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6년 교육정세 전망:
교육 시장화와 교육복지의 혼돈
이철호 / 범국민교육연대 사무처장
I. 정치·경제적 상황
1. 지자체 선거 :
지배세력간 합종연횡, 지역발전논리와 교육공공성의 충돌
5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노무현 정권의 하반기 국정운영을
가늠케 할 바로미터다. 2004년 탄핵국면에서 반짝 회복하긴
했지만 그 이후 재보궐 선거에서 연이은 참패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은 지배세력의 권력재편의 큰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집권여당은 정동영과 김근태의 복귀를 통해
지방선거 준비체제에 돌입했으나 반한나라당 정서에 기댄
민주당, 국민중심당, 민노당과의 제휴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학법 장외투쟁을 계기로 보수우익을
결집시켜 10년만의 정권 재탈환을 노린다. 민주노동당에게
있어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중요하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지방의회 진출에 총력을 다 하겠지만 이를 위해 광범위한
대중들의 지지를 꾀할 것이다. 즉 민주개혁세력과
민족주의세력까지 아우르는 지지층을 결집하려 할 것이기에 당의
계급적 기반은 그 성격이 불분명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선거를 전후로 열린우리당 내 일부 세력과 시민운동과의
‘민주대연합’이라는 질서재편이 현실화됨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연합과 통일연대를 중심으로 민족주의진영이
단일전선체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지방자치선거가 교육부분에 의미를 가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노무현 정부 들어서 가속화된 지역발전논리와
교육시장화의 결합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시장의 효율과
경쟁의 이데올로기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횡행하고 있다.
이는 교육과 의료를 영리산업화하고 부동산개발정책의 일환으로
학교정책이 추진되는가 하면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대학의
학문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지자체 선거 국면에서 지역발전으로
이유로 이런 흐름이 노골화될 것이다.
2. 신자유주의 정책 확대·심화
정부기관이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대체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5%대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소비심리 회복과 중국의 고성장
지속으로 대미·대중 수출이 호조세를 유지할 것이며, 유가와
환율의 불안정성도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소득증대 및
가계부채 감소로 민간소비가 증가할 것이며, 설비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회복’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다. 기업들은 정규직을 적게 뽑고 비정규직을 늘려
채용하며, 노동 강도를 강화하여 막대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높은 청년실업난을 겪으며 삶이
피폐해져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5% 경제성장률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에서 알 수 있듯
노동유연화의 제도화를 통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완성하겠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권은 ‘2006년 경제정책 운영방향’에서
‘규제합리화, 노사관계 선진화, 서비스부문 규제완화 등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중소기업과
금융부문에서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구축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필연적인 결과로서,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결국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과 진배없다.
1) 서비스시장 개방 가속화
지난해 말 홍콩 WTO 각료회의는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뤄냄으로써 꺼져가던 WTO 체제의 불씨를 살려주었다. 우선
올해 12월까지 DDA 협상을 끝낸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2월말까지 복수적 양허요청서를 제출하고 7월말까지 2차
수정양허안을 제출하며, 10월말까지 최종양허안을 제출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또한 농업분야에서는 2013년까지 EU와 미국의
농산물 수출보조금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또한 서비스분야에서는
‘양허안·양허요청안 협상을 강화하고 가속화하고’,
‘실질적인 개방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양자간 협상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모드별 협상’, ‘부문별 협상’ 등 ‘복수적
협상방식’이 합의되었다. 복수적 협상이란 복수의 국가가
상대국 특정 서비스분야의 개방을 집단적으로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양자 협상방식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개도국들이 양허안 제출을 계속 유보하자 보다 강력한
수준의 자유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대국들이 도입한 방안이다.
즉 강대국들이 집단적으로 특정 국가의 특정 서비스 사유화를
강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 한국
등 복수적 협상방식 주창자들은 새로운 협상 방식을 기반으로
통신과 금융 등 부문에 대해 제3세계로부터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얻어내 시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는 교육과 의료, 물과 에너지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집단 공격’을 받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과 맞물려 국내적으로는 ‘서비스시장
선진화’를 위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노무현은 신년연설에서
“대학교육과 의료서비스는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적
측면을 감안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개방하고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며, “선진국들은 질 높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도 대학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서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
경제자유구역, 각종 특구 등을 비롯한 지역에 규제를 철폐하여
공공서비스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2) 한미 FTA
WTO와 같은 다자간체제 속에서도 국가간 혹은 지역간
자유무역협정 FTA의 체결은 확장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2007년까지 최대 50개국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2006년 2월 3일 한미 FTA체결을 위한 협상이 워싱턴에서
선언되었다. 양국 FTA 협상단은 서울과 위싱턴을 오가며 협상을
벌여 2007년 3월 협상을 타결할 방침이다. 한미 FTA는 앞으로
10년간 단계적으로 양국간 교역 품목의 90%이상을 무관세로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수출도 늘고, 투자도 늘고, GDP도 늘고, 해서 선진경제로 진입할
것이라 한다. 정말 그런가?
진행과정을 보면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어 주기에는 너무나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렇게도 국익이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예상의 아리송하기만 하다. 통상체결 절차의 하나인
공청회조차도 열지 못했으며, 공청회도 거치지 않은 채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
나아가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미간 주요 통상 현안들에 관해
일방적인 항복을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FTA협상 개시
조건으로 2003년 말 광우병 파동이후 금지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했고, 한국정부는 지난 달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고, 스크린쿼터를
당사자와의 아무런 협의 없이 반동강 내버렸다.
한-칠레 FTA는 포괄적인 전 분야의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부문협정임에도 불구하고 협상개시부터 협상완료까지 3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한미 FTA의 협상 대상은
공산품·농산물·서비스·투자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고,
1만개가 넘는 교역 품목별로 관세 양허안을 협상해야 한다.
사전에 공동연구가 진행된 바도 없다. 그런데 11개월 만에
끝내겠다고 한다. 이정도면 졸속이라는 평가조차도 과분하다.
정부도 농업부문은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FTA 체결 시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생산액 감소액은 쌀을
제외하면 2조, 쌀을 포함하면 8조 8천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농업총생산이 20조원 정도인데 이의 10% 또는 45%의 생산이
준다는 것은 알면서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공황을 넘어서
세계경제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될 것이다.
특히 농업분야에서 약 8만5천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측의 기대대로 일자리가 10만개 창출된다고
하더라도 그 실제 증가는 만5천개에 불과할 것이고 그나마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농촌 붕괴는
사회양극화를 더욱 확대하고, 농민들은 대다수가 도시로
이주하면서 도시빈민이나 비정규 노동자로 살아 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왜곡과 고용 불안이 가중될 것은
이미 분명하게 예정된 길이다.
3) 고용불안과 빈곤의 대중화
지배세력들이 내놓는 경기회복 전망은 구조조정의 심화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민중들의 삶이 나아질 리는 없다. 이에 따라
고용불안과 빈곤의 심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취업자 가운데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감소하여 17%에 불과하다.
연령별로는 40대가 27.7%, 50대가 16.2%, 60대가 10.7%로
노동인구의 고령화와 청년실업난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노동인구의 고령화는 곧 비정규직화를 의미한다. 즉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일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이들은 주로
일용직, 단순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2005년 8월 현재 전체
노동자 1,497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840만 명(56.1%)이며, 약
80%가 10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에 취업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5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들의
임금을 100으로 본다면 100인 미만 업체 취업자의 임금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 비정규직의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밖에 안
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716만 명에 이르며,
금융채무로 인한 금융피해자(신용불량자)가 400만에 이르지만
모든 책임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져 있다.
II. 신자유주의 교육재편 가속화:
시장화·개방화 공세의 강화
빈곤과 비정규노동의 증가로 인한 소득의 양극화는 소비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득권층의 해외 소비의 행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주요한 양상이 교육과 의료이다. 부와
권력을 재분배하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교육은 기득권층이
차별적인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노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교육을 개방해야 한다거나,
교육이 서비스 산업이라는 논리로 교육의 공공성을 파탄내고
있다.
집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노무현 정권은 서비스분야의 개방을
더욱 확장하고자 한다.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을 필두로
국토개발이란 미명 아래 각종 자유화 특구가 넘쳐나고 있으며,
이것이 전국적으로 확장되면서 자본의 자유화를 위한 국내
규제철폐는 확대될 전망이다. 이것이 갖는 실질적 의미는
외국자본의 유치보다는 국내 공공서비스의 시장화다. 정부가
추진해왔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교육운동진영의 거센 반대로
쉽사리 진척되지 못하던 상황에서 개방 대세론과 불가피론을
내세우며 시장화정책을 우회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1. WTO 교육개방 - 자발적 자유화
노무현 정권은 WTO 체제의 충실한 하수인으로써 굴종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며 양허계획을 착착 진행시켜왔다. 이에 따라 올
2월말, 7월말, 10월말로 예정되어 있는 추가 양허안 제출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시킬 것이다. 자발적 자유화 조치의 일환으로
이미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완료가 되었으며, 상반기 내에
제주도특별자치도법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실패에 따른 공교육의 부실을 시장화 정책의 불가피성으로
치환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고 있으며, 개방문제를 일부
지역의 사안으로 쟁점을 격하시켜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교란시키고 있다.
또한 GATS의 원칙상 일단 한 번 개방 약속을 하면 점차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렇게 미리 자발적으로
시장화 조치를 취해놓으면 시장화된 영역은 GATS의 협상 대상에
포함되어 버린다. 즉 원칙적으로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서비스는
GATS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공적 공급(국공립학교)과 사적
공급(사립학교와 같이 민간자본이 설립운영하는 학교)이
공존하거나, 공적 공급이라 하더라도 상업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수업료를 학생이 부담)에는 GATS의 협상 대상이 된다.
따라서 정부가 규제철폐를 통해 공교육체제에 경쟁기제의 도입과
사적 자본의 진출을 허용하게 되면 이 모두가 개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미 FTA에 의한 교육개방이 가져 올 결과는 파괴적이다.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은 협정을 체결한
국가간에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 및 무역장벽을
완전히 철폐함으로서 마치 하나의 국가처럼 자유롭게 상품,
서비스를 교역하게 하는 협정이다. 이는 무엇보다 교육이 사회적
권리가 아니라 상품의 영역에 두게 한다.
정부는 교육을 개방하여 상품으로 교역하는 것이 국제적인
대세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방의 사례라고
제시하고 있는 싱가포르, 홍콩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초·중등교육 개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의 여러 나라는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무상으로 공교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 교육개방에 적극적인 나라는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영어 수출국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한미 FTA는 개방의 날개를 다는 것이다.
한미 FTA로 교육개방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미국의 교육과정이
미국인 교사에 의해 한국의 학생들을 교육하게 된다. 또한
교육의 대외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자체적인 지식과 문화의
생산력이 떨어지게 된다. 한국처럼 지적·문화적인 지식의
생산력이 낮고 외국학문을 좋아하는 나라에서 이로 인해 교육의
정체성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교육개방은 국민의
정체성과 기본교육을 가르치는 초중등학교를 미국에게 맡기는
것으로 교육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2. 학교체제의 다양화와 평준화 해체
개방으로 인한 시장화 효과는 전국적인 영향을 미쳐
평준화체제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평준화를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자립형사립고(자사고)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시범운영 평가 결과, 특성화된
설립이념이나 교육과정을 실현하지 못하고 귀족층의 수요만
충족시키고 있음이 드러난 자사고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각 지자체별로 명문학교를 설립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신년사나 교육부의 주요업무계획을 보면
기존의 평준화 체제를 뒤흔드는 다양화 특성화 정책(공영형
혁신학교 도입, 자사고와 특목고 확대, 바우처 제도와
학군광역화 등 고교선택제 강화 등)과 초등 영어 1-2학년 확대
방침을 발표하는 등 평준화체제의 해체 및 경쟁교육의 강화
조짐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획예산처를 통해 바우처제도의 도입이 논의되고 대안학교
법제화를 통해 차터 스쿨이 도입되는 등 그 발상지인
미국에서조차 문제점이 드러나 위헌판결을 받은 제도가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강화와 정부 주도의 학교 혁신 사업을 통한 경쟁
교육 강화 기제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1월 31일 서울시 이명박 시장은 ‘교육환경 개선 및 격차
해소’라는 미명 하에 은평, 길음, 아현 등 강북에 자사고 3개를
설립하면서 50%를 강북에서 선발하고, 영재고 또한 1개교
만들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교육지원조례를
제정하여 매년 시세의 1%인 약 300억 원을 교육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1월 17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2008년까지
자사고 3개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 전초전이며, 서울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의
교육 분야 정책 공약을 미리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서울만 이런 것이 아니라 경기는 특목고 벨트를 이야기하고
있고, 그 외 지역들은 자사고, 특목고, 교육특구, 공립형 학원
등을 말하고 있거나 실제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와 동시에
기초 지자체의 경우는 교육경비보조금 확충과 조례 제정을, 광역
지자체는 교육지원조례 제정을 묶어서 밝히고 있다.
결국, 양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학력·학벌주의 편승,
지역개발주의 활용, 우수고교 설립이나 유치, 지역인재 육성
또는 지역인재 유출 방지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학부모를 자극할 것이며, 핵심은 평준화 해체, 지역 내 고교
입시 부활로 귀결될 것이다.
3. 학제와 교육과정 개편
올해부터 주2회 실시되는 주5일제를 대비하여 교육과정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다. 이미 교육부는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수준별 교육과정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선택교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과를 구조조정하려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교육과정 개편은 ‘수월성’을 중시하는 경향과
맞물려 학업성취도 평가를 확대하는 흐름과 긴밀하게 연계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서열화를 더욱 조장하는
학교체제가 완성되고 각 학교수준에서는 수준별수업과 5%
영재교육으로 아이들을 가르는 치열한 경쟁체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사실 기존에도 수준별 교육과정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논의되는 수준별 교육과정은 그와 전혀 다른 것이다. 수준별로
교과서를 다르게 하는 것이며 반을 달리 편성하는 것이기에
사실상 우열반의 부활이다. 더 큰 문제는 아예 학교교육과정
자체에서 트랙을 달리 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며, 삶의 트랙을 분리하는 결과를 가져와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기제로 작동할 것이다.
2006년 1월 11일 교육부는 향후 5년간 추진될 국가인적개발 2차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제개편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특히 2006년 상반기 중 학제부문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기구를
출범할 계획이며 학제개편논의 내용으로 초등학교 입학에 앞서
유치원 과정을 의무화하는 방안(1+6+3+3+4년), 초등학교를 1년
줄이고 고등학교 과정을 4년으로 늘려 초기 2년은 국민교육
공통과정으로 운영하고 후기 2년은 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눠
교육하는 방안(5+3+4+4년), 초등학교 입학 기준 나이를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낮춰 고졸자나 대졸자의 사회진출을 1년 빠르게
하는 방안 등이 현재로서는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해외 유학자의 편의를 위해서 미국식 학기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나오고 있다.
학제와 교육과정은 한 나라 교육의 대강이다. 한 사회의 교육의
목표는 교육과정과 학교제도라는 형식으로 나타난다. 내용적인
목표를 구조화한 것이 교육과정이라면, 이를 형식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학교제도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어떤 인간으로
기를 것이며, 어떤 사회를 지향하느냐라는 철학적, 사회적
쟁점이 응축된 지점이다. 동시에 교사에게 있어서는 노동과정의
‘지침서’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본다면, 교육과정과 학제는
국가 교육정책의 ‘핵심중의 핵심’이다. 이를 민중의 교육권이
실현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4. 학교정책에 조응하는 교원구조조정
교원정책 종합로드맵 격인 교원양성-임용-연수-승진 제도
개편안이 올 상반기 중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양성 : 현재는 교대 및 사대생의 경우 졸업요건만 충족하면
교원자격증을 받지만 앞으론 재학성적이 일정기준(평균평점
C학점)에 미달될 경우에는 자격증을 발급받지 못한다.
또한 교원 양성기관도 재편된다. 교대의 경우 △인근 종합대와
연합체제 구축 또는 통합 △인근 교대와 통합 또는 연합체제
구축 △국립종합대 사범대와 통합해 교원종합대학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 대학과 지역실정에 따른 자율적 개편이 유도된다.
사대의 경우 최근 4년간 임용율이 10% 미만인 학과는 일반대학
학과로의 전환이 유도된다. 일반대학 교육과의 경우
△교사양성기관에 적용되는 각종 기준을 적용하고 △기준 미달
대학에 대해서는 양성인원이 제한된다. 교직과정은 학년별
교직과정 승인인원이 4명 이하인 국민공통기본교과 10개 교과
양성과정은 2008학년도 입학생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교육대학원은 양성기능과 연수기능을 분리하고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대학원에 대해서는 사대와 동일기준을 적용한다.
- 임용 : 2008학년도 임용시험부터 현 2단계 전형이 △1차
지필고사, 재학성적, 가산점, △2차 전공 논문형 시험, △3차
교직적성 심층 면접 및 수업실기능력 평가의 3단계로 전환된다.
1차 시험에서는 대상자 200%, 2차 150%, 3차 100% 선발한다. 1차
시험은 적격자 선별에 활용하고 2,3차 시험성적을 합산해
선발한다.
- 연수 : 교직단계별 연수의무제도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6년차부터 5년을 주기로 연간 2학점(30시간)씩 최소
10학점(150시간) 이상 연수이수를 권장하고, 이 기준에 따라
전보, 해외연수, 전문직 임용, 성과상여금이 지급된다.
- 승진 : 초빙교장 및 공모형 교장제를 강화한다는 게 승진제도
개선안의 골격이다. 현행 25년인 경력반영 기간을 15년이나
20년으로 축소하고 점수 비중도 90점에서 70점이나 80점으로
낮춘다. 교장, 교감 위주의 근무성적평정에 동료 교원들이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해, 근평의 25%를 차지하도록 했다.
근평 반영 기간도 현 2년에서, 4년이나 5년, 10년으로 늘어난다.
자기실적 평가서에 학습지도, 생활지도, 교육연구 등의
추진실적도 포함토록 했다. 교감 승진 시 사용한 교감자격연수
성적을 교장자격연수 대상자 선발 시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초빙교장과 일반승진 비율을 2014년에는 50대 50으로 같게
한다. 이를 위해 현재 3.9%인 초빙교장 비율을 매년 5%씩
늘여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자격 없이도 교장 할 수 있는
특례학교도 늘어난다.
- 교원평가 : 신자유주의 교육재편 흐름 속에서 교원 또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교원평가제도를 시발로
교원구조조정이 본격화되었다. 시범실시가 강행되기까지 전선이
많이 밀린 상태이며, 향후 성과급제도, 연수 및 승진제도와
연계될 수 있다.
5. 논란은 계속된다: 2008년 입시제도
대학의 선발권만 오히려 강화해줄 것이란 비판을 받아왔던 2008
대입제도의 문제점이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7개 사립대의 2008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이
발표되었는데, 이들 대학의 입학 기본계획은 내신·수능 축소와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 비중 확대, 특목고·자사고 배려로
요약된다. △학생부 원점수+석차등급제 도입으로 내신 신뢰도 및
반영 강화 △수능 성적 9등급화 △사회통합 전형 활성화
△특목고 동일계 특별전형(과학고는 이공계열, 외국어고는
어문계열 진학) 도입이라고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수능 변별력을
문제 삼으면서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을
강화하고, 내신 반영 비중을 축소했다. 뿐만 아니라 특목고
동일계 특별전형을 도입한 대학은 서강대와 성균관대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대학들이 ‘학교별 학력차로 인한 내신의 불신’을
핑계로 고교등급제 시행을 정당화하고 논술을 가장한 본고사가
횡행할 것이 뻔하다. 결국 초중등교육은 다시 입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으며, 선발기능에 매몰되어 학교가 성적에 따라 서열화
될 것이다.
교육부는 2005년 본고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논술가이드
라인을 발표했으며, 이 기준에 의해 2차 수시와 정시에 치러진
논술을 심의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교육부가 구성한
논술심의위원회는 2차 수시문제를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각
대학이 시행한 논술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결과에
당황한 교육부는 이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못한 채 정시
논술심의가 끝나고 난 3월 이후로 발표를 미루고 있다.
6. 엉뚱한 사교육비 대책
정부는 사교육비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엉뚱한 해법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 원칙은 바로
‘학교 안으로 과외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것. 그래서 EBS
수능강의, 조기영어교육, 방과 후 학교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학원이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교육 수요를 학교 내로 끌어들여
학교를 입시학원화 하겠다는 것이다.
제2차 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 중에는 조기영어교육을 확대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16개 시·도교육청별로 1곳씩 영어교육
연구학교가 선정돼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조기 영어
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또 2010년까지 전국 모든 중학교에
원어민 영어 교사가 1명씩 배치돼 2004년 12월 말 현재 221명인
원어민 교사는 2010년까지 2,900명으로 늘어난다. 또 인천 등
3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 국제자유도시에 각각 2개 초등학교씩
모두 8개 초등학교에 수학과 과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 몰입교육(English Immersion Program)’이 시범
실시된다.
또한 방과 후 학교에서 이뤄진 비교과영역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여 대입에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방과 후 학교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시간구애 없이
밤늦게까지, 현직 교원뿐만 아니라 학원강사나 원어민강사도
참여하여, 수요자의 요구를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학교교육은 상대적으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런 대책들은 사교육비 경감 효과도 없으면서 학교교육을 더욱
입시교육에 종속시킬 것이 뻔하다. 그러지 않아도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원과 학생 개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는 교육부가
공교육을 아예 죽이려 하고 있다.
7. 학교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구 육성회직, 도서관 사서, 교무보조,
전산보조, 영양사 등 학교 내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총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직종별 처우의
차등문제, 고용불안, 휴가 미지급, 높은 노동강도, 인격적 모독
등에 시달리고 청소나 차 접대, 학교장 심부름 등 온갖
잡무처리를 도맡아 하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나,
생리휴가나 월차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계약해지와 면직이
잦아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작년
8월 전국단일조직으로 공공연맹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를
출범시키고 교육부와 단체교섭쟁취를 위한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비정규 시간강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운동진영은 비정규직투쟁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정치쟁점화시켜 비정규개악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싸움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8. 대학 시장화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정책은 특히 고등교육 부문에 비교적
쉽게 관철되고 있으며, 이미 상당부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강력한 주체적 역량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자본의 강공
드라이브를 막아내기 역부족일 것이다.
1) 폭등하는 등록금, 대책 없는 정부
연세대가 2006년 등록금 인상률을 12%로 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른
사립대들도 8% 정도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잇따라 발표하였다.
이러한 인상폭은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물가인상률 관리 목표 3%(2004년 소비자물가 인상률은 2.7%)보다
월등한 수치이다. 작년(2005년)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도
6.3%였다.
2005년 국정감사 결과 사립대학 적립금은 2004년 말 현재 5조
3천억 원에 이른다. 4년제 대학은 매년 8~9천억 원, 2,3년제
대학은 2천억 원을 적립해왔다. 즉 사립대학들이 명확한
적립목적과 계획 없이 쌓아놓은 돈이 5조가 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비하여 2004년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및 수강료는 전체
운영수입의 74.8%이고, 재단 전입금은 7.7%, 국고보조금은
1.7%이다. 전입금이 운영수입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4년제
사립대학은 72개로, 156개 4년제 사립대학 중 44.2%이다.
이러한 문제는 먼저 부실한 교육재정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고등교육 분야 교육재정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정도는 2002년 현재 GDP 대비 0.3%로, OECD 평균 1.1%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로 인해 민간부담은 OECD 평균이 0.3%인데
반해, 한국은 1.9%로 6배가 넘는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익자
부담원칙을 핑계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지 않았고, 등록금
자율화 정책을 들어 사립대학의 등록금 인상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왔다.
막무가내 사립대학과 무책임한 정부의 행태 속에서 학생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인상률로 인해 각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대학본부와 싸울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학교를 뛰어넘는 전국단위의 공동투쟁도 준비 중이다.
2) 지지부진 대학구조조정, 수도권·사립대 비중만 더 높아져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지지부진 했던 대학구조조정은 올해도 잘
될지 의문이다. 각 대학들은 실제로 정원을 줄이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 특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2006학년도
대학입학정원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4년제 대학은 11,149명을
줄였고, 전문대학은 18,486명을 줄였다. 4년제 대학은
국·공립대학이 5,804명, 사립대학이 5,345명을 감축했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대가 1,139명을, 비수도권대가 10,010명을
감축하여 국공립대학과 지방대학 위주로 정원을 줄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문대도 마찬가지로 수도권 대학이 4,126명,
비수도권 대학은 14,360명을 감축했고, 국공립 전문대학이
912명, 사립전문대학이 17,574명을 감축하여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미끼로 협박을 함으로써 양적 축소가
이뤄지긴 했으나 다루기 손쉬운 지방대와 국립대만 주로 감축을
함으로써 수도권 대학의 비대화와 높은 사학비중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3) 국립대 법인화, 전선이 교란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대학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국립대 법인화 논란은
올 초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전국 국·공립대학교 전
총장협의회까지 법인화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반대여론이
교수사회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선택적인 국립대 법인화가 현실적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위원회 소속 지병문은 “국립대
법인화는 총장선거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변화와 인사상 및
재정상 자율권 보장이 3대 핵심인데 이는 현재 국립대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국립대 법인화를 굳이
하겠다면 총장이 법인화를 원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와 신설되는
울산 국립대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교육부도
서울대와 인천대, 신설하는 울산국립대 등만을 선택적으로
법인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입법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법인화 반대 전선을 교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법인화는 반대가 극심하니까 손쉬운 몇 군데(총장이 원하는
곳, 정부가 신설하는 곳)만 시작하되, 이미 총장선출에 있어
직선제가 어려운 조건으로 변화되었고, 앞으로 회계제도를
손본다면 법인화에 준하는 수준으로 민영화를 이룰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법인화가 안 된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이런 제도가 야금야금 들어오게 되면 그
다음엔 법인화로 전환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 된다.
더구나 일부 교수단체를 중심으로 법인화에 대한 원칙적 반대가
아닌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면서 총장간선제나 회계제도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법인화 싸움이 일부 지역,
특정 대학의 싸움으로 격하되었기 때문에 이를 막아내기란
만만한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4) 사학지배구조 합리화
사학법 개정을 두고 한나라당이 정치적 쟁점으로 대응하자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사학에 대한 당근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모든 사학에 대한 전면감사라는 칼까지 빼들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비리를 들춰낼지는 미지수고 생색내기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사학법 개정을 계기로 ‘선진화’된
경영기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다. 사학운영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경로를 다양화하고 투명한 경영제도를
안착시킬 것이다. 또한 각종 세제혜택으로 사립대의 운신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벌써 교육부는 민자유치 사립대 기숙사에
부과되던 취득세, 등록세 등을 면제하고, 사립대
시설·교육·연구를 위한 기업기부금이 소득금액의 50% 범위
안에서만 손금으로 인정되던 것이 75%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렇게 교육부가 사학의 합리적인 경영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영리법인의 대학운영 허용 방침은 사실 자연스런 계획이다. 올해
초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교육계 일부에서 대학재단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증시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해외 선진사례를 수집 중”이라고 말해
사학의 영리법인화 논란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대학의 주식을 상장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수익을 내는
구조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기여입학제 허용이나 대학재단의
영리법인화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주체들의
반발로 인해 추진이 어렵겠지만 교육개방의 효과로 인해
영리활동이 인정되는 외국교육자본이 들어오는 순간 반대여론은
대세론에 밀려 가랑비에 옷 젖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III. 쟁점, 대립지점
1. 사립학교법 개정과 재개정
1년여 넘게 국회에 계류되었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김원기
국회의장의 수정안 제안으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간 사립학교법 개정을 열망한
교육운동진영의 노력에 비하면 이번 개정안은 턱없이 미흡한
것이다. 그럼에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이사의 1/4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선임해야하며, 이사장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는 학교의 장이 될 수 없다. 또한
대학평의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고, 비리로
임원취임승인취소를 받은 자의 복귀시한은 기존의 2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2006년 7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2월 16일 ‘사립학교법시행령개정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종교계,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추천 받은 인사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법안 저지에 실패한 한나라당은 곧바로 장외투쟁으로
돌입해 국회 등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사학 법인들은 신입생
입학 거부의사를 밝히고, 헌법 소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런
협박도 모자라 그들의 전매특허인 구시대적 색깔론을 또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사학법은 좌경 교사들에 의한 학교 장악
음모이며 사유재산제 침해이고 자유민주주의 부정이며
시장경제체제를 위협하는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다.
개방이사제 도입으로 전교조에게 학교를 넘겨준다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다. 학운위의 교원 참여비율은 30~40%이고, 전체
교원 중 전교조 교사가 22% 수준(사립 12%)이므로 현실적으로
이사 7인 중 1명도 참여하기 어렵다. 설혹, 1명의 개방이사가
참여하더라도 이사회는 다수결로 운영되므로 사학법인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현 국회의 정치 지형은 분명한 속
모습을 보이고 말았으며, 한국의 사립재단들의 행태 또한
공개되었다. 그간 사립학교의 행태에 가장 적합한 교육적인
처방은 사학을 국공립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나 정치
지형은 전혀 그럴 수 없음이 자명하다.
하여 2006년 사립학교법과 관련한 우선 과제는 시행령 개정안을
민주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 벌써부터 정부와 여당과 야당은
이를 두고 협잡을 벌이고 있다. 이 협잡을 분쇄하고 누더기인
개정안이 그나마 학교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살려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행령 작업에 힘을
모아야 한다.
2. 무상교육운동
민주노동당은 총선 당시 공약의 핵심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제기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로 부유세를 도입하고자
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무상교육은 감감 무소식이더니
2005년 상반기 들어 민주노총·전농·민주노동당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위한 선언과 함께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무상교육운동은 새로운
운동의 국면을 맞이하였다. 노·농·당 등 기층 민중 운동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의제로 전환되었다. 시민단체들은
‘사회양극화 해소 국민연대’를 결성하고 이 단체를 통해
무상교육 운동이 전개되었다. 사회양극화해소 국민연대 결성
제안문을 보면 당면 정기국회에서부터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및 예산확보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양극화, 빈곤의 확대,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를 예산확보
차원에서 해결한다고 나선 것이다.
결국 무상교육 운동은 교육여건 개선운동이나 교육재정
확보운동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경로는 대중 투쟁이
아니라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로 전락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비정규권리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민주노총 지도부 역시
파렴치한 행위의 대가로 비대위체제에 들어가 있다. 국민연대든
민주노총이든 심지어는 전교조든 무상교육을 입에는 걸고 있으나
아무런 실현구상이나 집행 계획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가
재원을 확보해서 실시할 때까지 무상교육하자고만 외칠지도
모른다.
2006년 노무현대통령 역시 사회양극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대공장노동자들의 양보이며, 재원 없이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나 시민사회나 입을 맞춘듯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상교육은 의식개혁 운동이 아니다. 선전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무상교육은 교육비를 줄이자는 운동 또한
아니며, 교육재정을 확보하자는 운동이 아니다. 차별과 불평등의
사회를 교육을 통해 바꾸어 내자는 운동이다. 하기에, 교육비를
사회적으로 지불한다는 것은 사회 내에서 교육의 존재 방식을
바꾸어 내는 것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3. 교원평가
2005년 교육계 최대 현안은 교원평가였다. 실제로 11월 26일
전교조의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은 교원평가 저지 투쟁
과정에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였다. 사업 집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이 사퇴한 것은 전교조 역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이로 인해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에 이어 전교조 또한 비상대책위
체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전교조는 2006년 3월 27일 위원장
보궐선거를 공고하였으며, 2006년 말 다시 신임집행부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일년에 두 번의 위원장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지금 전국은 48개교 교원평가 시범실시에 들어가 있으며, 2006년
추가로 시범실시에 들어간다. 그리고 상반기 법제화를 거쳐
하반기 전면화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이 교육부의 흔들림 없는
계획이다. 또한 부적격교원대책이라는 미명 하에 질병교사 퇴출,
교원영구퇴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교원평가를 통해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운동진영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간단하게는 교육운동의 상당한 동력을 차지하고 있는
전교조의 활동력을 무력화함으로써 정부는 공세적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나아가 교원평가를
통해 교육운동의 주체들인 학부모와 시민사회를 교사와
분리함으로써 교육운동진영 전체를 무너뜨렸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주체와
교육단체별 차이가 일정정도 드러난 이상 단순한 봉합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을 확보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럴 때에야
비로소 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원평가국면은
2006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소통과 연대를
위한 과정을 게을리 한다면 2006년 교육운동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