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현장에서 미래를 > 연재-기획 > 목록보기 > 글읽기

 
'고용이데올로기'가 노조운동에 미친 영향(2)
 현대자동차 사례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미래를  제116호
김경근

116_고용문제_김경근.hwp 116_고용문제_김경근.hwp(98 KB)

기획: 고용문제

'고용 이데올로기'가 노조운동에 미친 영향 (2)
- 현대자동차 사례를 중심으로


김경근 / 한노정연 연구원, 연구위원회




<글 싣는 순서>
1. 들어가며
2.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현장의 변화
1) 사측의 공세
2)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조합원들의 변화 (이상 지난호)
3)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활동가들의 변화(상) (이번호)


3)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활동가들의 변화(상)

앞서 조합원들이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해 변화된 모습들을 살펴보았듯, 활동가들도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고용이데올로기 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변화이기도 하고, 조합원들에 의한 간접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한편 역으로 활동가들의 변화는 조합원의 변화를 이끌어 내거나 촉진하기도 한다.
즉 고용이데올로기와 조합원과 활동가의 삼각 축은 서로 서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지금의 현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1) 조합원들이 활동가에게 미친 영향
조합원들을 기반으로, 또한 조합원들을 위해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합원들이 활동가들의 변화를 가장 잘 추동할 수 있는 기제는 선거(대의원 선거와 집행부 선거)이며, 현재 그러한 영향력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지점은 비정규직 문제이다.

(가) 선거를 통한 영향
조합원들이 개별화・실리화 되는 한편, 활동가들이 활동의 자신감과 원칙을 잃어가면서, 이 두 경향은 상호작용을 통해 활동가들의 활동 양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 중에서도 선거는 이러한 왜곡된 활동가 상을 만들어내고 고착화시키는 주요한 통로로 작동하게 된다.

98년 이후 두드러진 것은 고용불안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일 있을 때 벌자는 생각이 팽배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선호한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이러한 조합원 성향을 맞추다보니까 운동적 관점을 잃어버렸다. 조합원들 기호를 맞추어주고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어떻게 받을 것인가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을 밟아간다고 본다. (임원 P-1)
실제 대의원 선거를 해봐도 물량을 많이 확보해오겠다는 사람이 당선되는 사례가 많아요. 그 다음에 잔업 특근을 많이 보장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사람이 많다. 특근을 보장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대의원 되기가 많이 어렵다… 대의원들이 특근 거부를 하면 조합원들 반발이 많이 심해서 거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렇게 되면 힘은 사측이 가질 수밖에 없다. (임원 J-1)
직영을 안 뽑고 하청으로 대신하고, 그 과정이 고용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것이고, 그러면서 작업자들이 요구를 하죠. 기왕에 충원할 것 하청받자고 조합원들이 요구를 하게 됩니다… 대의원들도 어차피 표를 먹고 사는 입장이니까 그렇게 합의를 합니다. 그러면서 하청이 엄청 들어오게 되는 거죠. (대의원 (A-3)
한 달 특근 10개 받아와도 1개 짤라버리면 선거 때 대의원 떨어져요… 다음에 또 대의원 할라 그러면 그런 거 안할 수는 없지요… 현장에서도… 운동적인 관점에서는 막아야 된다고 하지만 막상 그것 가지고 회의할 때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든지, 아니면 특근을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든지 얘기하는거. 조합원들이 원하니까 여론이 원하는데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주장하는 것이지요… 조합원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조합원들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대의원 K-2)

이처럼 활동가들은 변화한 조합원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조합원들의 요구 변화와 자신들의 활동 원칙 사이에는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선거라는 공간을 통해 그러한 갈등이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나) 비정규직 문제에서 활동가에게 미치는 영향 05년 불파투쟁의 의미와 그 속에서 보여진 고용이데올로기의 영향은 반드시 다루어야 할 지점이지만, 시기상의 문제로 미처 다루지 못하였다.

최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현재 현대자동차 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최근의 한 유인물을 보면, “지금 현재 직접 생산라인에는 비정규직의 비율의 45%를 넘어서고 있는게 현실이다.”(농성단 소식, 05.03.15)
그런데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전면적으로 결합하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하지 않은 채 관망하는 자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투쟁에 거리를 두는 정규직 조합원들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대의원 연임을 위해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거나, 혹은 조합원들로부터 고립될 것을 두려워하며 조합원들의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 채 개인적 차원의 연대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관망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정규직 노동자들은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 때문에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힘든 공정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도맡아하고, 그러나 비정규직이 힘든 공정을 맡는 것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나 다른 것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대의원 A-3 : 과거에는 신입사원을 년수 별로 계속 받아왔기 때문에 선후배간에 알게 모르게 룰이 있었어요… 장기근속자 경우에는 쉬운 일로 빼줍니다… 고정으로 ‘형님 이거나 하이소’ 하고 비슷비슷한 또래들이 로테이션 돌죠. 근데 그게 짤리고 십 몇 년 뒤에 비정규직들이 들어와서 힘든 일로 가게 되죠. 비정규직들은 이해할 수 없죠. 정규직들은 임금은 더 많이 받아가면서 힘든 일은 자기들이 하는거죠. 그러면 정규직들은 ‘나도 니 나이때 그거 다했다’ 그럽니다.
▷소위원 K-2 : 신규는 없고 비정규직들이 들어오는데…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추가 인원에게 일자리를 나눠줄 때는 제일 힘든 일 , 그때까지 자기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일하던 것을 다 주게 된다… 그런데 조합원들 인식이 ‘야 느그들 힘들다고 하는데 옛날에 우리 입사할 때 그보다 더했어. 지금 철야근무 그게 철야인지 알아. 철야는 아침 8시에 들어와서 다음날 8시에 퇴근하는거야. 우리는 그렇게 참고 일했단 말야.’
물량 변동이나 모듈화로 인해 배치전환이 생길 경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이동하거나 계약 해지 되는 등 정규직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활동가의 노력에 따라 이러한 결과는 달라질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임원 L-1: 제가.메인 콘베이어다 보니까 대부분 신입사원이에요… 비정규직을 똑같이 대우해주려고 했어요. 모두 다 로테이션을 돌아요… 젊은 친구들이 오히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똑같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대의원 K-1: 비정규직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은 현장 활동가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많이 틀려지는 거 같아요. 실제로 우리 선거구를 놓고 보면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는 없는 거 같아요.


정규직하고 비정규직하고 일 같이 할 때는 친하게 지내요… 하지만… 정규직들은 속으로는 만약에 모듈화 같은 것이 들어오면 비정규직은 당연히 나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소위원 L-1)
우리는 경기가 좋으면 좋고 나쁘면 아주 나빠요, 편차가 심해요.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이 ‘이번 맨아워 협의할 때는 비정규직이 나갈 수밖에 없구나, 당연히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임원 J-2)
[노동자의 길, 02.05.07] “2000년 이후 UPH는 끊임없이 증가하여 2년이 지난 지금 시간당 생산대수가 30% 이상씩 증가한 상황이다. 그동안 사측은… 일방적으로 UPH 상승을 밀어붙여 보고 현장의 문제제기가 있으면 M/H 협상을 통해 전환 배치와 하청투입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문제는 실질 노동강도가 증가되고 있음에도 현장 조합원들은 노동강도 강화를 몸으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의 체감 노동강도 강화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로 이전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조합원들은… 노동강도 강화를 적당히 수용하면서 하청투입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 98년 구조조정과 같은 경우가 다시 발생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많으면 자신은 무사할 것이라는 심리적 안도감이,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용인하고 나아가 요구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노동조합 강화’를 선택하기 보다는, ‘비정규직의 온존을 토대로 한 신체적・심리적 이득’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합원들의 변화는 활동가들에게 커다란 제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98년 경험이라는 것이 활동가들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조합원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니까 조합원들도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많이 바뀌는 것이고… 이후에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는 활동가들도 스스로 활동의 원칙이나 운동의 대의보다는 현장 조합원 정서에 맞는 심부름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고 봐야죠… 특히 신규고용이 창출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고용의 방패막이로 보고… ‘어차피 저 사람들은 평생직장으로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고용위기가 오면 나가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활동가들이나 조합원들이 생각하면서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지요… 자본에게 대응하지 못하고 수세적인 차원에서 조합원 정서하고 같은 선상에서 자본을 바라보게 된거죠. (대의원 Y-1)
사람이 빠지면 비정규직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히 되어버렸더라구요. 젊은 사람들이 새로 입사는 안 들어오니까 다 비정규직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대의원들도 그걸 인정해주고. (대의원 A-1)
현장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서 물어보면 한결같다. ‘한자리가 비었는데 정규직을 받을까요? 비정규직을 받을까요?’ 하면 자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로 ‘당연히 비정규직이 와야지’ 한다… 활동가는 직영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죽어가는 목소리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그럼 너희가 내 자리를 지켜줄거냐?’라고 한다. (소위원 K-2)
비정규직하고 같이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하면 나보고 ‘니 미쳤나?’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왜 해야 하나’고 반문이 날라온다. 이야기 해봐야 답이 없는 것 같다. 98년 구조조정의 휴유증이 아닌가 한다. 자기 자신이 설움을 당해보니 자기 고용이 일순위이고 비정규직이 이순위이고. 그래서 조합원들이 활동가한테 요구하는게 비정규직 처우개선 이야기를 많이 한다. 비정규직은 우리들 안전장치로 두고 그네들의 처우는 개선해주자고 말한다… 노동조합에서 비정규직 철폐 외치는데… 그럼 뭐하러 16.9% 가이드라인 합의 해줬냐고 한다. 모순 아니냐고 하면 활동가들이 할 말이 없다. (소위원 K-2)

전체 노동자의 분할을 확립하는데 있어, 조합원들의 고용불안과 실리화를 부추기고 그것을 활용하는 자본의 공세는 조합원들에게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는 활동가들의 대응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계속)

2006-01-27 01:27:32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