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두 언
연세대사태와 민중민주운동의 과제
김 상 곤 (이사, 민교협 공동의장, 한신대 교수, 경영학)
5800여 명이 연행된 연세대사태는 3300여 명이 불구속입건되고
482명이 구속되는 유례없는 공적 폭력으로 일단 진압되었지만
대국민적인 폭압상황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학생들의
농성 전에는 침묵하던 전국의 총․학장, 원로인사,
학생처장, 교무처장 등을 불러모아 연속적인 간담회를 가지면서,
한총련 시위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고 도시게릴라전이며,
통일운동이 아니라 반통일운동이고, 시위가담자는 친북세력일 뿐
아니라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부 언론은 이러한
반민주적 기득권 세력의 정략적 의도를 마녀사냥식 메카시즘과
단순 흑백논리를 통하여 여론화하고 있다. 비판적 지성의
산실이어야 할 대학도 마치 정권의 시녀처럼 정부와 언론의
입장을 대변하여 나서고 있다.
전국 여러 대학이 동아리방 폐쇄, 시위학생 처벌강화와
일반학생들로부터의 격리 방침을 세웠으며, 이에 발맞추어
검찰과 경찰은 총학생회를 압수수색하였고, 학원에 대한 사찰을
다각도로 강화하였으며, 정부와 신한국당은 언론과 유착하여
안기부법과 집시법의 개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학원에
대한 대대적 침탈은 군부독재 시절에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었다. 더우기 학문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총․학장들은
연세대 시위현장을 후세 교육용으로 보존하자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서 경제관련 단체들은 시위 가담 경력이 있는
학생에게 취업제한을 하겠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취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정부는 한총련의 특정 조직만이 아니라 한총련 자체를
이적단체로 몰아 이데올로기 공세를 강화하고 한총련의
배후세력을 발본색원한다는 명분하에 공안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은 학원만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이데올로기 대립상황으로 발전시켜 학생운동과 민민세력을
고립시킴으로써 당면한 민주적 개혁요구, 특히 무엇보다도
민주적 노 사관계개혁 요구를 저지하고 보수적인 재편을
기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도는 내년도의 대선전략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지금의 정국변화는 상당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이번 연세대사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일차적으로 현 사회의 기본성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며 그에
따른 적확한 대응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여전히 민주
개혁세력과 반민주 수구세력이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국면이며, 그에 따라 민중민주운동세력이 집중하여야 할
당면과제는 반민주 보수세력을 무력화시키고 실질적인
민주개혁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연세대사태는 일과적 사건도 아니며 일면적 사건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사회의 누적된 모순과 갈등이 한총련이라는
학생대중의 통일운동이라는 장에서 필연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이번 탄압사태가 결코
돌발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금년들어 부쩍 강화된
노동운동과 인권운동 등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즉 올 상반기 이래 한국노동청년연대,
해방노동자통일전선, 민들레 등 일련의 ‘조직사건화’를 통한
탄압, 심지어는 아무런 법적 보호장치 없이 산재와
부당노동행위로 고통받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인권운동단체인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 대한 탄압 사례 등에서 이 사태의 본질적
측면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번의 사태는
반민주․파렴치범들에 대한 8월15일 특별사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으며, 교육관계법․노동관계법 등의 개악
기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최소한의 개혁조차 방기하고 있는
현정권의 성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출발부터 현정권내에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군부독재 경향(민정,
공화계), 보수주의적 경향(민주계 본류) 그리고 개혁
경향(재야입당파 ; 이것은 결코 진정한 민주개혁이 아니며
신보수주의 경향을 의미한다)이 혼재하거나 또는 경쟁하고
있었다. 따라서 김정권의 성격은 경쟁하는 경향들의
세력관계로서 파악될 수밖에 없다.
이제 현정권은 집권후반기에 들어서 있는 지금 정치적으로
민간파시즘적 독재의 성격을 강하게 띠어가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서 현정권은 군사정권시대의 경제조절을 일정하게
재편하고자 하였는데, 여기서도 초기의 개혁적 정책(무엇보다도
금융실명제)이 후퇴하고 친재벌적 세계화정책 및 탈규제정책을
표방하면서 보수주의적 경향이 강화되었다. 현정권은
노동자들에게는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을 강요하여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계속 묶어 놓았고 시장경쟁의 규율에 종속하도록
강제하였으며 복수노조 금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등 노동자들의 민주적인 권리와 활동을 제한, 탄압하는데는
군사정권에 못지 않았다.
집권과정의 반민주적․반민족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한때
상당수 국민과 일부 민주화운동세력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던
집권세력이 민주적인 지지기반을 포기하고 반동수구세력의
품안에 안기려 드는 현금의 작태는 일차적으로 집권세력의
무모함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그들을 민주개혁의 길로 꾸준히
추동해내지 못한 민주화운동세력에도 일정한 책임이 없다 하지
못할 것이다.
즉 지난 유신시대 및 5․6공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내외적 지형 속에서 민민세력은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달라진 조건에 함몰하여 이기적 기회주의와 일상주의에 빠지거나
반대로 국민적 정서와 객관적 정세에 걸맞지 않은 소아적
모험주의로 치닫지 않았는가를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현 시기 노동운동, 교육운동, 통일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보건의료운동 등 우리 사회의 민주 발전을 위한 모든 운동의
전선이 제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하나를 얻는 주고받기식의 경우가 결코
아니다. 이번 한총련 탄압사태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그러한
인식과 그에 따른 연대와 행동을 촉구하는 전환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
우리는 기회와 위기, 즉 ‘연대를 통한 전진’과 ‘분열 속의
후퇴’라는 기로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오늘의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최대치이자 최소치는 민주 개혁세력과 반민주
수구세력의 모순관계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국가보안법 철폐,
안기부법 개악 저지, 노동관계법과 교육관계법의 민주적 개정
등을 위해 국민과 함께 전진하는 총연대이다. 한/노/정/연