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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좌파의 집권(이탈리아 총선 결과)

현장에서 미래를  제12호
로사리오 무실라미

중도․좌파의 집권

- 이탈리아 총선



로사리오 무실라미 (Rosario Musillami)


필자 소개

? 1959년 시칠리아 팔레르모 출생.

? 70년대 말 이탈리아 학생운동에 적극 참가.

? 87~88년, 게오르그 루카치와 에른스트 블로흐에 관한 국제 세미나 자료집 편집 (밀라노 문화재단 발간).

♣ 현재

?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및 정치학을 전공,

? 베를린 시민대학에서 이탈리아어 강의.

? 재건 공산당 기관지 ‘해방(Liberazione)’ 독일 통신원으로 활동 중.



‘월계수 연합’의 승리와 현재의 정당 지형


지난 4월 21일 총선에서 중도파-좌파 연합인 ‘월계수 연합(L'Alleanza dell'Ulivo)’이 승리했다. 실로 150년만에 좌파가 정권을 획득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지난 94년 선거 때와 달리, 매스 미디어가 중립적인 감독위원회의 통제 아래 있었던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94년 3월 베를루스꼬니(Berlusconi)의 승리후 매스미디어 특히 TV를 움직이는 숨겨진 영향력이 표면화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베를루스꼬니가 소유한 3개 방송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베를루스꼬니는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 등장한 지 불과 3개월만에 유효득표의 25%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 원인을 두고 곧 논쟁이 일어났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베를루스꼬니의 선거 승리가, 곧 그가 카리스마를 가졌다거나 노동자들에게 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곧 분명해졌다. 그리고 모든 정치세력들에게 매스미디어를 통한 선전 기회를 동일하게 부여한다는 조건 하에서 위와 같은 문제는 해결이 가능해졌다.


1996년 이탈리아 국회 선거

정당과

선거연합

정당과

선거단체

하 원

상 원

유효득표율

의석수

유효득표율

의석수

월계수

좌파 민주당

21.1

284

41.2

157

*국민당 그룹

6.8

디니 그룹

4.3

녹색당

2.5

민주 그룹

0.1

재건 공산당

8.6

35

2.9

10

자유를 위한 연합

전진 이탈리아

20.6

246

 

38.9 

117

민족 연맹

15.7

**기민련

5.8

판넬라 그룹

1.9

북부 연합

10.1

59

10.4

27

기타

2.5

  6

6.6

  4

합계

100.0

630

100.0

315

* 구기민당 좌파 연립, 94년에는 중도파들의 독자적 선거연립을 형성했었음

** 구기민당 우파 연립

*출처: La Repubblica, 23.04.1996


이제 총리가 된 경제학 교수 로마노 프로디(Romano Prodi)를 내세운 월계수 연합이 다양한 정치 세력들을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탈리아에서 최근 일어난 커다란 변화들에 기인한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와 같은 연립을 구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본다.

이른바 ‘깨끗한 손들(mani pulite)’로 알려진 부정 부패 척결 운동을 시작하게 한 1992년 3월 밀라노 검찰과 사법부가 정당의 불법 정치 자금을 비롯한 각종 제도적 부패를 향해 연 포문은 50년 동안 지속된 기민당(DC) 헤게모니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였다. 현재 이탈리아 정당 정치 무대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변화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정당들이 이미 2년전과는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정당들이 검찰과 사법부의 주요 수사 대상이었음은 물론이며, 신뢰성은 이미 의혹에 휩싸인 채 땅에 떨어져 거의 모든 정당 조직은 개명과 더불어 재조직되어야만 했다. 또한 비례대표제인 기존 선거제도도 부패한 정당 정치인의 안정을 보장해 온 제도적 요인 중의 하나였으므로 다수대표제로의 개정이 논의되었다.

그에 따라 디니(Dini)를 총리로 하는 법률 및 경제 전문가들로 과도 정부가 구성되었으며, 이 과도 정부는 선거법 개정을 실현시킴과 동시에 개정된 법률에 따라 총선거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유감스럽게도 파시스트와 분리주의자의 쌍두마차를 탄 언론 대기업주 베를루스꼬니의 승리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는 곧 좌파와 민주 진영에게 언론매체의 중립성 확보와 중도파를 포함하는 어느 정도 범연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해 주었다. 물론 한편에서는 디 피에트로(Di Pietro)와 ‘깨끗한 손들’에 의해 베를루스꼬니와 그의 콘쩨른에 대한 부정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종국에는 베를루스꼬니와 디 피에트로의 정면대결로까지 치닫기도 했었다.

곧, 다수대표의 선거제도는 좌우파로 하여금 각기 커다란 선거연립을 형성케 했고, 베를루스꼬니의 일차적 승리는 좌파들의 연립을 보다 확대시키는 동기가 되었으며, 언론매체의 중립성 보장이 월계수 연합의 승리에 일조했던 것이다.

중도파-우파 연합은 구기민당 반동주의자들인 기민련(CDU), 베를루스꼬니의 ‘전진 이탈리아(Forza Italia)’ 그리고 현대화한 파시스트 지지자들(filofascista)의 신파시스트 정당인 ‘민족연맹(Alleanza Nazionale)’으로 이루어진 반면, 구기민당 좌파 출신인 프로디(Prodi)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월계수 연합은 구기민당(DC)의 진보적 중도파인 국민당(PPI)과 베띠노 크락시(Bettino Craxi)의 구사회당(PSI) 후신인 현 사회당(SI), 시칠리아 도청소재지 팔레르모(Palermo) 현 시장 레올루카 오를란도(Leoluca Orlando)가 이끄는 반마피아 운동체인 망(La Rete), 그리고 아직 큰 변화를 겪지는 않은 녹색당(I Verdi) 및 구공산당(PCI)의 다수로 개량주의자(riformista)인 좌파민주당(PDS) 등으로 구성된 실로 중도파-좌파의 범연립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70년대 초반 학생운동의 산물인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자(DP: Democrazia Proletaria)’들을 소수로 하고 구공산당의 약 30%에 해당하는 잔류파를 다수로 하여 건설된 재건공산당(PRC)이 비록 연립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외부에서나마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금년 총선의 의석 분포를 보면, 월계수 연합이 하원에서 의결․제안한 법률과 제도를 승인하는 상원에서는 절대다수를 획득하였지만(총 315석 중 157석), 하원에서는 재건공산당의 지원을 얻어야만 절대다수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총 630석 중 월계수 연합 284석, 재건공산당 35석).  사실 베를루스꼬니 연립정부는 분리주의자인 북부연맹과 파시즘적 중앙집권을 지향하는 민족연맹이라는 지나친 이질성의 결합때문에 붕괴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새 연립정부 내에서도 중도파와 급진좌파간의 이질성을 염려하는 기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재건공산당은 우파에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타협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선거이전부터 인정하고 있었고, 월계수 연합의 다수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들


한편, 유럽 통합 과정은 새 정부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 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수단들은 해결이 매우 곤란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사회적 망 즉, 사회보장 기제들은 개인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비용으로 지탱하게 할 위험을 안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적정 예산을 약 14조 리라로 추산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그 두 배와 세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벨기에 다음으로 높은 재정적자율을 가진 나라이다. 그러나 한 비판적 노조 운동가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과 같은 경제 대국이 오히려 통화 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히트 규준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중도파-좌파 연립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또 다른 급박한 문제들로서, 마피아 등의 조직 범죄와 정부개혁 문제, 실업 및 분리주의 - 정치적 대중추수주의로부터 움베르토 보씨(Umberto Bossi)의 반동적 광신주의자들의 결집체인 북부연맹(Lega Nord) -도 빼 놓을 수 없다. 이 문제점들은 사실상 광범위하고도 뿌리깊은 부정 부패로 얼룩진 공공행정과 제도 구조의 비효율성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새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음은 최근 이루어진 바람직한 한 선택으로부터 증명된다. 국공기업과 공경제의 주요 사업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부 장관에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Antonio Di Pietro) 검사를 임명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디 피에트로는 기민당-사회당의 부패한 후원 체계를 붕괴시킨 일등공신으로 추대되기에 마땅한 사람으로서, 그 임명은 비단 상징적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적 정책시행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선택이었다. 실제 디 피에트로는 모든 공직자의 재산을 조사하여 공직의 봉급으로는 도저히 축재할 수 없는 양의 재산을 축적한 자는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며, 이는 격렬한 법정 논쟁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 주장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일단 차치하면, 그의 주장이 문제 해결의 급진성으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기성 ‘정치적 계급(정치가)’에 의해 행해지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아주 신선한 어떤 것이다. 비단 이것만이 아니라, 마피아에 대항해서 그가 행했던 일련의 행동들도 수십년 동안 정체했던 이탈리아 정치를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러면 이제 집권에 성공한 좌파들은 과연 어떠한 이념과 정책을 펼 것이며 또 펴야만 하는가? 억압과 착취가 존재하는 경제 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고용 문제뿐만 아니라 생태계 보존에도 적합한 발전 모델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어느 환경 문제 연구소들은 공공 행정의 발전 형태를 연구하여 일련의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발전정책에 관한 새로운 이념이 필요하다. 만일 그것을 형성해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50년 내에 공공행정 뿐만 아니라 생산체계 상에도 피할 수 없는 첫번째 커다란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 문제는 세계적 문제이기도 하여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각각 전국 득표율 21.1%와 8.6%을 획득한 좌파민주당과 재건공산당은 현 연립 정부의 중심 세력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매우 큼은 두 말할 것도 없겠다.

70년대 이후 이탈리아 좌파는 사실상 자본주의와 그 공공행정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적 정치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전망 결여는 ‘정치 문화(cultura politica)’의 상실과 진지한 정치적․문화적 토론의 부족에 기인한다. 유감스럽게도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 불행한 현상들은 많이 발견된다.

선거 이전에 좌파들은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정치 문화’의 꺼져가는 불씨에 다시 불을 지피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때에만, 바야흐로 세계 각국 좌파들의 문화적 논의에 신선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노/정/연

*옮긴이: 정병기(해외 연구원, 독일 베를린자유대 박사과정)

1996-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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