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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민주적 계급적 발전을 위하여

현장에서 미래를  제1호
김세균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을 위하여

김 세 균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준비위원,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계급적 착취와 억압에 기초해 있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를 모든 사회적 억압과 착취가 사라진, 일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연대적 평등사회로 전환시킴에 있어 노동자계급은 가장 일관되고 발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힘이다. 노동자계급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잠재력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이 요구된다.
노동운동의 민주적 발전이란 노동운동이 어디까지나 기층 노동자대중의 힘에 의거하고 그들의 요구와 바램을 대변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계급적 발전이란 노동운동이 자본과 자본주의 사회의 유지와 재생산을 총괄하는 국가 및 자본 중심의 사회발전을 옹호하는 모든 부르주아적 힘에 대해 명백히 저항하는 계급적 힘으로 성장해 가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운동의 이러한 민주적․계급적 발전에 우리 사회는 물론 인류 전체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지배층은, 다른 자본주의사회의 지배층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관계의 발본적인 변혁을 추구해 나갈 잠재력을 지닌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최소한의 생존권과 사회적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그러한 단결을 더 이상 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그들은 노동운동을 자본주의적 질서에 순응하는 자본 종속적인 운동으로 한정시키기 위해 온갖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자본운동의 국제화 등에 의해 사회적 관계의 세계적 연관이 고도로 확대․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노동을 자본운동의 국제적․세계적 무한경쟁 논리에 확고히 종속시키려는, 노동에 대한 자본 및 부르주아세력 전체의 공세는 실로 치열하고 전면적이고 다각적인 것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남한국가체제의 수립과 한국전쟁 및 군부독재정권의 수립 등으로 인해 노동자, 민중운동의 성장을 가로막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조건 속에서 그간 노동운동의 발전이 지체되어 왔다. 그러나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1970년대 후반기에 이르러 민주노조운동은 새롭게 태동하였고, 1980년대 초․중반기에는 ‘노학연대’ 등에 기초해 민주노조운동의 성장이 이루어졌으며, 1987년 7,8월의 노동자 대투쟁 이후로 노동운동의 대중적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이에 힘입어 오늘날 한국의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위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산별체제로 이행하고 민주노조운동의 명실상부한 새로운 전국적 구심체를 건설할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노동운동은 현 시기에 이르러 자신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새로운 전환기에 처해 있는 한국 노동운동의 성장에 이론적․정책적으로 기여할 목적으로 건설된 연구조직이다. 이 연구조직을 통해 우리는 한국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에 요구되는 이론과 정책을 생산하기 위해 미력이나마 우리의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계급성․현장성․전문성’의 확보를 우리 연구소 활동의 기본지침으로 삼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연구활동을 부르주아적, 또는 제3자적 관점이 아니라 명백히 노동자계급의 관점,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해방의 관점에서 수행할 것이며, 노동자계급의 일시적이거나 부분적인 이해가 아니라 근본적이고 계급 전체의 이해에 복무하는 연구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연구가 현상에 붙잡힌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적인 내적 연관을 파헤치는 것이 되는 동시에 대상에 대한 추상적 진리가 아니라 구체적 진리를 지향하는 것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현장에서 땀흘리면서 일하는 노동자 대중의 요구와 바램을 반영하는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우리의 연구결과를 그들로부터 검증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우리의 연구성과가 노동자 대중이 승인하고 스스로 주장할 수 있는 투쟁의 무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서서 계급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지만 계급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다른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이론과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의 연구소 조직을 연구활동에 종사하는 ‘연구원’과 노동운동의 일선에서 활동하는 ‘현장회원’ 및 ‘일반회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연구원 조직 역시 대학 등에서 활동하는 ‘학술연구자’와 현장에서 활동하는 ‘실천연구자’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록 연구소 조직이라는 한계를 지니지만, 그 한계 내에서라도 연구소가 이론과 실천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속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연구활동 사업을 중심으로 삼으면서 연구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다른 사업들도 수행해 나가려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연구소 조직이 한국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에 이론적․정책적으로 기여하는 조직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일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연대적 평등사회로 전환시켜 나감에 있어 노동운동이 실천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은 오늘날 엄청나게 산적해 있고 실로 벅찬 것들이다. 그러한 과제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모든 실천적․이론적 역량의 총단결과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에 비해 그러한 노동운동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우리 연구소의 힘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을 우리는 깊히 자각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활동을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연구역량들의 공통된 노력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그러한 모든 역량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연구소 활동이 역사를 진전시키는 작은 힘들 중의 하나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연구소 활동에 대해 많은 노동자대중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하면서 그들의 격려와 비판을 우리 연구소 활동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임을 약속드리는 바이다.

1995-07-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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