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여성
스웨덴 성매매정책의 빛과 그림자*
*) 이글은 윤덕경·변화순·박선영,『성매매방지법상
성매매피해자에 관한 연구』, 한국여성개발원(2005) 제6장
'스웨덴의 성매매여성 비범죄화가 주는 함의'의 일부 내용을
요약, 수정한 것이다.
박선영 /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성매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동안, 각국에서 실시된
성매매 정책은 유형별로 금지주의, 비범죄주의, 합법주의로 나눌
수 있다. 국가마다 성매매 정책에는 차이가 있으나 알선 및
착취행위, 인신매매 등 강제와 기망에 따른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지주의는 성매매 자체를 불법행위로 간주하여 판매자, 구매자
모두를 처벌하거나 구매자만을 처벌한다. 비범죄주의는 성매매
자체를 합법화하여 규제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 합법적
규제주의는 일정한 형태의 성매매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통제하는
정책을 말한다. 금지주의 국가로는 스웨덴, 일본, 대만, 필리핀,
중국, 태국,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한국 등을 들 수
있다. 비범죄주의를 취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호주
퀸스랜드 주 등을 들 수 있다. 합법적 규제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로는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호주 빅토리아 주, 멕시코,
캐나다, 미국 네바다 주 등을 들 수 있다. 원미혜, 「성매매
감소와 성판매자의 인권을 위한 모색 : 해외의
경우」『황해문학』20005년 봄호, 99쪽.
이처럼 각 나라의 성매매 정책은 그 통제의 방법과 입법
내용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와 성산업
억제와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성매매 정책의 어려움으로 인해 성공적인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스웨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스웨덴 모델로 불리우는 스웨덴의 성매매 정책은 성매매 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성구매 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을
통해 성매매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런
전략에는 성매매 감소를 위해서는 성을 파는 여성들을 처벌하는
것 보다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과 교육 등의 사회적 노력이
성매매를 감소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6년이
경과한 오늘날, 스웨덴 모델의 모습은 밝지만은 않다.
이글에서는 스웨덴 모델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기 위해 첫째,
스웨덴의 '성적 서비스 구매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성구매자처벌법') 내용을 살펴본다. 둘째, '성구매자처벌법'이
스웨덴 사회에 미친 영향과 효과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스웨덴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함의를 모색한다.
1. 스웨덴의 '성구매자처벌법'의 내용 스웨덴의 성매매
규제정책의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였다.
Gunilla Ekberg, The Swedish Law That Prohibits the
Purchase of Sexual Services, http://action.web.ca/home/catw/attach/Ekberg
.pdf2005.4.8 ; Norwegian Minister of Justice and Police
Affairs, “Purchasing Sexual Services in Sweden and the
Netherlands“, 2004,http://odin.dep.no/jd/
engelsk/012101-990578/dok-bn.html
스웨덴의 성매매 정책은 1847년부터 1918년까지 성판매자인
여성에게 건강진단을 받을 것과 건강을 증명해 주는 카드를
소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성매매를 인정하는 합법적 규제주의를
취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성매매에 대한 특별한 규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8년에 ‘성구매자처벌법’이
제정되기까지 스웨덴에서는 인신매매와 성매매 알선은 범죄로서
처벌되었지만 성매매 행위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자유롭게
허용되었다.
1998년에 제정되어 1999년부터 시행된 ‘성구매자처벌법’에
의하면 성적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구매하려고 하는 행위는
벌금형이나 6월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스웨덴에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양형은 10년이 최고형이다.
‘성구매자처벌법’에 의해 스웨덴에서는 대가를 지불하는
성관계는 처벌 가능한 범죄가 되었다. 처벌되는 범위는 거리,
집결지, 마사지 숍 등에서 성적 서비스를 구매하는 모든 형태의
성적 서비스가 포함된다.
‘성구매자처벌법’의 일차적 목적은 처벌보다 방지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법의 시행과 함께, 경찰에 7백만 스웨덴
크로나(미화 100만 달러)를, 2003년에는 성매매, 인신매매와
싸우기 위해 경찰청(The National Board of Police)에 3년 동안
3천만 스웨덴 크로나(미화 4백1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재원은
성매매에 관한 경찰의 능력과 지식을 강화시키는 교육에
사용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들의 탈 성매매를 지원하는 서비스의 강화와
사회적 규범 만들기를 위한 캠페인 등이 진행되었다.
‘성구매자처벌법’은 1999년 시행 당시에는 형법의 특별법으로
존재했으나, 2005년 4월부터 형법 제6장 제11절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대가를 지불하는 성관계를 갖는 사람은
성구매자로 벌금이나 최고 6월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대가의 지불이 약속되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지불된 것이라
할지라도 처벌된다. Swedish Pental code, chapter 6, section
11. " A person who, in other cases than previously stated in
this chapter, obtains o casual sexual relation in exchange
for payment shall be sentenced for the purchase of a sexual
service to a fine or imprisonment for at most six months.
That which is stated in the first section also applies if
the payment has been promised or made by someone else."
이처럼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법률이 성립하게 된 배경으로는
종교적 또는 도덕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공공의 선’을 위해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사민주의 전통과 성매매를 바라보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태도와 여성의 정치세력화의 진전,
그리고 EU통합에 따른 위기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2. '스웨덴 모델'의 빛과 그림자
가. 성판매자에게 미친 영향
‘성구매자처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스웨덴의 성매매
종사자는 약 2500명으로 그 중 650(26%)명이 거리 성매매
종사자였다. 스웨덴의 보건복지부( National Board of Health
and Welfare) 조사에 의하면 1998년부터 1999년 사이, 다시
말해서 법이 시행되기 전후에 성판매자의 수에 변화가 있었다.
1998년 스톡홀름에 약 280명이 거리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1999년에 그 수는 170명이 되었다. 고텐버그에서는
1998년에 약 286명의 여성이 거리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1999년에는 90명이었다. 말뫼에서는 1998년에 약
160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었지만 1999년에는 80명이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거리에서 성을 판매하는 여성의 수는 법이 시행된
이후 약 절반이 되었다. 그러나 거리에서 사라진 여성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거리 성매매와는 달리 실내에 형성된 성매매 시장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자료는 거의 없다. 따라서 실내
시장의 모습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스웨덴에서는
2500명의 성판매자가 존재하고 그 중 1850명은 거리에 있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실내 성매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1999년의
법이 거리 성매매 여성을 실내로 들어가게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동전화와 인터넷의 보급은 새로운 판매자 집단과
새로운 구매자 집단에 대해 시장이 개방되었다고 한다.
이동전화와 인터넷의 보급은 시간, 장소와 관련되는 한 익명성,
효율성,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가 실내 시장을 통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성구매자
처벌법’의 예상하지 못한 결과인지, 아니면 전자통신혁명 등의
요인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나. 성구매자에게 미친 영향
돈큐릭(Don Kulick, 뉴욕대 교수)은 ‘성구매자처벌법’은
성구매자 사이의 계급화를 가속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주변국가로
가서 그 나라 여성 또는 스웨덴 여성을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구릴라 에그버그는 앞의 글에서 섹스관광을 위해
다른 나라로 여행가는 스웨덴 남자의 수에는 주목할 만한 증가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는 성구매자들은 가장 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신매매 여성들의 성적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은 ‘성구매자처벌법’으로 인해 성구매를 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경찰은
포주와 인신매매 조직을 발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성구매 행위가 범죄이기 때문에 성구매자들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 사회적 규범화의 효과
스웨덴의 ‘성구매자처벌법‘은 규범을 만들고, 성을 구매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규범화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성구매자처벌법’제정에 깊이 관여한 산업국 성평등국의
구닐라 에크버그(Gunilla Ekberg)는 법제정의 목적을 ‘사회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스웨덴 국민의 81%가
성구매자 만을 처벌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여론 조사결과는
사회적 규범화가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페트라 오스트그렌(Petra Ostergren, 자유기고가)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규범 만들기는
위험하다고 했다. 특권이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으면서 성매매 근절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이야 말로 규범 만들기에 올바른 방법이라고
했다.
3. '스웨덴 모델'이 한국에 주는 함의
이상을 통해 스웨덴의 성매매 실태와 ‘성구매자처벌법’의
내용과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스웨덴의 ‘성구매자처벌법’은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로서 주목받았다. 이런 성매매 방지정책은 성매매
정책의 ‘제3의 길’로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성을 구매하는 행위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고 성매매가 존재하는
한 양성평등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이념적 배경으로 하는
스웨덴 모델은 매력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스웨덴과 우리는 성매매를 둘러싼 지형뿐만 아니라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구조에도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스웨덴의 성매매 규모와 유형은 우리와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스웨덴의 성매매 규모는 2000~2500명 정도로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우리와는 달리 성산업으로 조직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성판매자에 대한 착취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는 스웨덴 사회의 젠더와 섹슈얼리티 구조로부터
기인하는 성매매의 성격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 할 수
있다. 스웨덴은 여성정책(gender policy)이 발전된 나라로
노동시장의 구조, 정치적 대표성 등에서 양성평등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따라서 스웨덴 사회에서의 성매매는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최후의 영역’이 된다.
또한,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구조 역시,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스웨덴은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어있는 나라로 친밀성 형성과
이에 대한 법적 지원 등에 있어서 진보적인 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관계가 유기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시적인 관계인
경우에는 배타적인 사회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족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 있고, 성구매를 일탈적인 행위로 여기는
사회의식은 이로부터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스웨덴 사회의 특징은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것을 통해 성매매를 근절하고자 하는 정책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동안 성매매 정책이 성판매자인 여성에 대한 통제정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웨덴 모델은 사회적 인식 변화와
남성성구매자에 대한 규제와 처벌, 상담과 교육으로 정책의
초점이 변화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크다.
법이란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함의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고 이것이 현실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시행 의지와 시행 방법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스웨덴 모델은 낙관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스웨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합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나라의 경우 역시, 불법 성매매가 증가하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매매 정책의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성매매 근절을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이루어져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 근절은 단시간에 해결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장기간의 노력과 인내를 통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스웨덴 정부관계자의 발언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리고
이것이 ‘스웨덴 사회에서 성매매 문제는 더 이상 관심 대상이
아니고, 성매매 정책에는 일관성이 없다’ 는 어느 사회복지사의
고뇌어린 발언에 대한 대답으로, 현실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동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