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정규직과 비정규직(2) GM대우 창원공장 투쟁사례
정규직의 의식변화, 비정규직 조직화, 그리고 연대를!
박태엽 / 대우자동차노조 창원지부 전 정책실장,
현장투쟁위원회
사측의 철저한 분리통제 속에서
GM대우자동차(대우자동차) 창원공장은 공장이 설립된 1990년부터
무노조라는 원칙 하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된 2000년 3월 26일까지
노무관리자들의 철저한 현장 감시와 통제 속에서 10여 년 동안
현장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착취 해왔다. 이런 자본의 통제와 감시
속에서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도급사원이란 이름으로
공장이 설립된 1990년도부터 직영사원이라 불리던
정규직노동자들과 현재와 다름없이 동일한 생산 라인에서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 함께 생활해왔다. 하지만 그 도급사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임금, 복지, 후생, 교육뿐만이 아니라
현장생활에 있어 모든 부분에서 그 당시부터 정규직들과는
철저히 차별화 되어 왔고 분리되어 왔다.
반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사내교육과 각종 단합대회,
수련회를 통해 직영사원(정규직)의 특권(기득권)이란 이데올로기
공세를 끊임없이 펼치며, 비정규직 노동자(도급사원)들 존재의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경영이 어려울 때 정규직의
고용안정판으로서 꼭 필요하다고 세뇌 시켜왔다.
이런 대우자동차 창원공장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처음
경험해보는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노동자의 진정한 의미와
노동자 현실을 새로이 인식하게 된 몇몇 현장 활동가들에 의해
바로 옆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왜 존재하는지?
어떠한 차별 속에서 우리와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지? 가 현장
유인물을 통해 여과 없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또한 공장
부서별로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자로서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실천하도록 함께 학습하기
시작했다. 그런 역할을 중심에 서서 해왔던 현장 활동가들이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창원지부 4대 집행을 하게 되면서 창원지부
비정규직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창원지부 비정규직 투쟁은 그 당시 가장 모범적으로 평가 받았던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투쟁을 지켜보면서 “불법파견”이라는
자본가들의 불법행위를 상대로 투쟁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준비하기 시작했다.(그 당시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투쟁
이후 단위 사업장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차원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부각시켜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었다.)
노동조합은, GM자본이 근로자 파견법을 위반하면서 생산
공장에서 저지르고 있는 모든 불법행위들을 하나하나 조사,
자료를 수집하고 한편으로는 정규직 조합원을 상대로 한
조합원교육과 노동조합 공식유인물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알려내기 시작했다.
또한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중요한 주체 중의 하나인 비정규직
주체를 발굴하고 조직화하는데 현장조직과 함께 준비했다.
이렇게 창원지부가 비정규직 투쟁을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을
무렵,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또한 상급단체의 방침에 따라
불법파견 집단진정 릴레이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직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대시켜 나갔고, 곧이어 노동부로부터 만 여명에
달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내게 되었다.
또한 노동부에서는 제조업비정규직 불법파견 특별실태조사라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은 대우자동차 창원지부 차례였다.
창원 지부는 불법파견에 대한 현장실태조사와 일정부분의
비정규직 초동주체에 대한 조직화는 이뤄진 상태였지만
상급단체나 지역연대에 대한 부분은 미진했다. 특히나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투쟁과는 전혀 다르게,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정 이후 철저히 준비해온 자본과,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권력의 하녀로 전락한 노동부의 태도를 봤을 때,
불법파견 판정 이후 어떻게 대응하고 투쟁해야 할지에 대한
노동조합의 준비와 고민이 상당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정규직 투쟁의 중요한 조건들…
비정규직 투쟁에는 많은 중요한 조건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로 이미 특권화 되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식의 변화, 끝까지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어가야 할 비정규직 조직화 그리고 지역(상급단체)연대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창원 지부는 불행히도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노동부 불법파견 특별조사 이전에 불법파견 조사는
노동조합 주도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판단 하에 서둘러 불법파견
릴레이 기자회견을 2005년 1월 26일 하게 되었다. 그리고 4월
12일 불법파견 진정대상자 전원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내고
비정규직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노동조합 집행부 또한 불법파견 기자회견 이후 사측의 탄압과
유인물과 조합원 교육을 통해 의식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믿었던 현장 간부, 조합원들로부터의 외면 속에서 3개월여 동안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결국에는 불법파견의 실태를
조사하고 비정규직 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창원지부
정책실장이 대의원들에 의해 탄핵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면서 창원 지부는 상당한 혼란 속에 휩싸이게
되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을 여기서 중단할 수는 없었다.
집행부는 먼저 집행부 내부조직을 정비하고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지역 연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이후 매주 연대 회의와
기획회의를 통해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이후 투쟁대책마련에
노력하였고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가장 든든한 아군이자 가장
설득하기 힘든 조합원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데 총력을 다했다.
그리고 회사를 상대로 비정규직 관련 원청사용자성 인정,
불법파견 판정 대상자 전원 정규직화, 불법파견 근절 등을
중심으로 하는 창원지부 요구 사항을 마련하여 독자적인
교섭(대우자동차 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창원지부와는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어 교섭에 참여하겠다는
본조 위원장의 당초 약속과는 달리 창원지부 집행부가 사퇴할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했다)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투쟁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생산 공장의 도급화 계획을 가지고 현장조합원들에게
위기감에게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비정규직 고용을
미끼로 충분히 조직화 되어 있지 않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상대로 조합원들로부터의 철저히 고립화 정책을
펴나갔다. 이에 맞서 정규직 집행부는 정규직 조합원과의 충돌
속에서도 대체투입인력을 막고 한편으로는 노동부에 비정규직
조합원의 계약해지의 부당성에 대해 알려내는 투쟁을 해보았지만
그 또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초기의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투쟁보다는 진전 없는 회사와의 교섭과 원칙적인 논쟁
속으로 빠져 들어 갔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금속노조는 실질적인 사용자인 GM
대우자동차 보다는 위장도급업체와의 교섭에만 치중하면서
노동조합 설립 이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천했어야 할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조직화에 소홀히 했다.(창원지부 집행부에서
비정규직 지회에 가장 문제제기를 많이 했던 부분이었지만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규직 노동조합 집행부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조직 활동만으로 초점이
맞춰진 금속노조의 입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목표를 가지고
비정규직 투쟁을 해왔던 창원지부 입장이 극명하게 보여진 지난
8월 중순경에 들어서 뚜렷이 드러났다.(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개별 계약해지 통보와 폐업신고까지 된 상태에서도 “폐업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위장도급업체 관리자 말만을 믿고
있었다.)
비정규직 투쟁을 처음부터 이끌어 왔던 창원지부 4대 집행부가
정규직조합원의 정서를 끝까지 바꿔내지 못하고 투쟁을 중단하고
끝까지 투쟁을 이끌지 못한 점은 비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꼭 신임을 물어야 했는가? 등 방법론에 대한 부분.)
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을 포기하고 정규직만을 위한 집행부로서
역할을 원하는 현장정서와 간부들의 강력한 반발(회사의 사주에
의해 움직이는 어용들)에 굴복하고 현장의 도급화를 인정하는
행위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하자
이제 창원지부 비정규직 투쟁은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본조와
창원 지부를 중심으로 회사와의 교섭 일변도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당사자인 비정규직 지회와
조합원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비정규직 지회는 비정규직 지회가 설립되고 투쟁이 본격화 된
시점에 그렇게 생각 했듯이 정규직 노동조합이 언제까지나
자신들의 보호막이 되어 주고 GM자본이 자신들의 고용을
유지시켜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크나 큰
오판이다.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투쟁이라고들
하지만, 또한 이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접받고 살아 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생존권 투쟁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미 정규직화 되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실감하고 있지
못하고 창원지부에서 보여주었듯이 나눠주기보다 자본가들이
던져 놓은 자신의 몫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아직까지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어가고 있는
실질적인 비정규직 조합원을 중심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었던 전 집행부 또한 연대하고 결합하여 비정규직 투쟁을
비정규직만의 투쟁으로 남게 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