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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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풍경

현장에서 미래를  제116호
김동경

노동자민중세상: 삶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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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경 / 노동자



폭스 이블(2005.02.11 16:29)

연휴를 맞아 꽤나 오랫만에 읽은 추리소설.
제2의 애거서 크리스티라고 불린다는 영국 작가 미네트 월터스의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다.
영국의 시골마을이라는 설정은 크리스티의 작품-특히 마플 여사가 등장하는-과 그 배경이 흡사하지만 분위기와 추리과정은 사뭇 다르다.
현대에 맞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나 DNA 검사가 등장하는 걸 보면.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 의해 발생한 사건인 만큼 분위기는 내내 어둡고 크리스티 여사 특유의 유머러스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연쇄살인도 아니고 치정도 아니고 복수도 아닌, 그저 어두운 가족사에 끼어든 한 못된 인간의 범죄일 뿐으로, 두 사람과 개 한 마리, 여우 여러 마리가 죽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범인이 아닐까 마음 졸이면서 새벽 5시까지 읽었지만 범인은 처음부터 수상했던 놈, 그냥 그놈이었다.
소년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은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라고 마지막에 외치고, 에르큘 포와로는 관계자를 모두 모아놓고 추리과정을 설명하며 "범인은 당신이오!"라고 말하지만 여기엔 그런 자극은 없다.
반전은 언제? 하는 생각에 눈에 불을 켜고 마지막까지 보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흘러 마무리되었다.
이럴수가!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추천코멘트와 서평을 훑어보았지만 어디에도 반전이 있다는 말은 없었다.
그냥 나의 착각이었던 것.
어두운 숲속에서 뭉개진 여우의 시체가 발 앞에 던져지는 악몽을 꾼 것을 보면 확실히 재미는 있다.


스쿨 오브 락(2004.03.06 20:46)

동생이 너무너무 재밌다고 강하게 추천하길래 본 영화.
동생이 좋아하는 영화는, 모자르고 열악한 자들이 난관을 극복하고 합심하여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을 거두는 아름다운 이야기, 가령 그들만의 리그, 브링잇온, 시스터액트2 같은 것들이다. 스포츠물, 학원물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의 줄거리는 밴드에서 쫓겨난 주인공 듀이가 신분을 위장하여 초등학교 보결교사로 들어간 후 아이들에게 락을 가르쳐 대회에 나간다는 이야기이다.
뚱뚱하고 못생긴데다 너무나 긴 기타 솔로, 그리고 오버액션 스테이지 점핑까지 여러모로 후진 주인공 듀이는 밴드에서 쫓겨난다. 정말이지 열악한 주인공이다. 가짜 교사로 돈만 벌 생각이었던 듀이는 반 아이들에게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고, 록음악을 가르칠 생각을 하게 된다.
피아노 치던 아이에게 키보드를, 클래식기타를 치던 아이에게 전자기타를, 심벌즈를 치던 아이에게 드럼을, 첼로연주자에게 베이스를 가르치는 식이다. 이게 또 억지스러운 것이, 이 멤버들이 가히 천재적으로 습득이 빠르다.
못난이들(이 영화에서는 ‘문제아’그룹이 아니라 ‘초등학생’이다)이 등장하는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인데, ‘누구나 알고 보면 잘하는 거 한가지씩은 있다’는 거다. 착한 영화의 선생님이라면 그 재능을 끌어내주려 애쓰지만 무심한 주인공 듀이는 행인지 불행인지 저절로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급기야 반 전체 아이들이 밴드 말고도 코러스, 매니지먼트, 조명, 그루피, 컴퓨터, 장비까지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열심히 연습한 아이들과 듀이는 ‘스쿨 오브 락’이라는 밴드 명으로 대회에 나가고, 진짜 선생이 아닌 것이 들통난 듀이가 위기에 처하지만 대회장으로 잡으러 온 학부모들과 교장이 아이들의 활약을 보고 반해버린다. 그래서 1등은 못하지만 그 후로도 즐겁게 락 음악을 하게 된다, 뭐 그런 스토리 되겠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난하고 귀여운 성공담이라 하겠다.
내가 거슬리는 것은 전혀 착하지 않은 주인공, 아니 뭐 착한 주인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뚱뚱하고 못생겨서 맘에 안드는 것은 사실이지만서도..) 미묘하게 느낀 건데 이 영화는 록의 새로운 조류들, 아티스트들의 심드렁한 애티튜드라든지 유니섹스한 패션, 장르의 다양한 혼합과 실험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것 같다. 대회장 백 스테이지에서 다른 참가밴드와 이야기하던 프레디를 야단치며 듀이는 "저런 쓰레기들, 마약하는 것들" 운운하며 얘기도 하지 말라고 한다. 듀이에게 락 스피릿은 오로지 건전하고 신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듀이가 쫓겨나고 새로 들어온 보컬은 여성스러운 옷차림에 느끼한 말투를 쓰며, 대회에서 1위를 하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는다. 마치 영국의 뉴로맨틱 사조나 글램록을 비꼬는 듯하다. 듀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음악도 에이씨디씨, 딥퍼플, 핑크플로이드, 블랙사바스, 메탈리카 등 7,80년대의 고전들이다. 물론 록음악을 처음 배우기 위해 알아야 하는 밴드들이라 해도, 파워와 테크닉을 중시하는 이른바 ‘정통 락’의 과다는 초등학생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락 스피릿’을 중시하는 듀이가 볼 때, 지극히 현실적인 친구의 애인은 꿈도 희망도 없는 잔소리꾼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고전은 고전 자체로서 물론 훌륭하다.
하지만 커트 코베인이 이룬 업적대로, 테크닉이 뛰어나지 않아도 그 자체에서 흥분을 느낄 수 있으며 파워와 광기 말고도 감동과 슬픔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스피릿이라고 생각한다.
트립합은 음악이 아니라는 둥, 뮤즈는 여자애들만 듣는 거라는 둥 하며 ‘락 하면 무조건 메탈리카지!’라고 말하는 지긋지긋한 마쵸들, 평생 그렇게 옛날 음악만 부여잡고 살라지.


반지의 제왕-왕의귀환(2003.12.30 20:14)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대략 인상적인 기억.

반지원정대를 보고나서 덜컥 구입한 소설 반지의 제왕 전6권 세트를 나보다 앞서 통독한 동생의 말에 의하면 샘와이즈겜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했는데 포스터에도 등장하더니 과연 내용면에서 큰 활약을 하더라.
메리와 피핀도 사뭇 진지하고 (물론 또다시 큰 사고는 친다) 어딘지 모르게 둘이 동성애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만 (나만의 생각인가) 비장하게 전투에 임하는 등 3편을 통틀어 호빗들이 가장 활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 또한 나만의 생각인가 하지만) 리차드 기어를 몹시 닮은 로한의 파라미르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무모하게 우르크하이에 점령당한 도시로 진격할 때 진부하지만 약간 두근두근하기도...
첫 화면부터 등장하여 내내 욕먹을 짓만 자초하는 골룸은 알고보면 불쌍한 호빗이었다 하는데 내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더라.
설명이 부족했거나 감독의 의도였거나 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

아라곤과 아르웬 사이에 끼어들어 나으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던 에오윈 공주가 나즈굴 대장을 쉽게 죽여뿌렸다. 아니 참내 그렇게 쉽게 죽일수 있었는데 1,2편을 통틀어 그토록 무서워했다니...
아라곤으로 말할 것 같으면 왕으로서의 위엄을 내세워 유령전사들에게 협박(?)하는 것까진 멋있다고 봐줄 수 있겠으나 도무지 게임이 되지 않는 유령과의 전투, 절대 맞을 수는 없고 때릴 수는 있는 무적의 유령 떼거지들의 등장으로 삽시간에 정리되는 전투란...
녹색의 컴퓨터그래픽의 압박으로 2편에서의 전투씬에서 감동이 대략 삭감되고 와글와글 엄청난 양의 우르크하이와 오크들을 자주 잡아주는 효과에 대한 감탄으로 아아 하는 찰나 꽥하고 죽어버리는 로한의 왕과 ‘난 남자 아니다’며 금발을 휘날리며 나즈굴대장 얼굴에다 칼을 쑤셔박는 공주 등은 그다지 흥겹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더라.

예로부터 왕의 지위에 대한 갈등은 그 혈통이냐 능력이냐에 따라 능력 있는 자가 무능력한 혈통에 대해 도전하든지, 혈통 있는 자가 자기자리를 되찾든지의 구도가 주였다면, 아라곤은 혈통도 있고 능력도 있는 만사오케이 금상첨화 문무겸비(?)한 자로서, 그 누구도 그가 왕이 되는 데에 대해 토라도 달면 이상하고 음침한 에라 사우론의 앞잡이가 아니냐고 욕을 먹던지 몰매를 맞든지 해야만 할 것같은 분위기의 훈늉하고 적합한 왕된 자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어찌나 의문이 필요 없는 깔끔한 설정인지.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대략 레골라스의 팬인 전국 여성관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아쉬워하는 바로 그 점이자 3편 왕의귀환의 최대의 약점! 레골라스 너무 쪼끔 나오는거 아냐! 버럭~!

우예 됐든간에 반지의 제왕이 이제 끝났다는 것에 누군가는 허무와 슬픔을 느꼈다 하더만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역시 섭섭한 감정은 어쩔 수 없다. 스타워즈처럼 수십년 인기를 누리고 에피소드나 외전도 어서 나와 주길.

결론.

조타가도 조치안타
2편이 더 낫다.


올드보이(2003.12.14 16:44)

하도 오랫만에 본 영화라 그런가 넘 재밌게 봐서 그런가 며칠이 지났는데도 잔영이 맴돈다.
단상 몇 개.

1. ‘오늘만 대충 수습하기'란 어렵다.
2.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듯이 새가 그물에서 벗어나듯이 네 스스로 구원하라'(정확한 기억은 아님)는 잠언 6장 4절이 아니라 5절임.
3. 이우진 엉덩이의 십자가. 십자 모양으로 쪼개지는 옷장.
4. 나 스스로 엽기, 잔혹, 고어에 강하다고 자부해왔는데 이빨 뽑고 혀 자르는데 살짝 몸서리치다.
5. 가장 불쌍한 사람 - 오대수가 아니라 피씨방에서 개죽음한 그의 친구.
6. 이우진의 경호원 한실장은 내내 나왔지만 대사는 한마디였다! --> "말로 합시다."
7. 최민식씨, 존경합니다.
8. 입조심 해야겠다.
9. 경원극장은 가지 말자.


스위밍풀(2003.08.28 10:38)

프랑수와 오종의 영화제도 놓치고 8명의 여인들도 개봉이 보류된 후 스위밍풀의 상영 막바지에 겨우 찾아서 보았다.
채 20명이 안되는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사라와 쥴리가 만드는 묘한 긴장관계가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어디까지가 사라의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살인사건은 정말 있었는지, 쥴리는 정말 별장에 왔는지.
제각각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인상적인 영화였다.
(이제 개봉관에서 내렸으니 이정도 스포일은 괜찮겠지;;)

사실, 4인용 식탁을 4인이서 보고 ‘이게 장르가 뭐야?’ ‘하나도 안무섭잖아!’ ‘누가 누구를 죽인거야?’ ‘줄거리가 뭐야?’ 기타 등등 요란한 타박을 받은 이후에는, 완전무결한 권선징악 해피엔딩의 메시지가 없으면 참지 못하는 인간들과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에 깊은 회의를 느끼던 차였다;;;
(나는 지구를 지켜라 이후에 가장 인상적인 한국영화였는데... 쯥)

어쨌든 스위밍풀은 간만에 집중해서 본 영화였다.
사라와 쥴리가 서로 손을 흔드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빨 교정을 한 못생긴 진짜(?) 쥴리의 클로즈업이 섬뜩할 만치 기억에 남는다.

그나저나 기대하고 있던 스파이크리의 25시가 소리소문 없이 단 한개관에서만 개봉했고 그나마 오늘 막을 내린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을 따름이다. 에드워드 노튼과 안나 파킨인데도 축소 개봉한 이유가 한국인 비하 발언이 등장한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하이퍼텍 나다에서 2003 베스트 콜렉션에 오종의 영화들을 대거 끼워 넣었고, 9월에는 대니 보일의 28일후, 10월에는 굿바이레닌, 11월에는 타란티노의 킬빌이 온다.


소울메이트는 어디에(2003.05.31 18:34)

블러의 신보가 나왔다.
그레이엄콕슨이 탈퇴했지만 여기저기 평들은 꽤 좋다.
얼른 사야지..
대학에 들어가고서 나의 음악 감상이 얼마나 폭 넓어질 것인가 기대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고교때 생각한 것처럼 대학은 따분한 곳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이상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했다.) 노느라 너무 바빴단 말이다.
은영이나 영실이나 혜지처럼 온통 음악이 화제였던 친구들은 없었지만 과에서 몇몇 매니아들은 만났다.

1학년 초, 3월 달에 IMM이라는 음악감상 동아리를 알게 되었고 가입을 결심했다. 인하..뮤직..뭐시기의 약자였는데 5호관에서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군단 옆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등교할 때는 정문 우체국 옆에서 담을 넘으면 바로다.
당시 학군단 옆 그 외딴 곳에는 ‘아리랑’이었나 암튼 풍물동아리 하나랑 ‘로케트연구회’랑 ‘IMM’ 세 동아리가 있었는데, 주변의 면면을 얼마간 본 후 지저분하거나 시끄러워서 주변으로 배치된 것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이 동아리는 열 번도 안가서 곧 활동을 그만두었는데 이유는, ‘문화예술운동연합’(문연) 소속이었다가 ‘너무 운동권 모임 같아서’란 이유로 95년도에 탈퇴했다는 설명을 듣고 실망했고, 가입원서의 ‘가장 좋아하는 음반’란에 스웨이드의 dog man star를 적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는 거였다.
아무튼 운동장을 가로질러 몇 번 방문한 그 동아리방에서 이불을 뒤짚어 쓰고 저지먼트나이트 ost나 앨리스인체인스 등을 엘피로 들었던 기억이 나중에도 종종 ‘IMM’의 동아리포스터를 볼 때마다 떠올랐다.

4월이 되고 처음으로 1학년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학년대표를 선출하는 시간이 되었다.
대표랑 부대표랑 러닝메이트로 꽤 여러팀이 출마했고 비상경이랑 기윤정이가 당선되었다.(이들의 주요 모토는 덩치를 앞세워 '힘'이었지 아마...)
출마의 변 같은 것을 듣는 시간에 앞자리에 앉은 작고 마른 동기애 하나가 갑자기 몸을 돌려 나에게 "음악 좋아해?" 라고 물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의아한 일인데(나는 전혀 음악 좋아하는 애같이 안생겼단 말이다.), 당시는 별로 뜬금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냥 "응" 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애 이름은 ‘김너환’이란걸 알았고 너환이는 재킷에는 유령이 앉아있는 듯한 빈 의자 하나가 동그마니 있고 수록곡은 칠십 몇분짜리 달랑 한곡이 들어있던 당대의 희귀앨범 ‘데빌달’의 복사테이프를 즉석에서 빌려주었다.
비록 ‘데빌달’을 들으며 내가 마치 장례식장 관 속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까마귀소리와 삽질하는 소리, 흙 떨어지는 소리 등등에 몸서리치긴 했지만 그때부터 너환이와 친해졌다.
서로서로 취향에 따라 영향을 주고받고 콘서트도 같이 가고 술도 많이 먹었다.
군대에 가서도 휴가 나와서는 매드캡슐마켓츠의 씨디를 구하러 다니고 제대하고선 기타를 배운다고 열심이었는데 나 졸업하고서 중국에 갔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이고 귀여운 일본인 여자친구 미키상을 소개받았다.

2학년 때 예비역 형들이 대거 복학하면서 93,94학번들이랑 술을 엄청 먹었다. 그중 삼수한 94학번 더경이 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술자리 마다 꼭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비록 더경 형은 고전스타일이고 나는 모던한 취향이었지만 바로크와 데쓰부터 하드코어와 인디까지 마구잡이 견해들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더경 형이 젤 좋아하는 건 특이하게도 토리에이모스였다.
나 졸업한 후에 특별히 만나거나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소식이 궁금해진다.

솔직히 모든 음악이 정붙이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듣고 나서 실망할 적도 있지만 애써 위안하며 여러 번 듣기도 했다. 근데 진짜 돈 아까운 씨디들도 있다 젠장.
최근 몇 년간, 취향이 일렉트로니카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
대략 몽환적인 기분에 빠지다 보면 어떤 생각에 골똘히 몰두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아무 생각이 없게 될 수도 있는 게 좋다.
내 편견에 딱 맞는 사람을 아직까지 만난 적은 없다.


라디오키드의 (짧은) 생애(2003.05.15 13:45)

프렌테!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들.
96년도쯤부터 그당시 매니아들의 필청 프로그램인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유럽과 제3세계의 싸이키델릭과 아트록을 주로 틀었는데 비록 아주멀리 우주에서 연주하는 음악인 듯 이해할 수 없어 꾸벅꾸벅 졸면서 새벽 2시까지 버텼지만 괜한 사명감으로 제법 찾아들었던 기억이 난다.
며칠에 걸쳐서 부문별로 진행하는 연말특집 같은 거는 통째로 녹음하기도 했다.
96년? 97년? 즈음 성문영씨가 일일 진행자로 선곡을 한다하여 그날 역시 열심히 녹음했다.
매시브어택, 에이펙스트윈, 스웨이드, 포티셰드 같은 것들을 틀었는데 그때 처음 들었던 충격적인 음악이 바로 프렌테!의 labour of love이다. 프렌테!와 앤지하트는 핫뮤직 인터뷰를 보고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 스웨디시 팝이나 돌로레스류의 여성보컬을 근거 없이 꽤나 무시하고 있던 나로서는 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는데 그 곡을 듣고 그야말로 뿅 가 버린 것이다.(그때부터 여성보컬을 찾아듣기 시작했고 잠깐 나우에 릴리스페어에도 가입했었다. 나우 아이디는 돈 못내서 곧 짤렸다.)
그날 녹음한 테입은 닳고 닳아 다 늘어질 때까지 들었고 몇 년이 지나서는 그 곡들이 들어있는 앨범을 거의 씨디로 장만하게 되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프렌테!만은 오랫동안 위시리스트에만 남아있었고 나중에야 그 앨범이 절판되었다는 걸 알았다.
어느 날부턴가 프렌테!의 그 곡이 너무나 다시 듣고 싶어졌고 급기야 재작년에 향뮤직에 개인주문을 넣었다. 미국에서 겨우 한 장 구한 그 음반에 거금을 지불했지만 지금은 자주 듣지는 않는다;;

요즘도 전영혁씨가 어디선가 진행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통 라디오를 듣지 않고 있다.
아마도 신해철이 음악도시를 그만두면서부터 라디오를 안들었던 거 같다.
그리고 경기방송의 조경서씨가 인터넷으로 옮기면서 게릴라라디오를 듣게 되었고 성우진이나 박은석이 선곡하는 인터넷라디오도 좀 듣게 되었다.
물론 성문영의 ‘세상은 듣지 않는다’를 젤 열심히 틀었던 거 같다.
(핫뮤직 열심히 보면서 성문영씨 영향은 많이 받았는데 큐어-스웨이드는 너무 좋아했지만 스미스-진은 도저히 못듣겠다...)
요즘은 그나마 인터넷 할 시간도 별로 없으니 음악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고 씨디 산지도 한 달이 다돼가는 듯하다.
예전 사무실에 있을 때 낮에 졸리면 틀었던 윤도현의 두시의 데이트 말고는 찾아 듣는 것도 없고. 이상은이 진행하는 것 무척 듣고 싶긴 하다.
결정적으로 이젠 '라디오'가 없다.

2006-01-27 02: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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