그렇게 느끼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정리해고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요.
(소위원 K-3)
객관적으로 고용이 불안해서가 아니라… 제가 볼 때는 고용이
불안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조합원들은 불안하다고 느껴요…
심리적인 거 같아요. 잔업이 줄어들면… 휴가 가고 정리해고
수순으로 가는게 98년도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잔업 안하면 그
다음에 휴가 가는거 아닌가 불안하고, 그 다음에는 또… (임원
L-1)
물량이 없어서 8-8 돌아가거나 하면… 주위의 비정규직이 하나씩
떠나게 된다. 계약해지로 다 떠나고… 2차밴드는 다 나가는
수준이 된다. 그런 걸 조합원들이 보지 않겠나? 걔네들 자리
비었으니까 다음은 자기 차례라고 생각하게 된다. (소위원
H-1)
조합원들은… 물량이 없으면 짤릴 거 같다, 정리할 수 밖에
없다고 느낀다… 누군가는 물량이 줄어든 만큼 나갈 텐데, 그게
비정규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투쟁하면… 그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비정규직들
못 짜르면 결국… 나이 많은 내가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 게다가
단협에서 입사 역순 이것까지 없앤 거니까. 게다가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게 회사다. (대의원 L-1)
[실노회 신문, 04.03.29] “특히 4공장 스타렉스 생산라인은
재고가 수만대에 달하며… 신차투입 계획도 2007년도나 예상하고
있어… 잔업 특근이 없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어도
하루하루 고용불안의 요소는 참기 힘들다고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이다.”
둘째. 조합원들은 생산 물량이 자신의 고용을 보장한다고
생각하고, 물량 확보를 열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열망은
사측에 대한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량이 고용을 보장한다는 의식, 이게 조합원들 머리 속에
박혀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에요. 여기서 생산량이 8시간에 대한
생산량이 아니라 잔업은 기본이고 특근이 4, 5개 할 수 있는
물량을 의미하는 거죠, 수습이 안 될 정도에요. (대의원 A-2)
고용문제는 곧 생산물량 문제이거든요. 지금 각 공장 사업부
별로 물량문제로 싸우고 있어요. 각자 10시간씩 물량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많이 싸우지요… 물량이 없으면 UPH 다운되고,
그러다 보면 잉여인원이 생겨서 비정규직이 남게 되요… 물량을
나눠먹기 위한 여건이 되지 않아요. 자기 물량을 확보해야
하니까 다른 공장에 나눠 주는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임원 S-1)
공장 별로 극명하게 물량이 차별화되고 있다. 차별화되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같이 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르니까 내 앞가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사업부는 적어도 노사관계가 안정될 필요가 있고
협력을 적당히 가야하는, 물량이 자본의 논리들이 그대로 접목이
되는 그런 부분이 있다. (임원 P-1)
물량 확보에 대한 조합원의 이해관계는 생산량 달성이라는
자본의 이해관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현대자동차 자본은
생산계획을 달성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생산계획은 보통 생산설비가 허용하는 최대량으로
설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생산계획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더 나아가 더 많이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규 인원
충원이나 노동시간 단축, 휴식 시간 확보, 노동 강도 저하의
요구들은 제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생산 우선주의는 최근 들어 목표한 생산량에
타격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 대단히 공격적인 반응으로 드러나게
된다. 대표적으로 이전까지 노동조합의 힘으로 쟁취했던
작업중지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작업 중지권과 관련된
내용은 ‘근골격계 직업병 공동연구단. 2002. 노동강도 강화와
근골격계 직업병 대응 6장과 7장, 도서출판 현장에서미래를’
참조.
[5공장 대의원회, 05.07.05] “지난 6월 24일 5공장에서… 중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라인 가동을
정지시켜 놓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여, 노사가 재발방지 협의를
한 후 다시 라인을 가동시키는 것이 단협과 관례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이다. 그러나 사측은… 사고 당사자에 대한
징계만을 운운하고…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를 동원하여 라인 가동을 시도하고, 이를 저지하는
대소위원들에게… 폭력사태를 유발했다.”
한편 현대 자본은 최소 설비에서 최대 생산이라는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다른 부가적인 이득도 확보하게
된다.
[자주노동자 신문, 03.03.19] “차가 안 팔려 생산차를 주차할
공간이 부족한데도 사측은 전 공장에 대해 생산량 증가를 위한
볼륨 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나 1, 4공장은… 생산량을
올리게 되면 공정간 거리가 확보도 안될 뿐더러 작업자들끼리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여서 안전사고는 당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 회사가 생산량을 증가하려는 속셈은… 재고확보
차원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를 03년 임단협 시 생산량을
미리 확보해서 노동조합의 힘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도 한다… 파업에 대비해서 협상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조합원들의 변화에 대해 큰 영역으로는 세 가지 영역,
작게는 일곱 개의 변화지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부터는
활동가들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