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현장을 만들자. 그리고 키워 나가자.
김동성 / 발전 노동자
현장
현장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머물러 활동하는 곳이다. 그 곳에서
우리는 다양한 가치와 내용을 가지고 여러 형태의 관계를 맺거나
생산하면서 살아간다. 고립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다
현장은 주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현장이 모두에게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의도를 가지고 기운을 불어넣지 않으면 주어진 현장은
살아있는 현장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현장은 소속한 다수의
의식적인 활동을 요구한다. 또한 현장은 조직의 대상이기도
하다. 의식적으로 조직된 현장은 자신의 현장과 주변의 현장을
바꾸고 더 나아가 사회까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자본주의 착취체제에 억눌린 우리는 주어진 현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살림으로써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내용 있는 살아 움직이는 현장만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부처는 절이라는 현장을 통해 불자와 소통하고 운동하면서
불국토를 꿈꾼다. 예수는 교회를 통해 신자와 소통하고
운동하면서 천국을 꿈꾼다. 이처럼 절과 교회는 각각의 목표를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고 운동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이
강제한 이윤의 현장을 통해 대중을 착취해서 더 큰 이윤의
현장을 만들어 낸다. 이윤의 현장은 곧 노동자 착취의 현장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착취의 현장에 놓여 있다. 살기 위해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의 현장이다. 현장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 이 착취의 현장을 극복하고 변화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노예로 살아갈 도리밖에 없다. 우리의 운동이 없으면
우리의 현장은 없고 우리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장은
자본가에 의해 조직되어 있고 지배당하고 있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삶의 터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가능하게 하고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 현장이다. 자본주의에 의해 장악되어있고
왜곡되어 있는 현장, 그러나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는 현장,
노동자의 운동과 조직이 필요한 현장, 바로 애증의
노동현장이다.
권∙두∙언
현장은 반드시 물리적인 공간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도된 내용을 가지고 소통과 운동이 가능한 곳이라면 현장이라
부를 수 있다. 지역현장, 의제현장, 네트워크현장 등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장은 고정적이
아니고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끊임없이 생성 변화한다. 운동과
변화가 필요한 곳이라면 그곳을 현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이해에 따라 현장을 만들고 폐기한다. 우리는
자본의 운동에 따라 만들어진 현장 속에서 우리의 이해에 따라
현장을 만들어 나간다. 현장이 자본의 운동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자본의 이해와 논리를 넘어 노동의 이해와 논리에 의해 자본의
현장을 노동자의 현장으로 바꾸어 내는 것, 이것이
노동운동이다. 현장에서 자본에 대항하여 능동적이고 공세적인
운동을 펼쳐내는 것, 이것이 계급운동이다. 우리는 현장을
떠나서 운동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장은 운동의 전제이자
시작이다.
정치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이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운동하고 조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현장과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정치다. 따라서 정치는 현장과
떨어질 수 없다. 정치는 현장의 운동과 요구를 사회적으로
확대시켜 나아가는 활동을 말한다.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다.
운동의 내용이 정치를 결정한다. 정치의 가치는 그 정치로 인해
현장과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 가로 결정된다.
우리는 많은 현장을 가지고 있다. 노자간의 투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자본이 만든 공장이라는 현장, 지역의 활동가들이
만드는 지역현장, 사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많은 의제의 현장.
이런 개별 현장들이 관계를 맺어서 전국적인 운동과 정치가
만들어 진다. 전국의 개별 현장들이 목적의식적으로 통일되어
실천될 때 현장과 사회는 눈에 보일 정도로 변화를 일으킨다.
정치의 목적이 이러한 것이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노동자의 현장,
의제중심의 현장, 네트워크 현장을 만들어내고 하나로 모아서 더
큰 운동과 실천을 해 나가야 한다.
현장의 정치
현장이 모여 사회가 된다. 현장의 정치가 관계를 맺어 사회의
정치가 된다. 현장정치는 곧 사회정치의 시작이고 기반이다.
일부 소수가 주기적으로 하는 정치가 정치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현장에 있는 다수에 의해 규정당하고 발전하는 현장정치의
확대판이 바로 사회정치다. 현장정치가 살아야 사회정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현장정치는 일상적인 정치이며, 현장의
관심과 요구를 사회적으로 해석하여 실천하는 행위이다. 이어
현장정치는 곧 전국적 관계를 맺는 운동으로 나아간다.
현장을 만들자. 우리의 필요와 상상력을 가지고 지역현장,
의제현장, 네트워크 현장 등 끊임없이 만들어내자. 그리고
소통과 운동으로 개별 현장들을 연결하고 키워나가자. 이것이
현장의 정치이고 사회를 변혁하는 열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