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좌: 노동자 정치학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 1
김영수 / 한노정연 부소장,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1. 부르주아 계급정치와 노동자 계급정치의 태생
정치학에서 노동자 계급정치 혹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소위 운동권의 용어이지 학문적 용어로
맞는가라는 의심부터 든다. 부르주아 계급정치와 노동자
계급정치는 쌍둥이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계급정치는
급진적이고 과격한 사회운동권의 선전선동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많은
정치학개론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정치의 영역은
한국사회에서 정치학의 세부 전공영역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쌍둥이로 태어났다니?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에
의문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부르주아 계급정치가
노동자 계급과 함께 태어났고 함께 성장한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1648년과 1688년 영국의 시민혁명,
1789년 프랑스혁명 등이 그것이다. 부르주아지들은 노동자,
농민을 주축으로 혁명투쟁을 전개하여 봉건사회를 무너뜨렸고,
이후에는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체제를
구축하였다. 이 과정에서 부르주아지들은 부르주아 혁명의
동반자였던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으로 등장하였다.
생산수단을 보유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계급적 운명이었다.
부르주아지들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귀족이나 지주들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지배체제를 변화시켰다. 산업
부르주아지들은 1832년의 선거법 개정에 의해 피선거권을
얻었으며, 노동자 계급도 일반남자 보통 선거권을 요구하는
차티스트 운동으로 결집되었다. 대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계기로 노동자 계급은 혁명의 동반자였던 부르주아 계급과
정치적으로 대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과
부르주아지들은 귀족 및 지주들을 대상으로 투쟁을 할 당시에는
쌍둥이 형제였지만, 사회적인 정치투쟁이 자본주의 체제가 그
내부에서 잉태한 자본과 임금노동의 모순·대립에서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노동자 계급은 부르주아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치적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에서 전개되었던 기계파괴운동, 정당
결성운동, 파업운동 등등이다. 이 외에도 부르주아 계급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시위운동이나 전투적인 무장운동도
존재했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계급적 이해를 획득하기 위해
운동으로 표현하는 정치이다. 물론 노동자 계급이 부르주아
계급과 마찬가지로 정당을 결성하여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의
정치운동을 지향하기도 한다. ‘정치운동이란 정치적 조직주체가
사회적 응집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자기이익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계급의 운동이다.’라는 지적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계급도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운동을 전개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대중시위,
파업, 무장투쟁 등이 정치운동이라니? ‘정당을 중심으로 선거를
통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그 권력을 바탕으로 국가의
살림살이를 하는 것’으로 정치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물론 노동자 계급도 다양한 정치적 운동을
전개하면서도 노동자 계급의 정당을 통해 국가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부르주아 계급이 허용하는 선거와 의회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계급은 선거와 의회를 넘어서는 다양한
정치운동을 전개할 뿐이다.
한국의 역사만이라도 잠시 돌이켜 보면, 그 해답은 바로 나온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존재했던 각종의 민족해방운동, 즉 1919년의
3.1만세운동, 1927년의 신간회 운동, 1929년의 광주학생운동,
1930-40년대의 혁명적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 1921년 이후에
지속된 조선공산당의 전위적 정당운동 등은 당시의 정치적
지배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운동이었다. 최근의
현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방정국에서 좌익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각종의 무장투쟁, 신군부세력에게 저항했던
1980년 광주항쟁, 군사정권을 무너뜨린 1987년 6월항쟁,
국회에서 개정한 노동법을 무효화시켰던 1996년 12월-1997년
1월의 민주노총 총파업투쟁 등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부르주아 계급은 노동자들의 이러한 정치적 투쟁을
부르주아 국가권력으로 대응하면서 자신들의 계급정치를
강화시키기도 하였고,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투쟁에 굴복하기도
하였다.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정치운동을 개량화 시키거나
무력화하는데 성공한 부르주아 계급은 자신들의 계급정치를
강화시켰고, 그렇지 못한 부르주아 계급은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받는 정당에게 정치권력을 빼앗기기도 했다.
부르주아 계급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인구의 구성상 10-20%에 불과한 부르주아지들은 나머지 80-90%에
달하는 다른 사람들을 서로 분열시킨다. 그들에게는 노동자들을
서로 분열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였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 간의 갈등을 완충시킬 수 있는 중산층을
의도적으로 양산한다. 또한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간의
경쟁을 강화시키면서 중산층만의 정치적 통일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오로지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를 추구하기에 적합한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것의 대표적인 형식이 ‘대의제
의회민주주의’이다. 의회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만의 정치를
고수하는 대신, 그 이외의 정치운동에 대해서는 각종의 법과
제도로 제약을 가한다. 한국의 경우이지만,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나 국가보안법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법과 제도들은 노동자들 스스로 정치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부르주아 계급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최소화하려 한다. 그러한 법과
제도를 뛰어 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에 대해서는 국가의
물리력으로 통제한다. 대중시위투쟁, 파업투쟁, 무장투쟁 등과
같은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정치운동이 그 대상이다.
노동자들도 이러한 부르주아 계급정치에 포섭되어 있다.
정치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순간, ‘의회’나 ‘선거’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외의 정치운동은 정치가 아니라
비정치적인 사회운동으로 간주한다.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정치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노동자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와 같이 부르주아 계급정치는 노동자 계급정치와 상호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존재해왔다. 노동자 계급과 정치적
투쟁을 전개하는 역사였다. 자본주의 사회를 계급사회로 보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체제가 시작된 이후, 노동자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은 서로
적대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싸워왔다. 노동자 계급은
부르주아 혁명 이후에 시작된 부르주아 계급정치를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종식시키려 하였고, 부르주아 계급은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정치를 억압하거나 순화시켜 왔다. 노동자 계급은
자신들의 제반 이해를 획득함과 동시에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정치적 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부르주아 계급은 국가장치를 매개로 그러한
노동자 계급을 영속적으로 해체하거나 분열시키려 한다.
2. 정치운동의 주체
정치적 주체들은 자신들이 속한 조직이나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획득하기 위한 정치운동을 전개한다.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를 획득하기 위한 주체나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획득하기 위한 주체도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주체들은 각 조직의
정체성에 맞는 정치운동을 전개한다.
그런데 부르주아 계급은 정치운동의 공간이나 주체를 합법화된
제도적 정당만으로 제한하려 한다. 특정한 계급의 이해를
획득하는 정치운동이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의 공공적 이해를
획득하기 위한 정치운동의 주체만이 정당하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한다. 제도화되지 않은 수많은 정치적 주체들과 노동자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정치운동을 합법화된 제도적 공간으로 제한하려 하였던 것이다.
문제는 합법성을 부여하는 주체가 부르주아 계급이라는
사실이다.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를 추구하기에 적합한 다양한
법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혁명적으로 변혁하고자 하는
주체들에게 정치운동의 합법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정치운동을 금지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혁명적으로 변혁시키고자 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한 주체들의 정치운동을 합법적으로
인정하였다. 제3계 국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치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의 노동자들이 정치적 투쟁으로 얻은
성과들이다.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이 다양한 만큼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도 다양하다.
최고의 주체는 노동자 계급의 정당이지만, 정당이 아닌 주체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합법화되지 않은 혁명적인
지하정당(조직), 노동현장에 산재해 있는 정치적 서클이나
현장조직, 각종의 단체들을 연합하여 만든 정치적
운동단체(통일전선조직), 그리고 정치적 노동조합운동을
전개하는 노동조합 등이다. 정당으로 결속된 주체와 정당으로
결속되지 못한 주체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도
지적하였다시피, 부르주아 계급은 이러한 주체들의 정치활동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법으로 금지시키기도 한다.
이와 같이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전개되었다. 국가별로도 차이가 있었고, 하나의
국가에서도 역사적 상황에 따라 서로 차이가 존재했다. 노동자
정치운동의 “행위주체, 투쟁의 방식, 투쟁의 목표, 투쟁의
성과” E. O. Wright, Classes, (London, Verso, 1985,) pp.
32-34.
등에 대한 조건에 따라 그 존재가 다양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조건들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억압하는
부르주아 계급의 통치역량과 그에 저항하는 노동자 계급의
저항역량의 차이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거나
변혁하기 위한 정치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고자 하는 주체들은 사회체제의 개량만을 추구하는
정치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사회체제의 개량을 축적시켜
혁명을 추구하는 정치운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개량만을
추구하는 정치운동은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되고 동화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개량을 토대로 혁명을 추구하거나 직접
혁명을 추구하는 정치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주체들의 조직형태와 법적 성격을
도표화하면, 아래와 같다.
<도표>
일반적으로 A유형은 제도적인 주체이고 나머지 B유형, C유형,
D유형은 비제도적인 주체들이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제도적인 주체들만 전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제도적인 주체들은 노동현장이나 생활현장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A유형에 해당하는 주체들은 부르주아 계급정치의 정치적 참여
장치(선거, 정책협의회 등)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운동을
전개한다. 선거를 통해 의회에 진출하고, 그것을 토대로
국가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체들은 항시 선거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선거에서 보다 많은 득표를 하기 위해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정체성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나 그
반대의 상황을 수시로 맞이한다는 것이다.
B유형에 해당하는 주체들은 주로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정치운동을 전개하는 혁명적인 정당(조직)들이다. 이들
정당들은 주로 자본주의 체제를 급진적으로 변혁시키기 위한
정치운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선진적인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러한 정당들의 활동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으로는 부르주아 계급의 통제역량이 강화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르주아 계급의 제도적 대중정치에 중독된
노동자들을 당원으로 조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C유형에 해당하는 주체들은 정당의 형태는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전개한다.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획득하고자 하는 통일전선조직이나 준정당적인 정치조직들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현장에 존재하는 각종의 정치적 서클이나
현장조직들도 이러한 유형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주체들은
노동자들을 정치적 참여 장치로 동원하기보다 직접적인 정치적
시위 및 집회투쟁으로 동원하려 한다. 거리나 노동현장에서
대중적인 정치투쟁을 부르주아 계급에게 저항하는 주요 전술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체들은 정치적 참여 장치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지만, 부르주아 계급의 제도적
공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D유형에 해당하는 주체들은 혁명적인 정당으로 발전하기 못한
비합법적인 조직들이다. B유형의 하부조직일수도 있고 독자적인
조직일수도 있다. 이들은 주로 노동현장과 긴밀하게 결합된
상태에서 혁명적인 정치운동의 주체를 형성하고 조직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한다. 그러나 이들은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체 노동자들이나 부르주아 계급에게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의 역량이
강력한 경우는 일반적으로 흔하지 않다. 혁명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노동자들이 모두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지 않다.
1) 노동자 계급을 해체하거나 분열시키고 있는 부르주아 계급의
통치역량 - 노동자 계급을 대상으로 작동되는 부르주아 계급의
동의·포섭·억압 역량 등. 부르주아 계급은 노동자 계급이
계급적으로 통일되고 단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통치전략을 구사한다. 노동자 계급에게 ‘당근과 채찍’이
적절하게 제공되었다. 부르주아 계급은 이 과정에서 국가장치를
활용한다.
2) 부르주아 대중정당의 물적 역량 - 법의 개정하고 제정할 수
있는 역량, 물질적인 시혜의 역량, 계급모순을 은폐하는 역량
등. 노동자 계급의 제반 요구사항을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부르주아 대중정당이 보유하고 있다. 노동자
계급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법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부르주아 정당은 그러한 역량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계급적 정체성을 은폐할 수 있다. 부르주아 계급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을 위하는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다.
3) 노동자 계급의 공동체적 의식의 약화 - 개별화, 경쟁화 등.
노동자 계급의 계급적 정체성을 해체시켜 왔던 부르주아 계급의
통치역량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노동자 계급의 공동체적 의식이
약화되고 있다. 자본주의 생산력의 발전에 따른 실업율의 증가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를 중심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 노동자 계급의식의 미약 - 잉여가치의 만들어 내는
주체의식의 미약,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차별적인 적대의식의
미약, 의식을 실천으로 전이시키는 역량의 미약 등.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으로 잉여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 잉여가치를
부르주아 계급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의식을 쉽게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부르주아 계급에게 적대적인 의식을 갖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적대적인 의식을
보유하였다 할지라도, 자신의 의식을 실천하는 노동자들이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5)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에 대한 경험의 미약 - 부르주아
계급의 탄압, 선거정치 중독, 정치운동의 성과 미약 등.
주요하게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에 대한 부르주아 계급의
탄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노동자들은 생활현장에서 부르주아
계급의 선거정치만을 경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거권이나
피선거권만을 정치운동의 일반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성이
존재한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빈약한 것이다.
6) 노동현장과 생활현장을 분리하려는 의식 - 노동자 계급의
문제를 노동현장의 문제만으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생활현장과 노동현장을 분리시켜 내는 부르주아 계급의
통치역량에서 비롯된다. 시민사회의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부르주아 계급의 사회적 장치를 계급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생활현장에 존재하는 각종의 생활수단들이
자본주의 사회체제의 모순이 응집되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생활현장을 시민사회의 공간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대다수이다.
7) 민족 및 국가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의 중독 - 민족 및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민족 및 국가는 그 내부에
존재하는 계급·계층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민족이나
국민으로 구성된다는 의식이다. 식민지를 경험한 국가의
노동자일수록 이러한 의식을 강하게 보유하게 된다. 부르주아
계급은 노동자 계급의 저항이 강력할수록 민족 및 국가의
위기이데올로기를 동원한다. 노동자들의 행위는 반민족적이고
반국가적인 것으로 간주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화는 경우가
허다하다.
8) 사회주의 체제의 패망 - 자본주의 체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적 사회체제에 대한 희망의 상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해결하고 그 체제를 무너뜨려야 하는 노동자 계급정치의 희망이
약화되었다.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실현하는 국가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노동자 계급정치의 희망을
약화시켰다. 사회주의 사회체제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모순이
존재하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떠한 투쟁을 전개하여도 그러한
모순을 사회적으로 근절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의식이 보편화된
것이다.
이와 같이 노동자들이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운동에 포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
존재하는 한,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은 이러한 포위망을
뚫으면서 정치운동을 전개한다. 그들의 목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체제의 모순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그러한 정치운동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주체들이 더욱 많아지지
않을 수 없다.
3.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호응관계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은 노동자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참여 장치나 국가권력의 내부에서
투쟁을 전개한다. 정치적 참여 장치를 매개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투쟁도 전개한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부르주아 계급은 국가권력과
국가장치를 이용하여 노동자들의 정치적 정체성 혹은 계급적
정체성을 해체시켜 왔다. 노동자 계급이 계급적으로 단결하여
투쟁하는 것을 저지해 왔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국가권력의
‘억압기제, 포섭기제, 동의기제’를 총체적으로 동원하는 주요
이유이다.
정치적 주체, 정치적 참여 장치, 국가권력, 노동자들 간의
구조적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도식화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해를 둘러싼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과 국가권력과의 정치적 관계를 구조화한
것이다.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적 주체 역시 노동자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참여 장치를 활용하지만, 아래 <그림>의
주체변인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만을 상정하였다.
노동자들은 정치적 주체, 참여 장치, 그리고 국가권력과
일상적으로 호응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해를 획득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적 호응관계를 유지한다.
호응관계의 대상과 저항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운동의 제도적·비제도적 주체들은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한다. 국가권력과 제도적
공간에서 투쟁을 하기도 하고 비제도적 공간에서 투쟁을 하기도
한다. 전자가 제도화된 참여 장치의 공간에서 국가권력과
투쟁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참여 장치의 공간을 배제한 상태에서
국가권력과 직접적으로 대결한다. 그래서 국가권력도 참여
장치를 매개로 노동자들이나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을
포섭하려 하면서도, 이러한 전략을 수용하지 않는 주체들에게는
억압적인 통치역량을 발휘한다.
최소한 자유권과 참여권이 보장되는 사회라고 한다면,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생활의 과정에서 국가권력, 노동자
정치운동의 주체, 정치적 참여 장치와 호응관계를
직·간접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노동자들은
국가권력과는 각종의 정책을 둘러싼 동의와 갈등으로, 참여
장치와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행사로, 그리고 노동자
정치운동의 주체들과는 지지·가입 등의 형태로 상호 호응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치적 호응관계는 이해를 추구하는 주체, 이해의 내용, 그리고
호응의 대상에 따라 그 관계가 다양하지만, 국가-자본-노동 간의
협약의 정치와 갈등의 정치를 응축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의
관계이자 정치적 협약의 관계인 것이다. 특정한 이해를 둘러싼
갈등과 협약이 호응관계에서 현실화되고, 그 이후에는 또 다른
호응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하나의 이해를 둘러싼 호응관계가
형성되고 난 이후에 또 다른 이해를 둘러싼 호응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정치적 호응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노동자들은 제도적·비제도적 정치주체들과
동원·의존·참여 등의 호응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해를 추구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동원되거나 의존하기도
하고, 당원이나 조직원으로 가입하여 정치주체로 참여하기도
한다. 또한 제도적·비제도적 정치주체들은 노동자들을 정치적
주체로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치활동을 전개하면서 호응관계를
유지한다.
둘째, 노동자들은 정치적 매개장치(mechanism)인 선거나
정책협의회 등을 이용하여 정치주체나 국가권력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주체가 대신 참여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그러한 매개장치에
반드시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 스스로 그러한 장치를
배제하기도 하고, 정치주체나 국가권력이 노동자들을 배제할 수
있다. 정치적 매개장치로 형성되는 참여·배제의 호응관계이다.
셋째, 노동자들은 국가권력과 일상적인 호응관계를 형성한다.
국가의 모든 정책들은 노동현장이나 생활현장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국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국가권력을
대상으로 형성하는 정치적 호응관계이다.
넷째, 국가권력도 노동자들이나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과
호응관계를 형성하면서 노동자 계급을 통치한다. 일반적으로 세
가지의 통치전략이 집행된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르주아 계급의 동의전략, 포섭전략, 억압전략이다. 이
전략들은 한편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동의하는 노동자들을 만들어
내고,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 계급의 정체성을 해체시킨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은 노동자들과의 정치적 호응관계를
토대로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역량을 뛰어 넘으려 한다. 노동자
계급의 계급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을 전개한다.
그리고 계급역량의 정도에 따라 참여 장치의 공간을 매개로 하는
투쟁을 전개하기도 하고, 그 공간을 활용하지 않고 국가권력을
대상으로 투쟁을 전개하기도 한다. 물론 부르주아 계급은
국가권력을 직접적인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운동을
억압하기도 한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자들은 정치적 참여 장치나
국가권력과 상호 호응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이중적인 성격에서 비롯된다. 선거권을 행사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각종의 정책협의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개별주체들의 계급의식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이러한 호응관계는 부르주아 계급정치에 중독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정치적 참여 장치는 주요하게 선거나 정책협의기구 등이다.
부르주아 계급은 이러한 참여 장치에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나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이러한 장치들이
노동자 계급을 대상으로 하는 부르주아 계급정치의 포섭기제이자
동의기제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은 그러한 장치를 정치적 저항기제로 활용하여 부르주아
계급의 ‘포섭역량과 억압역량’을 약화시키려 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참여 장치는 노동자 계급의 계급투쟁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제이기도 하지만 그 역의 기제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이 참여
장치의 공간만을 정치운동의 주요한 영역으로 간주할 경우,
노동자 계급은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적 포위망에 포섭되어
개량주의적 정치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선거주의
혹은 의회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이
활성화되는 반면, 참여 장치를 활용하지 않으면서 국가권력에
대해 직접 저항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운동은 노동자들의 계급적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노동자들을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에 동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4. 정치운동 주체로서의 노동조합운동노선
노동자들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과 개별적으로 호응관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을 매개로 하여 정치적
호응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노동자들은 개별화된 힘보다
조직화된 힘이 강하고, 그러한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해를
보다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노동자
개개인에게 가해질 수 있는 부르주아 계급의 탄압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자 노동자들을 보다 쉽게 하나의 정치적 주체로
결집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자
계급의 다른 정치적 주체들은 노동조합과 호응관계를 유지하면서
보다 조직화된 노동자들과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 정치적
노동조합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로서 정치운동을
전개하지만, 모든 노동조합이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약화시키는
노동조합도 존재한다. 모든 노동조합이 자본주의 체제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치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보다 강화시키거나 개혁하고자 하는 정치운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다양한 노선은 노동조합운동의 목표 및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
1)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노동조합운동의 노선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이 오히려 부르주아 계급의 지배를
강화하는 노선을 의미한다. 노동자 정치운동의 주체들이
부르주아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적대적 모순관계를 은폐하기
위한 정치운동을 전개하거나, 부르주아 계급의
국가주의·애국주의·부르주아 민족주의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노선’의 대표적인 것은 “책임성
있는 노동조합주의론, 실리적 노동조합주의론, 국가
조합주의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인 엮음,
노동조합운동론, 거름, 1985, S. Perlman, A
Theory of Labor Movement, New York : Augustus M. Kelly, 1949
등을 참조하시오.
등이라 할 수 있다. 조합원이나 전체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국가와 민족의
이익에 봉사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합원의
실리적인 이해를 추구해도 다른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노동조합운동을 전개한다. 예를 들면, 노동조합은
국가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임금인상 요구를
유보하고, 노동자들로 하여금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게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지 못하게 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며, 더욱 열심히 일하여 생산성을
높인다.
이러한 노선의 핵심은 대부분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적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지향하는 노동조합운동의 내용들이다. 독자적인 노동자 계급정치
및 노동자 계급정당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을 자본주의 체제에 동화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부르주아 국가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동반자로 상정한다.
노동자 계급은 정치적으로 소외되거나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된다. 권력을 위임해 준 권력주체를 권력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권위주의 혹은 권력독점주의 현상이 만연하게 된다.
정치운동은 존재하지만, 권력의 주체들인 노동자들은
권력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노동자들은 권력을 위임하는
선거행위로 자신의 정치운동을 다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 이상의
정치운동은 노동자들에게 대부분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정치노선은 일반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역량을
통일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운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 부르주아 계급정치만이
존재한다고 간주한다. 부르주아 국가의 노동정책 및 부르주아
제도정치의 틀 내에서 전개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강조하는 노선이다. 특히 부르주아 의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활동, 즉 국회에 법을 청원하는 활동,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활동, 부르주아 정당에 대한 지지활동 등을 노동자
정치운동으로 바라보는 노선이다.
그런데 부르주아 계급은 제반 국가장치를 매개로 하여 부르주아
계급의 제반 이해를 관철시키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엄·은폐하고 있다. 부르주아 계급정치는 노동자 계급을
개별화된 노동자로 의제(擬制)화하는 대중정치로 표상된다. 그
주요한 기제는 부르주아 계급의 대중정당 이나 제도화된 정치적
참여 장치였다. 노동자들이 계급적 주체로서 정치운동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이나 국가의 일원으로
정치운동에 참여하게 한다. 이 전략들은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를
국가 중심의 이데올로기와 정책으로 전화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또한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정체성을 해체시킴과 동시에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소외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2)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는 노동조합운동의 노선
부르주아 계급정치는 국가권력과 그것의 부속장치를 이용하여
노동자 계급대중들의 정치적 정체성 혹은 계급적 정체성을
해체시켜 왔다. 이를 위해 노동자 계급대중들에 대한
‘억압기제, 포섭기제, 동의기제’가 총체적으로 동원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운동의 주체들은 부르주아 계급의
‘포섭기제와 동의기제’를 활용하여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저항진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정치운동의 공간, 즉 정치적 계급주체 형성의 공간, 정치참여
장치의 공간, 국가권력 내부의 공간 등을 마련하여 노동자
계급의 저항역량을 강화하는 ‘상호 호응적 진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진지’가 노동자 계급의 저항역량을
약화시키거나 노동자 정치운동을 개량화하는 기제(mechanism)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는 정치노선’은 계급적 이익을
표출하는 정치체계가 잘 제도화되어 있는 스웨덴·노르웨이 등
서구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신조합주의’ 노선으로 대표된다.
이 노선은 합법적으로 제도화된 노동조합·정당·국가 간의
‘3자 합의주의’에 기반하는 협조주의적 노동자 계급운동,
제도적으로 보장된 노동자 계급운동 주체들 간의 상호연대
형성구조 및 분화구조의 정착, 합법적인 이익표출체계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 계급정치의 실현 등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국가-자본 간의 합의주의 시각이다. 노동-국가-자본 간의
다양한 갈등을 계급간의 화해와 협력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시각이다. 노동자 계급이 국가-자본과 대등한 계급역량을
보유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국가-자본-노동 간의
삼자협의를 토대로 국가와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
노동자 정치운동의 전략적 목표라고 간주한다. 소위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화해주의를 기초로 하는 신조합주의적 정치활동이
노동자 계급정치의 이념형으로 제시된다.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정치노선’에 비해 노동자
정치운동의 제도적 공간이 확장되어 있고, 그러한 공간에서
노동자 계급의 이해가 정치적으로 표출된다. 그런데 노동자
정치운동이 제도권의 정당을 중심으로 한 ‘선거정치’만을
추구한다면,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되기 쉽다.
풀란챠스는 이러한 노선에 대해 “계급투쟁의 제도화를 추구하는
것으로써 계급화해적이고 국가권력의 계급적 통일성을 부인하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행동의 표출과 노동자들의 조직적 힘의
충분한 성장, 계급적 연대의 강화 및 계급적 연대를 위한 노동자
계급의 역량 강화” 니코스 풀란챠스, 홍순권·조형제 공역,
정치권력과 사회계급, 풀빛, 1986,
319-320쪽.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물론 정치운동의 참여 장치나 참여공간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주요하게는 제도화된 정당, 선거, 정책협의기구 등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이러한 장치들이 노동자 계급을 대상으로 하는
부르주아 계급정치의 ‘포섭기제이자 동의기제’로서의 역할만을
담당할 경우, ‘자본주의 체제를 혁명적으로 변혁’하고자 하는
노동자 정치운동의 계급주체들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억압기제’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참여
장치는 노동자 계급의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기 위한
계급투쟁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제이기도 하지만 그 역의
기제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고자 하는 노선과 변혁하고자
노선은 주관적으로 평가되기 힘들다. 각 국가의 노동운동의
발전정도 및 국가-자본의 대노동정책, 그리고 계급투쟁의 사안
및 전개과정에 따라 내용과 성격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조직들은 개혁적인 성격과 변혁적인 성격간의
‘상호교차기제’들을 형성·유지·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노동자 계급운동의 동시적 발전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의 성격은 선험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노동운동의 주·객관적 조건 및 계급투쟁의 구체적인 내용에
상응하는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3)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려는 노동조합운동의 노선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고자 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은 “계급투쟁의 일시적인 승리와 패배를 경험하면서
노동자 계급의 계급역량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한 역량을
토대로 부르주아 계급과의 투쟁에서 승리, 즉 자본주의의 억압적
체제를 완전하게 극복” Robin Blackburn, 'Marxism: Theory of
Proletarian Revolution', New Left Review, No. 97, May-June,
p. 9.
하려 한다. 이들은 “사회주의 운동에서의 노동조합운동의
역할은 무엇인가? 혁명적 활동을 위한 노동자 계급의 역량은
무엇인가? 사회주의적 노동자 정치운동과 노동조합운동 사이의
상호관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가?” Eric Heffer,
'Socialists and the labour Party', New Left Review, No. 140,
1983, July-August; Perry Anderson, 'Modernity and
Revolution', New Left Review, No. 144, 1980, March-April
등을 참조하시오.
라는 문제들을 정치운동에 반영시키고자 하는 주체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선을 지향하는 정치적 주체들은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체제를 건설하기 위한 정치운동의 방식에
있어서 통일성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계급모순을
극복하는 정도와 주체를 형성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구체적인 투쟁전략과 전술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는 측면을 강조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경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 예로, 브라질 공산당의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브라질 공산당은 정치운동을 전개하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는 이념적 경향성과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이념적
경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 전개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은
기본적으로 부르주아 계급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강화하는
노선을 바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사회체제를 건설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맑스주의적 노동조합운동노선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고자 하는 노선은 ‘노동조합운동의
혁명적 정치투쟁으로의 성장전화 및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혁명적
사회주의 의식의 전달벨트’, 즉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을
중심으로 노동자 계급정치의 실현 및 혁명적 계급주체형성의
대중적 토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응축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혁명적 변혁을 도모하는 것으로써, 노동자 대중들을
경제투쟁의 정치투쟁으로의 상호전화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혁명적 변혁에 동화되도록 하고, 광범위한 혁명적 계급주체들의
통일적 응집체인 사회주의 혁명정당을 중심으로 부르주아
국가권력을 프롤레타리아 국가권력으로 대체하려 한다.
물론 이 노선은 노동자 계급의 제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의 제도화 및 계급투쟁의 제도화를 구축하기도 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국가-자본에 대해서는 비제도권의
혁명적 정당운동 및 혁명소조와 결합된 정치적 노동조합운동을
중심으로 혁명적 계급투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노선은 혁명적 정당의 혁명소조를 매개로 노동조합운동과의
상호연대관계를 유지하면서,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을 중심으로
노동자 대중투쟁의 혁명적 정치투쟁으로의 성장전화를
도모한다.
그러나 이 노선은 현대 자본주의 하에서 전개되고 있는
노동조합운동 및 노동자 정치운동의 현실과 많은 점에서
괴리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혁명적 인텔리들을 중심으로
노동자나 노동조합운동을 정치적으로 대상화시킨다는 비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이 또 다른
부르주아 계급정치의 대리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5. 결 론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은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와 함께
공존하고, 제도적 공간으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부르주아 계급이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비제도적 공간에서도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이 전개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자본주의 체제를 급진적
무너뜨리고자 하는 각종의 혁명적 정치운동이 그것이다.
정치운동이 전개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부르주아 계급은
정치운동을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행사로 제한하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은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차원의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운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의 모든 정치운동이 제도적 공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부르주아 계급이 허용하는 형식과 내용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정치노선도 존재하고, 부르주아 계급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정치노선도 존재한다. 노동자 계급을
지속적으로 해체시키고 분열시켜 왔던 부르주아 계급의
통치역량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노동자 계급을 대상으로
하는 부르주아 계급의 각종의 통치기제, 즉 동의기제, 포섭기제,
억압기제가 노동자 계급의 계급적 단결을 지속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주체들은 부르주아 계급의 그러한
통치기제의 역량을 극복하기 위해 생활현장과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한다.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을 일상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현장과 생활현장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새로운 정치적 주체들이 형성된다. 부르주아
계급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획득하고자 하는 정치운동의 주체들이다.
이러한 주체들의 정치운동이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릴 지는
미지수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완화시켜 나가는
역사발전의 동력임에는 틀림없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
존재하는 한, 노동자 계급의 정치운동은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운동과 적대적인 투쟁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