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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의 현황과 과제

현장에서 미래를  제12호
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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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의 현황과 과제
-여천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 임 (노동조합·기업경영분석연구상담소 경영자문실장)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조합운동은 크게 성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현재는 산별노조로의 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화학산업의 경우 주요 대공장의 활동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여기서 화학산업이란 다름아닌 기초유분의 생산을 통해 화학산업의 가장 토대를 이루고 있는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을 말한다. 특히 이들 업종은 한 지역에 동종의 사업체가 밀집되어 있고 각 기업간 물리적으로 작업공정이 연결되어 있는 특징 때문에 외형상 타기업 노동자라 할지라도 노동자간 연대의 고리는 튼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인 조직역량은 노동조합의 활동가들까지도 활동상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호소할 만큼 취약한 실정이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의 이러한 어려움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다음에서는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의 현황과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 활동력 제고를 위한 몇가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글은 노동조합․기업경영분석연구상담소(이하 노기연)에서 6개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과 공동으로 수행한 ꡔ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인사·조직제도ꡕ 연구작업 성과에 근거하고 있다. 이 연구는 노기연이 여천지역 4개사업장(정유업종 1개 노조, 석유화학업종 3개 노조) 노동조합, 대산지역 1개사업장(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 인천지역 1개사업장(정유업종) 노동조합으로부터 6개사 인사·조직제도 연구를 의뢰받아 95년 12월부터 96년 6월까지 수행한 것임.

우리나라 석유화학단지는 크게 3곳에 형성되어 있는데 여천, 울산, 대산 석유화학단지가 그것이다. 여천과 울산에는 비슷한 시기에 석유화학단지가 형성되었는데 여천은 대부분 기초유분 생산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울산은 상대적으로 기초유분 및 최종소비재 생산이 주가 되고 있어 여천지역보다는 중소업체가 다수 산재해 있다. 대산 석유화학단지는 최근에 형성되었는데 여기에는 삼성그룹과 현대그룹 소속의 정유 및 기초유분 사업체가 있다. 그 중 여천 석유화학단지는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대공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그 동질성과 지역적 밀집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여천의 사업장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할 것이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의 노동과정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자들의 의식을 가장 크게 규정하고 있는 노동과정을 알아보자. 이 업종의 노동과정은 테일러주의적 노동과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으면서도 일반적인 라인생산시스템은 아니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의 작업장체제 및 노동과정을 규정하는 가장 큰 두가지 특징은 장치산업이라는 측면과 콤비나트 시스템이다. 호남정유의 경우 원유정제작업은 원재료인 원유부터 생산제품까지가 모두 액체상태이거나 기체상태이기 때문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료와 제품을 이동시킨다. 따라서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의 기계장치 의존도는 매우 높기 때문에 자본집약도는 대단히 높다. 또한 호남정유에서 생산해 내는 제품 중 상당부분은 여천지역에 있는 다른 사업체에 원료로 공급되는데 이 역시 지하와 지상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여천 석유화학단지의 석유화학사업장들은 대체적으로 호남정유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다. 따라서 여천 석유화학단지 전체가 호남정유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공장덩어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여천석유화학단지 내 노동자들의 동질성을 규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측면으로 작용한다. 작업공정도 상당히 유사하고 사업장들은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주가 다르고 개별사업장마다 노사관계가 다르다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여수 앞바다를 끼고 있는 거대한 지역이 하나의 기업체인 것이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은 작업장체제나 물리적 노동과정도 거의 유사하다. 공장은 수백만평의 땅에 파이프라인과 탑,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금속사업장과는 달리 노동자들의 작업이 단위 공장 내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대체적으로 옥외에서 이루어진다는 특성이 있다.
공장은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된 현장(field)과 통제실(control room)로 나뉘는데 통제실에서는 주로 계장, 계기운전원 등이 노동을 한다. 각 생산조에서 작동되는 기계장치의 상황, 생산과정은 철저하게 컴퓨터시스템으로 관리되어 디지탈 방식의 계기판에 나타나며 이는 통제실에서 볼 수 있다. 몇개의 공정을 한 계기운전원이 담당하고 이들 계기운전원이 통제실에서 공정을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이 때 작업공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정의 환경을 바꿔줄 필요가 생기면 계기운전원은 현장운전원이나 현장운전원보를 찾아 요구사항을 전달하게 된다. 현장운전원들은 이에 맞춰 기계장치의 압력이나 온도를 조절해 줌으로써 원활한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통제실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작업과정에 있어서의 긴장감과 시력감퇴의 문제이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은 공정상에 자동화가 상당히 되어 있기 때문에 사소한 사고가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한 번 사고가 일어나면 이는 대단히 큰 사고가 된다. 대체적으로 수년에 한 번씩 큰 사고가 일어나는데 이는 주로 폭발사고이고 이 때는 반드시 사망사고가 따른다고 한다. 따라서 통제실에서 각 작업 공정을 CRT로 체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 된다. 각 공정에서 온도나 압력에 약간의 오차가 생겨도 이는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단말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사방 10여 인치 안팎의 단말기를 작업시간 내내 눈을 뗄 틈 없이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이는 작업과정에 있어 지속적인 긴장감과 심각한 눈의 피로를 주고 있다.
또한 필드맨이라고 불리우는 옥외작업자(현장운전원)들은 다른 호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옥외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설비의 가동정도를 체크해야 한다. 기계장치는 자주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통제실에서 일정한 요구가 있으면 즉각 대응해야 한다. 이 때는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되는 것이다. 이들의 노동은 옥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후변화나 기온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말 그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이 맡고 있는 작업범위를 체크하면서 옥외에서 노동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휴게시설이 있으나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 인력감소로 1인당 작업범위가 넓어지면서 휴게시설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장운전원들의 작업과정에서 더 큰 문제는 작업을 하는 종일토록 단 한사람의 동료 작업자도 만나기 힘든 날도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현장운전원이 담당하는 생산단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수백만평의 넓은 공간에 현장작업자는 고작해야 1~2백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작업자들은 각기 떨어져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고 식사조차도 식당에서 날라다 주는 도시락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은 그 작업의 특성상 한 단위공장을 가동시키고 정지시키는 데 수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4조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작업을 중단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결국 자동적으로 노동자들에게는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는 휴일도, 휴가도 없게 된다.
이러한 측면은 개별노동자들에게는 매우 여유가 없고 답답한, 작업을 하는 동안은 단지 기계설비와만 밀착되어야 하는 노동과정이며 노동조합활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활동가들에게 또한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작용한다고 한다. 동료 작업자의 얼굴조차 보기 힘든 조건에서, 노동조합 총회를 하더라도 전 조합원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다는 한계 속에서 노동조합활동의 기본 토대인 노동자들의 ‘단결’을 꾀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자들의 숙련형성 기간은 타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길다. 자동차 완성차산업의 경우 한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숙련형성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는다 ‘기아자동차를 다녀와서’, 『노동경제동향』, 96년 1월호, 노동조합·기업경영분석 연구상담소.
. 그러나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의 경우는 한 작업단위에서 3년 정도 있어야 좀 아는 정도가 되고, 5년은 되어야 숙련이 충분히 형성된다고 한다. 따라서 작업자들은 직무순환을 한다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다. 작업단위를 옮기게 되면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데만 해도 1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숙련 형성과정의 특이성은 대(對)자본가 교섭력을 제고시키는 데 일정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상대적으로 일반 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보다 낫다. 이들의 상대적 고임금의 근거는 사실은 숙련형성 기간이 길어 자본이 숙련 노동자들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황혜경,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석사학위논문, 「석유정제산업의 노동과정과 노동통제」,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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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내에서의 전제적이고 인신적인 통제메카니즘은 없지만 한 작업장 내에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지 않은 작업장체제의 특성과 3교대 사업장이라는 특성이 직접적인 관리 통제를 불필요하게 할 만큼 노동자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일반적인 통제와 관리는 노동자들의 이러한 약한 고리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방식, 한시도 정확한 현장 체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직무상의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계적 통제메카니즘이라 한다. 테일러주의적 생산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금속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라인을 타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이러한 작업 방식 자체가 이미 노동자들을 기계에 종속시키고 기계적 통제 체제 하에 놓여 있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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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대기업에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는 신경영전략, 능력주의 인사제도가 이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사업장에도 다종다기한 방법으로 시행되려 하고 있거나 시행되고 있어 노동조합은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파편화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의 활동력 제고를 위하여

광활한 땅에 수천억, 수조의 자본이 투자되어 있고, 수 개의 각 사업장들이 긴밀히 결합되어 있는 거대한 콤비나트가 바로 여천 석유화학단지이다. 이러한 공간 속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수의 노동자들이 극도로 분리된, 심지어는 격리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년간 낮밤이 바뀌는 생활을 하며, 각종 유해가스에 노출된 채 자본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석유정제․석유화학업종의 특성 때문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의 진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 집회는 커녕 조합원들 간의 야유회도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석유정제업체는 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어 사실상 ‘파업권’이 없다. 힘을 실은 ‘쟁의’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지난 십여년간 여천지역의 노동조합들은 나름대로 노동조합활동을 지속해 왔고 87년 이후 최근까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많은 노동조합이 민주노조의 지향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은 사측의 각종 합리화 공격, 전횡적인 경영방식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노동강도 강화의 문제이다. 94년~95년 연이은 유화업계의 호황으로 인해 기업들은 상당한 규모의 시설투자와 신공장 준공을 이루었다. 그러면서 기존 작업공간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신설공장으로 이전시키고(이도 신설공장에 충분한 인력은 아니었다) 기존작업장에서는 훨씬 줄어든 노동력으로 작업을 하도록 종용하였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갑자기 늘어난 작업량에 상당한 불만을 나타냈으며 노동조합에서는 ‘월 200시간의 살인적 잔업’ 호남정유 노동조합 노보, 8·9호, 1995년
에 대해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강도 강화는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전반에서 발생한 것으로 연대를 토대로 한 집중적인 저지투쟁이 있어야 할 사안이었지만 노동조합들은 대체적으로 임단협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대화의 창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으로 선회했고 즉각적인 현장에서의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이러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95년을 기점으로 몇몇 재벌 그룹내 기업에서는 경영합리화를 이루기 위해 인사·조직제도 개악안을 들고 나왔다. ‘신인사제도’의 병폐와 문제점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 노동조합 집행간부들은 물론 현장의 조합원들까지 신인사제도 저지투쟁에는 힘차게 결합했다. 이러한 투쟁의 성과로 어느 노동조합에서는 일단 기업에게 백기를 받아낸 바도 있고 여천의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노동조합과 호남정유 노동조합은 95년을 신인사제도 저지투쟁의 해로 선포했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사측의 인사제도 개악의도에 맞서 싸웠다. 이렇듯 사활을 건 싸움에 대림산업의 경우는 1년이 넘는 대치상황으로 사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철회의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호남정유의 경우는 일단 유보한 상태이다.
또 어느 노동조합은 싸움의 과정에 있기도 하다.

조합원의 거의 대다수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고 사택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주택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으며 또한 타업종보다 상대적 고임금을 받고 있다고 사측으로부터 온갖 이데올로기를 주입당하고 있는 이들 여천의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은 이제는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 기업들은 과잉투자로 인해 발생한 경쟁격화의 결과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수익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혹사하는 각종의 제도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노동강도는 날로 강화된다. 장기근속자들은 고용의 위협을 느낀다. 차라리 기업이 주는 압력을 견디느니 조기퇴직을 하는 것이 나을 것도 같다고 하소연한다. 늘어만 가는 하청이나 용역사원의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본기업 노동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노동조합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단시기에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지만 여천지역은 물론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직을 건설하고 발전시켜가기에 좋은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에 여천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의 주요 정책 과제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안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이 필요하다. 노동조합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민주성이 관철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민주성은 노동조합이 진정한 조합원 대중의 조직임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필자가 참여관찰한 노동조합의 경우 위원장이나 교섭위원이 조인권을 가지고 교섭에 임하고 있다. 이는 교섭과정에 있어 교섭위원들에게 재량권을 폭넓게 부여해 교섭위원들의 교섭력을 증대시키지만 다른 한편 교섭결과에 조합원들이 어느정도 동의하는지 알 수 없게 한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라도 절차적 민주성을 훼손시키는 노동조합의 활동방식은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일상사업을 강화하여야 한다. 연구대상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의 활동은 아직까지 임단협에 주요한 사업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임단협시기에 함께 병행되고 있는 조직강화사업은 독자적인 프로그램으로 존재하고 있지 않다. 한편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시기 이후에 노동조합의 활동은 일정한 소강기에 접어드는 것이 예사이다. 이같은 구조를 형성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가장 크게 지적되는 것은 임단협을 제외한 일상사업에 대한 문제의식의 결여와 조합원 대중이 임단협투쟁 이외의 사업과 투쟁에는 관심도 없고 관여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하는 노동조합 집행부의 성급함이다. 일상사업의 강화를 위해서는 일단 부서사업의 활성화와 집행이 필요하다. 부서상근체계의 미비로 인해 현재의 수준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교육사업의 활성화, 투쟁사업의 일상화, 작업장 안전 및 산재예방을 위한 활동, 더 지평을 넓히면 업종연대, 지역연대,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에의 주체적 참여 등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현장 소모임에 대한 지원을 확장하는 활동영역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조합의 집행력이 제고되어야 한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 노동조합이 겪고 있는 문제 중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은 바로 집행역량의 절대적 부족이다. 노동과정상의 교대작업, 파편성, 개별성 등은 보다 많은 상근역량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전혀 충족되고 있지 않다. 게다가 상근역량을 보조할 수 있는 반상근역량이나 기간별 상근역량 또한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기껏해야 단체협약상에서 명시하고 있는 전임자수는 2~3인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반상근이나 기간별 상근에 대해서도 교섭기간중 교섭위원에만 허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으로는 노동조합 집행력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렵다. 교섭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사․정책수립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일정한 상근역량이 투입되어야만 한다.
넷째, 작업장 민주화 및 경영참가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인사․조직제도에 대한 문제나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문제 등도 결국은 노동현장에서의 노동자소외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직무 배치, 승진, 임금, 작업량의 문제, 작업시간의 문제 등은 노동자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배타적으로 관철되어 왔다.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결코 노동자들이 의욕을 가지고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며 작업을 할 수 없다.
다섯째, 산별지향의 노동조합 연대가 필요하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이 갖는 콤비나트 시스템의 특성이 노동조합 활동에 새로운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지역과 업종을 넘어선 연대가 노동조합활동의 종국적인 지평이겠지만 현실의 조건에서 여천이나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에는 동일한 업종이 밀집하고 있다는 특성을 이용한다면 이들 지역내 노동조합간 연대는 곧 업종연대, 지역연대의 의미를 갖게 된다.
여섯째, 노동조합 활동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여천지역의 노동조합활동은 아직도 임·단협투쟁 이외의 다른 사업에는 눈을 돌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여천을 구성하는 대다수 시민이 여천공단내 노동자들의 가족이고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환경, 물가, 세금, 교통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노동조합은 기업의 환경오염행위 비판활동과 작업장의 작업환경개선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교통문제, 지방 자치단체 활동의 감시 비판 등의 활동도 가능할 것이다.

여천지역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업종의 노동조합운동의 역사는 짧긴 하지만 여천공단내 노동조합도 이젠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노동조합에서 이전 노동조합 집행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노조’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사례가 있으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노동조합 등 진보적인 노동조합이 참여하여 ‘전석노협(전국 석유화학 노동조합 협의회)’을 건설, NCC업계(에틸렌제조업계) 업종연대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더디긴 하지만 어려운 조건하에서 서서히 노동조합활동을 강화시켜 가고 있는 여천지역 노동조합의 활동은 앞으로 우리 노동조합운동에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노/정/연

1996-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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