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현장에서 미래를 > 연재-기획 > 목록보기 > 글읽기

 
‘고용 이데올로기’가 노조운동에 미친 영향 (3)
 - 현대자동차 사례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미래를  제117호
김경근

117_기획_김경근.hwp 117_기획_김경근.hwp(86 KB)

‘고용 이데올로기’가 노조운동에 미친 영향 (3)
- 현대자동차 사례를 중심으로


김경근 / 한노정연 연구원, 연구위원회



<글 싣는 순서>

1. 들어가며
2.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현장의 변화
1) 사측의 공세
2)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조합원들의 변화 (이상 115호)
3)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활동가들의 변화(상)(116호)
4)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활동가들의 변화(하)(이번호)
3. 역대 집행부활동을 통해 살펴본 ‘고용이데올로기’의 변화 과정(다음호)


4) 고용이데올로기에 의한 활동가들의 변화(하)

(2) 활동가가 조합원에게 미친 영향

앞에서 본 것처럼, 98년을 계기로 조합원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버렸다는 걱정이 많다. 아마도 현재의 상황을 대단히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말일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처럼 많은 사안들에 있어 활동가들이 조합원의 정서에 의해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가지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되는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현재의 상황은 조합원에게 활동가들이 일방적으로 영향 받은 결과일까? 그렇지 않다. 활동가들은 단순히 조합원에 대한 방치나 방관과 같은 문제 회피적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문제점들을 악화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가) 활동가들의 잘못된 활동으로 인한 신뢰 상실
조합원들의 활동가들에 대한 신뢰의 상실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활동가들 스스로의 변질과 원칙 상실의 측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노동조합 차원의 신뢰 상실뿐만 아니라 활동가 개개인의 지향성과 투쟁성에 대해서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05년도에 제기된 입사비리 문제로 크게 부각되었지만, 이러한 금전적 문제뿐만 아니라 활동 전반에 대한 신뢰 상실과 연관되어 있다.

[실노회 신문, 03.02.26] “지금 노동조합 간부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각종 선거에서 표를 구걸하고 당선만 되면 임기동안 회사와 조합원 사이를 오가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적당히 해결한다. 노동조합의 각종 의결 기구에서 의결된 사항이 마치 누가 보고라도 한 듯 금방 정보가 회사 측에 누출되고… 빨간 조끼만 입으면 정문은 아무 때나 통과할 수 있도록 회사 측은 방치하고 있고… 조합원들도 이젠 활동가를 존경하지 않는다.”
[공동 소위원회, 05.04.13] “언제부터인가 대의원은 야간 근무를 하지 않고 특혜를 누리는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 모사업부는… 대의원 당선되고 장갑 끼는 것 못 봤다는 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자주노동자회 유인물, 05.06.02] “윤리강령 제정으로 대의원들의 특혜를 차단하고 현장활동을 혁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대의원 야간 근무하기, 회사와 술 안 마시기, 각종 회의결과 조합원 보고하기 등 하나씩 바꾸어야 한다.”
[공동 소위원회, 05.06.08] “대의원들은 선거 때에만 투사가 되고… 당선되면 작업장에도 투쟁 현장에도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인 근태 문제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각종 합의를 소위원, 조합원의 참여 속에서 합의하고, 합의서는 공개해야 한다.”

즉 조합원들의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에 대한 신뢰 상실은 98년의 패배나 그 이후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점 등의 커다란 사안에서부터, 활동가들의 일상적 활동과 개인적 지향성의 문제와 같은 미시적 사안까지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최근 부각되고 있는 대의원들의 근태문제를 비롯한 일상적 활동의 문제는 조합원들의 즉자적 반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조합원과 활동가들의 일상을 의도적으로 분리하려는 사측의 공세에 활동가들이 제대로 대처를 못해 생긴 것들이다.

(나) 활동가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 물량과 잔업・특근 확보
많은 활동가들 역시 조합원들처럼 고용안정이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인식이 ‘고용이데올로기’의 한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활동가들 역시 98년의 패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또한 역시 ‘물량이 곧 고용’이라는 왜곡된 관점을 가지게 된다. 활동가들마저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물량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회사와의 관계에 있어 물량 확보를 위해 다른 것들을 양보하게 되는 결과로 드러나고 또한 더 나아가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물량이 곧 고용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물량 확보 투쟁과 신차 확보 투쟁에 조합원들을 매몰시키는데 일조해 나간다. 활동가들 스스로 왜곡된 물량확보의 논리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고용안정에 대한 활동가들의 인식과 조합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 조합원들 정서에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 고용인데요. 이 고용에 대한 내용은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유포한 측면이 굉장히 강해요… 원래는 8시간도 못하는 상황이 와야 고용불안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조합원들이 가지는 고용불안의 실체는 기존에 하고 있던 내용에서 임금이 줄게 되면, 현재 하고 있는 총 노동시간이 줄게 되면 바로 고용불안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생각이 굉장히 잘못되어 있지요. (대의원 Y-1)
회사는… 항상적인 위기설을 조합원에게 주입하는 거죠. 이것에 덧붙여…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덩달아 조장한다… 노동조합활동가나 대의원 소위원 현장조직들은 위기의 근거로 한 공장에서 특근이 6개 있었는데 다음달에 4개로 줄었으면 벌써 불안하다고 하는 거에요. 특근이 하나도 없으면 ‘위기 심각하다’고 하고 4공장처럼 잔업마저 없으면 ‘대대적인 고용위기가 눈앞에 와있다’고 이야기를 해요. 조합간부나 활동가들이 그래요… 무의식적으로 고용이라는 화두로 조합원을 몰아넣고 있는 거지… 이 속에서 조합원들은 ‘내가 언제 짤릴지 모르는데 연대투쟁이 당장 뭐냐’ 그런 거죠… 회사가 노리는 것은 그것이고… 조합원들의 심리가 모든 문제가 고용문제로 직결되니까 활동하는 현장 제조직들도 조합원들의 관심과 표를 의식하기에 조합원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쪽으로 자극하고 건드리죠. (소위원 P-1)
노동조합도 위기다 라고 그래왔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뭐 이것이든 저것이든 못 막으면 다 죽는다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고용이 어떻게 변해서 죽고 임금이 어떻게 변해서 죽고, 해외생산이면 어떻게 죽고, 진보 정치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해결하지 않으면 정규직 다 죽는다고 얘기한다. 문제는 그걸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위축되는 방식으로 가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으로 간다. (임원 K-2)
활동가들 책임이 큽니다. 활동가들이 만들어가고 쉽게 젖어들어 가는 거죠. 내 물량을 지키는 거에 내 공장 일 좀 하는 거에 활동가들이 매몰되어 있다. 노동조합은 크게 뭉치자고 이야기하면서도, 협상할 때는… 자기 선거구만 챙기려고 한다. (대의원 S-1)
활동가들이 문제인데 부서 합의서 써오는 것이 월 특근 몇 개 보장 그런 거다. 마치 특근을 따오지 않으면 고용이 불안한 것처럼, 특근을 따온 것이 엄청 대단한 것으로 내세우고 있다… 합의서 보면 월 특근 몇 개 보장, 10-10을 보장한다는 합의서를 쓴다… 생활도 좋아지지만 더불어 일 많으니까 짤릴 일은 없다는 안정감을 느낀다는 거다. (임원 L-1)
[공동 소위원회, 05.03.14] “인도에서는 제 2공장을 신설하여 투산도 생산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투산 생산이 본격화될 시 5공장이 고용불안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에서 상용차 합작이 본격화되면 전주공장과 4공장은 문을 닫아야 하는 판국이다. 미국 공장이 가동되고 신차 생산이 이루어지면 아산공장과 2공장이 고용불안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터키 공장 증설로 … 1공장 또한 고용불안으로 직결된다… 이것은 98년도 대량으로 감행된 정리해고 구조조정보다 더 위력적이고 교활한 신 구조조정이다.”

이러한 활동가들의 인식은 필연적으로 고용 문제 외에 노동시간 증가, 노동강도 강화, 신규 충원 미비 등의 문제를 쟁점화 시키고 막아내는 투쟁을 벌여나가는데 제약이 된다.

회사가 물량이 없다, 8-8로 가야한다, 한달 정도 휴가를 가야한다 뭐 이렇게 하면 어떤 싸움을 해도 회사에서 가자는 데로 가거든요. (대의원 Y-2)
[노동자의 길, 02.05.07] 과로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잦은 장비고장 등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빈번한 잔업과 특근 때문이다. 이는 차가… 잘 팔리고 조합원들의 자발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 근거 속에 묵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하청투입의 제도화와 연동되어 나타나는 것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일이다… 사측은 주도권을 잡고 잔업 특근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의 길, 02.08.14) “지금 전 공장이 철야 특근으로 밤을 새고 있다… 각 사업부별 공장장에게 경쟁 심리를 조장하여 생산량 달성에 순위를 매겨 미달성 사업부 공장장은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집행부에서는 각 사업부 특성에 맡겨 사업부 대의원회에서 알아서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건강권을 포기하고 과로에 목숨을 걸도록 하는 아주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동조합이 이렇게 휴일 특근 철야를 부추기는 양상은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 01년 울산공장에서는 총 19명의 과로사가 발생하였다… 올해도 벌써 7명의 조합원이 과로사로 목숨을 잃었다.”
[자주노동자 신문, 03.10.22] “1공장의 U/P 상승과 관련하여 회사와 협의 중 또 한명의 조합원이 과로사로 사망함으로써 올해 1공장에서만 2명이 과로사로 떠났고, 현장의 노동강도는 날로 더해만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사측은… 오로지 생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조합원이야 죽던 말던 UPH를 올려 차를 한 대라도 많이 만드는 것만이 사측의 관심사이다… 생산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 볼륨업을 하자는 사측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 1공장 대의원회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노동의 희망, 03.11.05] “생관 2부 조합원이 과로로 쓰러져 중태인 상황이다. 2공장의 경우 지난 9, 10월달 철야 특근 현황을 보면 단 하루의 휴일도 없다. 토・일 철야 특근을 연속적으로 강행해왔다… 조합원들은 철야특근은 조합원 자율을 빙자한 강요라고 말한다. 대의원회서 특근 결정하고서는 현장에서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라 하는데, 내가 빠지면 동료들이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철야특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 자율을 빙자한 강요의 특근은 거부되어야 한다. 그리고 철야특근을 인정해주는 것이 사업부 대표나 대의원의 능력의 기준이 되는 현실을 끝내야한다.”

활동가들은 고용안정 투쟁으로서 물량 확보 투쟁과 신차 확보 투쟁에 나서게 된다. 물량을 많이 따는 것이, 자신의 공장에 신차를 들여오는 것이 조합원을 위한 길이고 바람직한 활동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에쿠스 같은 곳은 12년차 되는 사람들이 월급 가져가는 거 보니까 100만원이 안되더라… 고용불안을 느낄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거로 어떻게 먹고 사나… 공장끼리 같은 동기들 연봉 비교하면 많게는 천만 원 차이가 난다… A공장에서는 B공장에 잔업이라도 하게 물량을 달라고 하고… C공장에서는 B공장 물량 나눠서 하자고 대자보 붙이고, B공장 조합원들은 상관없다고 무시하고… 노노갈등으로까지 비춰지기도 하고요… C공장 대의원들은 자보 붙이고… 물량 이관 하라고 유인물 뿌리고. (대의원 A-2)
[노연투 신문, 03.11.20] “4공장 소형 버스부는… 현재 1만 4천여 대의 재고를 확보하고도 억지춘향격인 철야를 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그레이스 차종 광주공장 이관 시부터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의원회는 향후 불어 닥칠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막아내고자 본관 점거 농성도 전개한 결과 대체차종으로 2공장 생산차종인 트라제를 구걸하면서 투입하였다… 사측은 중장기적 생산계획으로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의 희망, 04.03.25] “4공장 조합원들이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02년 말 대의원과 아무런 협의 없이 스타렉스가 터키공장으로 물량이 이관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휴가를 가야할 판이다… 4공장 대의원과 소위원들은 물량확보를 위한 대책위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단체협약 32조에 따라… 해외로 이관된 물량은 다시 반입되어야 한다.”
[자주노동자 신문, 04.04.07] “3공장의 경기 조건을 따져보았을 때 조기에 신차를 투입해야 함에도 회사는 아직 신차투입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현장의 요구도… 신차를 조기 투입하여 3공장이 겪고 있는 판매부진으로 인한 심각한 물량부족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지금 대체로 물량부족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사업부의 경우 신차투입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점을 볼 때 신차 투입요구는 정당한 요구라 할 수 있다.”
[엔진소위원회 04.04.29] “엔진공장 고용위기가 닥치고 있다… 엔진생산이 향후 2년간 현재의 생산대수를 유지하거나 줄어들 계획인데… 이것을 방치한다면 2년 이내에 심각한 고용위기 닥칠게 뻔하다… 물량을 지켜내고 고용을 지켜내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자주노동자 신문, 04.05.19] “승용 3공장의 물량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업부 간 물량의 부익부 빈익빈이 너무나 차이를 보이고 있어 피부로 느끼는 고용불안의 정도는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물량부족으로 인한 고용불안은 전적으로 회사의 책임이며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줘야 한다.”
[민노투 신문, 04.09.08] “4공장 조합원들이… 수개월째 8+10 근무형태가 계속되고 있다… 4공장 고용안정대책위가 구성되어 단협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4공장 물량부족 사건의 발단을 보면, 지난 2000년 그레이스 차종을 기아 광주공장으로 이관할 당시 사측은… 신규모델 투입을 약속했으나 일방적으로 신차 개발을 취소하였고, 02년에는 수출물량을… 일방적으로 터키로 이관했다… 사측이 이 문제에 대해 진정 책임지는 자세라면 8+10의 근무형태가 계속 이어져서는 안된다… 사측은… 타 사업부에 대해… ‘4공장을 봐라. 일이 있을 때 특근 등 열심히 일을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왜곡된 관점은 투쟁의 와중에서도 잔업 특근을 계속하는 모습, 투쟁을 하면서도 사측의 생산계획은 모두 달성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노동자의 길, 03.11.04] “지난 금요일 1공장 대의원회는… 토요일 철야 특근 실시를 전격적으로 결정하였다… 기존 입장을 선회하여 급박하게 철야특근을 인정한 것은 설득력이 없는 결정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인원이 부족하여 업체인원을 투입하는 등 조합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오류를 범하였다. 또한 전국의 수많은 노동형제들이 노동탄압에 맞서 죽음으로 항거하는 시점에 목요일 하루 잔업을 거부하고도… 철야를 함으로 인해 잔업거부 투쟁을 스스로 위축시키는… 우를 범하였다.”
[자주노동자 신문, 04.12.01] “11월 16일 총파업 투쟁이 부분파업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집행부는 27일 28일 특근을 했다. 투쟁하면서 특근했다는 소리는 투쟁을 억지로 했다는 소리와 동일하다… 이 말은 투쟁을 안하겠다는 소리와 동일하다…”
[노동자의 길, 05.03.22] “지난주 3공장 대의원회는 치열한 논쟁 끝에 철야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잔업을 끊은 사업부 대표가 고소고발 되고 강병태 소위원이 해고가 결정되었음에도 철야를 강행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 철야는 재고 비축 철야로서… 투쟁해야 할 시기에 철야를 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 할 수 없다.”

이제까지 살펴본 모습들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주 40시간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연간 3,000시간에 육박하는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주간연속 2교대제나 노동시간 상한제, 특근 거부 추진 특근 거부에 관련해서는 다소 상반된 주장도 존재한다.
[자주 노동자 신문, 03.11.05] “현장에서의 선전문과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점점 조합원들이 실리만 원한다라고 하면서… 조합원들이 가지는 서글픔과 비참한 마음을 모르고 조합원들을 돈만 밝히는 실리주의자로 왜곡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과로사로 내몰고 특근으로 내몬 것은 활동가들의 지도력 부재와 미래가 없는 정체된 활동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돈만 밝히는 실리주의자가 아니라 활동가들이 나태해진 것이다.”
등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어떠한 의미 있는 성과도 찾아볼 수 없는 까닭은, 고용안정은 곧 물량확보라는 인식, ‘물량이 없으면 당연히 정리해고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전면적으로 맞서서 깨지 못하는 활동가들의 상황과 연결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활동가들의 활동 방식은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사측의 현장 통제 전략, 즉, 잔업・특근을 시혜적으로 ‘베풀거나’, 혹은 고분고분 하지 않으면 ‘뺏어버림’으로써 물량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관리하려는 전략에 대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노동자의 길, 04.04.14] “작년 3공장 조합원들은 주말에도…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했다. 또한 일이 많을 때 한 푼이라도 벌어놔야, 나중에 일거리가 없고 회사에서 내팽개치더라도 최소한의 준비를 위해 죽을 둥 일을 했다. 사측은 조합원들의 불안한 심리와 주말 특근에 맞춰진 생활임금을 이용하여 생산물량이 없다는 핑계로 17대 대의원들을 시험하면서 현장을 사측이 원하는 대로 만들려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이용하여 사측이 물량을 조절할 경우 파업 한번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대로라면 사측에 의하여 눈치도 채지 못하고 현장권력이 잠식당할 것만 같다.”
[민노투 신문, 04.09.22] “지난 8월 회사는… 유인물을 통해 인원은 충분히 투입했는데 생산은 하지 않는다며… 놀자판 사람들로 몰아부쳤다. 더불어 잔업 특근이 회사로부터 폐기되는… 생산포기가 단행되었다. 이로 인해 조합원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결국 대의원회는 투싼 전용생산에 따른 추가 인력 투입과 컨베어 수당에 대해 자신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게 합의하게 되었다.”
[5공장 대의원회, 05.07.05] “사측은 안전사고로 인한 라인 정지에 대한 어떠한 면책합의도 없다며, 5명의 대・소위원들이 고소 · 고발, 손해배상,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5공장 전체 조합원들에 대해 잔업과 특근을 취소하겠다며 협박했다.”

또한 굳이 사측의 전략이 아니더라도, 특근이나 잔업의 필요성 때문에 투쟁이나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도 만들어지게 된다.

단체협약에 체결되어 있는거랑 상관없이 회사가 하고자 하는 정책들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 인제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거죠. 활동가들하고 조합원들이 엄청나게 큰 사건인거는 인식을 하는데, 어떤 투쟁이 벌어지고 이러면… 특근을 끊고 좀 있음 잔업을 끊고 이러기 때문에…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고용이데올로기’는 결코 조합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활동가들도 똑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며, 활동가들이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는 문제이다. 특히나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조합원들의 고용을 위한 활동가들의 치열한 투쟁이나 헌신적인 활동은 의도와는 별개로 오히려 고용이데올로기를 악화시키는 결과로 드러나기도 한다.

(다) 비정규직 문제
현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활동가들은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또한 이러한 노력들은 최근 상당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으며, 대의원들이 오히려 조합원들의 의식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고용에 대한 내용은 노동조합이 활동가들이 유포한 측면이 굉장히 강해요… 대의원이 나서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달라고 주장하는 예도 많아요. 고용을 지킬 수 있다고 본거죠. (대의원 Y-1)
모듈 외주화 관련해서 정규직과 상관없다는 이유로 비정규직들을 잘라내는 상황이 있었어요. 대의원들이 합의해 준건데, 집행부도 개입할려면 할 수 있었는데 막지 않았다는거죠. (대의원 Y-2)
회사가 비정규직이 우리들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활동가들 전체가 조합원을 조직해서 열 명 단위로 토론을 가지고 하면 효과가 있을 텐데 그렇게 안하고 있죠. (대의원 P-1)
회사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면 직영자리 다 짤린다고 선전한다. 우리는 거기에 맞서 이론을 펼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교육을 시키면서 논리를 강화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그렇게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교육이 4시간씩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피치가 다운되면 정규직만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되고 비정규직은 갈 수가 없어요… 회사가 그런 이데올로기를 사용하면 난감하다. (대의원 K-1)

이처럼 활동가들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조합원들, 그리고 조합원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도록 선동하는 사측에게 무기력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의 요구를 즉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증가하도록 만들고 있다. 조합원과 활동가 모두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활동가 핑계를 대고 활동가들은 조합원 핑계를 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사이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획책하는 진짜 주범인 자본은 갑자기 없어진 듯한 양상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라) 활동가들의 조합원들 실리화 경향의 가속화
앞서 조합원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가능한 한 임금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하고, 임금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 조합원들의 실리화 경향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활동가들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조합원들이 그렇게 변한 것은 활동가들 잘못이예요. 임단투를 하면서 매번 돈 잔치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돈만 많이 받으면 된다. 그리고 공장별로 물량문제에 대해서도 그랬다… 98년 이전에는 몸 편한 공정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현대자동차의 임금체계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현대자동차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이 대단히 낮고 할증률은 대단히 높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잔업과 특근을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서 개별 노동자의 임금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문제는 이런 조건임에도 역대 집행부들은 이러한 임금체계에 대한 개선 노력보다는 오히려 성과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긴 하지만 노동조합과 활동가의 잘못이 커요. (대의원 K-1)
임원선거 때 공약집 들여다보면… 그 때 각종 제조직 신문 보면… 돈 얘기고… 완전히 스포츠신문이다… 변동급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임단협 타결 시점 되면 알 수 있다… ‘돈을 많이 따오는 우리 집행부가 최고다’ 그렇게 주장해왔다… 대의원회가 특근을 결정하고 돈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런 욕구를 총족시키면서… 조합원들이 예전에는 부끄러웠던 거였는데, 이제는 죽는 사람이 있어도 지금은 정당화해주니까 조합원들도 특근을 안하면 대의원 죽일려고 하지요. (임원 K-2)
활동가들이 예전과 같은 경제투쟁을 계속하면서 활동가들과 조합원이 동반상승하는 그런 노동조합활동을 게을리 했다고 봐져요. 98년 상황과 그 후 활동가들의 안일한 대처가… 좀 개인주의화되고 이기주의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사안사안의 투쟁에서 분열되고 분화되고, 파가 많은 것이 질곡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있다고 보고. (임원 Y-1)

비정규직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임금의 문제에서도 활동가들은 조합원의 왜곡된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것이 임금상승률이든 성과급 확보든 잔업 특근의 확보든, 활동 성과는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돈을 많이 안겨주느냐로 결정된다. 문제는 그것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활동이 낮은 기본급과 높은 변동급이라는 임금 체계를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그러한 자신들의 활동 자체가 노동조합의 조직적 힘에 긍정적인 영향 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계속)

2006-02-27 18:08:32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