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료
정부의 ‘의식과 관행, 노동정책’을 먼저 개혁할 것을
촉구하며
-구속노동자 석방, 해고자 원직복직은 노자관계 개혁의 선결
요건이다! -
이 글은 지난 6월 18일 명동성당 농성과 공공부문 투쟁 등
상반기 투쟁 열기가 고양되던 시기에 직권중재, 공권력 개입
등에 의한 문제해결의 부당성과 현재 진행중인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자 연구소에서 작성한 성명서이다.
지난 4월 24일 정부는 ‘신노사관계’ 구상을 발표하면서
이제까지 배제해왔던 민주노조진영과 진지하게 대화할 뜻을
밝혔고, 노동법 개정만이 아니라 노자관계를 둘러 싼 낡은
의식과 관행,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노총이
참여한 가운데 ‘노사관계 개혁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산물인 ‘노동악법’이 철폐되고,
정부의 노동정책 역시 민주노조운동의 실체와 노동자의 요구를
인정한 조건 속에서 새롭게 변화될 것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정부의 노동정책은 과연 ‘신’ 노사관계가
가능할 수 있는지, 아니 정부가 노사관계 개혁에 대한 의지조차
가지고 있는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단병호, 양규헌
등 40여 구속자의 석방과 수배 해제, 1,000여 명에 달하는
해고노동자의 복직은 노자관계 개혁을 위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선결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5월 23일 노동부 산하에
‘노사화합지원협의회’라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만들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과 똑같이 ‘불법 파업 엄단, 제3자개입
금지’ 등의 협박을 일삼고 있다. 이는 노자관계의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의식과 관행과 노동정책이야말로 가장 일차적인
개혁 대상임을 분명히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명동성당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공공부문노동조합대표자협의회를 중심으로 외국인노동자,
전국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위원회, PCS범대위 소속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해고자 복직, 전임자 축소
철회, 임금가이드라인 철폐, 주40시간 노동, 산재발생시
작업중지권 확보, 직권 중재 철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보호
특별법 제정 등이다. 나아가 6월 20일을 기점으로 서울지하철
노조와 한국통신 노조를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민주금속연맹, 자총련 소속 노동조합 역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동조합의 파업은 지극히 정당한 노동3권의 행사의
하나이며, 오히려 노자관계를 정상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와 권리의
행사를 ‘불법 파업’이라 매도하면서, 직권 중재를 신청하고,
공권력 투입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낡은 의식이요, 낡은
관행이요, 낡은 노동정책일 뿐이다.
구속 노동자의 석방과 해고노동자의 복직 없이는 노자관계의
개혁이 있을 수 없다는 민주노총과 공노대, 그리고 전해투의
요구는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보더라도 정당한 요구이다. 최근
노동현장에서의 자본합리화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와 인원 감축,
그리고 산업재해의 다발에 대해 노동자들이 주 40시간 노동,
산재발생시 작업중지권 확보, 고용안정, 임금가이드라인 철폐
등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지극히 정당한 요구이다. 나아가 노자관계 제도의
세계화를 운운하기 이전에 국내에 들어 온 외국인 노동자를 국내
노동자와 똑같은 수준에서 보호하는 ‘외국인 노동자
보호특별법’ 제정이야말로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이러한 정당한 요구와 권리의 행사에 정부와
자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해고 효력을 다투는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불인정하는 행정해석과 행정처분을 남발하는 것은
물론 해고자 복직 문제는 단체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회피하고
있고, 파업 사업장에 직권중재 신청과 공권력 투입을 검토한다고
협박하는 한편, 검찰은 법원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다시 구속시키려는 상식 이하의 짓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노자관계 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노동자들의
요구와 정당한 권리행사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을 촉구한다. 최근
정부와 자본측의 대응을 보면 개혁되어야 할 당사자는 바로
그들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참여와 대화를
원한다면 그리고 각종 노동법을 개정할 용의가 있다면 직권중재,
긴급조정과 같은 악법과 공권력 투입에 의해 노사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려는 구태의연한 사고와 관행을 즉각 버려야 할
것이다.
노자관계 개혁을 위한 진지한 모색이 직권중재 신청과 공권력
투입 등에 의해 파행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노동악법에 의해 구속된 모든 노동자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
1. 1000여 명에 달하는 해고노동자들을 즉각 복직시실 것을
촉구한다.
1. 직권중재와 공권력 투입을 자제하고 민주노총, 공노대와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1. 외국인노동자 특별보호법을 제정하고, 구속자를 석방시킬
것을 촉구한다.
1996년 6월 18일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