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현장에서 미래를 > 연재-기획 > 목록보기 > 글읽기

 
조선업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2)
 비정규직 노동조건과 건강실태5

현장에서 미래를  제117호
공유정옥

기획

비정규직 노동조건과 건강실태5
조선업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2)


공유정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


<글 싣는 순서>
I. 조선산업 노동시장의 현황과 변화
II.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1 (이상 지난호)
III.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2: 고용 형태 및 근로 계약(상)(이번호)
1. 고용 형태
2. 근로 계약 방식
3. 고용 불안
4. 임금 구조
5. 노동 시간 및 노동 강도
IV.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2: 고용 형태 및 근로 계약(하)(다음호)
V. 조선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실태와 건강권 확보 방안



III.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2:
고용 형태 및 근로 계약(상)

1. 고용 형태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는 고용 형태에 따라 공식 하청과 비공식 하청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식 하청이란 하청업체에 고용되어있는 경우를 말한다. 공식 하청노동자는 원청업체로부터 출발하여 몇 단계의 간접고용 상태인가에 따라 다시 일차 하청, 이차 하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차 하청노동자란 사내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을 말한다. 이차 하청은 사내하청업체에 인력을 파견하는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이중의 하청 구조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비공식 하청이란 말 그대로 공식적인 고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하는 형태로서 “야리끼리” 등 여러 종류의 은어로 표현된다. 이들은 주로 숙련된 노동자를 중심으로 팀을 이루어 일정량의 작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단기간 고용되며, 물량을 따라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사내하청 노동 시장 집단적으로 이동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들은 원청으로부터 직접 일감을 맡기도 하고, 하청업체가 도급받는 업무 중 일부를 재도급 받기도 한다.

2. 근로 계약 방식

근로계약은 공식 하청과 비공식 하청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공식 하청노동자 중에서도 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되는 일차 하청노동자들은 대개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는다. 1년이 지나면 하청업체에 의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다. 그러나 공식 일차 하청노동자들이라고 할지라도 근로계약서 작성은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에 담긴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며, 심한 경우에는 빈 종이에 서명만 하고 나머지 계약 내용은 하청업체에서 일방적으로 작성하고 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사무실에서 알아서 안하겠습니까, 자기들이 알아가지고. (계약서는) 보고 그냥 싸인만 하고, 읽지는 않고, 보통 대충보고 그렇죠. 계약방법은 맨투맨. (대우조선 사내하청노동자)

공식 하청노동자 중에서도 사내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된 일차 하청노동자들과 달리 중층의 하청구조 속에 고용된 2, 3차 하청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비공식 하청노동자들 역시 근로계약서가 없다.

그런데 하청에 하청은 근로계약도 없고, 들어와 일하라면 하는 거죠. (대우조선 사내하청노동자)
이 사람들은 이중 계약을 한 거예요. 용역업체하고 하청업체에 이중계약을 하고 그 업체 출입증이 나오지만, 사실은 그 업체 소속이 아니죠. 용역업체 소속인거고. 용역업체에 용역비를 지급하고, 그리고 단가도 좀 약하고… 어떤 업체는 120명 중에 80명이 그런 이중계약이고. 조선에는 그런 형태보다는 때려먹기라 그래서, 팀장들이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거예요. 어떤 물량을 띠기까지. 그래서 그때까지는 출입증은 허위 출입증으로 하고. 그 회사에는 소속이 아닌거지. 소속이 아니고 한마디로 단가 맞춰서. 그래 이 사람들은 중공업 인원 현황에도 잡히지 않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3. 고용 불안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만성적인 고용 불안을 느낀다. 현장의 작업량이 서서히 줄기 시작하면 조만간 일을 못하게 될 것을 예감하고 불안을 느끼며, 현장의 물량이 많더라도 언제 일거리가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지낸다.

불안하죠. 언제 짤릴지보다는 내가 진짜 솔직히 가족같이 소속감이란 게 들하니까...고용은 불안하죠. 이 회사가 언제 무너질지, 원청으로부터 언제 퇴출당할지 내가 뭐하는 것보다는 위가 하청이니까. (대우조선 사내하청노동자)
처음에는 있을라며는 조금 오래 있을라 했는데… 올해부터는 여기 경기가 안잡혀요… 인제, 모르겠어요. 이게 이 일을 할지 아니며는… 이게 지금 장가도 가야 되는데, 갑갑하죠. 장가도 갈라 하니까, 이젠 또 경기가 안좋아가지고 지금 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니까 인제 혼자서 애만 태우는거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4. 임금 구조

1) 임금 결정 구조

조선 사내하청노동자들은 하청업체로부터 임금을 받기 때문에 임금 지급의 직접적 주체는 하청업체이지만,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는 원청업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기본 시급과 일당을 제외한 수당 등을 원청업체에서 직접 지급하기도 한다.

하청업체가 지급할 수 있는 임금의 총액은 결국 원청업체로부터 받는 기성금(도급 대금)의 범위 내로 제한될 수밖에 없으므로, 원청업체는 하청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의 총 수준을 결정하는 셈이다. 그동안 국내 조선산업 자본들은 세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건비를 강력하게 제한하는 전략을 채택하여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왔다. 실제로 한국 조선공업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에 비하여 열등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박 수주량이 급증하게 된 원인은 낮은 인건비와 철강재 가격 때문이며, 특히 인건비 수준이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생산 비용의 절감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라 한다.

이러한 원청업체의 인건비 압박 전략은 하청업체들에 대한 수직·종속적인 관리·통제 체계 속에서 ‘(원청사에 의한)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하도급대금의 감액’, ‘하도급대금의 미지급’, ‘부당한 경영간섭’, ‘산재사고처리비용의 전가’, ‘우천에 따른 손실비용의 미지급’ 등의 불공정 거래를 통해 더욱 강화된 형태로 표현되고는 한다. 동남발전연구소, ‘조선 및 관련산업의 하도급거래 형태 및 실태분석’, [조선업분야에 있어서의 하도급거래 공정화 추진방향], 2002.


한번은 △△기업이라는 업체에서 소급분이 안나왔어요. 성과급 소급분이 안나와가지고 왜 소급분을 안주냐… 업체는 ‘중공업(원청)에서 안나왔다’ 얘기를 했고… 그래서 이 사람이 직영에 운영지원부, 하청업체 관리하는 데, 거기를 가서 소급분이 안나왔냐 했더니 ‘기성에 포함해서 소급분을 지급했는데 도대체 누가 안준거냐, 데리고 와라’ 이렇게 나온 거죠. 돈을 안주었다고 항의했는데 소급분을 기성에 포함해서 지급이 되었다고… 이게 약점이예요. 원청에서는 소급분을 기성에 포함시켜서 준거구요, 기성은 그 수준에서 나온 게 아닌거죠. 그래서 사장은 이건 소급분을 준 게 아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 거고… 그래서 사장은 회사(원청)에서 안나온 거라 하고, 회사는 기성에 다 포함해서 준 거라 하고… 이런 식으로 자금을 압박하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원청업체가 임금 총액 수준을 제한하는 와중에 하청업체 사업주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소화해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하청업체 사업주의 이해관계는 공식적으로는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개별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며, 비공식적으로는 각종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거나 중간에서 착복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개별적 임금 결정 방식은 같은 직종, 같은 업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라 할지라도 숙련의 수준이나 하청업체에 대한 충성도, 친밀도 등에 따라 업체가 임의대로 서로 다른 규모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한 업체 내에서 하청노동자의 시급이나 일당을 계산하는 방식은 공식적으로 통일되어 있지만 실제 시간당, 공수당 지급되는 금액의 수준은 하청노동자들마다 서로 다르며, 공식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이 임의로 결정된다. 따라서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초봉이나 기본급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개별 노동자들의 능력이나 숙련도를 하청업체에서 임의로 판단하여 임금을 결정한다.

(임금 수준 설정 기준이 뭐예요? 개인이 그냥 업체에 직접 일대 일로 쇼부를 치는 거예요?) 예 그런 거예요. 보통 ‘(일당이) 얼마 정도 되야 일하지, 안그러면 일 못한다’ 그러면, (업체에서) ‘아 그 정도는 못준다, 조금만 까라’ 그러죠. 저도 그런 식으로 했고. (만족하는가?) 사람이 어찌 만족하고 삽니까. 그냥 잠깐 뭐, 일이 바쁠 때는 참 티껍고 이러는데, 일이 안바쁠 때는 ‘어유 내가 뭐, 좀 덜 쓰지, 술 한 잔 덜 먹지’ 이러구.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이런 식으로 임금을 개별화시킴으로써 하청업체는 보다 손쉽게 낮은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같은 업체나 같은 직종에 종사한다고 하더라도 하청노동자들이 임금 수준에 대한 단일한 요구나 단체 행동을 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하청업체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결정하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사업주가 요구하는 바를 더욱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게다가 물량에 따라서도 임금 수준을 조정하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로서는 ‘벌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에 의하여 아무리 높은 수준의 노동강도라도 업체가 요구하는 만큼 수행해내지 않을 수 없어 하청업체에 대한 종속성이 한층 강해진다. 한마디로 하청업체는 개별화된 임금 결정 구조를 통하여 하청노동자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조선 하청 노동시장에서의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고 숙련도가 비교적 높은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와 일대 일로 임금을 협상하여 임금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

뭐 조금 그라인더 몇 년 했다 이러면 에이급이라고. 초짜는 십만 오천원이나 뭐 이정도 되고, 나머지는 뭐… 그것도 수당을 좀 더주는 사람이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수당을 좀 더주고,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리에… 개인적으로 총무하고 협상을 한 거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때로는 이러한 개별적 임금 협상이 아니라 작업팀이나 특정 직능과 같이 보다 집단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임금 협상 경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숙련 노동자가 주도하여 태업 등의 단체 행동을 통해 임금 협상의 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누가 그런 집단행동을 시작하나요?) 일단 조장선들이죠. 조장들이 호스를, 그라인더는 호스에 끼워가지고 에어를 연결해서 그라인딩을 하는데 ‘호스 말아서 꺼라’하면 그냥 그럴 정도로 파워들이 쎄지요… 누가 ‘나가자’ 이러면 뭐 점심시간에 다 나가가지고 술집에 가 있는다거나, 이러면 총무가 뒤늦게 쫓아나와서 ‘너네 왜, 뭐가 불만이냐’ 이러면서 그 자리에서 협상이 이루어져서 한다거나, ‘마음대로 해라’ 이런다거나.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물량이 터진다”라고 표현되는 시기, 즉 작업량이 많은 시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작업량을 완수해야 하는 시간적 압박과 노동력에 대한 수요도 매우 높기 때문에 일정 수준으로 임금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작업량이 적고 이에 따라 노동시간이 감소하여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총액 수준이 낮은 경우에는,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 시도가 실패하는 일이 많다. 이런 시기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몇 명의 하청노동자를 대체할만한 값싼 노동력을 언제든지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나가자’ 이러면 뭐 점심시간에 다 나가가지고 술집에 가 있는다거나, 이러면 총무가 뒤늦게 쫓아나와서 ‘너네 왜, 뭐가 불만이냐’ 이러면서 그 자리에서 협상이 이루어져서 한다거나, ‘마음대로 해라’ 이런다거나. 이런 경우가 여기뿐만 아니라 ○○에서도 많이 있었다고 하구요. 최근에 여기 같은 경우는 한 업체가 집단적으로 한번은 조퇴, 한번은 태업, 말은 태업이고 개긴 거지요 일 안하고. 이런 경우도 있는데, 그때 같은 경우는 워낙 물량 압박이 심하니까 다 줘요… 물량이 많고 지금 빨리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바로 쫓아와가지고 ‘알았다, 임금 올려주겠다’ 이렇게 하고, ‘누가 나쁜 놈이다’ 이러며는 ‘알았다, 조치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할 텐데. 지금 같으면(물량이 없으니까) ‘그래? 그러면 가라’ 이러지요. ‘우리도 돈 없고, 배째라’ 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근데 일당이 처음부터 계속 똑같아요. 아니, 지금은 처음보다 더 내릴 판이라니깐요. 일이 지금 많이 그러니까… 사람이 많은데 어디 더 줍니까. 사람이 적고 일은 많으며는 더 줄 수밖에 없고. 일은 없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더 적게 줄 수밖에 없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또한 아무리 물량이 많은 시기라 하더라도 임금을 실제로 인상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당장 다음 달에 물량이 없어져 실업 상태에 처하게 될지 모르는 고용 불안 상태에서 그나마 일감이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 하면서 하루라도 더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두어야 하는 절박함 때문이다.

대부분 ‘터지면 가만 안둔다’ 이러는데… 물량이 터지면 그때는 가만 안둔다는 거죠. (아, 다들 벼르는 거로군요) 여기 중공업이 작업 공정에 따라 밀리는 거라서, 물량이 많을때는 한도끝도 없이 많아가지고 잔업하고 철야하고 이러며는… 사람들은 ‘물량 터졌을 때 한번 튕겨야 된다(돈 벌어두어야 한다는 뜻)’ 이렇게 얘기하고, 또 물량이 없을때는 ‘물량 터질 때를 두고 보자’ 이렇게 얘기하지만, 또 끈질기게 살아남을 이런 거를 보게 되지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드문 경우지만 하나의 작업조 혹은 팀 수준보다 큰 규모로 동일 직종의 하청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임금 인상을 위한 단체 행동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다음은 2003년도 모 사업장에서 일당이 급감한 데 대하여 파워 그라인더공 2백여 명이 대규모로 파업을 벌이고 사내하청 노동조합을 통한 공동의 교섭을 결정하였으나 결국 임금 인상에 실패한 사례이다.

원래 A급 일당이 15만원에서 20만원 사이였는데, 작년 겨울 지나면서 올초까지 물량이 (줄어들면서) 일률적으로 11만원으로… 그래서 일당제 파워그라인더 형님들이 움직여서 3일, 4일동안 점심시간 이후에 조퇴를 하고, 공원에 모여서 집회 형식으로, 요구안을 해서 회사에 요구하는 식으로 반복했구요. 총 2백여 명 정도가 모였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위 사례에서 각 하청업체들은 개별적으로 서로 다른 임금안을 내놓아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를 분산시켰고, 동시에 파워 그라인더공이 담당하던 직무 일부를 다른 직능으로 옮겼다. 고용 자체가 불안해진 파워 그라인더공들은 더 이상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없었고, 임금 인상 투쟁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 4일째 날, 업체별로 어떤 데는 우리 업체는 12만원 줄테니까 참가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 끝난 거죠… 처음에 업체가 11만원 깨진 데가 있었고, 아예 얘기를 안한 데가 있었고, 다른 업체만큼 준다는 데가 있었고, 오히려 뭐 처음부터 12만원으로 전체 업체가 다 그랬으면 뭉치기가 좋은데 그런 게 아닌 거죠. 몇몇 업체가 먼저 선두로 해서 쓰러졌고, 전반적으로… 첫날부터 인제 회유하고 압박 들어가고 이러니까… (그렇게 해서 임금을 올렸나요?) 아니요. 다 뒤통수 맞았지요. 예전에는… 조인트를 파워그라인더공들이 갈아가지고 했는데, 전체를 샌딩을 줘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그 일이 샌딩으로 넘어가고… 파워 그라인더는 일이 없는 거예요. 일이 없으니까 몇개 팀은 거제도로 가고, 남은 사람들도 다른데 뭐 다 용역되고 없으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견디고 있는거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이처럼 하청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임금 수준을 요구하고 달성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앞의 사례에서 그 이유를 찾아본다면 (1)수없이 많은 소규모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되어있고 여러 직종이 혼재되어 있는데다가 임금 결정 구조마저 개별화되어 있어 임금에 대한 요구를 집단화시키기 어렵고, (2)만성적인 고용 불안과 저임금 구조로 인하여 강력한 임금 투쟁을 지속할 만한 경제적 기반조차 갖지 못하고 있으며, (3)불평등한 노사 관계 속에서 임금 수준은 물론 업무량이나 업무 내용도 사업주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고 해고가 자유로우며, 노동3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노동조합을 통한 임금 협상이 불가능하고, (4)실질적으로 이러한 불평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2) 임금 지급 체계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체계는 크게 일당제와 시급제로 구분되며, 시급제의 변형으로 직시급제가 있다.

가) 일당제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을 기본적인 1공수로 보고 일당을 지급하되, 점심시간 1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일당 계산에서 제외한다. 일당을 1로 보았을 때 오후 5시까지는 1시간 일할 때마다 10퍼센트씩 지급하고 오후 5시를 넘어 6시까지 일할 경우에는 20퍼센트를 주기 때문에, 만일 일이 적거나 일찍 끝마쳐서 오후 5시까지 일하게 되면 0.8공수로 계산하여 하루 일당의 80퍼센트만을 받는다. 또한 평일에 2시간 추가 근무를 하면 1시간이 추가될 때마다 일당의 15퍼센트를 지급하고, 이러한 계산법은 주말이나 휴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일당제 하청노동자는 적게 일할수록 손해를 보고 많이 일할수록 임금의 증가 폭이 커지기 때문에 자연히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는 임금 체계라 할 수 있다. 또한 작업량이 많은 시기와 적은 시기의 임금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일당제 노동자는 물량이 많은 시기에는 상대적인 고임금을 받고, 물량이 적거나 악천후로 인하여 일을 하지 못하는 시기에는 매우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경제적 불안정 상태에 처하게 된다.

나) 시급제
시급제는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기준으로 하루 노동시간만큼 비례하여 시급을 지급한다. 오후 5시 이후 잔업을 할 경우에는 연장 가급이 추가되어 매시간 시급의 1.5배를 추가로 받는다. 밤 10시 이후 다음날 새벽 6시까지는 시간당 50퍼센트의 야간 가급이 더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야근을 하면 매시간 시급의 2배를 받는다. 주말과 휴일에는 좀더 이른 시간부터 연장 가급이 추가되기 때문에 평일에 일하는 것 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조선소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철야 근무를 하면 다음날 연장근무수당 8시간 분을 추가로 계산해주는 반면 하청노동자들에게는 다음날 오전에 근무를 해야지만 연장 근무 수당을 지급해주고 있었다. 이런 경우 하청노동자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무리한 근무 조건을 감수하게 된다.

정규직의 경우 탑재부서에 극히 일부 철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다음날 근무하지 않더라도 OT를 8시간 달아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OT를 안달아 주기 때문에 임금보전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철야하고 그 다음날 낮 12까지 근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우조선 사내하청노동자)

따라서 시급제 역시 일당제와 마찬가지로 하청노동자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오래 일하도록 유인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시급은 일당에 비하여 임금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의 유인효과가 더욱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다) 직시급
직시급은 시급제의 변형된 형태로서, 시급제에 비해 시간당 임금이 높게 책정된다. 그러나 제 수당과 퇴직금이 시급에 포함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연장 근무에 대한 수당 등 시간급 이외의 법정 임금은 전혀 붙지 않는다. 따라서 언뜻 보면 시급제에 비하여 임금이 높아보이지만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임금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갖는다.
일부 조선소에서는 인건비를 더욱 줄이기 위하여 일당제를 직시급제로 대체한 바 있다. 일찍이 통영지방노동사무소에서는 대우조선 사내하청 S기업에서 이러한 직시급제가 근로기준법 위반임을 인정하여 주차, 월차, 휴일근로수당, 유급휴일수당 등의 체불을 인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불법적인 임금 체계는 아직도 여러 하청업체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급은 시간당 6,500원인데 OT(오버타임;연장근무수당)붙고 하는데 반면 직시급은 하나의 편법이지. OT 안붙고, 시간외 수당이 안 붙고, 무조건 시간당 11,000원씩 고정돼 있고, 같은 건데도 자기가 어떤 임금을 받는냐에 따라… 시간이 가면 직시급은 시간을 많이 하면 할수록 손해고 적게하면… 일하는 시간은 똑 같은데 강도 이런 건 똑 같은데 업체사람들이 그 직시급을 받으면 퇴직금 이런 것들 제외가 되고 연월차도 없고 내가 받는 건 있는데 다른 혜택이란 거, 적용을 못 받는거죠. 그런 차이가 있죠. 우리도 일단 가져가는 돈이 시급보다도 직시급하면 돈은 많이 가져가거든요. 어딜 가면 시급을 선택하지 않거든요. 직시급이나 하루 일당 8시간, 8만원 이건 또 OT가 붙으니까… 삼호중공업에서는 일당을 잘 안쓰거든요. 돈이 많이 나가니까, 그러니까 직시급을 많이 쓰고. (삼호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3) 임금 수준 및 임금 구성

가) 낮은 임금 수준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얻을 수 없지만, 비슷한 경력의 원청업체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대략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산업연맹, ‘금속산업 비정규직 백서 1호 사내하청비정규직 차별과 노동탄압사례집’, 2004년.

같은 년수에서 치면 연봉은 정규직은 4천 넘고, 7-8백에서 심지어 돈 천만원 정도. 제 기능으로 따지면 저는 용접은 A급이거든요. 2천만원은 안되고 15-1600만원, 천만원이상 차이가 난다. 정확하게 직영들이 얼마 받아가는 줄 모르니까. (삼호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이들의 임금 구조나 수준은 일당제, 시급제 등 임금 지급 체계에 따라 서로 다르고, 동일한 지급 체계 내에서도 개별 노동자마다 달리 책정되어 있다. 일당제는 시급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시급제는 4대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신 임금 수준이 낮다. 직시급제는 시급제에 비하여 시간당 임금이 높지만, 고정 시급으로 적용되어 각종 수당이 없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건 기본 시급이나 일당과 각종 수당 및 사회복지 등을 포함한 총 임금의 수준은 정규직 노동자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원청업체의 임금 억제 전략과 맥락을 같이 하는 총 임금 수준의 저하는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의 임금 구조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경력에 따라 엄청 차이가 크고. 잘 받는 사람이 직영의 전체 평균보다 약 80프로 정도… 연봉 따지며는, 다른 조건 따져보면 차이가 엄청 큰데, 임금만 따지며는 80프로 정도.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
세금 떼고 월 120에서 130정도. 기본급 240시간×3800원에 수당200원, 일하는 시간은 밥시간 빼고 10시간 야간때는 11시간(저녁에 출근), 잔업은 거의 다 한다. 안하면 돈이 안되니까… (대우조선 사내하청노동자).

시급의 경우 초임은 3,700원에서 6,000원까지 있고 고시급의 경우 한달 임금 수준은 잔업, 특근, 야간 노동까지 합해도 2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모 조선소 사내하청노동자는 한달 평균 320시간을 일하면 세금 전 월급으로 18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임금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시급제는 주로 미숙련 노동자나 여성 노동자들에게 적용된다.

저는 시급으로 임금을 받습니다. 1시간 당 5,500원인데 한달 240시간 기본으로 근무하면 기본급 126만원이 지급받습니다. 잔업을 할 경우 기본 시급에 350원이 추가됩니다. 그래서 임금을 많이 받기 위해 더 많이 일을 하려 합니다. 전체 총 평균 월급은 세금을 안떼고 180 만원 내외 정도 받는데, 이 경우 평균 320시간 정도 근무한 것으로 됩니다. (대우조선 사내하청노동자)
그러니까 시급 안하지. 근데, 시급을 하는 사람이 또 있어요. 시급은 짤릴 일이 없으니까. 시급은 맘대로 못자르잖아. 고용보험 들어가고 뭐 이러니까는… 뭐 아르바이트 쉽게 때릴 수 있는 이런 일들. 잡일, 솔직히 ‘선 땡겨라’ 이러면 선 땡길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이 시급을 한다)… 시급 사천 얼마 이러믄 애들 눈 벌개져 가지고 오지. 걔네들은 스물 대여섯 살 하겠지. 아줌마들도, 아줌마들도 다 시급이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나) 임금 수준의 개별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이 갖는 또 한 가지의 중요한 특징은 임금 수준의 개별화이다. 이들의 임금 수준은 일당, 시급, 직시급 등 임금 체계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동일한 임금 지급 체계 아래에서도 개별 노동자에 따라 임금 수준에 큰 차이를 보인다. 그 이유는 노동일 당, 노동시간 당 지급되는 금액이 사람마다 개별화되어있기 때문이다.

뭐 조금 그라인더 몇 년 했다 이러면 에이급이라고. 초짜는 십만 오천원이나 뭐 이정도 되고, 나머지는 뭐… 그것도 수당을 좀 더주는 사람이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수당을 좀 더주고,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리에 해놓은게, 제가 그만둘라고 하니까, 옆반에 한반장이 저 사람 그만두면 내가 인제 다른 사람 안받는다, 딴 회사 받겠다 이 지랄 하니까, 그러니까 수당을… 남들 하는 거 봐갖고 딱 못박았죠. 일일 수당이 아니고 이십 만원으로… 개인적으로 총무하고 협상을 한 거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임금 수준 설정 기준이 뭐예요? 개인이 그냥 업체에 직접 일대 일로 쇼부를 치는 거예요?) 예 그런 거예요. 보통 '얼마 정도 되야 일하지 안그러면 일 못한다' 그러면, '아 그정도는 못준다, 조금만 까라' 그러죠… 저도 그런 식으로 했고… (잘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좀 받죠. 한달로는 똑같애, 한 이백 받는데. 근데 일당으로는 좀 받지, 한 십만원 정도 받지.근데 지금은 십만원 안 줄 거예요, 한 구만원 정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다) 임금의 불안정성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갖는 또 한가지의 중요한 특성은 임금의 불안정성이다.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기후가 좋지 않아 작업이 원활치 못한 시기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며, 이런 경우 월급과 달리 일당이나 시급은 당장의 수입을 급격히 감소시키게 된다. 따라서 조선산업 하청노동자들은 “적금 같은 것은 들 수도 없다”고 말할 만큼 불안정한 경제적 상태에 처하게 된다.

저는 한 200 정도(이번 달 수입). 요번 달엔 좀 맑았지만 저번 달에는 또 비가 와 갖고… 그렇게 일해서 삼십 일씩 했으면 뭐 떼돈벌게… 조금 벌면 월 백 사십. 많으면 한 이백 사십 나오고… (제일 문제는 인제 당장 다음달, 내년, 계획이 안나오는게 제일 문제겠네요.) 네. 그래 인제, 모르겠어요. 이게 이 일을 할지 아니며는… 이게 지금 장가도 가야 되는데, 갑갑하죠. 장가도 갈라 하니까, 이젠 또 경기가 안좋아가지고. 그래갖고 지금 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니까 인제 혼자서 애만 태우는거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라) 시간급 중심의 임금 구성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구성은 기본 시급이나 일당에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이 더해지는 정도이며, 상여금이 포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나의 업체에 근무하는 고용 기간이 1년을 넘기 힘든 하청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상 연차·월차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시급받는 사람들은 연월차 적용이 되는데 직시급이라던지 일당이라던지 그걸 받는 사람들은 연월차 적용이 안됩니다… 직시급을 받으면 퇴직금 이런 것들 제외가 되고 연월차도 없고 내가 받는 건 있는데 다른 혜택이란 거, 적용을 못 받는거죠. (삼호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일당은 아예 이 월차라는 개념 자체가 적용이 안되는 거구요. 좋은 업체들은 수당하고 퇴직금 주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일당은 그런 거 없는 거로, 퇴직금도 포괄임금제로 일당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뭐 노조 만들어지고, 요구하고, 요런 과정들 속에서… 이런 것들 요구하는 싸움들이 간간히 있죠. 근데… 오히려 돈안내고 좋다 이러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거 뭐하러 하냐 이러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일당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퇴직금은 대개 1년 이상을 근무한 경우에만 지급되는데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직하기 때문에 실제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며, 수차례의 이직에도 불과하고 퇴직금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 퇴직금이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근무 기간보다 축소하여 퇴직금을 산정하는 일도 있다.

대부분 업체에서 주는대로 받고. 그게 엉망으로 하는 건데, 실례로 우리 업체는 12월 31일까지만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계산한다, 우리 업체는 3월 1일을 기준으로 해서 퇴직금을 준다 이렇게… 박아놓는 건데, 그렇게 해놓고 안 주지요, 나머지 달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먼저 퇴직금 받은 사람들 보면 다들 불만이 많더라구요. 1년 딱 되며는 1년간의 그걸 지급을 해주고. 예를 들어서 1년 5개월 하다가 그만 뒀다 퇴직금 받으며는 딱 1년치, 고것만 주고… 월급 명세서를 보며는 총 지급액이 있고 갑근세, 주민세 떼잖아요, 그리고 실수령액이 있고. 요 실수령액에서만 딱 계산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지원수당 5천원 이런 거는 다 빼고. 그리고 여기서는 퇴직금을 주면서도 세금을 또 뗀다는 거예요. 월차 쓴것도 다 뺀거예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이와 같이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임금 구조는 저임금과 개별화, 불안정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임금의 구성에서도 연·월차나 상여금, 퇴직금 등의 혜택으로부터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있거나, 형식적으로는 포함되더라도 실제로 하청업체 사업주에 의해 부당하게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5. 노동 시간 및 노동 강도

1) 노동 시간과 휴일

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최소한 10시간에서 물량이 많을 때는 평균 12~14시간에 이른다. 임금을 시급이나 일당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월 노동시간을 기억해내기도 하는데, 많을 때는 380시간, 적을 때도 320시간 정도라고 한다. 이는 한달 30일 중 4번의 일요일을 제외하고 26일간 일한다고 칠 때 하루에 11시간에서 14시간 정도를 일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하루 평균 노동시간을 질문하였을 때와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기업에 있을 때는 시간지원 가갖고 평균 350시간씩 했는데 한달에, 어떨 때는 한 3백 7-8십시간, 평균 해가지고 350시간… 토요일은 다섯 시까지요. 전체적으로 특근 하는 날은 빠지면 안되니까.(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365일 중에 한 330일은 일했을거예요. 쉬는 날이 별로 없었어요. 거의 일요일날 일 있다 하면 거의 다했죠, 지금까지는. 울산 와가지고 쉬는 게 삼십일밖에 없었다니깐요 일년 동안.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일이 많을 때는 오후 12시 넘을 때가 있고, 간혹 철야 작업을 해야하지만 업무량이 없을 때는 5시에 어쩔수 없이 가야 됩니다. 한달에서 3주 정도는 물량이 많은 편이고, 약 1주 정도는 물량이 작은 편입니다. 철야의 경우 약 한달에 한번정도 일을 하게됩니다. 철야의 경우 8시 출근해서 그 뒷날 아침 7시까지 근무합니다. 잔업을 할 경우 기본 시급에 350원이 추가됩니다. 그래서 임금을 많이 받기 위해 더 많이 일을 하려 합니다. 전체 총 평균 월급은 세금을 안떼고 180 만원 내외 정도 받는데, 이 경우 평균 320시간 정도 근무한 것으로 됩니다. (대우조선 사내하청노동자)

노동시간은 개인의 특성이나 업무 내용에 따라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물량에 따라 요구되는 노동시간이 얼마나 긴가 짧은가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장시간 노동은 여성 하청노동자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하청노동자는 자신이 본 여성 하청노동자들도 한 달에 300시간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하청노동자의 눈으로 볼 때도 가사 노동과 조선소 일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감동했다”고 표현할 만큼 조선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을 감내하고 있다.

아줌마들 되게 부지런해요. 난 그래 일하는 사람 못봤다. 남자들 일하는 거 두 배. 아니, 두 배는 좀 그렇고, 한 1.2배 정도. 남자들 담배피는 시간이 있고, 남자들은 좀 게으른데, 아줌마들은 부지런하고. 나 그 사람들 보고, 와아, 감동했다. 조선소에 아줌마들, 여기 도장부 아줌마들하고 일하는 거 보면 와아… 아침에 또 애들 밥주지, 아저씨들 밥 차려 주고 나오지, 같이 출근하는데. 와, 그래가지고 3백 시간씩 일하더라구. 3백 시간씩. 적어도 한 백오십 넘게 받을 거야. 돈 꽤 되잖아, 우리 돈으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하청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이 개인적 조건을 불문하고 공통된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노동자 스스로 잔업을 할지 말지, 특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음을 뜻한다. 한마디로 물량이 많을 때는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고, 물량이 적을 때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또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월차를 쓰는 것조차 자유스럽지 못하며, 심지어 이에 대해 원청업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제가 지원반을 갔었거든요. 근데 제일 문제가 뭐냐면, 몸도 안좋고 이러면 전화해갖고 뭐… 용접사(정규직) 같으면 수시로 ‘아 나 몸살나가지고 오늘 못나간다’ 이러는데… 제가 만약에 월차를 가게 되며는 우리 업체에서 한 사람이 대신 지원을 가요. 그런데 제가 하는 것보다도 일을 반도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원청업체에서) 월차 내는 거를 싫어하는 거죠. 월차를 내려면 그거는 업체에게다만 얘기하면 되는 건 아니구요. 저는 몸이 아파갖고는 한번도 못 내봤고, 쉬고 싶어도 못 내봤고, 제 개인적으로 시골에 볼일이 있거나 할 때는 토요일날 올라와서 일요일, 그… 월요일날 하루 냈었어요. 근데 그거를 되게 싫어하더라구요. 지금 월차는 여덟 번? 일년에.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2) 노동강도 및 피로도

(1) 피로도

이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기 때문에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은 귀가 후 바로 곯아떨어지며,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일상적인 교류는 거의 가질 틈이 없다.

일과 후 거의 잠이죠. 일상생활이란 건 생각하기도 힘들고 마트가는 것, 시장가는 것도 힘들죠. 평균잡아 14시간 안으로 밤 12시, 11시까지 허다하게 새벽에 집에 들어가고 새벽에 다시 출근해야하니 일상생활은 꿈도 못 꾸죠… 잠밖에 안 잔다니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잠밖에 안 잔다니까… (삼호중공업사내하청노동자)
처음에 되게 힘들었어요. 한달 동안 출근해갖고 일하고 돌아와서 자는 게 일이었어요, 저녁 먹고. 한달 동안은 맨날 퇴근하면 얼굴이 붉어져 있었어요, 상기돼 가지고. 본래 제가 잠도 많고 게으른데, 하여간 한달동안 거의 아무 것도 못했던 것 같아요, 자고 출근하고, 자고 출근하고.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자)

(2) 최대 작업량

서로 다른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노동자 개인이 느끼는 작업량의 수준에 대하여 질문하여 노동강도의 수준을 간접적으로 조사하였다. 먼저 ‘최대 작업량’, 즉 현재 하고 있는 작업량을 100이라고 보았을 때 최대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를 작업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이에 대하여 하청노동자들은 ‘더이상 노동강도를 올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들은 술을 끊기도 하고, 동료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일부러 피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지만 다음 날의 노동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것만 해도 솔직히 거의 반죽음이라고 봐야 돼요. 마치면 잠밖에 안자는데...더 올라가면 니 나가 죽으라는거죠. 저는 술을 안합니다. 왜 안하냐면, 다음날 출근하지 못할까봐. 힘이 드니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솔직히 술을 끊었습니다.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서… (삼호중공업사내하청노동자)
지금 최선을 다해 우리가 쏟을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양은 다하고 있거든요. 지금 현재 여기서 1%라도 더 올라가면 다 죽습니다. (삼호중공업사내하청노동자)

(3) 적정 작업량

하청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노동강도가 증가하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몸이 이만큼 피곤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현재의 노동강도를 얼마나 낮추어야 하는지, 즉 적정 작업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물었다. 응답 내용 상으로는 최소 20%에서 최고 50% 정도를 낮추어야 건강을 상하지 않고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4) 사회적 작업량

‘사회적 작업량’이란 노동자가 신체적 피로를 간신히 면할 수준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원만히 가질 수 있을 만큼의 작업량을 뜻한다. 이를 위해 얼마나 노동강도를 낮추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조선 하청노동자들은 현재 노동강도보다 약 40-60% 정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계속)

2006-02-27 18:21:43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