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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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멀로니 따라하기. 니가 멀로니를 아느냐?
 정세와 초점/

현장에서 미래를  제117호
최세진

정세와 초점

노무현의 멀로니 따라하기.
니가 멀로니를 아느냐?

최세진 / 한노정연 연구원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세금 인상을 제안한 것 때문에 한나라당과 논쟁이 한참이더군요. 오호! 세금 논쟁이라니! 이제야 한국의 개싸움 정치판에서 제대로 된 정치 논쟁이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아주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캐나다의 멀로니 수상 여기서 수상이란 영어로 The Prime Minister를 번역한 것인데,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총리라고 부르기도 하고 수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각제 정부형태의 수반이므로 저는 수상이라고 옮기겠습니다.
’ 이야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확 깨면서 비실비실 삐져나오는 비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멀로니라니.. 멀로니.. 하필이면 그 미친 놈을 따라가겠다니.. 캐나다에 많고 많은 훌륭한 정치인 중에서 하필이면 ‘캐나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정치인’으로 찍혀있고, 지금까지도 ‘캐나다인들이 증오하는 멀로니’를 따라하겠다니.. 하긴, 완벽하게 꼴통스러운 한나라당이 옆에 있어서 잘 눈에 안 띄어 그렇지, 노무현 대통령도 집권 이래 멀로니 못지않게 욕먹을 짓거리를 쭉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이 멀로니를 따라하겠다는 발언을 보는 순간 “드디어 완전히 미쳤구나”라는 한숨을 뱉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세금 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아주 주요한 문제이자 논쟁거리이고, 선거에서 가장 중심 이슈를 차지합니다. 보통의 좌파 정당에서는 가진 자들, 자본가들에게 세금을 왕창 징수해서 그 수익을 민중의 복지에 사용하려 하고, 우파정당에서는 산업활성화 등을 내세우면서 가진 자들에 대한 감세를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 현재 주장하는 감세 역시 같은 주장인데 ‘법인세’로 되어 있는 ‘기업의 소득세’를 삭감해서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것입니다. 우파들이 주장하는 감세라는 것은 우리랑은 하등에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주장입니다. 실은 그래서 더 우리랑 관계가 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가진 자들의 세금을 삭감하면 바로 그 부족분을 우리가 메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세 주장은 거의 모든 나라의 보수진영과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주장하는 논리입니다. 미국 부시의 공화당 역시 끊임없이 감세를 주장하고 있으며, 지난주에 끝난 캐나다 총선에서 캐나다의 보수당도 역시 감세를 주장했습니다.

잠시 이해를 위해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시간에 배웠던 세금에 대해 집고 넘어가겠습니다. 세금 징수의 목적은 잘 알다시피 정부의 재정 충당이지만, 세금을 징수할 때 그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소득 재분배’입니다. 즉, 자본주의 국가에서 더 많이 번 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책정하고 적게 번 사람들에게 그 세금의 혜택이 돌아가게 해서, 전체 국가 총생산을 균등하게 분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세금 정책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계급사회인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정책이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그로 인한 극심한 착취의 피해는 조금 줄여줄 수 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정책입니다. 역사상 빈부격차가 극심한 사회치고 급격한 혁명이나 반란을 경험하지 않은 국가는 없었으니까요. 국가의 행정기구가 실시하는 빈부 격차 해소의 ‘첫 단추’가 바로 세금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걷어진 세금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는 그 다음 문제인 것이지요. 그래서 사회 교과서에는 소득에 대해 직접 징수하는 ‘직접세’와 소득이 올라갈수록 징수 비율을 높이는 ‘누진세’가 가장 올바른 세금 징수의 형태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에 반대되는 게 ‘역진세’입니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누진세’를 통해 소득이 높을수록 ‘조세부담률’을 높여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데, 많이 벌수록 ‘조세부담률’을 낮춰서 적게 버는 사람이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가 ‘역진세’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상품을 사면 소득에 상관없이 똑같은 세금을 내고, 많이 벌수록 소득액 중 직접 소비로 지출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결국 ‘부가가치세’는 더 적게 버는 사람들이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역진세의 역할을 합니다. 간접세는 쉽게 징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런 역진세적인 특성 때문에 그 비율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GDP 중 세금의 비율이 거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그 중에서도 간접세의 비율은 두 배 정도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즉, 다른 나라에 비해 가진 자들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데도 한나라당은 기업에게 적용되는 직접세인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큰 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법인세’가 없어지면 당연히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소득이 높고, 규모가 큰 대기업들입니다. 지금보다 직접세를 훨씬 높여도 될까말까 하는 판국에 더 낮추자니 비판의 가치도 없는 미친 소리입니다. 누가 극우 꼴통 보수 집단이 아니랄까봐 부끄러움도 없이 아주 철저하게 가진 자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에게 너그럽고, 힘 없고, 못 가진 자들에게 가혹하게 집행하자는 한나라당의 세금정책은 가진 자들이 국가의 이름으로 집행하는 ‘강도짓’입니다. 빵 9개 가진 놈이 1개 가진 사람 빵 빼앗아서 10개 채우려는 짓거리와 다를 바가 전혀 없습니다.

이에 반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캐나다의 멀로니 총리처럼 세금을 올려서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자·민중을 위해서 ‘진보적인 혹은 좌파적인’ 세금 정책을 실시하려는 걸까요? 실은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도 한나라당과 주장과 똑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세우는 세금 정책으로는 빈부격차는 해소될 수 없으며 더 확대될 뿐입니다. 그건 노무현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하며 따라하겠다는 ‘캐나다의 멀로니 수상’의 정책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멀로니가 무슨 일을 했길래 그러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지요.

<사진>브라이언 멀로니

우선 멀로니는 노무현 대통령 말과는 정반대로 ‘캐나다의 빈부 격차의 양극화를 극대화시킨 최악의 정치인’으로 남아있습니다. 브라이언 멀로니(Brian Mulroney) 수상은 캐나다의 ‘진보보수당(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 총재로서 1984년부터 1993년까지 캐나다 연방의 수상을 했던 사람입니다. 당의 이름 한번 아주 웃기지요. 이는 보수당이면서도 좌파까지 포괄하려는 것으로 멀로니가 수상이 되기 전까지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 중에 하나였습니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따라하겠다는 멀로니의 세금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지요. 멀로니는 복지 정책을 위해 세금을 올린 것이 아닙니다. 바로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법인세’ 캐나다 말로는 ‘생산자판매세(MST, Manufacturers' Sales Tax)’를 없애고 대신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같은 ‘물품용역세(GST, Goods and Services Tax)’를 신설했습니다. 즉, 직접세를 없애고 높은 간접세를 만든 겁니다. 그래서 멀로니 정부는 ‘이것은 세금을 높이는 것이 아니고 단지 세금을 옮긴 것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현재 캐나다에서 물건을 사려면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판매세’와 ‘물품용역세’를 합쳐서 15%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조그마한 사탕 하나를 사도 마찬가지입니다. 1000원짜리 물건을 사면 세금 추가해서 1150원을 내야하는 거지요.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이 세금은 똑같이 내는 겁니다. 그리고 멀로니는 기업의 세금을 없앴기 때문에 물가가 떨어질 것 이라고 장담했지만, 세금제도가 바뀌어도 물가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이 떨어진 세금만큼 물건 가격을 올려버렸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부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이를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왕창 부담시키면서 단번에 물가만 껑충 뛰어버렸으니 아주 환장할 노릇이지요. 이는 당연히 빈부격차를 더 늘리는 세금 징세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도 당연히 당시 야당이었던 좌파 정당들이 엄청나게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자 멀로니는 캐나다 헌법 저 구석에 있어서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던 법 조항을 이용해서 상원의원을 8명 지명하고 늘어난 여당 상원의원으로 해당 법을 날치기 통과 시킵니다.

<사진>멀로니와 레이건

멀로니가 했던 짓거리는 그것뿐이 아닙니다. 멀로니는 캐나다 역사상 한국 전쟁 이래로 가장 많은 군을 파병했던 수상입니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과 90년대 초 미국의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단짝을 이루었던 멀로니는 걸프전 때 엄청난 군을 파병해서 역시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는 FTA(자유무역협정)에 맞서는 싸움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데, 90년대 초 북미판 FTA인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미국과 합의했던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영기업이었던 항공사 에어 캐나다(Air Canada), 캐나다 석유 등을 사유화해서 팔아치웠고, 국영방송인 CBC에 대한 지원을 중단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인들의 최고의 자랑거리인 ‘공공무료의료 시스템’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해서 폭발 직전의 의료 사태들을 만들었으며, 여성에 대한 지원, 공공 교육 지원, 원주민(캐나다 인디언)에 대한 지원금,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 지원 등 캐나다의 기본적인 복지 예산을 전면적으로 삭감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말려 죽이려던 인간이었습니다. 그러고도 정권 말년에는 외국순방을 계속 다녀서 ‘세금으로 말년 해외 여행다닌다’는 소리를 들었고, 거기다 항공사들과의 뇌물 수수 협의로 고발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캐나다 국민들은 완전히 진보보수당에 등을 돌리게 되었고, 강력한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서 집권당이었던 ‘진보보수당’은 다음 총선에서 단 2석만 남기고 모두 잃는 사태를 맞게 됩니다. 1867년부터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보수당으로서 중도 좌파인 자유당(Liberal Party)과 함께 정권을 주고받던 진보보수당은 멀로니 때문에 해체되어 버리고, 다른 우익 정당인 ‘캐나다 동맹(Canadian Alliance)’과 합당하여 현재의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보수당에서 조차도 멀로니 수상의 기억을 지우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 진행된 캐나다 총선에서 보수당으로서는 멀로니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36%를 득표하며 아슬아슬하게 선거에서 승리하여 수상을 배출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이야기했던 감세는 바로 멀로니가 만든 부가세를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캐나다 공공 무료 의료 정책의 문제점인 ‘진료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아동 복지에 힘쓰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좌파 정당의 의원수가 과반수가 넘기 때문에 내각제인 체제에서 보수당이 자기 맘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일 현재 보수당이 멀로니 수상처럼 했다간 야당들이 바로 불신임투표에 들어가서 국회를 해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치 멀로니가 당시에 비록 세금을 올려 의석을 잃었지만, 지금은 캐나다 사람들이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이야기 했습니다. 그것 역시 거짓말입니다. 2004년에 캐나다의 국영방송인 CBC에서는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The Greatest Canadian)’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일이 있습니다. 국민투표에 가까운 설문조사로 캐나다인들이 존경하는 사람 50명을 뽑았는데, 멀로니 수상은 그 50위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추후에 자료로 100위까지 순위가 공개되었는데, 아마 외국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파멜라 앤더슨’이라는 여배우를 기억할 것입니다. 섹시한 여배우로 남편과 찍은 섹스 비디오가 인터넷으로 유포되자, 나중에 아예 그걸 포르노로 만들어서 작정하고 팔아먹어 세계적으로 스캔들을 일으켰던 그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 보다도 멀로니 수상은 순위가 낮았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이 현재 ‘멀로니 수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한마디로 그런 인간을 따라하겠다는 건 코메디도 아주 저질 코메디라는 겁니다.

<사진>토미 더글라스

그럼 캐나다인이 가장 존경하는 누구였을까요? 그 사람은 토미 더글라스(Tommy Douglas)로 ‘서스캐처원’이라는 주의 수상을 하면서 처음으로 ‘공공 무료 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던 사람입니다. 나중에 신민당(NDP, New Democratic Party)이라는 좌파 정당이 만들어졌을 때 초대 총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역대 캐나다 수상 중에서 10위 안에 든 사람들을 꼽아보면, 캐나다에 ‘참여민주주의’를 구축하고 캐나다 헌법에 ‘인권과 자유’라는 조항을 기초했던 트뤼도(Pierre Trudeau) 수상이 3위에 있으며, 유엔 의장으로서 노벨평화상을 수상받기도 하고 토미 더글라스가 제안한 ‘공공 무료 의료’를 캐나다 전국으로 확대했던 피어슨(Lester Bowles Pearson) 수상이 6위에 있었습니다. 현재 토론토의 국제공항 피어슨 공항은 이 수상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물론 캐나다의 복지제도는 캐나다 민중들이 노동과 투쟁으로 건설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캐나다 민중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캐나다의 복지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했던 역대 정치인들이었습니다.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멀로니 수상의 정책을 따라하게 된다면 그건 그야말로 한국 민중에게 크나큰 재앙이 될 뿐입니다.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뭔가 교훈을 찾으려면 바로 캐나다의 현재 복지제도를 기초했던 이 사람들을 배우고 따라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자본주의 자체를 확 뒤집어버리면 좋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차라리 한나라당이 인간되는 걸 바라는 것과 같은 수준인지라 그만 포기하더라도,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간접세를 낮추고, 의료를 무료화하고, 민중에 대한 복지를 늘리는 것. 그게 노무현 대통령이 개혁과 빈부격차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저 노무현의 우려스러운 발언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지켜보며, 그에 대한 투쟁을 또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노무현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는 한 진정한 개혁은 결코 만들 수 없습니다.

<사진>
캐나다 공공연맹 포스터
- 공공예산 삭감을 중단하라
캐나다 국영방송 CBC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에 맞선 총파업


토론토 경찰노조의 집회 행진
캐나다는 지난 10여 년간 유엔에서 매년 뽑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네 번이나 꼽혔을 정도로 복지가 잘 되어있고, 빈부격차가 적으며, 범죄율이 낮은 나라입니다. 그러면 이 나라의 노동자들은 대충 복지제도 혜택이나 보며 탱자탱자 지내고 있을까요? 제가 캐나다에 여행 온 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그 6개월 동안 저는 캐나다 국영 방송인 CBC 노동자들이 비정규직화에 맞서서 3개월 가까이 전면적인 장기 총파업 투쟁을 진행하는 것을 보았고, 뱅쿠버가 소속되어 있는 브릿티시 콜롬비아주에서는 교사들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총파업을 3주간 진행하였으며, 프랑스어를 쓰는 퀘벡주에서는 전 공무원(교사, 경찰 등 포함)이 임금과 여성차별 임금제도에 맞서서 순환 총파업을 벌였고,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인 토론토에서는 경찰노조가 2개월간 태업 투쟁을 벌였으며, 토론토가 속한 온타리오주에서는 곧 2월 초순부터 교사를 포함한 전 공무원들이 연금 문제 때문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 노동자들은 예전보다 조직과 투쟁이 약해졌다고 엄살이더군요. 우리가 보이게 그저 잘 사는 것 같고, 조용해 보이는 이 나라에서도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투쟁하며 조금씩 자신의 땅을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하물며 갈 길이 먼 우리야 더 말해 무엇하리요.

현재 진행되는 혁명을 이루기 위해 30년 동안 준비했던 남미의 민중들, 그리고 투쟁을 멈추지 않는 캐나다 노동자들을 보면서 제가 배운 것 하나는 ‘어디에도 공짜 혁명은 없으며, 오로지 믿을 것은 노동자·민중의 투쟁이다’라는 것입니다.

2006-02-28 14: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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